벽암록(碧巖錄) 제11칙 황벽 당주조한(黃蘗噇酒糟漢) _황벽스님의 술찌개미 먹는 놈
벽암록(碧巖錄) 제11칙 황벽 당주조한(黃蘗噇酒糟漢) |
垂示云。 佛祖大機。全歸掌握。 人天命脈。悉受指呼。 等閑一句一言。驚群動眾。 一機一境。打鎖敲枷。 接向上機。提向上事。 且道什麼人曾恁麼來。 還有知落處麼。 試舉看。 |
수시(垂示)하여 말했다. 불조(佛祖)의 대기(大機)가 온전히 손아귀에 들어왔고, 가까이 하고자[指呼*] 하는 인천(人天)의 모든 명맥(命脈)을 수용(受容)한다. 예사로이 내뱉는 일언일구가 군중(群衆)을 놀라게 하고, 일기일경(一機一境*)이 가쇄(枷鎖*)를 후려치며, 향상기(向上機*)을 영접하여 향상사(向上事*)를 제기(提起)한다. 말해보라, 누가 일찍이 이렇게 해왔는가? 그 낙처(落處*)를 아는 사람이 있는가? 예를 들테니 살펴보거라. |
*指呼; 손짓해 부르다. 즉 가까이 친하게 지낸다는 뜻.
*一機一境; 한 기틀 한 경계. 機는 內在的 心의作用, 境은 外在的 형상을 갖춘 사물.
예를 들어 석가세존의 염화시중이 境이고, 가섭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파안미소한 것이 機이다.
*枷鎖; 목에 씌우는 칼과 쇠사슬. 속박(束縛), 압박(壓迫)에의 비유로 쓰인다.
*向上; 위를 지향(指向)하는, 禪林에서는 미혹(迷惑)한 경계에서 깨달음의 경계로 직입(直入)한다거나
위로 보리를 구해가는 것[上求菩提]. 卐은 이를 뜻하는 글자이다.
向上機는 佛向上機, 佛向上人, 佛向上의 道를 닦는 根機 또는 人.
向上事는 그러한 경계, 佛向上事, 즉 佛向上을 도모하는 事業.
*落處; 歸結點, 解答.
【一一】舉 黃檗示眾云 (打水礙盆。一口吞盡。 天下衲僧跳不出) 汝等諸人。盡是噇酒糟漢。 恁麼行腳 (道著。踏破草鞋。 掀天搖地) 何處有今日 (用今日作什麼。不妨驚群動眾) 還知大唐國裏無禪師麼 (老僧不會。一口吞盡。 也是雲居羅漢) 時有僧出云。 只如諸方匡徒領眾。又作麼生 (也好與一拶。 臨機不得不恁麼) 檗云。不道無禪。 只是無師 (直得分疏不下。 瓦解冰消。 龍頭蛇尾漢)。 |
【제11칙】 황벽 당주조한(黃蘗噇酒糟漢) _황벽선사의 술찌개미 먹는놈 황벽스님이 대중에게 법문을 하였다. (물 긷다 물동이가 거치장스러우면 한 입에 다 마셔버리니, 천하의 납승들은 뛰어봤자 벗어나지 못하리라.) 너희들은 모두 다 술찌개미나 받아먹는 놈들이다. 그렇게 행각(行腳)해서야 (설파<說破>했다. 짚신이 닳도록 밟아대니 하늘이 번쩍 들리고 땅이 요동친다고 ) 어느 곳에 오늘(今日*)이 있겠느냐? (오늘은 무엇에 쓰는고? 군중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겠다.) 대당(大唐)나라 안에 선사(禪師)가 없다는 것을 아느냐? (나는 모르겠소. 한 입에 다 마셔버리니, 그야말로 구름 위에 사는 나한<羅漢>이로고.) 그러자 어떤 중이 나서서 묻되, "그렇다면 제방(諸方)의 학도(學徒)를 바로잡고 대중을 영도하는 분들은 또 무엇입니까?" 하니, (그야말로 잘 내질러 주었다. 기연(機緣)에 임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면 안 된다.) 황벽스님은 말했다. "선(禪)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스승이 없다고 하였다." (곧바로 자신을 밝혀 <누구보다> 낮지 않다고 하다가 얼음이 녹아 사라지듯 하였으니, 용 머리에 뱀 꼬리 단 놈이다.) |
*打水; 급수(汲水), 즉 물 긷기. *噇; 흘(吃), 즉 먹다, 마시다.
