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濟錄

임제록 5.行錄

碧雲 2015. 1. 10. 21:14

1. 깨친 기연
師初在黃蘗會下하야 行業純一이어늘  스님께서 처음 황벽 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사초재황벽회하   행업순일        모든 행동거지가 순일하였다. 
首座乃歎曰 雖是後生이니 與衆有異로다  수좌 목주(睦州)스님이 찬탄하여 말했다.  
수좌내탄왈  수시후생   여중유이      “비록 후배이긴 하나 대중과는 다른 데가 있다.” 
遂問 上座在此多少時오  그리고는 물었다.
수문  상좌재차다소시   “스님은 여기에 있은 지 얼마나 되는가?”
師云 三年이니다  “3년 됩니다.”
사운  삼년 
首座云 曾參問也無아  “참문한 적이 있는가?”
수좌운  증참문야무   
師云 不曾參問이니 不知問箇什麽오  “참문하지 못했습니다. 
사운  부증참문   부지문개십마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首座云 汝何不去問堂頭和尙호대  “조실스님을 찾아뵙고 ‘무엇이 불법의 
수좌운  여하불거문당두화상     
如何是佛法的的大意오  정확한 뜻입니까?’하고 왜 묻지 않는가?” 
여하시불법적적대의 
師便去問한대 聲未絶에 黃蘗便打하다  그래서 스님은 가서 바로 가서 여쭈었는데 
사변거문   성미절  황벽변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벽스님께서 대뜸 후려치셨다. 
師下來에 首座云 問話作麽生고  스님이 내려오자 수좌스님이 물었다. 
사하래  수좌운  문화자마생    “법을 물으러 갔던 일은 어찌 되었는가?” 
師云 某甲問聲未絶에 和尙便打하니  “내가 묻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운  모갑문성미절  화상변타      큰스님께서 느닷없이 때리시니 
某甲不會니다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모갑불회 
首座云 但更去問하라하니  “그렇지만 다시 가서 묻도록 하게.” 
수좌운  단갱거문         
師又去問이라 黃蘗又打하야  스님이 다시 가서 물으니, 
사우거문   황벽우타  황벽 스님이 또 후려치셨다. 
如是三度發問하고 三度被打하니라  이렇게 세 번 묻고, 세 번 맞았다
여시삼도발문   삼도피타        [三度發問 三度被打] 
師來白首座云 幸蒙慈悲하야  스님이 돌아와서  수좌에게 말하였다.
사래백수좌운  행몽자비  “다행히 자비하심을 입어서 
令某甲問訊和尙하야 三度發問에 三度被打니다  제가 큰스님께 가서 불법을 물었는데 
영모갑문신화상   삼도발문  삼도피타      세 번 묻고, 세 번을 맞았습니다. 
自恨障緣으로 不領深旨하니 今且辭去하노이다  업장이 두꺼워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자한장연   불령심지   금차사거  스스로 한탄하고 지금 떠나려고 합니다.”
首座云 汝若去時에는 須辭和尙去하라  “그대가 만약 떠나려거든 
수좌운  여약거시   수사화상거      큰 스님께 가서 하직 인사는 드리고 가야 하네."
師禮拜退하니라  스님은 인사하고 물러났다. 
사예배퇴 
首座先到和尙處云  수좌스님이 먼저 
수좌선도화상처운   황벽스님의 처소에 가서 말씀드렸다.
問話底後生이 甚是如法하니  “법을 물으러 왔던 후배가 
문화저후생  심시여법      대단히 여법(如法)합니다. 
若來辭時에는 方便接他하소서  만약 와서 하직 인사를 드리거든 
약래사시   방편접타           방편으로 그를 이끌어 주십시오. 
向後穿鑿하야 成一株代樹하야  앞으로 잘 다듬으면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되어 
향후천착   성일주대수 
與天下人作廕凉去在리이다  천하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울 것입니다.” 
여천하인작음양거재       
師去辭한대 黃蘗云 不得往別處去요  스님이 가서 하직인사를 드리니 황벽 스님이 말씀하셨다. 
사거사   황벽운  부득왕별처거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汝向高安灘頭大愚處去하라  너는 고안 여울가의 
여향고안탄두대우처거      대우스님 처소로 가도록 하여라. 
必爲汝說하리라  반드시 너를 위하여 말해 줄 것이다.” 
필위여설 
師到大愚한대 大愚問 什麽處來오  스님이 대우스님에게 이르자 대우스님이 물었다. 
사도대우   대우문  십마처래    “어디서 왔는가?” 
師云 黃蘗處來니다  “황벽스님의 처소에서 왔습니다.” 
사운  황벽처래 
大愚云 黃蘗有何言句오  “황벽 스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대우운  황벽유하언구   
師云 某甲이 三度問佛法的的大意라가  “제가 세 번이나 불법의 정확한 뜻을 물었다가 
사운  모갑  삼도문불법적적대의 
三度被打하니 不知某甲이 有過無過닛가  세 번 얻어맞기만 했습니다.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삼도피타   부지모갑  유과무과  저에게 허물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大愚云 黃蘗與麽老婆하야 爲汝得徹困이어늘  “황벽 스님이 그토록 노파심이 간절하여 
대우운  황벽여마노파   위여득철곤 그대를 위해 뼈에 사무치게 하였거늘 
更來這裏하야 問有過無過아  여기까지 와서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가?” 
갱래자리   문유과무과  * 無多子~ (俗) 꾸밈없다, 간단명료하다, =至道無難
師於言下에 大悟云 元來黃蘗佛法이 無多子니다  스님은 그 말끝에 크게 깨닫고는 
사어언하  대오운  원래황벽불법  무다자 “황벽스님의 불법이 간단하구나.” 하였다. 
