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벽암록(碧巖錄) 제81칙 약산(藥山)의 주중주(麈中麈:王中王)

碧雲 2025. 9. 16. 16:54
벽암록(碧巖錄) 제81칙 약산(藥山)의 주중주(麈中麈:王中王)
주(麈:고라니)는 녹(鹿:사슴) 무리의 왕이니 주중주(麈中麈)는 왕중왕(王中王)이다.
어찌하면 그 왕중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가에 대한 문답이다.
★藥山; 澧州藥山惟儼禪師(石頭希遷法嗣) 青原下二世
 垂示云。  수시(垂示)
攙旗奪鼓。千聖莫窮。
坐斷誵訛。萬機不到。
不是神通妙用。
亦非本體如然。
且道。憑箇什麼。得恁麼奇特。
旗를 섞고 鼓를 빼앗으니 千聖일지라도 窮究하지 못하고,
誵訛*를 坐斷하니 萬機가 이르지 못하거니와,
이것이 神通한 妙用도 아니고
또한 本體가 그러했던 것도 아니다。
말해보라. 그 무엇을 의지해야 이런 奇特함을 얻겠는가.
★참기탈고(攙旗奪鼓); 전장터에서 '깃발을 섞고 북을 빼앗는다' 함은
「對談에 끼어들어 상대의 말문을 막아버린다」는 의미이다. (*攙은 混合.)
★誵訛; 混淆訛誤(헛갈리고 애매모호함). 
   
 【八一】舉。  【제81칙】 약산(藥山)의 주중주(麈中麈)
   僧問藥山。
   平田淺草麈鹿成群。
 如何射得麈中麈
   (把髻投衙。
   擎頭帶角出來。
   腦後拔箭)
   山云。看箭
   (就身打劫。
   下坡不走。
   快便難逢。著)
   僧放身便倒
   (灼然不同。
   一死更不再活。
   弄精魂漢)
   僧이 藥山에게 여쭙되,
   "平田淺草*에 麈鹿*이 무리를 이루었는데
 어찌하면 주중주(麈中麈)를 쏘아 얻겠습니까?" 하니,
   (자백하고 들어가는 꼴이지만[把髻投衙*]
   찌르고 덤벼들어서[擎頭帶角*]
   뇌리 속 의혹을 풀고자 하였다[腦後拔箭*].)
   약산이 "화살을 보아라" 하자,
   (몸으로 빼앗아 갔지만
   언덕 아래는 달리지 않는 법이고,
   빠른 배는 만나기 어려우니, 알맞다[著:恰好])
   僧이 몸을 놓아 꼬꾸라지는지라
   (매우 뚜렷히 달랐으나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精魂을 희롱하는 놈이다.)
   山云。侍者拖出這死漢
   (據令而行。不勞再勘。
   前箭猶輕。後箭深)
   僧便走
   (棺木裏瞠眼。死中得活。
   猶有氣息在)
   山云。弄泥團漢有什麼限

   (可惜許放過。
   據令而行。
   雪上加霜)
   약산이 "시자야! 이 死漢을 끌어내거라." 하니,
   (令에 따라 행하면 다시 조사하려 애쓸 것 없다.
   前箭이 오히려 가볍고 後箭이 깊다.)
   僧이 곧 달아나버리매
   (관 속에서 눈부릅떠서 죽었다 살아났으니,
   아직 숨이 붙어있다.)
   약산이 "농니단한(弄泥團漢*)에게
   무슨 눈이 있겠는가" 하였다.
   (애석하게도 놓아주었으나
   據令에 따라 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藥山; 澧州藥山惟儼禪師(石頭希遷法嗣) 青原下二世
★평전천초(平田淺草); 平田(平原田地)의 淺草(파릇파릇한 어린 풀).
★주록(麈鹿); 고라니(麈), 사슴(鹿).
「平田淺草의 麈鹿」은 「온 세간 미숙함 속에 살고 있는 중생」에 빗댄 표현.
