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檗斷際禪師 宛陵錄 | 황벽 단제선사 완릉록 |
1. 도는 마음깨치는데 있다. | |
裴相公이 問師曰 | 배상공이 황벽스님께 여쭈었다. |
배상공 문사왈 | |
山中四五百人에 幾人이 得和尙法이닛고 | "산중의 사오백명 대중 가운데 |
산중사오백인 기인 득화상법 | 몇 명이나 스님의 법을 얻었습니까?" |
師云 得者는 莫測其數니 |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
사운 득자 막측기수 | "법을 얻은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
何故오 道在心悟라 豈在言說이리오 | 왜냐하면 도는 마음을 깨치는 데 있는 것이지 |
하고 도재심오 개재언설 | 어찌 언설(言說)에 있겠느냐? |
言說은 祗是化童蒙耳니라 | 언설이란 다만 어린아이를 교화할 뿐이니라." |
언설 지시화동몽이 | |
2. 자기의 마음을 알자 | |
問 如何是佛이닛고 |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
문 여하시불 | |
師云 卽心是佛이요 無心是道니 | "마음이 곧 부처요 |
사운 즉심시불 무심시도 | 무심(無心)이 도이니, |
但無生心動念하야 | 다만 마음을 내고 생각을 움직여서 |
단무생심동념 | |
有無長短 彼我能所等心하면 | 있고 없음, 길고 짧음, 너와 나, |
유무장단 피아능소등심 | 주체니 객체니 하는 마음들이 없기만 하면 |
心本是佛이요 佛本是心이니라 | 마음이 본시 부처요 |
심본시불 불본시심 | 부처가 본래 마음이니라. |
心如虛空하니 所以云하사대 | 마음은 허공과 같으니 |
심여허공 소이운 | 그래서 말씀하시기를, |
佛眞法身은 猶若虛空이라 | '부처님의 참된 법신은 |
불진법신 유약허공 | 허공과 같다.'고 하였다. |
不用別求니 有求皆苦니라 | 부처를 따로 구하려 해도 소용 없으니 |
불용별구 유구개고 | 구함이 있으면 모두가 괴로움이니라. |
設使恒沙劫에 行六度萬行하야 | 설사 오랜 세월 동안 |
설사항사겁 행육도만행 | 육도만행(六度萬行)을 실천하여 |
得佛菩提라도 亦非究竟이니 |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는다 하더라도 |
득불보리 역비구경 | 그 또한 구경(究竟)이 되지 못한다. |
何以故오 爲屬因緣造作故라 | 왜냐하면 |
하이고 위속인연조작고 | 그것은 인연의 조작에 속하기 때문이다. |
因緣이 若盡하면 還歸無常이니 所以云하사대 | 인연이 다하면 덧없음으로 돌아가고 만다. |
인연 약진 환귀무상 소이 운 | 그러므로 이르시기를, |
報化는 非眞佛이요 亦非說法者라하니라 | '보신과 화신은 참된 부처가 아니요 |
보화 비진불 역비설법자 | 또한 법을 설하는 자가 아니다.'고 하였다. |
但識自心하면 無我無人하야 | 다만 자기의 마음을 알기만 하면 |
단식자심 무아무인 | 나라 할 것도 남이라 할 것도 없어서 |
本來是佛이니라 | 본래 그대로 부처이니라." |
본래시불 | |
3. 기틀을 쉬고 견해를 잊음 | |
問호대 聖人無心은 卽是佛이어니와 | "성인의 무심은 |
문 성인무심 즉시불 | 곧 부처의 경지이겠지만 |
凡夫無心은 莫沈空寂否닛가 | 범부의 무심은 |
범부무심 막침공적부 | 공적(空寂)에 빠지고 마는 것이 아닙니까?" |
師云 法無凡聖이요 亦無沈寂이니라 | "법에는 범·성의 구별이 없으며 |
사운 법무범성 역무침적 | 또한 공적에 빠지는 것도 없다. |
法本不有나 莫作無見하고 | 법이 본래 있는 것이 아니지만 |
법본불유 막작무견 | 없다는 견해도 내지 말고 |
法本不無나 莫作有見어다 | 법이 본래 없는 것도 아니지만 |
법본불무 막작유견 | 있다는 견해도 내지 말라. |
有之與無가 盡是情見이라 | 법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은 |
유지여무 진시정견 | 모두 뜻으로 헤아리는 견해로서 |
猶如幻翳니 所以云하사대 | 마치 허깨비와 같은 것이다. |
유여환예 소이운 |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
見聞은 如幻翳요 知覺은 乃衆生이라하니라 | 보고 듣는 것은 마치 허깨비 같고 |
견문 여환예 지각 내중생 | 사랑하고 느끼는 것이 바로 중생이니라'고 하였다. |
祖師門中에 祗論息機忘見이니 | 조사문중에서는 오로지 |
조사문중 지론식기망견 | 망령된 견해를 쉬어버리는 일를 논할 뿐이니 |
所以로 忘機則佛道隆하고 | 그러므로 마음을 쉬어버리면 |
소이 망기즉불도융 | 부처님의 도가 융성해지고 |
分別則魔軍熾니라 | 분별하면 마구니의 장난이 치성해지느니라." |
분별즉마군치 | |
4. 마음과 성품이 다르지 않다. | |
問 心旣本來是佛인댄 還修六度萬行否아 | "마음이 본래로 부처인데 |
문 심기본래시불 환수육도만행부 | 또 육도만행을 닦아야 합니까?" |
師云 悟在於心이요 非關六度萬行이니라 | "깨달음은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지 |
사운 오재어심 비관육도만행 | 육도만행과는 상관이 없느니라. |
六度萬行은 盡是化門接物이요 度生邊事니 | 육도만행이란 다 교화에 관한 것이요 |
육도만행 진시화문접물 도생변사 | 중생을 제도하는 쪽의 일인 것이니, |
設使菩提眞如와 實際解脫法身과 | 설사 보리진여(菩提眞如)와 |
설사보리진여 실제해탈법신 | 실제의 해탈법신(解脫法身)과 |
直至十地四果聖位라도 | 십지(十地), 사과(四果), 성인의 지위에 |
직지십지사과성위 | 도달한다 할지라도 |
盡是度門이요 非關佛心이니라 | 모두가 제도하는 방편의 문일 뿐이어서 |
진시도문 비관불심 | 부처의 마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느니라. |
心卽是佛이니 所以로 一切諸度門中에 | 마음이 곧 그대로 부처이니 |
심즉시불 소이 일체제도문중 | 교화 제도하는 모든 방편문 가운데서 |
佛心이 第一이라 | 부처의 마음이 으뜸이니라. |
불심 제일 | |
但無生死煩惱等心하면 卽不用菩提等法이니 | 다만 생사나 번뇌 따위의 마음이 없으면 |
단무생사번뇌등심 즉불용보리등법 | 보리(菩提) 등의 법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니 |
所以道하사대 佛說一切法이 度我一切心이라 |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일체법은 |
소이도 불설일체법 도아일체심 | 나의 모든 마음을 제도하기 위한 것인데 |
我無一切心이어니 何用一切法이리오하니라 | 나에게 일체의 마음이 없다면 |
아무일체심 하용일체법 | 어찌 일체법을 쓰겠느냐?' 하였다. |
從佛至祖히 並不論別事하고 | 부처님으로부터 역대 조사에 이르기까지 |
종불지조 병불론별사 | 모두가 다른 것은 논하지 않고 |
唯論一心이며 亦云一乘이니 | 오직 한 마음만을 논했을 뿐이며 |
유론일심 역운일승 | 또한 일불승만을 말하셨을 뿐이다. |
所以로 十方諦求하야도 更無餘乘이며 | 그러므로 '시방을 두루 찾아보아도 |
소이 시방체구 갱무여승 | 다시 다른 승(乘)이 없으며 |
此衆은 無枝葉이요 唯有諸貞實이라하시니라 | 여기에 있는 대중들은 가지와 잎은 없고 |
차승 무지엽 유유제정실 | 오로지 모두 잘 익은 열매들 뿐이로다'고 하셨다. |
所以로 此意難信일새 達摩來此土하사 | 그러나 이 뜻은 쉽게 믿기가 어려워 |
소이 차의난신 달마래차토 | 달마대사가 이 땅에 오셔서 |
至梁魏二國하니 秖有可大師一人이 | 양(梁), 위(魏) 두 나라에 머무셨는데 |
지양위이국 지유가대사일인 | 오직 혜가(慧可)스님 한 분만이 |
密信自心하야 言下에 便會卽心是佛이라 | 자기의 마음을 은밀히 믿고 |
밀신자심 언하 변회즉심시불 | 말끝에 문득 마음이 곧 부처임을 알았었다. |
身心俱無하니 是名大道니라 | 몸과 마음이 모두 함께 없음을 |
신심구무 시명대도 | 이름하여 큰 도[大道]라 하느니라. |
大道本來平等하니 所以로 | 큰 도는 본래 평등한 것이니 |
대도본래평등 소이 | 그러므로 |
深信含生이 同一眞性이니라 | 모든 중생들이 다같이 하나의 참 성품임을 |
심신함생 동일진성 | 깊이 믿어야 한다. |
心性不異라 卽性이 卽心이요 | 마음과 성품이 본래 다르지 않으니 |
심성불이 즉성 즉심 | 성품이 곧 마음인 것이요 |
心不異性이라 名之爲祖니 | 마음과 성품이 다르지 않은 사람을 |
심불이성 명지위조 | 일컬어 조사(祖師)라 하는 것이니 |
所以云하사대 認得心性時에 | 그러므로 |
소이운 인득심성시 | '마음의 성품을 알았을 때 |
可說不思議라하니라 | 비로소 불가사의하다고 |
가설불사의 | 말할 수 있도다' 하셨다. |
5. 모양 있는 것은 허망하다. | |
問호대 佛度衆生否닛가 |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제도하십니까?" |
