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깨친 기연 | |
師初在黃蘗會下하야 行業純一이어늘 | 스님께서 처음 황벽 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
사초재황벽회하 행업순일 | 모든 행동거지가 순일하였다. |
首座乃歎曰 雖是後生이니 與衆有異로다 | 수좌 목주(睦州)스님이 찬탄하여 말했다. |
수좌내탄왈 수시후생 여중유이 | “비록 후배이긴 하나 대중과는 다른 데가 있다.” |
遂問 上座在此多少時오 | 그리고는 물었다. |
수문 상좌재차다소시 | “스님은 여기에 있은 지 얼마나 되는가?” |
師云 三年이니다 | “3년 됩니다.” |
사운 삼년 | |
首座云 曾參問也無아 | “참문한 적이 있는가?” |
수좌운 증참문야무 | |
師云 不曾參問이니 不知問箇什麽오 | “참문하지 못했습니다. |
사운 부증참문 부지문개십마 |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首座云 汝何不去問堂頭和尙호대 | “조실스님을 찾아뵙고 ‘무엇이 불법의 |
수좌운 여하불거문당두화상 | |
如何是佛法的的大意오 | 정확한 뜻입니까?’하고 왜 묻지 않는가?” |
여하시불법적적대의 | |
師便去問한대 聲未絶에 黃蘗便打하다 | 그래서 스님은 가서 바로 가서 여쭈었는데 |
사변거문 성미절 황벽변타 |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벽스님께서 대뜸 후려치셨다. |
師下來에 首座云 問話作麽生고 | 스님이 내려오자 수좌스님이 물었다. |
사하래 수좌운 문화자마생 | “법을 물으러 갔던 일은 어찌 되었는가?” |
師云 某甲問聲未絶에 和尙便打하니 | “내가 묻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
사운 모갑문성미절 화상변타 | 큰스님께서 느닷없이 때리시니 |
某甲不會니다 |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
모갑불회 | |
首座云 但更去問하라하니 | “그렇지만 다시 가서 묻도록 하게.” |
수좌운 단갱거문 | |
師又去問이라 黃蘗又打하야 | 스님이 다시 가서 물으니, |
사우거문 황벽우타 | 황벽 스님이 또 후려치셨다. |
如是三度發問하고 三度被打하니라 | 이렇게 세 번 묻고, 세 번 맞았다 |
여시삼도발문 삼도피타 | [三度發問 三度被打] |
師來白首座云 幸蒙慈悲하야 | 스님이 돌아와서 수좌에게 말하였다. |
사래백수좌운 행몽자비 | “다행히 자비하심을 입어서 |
令某甲問訊和尙하야 三度發問에 三度被打니다 | 제가 큰스님께 가서 불법을 물었는데 |
영모갑문신화상 삼도발문 삼도피타 | 세 번 묻고, 세 번을 맞았습니다. |
自恨障緣으로 不領深旨하니 今且辭去하노이다 | 업장이 두꺼워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
자한장연 불령심지 금차사거 | 스스로 한탄하고 지금 떠나려고 합니다.” |
首座云 汝若去時에는 須辭和尙去하라 | “그대가 만약 떠나려거든 |
수좌운 여약거시 수사화상거 | 큰 스님께 가서 하직 인사는 드리고 가야 하네." |
師禮拜退하니라 | 스님은 인사하고 물러났다. |
사예배퇴 | |
首座先到和尙處云 | 수좌스님이 먼저 |
수좌선도화상처운 | 황벽스님의 처소에 가서 말씀드렸다. |
問話底後生이 甚是如法하니 | “법을 물으러 왔던 후배가 |
문화저후생 심시여법 | 대단히 여법(如法)합니다. |
若來辭時에는 方便接他하소서 | 만약 와서 하직 인사를 드리거든 |
약래사시 방편접타 | 방편으로 그를 이끌어 주십시오. |
向後穿鑿하야 成一株代樹하야 | 앞으로 잘 다듬으면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되어 |
향후천착 성일주대수 | |
與天下人作廕凉去在리이다 | 천하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울 것입니다.” |
여천하인작음양거재 | |
師去辭한대 黃蘗云 不得往別處去요 | 스님이 가서 하직인사를 드리니 황벽 스님이 말씀하셨다. |
사거사 황벽운 부득왕별처거 |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
汝向高安灘頭大愚處去하라 | 너는 고안 여울가의 |
여향고안탄두대우처거 | 대우스님 처소로 가도록 하여라. |
必爲汝說하리라 | 반드시 너를 위하여 말해 줄 것이다.” |
필위여설 | |
師到大愚한대 大愚問 什麽處來오 | 스님이 대우스님에게 이르자 대우스님이 물었다. |
사도대우 대우문 십마처래 | “어디서 왔는가?” |
師云 黃蘗處來니다 | “황벽스님의 처소에서 왔습니다.” |
사운 황벽처래 | |
大愚云 黃蘗有何言句오 | “황벽 스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
대우운 황벽유하언구 | |
師云 某甲이 三度問佛法的的大意라가 | “제가 세 번이나 불법의 정확한 뜻을 물었다가 |
사운 모갑 삼도문불법적적대의 | |
三度被打하니 不知某甲이 有過無過닛가 | 세 번 얻어맞기만 했습니다.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