大愚住云 這尿牀鬼子야  대우 스님이 멱살을 움켜쥐며, 
대우추주운 자요상귀자   “이 오줌싸개 같은 놈! 
適來道有過無過러니  방금 허물이 있느니 없느니 하더니 
적래도유과무과 
如今却道黃蘗佛法이 無多子라하니  이제 와서는 도리어 황벽스님의 불법이 
여금각도황벽불법  무다자라      간단하다고 하느냐? 
見箇什麽道理오 速道速道하라  그래 너는 무슨 도리를 보았느냐? 
이견개십마도리  속도속도      빨리 말해봐라, 빨리 말해!” 하였다. 
師於大愚脅下에 築三拳한대  이에 스님이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사어대우협하  축삼권  주먹으로 세 번 쥐어박았다. 
大愚托開云 汝師黃蘗이요 非干我事니라  대우스님이 스님을 밀쳐 버리면서 말하였다. 
대우탁개운  여사황벽   비간아사  “네 스승은 황벽이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師辭大愚하고 却回黃蘗하니 黃蘗見來하고  스님은 대우스님을 하직하고 다시 황벽스님께로 돌아오자
사사대우   각회황벽   황벽견래 황벽스님께서 스님이 오는 것을 보시고
便問 這漢來來去去에 有什麽了期리요  "이 놈이 왔다갔다 하기만 하니 
변문  자한내래거거  유십마료기  언제 마칠 날이 있겠느냐?" 하셨다.
師云 祇爲老婆心切이니다 便人事了侍立하니  "오직 스님의 간절하신 노파심 때문입니다."
사운  지위노파심절    변인사요시립  인사를 마치고 곁에 서 있으니,
黃蘗問 什麽處去來오  황벽스님께서 물으셨다.
황벽문  십마처거래    "어디를 갔다 왔느냐?"
師云 昨奉慈旨하야 令參大愚去來니다  "지난번 스님의 자비하신 가르침을 받들어,
사운  작봉자지   영참대우거래  대우스님을 뵙고 왔습니다."
黃蘗云 大愚有何言句오 師遂擧前話한대  "대우가 무슨 말을 하더냐?"
황벽운  대우유하언구  사수거전화  스님이 지난 이야기를 말씀드리니
黃蘗云 作麽生得這漢來하야 待痛與一頓고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하면 이 작자가
황벽운  자마생득자한래   대통여일돈  오는 것을 기다려 호되게 한 방 줄까?"
師云 說什麽待來오 卽今便喫하소서  "오기를 기다릴 것까지야 있으십니까?
사운  설십마대래  즉금변긱        지금 곧 잡수십시요." 하고는 
隨後便掌하니 黃蘗云 這風顚漢이  뒤따라 손바닥으로 치니 
수후변장   황벽운  자풍전한    "이 미친 놈이 
却來這裏虎鬚로다 師便喝하니  다시 여기 와서 범의 수염을 만지는구나."
각래자리날호수   사변할 스님이 "할!" 하자 
黃蘗云 侍者야 引這風顚漢하야 參堂去하라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시자야! 이 미친 놈을
황벽운  시자  인자풍전한   참당거  데려가서 선당에 참예케 하여라."
後潙山이 擧此話하야 問仰山하되  뒷날 위산스님이 이 이야기를 하며 
후위산  거차화   문앙산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臨濟當時에 得大愚力가 得黃蘗力가  “임제가 그 때 대우의 힘을 얻었는가? 
임제당시  득대우력  득황벽력    황벽의 힘을 얻었는가?” 
仰山云 非但騎虎頭요 亦解把虎尾니다  “범의 머리에 올라앉았을 뿐만 아니라, 
앙산운  비단기호두  역해파호미  범의 꼬리도 잡을 줄 안 것입니다.” 
超師之機
2. 소나무를 심다
師裁松次에 黃蘗問 深山裏裁許多하야 作什麽오  스님이 소나무를 심고 있는데 황벽스님께서 물었다. 
사재송차  황벽문  심산리재허다   작십마  “깊은 산 속에 그 많은 소나무를 심어서 무얼 하려느냐?” 
師云 一與山門作境致요 二與後人作標榜이니다  “첫째는 절의 경치를 가꾸기 위해서이고, 
사운  일여산문작경치  이여후인작표방  둘째는 후인들에게 표방을 삼기 위해서입니다.”
道了將頭하야 打地三下한대  말을 마치고 괭이로 땅을 세 번 내려치니 
도료장곽두   타지삼하     
黃蘗云 雖然如是나 子已喫吾三十棒了也라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였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황벽운  수연여시  자이긱오삼십방요야    너는 이미 나에게 30방을 얻어맞았느니라.” 
師又以頭로 打地三下하고 作噓噓聲하니  스님이 다시 괭이로 땅을 세 번 내려치며 
사우이곽두  타지삼하   작허허성      “허허!” 하니 
黃蘗云 吾宗到汝하야 大興於世하리라   황벽스님께서 “나의 종풍이 너에 이르러 
황벽운  오종도여   대흥어세  세상에 크게 일어날 것이다." 하셨다.
後潙山이 擧此話하야 問仰山하되  뒷날 위산스님이 이 이야기를 하시며 
후위산  거차화   문앙산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黃蘗當時에 祇囑臨濟一人가 更有人在아  “황벽스님이 그 당시 임제 한 사람에게만 부촉한 것이냐? 