*噇酒糟漢; 술찌개미 먹고 취한척 하지만 진정한 술맛을 모르는 놈.
고인(古人)들의 말 찌꺼기나 주워 듣고 아는체 하지만 진정한 법미(法味)를 모른다는 뜻.
당금의 나를 나무래는 것 같아서 가슴 저리다.
*一口吞盡; 모든 사물을 남김없이 포용한다는 뜻. 49칙에서는 '盡大地人一口吞盡'라 표현했다.
*道著; 道破, 說破, 說清楚, 즉 시원하고 산뜻하게 말하다.
*何處有今日; 언제 행(行)이 본분사(本分事)에 계합되겠느냐?
*分疏; 自我辯解(자신을 말로 풀어 자세히 밝힘.)
黃檗身長七尺。額有圓珠。 天性會禪。 師昔遊天台。 路逢一僧。與之談笑。 如故相識。 熟視之目光射人。 頗有異相。 乃偕行。屬溪水暴漲。 乃植杖捐笠而止。 其僧率師同渡。 師曰。請渡。彼即褰衣。 躡波如履平地。 回顧云渡來渡來。 師咄云。這自了漢。 吾早知捏怪。 當斫汝脛。 其僧歎曰。真大乘法器。 言訖不見。 |
황벽은 신장은 7척이요, 이마에는 원주(圓珠)가 있었으며, 천성적으로 선(禪) 맛을 알았다. 선사는 과거 천태산을 유람하다가 길에서 한 스님을 만나 더불어 담소(談笑)하였는데, 마치 서로 오래 알고지낸 사이 같았다. 눈여겨 자세히 살펴보니, 눈빛이 사람을 쏘는 듯 몹시 기이한 모습이었다. 이내 함께 길을 가는데, 때마침 계곡의 물이 갑자기 불어나 어쩌지 못해 지팡이와 갓을 내려놓고 기다리던 차에 그 스님이 같이 물을 건너자고 하였다. 선사가 “건너십시요.” 하자, 그 스님은 곧 옷을 걷어올리고 물 속을 평지 밟듯이 걸으면서 뒤돌아보며 말했다. “건너오세요, 건너오세요.” 선사가 꾸짖어 “저만 마치려는 놈아! 내가 일찍 날괴(捏怪*)인 줄 알았더라면 네 정강이를 부질렀을 것이다.” 하였다. 그 스님은 탄식하며 “참된 대승법기(大乘法器)로다.” 하고서 말 끝에 보이지 않았다. |
*捏怪; 일부러 …인 척 가장한 것. 날조(捏造)한 괴물.
初到百丈。丈問云。 巍巍堂堂。從什麼處來。 檗云。巍巍堂堂從嶺中來。 丈云。來為何事。 檗云。不為別事。 百丈深器之。 次日辭百丈。 丈云。什麼處去。 檗云。江西禮拜馬大師去。 丈云。馬大師已遷化去也。 你道黃檗恁麼問。 是知來問。是不知來問。 卻云。某甲特地去禮拜。 福緣淺薄。不及一見。 未審平日有何言句。 願聞舉示。 |
처음으로 백장(百丈)선사에게 갔더니, 백장이 물으셨다. "외외당당(巍巍堂堂*)은 어디서 왔느냐?" "외외당당이 산중에서 왔습니다." "무슨 일로 왔느냐?" "별다른 일이 없습니다." 백장선사는 법기(法器)임을 알았다. 다음날 백장께 하직인사를 드리자, 백장선사가 "어디로 가려느냐?" 물으셨다. "강서(江西)에 마대사[馬祖]께 예배드리러 갑니다." "마대사는 이미 천화(遷化*)하셨는데, 네가 '황벽이 이렇게 여쭙니다' 하고 말한들 물어온 줄을 알겠느냐, 모르겠느냐?" 하시니, 황벽은 "제가 특출한 분께 가서 예배하려 했더니, 복연(福緣)이 없어서 뵙지 못하겠군요. 평소에 무슨 말씀이 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컨대 거시(舉示*)해주십시요." 하고 청했다. |
*巍巍堂堂; 우뚝 솟은 모양이 당당하다. 황벽의 큰 체구를 두고 한 말이다.