★파계투아(把髻投衙); '상투 붙들고 관아에 투신한다' 함은
 '죽여달라고 제발로 걸어들어가는 격이다'는 뜻.
선림에서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어리석음'에 빗대어 쓰는 용어이다.
★擎頭帶角; 뿔달린 머리를 쳐든다 함은 찌르며 덤벼들었다는 뜻.
★腦後拔箭; '뇌에 박힌 화살을 뽑는다' 함은 '뇌리에 새겨있던 의문을 풀고자 했다'는 뜻.
★下坡不走; '언덕 밑에서는 달리지 않는다' 함은 '난관에 봉착해서 굴하지 않는다'는 뜻.
★弄泥團漢; 흙장난이나 하는 놈. 철부지. 
   
   雪竇拈云。
 三步雖活五步須死
   (一手抬一手搦。
   直饒走百步。也須喪身失命。
   復云。看箭。
   且道。雪竇意落在什麼處。
   若是同死同生。
   藥山直得目瞪口呿。
   一向似無孔鎚。堪作何用)
   雪竇가 찝어 말했다.
 "三步는 비록 살아도 五步면 반드시 죽는다."
   (한 손은 치켜올리고 한 손은 내리눌렀다.
   설령 百步를 달려도 반드시 喪身失命하리라.
   다시 "화살을 보아라" 했는데,
   말해보라. 雪竇의 뜻이 어디에 떨어져 있는가?
   만약 同死同生하겠다면
   藥山이 곧바로 목징구거(目瞪口呿*)하려니와
   한결같이 無孔鎚 같아서야 어디에 씀을 강당하리오.)
 麈(音主)
 瞪(直耕切。怒目直視也)
 呿(袪遮立伽二切。張口貌)。
 麈(音이 主인 글자)
 瞪(직경절[直耕切]. 성난 눈으로 直視하다.)
 呿(袪遮, 立伽의 二切. 입 벌린 모양새.)。
★목징구거(目瞪口呿): 눈 크게 뜨고 입 떡 벌린다 함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한다는 뜻.
   
這公案。洞下謂之借事問。
亦謂之辨主問。
用明當機。鹿與麈尋常易射。
唯有麈中麈。
是鹿中之王。最是難射。
此麈鹿常於崖石上利其角。

如鋒鋩穎利。
以身護惜群鹿。
虎亦不能近傍。
這僧亦似惺惺。
引來問藥山。
用明第一機。
山云。看箭。
作家宗師。不妨奇特。
如擊石火。似閃電光。
이 公案을 洞下*에서 차사문(借事問*)이라 하고
또한 변주문(辨主問*)이라 하기도 한다.
用明當機*한다면 사슴과 고라니는 보통은 쏘기 쉽지만
오로지 '고라니 중의 고라니(麈中麈)가 있어
사슴 가운데 왕인지라 가장 쏘기 어렵다.
이 주록(麈鹿)들은 항상 낭떠러지 바위 위에서
그 뿔을 예리하게 하되
창끝이나 송곳처럼 날카롭게 하여
몸으로 사슴무리를 護惜하므로써
호랑이 또한 곁에 가까이 할 수 없다.
이 僧 또한 또렷또렷[惺惺]하게
(事例를) 이끌어 와 藥山에게 물었으니
(그가 가진) 제일 밝은 機를 사용한 것인데,
약산이 "화살을 보거라." 하였으니
作家宗師로서 奇特하여 마지 않거니와
마치 石火 튀듯 하고 電光 번쩍이듯 하였다.
★洞下; 曹洞宗下.
★借事問; 「汾陽 18問」의 하나로 學人이 譬喻나 事例를 들어 請益하는 質問法.
【人天眼目 卷2】 「汾陽 18問」 中에 이렇게 記述하고 있다.