황벽당시  지촉임제일인  갱유인재    아니면 다른 사람도 있느냐?”
仰山云 有祇是年代深遠하야 不欲擧似和尙이니다  “있습니다만, 하도 연대가 멀어서 
앙산운  유지시년대심원   불욕거사화상  스님께 말씀드리지 않으렵니다.”
潙山云 雖然如是나 吾亦要知하니 汝但擧看하라  “그렇긴 하지만, 나도 또한 알고 싶으니 말해 보아라.”
위산운  수연여시  오역요지   여단거간 
仰山云 一人指南하야 吳越令行타가  “한 사람이 남쪽을 가리켜서 
앙산운  일인지남   오월영행     오월지방에서 법령이 행해지다가 
遇大風卽止하니라  큰바람을 만나 그칠 것입니다.” 
우대풍즉지 
3. 덕산(德山)스님의 선상을 뒤엎다
師侍立德山次에 山云 今日困이로다  스님이 덕산스님을 모시고 곁에 서 있는데
사시입덕산차   산운 금일곤  덕산스님이 "오늘은 피곤하구나" 하자
師云 這老漢이 寐語作什麽오 山便打라  "이 늙은이가 무슨 잠꼬대야!" 하니
사운 자노한이 매어작십마   산변타  덕산스님이 후려쳤다.
師掀倒繩牀한대 山便休하니라  스님이 선상을 뒤엎어버렸는데
사흔도승상   산변휴  덕산스님은 가만히 있었다.
4. 산 채로 파묻다
師普請鋤地次에 見黃蘗來하고 拄而立하니  스님이 밭매는 운력(運力)을 하다가 
사보청서지차  견황벽래   주곽이립  황벽스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괭이에 기대어 서 있었다. 
黃蘗云 這漢困耶아  황벽스님께서 “이 놈이 피곤한 모양이구나.”하시니, 
황벽운 자한곤야   
師云 也未擧어니 困箇什麽오  “괭이도 아직 들지 않았는데 
사운 곽야미거   곤개십마  피곤하다니요.”하였다. 
黃蘗便打하니 師接住棒하야 一送送倒하다  황벽스님이 후려치자, 
황벽변타   사접주방   일송송도  스님이 몽둥이를 잡아 던지고 밀쳐 넘어뜨렸다. 
黃蘗喚維那호대 維那扶起我하라  황벽스님께서 유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황벽환유나   유나부기아  “유나야! 나를 부축해 일으켜다오.” 
維那近前扶云 和尙爭容得這風顚漢無禮닛고  유나가 다가가 부축해 일으켜 드리면서 “큰스님! 
유나근전부운 화상쟁용득자풍전한무례  이 미친놈의 무례한 짓을 어찌 그냥 두십니까?”하였다. 
黃蘗纔起하야 便打維那하니  황벽스님은 일어나자마자 유나를 후려갈기니 
황벽재기   변타유나     
地云 諸方火葬이어니와  스님이 괭이로 땅을 찍으면서 말하였다. 
사곽지운 제방화장  “제방에서는 모두 화장을 하지만 
我這裏는 一時活埋하노라  나는 여기 한꺼번에 산 채로 파묻어버린다.” 
아자리   일시활매 
後潙山이 問仰山호대 黃蘗打維那意作麽生고  뒷날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후위산   문앙산     황벽타유나의자마생  “황벽스님이 유나를 때린 의도가 무엇이냐?” 
仰山云 正賊走却하고 邏蹤人喫棒이니다  “진짜 도적은 달아나 버렸는데 
앙산운 정적주각     나종인긱방  뒤쫓던 순라군이 봉변당한 꼴입니다.” 
5. 황벽스님이 입을 쥐어박다
師一日에 在僧堂前坐러니  스님이 하루는 승당에 앉아 있다가
사일일   재승당전좌     
見黃蘗來하고 便閉却目하니  황벽스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견황벽래   변폐각목     눈을 감아버렸다.
黃蘗乃作怖勢하고 便歸方丈이어늘  황벽스님이 두려워하는 시늉을 하시며
황벽내작포세   변귀방장        바로 방장실로 돌아가버리셨다.
師隨至方丈하야 禮謝하다  스님은 뒤 따라 방장실로 가서 
사수지방장   예사 무례하였음을 사죄하였다.
首座在黃蘗處侍立이러니  수좌스님이 황벽스님을 모시고 곁에 서 있는데
수좌재황벽처시립       
黃蘗云 此僧雖是後生이나 却知有此事로다  황벽스님께서 "이 스님이 비록 후생이긴 하나 
황벽운 차승수시후생        각지유차사      도리어 이 일이 있음을 안다." 하셨다.
首座云 老和尙脚跟도 不點地어늘  수좌스님이 말했다. "노스님께서는 발꿈치가
수좌운  노화상각근   부점지        땅에 닿지도 않았는데 
却證據箇後生이로다  후생을 증명하십니까?"
각증거개후생       
黃蘗自於口上에 打一한대  황벽스님께서는 자기 손으로 입을 쥐어박으니
황벽자어구상   타일괵 
首座云 知卽得이니다  수좌스님이 "아셨으면 됐습니다." 하였다.
수좌운 지즉득 
6. 황벽스님이 큰방에 들어가다
師在堂中睡어늘 黃蘗下來見하고  스님이 선당에서 졸고 있는데 
사재당중수     황벽하래견      황벽스님께서 내려와 보시고 
以拄杖打板頭一下라  주장자로 선판 모서리를 한 번 두드렸다. 