*遷化; 遷移化滅. 통상 사람이 죽는 것을 말한다.
*舉示; (예를) 들어 보이다.
丈遂舉再參馬祖因緣。 祖見我來。 便豎起拂子。 我問云。即此用。 離此用。 祖遂掛拂子於禪床角良久。 祖卻問我。汝已後鼓兩片皮。 如何為人。 我取拂子豎起。 祖云。即此用。離此用。 我將拂子。掛禪床角。 祖振威一喝。 我當時直得三日耳聾。 |
백장선사가 마침내 마조를 재참(再參)한 인연을 거시하셨다. "마조께서 내가 오는 것을 보시고 문득 불자(拂子)를 일으켜 세우시길래 내가 "이 용(用)에 즉(即)함입니까, 이 용(用)에 이(離)함입니까?" 여쭈었는데, 마조께서 불자를 선상(禪床) 모서리에 걸어놓고 한참 계시다가 "너는 이 다음에 양편피(兩片皮*)를 두드려서 어떤 사람이 되려느냐?" 물으시기에 내가 불자를 잡아 일으켜 세웠더니, 마조께서 "즉차용이냐, 이차용이냐?" 하셨다. 다시 불자를 선상 모서리에 걸었더니, 마조께서 위엄을 떨치며 일할(一喝)을 하셨는데, 나는 그때부터 3일 동안 귀가 먹었었다. |
*即此用 離此用; 「用에 離」함은 「體에 即」함을 말한다.
體를 의지[即]해서 義를 세우는 것은 畢竟空이 되지만
用을 의지해서 義를 세우는 것은 勝義有인지라
真如의 本體는 不生不滅하여 涅槃의 常樂我淨이 된다.
*兩片皮; 입술(脣吻).
黃檗不覺悚然吐舌。 丈云。 子已後莫承嗣馬大師麼。 檗云。不然。 今日因師舉。 得見馬大師大機大用。 若承嗣馬師。 他日已後喪我兒孫。 丈云。如是如是。 見與師齊。減師半德。 智過於師。 方堪傳授。 子今見處宛有超師之作。 諸人且道。黃檗恁麼問。 是知而故問耶。是不知而問耶。 須是親見他家父子行履處始得。 |
황벽은 저도 모르게 모골이 송연(悚然)하여 혀를 내둘렀다. 백장선사가 말했다. "너는 이후에 마대사를 승사(承嗣)하지 않겠느냐?" 황벽이 말했다. "그렇지 않겠습니다. 오늘 스님의 말씀을 듣고서 마대사의 대기대용(大機大用)을 알게 되었는데, 만약 마대사를 승사했다가는 그날 이후로 저의 자손이 끊기겠습니다." 백장선사는 "그렇다. 그렇다. 소견이 스승과 비슷하면 스승의 덕이 반감(半減)할 것이요, 지혜가 스승을 능가해야 바야흐로 전수(傳授)를 감당할 것인데, 네 지금의 견처(見處)가 완연(宛然)하여 스승을 초월할만 한 자질이 있다." 하셨다. 그대들은 또 말해보라. 황벽이 그렇게 물은 것이 알고서 물은 것이냐, 모르고 물은 것이냐? 모쪼록 저 가문(家門) 부자(父子)의 행리처(行履處*)를 직접 알아 나아가야[親見] 한다. |
*行履處; 밟아 간 곳. 觀心修行의 對象.
黃檗一日又問百丈。 從上宗乘。如何指示。 百丈良久。 檗云。不可教後人斷絕去。 百丈云。將謂汝是箇人。 遂乃起入方丈。 |
황벽이 하루는 또 백장선사에게 물었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종승(宗乘*)은 어떻게 가르칩니까?" 백장선사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황벽이 "가르침이 후세에 단절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하자, 백장선사는 "네가 그럴 놈이라고 하려 했다." 하고서 이내 일어나 방장실로 들어가버렸다. |
*宗乘; 대다수 선문(禪門)이나 정토문(淨土門)이 표방하는 자가(自家)의 법어(法語).