문 불도중생부 | |
師云 實無衆生如來度者니 | "실로 여래께서 제도할 중생은 없느니라. |
사운 실무중생여래도자 | |
我尙不可得이언만 非我를 何可得이리오 | 나[我]도 오히려 얻을 수 없는데 |
아상불가득 비아 하가득 | 나 아닌 것을 어찌 얻을 수 있겠느냐. |
佛與衆生을 皆不可得이니라 | 부처와 중생을 모두 다 얻을 수 없느니라." |
불여중생 개불가득 | |
云호대 現有三十二相及度衆生이어늘 | "현재 부처님의 32상과 |
운 현유삼십이상급도중생 | 중생제도가 분명히 있는데 |
何得言無닛고 | 스님께서는 어찌 없다고 말씀하십니까?" |
하득언무 | |
師云 凡所有相이 皆是虛妄이라 | "'무릇 모양 있는 것들은 |
사운 범소유상 개시허망 | 모두가 허망한 것이라 |
若見諸相非相하면 卽見如來라 |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이 아님을 보면 |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 곧 여래를 본 것이니라'고 하셨다. |
佛與衆生이 盡是汝作妄見이니 | 부처니 중생이니 하는 것은 |
불여중생 진시여작망견 | 모두 네가 허망하게 지어낸 견해로서 |
只爲不識本心하야 謾作見解니라 | 오로지 본래의 마음을 알지 못한 탓으로 |
지위불식본심 만작견해 | 그같은 잘못된 견해를 내게 된 것이니라. |
纔作佛見하면 便被佛障이요 | 부처의 견해를 내면 |
재작불견 변피불장 | 바로 부처라는 장애에 끄달리고 |
作衆生見하면 被衆生障이요 | 중생의 견해를 내는 순간 |
작중생견 피중생장 | 중생이라는 장애에 끄달린다. |
作凡作聖하며 作淨作穢等見이 | 범부다 성인이다 하는 견해를 내고 |
작범작성 작정작예등견 | 더럽다 깨끗하다 하는 등의 견해를 내는 것이 |
盡成其障이라 | 모두 그 장애를 만드는 것이니라. |
진성기장 | |
障汝心故로 總成輪轉이니 | 그것들이 너의 마음을 가로막기 때문에 |
장여심고 총성윤전 | 총체적으로 윤회하게 되는 것이니 |
猶如獼猴가 放一捉一하야 無有歇期하리라 | 마치 원숭이가 무언가를 쉴 새 없이 |
유여미후 방일착일 무유헐기 | 들었다 놨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一等是學인댄 直須無學이니 | 진정한 배움이란 |
일등시학 직수무학 | 모름지기 배울 것이 없어야 한다. |
無凡無聖하며 無淨無垢하며 | 범부도 성인도 없고 |
무범무성 무정무구 | 깨끗함도 더러움도 없으며 |
無大無小하며 無漏無爲니 | 크고 작음도 없고 |
무대무소 무루무위 | 번뇌도 인위적 작위도 없는 것이니 |
如是一心中에 方便勤莊嚴이니라 | 이와같은 한 마음 가운데서 |
여시일심중 방편근장엄 | 방편으로 부지런히 장엄하는 것이다. |
聽汝學得 三乘十二分敎와 | 네가 배워 얻은 삼승 십이분교법과 |
청여학득 삼승십이분교 | |
一切見解를 總須捨卻이니 | 모든 견해를 모름지기 다 버려야 할 것이니 |
일체견해 총수사각 | |
所以로 除去所有하고 唯置一床하야 | 그러므로 '가진 것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
소이 제거소유 유치일상 | 오직 침상 하나 만을 남겨 |
寢疾而臥는 秖是不起諸見이니라 | 병들어 누워 있다'고 한 것은 |
침질이와 지시불기제견 | 바로 모든 견해를 일으키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
無一法可得이라 不被法障하고 | 한 법도 가히 얻을 것이 없어서 |
무일법가득 불피법장 | 법의 장애에 끄달리지 않고 |
透脫三界凡聖境域하야사 始得名爲出世佛이니 | 삼계 범성의 경계를 훌쩍 벗어나야만 |
투탈삼계범성경역 시득명위출세불 | 비로소 세간에 오신 부처님이라 할 것이니 |
所以云호대 稽首如空無所依하야 | 그러므로 '허공처럼 |
소이운 계수여공무소의 | 의지할 바 없는 분께 머리숙여 |
出過外道라하니라 | 외도의 굴레를 벗어난다.'고 하였다. |
출과외도 | |
心旣不異라 法亦不異요 | 마음이 기왕 다르지 않으면 |
심기불이 법역불이 | 법 또한 다르지 않고 |
心旣無爲라 法亦無爲하니 | 마음이 기왕 작위가 없으면 |
심기무위 법역무위 | 법 또한 작위가 없으니 |
萬法이 盡由心變이라 | 만법이 모두 마음으로 말미암아 |
만법 진유심변 | 변하는 것이다. |
所以로 我心空故로 諸法空이요 | 그러므로 내 마음이 텅 빈 까닭에 |
소이 아심공고 제법공 | 모든 법이 공한 것이며 |
千品萬類가 悉皆同이니라 | 천만 가지 중생이 모두 다 같은 것이다. |
천품만류 실개동 | |
盡十方空界가 同一心體니 | 온 시방의 허공계가 |
진시방공계 동일심체 | 똑같이 한 마음의 본체라서 |
心本不異하며 法亦不異언만 | 마음이란 본래 서로 다르지 아니하고 |
심본불이 법역불이 | 법 또한 다르지 않건만 |
秖爲汝見解不同하야 所以差別이니 | 다만 너의 견해가 같지 않아서 |
지위여견해부동 소이차별 | 차별이 있는 것이니 |
譬如諸天이 共寶器食어니와 | 비유하면 모든 천신들이 |
비여제천 공보기식 | 다 보배 그릇으로 음식을 받아 먹지만 |
隨其福德하야 飯色有異인달하니라 | 각자의 복덕에 따라 |
수기복덕 반색유이 | 밥의 종류가 다른 것과 같다. |
十方諸佛이 實無少法可得이라 |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
시방제불 실무소법가득 | 실로 작은 법도 얻은 것이 없으니 |
名爲阿耨菩提니 | 이름하여 무상정각 |
명위아뇩보리 |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라 하는 |
秖是一心이요 實無異相하며 | 오로지 한 마음일 뿐 |
지시일심 실무이상 | 실로 다른 모양이 없으며 |
亦無光彩하며 亦無勝負니 | 또한 광명이 빛날 것도 없고 |
역무광채 역무승부 | 더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다. |
無勝故로 無佛相이요 | 나을 것이 없기 때문에 |
무승고 무불상 | 부처라는 모양이 없고 |
無負故로 無衆生相이니라 | 못할 것이 없기 때문에 |
무부고 무중생상 | 중생이라는 모양도 없다." |
云호대 心旣無相이나 | 또 여쭈었다. |
운 심기무상 | "마음은 기왕 모양이 없다지만 |
豈得全無 三十二相 八十種好와 | 어찌 부처님의 32상 80종호와 |
개득전무 삼십이상 팔십종호 | |
化度衆生耶닛가 | 중생을 교화하고 제도하는 것을 |
화도중생야 | 전혀 없다 할 수 있겠습니까?" |
師云 三十二相은 屬相이니 | "32상은 모양에 속했으니 |
사운 삼십이상 속상 | |
凡所有相이 皆是虛妄이요 | 무릇 있는 모양은 모두 허망한 것이요 |
범소유상 개시허망 | |
八十種好는 屬色이니 若以色見我하면 | 80종호는 색깔에 속했으니 |
팔십종호 속색 약이색견아 | 만약 겉모습으로 나를 보려 하면 |
是人은 行邪道라 不能見如來니라 |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것인지라 |
시인 행사도 불능견여래 | 여래를 능히 볼 수 없다." |
6. 한 마음의 법 | |
問호대 佛性與衆生性이 爲同가 爲別이닛가 | "부처의 성품과 중생의 성품이 |
문 불성여중생성 위동 위별 | 같습니까, 다릅니까?" |
師云 性無同異하나 若約三乘敎하면 | "성품 자체는 같고 다름이 없으나 |
사운 성무동이 약약삼승교 | 만약 삼승의 가르침에 의거해 말한다면 |
卽說有佛性有衆生性이라 | 부처의 성품과 중생의 성품이 따로 있어서 |
즉설유불성유중생성 | |
遂有三乘因果하야 卽有同異나 | 삼승의 인과가 있게 되고 |
수유삼승인과 즉유동이 | 곧 같고 다름이 있으나 |
若約佛乘及祖師相傳인댄 卽不說如是事하고 | 만약 불승과 조사가 서로 전한 바에 의하면 |
약약불승급조사상전 즉불설여시사 | 그렇게 말하지 않고 |
唯有一心이니 非同非異며 非因非果라 | 오로지 한 마음만 있는 것이니 |
유유일심 비동비이 비인비과 | 같지도 다르지도 않고 원인도 결과도 아니다. |
所以云호대 唯此一乘道요 無二亦無三이니 | 그러므로 '오직 이 일승의 도 뿐이요 |
소이운 유차일승도 무이역무삼 | 이승도 삼승도 없으나 |
除佛方便說이라하니라 | 부처님께서 방편으로 설하시는 것은 |
제불방편설 | 제외한다'고 하였다." |
7. 모든 견해를 여읨이 무변신보살 | |
問 無邊身菩薩이 爲什麽不見如來頂相이닛고 | "무변신보살(無邊身菩薩)은 |
문 무변신보살 위십마불견여래정상 | 왜 여래의 정수리를 보지 못합니까?" |
師云 實無可見이니 何以故오 | "실로 볼 수 없느니라. |
사운 실무가견 하이고 | 왜냐하면 |
無邊身菩薩이 便是如來라 不應更見이니 | 무변신보살이란 바로 여래이기 때문에 |
무변신보살 변시여래 불응갱견 | 응당 보지 못한다. |
秖敎爾로 不作佛見하야 不落佛邊하며 | 다만 너희에게 부처라는 견해를 짓지 않아서 |
지교이 부작불견 불락불변 | 부처라는 변견(邊見)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며 |