이주장타판두일하
師擧頭하야 見是黃蘗却睡하니  스님이 고개를 들어 
사거두     견시황벽각수      황벽스님인 것을 보고서도 다시 졸자, 
黃蘗又打板頭一下하고  황벽스님은 다시 선판 모서리를 두드리시고는 
황벽우타판두일하
却往上間하야 見首座座禪하고 乃云  윗칸으로 가셔서 
각왕상간     견수좌좌선     내운  수좌가 좌선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下間後生却坐禪이어늘 汝這裏妄想作什麽오  “아래 자리의 후생은 좌선을 하는데 
하간후생각좌선    여자리망상작십마      너는 여기서 무슨 망상을 피우고 있느냐?”
首座云 這老漢이 作什麽오  그러자 수좌가 “이 노장이 무슨 수작이야!”하니, 
수좌운 자노한   작십마 
黃蘗打板頭一下하고 便出去하니라  황벽스님은 선판을 두드리고 나가버리셨다. 
황벽타판두일하   변출거 
後潙山이 問仰山호대 黃蘗入僧堂意作麽生고  뒷날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후위산   문앙산     황벽입승당의자마생  “황벽스님이 선방에 들어갔던 뜻이 무엇인가?” 
仰山云 兩彩一賽이니다  “한 개 주사위의 두 가지 그림입니다.” 
앙산운 양채일새 
7. 운력에 빈 손으로 가다
一日普請次에 師在後行이러니  하루는 대중이 운력을 가는데
일일보청차   사재후행        스님은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黃蘗回頭하야 見師空手하고 乃問  황벽스님은 고개를 돌려 
황벽회두     견사공수    내문  스님이 빈 손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 물으셨다.
頭在什麽處오 師云 有一人將去了也니다  "괭이는 어디 있느냐?"
곽두재십마처   사운 유일인장거요야  "어떤 사람이 가져가버렸습니다."
黃蘗云 近前來하라 共汝商量箇事하리라  "이리 가까이 오너라.
황벽운 근전래     공여상량개사  너와 이 일을 따져보리라."
師便近前한대 黃蘗竪起頭云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오자
사변근전    황벽수기곽두운  황벽스님은 괭이를 일으켜 세우시며 말씀하셨다.
祇這箇는 天下人拈掇不起로다  "오직 이것만은 천하 사람들이 잡아 세우려 해도
지자개    천하인염철부기  일으키지 못한다."
師就手得하야 竪起云  스님은 손을 뻗어 낚아채 
사취수체득     수기운  잡아 세우면서 말했다.
爲什麽하야 却在某甲手裏닛고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은 제 손 안에 있습니까?"
위십마     각재모갑수리
黃蘗云 今日大有人普請이라하고 便歸院하니라  황벽스님께서는 "오늘 많은 사람들이 
황벽운 금일대유인보청     변귀원  운력하는구나." 하시고는 절로 돌아가버리셨다.
後潙山이 問仰山호대 頭在黃蘗手裏어늘  뒷날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후위산  문앙산   곽두재황벽수리      “괭이가 황벽 스님의 손에 있었는데, 
爲什麽하야 却被臨濟奪却고  무엇 때문에 다시 임제한테 빼앗겼느냐?” 
위십마   각피임제탈각   
仰山云 賊是小人이나 智過君子니다  앙산이 대답하였다. 
앙산운 적시소인   지과군자  “도적이 소인이지만 지혜는 군자를 능가합니다."
8. 위산(潙山)스님에게 편지를 전하다
師爲黃蘗馳書去潙山하니 時仰山作知客이라  스님이 황벽스님의 편지를 전하러 위산스님에게 갔었는데 
사위황벽치서거위산   시앙산작지객 그때 앙산스님이 지객 소임을 맏은 터라 
接得書便問하되 這箇是黃蘗底니 那箇是專使底오  편지를 받으며 물었다. “이것은 황벽스님의 것이니 
접득서변문   자개시황벽저  나개시전사저    그대의 것은 어느 것인가?” 
師便掌한대 仰山約住云  스님이 손바닥으로 후려갈기자, 
사변장   앙산약주운  앙산스님이 그를 붙잡으며 말하였다.
老兄아 知是般事어든 便休하라 同去見潙山하니  “노형께서 이 일을 아신 바에야 그만둡시다.” 
노형  지시반사   변휴   동거견위산 둘이 함께 가서 위산스님을 뵈니 
潙山便問 黃蘗師兄多少衆고  위산스님이 물었다. 
위산변문 황벽사형다소중    “황벽 사형께서는 대중이 얼마나 되는가?” 
師云 七百衆이니다 潙山云 什麽人爲導首오  “7백 대중입니다.” 
사운 칠백중    위산운 십마인위도수    “누가 우두머리인가?” 
師云 適來已達書了也니다  “방금 전에 이미 편지를 전해 드렸습니다.” 
사운 적래이달서요야 
師却問潙山호대 和尙此間은 多少衆이닛고  스님이 도리어 위산스님에게 물었다. 
사각문위산     화상차간   다소중  “이 곳 큰스님의 회하에는 대중이 얼마나 됩니까?” 
潙山云 一千五百衆이니라 師云 太多生이니다  “일천 5백 대중이라네.” 
위산운  일천오백중    사운  태다생  “매우 많군요.”
潙山云 黃蘗師兄도 亦不少니라   “황벽 사형께서도 적지 않으시네.” 
위산운 황벽사형  역불소 
師辭潙山하니 仰山送出云  스님이 위산스님을 하직하고 나오니 
사사위산   앙산송출운  앙산스님이 전송하면서 말하였다.