檗與裴相國為方外友。 裴鎮宛陵請師至郡。 以所解一編。示師。 師接置於座。略不披閱。 良久乃云。會麼。 裴云。不會。 檗云。若便恁麼會得。 猶較些子。 若也形於紙墨。 何處更有吾宗。 |
황벽스님은 배상국(裴相國)과 더불어 방외(方外*)의 벗이었다. 배상국이 완릉(宛陵)을 지키면서 스님을 청하러 군(郡)에 와서 주해(註解) 한 편을 스님께 보여드렸는데, 스님은 받아서 자리에 두고 열어보지도 않으시고 한참을 말이 없으시다가 마침내 "아시겠소?" 하셨다. 배휴가 "모르겠습니다." 하니, 황벽스님은 "만약 그렇게(언어로써) 안다 해도 오히려 모자라려니와, 종이에 먹으로 쓴 것이라면야 어디에 나의 종지(宗旨)가 있겠소." 하셨다. |
*方外; 方은 道를 뜻하고, 道는 僧道이다. 따라서 方外友는 승가 사람이 아닌 벗을 말한다.
裴乃以頌贊云。 自從大士傳心印。 額有圓珠七尺身。 掛錫十年棲蜀水。 浮盃今日渡漳濱。 八千龍象隨高步。 萬里香花結勝因。 擬欲事師為弟子。 不知將法付何人。 師亦無喜色云。 心如大海無邊際。 口吐紅蓮養病身。 自有一雙無事手。 不曾祇揖等閑人。 |
배상공이 마침내 시를 읊어 찬탄하였다. 대사(大士;馬祖)로부터 심인(心印)을 전해 받으시고, 이마에 원주(圓珠)를 지니신 칠척(七尺) 장신이시여! 주지 생활[掛錫*] 십년을 촉수(蜀水)에 계시다가 잔을 띄워 오늘 장강(漳江) 물가[濱]로 건너 오셨으니, 팔천의 용상(龍象) 대덕들이 높은 행보(行步)를 쫓아 만리의 향화(香花)가 수승한 인(因)을 맺으리라. 혹시나 바라는 일은 대사의 제자가 되는 것이건만 모르겠네, 법을 누구에게 부촉하실른지. 황벽선사도 아무 희색(喜色)하지 않고 응수하셨다. 마음은 대해(大海)처럼 가이없으니, 입으로 홍련화(紅蓮華)를 토해 병든 몸을 봉양(奉養)하리다. 내게 한 쌍의 무사(無事)한 손은 있으되 일찍이 읍(揖)한 적이 없는 대수롭지 않은 사람이라오. |
*掛錫; 석장(錫杖)을 걸다. 괘(掛)는 현(顯)의 뜻이기도 하여 석장(錫杖)을 드러낸다.
또 한 절의 주지 소임을 맡는 것도 괘석이라 하니, 석장이 걸려 있다는 것은 그 절의 주지라는
표시이기도 하다.
檗住後。機鋒峭峻。 臨濟在會下。 睦州為首座。問云。 上座在此多時。何不去問話。 濟云。 教某甲問什麼話即得。 座云。何不去問如何是佛法的的大意。 濟便去問。三度被打出。 濟辭座曰。 蒙首座令三番去問。 被打出。 恐因緣不在這裏。暫且下山。 座云。子若去須辭和尚去方可。 首座預去白檗云。 問話上座。甚不可得。 和尚何不穿鑿教成一株樹去。 與後人為陰涼。 檗云。吾已知。 濟來辭。檗云。 汝不得向別處去。 直向高安灘頭。 見大愚去。 |
황벽선사는 주지가 된 뒤에 기봉(機鋒)이 초준(峭峻)해지셨다. 임제(臨濟)스님이 회하(會下)에 있을 때 목주(睦州)스님이 수좌(首座)였는데, 임제스님에게 물었다. "상좌(上座)는 여기 오래 있었는데, 왜 가서 여쭙지 않는가?" 임제스님이 말했다. "제가 무슨 말씀을 여쭈면 좋겠는지 가르쳐 주십시요." 수좌스님이 "왜 가서 '무엇이 불법의 참된 대의(大意)입니까?'와 같이 여쭙지 않는가?" 하자, 임제스님이 가서 여쭈었다가 세 차례 두들겨 맞고 나왔다. 임제스님이 수좌스님께 하직 인사하면서 말하기를, "수좌스님의 영을 받아 세 번 가서 여쭈었다가 두들겨 맞고 나왔으니, 이곳과 인연이 없어질까 두려워 잠시 하산하렵니다." 하니, 수좌는 "그대가 가려거든 큰 스님께 인사드리고 가는 것이 좋겠소." 