삼도피타 부지모갑 유과무과 | 저에게 허물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
大愚云 黃蘗與麽老婆하야 爲汝得徹困이어늘 | “황벽 스님이 그토록 노파심이 간절하여 |
대우운 황벽여마노파 위여득철곤 | 그대를 위해 뼈에 사무치게 하였거늘 |
更來這裏하야 問有過無過아 | 여기까지 와서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가?” |
갱래자리 문유과무과 | * 無多子~ (俗) 꾸밈없다, 간단명료하다, =至道無難 |
師於言下에 大悟云 元來黃蘗佛法이 無多子니다 | 스님은 그 말끝에 크게 깨닫고는 |
사어언하 대오운 원래황벽불법 무다자 | “황벽스님의 불법이 간단하구나.” 하였다. |
大愚搊住云 這尿牀鬼子야 | 대우 스님이 멱살을 움켜쥐며, |
대우추주운 자요상귀자 | “이 오줌싸개 같은 놈! |
適來道有過無過러니 | 방금 허물이 있느니 없느니 하더니 |
적래도유과무과 | |
如今却道黃蘗佛法이 無多子라하니 | 이제 와서는 도리어 황벽스님의 불법이 |
여금각도황벽불법 무다자라 | 간단하다고 하느냐? |
儞見箇什麽道理오 速道速道하라 | 그래 너는 무슨 도리를 보았느냐? |
이견개십마도리 속도속도 | 빨리 말해봐라, 빨리 말해!” 하였다. |
師於大愚脅下에 築三拳한대 | 이에 스님이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
사어대우협하 축삼권 | 주먹으로 세 번 쥐어박았다. |
大愚托開云 汝師黃蘗이요 非干我事니라 | 대우스님이 스님을 밀쳐 버리면서 말하였다. |
대우탁개운 여사황벽 비간아사 | “네 스승은 황벽이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
師辭大愚하고 却回黃蘗하니 黃蘗見來하고 | 스님은 대우스님을 하직하고 다시 황벽스님께로 돌아오자 |
사사대우 각회황벽 황벽견래 | 황벽스님께서 스님이 오는 것을 보시고 |
便問 這漢來來去去에 有什麽了期리요 | "이 놈이 왔다갔다 하기만 하니 |
변문 자한내래거거 유십마료기 | 언제 마칠 날이 있겠느냐?" 하셨다. |
師云 祇爲老婆心切이니다 便人事了侍立하니 | "오직 스님의 간절하신 노파심 때문입니다." |
사운 지위노파심절 변인사요시립 | 인사를 마치고 곁에 서 있으니, |
黃蘗問 什麽處去來오 | 황벽스님께서 물으셨다. |
황벽문 십마처거래 | "어디를 갔다 왔느냐?" |
師云 昨奉慈旨하야 令參大愚去來니다 | "지난번 스님의 자비하신 가르침을 받들어, |
사운 작봉자지 영참대우거래 | 대우스님을 뵙고 왔습니다." |
黃蘗云 大愚有何言句오 師遂擧前話한대 | "대우가 무슨 말을 하더냐?" |
황벽운 대우유하언구 사수거전화 | 스님이 지난 이야기를 말씀드리니 |
黃蘗云 作麽生得這漢來하야 待痛與一頓고 |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하면 이 작자가 |
황벽운 자마생득자한래 대통여일돈 | 오는 것을 기다려 호되게 한 방 줄까?" |
師云 說什麽待來오 卽今便喫하소서 | "오기를 기다릴 것까지야 있으십니까? |
사운 설십마대래 즉금변긱 | 지금 곧 잡수십시요." 하고는 |
隨後便掌하니 黃蘗云 這風顚漢이 | 뒤따라 손바닥으로 치니 |
수후변장 황벽운 자풍전한 | "이 미친 놈이 |
却來這裏捋虎鬚로다 師便喝하니 | 다시 여기 와서 범의 수염을 만지는구나." |
각래자리날호수 사변할 | 스님이 "할!" 하자 |
黃蘗云 侍者야 引這風顚漢하야 參堂去하라 |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시자야! 이 미친 놈을 |
황벽운 시자 인자풍전한 참당거 | 데려가서 선당에 참예케 하여라." |
後潙山이 擧此話하야 問仰山하되 | 뒷날 위산스님이 이 이야기를 하며 |
후위산 거차화 문앙산 |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
臨濟當時에 得大愚力가 得黃蘗力가 | “임제가 그 때 대우의 힘을 얻었는가? |
임제당시 득대우력 득황벽력 | 황벽의 힘을 얻었는가?” |
仰山云 非但騎虎頭요 亦解把虎尾니다 | “범의 머리에 올라앉았을 뿐만 아니라, |
앙산운 비단기호두 역해파호미 | 범의 꼬리도 잡을 줄 안 것입니다.” |
超師之機 | |
2. 소나무를 심다 | |
師裁松次에 黃蘗問 深山裏裁許多하야 作什麽오 | 스님이 소나무를 심고 있는데 황벽스님께서 물었다. |
사재송차 황벽문 심산리재허다 작십마 | “깊은 산 속에 그 많은 소나무를 심어서 무얼 하려느냐?” |
師云 一與山門作境致요 二與後人作標榜이니다 | “첫째는 절의 경치를 가꾸기 위해서이고, |
사운 일여산문작경치 이여후인작표방 | 둘째는 후인들에게 표방을 삼기 위해서입니다.” |
道了將钁頭하야 打地三下한대 | 말을 마치고 괭이로 땅을 세 번 내려치니 |
도료장곽두 타지삼하 | |
黃蘗云 雖然如是나 子已喫吾三十棒了也라 |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였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