汝向後北去하면 有箇住處리라  “그대가 뒷날 북쪽으로 가면 
여향후북거   유개주처 머무르실 곳이 있을 것입니다.”
師云 豈有與麽事리오 仰山云 但去하다  “무슨 그럴 일이 있겠소?” 
사운 기유여마사   앙산운 단거  앙산스님이 말했다. “가시기만 하면 
已後有一人이 佐輔老兄在하러니  한 사람이 노형을 보좌해 드릴 것입니다. 
이후유일인   좌보노형재       
此人祇是有頭無尾며 有始無終이니라  이 사람은 머리만 있고 꼬리는 없으며, 
차인지시유두무미  유시무종        시작은 있고 끝은 없을 것입니다.” 
師後到鎭州하니 普化已在彼中이라  스님이 뒷날 진주에 이르자, 
사후도진주   보화이재피중 보화스님이 이미 거기에 있었다. 
師出世에 普化佐贊於師라가  스님이 세상에 알려지자 
사출세  보화좌찬어사      보화스님은 스님을 도와드리다가 
師住未久에 普化全身脫去하니라    스님이 진주에 머문 지 오래지 않아 
사주미구  보화전신탈거  보화스님은 전신탈거로 세상을 떴다. 
9. 여름안거를 깨뜨리다
師因半夏에 上黃蘗하야 見和尙看經하고  임제 스님이 여름철 안거 중간에 황벽산에 올라갔다가 
사인반하  상황벽   견화상간경  황벽 스님이 경을 읽고 계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師云 我將謂是箇人이러니  “저는 스님을 그럴싸한 분으로 생각해 왔는데 
사운 아장위시개인       
元來是黑豆老和尙이로다  알고 보니 검정콩이나 주워 먹는 노스님이군요.” 
원래시암흑두노화상
住數日타가 乃辭去하니 黃蘗云  며칠을 머물다가 하직 인사를 드리러 가니, 
주수일타  내사거   황벽운  항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汝破夏來하야 不終夏去아  “그대는 여름 안거를 깨뜨리고 오더니, 
여파하래   부종하거 결국 여름 안거를 마치지도 않고 가려 하는가?”
師云 某甲暫來禮拜和尙이니다  “저는 스님께 잠시 인사를 드리러 
사운 모갑잠래예배화상        왔을 뿐입니다.”하였다. 
黃蘗이 遂打趁令去하니  황벽 스님께서는 임제 스님을 
황벽   수타진령거  후려갈겨 내쫓아 버렸다. 
師行數里라가 疑此事하야 却回終夏하니라     임제 스님이 몇 리를 가다가 이 일을 의심하고 
사행수리   의차사   각회종하  다시 돌아와 그 여름 안거를 마쳤다. 
10. 천하 사람들의 입을 막으리라
師一日에 辭黃蘗하니 檗問 什麽處去오  임제 스님이 어느 날 황벽 스님을 하직하니, 
사일일   사황벽     벽문 십마처거  황벽 스님께서 물었다. “어디로 가려 하느냐?”
師云 不是河南이면 便歸河北이니다  “하남이 아니면 하북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사운 불시하남     변귀하북 
黃蘗便打한대 師約住與一掌이라  황벽 스님이 곧바로 후려치자, 
황벽변타     사약주여일장      임제 스님이 그를 잡고 손바닥으로 한 대 때렸다. 
黃蘗大笑하고 乃喚侍者호대  이에 황벽 스님이 큰 소리로 웃으며 시자를 불렀다.
황벽대소     내환시자 
將百丈先師禪版机案來하라 師云 侍者將火來하라  “백장 스님이 물려준 선판과 경상을 가져오너라.”하시니 
장백장선사선판궤안래    사운 시자장화래  임제 스님이 “시자야! 그것을 불질러라.”하였다. 
黃蘗云 雖然如是나 汝但將去하라  황벽스님이 말했다.
황벽운 수연여시   여단장거  “비록 그렇긴 하지만 그냥 가져가거라. 
已後에 坐却天下人舌頭去在리라   나중에 앉은 자리에서 
이후   좌각천하인설두거재  천하 사람들의 입을 막게 할 것이다.” 
11.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다 
後潙山이 問仰山호대 臨濟莫辜負他黃蘗也無아  뒷날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후위산   문앙산     임제막고부타황벽야무  “임제가 황벽 스님을 저버린 게 아닌가?” 
仰山云 不然이니다 潙山云 子又作麽生고  “그렇지 않습니다.” 
앙산운 불연       위산운 자우자마생  “그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仰山云 知恩方解報恩이니다  “은혜를 알아야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법입니다.” 
앙산운 지은방해보은 
潙山云 從上古人이 還有相似底也無아  “옛 사람들도 이와 같은 경우가 있었는가?” 
위산운 종상고인   환유상사저야무 
仰山云 有나 祇是年代深遠하야  “있습니다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앙산운 유   지시년대심원     
不欲擧似和尙이니다  스님께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불욕거사화상 
潙山云 雖然如是나 吾亦要知하니 子但擧看하라  “그렇긴 하나 나도 알고 싶으니 말해 보아라.” 