不作衆生見하야 不落衆生邊하며 | 중생이라는 견해를 짓지 않아서 |
부작중생견 불락중생변 | 중생이라는 변견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
不作有見하야 不落有邊하며 | 있다[有]는 견해를 짓지 않아서 |
부작유견 불락유변 | 있다는 변견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
不作無見하야 不落無邊하며 | 없다[無]는 견해를 짓지 않아서 |
부작무견 불락무변 | 없다는 변견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
不作凡見하야 不落凡邊하며 | 범부라는 견해를 짓지 않아서 |
부작범견 불락범변 | 범부라는 변견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
不作聖見하야 不落聖邊이라 | 성인이라는 견해를 짓지 않아서 |
부작성견 불락성변 | 성인이라는 변견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
但無諸見하면 卽是無邊身이니라 | 다만 모든 견해만 없다면 |
단무제견 즉시무변신 | 그것이 바로 무변신(無邊身)이니라. |
若有見處하면 卽名外道니 | 그러나 어떤 견처(見處)가 있다면 |
약유견처 즉명외도 | 곧 외도라 할 것이니 |
外道者는 樂於諸見하고 | 외도란 온갖 견해를 좋아하고 |
외도자 요어제견 | |
菩薩은 於諸見而不動하고 | 보살은 모든 견해에 흔들리지 않으며 |
보살 어제견이부동 | |
如來者는 卽諸法如義니 | 여래란 곧 모든 법에 여여(如如)하다는 뜻이니, |
여래자 즉제법여의 | |
所以云호대 彌勒도 亦如也며 | 그러므로 '미륵도 여여하고 |
소이운 미륵 역여야 | |
衆聖賢도 亦如也라하니 | 모든 성현도 또한 여여하다'고 하였다. |
중성현 역여야 | |
如卽無生이요 如卽無滅이며 | 여여하니 곧 생겨나지도 않고 |
여즉무생 여즉무멸 | 여여하니 곧 없어지지도 않으며 |
如卽無見이며 如卽無聞이니라 | 여여하니 곧 보는 것도 없고 |
여즉무견 여즉무문 | 여여하니 곧 듣는 것도 없다. |
如來頂은 卽是圓見이요 亦無圓見故로 | 여래의 정수리는 바로 온전히 보지만 |
여래정 즉시원견 역무원견고 | 온전히 봄이 없기 때문에 |
不落圓邊이니라 | 온전하다는 변견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
불락원변 | |
所以로 佛身은 無爲라 不墮諸數니 | 그러므로 부처의 몸은 작위가 없어서 |
소이 불신 무위 불타제수 | 헤아릴 대상이 아니니 |
權以虛空으로 爲喩니라 | 굳이 허공에 비유하는 것이다. |
권이허공 위유 | |
圓同太虛하야 無欠無餘하며 等閑無事라 | 원만하기 태허공 같아서 모자람도 남음도 없고 |
원동태허 무흠무여 등한무사 | 한가로와 일삼을 것이 없다. |
莫强辯他境이니 辯著하면 便成識하리라 | 다른 경계를 억지로 설명하려 하지 말 것이니 |
막강변타경 변착 변성식 | 설명하려 들면 벌써 식(識)이 이루어지고 만다. |
所以云호대 圓成沈識海하야 | 그렇기에 '원성실성(圓成實性)은 |
소이운 원성침식해 | 의식의 바다에 잠겨 |
流轉若飄蓬이라하니라 | 나부끼는 쑥대처럼 흘러 도네'라 하였다. |
유전약표봉 | |
秖道호대 我知也며 學得也며 | 다만 말하기를 '나는 알았으며 |
지도 아지야 학득야 | 배워서 얻었으며 |
契悟也며 解脫也며 有道理也라하며 | 깨달았으며 해탈하였으며 |
계오야 해탈야 유도리야 | 도의 이치를 얻었노라'고 한다. |
强處는 卽如意하고 弱處는 卽不如意하면 | 그러나 자기가 강한 곳에서는 뜻대로 되지만 |
강처 즉여의 약처 즉불여의 | 약한 곳에서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
似者箇見解는 有什麽用處리오 | 이런 견해가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 |
사자개견해 유십마용처 | |
我向汝道하노니 等閑無事하야 莫謾用心하며 | 내 너에게 이르노니, 한가로이 일 없도록 하여 |
아향여도 등한무사 막만용심 | 쓸데없이 마음을 쓰지 말라. |
不用求眞이요 唯須息見이니 | 참됨을 구할 필요가 없나니, |
불용구진 유수식견 | 오직 모든 견해를 쉴 것이니,' |
所以로 內見外見이 俱錯이며 佛道魔道俱惡이라 | 그러므로 안으로 보고 밖으로 봄이 다 잘못이며 |
소이 내견외견 구착 불도마도구악 | 부처의 도와 마구니의 도가 모두 악인 것이다. |
所以로 文殊가 暫起二見하고 貶向二鐵圍山하니라 | 그래서 문수보살이 잠깐 두 견해를 일으켰다가 |
소이 문수 잠기이견 폄향이철위산 | 그만 두 철위산 지옥으로 떨어진 것이다. |
文殊는 卽實智요 普賢은 卽權智니 | 문수보살은 참된 지혜의 상징이고 |
문수 즉실지 보현 즉권지 | 보현보살은 방편적인 지혜의 상징이다. |
權實이 相對治하야 究竟에 亦無權實이요 | 방편과 실제가 서로서로 작용을 하여 |
권실 상대치 구경 역무권실 | 결국 방편과 실제까지도 사라지고 |
唯是一心이니라 | 오로지 한 마음 뿐인 것이다. |
유시일심 | |
心且不佛不衆生이라 無有異見이니 | 마음은 부처도 중생도 아닌지라 |
심차불불불중생 무유이견 | 서로 다른 견해가 있지 않으니 |
纔有佛見하면 便作衆生見이니라 | 잠시 부처의 견해를 내면 |
재유불견 변작중생견 | 곧 바로 중생의 견해를 짓게 된다. |
有見無見常見斷見이 便成二鐵圍山이니 | 있다 없다는 견해, 길이 짧게라는 견해가 |
유견무견상견단견 변성이철위산 | 바로 두 가지 지옥을 만드는 것이니 |
被見障故로 祖師가 | 그러한 견해의 장애 때문에 조사들께서 |
피견장고 조사 | |
直指一切衆生本心本體가 本來是佛이니 | 일체 중생의 본 마음과 몸이 |
직지일체중생본심본체 본래시불 | 본래 부처임을 바로 가리키신 것이다. |
不假修成이며 不屬漸次며 | 닦아서 된다 할 것도 아니고 |
불가수성 불속점차 | 점차 얻는 것에 속하지도 않으며 |
不是明暗이니 不是明故로 無明하며 | 밝거나 어두운 것도 아니니 |
불시명암 불시명고 무명 | 밝음이 아니기 때문에 밝음도 없으며 |
不是暗故로 無暗이니 | 어두움이 아니기 때문에 어두움도 없다. |
불시암고 무암 | |
所以로 無無明하며 亦無無明盡이라 | 그러므로 무명(無明)도 없으며 |
소이 무무명 역무무명진 | 또한 무명이 다함[無明盡]도 없다. |
入我此宗門하야 切須在意어다 | 우리 이 선가의 문에 들어와서는 |
입아차종문 절수재의 | 누구든지 뜻을 간절하게 가져야 한다. |
如此見得을 名之爲法이요 見法故로 名之爲佛이며 | 이러한 보고 얻는 것을 법이라 하고 |
여차견득 명지위법 견법고 명지위불 | 법을 본 까닭에 부처라 하며 |
佛法俱無를 名之爲僧이며 | 부처와 법이 다 함께 없는 것을 |
불법구무 명지위승 | 승(僧)이라 하며 |
喚作無爲僧이며 亦名一體三寶니라 | 하릴 없는 중이라 부르며 |
환작무위승 역명일체삼보 | 또한 한 몸의 삼보[一體三寶]라 한다. |
夫求法者는 不著佛求하며 不著法求하며 | 대저 법을 구하는 이는 부처에 집착하여 |
부구법자 불착불구 불차법구 | 구하지 말고, 법에 집착하여 구하지도 말며, |
不著衆求하여 應無所求니 | 대중에 집착하여 구하지도 말아서 |
불착중구 응무소구 | 마땅히 구하는 바가 없어야 할 것이니 |
不著佛求故로 無佛하며 | 부처에 집착하여 구하지 않는 까닭에 |
불착불구고 무불 | 부처라 할 것도 없으며 |
不著法求故로 無法하며 | 법에 집착하여 구하지 않는 까닭으로 |
불착법구고 무법 | 법이라 할 것도 없으며 |
不著衆求故로 無僧이니라 | 대중에 집착하여 구하지 않는 가닭에 |
불착중구고 무승 | 승(僧)이라 할 것도 없느니라." |
8. 한 법도 얻을 수 없다 | |
問 和尙이 見今說法이어늘 | "스님께서는 지금 법을 말씀하고 계시면서 |
문 화상 견금설법 | |
何得言無僧亦無法이닛고 | 어찌하여 승(僧)도 없고 |
하득언무승역무법 | 법(法)도 없다 하십니까?" |
師云 汝若見有法可說이면 卽是以音聲求我라 | "네 만약 가히 설할 만한 법이 있다 생각한다면 |
사운 여약견유법가설 즉시이음성구아 |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는 것'이 된다. |
若見有我하면 卽是處所니라 | 나[我]란 것이 있다는 견해를 내면 |
약견유아 즉시처소 | 곧 처소(處所)인 것이다. |
法亦無法하며 法卽是心이니 | 법 또한 법이라 할 만한 것이 없으니 |
법역무법 법즉시심 | 법이란 바로 마음이니라. |
所以로 祖師云호대 | 그러므로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
소이 조사운 | |
付此心法時에 法法이 何曾法고 | 이 마음의 법을 부촉할 때에 |
부차심법시 법법 하증법 | 법이라 하는 법이 일찍이 무슨 법이던가. |
無法無本心하면 始解心心法이라하시니라 | 법도 없고 본래 마음도 없으면 |