황벽운 수연여시 자이긱오삼십방요야 | 너는 이미 나에게 30방을 얻어맞았느니라.” |
師又以钁頭로 打地三下하고 作噓噓聲하니 | 스님이 다시 괭이로 땅을 세 번 내려치며 |
사우이곽두 타지삼하 작허허성 | “허허!” 하니 |
黃蘗云 吾宗到汝하야 大興於世하리라 | 황벽스님께서 “나의 종풍이 너에 이르러 |
황벽운 오종도여 대흥어세 | 세상에 크게 일어날 것이다." 하셨다. |
後潙山이 擧此話하야 問仰山하되 | 뒷날 위산스님이 이 이야기를 하시며 |
후위산 거차화 문앙산 |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
黃蘗當時에 祇囑臨濟一人가 更有人在아 | “황벽스님이 그 당시 임제 한 사람에게만 부촉한 것이냐? |
황벽당시 지촉임제일인 갱유인재 | 아니면 다른 사람도 있느냐?” |
仰山云 有祇是年代深遠하야 不欲擧似和尙이니다 | “있습니다만, 하도 연대가 멀어서 |
앙산운 유지시년대심원 불욕거사화상 | 스님께 말씀드리지 않으렵니다.” |
潙山云 雖然如是나 吾亦要知하니 汝但擧看하라 | “그렇긴 하지만, 나도 또한 알고 싶으니 말해 보아라.” |
위산운 수연여시 오역요지 여단거간 | |
仰山云 一人指南하야 吳越令行타가 | “한 사람이 남쪽을 가리켜서 |
앙산운 일인지남 오월영행 | 오월지방에서 법령이 행해지다가 |
遇大風卽止하니라 | 큰바람을 만나 그칠 것입니다.” |
우대풍즉지 | |
3. 덕산(德山)스님의 선상을 뒤엎다 | |
師侍立德山次에 山云 今日困이로다 | 스님이 덕산스님을 모시고 곁에 서 있는데 |
사시입덕산차 산운 금일곤 | 덕산스님이 "오늘은 피곤하구나" 하자 |
師云 這老漢이 寐語作什麽오 山便打라 | "이 늙은이가 무슨 잠꼬대야!" 하니 |
사운 자노한이 매어작십마 산변타 | 덕산스님이 후려쳤다. |
師掀倒繩牀한대 山便休하니라 | 스님이 선상을 뒤엎어버렸는데 |
사흔도승상 산변휴 | 덕산스님은 가만히 있었다. |
4. 산 채로 파묻다 | |
師普請鋤地次에 見黃蘗來하고 拄钁而立하니 | 스님이 밭매는 운력(運力)을 하다가 |
사보청서지차 견황벽래 주곽이립 | 황벽스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괭이에 기대어 서 있었다. |
黃蘗云 這漢困耶아 | 황벽스님께서 “이 놈이 피곤한 모양이구나.”하시니, |
황벽운 자한곤야 | |
師云 钁也未擧어니 困箇什麽오 | “괭이도 아직 들지 않았는데 |
사운 곽야미거 곤개십마 | 피곤하다니요.”하였다. |
黃蘗便打하니 師接住棒하야 一送送倒하다 | 황벽스님이 후려치자, |
황벽변타 사접주방 일송송도 | 스님이 몽둥이를 잡아 던지고 밀쳐 넘어뜨렸다. |
黃蘗喚維那호대 維那扶起我하라 | 황벽스님께서 유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
황벽환유나 유나부기아 | “유나야! 나를 부축해 일으켜다오.” |
維那近前扶云 和尙爭容得這風顚漢無禮닛고 | 유나가 다가가 부축해 일으켜 드리면서 “큰스님! |
유나근전부운 화상쟁용득자풍전한무례 | 이 미친놈의 무례한 짓을 어찌 그냥 두십니까?”하였다. |
黃蘗纔起하야 便打維那하니 | 황벽스님은 일어나자마자 유나를 후려갈기니 |
황벽재기 변타유나 | |
師钁地云 諸方火葬이어니와 | 스님이 괭이로 땅을 찍으면서 말하였다. |
사곽지운 제방화장 | “제방에서는 모두 화장을 하지만 |
我這裏는 一時活埋하노라 | 나는 여기 한꺼번에 산 채로 파묻어버린다.” |
아자리 일시활매 | |
後潙山이 問仰山호대 黃蘗打維那意作麽生고 | 뒷날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
후위산 문앙산 황벽타유나의자마생 | “황벽스님이 유나를 때린 의도가 무엇이냐?” |
仰山云 正賊走却하고 邏蹤人喫棒이니다 | “진짜 도적은 달아나 버렸는데 |
앙산운 정적주각 나종인긱방 | 뒤쫓던 순라군이 봉변당한 꼴입니다.” |
5. 황벽스님이 입을 쥐어박다 | |
師一日에 在僧堂前坐러니 | 스님이 하루는 승당에 앉아 있다가 |
사일일 재승당전좌 | |
見黃蘗來하고 便閉却目하니 | 황벽스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
견황벽래 변폐각목 | 눈을 감아버렸다. |
黃蘗乃作怖勢하고 便歸方丈이어늘 | 황벽스님이 두려워하는 시늉을 하시며 |
황벽내작포세 변귀방장 | 바로 방장실로 돌아가버리셨다. |
師隨至方丈하야 禮謝하다 | 스님은 뒤 따라 방장실로 가서 |
사수지방장 예사 | 무례하였음을 사죄하였다. |
首座在黃蘗處侍立이러니 | 수좌스님이 황벽스님을 모시고 곁에 서 있는데 |
수좌재황벽처시립 | |
黃蘗云 此僧雖是後生이나 却知有此事로다 | 황벽스님께서 "이 스님이 비록 후생이긴 하나 |
황벽운 차승수시후생 각지유차사 | 도리어 이 일이 있음을 안다." 하셨다. |
首座云 老和尙脚跟도 不點地어늘 | 수좌스님이 말했다. "노스님께서는 발꿈치가 |
수좌운 노화상각근 부점지 | 땅에 닿지도 않았는데 |
却證據箇後生이로다 | 후생을 증명하십니까?" |
각증거개후생 | |
黃蘗自於口上에 打一摑한대 | 황벽스님께서는 자기 손으로 입을 쥐어박으니 |
황벽자어구상 타일괵 | |
首座云 知卽得이니다 | 수좌스님이 "아셨으면 됐습니다." 하였다. |