위산운 수연여시   오역요지     자단거간 
仰山云 祇如楞嚴會上에 阿難讚佛云  “다만 저 능엄회상에서 아난이 부처님을 찬탄하기를,
앙산운 지여능엄회상   아난찬불운 
將此深心奉塵刹하니  ‘이 깊은 마음으로 먼지같이 많은 국토를 받드는 것이 
장차심심봉진찰 
是則名爲報佛恩이라하니 豈不是報恩之事닛고  곧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것입니다.’라고 하였으니, 
시즉명위보불은         기불시보은지사  이 어찌 은혜를 갚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潙山云 如是如是로다 見與師齊하면 減師半德이요  “그렇다. 그렇다. 견해가 스승과 같으면 
위산운 여시여시     견여사제     감사반덕  스승의 덕을 반이나 감하는 것이고, 
見過於師라사 方堪傳授니라  견해가 스승보다 나아야만 비로소 법을 전해 줄 만하다.” 
견과어사     방감전수 
12. 부처와 조사에게 다 예배하지 않는다 
師到達磨塔頭하니 塔主云  임제 스님이 달마조사의 탑전에 이르렀는데 
사도달마탑두     탑주운  탑을 관리하는 스님이 말하였다. 
長老야 先禮佛가 先禮祖아  “장로께서는 부처님께 먼저 절하십니까? 
장노   선예불   선예조 조사에게 먼저 절하십니까?” 
師云 佛祖俱佛禮니라  “부처와 조사에게 다 절하지 않습니다.” 
사운 불조구불예     
塔主云 佛祖與長老로 是什麽冤家오  “부처님과 조사가 장로에게 무슨 원수라도 됩니까?” 
탑주운 불조여장노   시십마원가 
師便拂袖而出하니라  임제 스님이 곧바로 소매를 떨치고 나가 버렸다. 
사변불수이출 
13. 오늘은 낭패를 보았다 
師行脚時에 到龍光하니 光上堂이라  스님이 행각하실 때 용광스님이 처소에 이르렀는데, 
사행각시   도룡광     광상당      용광스님이 마침 법당에서 설법을 하고 있었으므로 
師出問 不展鋒하고 如何得勝고  스님이 물었다.“칼을 뽑지 않고 어떻게 이길 수 있습니까?” 
사출문 부전봉망    여하득승   
光據坐한대 師云 大善知識이 豈無方便고  용광스님이 묵묵히 앉아 있자 임제스님이 말하였다. 
광거좌     사운 대선지식   기무방편  “큰 선지식께서 어찌 방편이 없으십니까?” 
光瞪目云 하니 師以手指云  용광스님이 눈을 크게 뜨고 쉰 목소리로 “사!”하니, 
광징목운 사     사이수지운  임제스님이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這老漢이 今日敗闕也로다  “이 늙은이가 오늘 낭패를 보았구나.” 
자노한   금일패궐 
14. 앉아서 차나 들게 
到三峯하니 平和尙問 什麽處來오  삼봉에 갔을 때 평화상이 물었다. 
도삼봉     평화상문 십마처래    “어디서 왔는가?” 
師云 黃蘗來니라 平云 黃蘗有何言句오  “황벽 스님의 회하에서 왔습니다.” 
사운 황벽래    평운 황벽유하언구    “황벽 스님은 어떤 법문을 하시는가?” 
師云 金牛昨夜에 遭塗炭하야  “금빛 소가 간밤에 진창에 빠져 
사운 금우작야   조도탄    
直至如今不見蹤이로다  아직까지도 그 자취를 찾을 수 없습니다.” 
직지여금불견종       
平云 金風吹玉管하니 那箇是知音고  “가을바람이 옥피리를 분다. 
평운 금풍취옥관     나개시지음  누가 이 소리를 아는가?” 
師云 直透萬重關하야 不住淸霄內로다  “곧바로 만 겹 관문을 뚫으니 
사운 직투만중관     부주청소내  맑은 하늘에도 머물지 않습니다.” 
平云 子這一問이 太高生이로다  “그대의 한마디 물음이 높구나.” 
평운 자자일문   태고생 
師云 龍生金鳳子하야 衝破碧瑠璃로다  “용이 금빛 봉황의 새끼를 낳으니 
사운 용생금봉자     충파벽유리      유리 빛 푸른 창공을 뚫고 날아갑니다." 
平云 且坐喫茶하라  “자, 앉아서 차나 들게.”하셨다. 
평운 차좌긱다 
15. 요즘 어떠하던가 
又問 近離甚處오 師云 龍光이니라  평화상이 다시 물었다. “근래에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문 근리심처   사운 용광 “용광 스님이 계시는 곳에서 왔습니다.” 
平云 龍光近日如何오 師便出去하니라  “용광 스님은 요즈음 어떠하시던가?” 
평운 용광근일여하   사변출거  임제 스님은 곧바로 나가 버렸다. 
16. 삼산이 만 겹의 관문을 가두어 버렸다 
到大慈하니 慈在方丈內坐어늘  대자 스님이 계신 곳에 갔을 때, 
도대자     자재방장내좌      대자 스님이 방장실에 앉아 계셨는데 
師問 端居丈室時如何오  임제 스님이 여쭈었다. 
사문 단거장실시여하  “방장실에 단정히 앉아 계실 때는 어떻습니까?” 
慈云 寒松一色千年別이요 野老拈花萬國春이로다  “추운 겨울에도 소나무는 한결같아 푸른 빛이 천 년을 빼어났고, 
자운 한송일색천년별    야노염화만국춘이  시골의 노인이 꽃을 꺾어 드니 온 세계가 봄이로다.” 
師云 今古永超圓智體여 三山銷斷萬重關이로다  “고금에 길이 뛰어난 크고 원만한 지혜의 본체여, 
사운 금고영초원지체   삼산소단만중관  삼산(三山)이 만 겹의 관문을 가두어 버렸더라.