무법무본심 시해심심법 | 마음이라는 마음의 법을 비로소 알리라' 하였다. |
實無一法可得이 名坐道場이니 | 실로 한 법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
실무일법가득 명좌도량 | 도량에 앉았다 하는 것이니, |
道場者는 是不起諸見이니라 | 도량이란 모든 견해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
도량자 시불기제견 | |
悟法本空을 喚作空如來藏이니 | 법이 본래 공(空)한 줄을 깨닫는 것을 |
오법본공 환작공여래장 | 공여래장(空如來藏)이라 부르는 것이니 |
本來無一物이어늘 何處에 有塵埃리오 | 본래 한 물건도 없거니 |
본래무일물 하처 유진애 | 어느 곳엔들 티끌과 먼지가 있겠느냐. |
若得此中意하면 逍遙를 何所論이리오 | 만약 이 소식을 안다면 소요를 |
약득차중의 소요 하소론 | 논할 바 있겠느냐." |
9. 한 물건도 없음 [無一物] | |
問 本來無一物이라하니 無物이 便是否닛가 | "본래 한 물건도 없다 하셨는데 |
문 본래무일물 무물 변시부 | 한 물건도 없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입니까?" |
師云 無亦不是니 | "없다고 해도 맞지 않다. |
사운 무역불시 | |
菩提는 無是處하며 亦無無知解니라 | 깨달음이란 그 처소가 없으며 |
보리 무시처 역무무지해 | 또한 알지 못한다 할 것도 없다." |
10. 마음 밖에 다른 부처가 없다. | |
問 何者是佛이닛고 |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
문 하자시불 | |
師云 汝心이 是佛이라 佛卽是心이니 | "네 마음이 그 부처이고 |
사운 여심 시불 불즉시심 | 부처가 곧 그 마음이니, |
心佛不異故로 云 卽心是佛이라하나니 | 마음과 부처가 서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
심불불이고 운 즉심시불 |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는 것이다. |
若離於心하면 別更無佛이니라 | 마음을 떠나서는 따로 부처가 없다." |
약리어심 별갱무불 | |
云호대 若自心是佛인댄 | "만약 자기 마음이 부처라 한다면, |
운 약자심시불 | |
祖師西來하사 如何傳授닛고 | 달마조사께서 인도에서 오시어 |
조사서래 여하전수 | 어떻게 전수하셨겠습니까?" |
師云 祖師西來하사 唯傳心佛이니 | "달마조사께서 인도에서 오셔서 |
사운 조사서래 유전심불 | 오직 마음의 부처를 전하신 것이니, |
直指汝等心이 本來是佛이니 | 너희 마음이 본래 부처임을 |
직지여등심 본래시불 | 바로 가리켜 주신 것이며, |
心心不異故로 名爲祖니라 | 마음과 마음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
심심불이고 명위조 | 조사라 한다. |
若直下에 見此意하면 卽頓超三乘一切諸位하야 | 만약 곧 바로 이 뜻을 깨닫는다면 |
약직하 견차의 즉돈초삼승일체제위 | 곧 삼승의 모든 지위를 단박에 뛰어 넘어서 |
本來是佛이라 不假修成이니라 | 본래의 부처인 것이니 |
본래시불 불가수성 | 닦아 이룬다 할 것이 아니다." |
云호대 若如此인댄 十方諸佛이 | "만약 그렇다면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
운 약여차 시방제불 | |
出世하사 說於何法이닛고 | 세상에 오시어 무슨 법을 설하십니까?" |
출세 설어하법 | |
師云 十方諸佛이 出世하사 秖共說一心法이니 |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시어 |
사운 시방제불 출세 지공설일심법 | 오로지 한 마음의 법만을 설하셨으니, |
所以로 佛이 密付與摩訶大迦葉이니라 |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마하대가섭에게 |
소이 불 밀부여마하대가섭 | 그것을 은밀히 부촉하셨느니라. |
此一心法體는 盡虛空遍法界라 | 이 일심법의 본체는 |
차일심법체 진허공편법계 | 허공계를 다해 온 법계에 두루하기 때문에 |
名爲諸佛理니 | 모든 부처님의 이치라 하는 것이다. |
명위제불리 | |
論這箇法인댄 豈是汝於言句上에 解得他리오 | 이러한 법을 논하건대 |
논저개법 개시여어언구상 해득타 | 어찌 네가 언어 문구로 그것을 알 수 있겠느냐? |
亦不是於一機一境上見得他니 | 또한 한 기틀, 한 경계 위에서 |
역불시어일기일경상견득타 | 마음법[心法]을 볼 수 없으니 |
此意는 唯是默契라 | 이는 오직 묵묵히 계합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
차의 유시묵계 | |
得這一門을 名爲無爲法門이니 | 이 하나의 문을 얻는 것을 |
득저일문 명위무위법문 | 무위법문(無爲法門)이라 하는 것이니 |
若欲會得인댄 但知無心이니 | 만약 깨쳐 알고자 한다면 |
약욕회득 단지무심 | 다만 무심을 알아야 한다. |
忽悟卽得이요 若用心擬學取하면 卽轉遠去니라 | 홀연히 깨치면 되는 것이요, 만약 마음을 써서 |
홀오즉득 약용심의학취 즉전원거 | 배워 깨달으려 하면 그럴수록 더 멀어진다. |
若無岐路心과 一切取捨心을 | 갈라진 마음과 |
약무기로심 일체취사심 | 모든 취사(取捨)하는 마음이 없어서 |
心如木石하야사 始有學道分이니라 | 목석 같은 마음이 되어야만 |
심여목석 시유학도분 | 비로소 도를 배울 배분(分)이 있느니라." |
云호대 如今에 現有種種妄念이어늘 何以言無닛고 | "지금도 갖가지 망념이 나타나고 있는데, |
운 여금 현유종종망념 하이언무 | 어찌 없다고 하십니까?" |
師云 妄本無體라 卽是汝心所起니 | "망념은 본시 본체가 없는 것이라 |
사운 망본무체 즉시여심소기 | 네 마음이 허망하게 일으킨 것이니 |
汝若識心是佛하면 心本無妄이어늘 | 만약 네가 마음이 부처임을 안다면, |
여약식심시불 심본무망 | 마음에 본래 허망함이 없는 것이어늘, |
那得起心하야 更認於妄이리오 | 어찌 마음을 일으켜 |
나득기심 갱인어망 | 다시 망념을 알려하느냐? |
汝가 若不生心動念하면 自然無妄이니 | 네 만약 마음을 내서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
여 약불생심동념 자연무망 | 자연히 망념은 없을 것이니, |
所以云호대 心生則種種法이 生하고 | 그러므로 말하기를, |
소이운 심생즉종종법 생 | 마음이 일어나면 곧 갖가지 법이 나고, |
心滅則種種法이 滅이라하나니라 | 마음이 없어지면 곧 |
심멸즉종종법 멸 | 갖가지 법이 없어진다'고 하였다." |
云호대 今正妄念起時에 佛在何處닛고 | "지금 바로 망념이 일어날 때 |
운 금정망념기시 불재하처 | 부처는 어느 곳에 있습니까?" |
師云 汝今覺妄起時에 覺이 正是佛이니 | "네 지금 망념이 일어난 것을 깨달았을 때 |
사운 여금각망기시 각 정시불 | 그 깨달음이 바로 부처이다. |
可中에 若無妄念하면 佛亦無니라 何故로 如此오 | 그런 가운데 망념이 없다면, 부처 또한 없느니라. |
가중 약무망념 불역무 하고 여차 | 무엇 때문에 그렇겠느냐? |
爲汝起心作佛見하야 便謂有佛可成호대 | 네가 마음을 일으키고 부처의 견해를 지어서 |
위여기심작불견 변위유불가성 | 문득 이룰만한 부처가 있다고 하고, |
作衆生見하야 便謂有衆生可度라하니 | 중생의 견해를 지어서 |
작중생견 변위유중생가도 | 제도할 중생이 있다고 하는데, |
起心動念이 摠是汝見處라 |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움직이는 것이 |
기심동념 총시여견처 | 모두 네 견해가 작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若無一切見하면 佛이 有何處所리오 | 만약 일체의 견해가 없다면 |
약무일체견 불 유하처소 | 부처는 어느 곳에 있겠느냐? |
如文殊가 纔起佛見하고 便貶向二鐵圍山이니라 | 마치 문수가 부처라는 견해를 일으키자마자 |
여문수 재기불견 변폄향이철위산 | 바로 두 철위산 지옥에 떨어진 것과 같으니라." |
云호대 今正悟時에 佛在何處닛고 | "이제 바로 깨달았을 때 |
운 금정오시 불재하처 | 부처는 어느 곳에 있습니까?" |
師云 問從何來며 覺從何起오 | "물음은 어느 곳으로부터 왔으며, |
사운 문종하래 각종하기 | 깨달음은 무엇으로부터 일어났느냐? |
語默動靜一切聲色이 盡是佛事어늘 | 일상의 어묵동정간에 모든 소리와 빛깔이 |
어묵동정일체성색 진시불사 | 모두 부처님 일 아님이 없거늘 |
何處覓佛고 | 어느 곳에서 부처를 찾겠느냐? |
하처멱불 | |
不可更頭上安頭하고 嘴上加嘴니 | 머리 위에 머리를 얹지 말며, |
불가갱두상안두 취상가취 | 부리 위에 부리를 더하지 말라. |
但莫生異見하면 山是山水是水요 | 그저 다른 견해만 내지 않으면 |
단막생이견 산시산수시수 | 산은 산, 물은 물이요 |