「풍혈(風穴)에게 "바다에 진주가 있는데, 어떻게 취득하겠습니까?"하고 여쭈니,
풍혈은 "망상(罔象*)이 왔을 때는 광채가 찬란하고,
이루(離婁*)가 가는 데는 풍랑이 하늘로 솟는다." 하였다.」
◎《莊子》의 古事에 황제가 곤륜산에 올랐다가 돌아오는 길에 玄珠를 잃어벼렸다.
지혜 많다는 지(知)에게 찾게 했으나 찾지 못하자, 시력 좋다는 이루(離婁)를,
다음에는 언변이 뛰어난 끽후(喫詬)를 시켜 찾게 하였으나 또한 찾지 못하였는데
바보처럼 '無心한 사람'인 상망(象罔:罔象)이 결국 찾았다.
풍혈은 '이루(離婁)처럼 모양을 찾아서는 不可하고,
망상(罔象) 같은 無心(寂靜心)이라야 취득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辨主問; 편벽문(偏僻問)의 別稱. 學人이 치우친 見解와 言語를 써서
師家眼目의 옳고 그름을 파악하도자 던지는 質問法.
★용명당기(用明當機); 明을 써서 機를 當한다 함은 '현명하게 상황에 대처한다'는 뜻. 
豈不見。
三平初參石鞏。
鞏才見來。
便作彎弓勢云。看箭。
三平撥開胸云。
此是殺人箭活人箭。
鞏彈弓弦三下。三平便禮拜。
鞏云。三十年。一張弓兩隻箭。
今日只射得半箇聖人。
便拗折弓箭。
三平後舉似大顛。
顛云。既是活人箭。
為什麼向弓弦上辨。
三平無語。顛云。
三十年後。要人舉此話。
也難得。
어찌 보지 못했는가.
삼평(三平*)이 석공(石鞏*)을 初參하니,
석공이 오는 것을 겨우 보고
곧 활 당기는 자세를 취하며 "화살을 보아라!" 하매
三平이 가슴을 헤쳐 열고서 말했다.
"이것이 殺人箭입니까, 活人箭입니까?"
석공이 활줄을 세 번 퉁기자 三平이 곧 禮拜하니,
석공이 "30年을 한 활에 두 화살이었는데
오늘은 다만 쏘아서 「반 개의 聖人*」을 얻었구나." 하고
곧 활과 화살을 요절내버렸다.
三平이 後에 大顛(三平의 스승)에게 이 일을 들추니,
대전이 "이미 그것이 활인전(活人箭)이었는데
무엇 때문에 활시위 상에서 논하느냐?" 하자
三平이 대답을 못하매, 대전이
"30年 後에도 이런 말 해줄 사람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고 하였다. 
★三平; 漳州三平義忠禪師(石頭希遷_大顛寶通 法嗣) 青原下三世
★石鞏; 撫州石鞏慧藏禪師(馬祖道一 法嗣) 南嶽下二世
★殺人箭活人箭; 石鞏선사는 출가 전 사냥꾼이었는지라 주로 화살얘기로 사람을 맞이했다.
殺人劍(刀), 活人劍(刀)라 표현하기도 하며, 「箭,劍,刀」는 智慧에 빗댄 용어이다.
「殺人箭」은 스승이 제자를 지도하는 방법 중 제자를 궁지로 몰아 퇴로를 차단하여
스스로 헤어날 방도를 찾도록 핍박하고 강요하는 지도법을 말하고,
「活人箭」은 그에 반하여 제자가 수행상 난관에 빠져 절망하고 있을 때
사례와 비유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여 기회와 희망을 심어 줌으로써
활로를 열어가게 하는 친절한 지도법을 말한다.
★半箇聖人; 半個는 稀有의 뜻이니, 半個聖人은 극히 보기드문 聖人을 말한다. 