慈便喝한대 師亦喝하니  ”대자 스님이 대뜸 “할!”을 하니, 
자변할     사역할      임제 스님도 “할!”을 하였다. 
慈云 作麽오 師拂袖便去하니라         대자 스님이 “어떤가?”하니, 
자운 작마   사불수변거  임제 스님은 소매를 떨치며 가버렸다. 
17. 훌륭한 선객은 정말 다르구나 
到襄州華嚴하니 嚴倚拄杖하야 作睡勢어늘  양주의 화엄 스님에게 갔을 때, 
도양주화엄     엄의주장     작수세  화엄 스님이 주장자에 기대어 조는 시늉을 하였다. 
師云 老和尙睡作麽오  임제 스님이,
사운 노화상갑수작마    “노스님께서 졸기만 하면 어떻게 합니까?”
嚴云 作家禪客이 宛爾不同이로다  “훌륭한 선객은 정말 다르구나.” 
엄운  작가선객   완이부동 
師云 侍者야 點茶來하야 與和尙喫하라  “시자야! 차를 달여 와서 큰스님께서 드시도록 하여라.” 
사운 시자   점다래     여화상긱     
嚴乃喚維那호대 第三位에 安排這上座하라  화엄 스님이 유나를 불러, 
엄내환유나    제삼위   안배자상좌  “이 스님을 셋째 자리에 모시도록 하여라.”하였다. 
18. 화살이 서천을 지나갔다 
到翠峯하니 峯問 甚處來오  임제 스님이 취봉 스님 계신 곳에 이르자 취봉 스님이 물었다. 
도취봉     봉문 심처래    “어디서 왔는가?” 
師云 黃蘗來니라  “황벽 스님 회하에서 왔습니다.” 
사운 황벽래 
峯云 黃蘗有何言句하야 指示於人고  “황벽 스님은 어떤 법문으로 학인을 지도하시는가?” 
봉운 황벽유하언구    지시어인    
師云 黃蘗無言句니라 峯云 爲什麽無오  “황벽 스님은 법문이 없으십니다.” 
사운 황벽무언구    봉운 위십마무    “어째서 없는가?” 
師云 設有라도 亦無擧處니라  “설령 있다고 하더라고 소개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사운 설유     역무거처 
峯云 但擧看하라 師云 一箭過西天이로다           “어쨌든 한 번 말해 보아라.” 
봉운 단거간     사운 일전과서천  “화살이 서천을 지나가 버렸습니다.” 
19. 여기서 무슨 밥그릇을 찾는가 
到象田하야 師問호대  임제 스님이 상전 스님 계신 곳에 이르러 물었다. 
도상전    사문   
不凡不聖하니 請師速道하라  “범부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니 
불범불성     청사속도  스님께서는 빨리 말씀 해주십시오.”
田云 老僧祇與麽니라        “노승은 그저 이럴 뿐이네.” 
전운 노승지여마 
師便喝云 許多禿子야  임제 스님이 곧 “할!”하시고는
사변할운 허다독자    “허다한 머리 깎은 이들아, 
在這裏覓什麽椀고  여기에서 무슨 밥그릇을 찾고 있는가?” 
재자리멱십마완 
20. 짚신만 떨어뜨릴 뿐이다 
到明化하니 化問 來來去去作什麽오  명화 스님이 계신 곳에 이르자 명화 스님이 물었다. 
도명화     화문 내래거거작십마    “왔다 갔다 하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 
師云 祇徒踏破草鞋로다  “그저 쓸데없이 짚신만 떨어뜨릴 뿐입니다.” 
사운 지도답파초혜 
化云 畢竟作麽生고 師云 老漢話頭也不識이로다  “결국 어쩌겠다는 말인가?” 
화운 필경자마생  사운  노한화두야불식 “이 노인네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구나.” 
21. 노파의 거량 
往鳳林타가 路逢一婆하니 婆問 甚處去오  스님이 봉림 스님에게 가던 도중 어떤 노파를 만났는데 
왕봉림타   노봉일파    파문  심처거    노파가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師云 鳳林去니라  “봉림 스님이 계신 곳으로 갑니다.” 
사운 봉림거
婆云 恰値鳳林不在로다 師云 甚處去오  “봉림 스님은 마침 계시지 않습니다.” 
파운 흡치봉림부재     사운 심처거  “어딜 가셨습니까?” 하였는데 
婆便行이라 師乃喚婆하니 婆回頭어늘 師便打하다  노파가 그냥 가니까 임제 스님이 불렀다. 
파변행   사내환파   파회두   사변타  노파가 고개를 돌리자 임제 스님이 후려쳤다. 
22. 봉림과의 시문답(詩問答) 
到鳳林하니 林問 有事相借問得麽아  임제스님이 봉림스님이 계신 곳에 이르자 봉림스님이 물었다. 
도봉림     임문 유사상차문득마    “물어 볼 것이 있는데 괜찮겠는가?” 
師云 何得刓肉作瘡고  “무엇 때문에 긁어 부스럼을 만드십니까?” 
사운 하득완육작창 
林云 海月澄無影이어늘 游魚獨自迷로다  "바다에 비친 달은 맑아서 그림자가 없는데
임운 해월징무영       유어독자미      노니는 고기가 스스로 미혹함이로다."
師云 海月旣無影이어늘 游魚何得迷오  “바다에 비친 달은 이미 그림자가 없는데, 
사운 해월기무영     유어하득미    노니는 고기가 미혹할리 있겠습니까?” 
鳳林云 觀風知浪起하고 翫水野帆飄로다  “바람을 보아 물결이 이는 것을 알고, 
봉림운 관풍지랑기     완수야범표  물을 보고 작은 배에 돛을 올린다.” 