수좌운 지즉득 | |
6. 황벽스님이 큰방에 들어가다 | |
師在堂中睡어늘 黃蘗下來見하고 | 스님이 선당에서 졸고 있는데 |
사재당중수 황벽하래견 | 황벽스님께서 내려와 보시고 |
以拄杖打板頭一下라 | 주장자로 선판 모서리를 한 번 두드렸다. |
이주장타판두일하 | |
師擧頭하야 見是黃蘗却睡하니 | 스님이 고개를 들어 |
사거두 견시황벽각수 | 황벽스님인 것을 보고서도 다시 졸자, |
黃蘗又打板頭一下하고 | 황벽스님은 다시 선판 모서리를 두드리시고는 |
황벽우타판두일하 | |
却往上間하야 見首座座禪하고 乃云 | 윗칸으로 가셔서 |
각왕상간 견수좌좌선 내운 | 수좌가 좌선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
下間後生却坐禪이어늘 汝這裏妄想作什麽오 | “아래 자리의 후생은 좌선을 하는데 |
하간후생각좌선 여자리망상작십마 | 너는 여기서 무슨 망상을 피우고 있느냐?” |
首座云 這老漢이 作什麽오 | 그러자 수좌가 “이 노장이 무슨 수작이야!”하니, |
수좌운 자노한 작십마 | |
黃蘗打板頭一下하고 便出去하니라 | 황벽스님은 선판을 두드리고 나가버리셨다. |
황벽타판두일하 변출거 | |
後潙山이 問仰山호대 黃蘗入僧堂意作麽生고 | 뒷날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
후위산 문앙산 황벽입승당의자마생 | “황벽스님이 선방에 들어갔던 뜻이 무엇인가?” |
仰山云 兩彩一賽이니다 | “한 개 주사위의 두 가지 그림입니다.” |
앙산운 양채일새 | |
7. 운력에 빈 손으로 가다 | |
一日普請次에 師在後行이러니 | 하루는 대중이 운력을 가는데 |
일일보청차 사재후행 | 스님은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
黃蘗回頭하야 見師空手하고 乃問 | 황벽스님은 고개를 돌려 |
황벽회두 견사공수 내문 | 스님이 빈 손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 물으셨다. |
钁頭在什麽處오 師云 有一人將去了也니다 | "괭이는 어디 있느냐?" |
곽두재십마처 사운 유일인장거요야 | "어떤 사람이 가져가버렸습니다." |
黃蘗云 近前來하라 共汝商量箇事하리라 | "이리 가까이 오너라. |
황벽운 근전래 공여상량개사 | 너와 이 일을 따져보리라." |
師便近前한대 黃蘗竪起钁頭云 |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오자 |
사변근전 황벽수기곽두운 | 황벽스님은 괭이를 일으켜 세우시며 말씀하셨다. |
祇這箇는 天下人拈掇不起로다 | "오직 이것만은 천하 사람들이 잡아 세우려 해도 |
지자개 천하인염철부기 | 일으키지 못한다." |
師就手掣得하야 竪起云 | 스님은 손을 뻗어 낚아채 |
사취수체득 수기운 | 잡아 세우면서 말했다. |
爲什麽하야 却在某甲手裏닛고 |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은 제 손 안에 있습니까?" |
위십마 각재모갑수리 | |
黃蘗云 今日大有人普請이라하고 便歸院하니라 | 황벽스님께서는 "오늘 많은 사람들이 |
황벽운 금일대유인보청 변귀원 | 운력하는구나." 하시고는 절로 돌아가버리셨다. |
後潙山이 問仰山호대 钁頭在黃蘗手裏어늘 | 뒷날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
후위산 문앙산 곽두재황벽수리 | “괭이가 황벽 스님의 손에 있었는데, |
爲什麽하야 却被臨濟奪却고 | 무엇 때문에 다시 임제한테 빼앗겼느냐?” |
위십마 각피임제탈각 | |
仰山云 賊是小人이나 智過君子니다 | 앙산이 대답하였다. |
앙산운 적시소인 지과군자 | “도적이 소인이지만 지혜는 군자를 능가합니다." |
8. 위산(潙山)스님에게 편지를 전하다 | |
師爲黃蘗馳書去潙山하니 時仰山作知客이라 | 스님이 황벽스님의 편지를 전하러 위산스님에게 갔었는데 |
사위황벽치서거위산 시앙산작지객 | 그때 앙산스님이 지객 소임을 맏은 터라 |
接得書便問하되 這箇是黃蘗底니 那箇是專使底오 | 편지를 받으며 물었다. “이것은 황벽스님의 것이니 |
접득서변문 자개시황벽저 나개시전사저 | 그대의 것은 어느 것인가?” |
師便掌한대 仰山約住云 | 스님이 손바닥으로 후려갈기자, |
사변장 앙산약주운 | 앙산스님이 그를 붙잡으며 말하였다. |
老兄아 知是般事어든 便休하라 同去見潙山하니 | “노형께서 이 일을 아신 바에야 그만둡시다.” |
노형 지시반사 변휴 동거견위산 | 둘이 함께 가서 위산스님을 뵈니 |
潙山便問 黃蘗師兄多少衆고 | 위산스님이 물었다. |
위산변문 황벽사형다소중 | “황벽 사형께서는 대중이 얼마나 되는가?” |
師云 七百衆이니다 潙山云 什麽人爲導首오 | “7백 대중입니다.” |
사운 칠백중 위산운 십마인위도수 | “누가 우두머리인가?” |
師云 適來已達書了也니다 | “방금 전에 이미 편지를 전해 드렸습니다.” |
사운 적래이달서요야 | |
師却問潙山호대 和尙此間은 多少衆이닛고 | 스님이 도리어 위산스님에게 물었다. |
사각문위산 화상차간 다소중 | “이 곳 큰스님의 회하에는 대중이 얼마나 됩니까?” |
潙山云 一千五百衆이니라 師云 太多生이니다 | “일천 5백 대중이라네.” |