하고서 사전에 가서 황벽선사께 "말씀을 여쭈었던 상좌 같은 이는 얻기 매우 어려운데, 화상께서는 왜 뚤어지도록 가르쳐서 한 그루 나무가 되어 후세인 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게 하지 않으십니까?" 하자, 황벽선사는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하셨다. 임제스님이 와서 하직인사를 하자, 황벽선사는 "네가 부득이 다른 곳으로 가려거든 곧바로 고안(高安) 여울머리를 향해 대우(大愚)스님을 찾아가거라." 하셨다. |
濟到大愚。 遂舉前話。 不知某甲過在什麼處。 愚云。 檗與麼老婆心切。 為你徹困。 更說什麼有過無過。 濟忽然大悟云。 黃檗佛法無多子。 大愚搊住云。 你適來又道有過。 而今卻道佛法無多子。 濟於大愚脅下。?三拳。 愚拓開云。 汝師黃檗非干我事。 |
임제스님이 대우선사를 찾아가서 마침내 앞서의 이야기를 들추면서 "제 허물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자, 대우선사가 말했다. "황벽스님이 그토록 간절한 노파심을 기울여 너를 위해 막다른 곳을 뚫어 주었건만, 또 무슨 허물이 있다 없다를 말하느냐?" 임제스님은 홀연히 대오(大悟)하고서 "황벽스님의 불법이 별 것 아니네." 하니, 대우선사가 붙잡고서 "네가 좀 전에는 허물이 있다고 말하더니, 지금은 도리어 불법이 별거 아니라고 말하느냐?" 하시자, 임제는 대우선사 옆구리를 주먹으로 세 차례 쿡쿡 찔렀다. 대우선사가 밀어 제치며 말했다. "네 스승은 황벽이니, 내가 간여할 일이 아니다." 하였다. |
*?; 쌓을 축, 쌓다. 막다. 문맥상으로는 제자로 거두어 주기를 재촉하는 몸짓으로
옆구리를 쿡쿡 찌른 것으로 보인다.
一日檗示眾云。 牛頭融大師。橫說豎說。 猶未知向上關捩子在。 是時石頭馬祖下。 禪和子浩浩地。 說禪說道。 他何故卻與麼道。 所以示眾云。 汝等諸人盡是噇酒糟漢。 恁麼行腳。取笑於人。 但見八百一千人處便去。 不可只圖熱鬧也。 可中總似汝如此容易。 何處更有今日事也。 |
하루는 황벽선사가 시중하여 말했다. 우두산(牛頭山) 법융(法融)대사는 횡설수설(橫說豎說)은 해도 오히려 향상(向上)의 관렬자(關捩子*)가 있는 줄 몰랐는데, 그때 석두(石頭)스님과 마조(馬祖)선사 회하의 선화자(禪和子*)들은 위세 당당하게 선(禪)을 설하고 도(道)를 설하고 있었으니, '저들은 무엇 때문에 그와 같이 말하는 것인가?' 하였다. 그래서 시중하여 말하되, "'너희들은 모두 다 술찌개미나 받아먹는 놈들이다. 그렇게 행각해서야 사람들의 비웃음만 받을 것이다. 단지 팔백이나 천 명이 모여 있는 것만 보고 쉽게 가는데, 열료(熱鬧*)를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된다. 가령 모두가 너희들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쉬울 것 같으면, 어느 곳에 다시 오늘의 일이 있겠느냐?" 하였다. |
*關捩子; 사물의 긴요한 곳.
*禪和子; 참선(參禪)을 하는 사람. 禪客. 禪僧.
*熱鬧;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고 번화한 거리.
*圖; 마음에 두다.
*可中; 가령[縱使].