僧是僧俗是俗이라 | 승은 승, 속은 속일 뿐이니라. |
승시승속시속 | |
山河大地日月星辰이 摠不出汝心이며 | 산하대지와 일월성신이 |
산하대지일월성신 총불출여심 | 모두 너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으며, |
三千世界 都來是汝箇自己니 | 삼천대천 세계가 |
삼천세계 도래시여개자기 | 모두 너의 본래 면목인 것이니 |
何處에 有許多般이리오 | 어느 곳에 허다한 일들이 있겠느냐? |
하처 유허다반 | |
心外無法하니 滿目靑山이니라 | 마음 밖에 법이 없으니 |
심외무법 만목청산 | 눈 가득히 푸른 산이니라. |
虛空世界皎皎地하야 | 허공세계가 밝고 깨끗하여 |
허공세계교교지 | |
無絲髮許도 與汝로 作見解니 | 한 터럭만큼도 |
무사발허 여여 작견해 | 너와 더불어 견해를 짓지 않으니, |
所以로 一切聲色이 是佛之慧目이니라 | 그러므로 모든 소리와 빛깔들이 |
소이 일체성색 시불지혜목 | 그대로 부처님 지혜의 눈이다. |
法不孤起라 仗境方生이니 | 법은 홀로 일어나지 않고 |
법불고기 장경방생 | 경계를 의지해야만 비로소 생기는 것이니, |
爲物之故로 有其多智하니라 | 경계 때문에 그 많은 지혜가 있는 것이다. |
위물지고 유기다지 | |
終日說하나 何曾說이며 | 종일 말하나 일찍이 무슨 말을 하였으며, |
종일설 하증설 | |
終日聞하나 何曾聞이리오 | 종일 들으나 일찍이 무엇을 들었느냐? |
종일문 하증문 | |
所以로 釋迦四十九年說이 未嘗說著一字니라 | 그러므로 석가세존의 49년 설법이 |
소이 석가사십구년설 미상설착일자 | 일찍이 한 글자도 설하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
11. 보리의 마음 | |
云호대 若如此인댄 何處是菩提닛고 | "만약 그렇다면 어느 곳이 깨달음입니까?" |
운 약여차 하처시보리 | |
師云 菩提無是處니 佛亦不得菩提이며 | "깨달음은 그 처소가 없으니 |
사운 보리무시처 불역부득보리 | 부처라 해서 역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며 |
衆生도 亦不失菩提니라 | 중생이라 해서 깨달음을 잃는 것도 아니다. |
중생 역부실보리 | |
不可以身得이며 不可以心求니 | 깨달음은 몸으로 얻지 못하며 |
불가이신득 불가이심구 | 마음으로도 구할 수 없는 것이니 |
一切衆生이 卽菩提相이니라 | 일체 중생이 그대로 깨달음의 모양이니라." |
일체중생 즉보리상 | |
云호대 如何發菩提心이닛고 | "그러면 어떻게 보리심을 냅니까?" |
운 여하발보리심 | |
師云 菩提는 無所得이니 爾今但發無所得心하면 | "깨달음은 얻는 것이 아니니 |
사운 보리 무소득 이금단발무소득심 | 네 지금 다만 얻을 바 없는 마음을 내면 |
決定不得一法이니 卽菩提心이라 | 결정코 한 법도 얻지 못하리니 |
결정부득일법 즉보리심 | 그것이 보리심이다. |
菩提는 無住處하니 是故로 無有得者라 | 보리는 머물자리가 없기 때문에 |
보리 무주처 시고 무유득자 | 얻을 것도 없다. |
故로 云하사대 我於然燈佛所에서 |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
고 운 아어연등불소 | '내가 연등부처님의 처소에서 |
無有少法可得이라 佛이 卽與我授記라하시니 | 작은 법도 얻을 수 없었기에 연등부처님께서 |
무유소법가득 불 즉여아수기 | 나에게 수기하셨느니라'고 하셨다. |
明知一切衆生이 本是菩提니 不應更得菩提니라 | 일체 중생이 본래 보리이니, |
명지일체중생 본시보리 불응갱득보리 | 다시 보리를 얻을 수 없음을 밝게 알아야 한다. |
爾今聞發菩提心하고 將謂一箇心하야 | 네 이제 보리심을 낸다는 말을 듣고 |
이금문발보리심 장위일개심 | 한 마음을 가지고 |
學取佛去라하야 唯擬作佛하면 | 배워서 부처를 얻는다고 하여 |
학취불거 유의작불 | 오로지 부처가 되려고 한다면 |
任爾三秖劫修하야도 亦秖得箇報化佛이니 | 네가 삼대 아승기겁을 닦는다 해도 |
임이삼지겁수 역지득개보화불 | 다만 보신, 화신의 부처만 얻을 뿐 |
與爾本源眞性佛로 有何交涉이리오 | 너의 근본 연원인 참된 성품의 부처와는 |
여이본원진성불 유하교섭 |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
故로 云호대 外求有相佛이 與汝不相似라하니라 | 그러므로 '밖으로 구하는 모양 있는 부처는 |
고 운 외구유상불 여여불상사 | 그대와는 닮지 않았도다'고 하였다. |
12. 수은의 비유 | |
問 本旣是佛인댄 那得更無四生六道하야 | "본래로 이미 부처라면 |
문 본기시불 나득갱무사생육도 | 어찌 다시 없는 4생과 6도를 얻어 |
種種形貌不同이닛고 | 갖가지로 형상과 모양이 다릅니까?" |
종종형모부동 | |
師云 諸佛이 體圓하야 更無增減하며 | "모든 부처님께서는 본체가 원만하여 |
사운 제불 체원 갱무증감 | 더 늘고 없어질 것이 없으며, |
流入六道하야도 處處皆圓이요 | 육도에 흘러들어도 |
유입육도 처처개원 | 곳곳마다 모두 원만하고 |
萬類之中에 箇箇是佛이니라 | 만 가지 부류의 낱낱이 그 부처이다. |
만류지중 개개시불 | |
譬如一團水銀하야 分散諸處라도 顆顆皆圓이라 | 마치 한 덩이 수은이 여러 곳으로 흩어져도 |
비여일단수은 분산제처 과과개원 | 방울방울이 모두 둥근 것과 같다. |
若不分時에도 秖是一塊니 | 나뉘지 않았을 때에도 |
약불분시 지시일괴 | 다만 한 덩이였으니 |
此一卽一切요 一切卽一이니라 | 이는 하나가 곧 일체요 |
차일즉일체 일체즉일 | 일체가 곧 하나이니라. |
種種形貌가 喩如屋舍하야 | 가지가지 형상과 모습은 마치 집과 같아서 |
종종형모 유여옥사 | |
捨驢屋入人屋하며 捨人身至天身하며 | 나귀의 집을 버리고 사람의 집에 들기도 하고, |
사려옥입인옥 사인신지천신 | 사람의 몸을 버리고 하늘의 몸이 되기도 하며, |
乃至聲聞緣覺菩薩佛屋이 皆是汝取捨處니 | 성문, 연각, 보살, 부처의 집까지도 |
내지성문연각보살불옥 개시여취사처 | 모두 네가 취하고 버리는 곳이니, |
所以有別이어니와 本源之性이 何得有別이리오 | 그러므로 차별이 있는 것이지만 |
소이유별 본원지성 하득유별 | 본래 근원의 성품에야 무슨 차별이 있겠느냐?" |
13. 무연자비 | |
問 諸佛은 如何行大慈悲하사 爲衆生說法이닛고 | "모든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자비를 베풀어 |
문 제불 여하행대자비 위중생설법 | 중생을 위해 법을 설하십니까?" |
師云 佛慈悲者는 無緣故로 名大慈悲니라 | "부처님의 자비란 인연이 없기 때문에 |
사운 불자비자 무연고 명대자비 | 큰 자비라고 한다. |
慈者는 不見有佛可成이요 | 사랑함[慈]이란 이룰 만한 부처가 있다는 |
자자 불견유불가성 | 견해를 내지 않는 것이고, |
悲者는 不見有衆生可度며 | 슬퍼함[悲]이란 제도할 중생이 있다는 |
비자 불견유중생가도 | 견해를 내지 않는 것이다. |
其所說法은 無說無示요 | 설하시는 법은 설함도 없고 보임도 없으며 |
기소설법 무설무시 | |
其聽法者는 無聞無得이니 | 그 법을 듣는 자는 |
기청법자 무문무득 | 들음도 얻음도 없는 것이다. |
譬如幻士爲幻人說法이라 | 마치 마술사가 마술로 만들어 놓은 |
비여환사위환인설법 | 인간을 위하여 설법하는 것과 같다. |
這個法을 若爲道我從善知識言下領得하야 | 이러한 법을 어찌 '내가 선지식으로부터 |
저개법 약위도아종선지식언하령득 | 말끝에 알아차리고 |
會也悟也라하며 | 이해하여 깨달았다' 하겠으며 |
회야오야 | |
這個慈悲를 若爲汝起心動念하야 學得他이리요 | 이러한 자비를 어찌 '마음 내고 |
저개자비 약위여기심동념 학득타 | 생각을 움직여 배워 얻었다' 하겠느냐? |
見解는 不是自悟本心이면 究竟無益이니라 | 스스로 본래의 마음을 깨닫지 못한 것이라면 |
견해 불시자오본심 구경무익 | 마침내 아무런 이익도 없느니라." |
14. 정진이란? | |
問 何者是精進이닛고 | "어떤 것이 정진(精進)입니까?" |
문 하자시정진 | |
師云 身心不起가 是名第一牢强精進이니라 | "몸과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
사운 신심불기 시명제일뇌강정진 | 가장 굳건한 정진이니라. |
纔起心하야 向外求者는 | 조금이라도 마음을 일으켜서 |
재기심 향외구자 | 밖으로 구하는 것은 |
名爲歌利王이 愛游獵去니 | 가리왕이 사냥놀이 가기를 좋아하는 것' |
명위가리왕 애유렵거 | 이라 이르는 것이니, |
心不外遊가 卽是忍辱仙人이며 | 마음이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 것이 |
심불외유 즉시인욕선인 | 곧 인욕선인(忍辱仙人)이며, |
身心俱無가 卽是佛道니라 | 몸과 마음이 함께 없는 것이 |
신심구무 즉시불도 | 곧 부처님의 도이니라." |
15. 무심한 행 | |
問 若無心하면 行此道得不닛고 | "만약 마음이 없다면 |
문 약무심 행차도득부 | 이 도를 행해 얻을 수 있겠습니까?" |