法燈有頌云。
古有石鞏師。
架弓矢而坐。
如是三十年。
知音無一箇。
三平中的來。
父子相投和。
子細返思量。
元伊是射垛。
石鞏作略。與藥山一般。
三平頂門具眼。
向一句下便中的。
一似藥山道看箭。
法燈이 頌*이 있어 이르되,
「옛적에 石鞏선사가 있어
활에 살(矢:箭)을 걸고서
30年을 그렇게 했으나
그 뜻을 아는 이[知音]가 아무도 없었는데
三平이 적중(的中)해 온지라
父子가 서로 투화(投和:意氣投合)했다지만
子細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애당초 그(石鞏)가 화살받이[射垛]였다.」고 하였다.
石鞏이 세운 책략은 藥山과 한가지였지만
三平이 頂門에 눈을 갖추었기에
한 마디 떨어지자 마자 곧 적중시켜
藥山의 "화살을 보라"한 말에 일치시킨 것이다.  
★法燈; 金陵清涼泰欽法燈禪師(清涼文益[法眼] 法嗣) 青原下九世
★法燈의 頌; 【禪門拈頌集卷第8】
其僧便作麈放身倒。
這僧也似作家。
只是有頭無尾。
既做圈繢要陷藥山。
爭奈藥山是作家。
一向逼將去。山云。
侍者拖出這死漢。
如展陣向前相似。
其僧便走也好。是則是。
爭奈不脫灑。粘腳粘手。

所以藥山云。
弄泥團漢有什麼限。
藥山當時。若無後語。
千古之下遭人檢點。
그 僧이 곧 고라니가 되어 꼬꾸라졌으니
이 僧 또한 作家와 유사했지만
다만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었거니와,
기왕 올가미를 만들어 藥山을 빠뜨리고자 했으나
藥山이 作家인 것을 어쩌겠는가.
줄곧 핍박해 가면서 약산이 이르되,
"侍者야! 이 死漢을 끌어내거라." 한 것은
진(陣)을 펼치고 나아감과 같았다.
그 僧이 곧 달아난 것 또한 좋아서 옳다면 옳겠지만
탈쇄(脫灑:超脫)하지 못하고
손발이 달라붙는 것을 어쩌겠는가.
그래서 藥山이 이르되,
"弄泥團漢에게 무슨 눈이 있겠느냐" 한 것이다.
藥山이 當時에 만일 그 다음의 말이 없었다면
길이길이 사람들에게 檢點 당했으리라. 
山云。看箭。這僧便倒。
且道。是會是不會。
若道是會。
藥山因什麼。卻恁麼道。
弄泥團漢。這箇最惡。
正似僧問德山。
學人仗鏌鎁劍。
擬取師頭時如何。
山引頸近前云。㘞。
僧云。師頭落也。
德山低頭歸方丈。
又巖頭問僧。什麼處來。
僧云。西京來。
巖頭云。黃巢過後。
曾收得劍麼。
僧云。收得。
巖頭引頸。近前云。㘞。
僧云。師頭落也。
巖頭呵呵大笑。
這般公案。都是陷虎之機。
正類此。恰是藥山不管他。
只為識得破。
只管逼將去。
약산이 "화살을 보라" 하매, 이 僧이 곧 꼬구라졌는데
말해보라. 이것이 안 것인가, 모른 것인가?
만약 안 것이라고 한다면
藥山은 어째서 도리어 그렇게 말했겠는가?
弄泥團漢이라니 이것이 最惡이라서
꼭 僧이 德山에게 물어
"學人이 막야검(鏌鎁劍)으로
선사의 머리를 取하려 할 때는 어쩌시렵니까?" 하니,
덕산이 목을 내밀어 드리대면서 "자(㘞)!" 하자,
僧이 "선사의 머리가 떨어졌습니다." 하매,
德山이 머리를 떨구고 方丈으로 돌아갔던 것과 같고,
또 巖頭가 僧에게 물어 "어디서 오느냐?" 하니,
僧이 "西京에서 왔습니다."
巖頭가 "黃巢의 亂이 지나간 뒤에
劍을 받은 적 있느냐?"