唐時愛罵人。 作噇酒糟漢。 人多喚作黃檗罵人。 具眼者自見他落處。 大意垂一鉤。釣人問。 眾中有不惜身命底禪和。 便解恁麼出眾問他道。 只如諸方匡徒領眾。又作麼生。 也好一拶。 這老漢果然分疏不下。 便卻漏逗云。 不道無禪。 只是無師。 |
당나라 때 꾸짖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찌개미나 먹는 놈'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대개 황벽선사가 사람을 꾸짖었다고 하지만 안목 갖춘 사람이라면 스스로 그의 낙처(落處)를 볼 것이다. 대체적 뜻은 낙싯대를 드리워 사람들의 질문을 낚는 데 있다. 대중 가운데 어느 신명을 아끼지 않는 선객이 그렇게 이해하고 대중 앞에 나서서 그에게 '그렇다면 제방(諸方)의 학도(學徒)를 바로잡고 대중을 영도하는 분들은 또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으니, 그야말로 잘 내질렀다. 이 늙은이는 과연 자신을 밝혀 낮지 않다 하더니, 갑자기 누두(漏逗*)하여 말하기를, '선이 없다 말한 것이 아니라 다만 스승이 없다는 것이다.'고 하였는데, |
*漏逗; ①진실은 그것이 아님을 알되, 부득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어서 범하게 되는 방편상의 과실.
②소홀(疏忽), 疏漏(하는 일이니 생각 등이 찬찬하지 못하여 거칠고 엉성함).
*帶累; 拖累. 無辜한 사람을 끌어들여 번거롭게 하다. 누를 끼치다.
且道意在什麼處。 他從上宗旨。 有時擒。有時縱。 有時殺。有時活。 有時放。有時收。 敢問諸人。 作麼生是禪中師。 山僧恁麼道。已是和頭沒卻了也。 諸人鼻孔在什麼處。 良久云。穿卻了也。 |
말해보라. 뜻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의 위로부터 내려온 종지(宗旨)는 어느 때는 사로잡고, 어느 때는 풀어주며, 어느 때는 죽이고, 어느 때는 살리기도 하고, 어느 때는 놓았다가 어느 때는 거두어 들인다. 감히 여러분들에게 묻겠는데, 어떤 것이 참선하는 가운데 스승인가? 내가 이렇게 말한 것은 이미 머리 끝까지 빠져든 것이다. 여러분들의 콧구멍[鼻孔*]은 어디에 있는가? 한참 있다가 "뚤려버렸으리라." |
*鼻孔; 佛道를 수행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것. 즉 佛道의 根本. 頂門, 眼睛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凜凜孤風不自誇 (猶自不知有。 也是雲居羅漢) 端居寰海定龍蛇 (也要別緇素。 也要皂白分明) 大中天子曾輕觸 (說什麼大中天子任大也 須從地起。 更高爭奈有天何) 三度親遭弄爪牙 (死蝦蟆多口作什麼。 未為奇特。 猶是小機巧。 若是大機大用現前。 盡十方世界。乃至山河大地。 盡在黃檗處乞命) |
늠름하고 고고(孤高)한 기풍을 스스로 과시(誇示)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과시가) 있음을 모르니, 그야말로 구름 위에 사는 나한이로다.) 환해(寰海*)에 단거(端居*)하여 용과 뱀을 정한다. (또한 검고 흰 것을 구별해야 하고, 또한 검고 흰 것이 분명해야 한다.) 대중천자(大中天子)가 일찍이 슬쩍 건드렸다가 (어찌 대중천자를 키워서 말하는가? 본래<須> 땅으로터 일어났고, 또 높다지만 하늘이 있는데 무엇을 어찌 하겠는가?) 세번이나 친히 조아(爪牙*)에 희롱 당하셨다네. (죽은 하마<蝦蟆>가 큰 입 놀려서 무엇을 하겠는가? 기특<奇特>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조그마한 기교(機巧*)였다. 만약 대기<大機>, 대용<大用>이 현전<現前>했더라면 온 시방세계나 산하대지까지도 모두가 황벽의 처소에서 목숨을 구걸하였으리라.) |
*寰海; 環海, 즉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
*端居; 安居
*爪牙; 뾰쪽한 손톱과 날카로운 이빨. 勇士. 황벽스님의 예지(銳智)에의 비유.
*機巧; 간교한 기략(機略).