師云 無心이 便是行此道어늘 | "마음 없는 것[無心]이 바로 도를 행함이거늘 |
사운 무심 변시행차도 | |
更說什麽得與不得고 | 거기에 다시 무슨 얻고 말고 할 것이 있겠느냐? |
갱설십마득여부득 | |
且如瞥起一念하면 便是境이요 | 만약 잠깐이라도 한 생각 일으키면 |
차여잠기일념 변시경 | 곧 그것이 경계이고 |
若無一念이라도 便是境이니 | 한 생각 없다 하여도 경계이니라. |
약무일념 변시경 | |
忘心이 自滅하면 無復可追尋이니라 | 망령된 마음이 스스로 없어지면 |
망심 자멸 무부가추심 | 더 이상 쫓아가 찾을 것이 없느니라." |
16. 삼계(三界)를 벗어남 | |
問 如何是出三界닛고 | "어떤 것이 삼계를 벗어나는 것입니까?" |
문 여하시출삼계 | |
師云 善惡을 都莫思量하면 當處便出三界니라 | "선악을 도무지 헤아려 생각지 않는다면 |
사운 선악 도막사량 당처변출삼계 | 그 자리에서 바로 삼계를 벗어나느니라. |
如來出世는 爲破三有니 |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신 것은 |
여래출세 위파삼유 | 삼계를 부수기 위함이니 |
若無一切心하면 三界도 亦非有니라 | 만약 모든 마음이 없다면 |
약무일체심 삼계 역비유 | 삼계 또한 없느니라. |
如一微塵을 破爲百分하야 | 가령 작은 티끌 하나를 |
여일미진 파위백분 | 100 분으로 부수어 |
九十九分은 是無하고 一分은 是有라도 | 그 중 99 분은 없어지고 |
구십구분 시무 일분 시유 | 한 등분만 남았더라도 |
摩訶衍에 不能勝出이요 百分이 俱無하야사 | 대승을 잘 벗어날 수 없고 |
마하연 불능승출 백분 구무 | 100 분이 모두 다 없어야만 |
摩訶衍에 始能勝出이니라 | 비로소 잘 벗어났다고 하느니라." |
마하연 시능승출 | |
17. 마음이 부처 | |
上堂云 卽心是佛이라 |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
상당운 즉심시불 | "마음이 곧 부처다. |
上至諸佛하며 下至蠢動含靈히 | 위로는 부처님으로부터 |
상지제불 하지준동함령 | 아래로는 꿈틀거리는 벌레에 이르기까지 |
皆有佛性이요 同一心體니 | 모두 다 불성이 있어서, |
개유불성 동심일체 | 동일한 마음의 본체를 지녔으니, |
所以로 達摩가 從西天來하사 唯傳一心法이니 | 그래서 달마조사께서 인도로부터 오셔서 |
소이 달마 종서천래 유전일심법 | 오직 한마음의 법만 전하셨으니 |
直指一切衆生이 本來是佛이라 | 일체 중생이 본래 부처임을 |
직지일체중생 본래시불 | 바로 가리켜 주신 것이다. |
不假修行이니 但如今에 識取自心하야 | 수행을 빌려서 되는 것이 아니니 |
불가수행 단여금 식취자심 | 다만 지금의 자기 마음을 알아서 |
見自本性이요 更莫別求니라 | 자기의 본래 성품을 볼 것이요 |
견자본성 갱막별구 | 달리 다시 구하지 말라. |
云何識自心고 卽如今言語者가 正是汝心이니라 | 어떻게 자기의 마음을 인식하느냐? |
운하식자심 즉여금언어자 정시여심 |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네 마음이다. |
若不言語하고 又不作用하면 | 만약 말하지 않고 작용하지도 않는다면, |
약불언어 우부작용 | |
心體如虛空相似하야 無有相貌하며 | 마음의 본체는 허공의 모습과 같아서 |
심체여허공상사 무유상모 | 모양도 없고 형상도 없으며, |
亦無方所하며 亦不一向是無라 | 또 방위와 처소도 없고, |
역무방소 역불일향시무 | 또한 한결같이 없는 것도 아니다. |
有而不可見故로 祖師云호대 | 있으면서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
유이불가견고 조사운 |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
眞性心地藏이 無頭亦無尾라 | 참된 성품의 마음자리는 |
진성심지장 무두역무미 | 머리도 꼬리도 없는지라 |
應緣而化物하니 方便呼爲智라하니라 | 인연에 호응하여 중생을 교화하나니 |
응연이화물 방편호위지 | 방편으로 그것을 지혜라 부른다'고 하셨다. |
若不應緣之時에 不可言其有無요 | 만약 인연에 따르지 않을 때에도 |
약불응연지시 불가언기유무 | 그 있고 없음을 말할 수 없으며, |
正應之時에도 亦無蹤跡이니 | 인연에 올바로 따를 때라도 |
정응지시 역무종적 | 또한 종적이 없는 것이니, |
旣知如此인댄 如今에 但向無中棲泊하면 | 기왕 이런 줄 알았다면 |
기지여차 여금 단향무중서박 | 당장 '없음' 가운데 쉬어 깃든다면 |
卽是行諸佛路이니라 | 곧 부처님의 길을 가는 것이니라. |
즉시행제불로 | |
經云 應無所住하야 而生其心이라하시니 | 경에 말씀하시기를, '마땅히 머문 바가 없이 |
경운 응무소주 이생기심 | 그 마음이 난다'고 하셨으니, |
一切衆生이 輪迴生死者는 意緣走作心이 | 모든 중생이 생사에 윤회하는 것은 |
일체중생 윤회생사자 의연주작심 | 뜻으로 반연하고 분주히 짓는 마음이 |
於六道에 不停하야 致使受種種苦하나니라 | 육도에서 멈추지 못하여 |
어육도 부정 치사수종종고 | 마침내는 갖가지 고통을 받게 된다. |
淨名이 云호대 難化之人은 心如猿猴故로 | 유마거사가 이르기를, '교화하기 힘든 사람은 |
정명 운 난화지인 심여원후고 | 원숭이처럼 의심이 많기 때문에 |
以若干種法으로 制禦其心然後에 調伏이라하니라 | 천 가지 법으로 그 마음을 제압한 다음에 |
이약천종법 제어기심연후 조복 | 비로소 조복시킨다'고 하였다. |
所以로 心生하면 種種法이 生하고 | 그러므로 마음이 나면 |
소이 심생 종종법 생 | 갖가지 법이 생겨나고 |
心滅하면 種種法이 滅이니 | 마음이 없어지면 |
심멸 종종법 멸 | 갖가지 법이 없어지는 것이니, |
故知一切諸法이 皆由心造며 | 그러므로 알아라. 일체의 모든 법이 |
고지일체제법 개유심조 | 마음으로 말미암아 만들어지는 것이며, |
乃至人天 地獄 六道 修羅가 盡由心造니 | 인간, 천상, 지옥, 육도, 아수라까지도 |
내지인천 지옥 육도 수라 진유심조 | 모두 마음으로 연유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
如今에 但學無心하면 頓息諸緣이요 | 지금 당장이라도 무심하기만 하면 |
여금 단학무심 돈식제연 | 모든 반연은 단박에 쉬게 되고 |
莫生妄想分別하면 無人無我하며 | 망상 분별을 내지 않으면 |
막생망상분별 무인무아 | 남도 없고 나도 없으며, |
無貪瞋하며 無憎愛無勝負니라 | 욕심과 성냄도 없고, |
무탐진 무증애무승부 | 밉고 고움도 없으며, 이김도 짐도 없느니라. |
但除卻如許多種妄想하면 性自本來淸淨이니 | 허다한 여러가지 망상을 없애 버리기만 하면 |
단제각여허다종망상 성자본래청정 | 자성은 본래부터 청정한 것이니 |
卽是修行菩提法하야 佛等이니라 | 곧 깨달음의 법을 수행하여 |
즉시수행보리법 불등 | 부처님과 나란히 되는 것이다. |
若不會此意하면 縱爾廣學勤苦修行하며 | 만약 이 뜻을 알지 못한다면, |
약불회차의 종이광학근고수행 | 설사 널리 배우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
木食草衣라도 不識自心이라 | 나무를 먹고 풀옷 입는 고행을 한다 해도 |
목식초의 불식자심 | 자기의 마음은 알지 못한 것이다. |
皆名邪行이며 盡作天魔 外道 水陸諸神이니 | 모두가 삿된 행이고, 모두 다 천마, 외도, |
개명사행 진작천마 외도 수륙제신 | 물과 뭍의 여러 귀신 노름을 하는 것이니 |
如此修行이 當復何益이리오 | 이같이 수행한들 무슨 이로움이 있겠느냐? |
여차수행 당부하익 | |
志公이 云호대 | 지공이 말하기를, |
지공 운 | |
本體是自心作이어늘 那得文字中求리오하니 | 본래 몸은 자기의 마음이 짓는 것이거늘 |
본체시자심작 나득문자중구 | 어찌 문자 속에서 구하리오?'라 하였다. |
如今에 但識自心하야 息卻思惟妄想하면 | 지금 다만 자기 마음을 알아서 |
여금 단식자심 식각사유망상 | 사량분별하는 망상을 쉬기만 하면 |
塵勞自然不生이니라 | 육진의 번뇌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
진로자연불생 | |
淨名이 云호대 唯置一床하고 | 「유마경」에 이르기를, |
정명 운 유치일상 | 오직 침상 하나만 두고 |
寢疾而臥라하니 心不起也라 | 병들어 누워 있다'고 하였는데 |
침질이와 심불기야 | 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
如今臥疾하야 攀緣이 都息하고 | 지금 앓아 누워서 |
여금와질 반연 도식 | 반연을 모두 쉬어 |
妄想이 歇滅하면 卽是菩提니라 | 망상이 그쳐 없어지면 |
망상 헐멸 즉시보리 | 그것이 바로 보리이니라. |
如今에 若心裡紛紛不定하면 | 지금 만약 마음 속이 |
여금 약심리분분부정 | 분분히 시끄러워 안정되지 않았다면, |
任爾學到三乘四果十地諸位라도 | 너의 배움이 비록 3승, 4과, 10지의 |
임이학도삼승사과십지지위 | 모든 지위에 이르렀다 해도 |