僧이 "받았습니다." 하자,
巖頭가 목을 내밀어 드리대면서 "자(㘞)!" 하니,
僧이 선사의 머리가 떨어졌습니다" 하매,
巖頭가 呵呵大笑한 것과도 같다.
이런 公案은 모두가 陷虎之機이거니와,
바로 이런 類는 藥山이 그를 상관하지 않고
다만 알아채고 깨뜨려버리기 위해
오로지 핍박으로 일관해 간 것과 흡사하다. 
雪竇云。這僧三步雖活。
五步須死。
這僧雖甚解看箭。
便放身倒。
山云。侍者拖出這死漢。
僧便走。雪竇道。
只恐三步外不活。
當時若跳出五步外。
天下人便不奈他何。
作家相見。
須是賓主始終互換。無有間斷。
方有自由自在分。
這僧當時既不能始終。
所以遭雪竇檢點。
後面亦自用他語。頌云。
雪竇가 "이 僧이 三步에는 비록 살았으나
五步에는 반드시 죽는다" 하였는데,
이 僧이 비록 화살 볼줄은 잘 알아서
곧 몸을 놓아 꼬구라졌으나
약산이 "侍者야! 이 死漢을 끌어내라." 하자
僧이 곧 달아난지라 雪竇가 일러
다만 三步를 밖에서는 살지 못할까 염려한다" 한 것이다.
當時에 만약 五步 밖으로 벗어났다면
天下人이 쉽게 그를 어찌하지 못했을 것이다.
作家끼리의 만남은
반드시 賓主가 始終 互換하여 間斷이 없어야만
비로소 自由自在할 分(자격)이 있건만
이 僧은 當時에 이미 始終할 수 없었기에
그래서 雪竇의 檢點을 만나게 된 것이어니와,
後面에 또 직접 그의 말을 써서 頌하되, 
 
  설두(雪竇)의 송(頌)
 麈中麈
   (高著眼看。
   擎頭戴角去也)
 君看取
   (何似生第二頭走。
   要射便射。看作什麼)
 下一箭
   (中也。須知藥山好手)
 走三步
   (活鱍鱍地。
   只得三步。死了多時)
 주중주(麈中麈)를
   (높이 著眼해 보고서
   머리에 뿔 달아 드밀어 갔다.)
 그대가 살펴 취하게.
   (어째서 삶이 第二頭로 달림과 같은가?
   쏘려거든 곧 쏠 것이지 무엇을 보라는 것이냐.)
 一箭을 내리니
   (적중했다. 藥山의 좋은 수완을 알아야 한다.)
 三步를 달아났거니와
   (살아 팔딱팔딱하는 상태지만
   다만 세 걸음을 달아나고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五步若活
   (作什麼。跳百步。
   忽有箇死中得活時如何)
 成群趁虎
   (二俱並照。
   須與他倒退始得。
   天下衲僧放他出頭。
   也只在草窠裏)
  正眼從來付獵人
   (爭奈藥山未肯承當這話。

   藥山則故是雪竇又作麼生。
   也不干藥山事。
   也不干雪竇事。
   也不干山僧事。
   也不干上座事)
  五步에 만약 살았더라면
   (뭐 하느냐. 百步를 뛰어라.
   홀연히 죽음 속에서도 사는 수가 있을 때는 어쩌려느냐?)
 무리를 이루어 범에 올라탔으련만
   (둘이 모두 함께 비추거든
   모름지기 그들에게서 물러서야 했으련만
   天下衲僧이 그가 머리 내밀도록 놓아주어도
   또한 그저 초과[草窠*] 속에만 있다니.)
  正眼은 여태껏 사냥꾼에게 주어져 왔다네.
   (藥山이 이 얘기를 긍정하여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어쩌겠는가.
   藥山은 곧 이래서이다지만 雪竇는 또 어째서일까?