雪竇此一頌。 一似黃檗真贊相似。 人卻不得作真贊會。 他底句下。便有出身處。 分明道。 凜凜孤風不自誇。 黃檗恁麼示眾。 且不是爭人負我。 自逞自誇。 若會這箇消息。 一任七縱八橫。 有時孤峰頂獨立。 有時鬧市裏橫身。 豈可僻守一隅。 愈捨愈不歇。 愈尋愈不見。 愈擔荷愈沒溺。 古人道。無翼飛天下。 有名傳世間。 盡情捨卻佛法道理。 玄妙奇特。一時放下。 卻較些子。自然觸處現成。 |
설두스님의 이 한 송(頌)은 하나같이 황벽선사의 진찬상(真贊相*)과 유사하거니와, 사람들은 도리어 진찬이라 할만 한 것을 짓지 못한다. 그 구절의 저변에 문득 몸을 초출(超出)한 곳이 있는지라 분명히 말했다. '늠름하고 고고(孤高)한 기풍을 스스로 과시하지 않는다.' 황벽스님이 이렇게 시중한 것은 또 사람들과 다투거나 나를 저버리거나 자신을 유쾌히 한다거나 자신을 과찬하려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러한 소식을 안다면 칠종팔횡(七縱八橫)에 전적으로 맡겨 어느 때는 고봉(孤峰) 정상에 우뚝 서기도 하고, 어느 때는 시끌벅적한 시가지 속으로 몸을 던지려니와, 어찌 한 귀퉁이로 피해 머물겠는가? 버릴수록 점점 더 다하지 않고, 찾을수록 점점 더 보이지 않으며, 짐을 더 질수록 점점 더 빠져들어간다. 고인(古人)이 말하되, '날개 없이 천하를 날아야 세간에 명성이 전해진다.' 하였으니, 온 정을 다해 불법(佛法)의 도리를 버려 물리치고, 현묘(玄妙)하고 기특(奇特)함을 한꺼번에 놓아버리면 조금은 모자라겠으나 자연히 무엇이든지 현전성취되리라. |
*真贊相; 참되게 인도하는 모습. 贊은 인도(引導), 알현(謁見).
雪竇道。 端居寰海定龍蛇。 是龍是蛇。入門來便驗取。 謂之定龍蛇眼擒虎兕機。 雪竇又道。 定龍蛇兮眼何正。 擒虎兕兮機不全。 又道。大中天子曾輕觸。 三度親遭弄爪牙。 黃檗豈是如今惡腳手。 從來如此。 |
설두스님 말했다. '환해(寰海)에 안거(安居)하여 용과 뱀을 정한다.' 용인지 뱀인지 입문(入門)해 오면 곧 시험해서 거두었으니, 용과 뱀을 정하는 안목이요, 호랑이와 무소를 사로잡는 기틀이다 하리라. 설두스님은 또 '용과 뱀을 규정하매 아! 눈이 어찌 바를 것이며, 범과 무소를 사로잡으매 기틀이 온전치 못하구나.' 하였고, 또 '대중천자(大中天子)가 일찍이 슬쩍 건드렸다가 세번이나 친히 조아(爪牙)에 희롱 당하셨다.' 하였는데, 황벽스님이 어찌 지금에 나쁜 손발이겠는가? 예로부터 그러하였다. |
大中天子者。 續咸通傳中載。 唐憲宗有二子。 一曰穆宗。一曰宣宗。 宣宗乃大中也。 年十三。少而敏黠。 常愛跏趺坐。 穆宗在位時。因早朝罷。 大中乃戲登龍床。 作揖群臣勢。 大臣見而謂之心風。乃奏穆宗。 穆宗見而撫歎曰。 我弟乃吾宗英胄也。 穆宗於長慶四年。晏駕。 有三子。曰敬宗文宗武宗。 敬宗繼父位。 二年內臣謀易之。 文宗繼位。 一十四年。武宗即位。 常喚大中作癡奴。 一日武宗。恨大中昔日戲登父位。 遂打殺致後苑中。 以不潔灌。而復甦。 |
대중천자(大中天子)란 속함통전(續咸通傳)에 게재(揭載)되어 있는데, 당(唐) 헌종(憲宗)에게 두 아들이 있어 한 분은 목종(穆宗), 한 분은 선종(宣宗)인데, 선종이 이 대중(大中)이다. 13세에 어리지만 영민(英敏)하였고, 항상 참선하기를 좋아 하였다. 목종(穆宗)이 재위(在位)할 때 아침 조회가 끝나자 대중(大中)이 장난삼아 용상(龍床)에 앉아 신하들의 읍(揖)을 받는 자세를 취하는지라 대신들이 보고 심풍(心風*)이라 하면서 이내 목종에게 아뢰니, 목종이 보고 어루만지며 말했다. "내 동생은 우리 종가의 영특한 혈통이다." 목종이 장경(長慶) 4년에 안가(晏駕;崩御)하시자 세 아들 즉 경종(敬宗), 문종(文宗), 무종(武宗) 중에 경종이 부왕을 승계하였고, 2년이 채 안 되어 신하들의 음모로 바뀌어 문종이 계위(繼位)하였으며, 14년이 지나 무종이 즉위하였는데 항상 대중(大中)더러 어리석은 놈이라 하였다. 하루는 무종이 대중이가 지난날 부왕의 자리에 장난삼아 올라 앉은 일을 한(恨)하다가 마침내 때려죽여서 후원에 버렸으나, 불결(不潔)을 쫓는 관(灌*)으로 다시 소생(甦生)하였다. |
*心風; 실의(失意)나 우울(憂鬱)로 인해 광증(狂症)에 빠져든 상태.