위산운 일천오백중 사운 태다생 | “매우 많군요.” |
潙山云 黃蘗師兄도 亦不少니라 | “황벽 사형께서도 적지 않으시네.” |
위산운 황벽사형 역불소 | |
師辭潙山하니 仰山送出云 | 스님이 위산스님을 하직하고 나오니 |
사사위산 앙산송출운 | 앙산스님이 전송하면서 말하였다. |
汝向後北去하면 有箇住處리라 | “그대가 뒷날 북쪽으로 가면 |
여향후북거 유개주처 | 머무르실 곳이 있을 것입니다.” |
師云 豈有與麽事리오 仰山云 但去하다 | “무슨 그럴 일이 있겠소?” |
사운 기유여마사 앙산운 단거 | 앙산스님이 말했다. “가시기만 하면 |
已後有一人이 佐輔老兄在하러니 | 한 사람이 노형을 보좌해 드릴 것입니다. |
이후유일인 좌보노형재 | |
此人祇是有頭無尾며 有始無終이니라 | 이 사람은 머리만 있고 꼬리는 없으며, |
차인지시유두무미 유시무종 | 시작은 있고 끝은 없을 것입니다.” |
師後到鎭州하니 普化已在彼中이라 | 스님이 뒷날 진주에 이르자, |
사후도진주 보화이재피중 | 보화스님이 이미 거기에 있었다. |
師出世에 普化佐贊於師라가 | 스님이 세상에 알려지자 |
사출세 보화좌찬어사 | 보화스님은 스님을 도와드리다가 |
師住未久에 普化全身脫去하니라 | 스님이 진주에 머문 지 오래지 않아 |
사주미구 보화전신탈거 | 보화스님은 전신탈거로 세상을 떴다. |
9. 여름안거를 깨뜨리다 | |
師因半夏에 上黃蘗하야 見和尙看經하고 | 임제 스님이 여름철 안거 중간에 황벽산에 올라갔다가 |
사인반하 상황벽 견화상간경 | 황벽 스님이 경을 읽고 계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
師云 我將謂是箇人이러니 | “저는 스님을 그럴싸한 분으로 생각해 왔는데 |
사운 아장위시개인 | |
元來是揞黑豆老和尙이로다 | 알고 보니 검정콩이나 주워 먹는 노스님이군요.” |
원래시암흑두노화상 | |
住數日타가 乃辭去하니 黃蘗云 | 며칠을 머물다가 하직 인사를 드리러 가니, |
주수일타 내사거 황벽운 | 항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
汝破夏來하야 不終夏去아 | “그대는 여름 안거를 깨뜨리고 오더니, |
여파하래 부종하거 | 결국 여름 안거를 마치지도 않고 가려 하는가?” |
師云 某甲暫來禮拜和尙이니다 | “저는 스님께 잠시 인사를 드리러 |
사운 모갑잠래예배화상 | 왔을 뿐입니다.”하였다. |
黃蘗이 遂打趁令去하니 | 황벽 스님께서는 임제 스님을 |
황벽 수타진령거 | 후려갈겨 내쫓아 버렸다. |
師行數里라가 疑此事하야 却回終夏하니라 | 임제 스님이 몇 리를 가다가 이 일을 의심하고 |
사행수리 의차사 각회종하 | 다시 돌아와 그 여름 안거를 마쳤다. |
10. 천하 사람들의 입을 막으리라 | |
師一日에 辭黃蘗하니 檗問 什麽處去오 | 임제 스님이 어느 날 황벽 스님을 하직하니, |
사일일 사황벽 벽문 십마처거 | 황벽 스님께서 물었다. “어디로 가려 하느냐?” |
師云 不是河南이면 便歸河北이니다 | “하남이 아니면 하북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
사운 불시하남 변귀하북 | |
黃蘗便打한대 師約住與一掌이라 | 황벽 스님이 곧바로 후려치자, |
황벽변타 사약주여일장 | 임제 스님이 그를 잡고 손바닥으로 한 대 때렸다. |
黃蘗大笑하고 乃喚侍者호대 | 이에 황벽 스님이 큰 소리로 웃으며 시자를 불렀다. |
황벽대소 내환시자 | |
將百丈先師禪版机案來하라 師云 侍者將火來하라 | “백장 스님이 물려준 선판과 경상을 가져오너라.”하시니 |
장백장선사선판궤안래 사운 시자장화래 | 임제 스님이 “시자야! 그것을 불질러라.”하였다. |
黃蘗云 雖然如是나 汝但將去하라 | 황벽스님이 말했다. |
황벽운 수연여시 여단장거 | “비록 그렇긴 하지만 그냥 가져가거라. |
已後에 坐却天下人舌頭去在리라 | 나중에 앉은 자리에서 |
이후 좌각천하인설두거재 | 천하 사람들의 입을 막게 할 것이다.” |
11.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다 | |
後潙山이 問仰山호대 臨濟莫辜負他黃蘗也無아 | 뒷날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
후위산 문앙산 임제막고부타황벽야무 | “임제가 황벽 스님을 저버린 게 아닌가?” |
仰山云 不然이니다 潙山云 子又作麽生고 | “그렇지 않습니다.” |
앙산운 불연 위산운 자우자마생 | “그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仰山云 知恩方解報恩이니다 | “은혜를 알아야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법입니다.” |
앙산운 지은방해보은 | |
潙山云 從上古人이 還有相似底也無아 | “옛 사람들도 이와 같은 경우가 있었는가?” |
위산운 종상고인 환유상사저야무 | |
仰山云 有나 祇是年代深遠하야 | “있습니다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
앙산운 유 지시년대심원 | |
不欲擧似和尙이니다 | 스님께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