   藥山의 일도 간여하지 않고,
   雪竇의 일에도 간여치 않고,
   山僧의 일에도 간여치 않고,
   上座의 일에도 간여치 않겠다.)
 雪竇高聲云。
 看箭
   (一狀領過。
   也須與他倒退始得。
   打云。
   已塞卻爾咽喉了也)
 雪竇가 큰 소리로 외치노니,
 "살을 보아라"
   (한꺼번에 모아서 추궁하고 있으니
   또한 그에게서 물러서야 하리라.
   (무릎을) 탁 치고서
   "이미 너희 목구멍이 막혀버렸겠구나.")
★何似生第二頭走; '어찌 生이 第二頭로 달림과 같은가', '왜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는가.'
★성군지호(成群趁虎); 一家를 이루어 붓다의 길을 뒤쫓는다는 의미.
★草窠; 落草(下賤한 자)들의 소굴.
★藥山則故是雪竇又作麼生; 이 두 사람에게 正眼이 주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一狀領過; 한 소장(訴狀)으로 죄과(罪過)를 다스리다. 한꺼번에 모아서 추궁하다. 
   
麈中麈。君看取。
衲僧家須是具麈中麈底眼。
有麈中麈底頭角。
有機關有作略。
任是插翼猛虎戴角大蟲。
也只得全身遠害。
這僧當時放身便倒自道。
我是麈。
「주중주(麈中麈)를 그대는 살펴 취하라」 하였는데,
衲僧家라면 모름지기 麈中麈 底邊의 眼目을 갖추고,
麈中麈의 머리뿔도 있고,
機關도 있고 作略도 있어야만
날개 달린 猛虎나 뿔 달린 큰 짐승[大蟲]에 맡겨져도
다만 全身이 害로부터 멀어지련만,
이 僧이 當時에 몸을 놓아 꼬꾸라진 것은 스스로
 '내가 고라니요.'라고 말한 것이다. 
下一箭。走三步。
山云。看箭。僧便倒。
山云。侍者拖出這死漢。
這僧便走也甚好。
爭奈只走得三步。
五步若活。成群趁虎。
雪竇道。只恐五步須死。
當時若跳得出五步外活時。
便能成群去趁虎。
其麈中麈。角利如鎗。
虎見亦畏之而走。
麈為鹿中王。常引群鹿。
趁虎入別山。
「下一箭하니 走三步라」 하였는데,
약산이 "살을 보라" 하자 僧이 곧 꼬꾸라지는지라
약산이 "侍者야! 이 死漢을 끌어내라" 하매
이 僧이 곧 달아난 것은 매우 좋았으나
고작 三步만을 달아난 것을 어쩌겠는가.
五步에도 만약 산다면 成群趁虎할 터라
雪竇가 「五步면 반드시 죽을까 염려할 뿐이다」 하니,
當時에 만약 五步 밖으로 벗어나 살았을 때라면
便히 成群하여 趁虎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麈中麈은 뿔의 예리함이 창과 같아서
범이 보아도 두려워 도망가리니
주(麈)는 사슴 중의 王으로서 늘 사슴무리를 이끌고
범을 따라서 다른 산으로 들어갈 것이다. 
雪竇後面
頌藥山亦有當機出身處。
正眼從來付獵人。
藥山如能射獵人。其僧如麈。
雪竇是時因上堂。
舉此語束為一團話。
高聲道一句云。看箭。
坐者立者。一時起不得。
雪竇가 後面에
藥山도 또한 機를 當해 出身處가 있었음을 頌하여
「正眼은 여지껏 사냥꾼에게 부여해 왔다」고 하였는데,
藥山은 잘 쏘는 사냥꾼이었고 그 僧은 고라니 같았다.
雪竇가 이때 당상에 올라
이 대화를 '한 덩어리 말[一團話]'이 되게 묶어서
큰 소리로 一句를 말하되 「살을 보아라!」 하니,
앉은 자나 선 자가 一時에 일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