合殺秖向凡聖中坐니라 | 범부 성인의 경계에 내달려 앉는 것이 된다. |
합살지향범성중좌 | |
諸行이 盡歸無常이라 勢力이 皆有盡期니 | 모든 행은 마침내 덧없음으로 돌아간다. |
제행 진귀무상 세력 개유진기 | 힘이란 모두가 다할 때가 있으니 |
猶如箭射於空하면 力盡還墮인달하야 | 마치 화살을 공중에 쏘면 |
유여전사어공 역진환타 | 힘이 다해 돌아와 떨어지는 것처럼 |
卻歸生死輪迴하나니 | 생사의 윤회에 다시 돌아가고 말 것이니, |
각귀생사윤회 | |
如斯修行은 不解佛意요 虛受辛苦니 | 이러한 수행은 부처님 뜻을 모르는 것이요 |
여사수행 불해불의 허수신고 | 헛되이 쓴 고초를 받을 뿐이니 |
豈非大錯이리오 志公이 云호대 | 어찌 큰 잘못이 아니겠느냐? |
개비대착 지공 운 | 지공이 말하기를, |
未逢出世明師하면 枉服大乘法藥이라하니 | 세간에 뛰어난 밝은 스승을 만나지 못하면 |
미봉출세명사 왕복대승법약 | 대승의 법약을 잘못 먹은 것이다'고 하였다. |
如今에 但一切時中行住坐臥에 但學無心하면 | 단지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는 모든 때에 |
여금 단일체시중행주좌와 단학무심 | 오로지 '무심'을 배우기만 하면 |
亦無分別하며 亦無依倚하며 亦無住著이라 | 분별도 없고 의지할 것도 없으며 |
역무분별 역무의의 역무주착 | 또한 머물러 집착할 것도 없다. |
終日任運騰騰하야 如癡人相似니 | 종일토록 들떠 다니도록 내맡겨 두어 |
종일임운등등 여치인상사 | 마치 바보와 흡사한 모양일 것이니, |
世人이 盡不識爾호대 爾亦不用敎人識不識이니라 |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를 모른다 하여도 |
세인 진불식이 이역불용교인식불식 | 너 또한 알거나 모르게 할 필요가 없다. |
心如頑石頭하야 都無縫罅하며 | 마음이 마치 큰 바위덩이와 같아서 |
심여완석두 도무봉하 | 도무지 갈라진 틈이 없고 |
一切法이 透汝心不入하야 兀然無著이니 | 일체 법이 네 마음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여 |
일체법 투여심불입 올연무착 | 올연히 집착함이 없어야 할 것이니, |
如此하야사 始有少分相應하리라 | 이와 같아야만 |
여차 시유소분상응 | 비로소 조금은 상응할 분(分)이 있다 하리라. |
透得三界境過하면 名爲佛出世요 | 삼계의 경계를 툭 뚫고 지나기만 하면 |
투득삼계경과 명위불출세 | 부처님이 세간에 오셨다' 할 것이요 |
不漏心相이 名爲無漏智니 | 번뇌 없는 마음의 모양을 |
불루심상 명위무루지 | 새지 않는 지혜[無漏智]라고 부른다. |
不作人天業하며 不作地獄業하며 | 인간과 천상업을 짓지 않으며, |
부작인천업 부작지옥업 | 그렇다고 지옥업을 짓지도 않으며, |
不起一切心하고 諸緣이 盡不生하면 | 나아가 일체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
불기일체심 제연 진불생 | 모든 반연이 전혀 생기지 않으면 |
卽此身心이 是自由人이라 | 곧 이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사람인 것이다. |
즉차신심 시자유인 | |
不是一向不生이니 秖是隨意而生이니라 | 이는 한결같이 나지 않는 것[不生]만은 아니고 |
불시일향불생 지시수의이생 | 다만 뜻을 좇아 나는 것이니라. |
經에 云하사되 | 경에 이르시기를, |
경 운 | |
菩薩은 有意生身이라하심이 是也니라 | 보살은 뜻이 있어 몸을 나툰다'고 |
보살 유의생신 시야 | 하신 것이 바로 이것이다. |
忽若未會無心하고 著相而作者는 | 만약 무심을 알지 못하고 |
홀약미증무심 착상이작자 | 모양에 집착하여 갖가지 견해를 짓는 것은 |
皆屬魔業이며 乃至作淨土佛事라도 | 모두 마구니의 업에 속하는 것이며 |
개속마업 내지작정토불사 | 정토의 수행[淨土佛事]을 한다 하더라도 |
並皆成業이요 乃名佛障이니 | 모두 업을 짓는 것이요 |
병개성업 내명불장 | 부처의 장애[佛障]라 할 것이니, |
障汝心故로 被因果管束하야 去住無自由分이니 | 네 마음을 장애하는 까닭에 인과에 얽매어 |
장여심고 피인과관속 거주무자유분 | 가고 머무름에 자유로움이 없다. |
所以로 菩提等法이 本不是有니 | 그러므로 보리 등의 법이 |
소이 보리등법 본불시유 | 본래 있는 것이 아니며 |
如來所說은 皆是化人이라 |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은 |
여래소설 개시화인 | 모두 사람을 교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니라. |
猶如黃葉으로 爲金하야 權止小兒啼故며 | 마치 누런 잎사귀를 돈이라 하여 |
유여황엽 위금 권지소아제고 | 우는 애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과 같으며, |
實無有法이 名阿耨菩提니 | 실로 법이 있지 않음을 |
실무유법 명아뇩보리 | 무상정각이라 하는 것이니 |
如今에 旣會此意인댄 何用區區리오 | 지금 기왕 이 뜻을 알았다면 |
여금 기회차의 하용구구 | 어찌 구구한 설명이 더 필요하겠느냐? |
但隨緣消舊業이요 更莫造新殃하라 | 다만 인연따라 묵은 업을 녹일 뿐이요 |
단수연소구업 갱막조신앙 | 다시 새로운 재앙을 짓지 말라. |
心裡明明이니 所以로 舊時見解를 | 마음 속은 밝고 밝기 때문에 |
심리명명 소이 구시견해 | 옛 시절의 견해를 |
摠須捨卻이니라 | 모름지기 모두 버려야 한다. |
총수사각 | |
淨名이 云호대 除去所有라하며 | 「유마경」에서 이르기를, |
정명 운 제거소유 | 가진 것을 없애 버린다'고 하였으며, |
法華에 云 二十年中에 常令除糞이라하시니 | 「법화경」에서는 '20년 동안 |
법화 운 이십년중 상령제분 | 항상 똥을 치게 하셨다'고 하였으니, |
秖是除去心中作見解處며 | 다만 이것은 마음 속에서 견해를 짓는 곳을 |
지시제거심중작견해처 | 제거해버린다는 것이다. |
又云 蠲除戱論之糞이라하시니 | 또 말씀하시기를, |
우운 견제희론지분 | 희론(戱論)의 똥을 쳐서 없앤다'고 하였다. |
所以로 如來藏은 本自空寂하야 | 그러므로 여래장은 본래 스스로 공적하여 |
소이 여래장 본자공적 | |
幷不停留一法故로 | 결코 한 법에라도 멈춰 머무르지 않으므로 |
병부정류일법고 | |
經云 諸佛國土도 亦復皆空이라하시니 | 경에 말씀하시기를, '모든 부처님의 나라도 |
경운 제불국토 역부개공 | 또한 다 비었다'고 하셨다. |
若言佛道를 是修學而得이라하면 | 만약 부처님의 도를 |
약언불도 시수학이득 | 닦아 배워서 얻는다고 한다면 |
如此見解는 全無交涉이니라 | 이와 같은 견해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
여차견해 전무교섭 | |
或作一機一境하며 揚眉動目하야 | 혹은 한 때나 한 경계를 짓기도 하며 |
혹작일기일경 양미동목 | 눈썹을 치켜뜨고 눈을 부라리기도 하여 |
秖對相當하면 便道호대 | 다만 서로 어울리기만 하면 |
지대상당 변도 | 곧 말하기를, |
契會也라하며 得證悟禪理也라하며 | 계합하여 알았다'고 하며, |
계회야 득증오선리야 | 선의 이치를 깨쳐 증득했다'고 한다. |
忽逢一人하야 不解便道하고 都無所知라가 | 갑자기 어떤 사람을 만나면 말문이 막히고 |
홀봉일인 불해변도 도무소지 | 도무지 아는 바도 없다가 |
對他若得道理하면 心中이 便歡喜하며 | 그 사람을 대하여 무슨 도리라도 얻게 되면 |
대타약득도리 심중 변환희 | 마음 속으로 문득 기뻐한다. |
若被他折伏하야 不如他하면 | 만약 상대에게 굴복당하여 |
약피타절복 불여타 | 그 상대보다 못하게 되면 |
便卽心懷惆悵하나니 | 곧 마음에 섭섭하게 생각한다. |
변즉심회추창 | |
如此心意學禪이 有何交涉이리오 | 이와 같이 마음과 뜻으로 배운 선이 |
여차심의학선 유하교섭 |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 |
任汝會得少許道理라도 卽得箇心所法이요 | 비록 그대가 자그마한 도리를 얻었다 해도 |
임여회득소허도리 즉득개심소법 | 그것은 마음 한 구석의 법을 얻었을 뿐이요 |
禪道에는 摠沒交涉이니라 | 선의 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
선도 총몰교섭 | |
所以로 達摩面壁은 都不令人으로 有見處니 | 달마조사가 면벽하신 것은 사람들이 |
소이 달마면벽 도불령인 유견처 | 전혀 견처(見處)를 갖지 않게 하신 것이니, |
故로 云호대 妄機는 是佛道요 | 그래서 말하기를, '틀을 잊는 것은 |
고 운 망기 시불도 | 부처님의 도이나 |
分別은 是魔境이라하니라 | 분별은 마구니의 경계다'고 하였다. |
분별 시마경 | |
此性이 縱汝迷時에도 亦不失하며 | 이 성품은 네가 미혹했을 때라 하여 |
차성 종여미시 역부실 | 잃는 것이 아니며 |
悟時에도 亦不得이라 | 깨쳤을 때라고 해서 |