불욕거사화상 | |
潙山云 雖然如是나 吾亦要知하니 子但擧看하라 | “그렇긴 하나 나도 알고 싶으니 말해 보아라.” |
위산운 수연여시 오역요지 자단거간 | |
仰山云 祇如楞嚴會上에 阿難讚佛云 | “다만 저 능엄회상에서 아난이 부처님을 찬탄하기를, |
앙산운 지여능엄회상 아난찬불운 | |
將此深心奉塵刹하니 | ‘이 깊은 마음으로 먼지같이 많은 국토를 받드는 것이 |
장차심심봉진찰 | |
是則名爲報佛恩이라하니 豈不是報恩之事닛고 | 곧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것입니다.’라고 하였으니, |
시즉명위보불은 기불시보은지사 | 이 어찌 은혜를 갚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
潙山云 如是如是로다 見與師齊하면 減師半德이요 | “그렇다. 그렇다. 견해가 스승과 같으면 |
위산운 여시여시 견여사제 감사반덕 | 스승의 덕을 반이나 감하는 것이고, |
見過於師라사 方堪傳授니라 | 견해가 스승보다 나아야만 비로소 법을 전해 줄 만하다.” |
견과어사 방감전수 | |
12. 부처와 조사에게 다 예배하지 않는다 | |
師到達磨塔頭하니 塔主云 | 임제 스님이 달마조사의 탑전에 이르렀는데 |
사도달마탑두 탑주운 | 탑을 관리하는 스님이 말하였다. |
長老야 先禮佛가 先禮祖아 | “장로께서는 부처님께 먼저 절하십니까? |
장노 선예불 선예조 | 조사에게 먼저 절하십니까?” |
師云 佛祖俱佛禮니라 | “부처와 조사에게 다 절하지 않습니다.” |
사운 불조구불예 | |
塔主云 佛祖與長老로 是什麽冤家오 | “부처님과 조사가 장로에게 무슨 원수라도 됩니까?” |
탑주운 불조여장노 시십마원가 | |
師便拂袖而出하니라 | 임제 스님이 곧바로 소매를 떨치고 나가 버렸다. |
사변불수이출 | |
13. 오늘은 낭패를 보았다 | |
師行脚時에 到龍光하니 光上堂이라 | 스님이 행각하실 때 용광스님이 처소에 이르렀는데, |
사행각시 도룡광 광상당 | 용광스님이 마침 법당에서 설법을 하고 있었으므로 |
師出問 不展鋒鋩하고 如何得勝고 | 스님이 물었다.“칼을 뽑지 않고 어떻게 이길 수 있습니까?” |
사출문 부전봉망 여하득승 | |
光據坐한대 師云 大善知識이 豈無方便고 | 용광스님이 묵묵히 앉아 있자 임제스님이 말하였다. |
광거좌 사운 대선지식 기무방편 | “큰 선지식께서 어찌 방편이 없으십니까?” |
光瞪目云 嗄하니 師以手指云 | 용광스님이 눈을 크게 뜨고 쉰 목소리로 “사!”하니, |
광징목운 사 사이수지운 | 임제스님이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
這老漢이 今日敗闕也로다 | “이 늙은이가 오늘 낭패를 보았구나.” |
자노한 금일패궐 | |
14. 앉아서 차나 들게 | |
到三峯하니 平和尙問 什麽處來오 | 삼봉에 갔을 때 평화상이 물었다. |
도삼봉 평화상문 십마처래 | “어디서 왔는가?” |
師云 黃蘗來니라 平云 黃蘗有何言句오 | “황벽 스님의 회하에서 왔습니다.” |
사운 황벽래 평운 황벽유하언구 | “황벽 스님은 어떤 법문을 하시는가?” |
師云 金牛昨夜에 遭塗炭하야 | “금빛 소가 간밤에 진창에 빠져 |
사운 금우작야 조도탄 | |
直至如今不見蹤이로다 | 아직까지도 그 자취를 찾을 수 없습니다.” |
직지여금불견종 | |
平云 金風吹玉管하니 那箇是知音고 | “가을바람이 옥피리를 분다. |
평운 금풍취옥관 나개시지음 | 누가 이 소리를 아는가?” |
師云 直透萬重關하야 不住淸霄內로다 | “곧바로 만 겹 관문을 뚫으니 |
사운 직투만중관 부주청소내 | 맑은 하늘에도 머물지 않습니다.” |
平云 子這一問이 太高生이로다 | “그대의 한마디 물음이 높구나.” |
평운 자자일문 태고생 | |
師云 龍生金鳳子하야 衝破碧瑠璃로다 | “용이 금빛 봉황의 새끼를 낳으니 |
사운 용생금봉자 충파벽유리 | 유리 빛 푸른 창공을 뚫고 날아갑니다." |
平云 且坐喫茶하라 | “자, 앉아서 차나 들게.”하셨다. |
평운 차좌긱다 | |
15. 요즘 어떠하던가 | |
又問 近離甚處오 師云 龍光이니라 | 평화상이 다시 물었다. “근래에는 어디에서 왔는가?” |
우문 근리심처 사운 용광 | “용광 스님이 계시는 곳에서 왔습니다.” |
平云 龍光近日如何오 師便出去하니라 | “용광 스님은 요즈음 어떠하시던가?” |
평운 용광근일여하 사변출거 | 임제 스님은 곧바로 나가 버렸다. |
16. 삼산이 만 겹의 관문을 가두어 버렸다 | |
到大慈하니 慈在方丈內坐어늘 | 대자 스님이 계신 곳에 갔을 때, |
도대자 자재방장내좌 | 대자 스님이 방장실에 앉아 계셨는데 |
師問 端居丈室時如何오 | 임제 스님이 여쭈었다. |
사문 단거장실시여하 | “방장실에 단정히 앉아 계실 때는 어떻습니까?” |
慈云 寒松一色千年別이요 野老拈花萬國春이로다 | “추운 겨울에도 소나무는 한결같아 푸른 빛이 천 년을 빼어났고, |
자운 한송일색천년별 야노염화만국춘이 | 시골의 노인이 꽃을 꺾어 드니 온 세계가 봄이로다.” |
師云 今古永超圓智體여 三山銷斷萬重關이로다 | “고금에 길이 뛰어난 크고 원만한 지혜의 본체여, |
사운 금고영초원지체 삼산소단만중관 | 삼산(三山)이 만 겹의 관문을 가두어 버렸더라. |