*灌; 내림굿.
遂潛?在香嚴閑和尚會下。 後剃度為沙彌。未受具戒。 後與志閑遊方到廬山。 因志閑題瀑布詩云。 穿雲透石不辭勞。 地遠方知出處高。 閑吟此兩句佇思久之。 欲釣他語脈看如何。 大中續云。 溪澗豈能留得住。 終歸大海作波濤。 閑方知不是尋常人。 乃默而識之。 |
마침내 몰래 달아나 향엄한(香嚴閑)화상의 회하에 있다가 후에 체도(剃度*)하여 사미가 되었으나 구족계는 받지 않았다. 후에 지한(志閑)스님과 함께 제방을 다니다 여산(廬山)에 이르러, 지한스님이 주제로 정한 폭포에 대해 시(詩)를 읊었다. 「구름을 뚫고 바위를 뚫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아서 땅으로부터 멀어져야 비로소 벗어난 곳이 높은 줄 알리라.」 지한스님은 이 두 구를 읊고 우두커니 서서 한참 생각하고서 그의 어맥(語脈)을 낚아 무어라 하는지 살피려 하였다. 대중이 이어서 시를 읊기를, 「계간(溪澗*)에 어찌 머물러 살 수 있으리요? 끝내 대해(大海)로 돌아가 파도를 이르키리라.」 하였다. 지한스님이 비로소 이 심상(尋常)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마침내 묵묵히 그를 인정하였다. |
*剃度; 삭발 출가하는 의식.
*溪澗;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
後到鹽官會中。 請大中作書記。 黃檗在彼作首座。 檗一日禮佛次。 大中見而問曰。 不著佛求。 不著法求。不著眾求。 禮拜當何所求。 檗云。不著佛求。 不著法求。不著眾求。 常禮如是。 大中云。用禮何為。 檗便掌。 大中云。太麤生。檗云。 這裏什麼所在。說麤說細。 檗又掌。 大中後繼國位。 賜黃檗為麤行沙門。 裴相國在朝。 後奏賜斷際禪師。 |
그 뒤에 염관(鹽官;海昌院齊安國師)의 회중에 이르자 대중에게 청해 서기로 삼았다. 황벽스님은 거기에서 수좌(首座)로 계셨는데, 황벽스님이 하루는 예불하던 차에 대중이가 이것을 보고 여쭈었다. "부처[佛]에도 집착하지 않고, 법(法)에도 승(僧)에도 집착하지 말고 구하라 하면, 예배해서 구할 것이 무엇입니까?" 황벽스님은 "부처에도 집착하여 구하지 말고, 법, 승에도 집착하여 구하지 않으면서 늘 그렇게 예배하거라." 하셨다. 대중이 "예배는 해서 어디다 씁니까?" 하니, 황벽스님이 손으로 때렸다. 대중이 "참 거칠으십니다." 하자, 황벽스님은 "그 속에 무엇이 있다고 거칠다 곱다를 말하느냐?" 하시고, 다시 때렸다. 대중이 후에 국위를 계승하자 황벽스님에게 '추행사문(麁行沙門)'이라는 시호를 내렸고, 조정에 있던 배상국(裴相國)이 후에 주청하여 '단제선사(斷際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
雪竇知他血脈出處。 便用得巧。 如今還有弄爪牙底麼。 便打。 |
설두스님은 그의 혈맥(血脈)의 출처를 알기에 곧 활용에 정교(精巧)함을 얻었지만, 지금 같아서야 조아(爪牙)로 희롱할 자가 있겠는가? 갑자기 후려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