師云 孤輪獨照江山靜하니 自笑一聲天地驚이로다  “외로운 달이 홀로 비치어 강산은 고요한데, 
사운 고륜독조강산정     자소일성천지경  혼자서 웃는 소리가 천지를 놀라게 하는군요.” 
林云 任將三寸輝天地나 一句臨機試道看하라  “세 치 혀를 가지고 천지를 비추는 것은 알아서 할 일이나, 
임운 임장삼촌휘천지   일구임기시도간  기틀에 맞는 한마디를 던져 보시게.” 
師云 路逢劍客須呈劍이요 不是詩人莫獻詩로다  “길에서 검객을 만나면 칼을 바쳐야 하지만, 
사운 노봉검객수정검     불시시인막헌시  시인이 아니면 시를 말하지 마십시오.
鳳林便休하니 師乃有頌호대  ”봉림 스님이 거기서 그만두자 임제 스님이 게송을 하였다.“
봉림변휴     사내유송     
大道絶同하야 任向西東이라  큰 도는 철저히 동쪽과 서쪽을 마음대로 향함이라. 
대도절동     임향서동 
石火莫及이요 電光罔通이로다  부싯돌의 불도 따라잡지 못하고 
석화막급     전광망통  번갯불도 통하지 못하도다.” 
23. 공적으로는 바늘도 용납하지 않는다 
潙山問仰山호대 石火莫及이요 電光罔通이어늘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위산문앙산     석화막급     전광망통 “부싯돌의 불빛도 미칠 수 없고 번갯불도 통할 수 없는데 
從上諸聖이 將什麽爲人고  옛날부터 여러 성인들께서는 
종상제성   장십마위인    무엇으로 학인들을 지도하였는가?” 
仰山云 和尙意作麽生고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앙산운 화상의자마생 
潙山云 但有言說이요 都無實義니라  “말만 있을 뿐 전혀 실다운 뜻은 없다.” 
위산운 단유언설     도무실의     
仰山云 不然이니다 潙山云 子又作麽生고  “그렇지 않습니다.” 
앙산운 불연     위산운 자우자마생    “그럼 그대는 어떤가?” 
仰山云 官不容針이나 私通車馬니다  “공적으로는 바늘 하나도 용납할 수 없지만 
앙산운 관불용침     사통거마  사적으로는 수레나 말까지도 통합니다.”
24. 오늘은 운수가 나쁘다 
到金牛하니 牛見師來하고  금우스님이 계신 곳에 이르자, 
도금우     우견사래      금우 스님이 임제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橫按拄杖하야 當門踞坐라  주장자를 가로 누인 채 문에 걸터앉아 있었다. 
횡안주장     당문거좌 
師以手로 敲拄杖三下하고  임제 스님이 손으로 주장자를 세 번 두드리고 
사이수   고주장삼하     
却歸堂中第一位坐하니라  선방으로 들어가 첫 번째 자리에 앉으니 
각귀당중제일위좌 
牛下來見하야 乃問 夫賓主相見은 各具威儀어늘  금우 스님이 내려와 보고 물었다. 
우하래견     내문 부빈주상견   각구위의  “손님과 주인이 만나면 서로 예의를 차려야 하는데, 
上座從何而來관대 太無禮生고  상좌는 어디서 왔기에 이다지도 무례한가?” 
상좌종하이래     태무례생   
師云 老和尙은 道什麽오  “노스님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사운 노화상   도십마 
牛擬開口어늘 師便打한대 牛作倒勢라  금우 스님이 입을 열려는데 임제 스님이 곧바로 후려치니
우의개구   사변타   우작도세  금우 스님이 넘어지는 시늉을 하는데 
師又打하니 牛云 今日不著便이로다  임제 스님이 또 치니 금우 스님이 말하였다. 
사우타   우운 금일불착편  “오늘은 운수가 나쁘구나.” 
25. 다 이기고 졌다 
潙山問仰山호대 此二尊宿이 還有勝負也無아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위산문앙산     차이존숙   환유승부야무  “이 두 큰스님이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느냐?” 
仰山云 勝卽總勝이요 負卽總負니라  “이겼다면 다 이겼고, 졌다면 다 졌습니다.” 
앙산운 승즉총승     부즉총부 
26. 임제 스님이 열반할 때 
師臨遷化時에 據坐云  임제 스님이 열반하실 때 자리에 앉으셔서 말씀하였다. 
사임천화시   거좌운 
吾滅後 不得滅却吾正法眼藏이어다  “내가 가고 난 다음에 
오멸후 부득멸각오정법안장  나의 정법안장이 없지지 않도록 하여라.” 
三聖出云 爭敢滅却和尙正法眼藏이닛고  삼성 스님이 나와서 사뢰었다. 
삼성출운 쟁감멸각화상정법안장  “어찌 감히 큰스님의 정법안장을 없앨 수 있겠습니까?” 
師云 已後有人問하면 向他道什麽오  “이후에 누가 그대에게 물으면 
사운 이후유인문이     향타도십마    무어라고 말해 주겠느냐?” 
三聖便喝한대  삼성 스님이 “할!”을 하므로 
삼성변할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師云 誰知吾正法眼藏이 向這瞎驢邊滅却고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 먼 나귀한테서 없어질 줄 
사운 수지오정법안장   향자할려변멸각 누가 알겠는가?” 
言訖에 端然示寂하니라  말을 마치시고 단정하게 앉으신 채 열반을 보이셨다. 
언흘   단연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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