慈便喝한대 師亦喝하니 | ”대자 스님이 대뜸 “할!”을 하니, |
자변할 사역할 | 임제 스님도 “할!”을 하였다. |
慈云 作麽오 師拂袖便去하니라 | 대자 스님이 “어떤가?”하니, |
자운 작마 사불수변거 | 임제 스님은 소매를 떨치며 가버렸다. |
17. 훌륭한 선객은 정말 다르구나 | |
到襄州華嚴하니 嚴倚拄杖하야 作睡勢어늘 | 양주의 화엄 스님에게 갔을 때, |
도양주화엄 엄의주장 작수세 | 화엄 스님이 주장자에 기대어 조는 시늉을 하였다. |
師云 老和尙瞌睡作麽오 | 임제 스님이, |
사운 노화상갑수작마 | “노스님께서 졸기만 하면 어떻게 합니까?” |
嚴云 作家禪客이 宛爾不同이로다 | “훌륭한 선객은 정말 다르구나.” |
엄운 작가선객 완이부동 | |
師云 侍者야 點茶來하야 與和尙喫하라 | “시자야! 차를 달여 와서 큰스님께서 드시도록 하여라.” |
사운 시자 점다래 여화상긱 | |
嚴乃喚維那호대 第三位에 安排這上座하라 | 화엄 스님이 유나를 불러, |
엄내환유나 제삼위 안배자상좌 | “이 스님을 셋째 자리에 모시도록 하여라.”하였다. |
18. 화살이 서천을 지나갔다 | |
到翠峯하니 峯問 甚處來오 | 임제 스님이 취봉 스님 계신 곳에 이르자 취봉 스님이 물었다. |
도취봉 봉문 심처래 | “어디서 왔는가?” |
師云 黃蘗來니라 | “황벽 스님 회하에서 왔습니다.” |
사운 황벽래 | |
峯云 黃蘗有何言句하야 指示於人고 | “황벽 스님은 어떤 법문으로 학인을 지도하시는가?” |
봉운 황벽유하언구 지시어인 | |
師云 黃蘗無言句니라 峯云 爲什麽無오 | “황벽 스님은 법문이 없으십니다.” |
사운 황벽무언구 봉운 위십마무 | “어째서 없는가?” |
師云 設有라도 亦無擧處니라 | “설령 있다고 하더라고 소개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
사운 설유 역무거처 | |
峯云 但擧看하라 師云 一箭過西天이로다 | “어쨌든 한 번 말해 보아라.” |
봉운 단거간 사운 일전과서천 | “화살이 서천을 지나가 버렸습니다.” |
19. 여기서 무슨 밥그릇을 찾는가 | |
到象田하야 師問호대 | 임제 스님이 상전 스님 계신 곳에 이르러 물었다. |
도상전 사문 | |
不凡不聖하니 請師速道하라 | “범부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니 |
불범불성 청사속도 | 스님께서는 빨리 말씀 해주십시오.” |
田云 老僧祇與麽니라 | “노승은 그저 이럴 뿐이네.” |
전운 노승지여마 | |
師便喝云 許多禿子야 | 임제 스님이 곧 “할!”하시고는 |
사변할운 허다독자 | “허다한 머리 깎은 이들아, |
在這裏覓什麽椀고 | 여기에서 무슨 밥그릇을 찾고 있는가?” |
재자리멱십마완 | |
20. 짚신만 떨어뜨릴 뿐이다 | |
到明化하니 化問 來來去去作什麽오 | 명화 스님이 계신 곳에 이르자 명화 스님이 물었다. |
도명화 화문 내래거거작십마 | “왔다 갔다 하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 |
師云 祇徒踏破草鞋로다 | “그저 쓸데없이 짚신만 떨어뜨릴 뿐입니다.” |
사운 지도답파초혜 | |
化云 畢竟作麽生고 師云 老漢話頭也不識이로다 | “결국 어쩌겠다는 말인가?” |
화운 필경자마생 사운 노한화두야불식 | “이 노인네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구나.” |
21. 노파의 거량 | |
往鳳林타가 路逢一婆하니 婆問 甚處去오 | 스님이 봉림 스님에게 가던 도중 어떤 노파를 만났는데 |
왕봉림타 노봉일파 파문 심처거 | 노파가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
師云 鳳林去니라 | “봉림 스님이 계신 곳으로 갑니다.” |
사운 봉림거 | |
婆云 恰値鳳林不在로다 師云 甚處去오 | “봉림 스님은 마침 계시지 않습니다.” |
파운 흡치봉림부재 사운 심처거 | “어딜 가셨습니까?” 하였는데 |
婆便行이라 師乃喚婆하니 婆回頭어늘 師便打하다 | 노파가 그냥 가니까 임제 스님이 불렀다. |
파변행 사내환파 파회두 사변타 | 노파가 고개를 돌리자 임제 스님이 후려쳤다. |
22. 봉림과의 시문답(詩問答) | |
到鳳林하니 林問 有事相借問得麽아 | 임제스님이 봉림스님이 계신 곳에 이르자 봉림스님이 물었다. |
도봉림 임문 유사상차문득마 | “물어 볼 것이 있는데 괜찮겠는가?” |
師云 何得刓肉作瘡고 | “무엇 때문에 긁어 부스럼을 만드십니까?” |
사운 하득완육작창 | |
林云 海月澄無影이어늘 游魚獨自迷로다 | "바다에 비친 달은 맑아서 그림자가 없는데 |
임운 해월징무영 유어독자미 | 노니는 고기가 스스로 미혹함이로다." |
師云 海月旣無影이어늘 游魚何得迷오 | “바다에 비친 달은 이미 그림자가 없는데, |
사운 해월기무영 유어하득미 | 노니는 고기가 미혹할리 있겠습니까?” |
鳳林云 觀風知浪起하고 翫水野帆飄로다 | “바람을 보아 물결이 이는 것을 알고, |
봉림운 관풍지랑기 완수야범표 | 물을 보고 작은 배에 돛을 올린다.” |
師云 孤輪獨照江山靜하니 自笑一聲天地驚이로다 | “외로운 달이 홀로 비치어 강산은 고요한데, |
사운 고륜독조강산정 자소일성천지경 | 혼자서 웃는 소리가 천지를 놀라게 하는군요.” |
林云 任將三寸輝天地나 一句臨機試道看하라 | “세 치 혀를 가지고 천지를 비추는 것은 알아서 할 일이나, |
임운 임장삼촌휘천지 일구임기시도간 | 기틀에 맞는 한마디를 던져 보시게.” |
師云 路逢劍客須呈劍이요 不是詩人莫獻詩로다 | “길에서 검객을 만나면 칼을 바쳐야 하지만, |
사운 노봉검객수정검 불시시인막헌시 | 시인이 아니면 시를 말하지 마십시오. |
鳳林便休하니 師乃有頌호대 | ”봉림 스님이 거기서 그만두자 임제 스님이 게송을 하였다.“ |
봉림변휴 사내유송 | |
大道絶同하야 任向西東이라 | 큰 도는 철저히 동쪽과 서쪽을 마음대로 향함이라. |
대도절동 임향서동 | |
石火莫及이요 電光罔通이로다 | 부싯돌의 불도 따라잡지 못하고 |
석화막급 전광망통 | 번갯불도 통하지 못하도다.” |
23. 공적으로는 바늘도 용납하지 않는다 | |
潙山問仰山호대 石火莫及이요 電光罔通이어늘 |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
위산문앙산 석화막급 전광망통 | “부싯돌의 불빛도 미칠 수 없고 번갯불도 통할 수 없는데 |
從上諸聖이 將什麽爲人고 | 옛날부터 여러 성인들께서는 |
종상제성 장십마위인 | 무엇으로 학인들을 지도하였는가?” |
仰山云 和尙意作麽生고 |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앙산운 화상의자마생 | |
潙山云 但有言說이요 都無實義니라 | “말만 있을 뿐 전혀 실다운 뜻은 없다.” |
위산운 단유언설 도무실의 | |
仰山云 不然이니다 潙山云 子又作麽生고 | “그렇지 않습니다.” |
앙산운 불연 위산운 자우자마생 | “그럼 그대는 어떤가?” |
仰山云 官不容針이나 私通車馬니다 | “공적으로는 바늘 하나도 용납할 수 없지만 |
앙산운 관불용침 사통거마 | 사적으로는 수레나 말까지도 통합니다.” |
24. 오늘은 운수가 나쁘다 | |
到金牛하니 牛見師來하고 | 금우스님이 계신 곳에 이르자, |
도금우 우견사래 | 금우 스님이 임제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
橫按拄杖하야 當門踞坐라 | 주장자를 가로 누인 채 문에 걸터앉아 있었다. |
횡안주장 당문거좌 | |
師以手로 敲拄杖三下하고 | 임제 스님이 손으로 주장자를 세 번 두드리고 |
사이수 고주장삼하 | |
却歸堂中第一位坐하니라 | 선방으로 들어가 첫 번째 자리에 앉으니 |
각귀당중제일위좌 | |
牛下來見하야 乃問 夫賓主相見은 各具威儀어늘 | 금우 스님이 내려와 보고 물었다. |
우하래견 내문 부빈주상견 각구위의 | “손님과 주인이 만나면 서로 예의를 차려야 하는데, |
上座從何而來관대 太無禮生고 | 상좌는 어디서 왔기에 이다지도 무례한가?” |
상좌종하이래 태무례생 | |
師云 老和尙은 道什麽오 | “노스님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
사운 노화상 도십마 | |
牛擬開口어늘 師便打한대 牛作倒勢라 | 금우 스님이 입을 열려는데 임제 스님이 곧바로 후려치니 |
우의개구 사변타 우작도세 | 금우 스님이 넘어지는 시늉을 하는데 |
師又打하니 牛云 今日不著便이로다 | 임제 스님이 또 치니 금우 스님이 말하였다. |
사우타 우운 금일불착편 | “오늘은 운수가 나쁘구나.” |
25. 다 이기고 졌다 | |
潙山問仰山호대 此二尊宿이 還有勝負也無아 |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
위산문앙산 차이존숙 환유승부야무 | “이 두 큰스님이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느냐?” |
仰山云 勝卽總勝이요 負卽總負니라 | “이겼다면 다 이겼고, 졌다면 다 졌습니다.” |
앙산운 승즉총승 부즉총부 | |
26. 임제 스님이 열반할 때 | |
師臨遷化時에 據坐云 | 임제 스님이 열반하실 때 자리에 앉으셔서 말씀하였다. |
사임천화시 거좌운 | |
吾滅後 不得滅却吾正法眼藏이어다 | “내가 가고 난 다음에 |
오멸후 부득멸각오정법안장 | 나의 정법안장이 없지지 않도록 하여라.” |
三聖出云 爭敢滅却和尙正法眼藏이닛고 | 삼성 스님이 나와서 사뢰었다. |
삼성출운 쟁감멸각화상정법안장 | “어찌 감히 큰스님의 정법안장을 없앨 수 있겠습니까?” |
師云 已後有人問儞하면 向他道什麽오 | “이후에 누가 그대에게 물으면 |
사운 이후유인문이 향타도십마 | 무어라고 말해 주겠느냐?” |
三聖便喝한대 | 삼성 스님이 “할!”을 하므로 |
삼성변할 |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
師云 誰知吾正法眼藏이 向這瞎驢邊滅却고 |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 먼 나귀한테서 없어질 줄 |
사운 수지오정법안장 향자할려변멸각 | 누가 알겠는가?” |
言訖에 端然示寂하니라 | 말을 마치시고 단정하게 앉으신 채 열반을 보이셨다. |
언흘 단연시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