오시 역부득 | 또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
天眞自性이 本無迷悟하며 | 천진스런 자성은 |
천진자성 본무미오 | 본래 미혹할 것도 깨칠 것도 없으며, |
盡十方虛空界가 元來是我一心體니 | 온 시방의 허공계가 |
진시방허공계 원래시아일심체 | 원래 내 한마음의 본체이니, |
縱汝動用造作이라도 豈離虛空이리오 | 설령 네 아무리 몸부림친다 한들 |
종여동용조작 개리허공 | 어찌 허공을 벗어날 수 있겠느냐? |
虛空이 本來無大無小하며 無漏無爲하며 | 허공은 본래 크고 작음이 없고 |
허공 본래무대무소 무루무위 | 번뇌도 작위도 없으며, |
無迷無悟라 了了見無一物하며 | 미혹도 깨칠 것도 없어서 |
무미무오 요료견무일물 | 요연히 사무쳐 보아 한 물건도 없고, |
亦無人亦無佛하며 絶纖毫的量이니 | 중생도 없고 부처도 없으며, |
역무인역무불 절섬호적량 | 털끝만큼의 사량분별도 끊겼으니 |
是無依倚며 無粘綴이라 | 의지하여 기댈 만한 것도 없으며, |
시무의의 무점철 | 달라붙을 것도 없다. |
一道淸流가 是自性無生法忍이니 | 한 줄기 맑은 흐름이 |
일도청류 시자성무생법인 | 자성의 무생진리[無生法忍]이니 |
何有擬議리오 | 어찌 헤아려 따질 수 있겠느냐! |
하유의의 | |
眞佛은 無口라 不解說法이요 眞聽은 無耳라 | 참 부처는 입 없으니 설법할 수 없고, |
진불 무구 불해설법 진청 무이 | 참된 들음에는 귀가 없으니 |
其誰聞乎아 珍重하라 | 그 누가 들을겐가? |
기수문호 진중 | 수고하였다. 편히들 하여라." |
18. 유행(遊行) 및 기연(機緣) | |
師는 本是閩中人이라 | 대사는 본시 민현(閩縣) 땅의 어른이시다. |
사 본시민중인 | |
幼於本州黃蘗山에 出家하니 | 어려서 본주(本州) 땅 황벽산으로 출가하셨다. |
유어본주황벽산 출가 | |
額間隆起如珠하여 音辭朗潤하고 | 이마 사이에 솟은 점은 구슬 같았고, |
액간융기여주 음사낭윤 | 음성과 말씨는 낭랑하고 부드러웠으며, |
志意沖澹하니라 | 뜻은 깊고 담박하셨다. |
지의충담 | |
後遊天台할새 逢一僧如舊識이라 | 뒷날 천태산을 노니시다 한 스님을 만났는데, |
후유천태 봉일승여구식 | 오래 사귄 사람 같았다. |
乃同行하야 屬澗水暴漲하야 | 이내 동행하여 |
내동행 속간수폭장 | 개울물이 갑자기 불어난 곳에 이르러서 |
師倚杖而止하니 其僧이 率師同過거늘 | 대사께서 석장을 짚고 멈추시니, |
사의장이지 기승 율사동과 | 그 스님이 대사를 모시고 건너려고 하자, |
師云 請兄先過하라 |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
사운 청형선과 | “형씨가 먼저 건너시오.” |
其僧이 卽浮笠於水上便過한대 | 그 스님은 곧 삿갓을 물 위에 띄우고 |
기승 즉부립어수상변과 | 곧장 건너가 버렸다. |
師云 我却共箇稍子作隊하니 |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
사운 아각공개초자작대 | “내 어쩌다 저 좁쌀같은 놈하고 짝을 했으니 |
悔不一棒打殺이로다 | 한 몽둥이로 때려 죽이지 못한 것이 |
회불일방타살 | 후회스럽구나.” |
有僧辭歸宗한대 宗云 往甚處去오 | 어떤 스님이 귀종(歸宗)을 하직하는데 |
유승사귀종 종운 왕심처거 | 귀종이 그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가?” |
云호대 諸方에 學五味禪去니라 | “제방에 오미선(五味禪)을 배우러 갑니다.” |
운 제방 학오미선거 | |
宗云 諸方은 有五味禪이나 | “제방은 다섯 맛의 선이지만 |
종운 제방 유오미선 | |
我這裏에는 秖是一味禪이로다 | 나의 이곳은 오직 한 맛의 선이라네.” |
아저리 지시일미선 | |
云호대 如何是一味禪고 宗便打하니 | “어떤 것이 한 맛의 선입니까?” |
운 여하시일미선 종변타 | 그러자 귀종이 문득 후려치니 |
僧云 會也會也니라 | 그 스님이 소리쳤다. |
승운 회야회야 | “알았습니다. 알았습니다.” |
宗云 道道하라 | 귀종이 다그쳤다. |
동운 도도 | “말해 봐라, 말해봐라.” |
僧이 擬開口한대 宗又打하니라 | 그 스님이 입을 열려고 하자 |
승 의개구 종우타 | 귀종은 또 몽둥이를 내리쳤다. |
其僧이 後到師處하니 師問 甚麽處來오 | 그 스님이 뒤에 대사의 회하에 이르자 |
기승 후도사처 사문 심마처래 | 대사께서 물었다. “어느 곳에서 오는가?” |
云 歸宗來니라 師云 歸宗이 有何言句오 | “귀종에서 옵니다.” |
운 귀종래 사운 귀종 유하언구 | “귀종이 무슨 말을 하던가?” |
僧遂擧前話한대 師乃上堂擧此因緣云 | 스님이 앞의 얘기를 말씀드리니, 대사께서는 |
승수거전화 사내상당거차인연운 | 이내 법좌에 오르시어 그 인연을 말씀하셨다. |
馬大師가 出八十四人善知識하나 | “마조대사가 84명의 선지식을 배출했으나, |
問著箇箇屙漉漉地요 | 질문을 당하면 모두가 |
문착개개아록록지 | 똥이나 빌빌 싸는 형편들인데, |
秖有歸宗이 較些子로다 | 그래도 귀종이 조금 나은 편이구나.” |
지유귀종 교사자 | |
師在鹽官會裏할새 大中帝爲沙彌라 | 대사께서 염관(鹽官,?-842)의 회하에 있을 때 |
사재염관회리 대중제위사미 | 대중(大中) 황제는 사미승으로 있었다. |
師於佛殿上禮佛한대 沙彌云 | 대사께서 법당에서 예불을 드리는데 |
사어불전상예불 사미운 | 그 사미승이 말하였다. |
不著佛求하며 不著法求하며 | “부처에 집착하여 구하지 않고, |
불착불구 불착법구 | 법에 집착하여 구하지 않으며, |
不著衆求어늘 長老禮拜는 當何所求오 | 대중에 집착하여 구하지 않는 것이어늘, |
불착중구 장로예배 당하소구 | 장로께서는 예배하시어 무엇을 구하십니까?” |
師云 不著佛求하며 |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
사운 불착불구 | “부처에 집착하여 구하지 아니하고 |
不著法求하며 不著衆求하고 | 법에 집착하여 구하지 아니하며 |
불착법구 불착중구 | 대중에 집착하여 구하지 아니하면서, |
常禮如是事로다 | 늘 이같이 예배하느니라.” |
상례여시사 | |
沙彌云 用禮何爲오 師便掌한대 | “예배는 해서 무얼 하시렵니까?” |
사미운 용례하위 사변장 | 대사께서 갑자기 사미승의 뺨을 올려치니 |
沙彌云 太麤生이로다 | 그 사미승은 “몹시 거친 사람이군” 하였다. |
사미운 태추생 | |
師云 這裏是什麽所在한대 說麤說細오 | 대사께서 “여기에 무슨 도리가 있길래 |
사운 저리시십마소재 설추설세 | 거칠다느니 섬세하다느니 뇌까리느냐!” 하시고 |
隨後又掌하니 沙彌便走니라 | 뒤따라 또 뺨을 붙이니, |
수후우장 사미변주 | 사미는 도망가 버렸다. |
師行脚時到南泉하야 | 대사께서 제방을 행각하실 적에 |
사행각시도남전 | 남전(南泉 734-843)에 이르렀다. |
一日齊時에 捧鉢向南泉位上坐하니 | 하루는 점심 공양을 할 때 |
일일제시 봉발향남전위상좌 | 발우를 들고 남전의 자리에 가서 앉으시니 |
南泉이 下來見하고 便問 長老什麽年中行道오 | 남전이 내려와 보고는 대사께 물었다. |
남전 하래견 변문 장로십마년중행도 | “장로께서는 어느 시절에 도를 행하였소?” |
師云 威音王已前이니라 | “위음왕 부처님 이전부터입니다.” |
사운 위음왕이전 | |
南泉云 猶是王老師孫在로다 師便下去하다 | “그렇다면 내 손자뻘이 되는구먼.” |
남전운 유시왕노사손재 사변하거 | 그러자 대사는 곧바로 내려와 버렸다. |
師一日出次에 南泉이 云 | 또 어느 날 대사께서 외출하려고 할 때에 |
사일일출차 남전 운 | 남전이 말하였다. |
如許大身材가 戴箇些子大笠이로다 | “이 커다란 허우대가 조금 큰 삿갓을 쓰셨군!” |
여허대신재 대개사자대립 | |
師云 三千大千世界摠在裏許니라 | “삼천대천 세계가 |
사운 삼천대천세계총재리허 | 모두 이 속에 들어 있습니다.” |
南泉云 王老師爾로다 師戴笠便行하니라 | “이 남전이 그렇다.” |
남전운 왕노사이 사대립변행 | 그러자 대사는 삿갓을 쓰고 곧 가버렸다. |
師一日에 在茶堂內坐한대 南泉이 下來하야 | 또 하루는 대사가 차당(茶堂)에 앉아 있는데 |
사일일 재차당내좌 남전 하래 | 남전이 내려와 물었다. |
定慧等學하야 明見佛性이라하니라 此理如何오 | “정과 혜를 함께 배워서 부처님의 성품을 |
정혜등학 명견불성 차리여하 | 밝게 본다 하는데, 이 뜻이 무엇이오?” |
師云 十二時中에 不依倚一物이니라 | “하루 종일 한 물건에도 |
사운 십이시중 불의의일물 |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
泉云 莫便是長老見處麽아 | “그게 바로 장로 견해인가요?” |
전운 막변시장로견처마 | |
師云 不敢이로다 | “부끄럽습니다.” |
사운 불감 | |
泉云 槳水錢은 且置하고 草鞋錢敎什麽人還오 | “장물 값은 그만두고라도 |
전운 장수전 차치 초혜전교십마인환 | 짚신 값은 어디서 받으란 말이오?” |
師便休하니라 | 그러자 대사는 문득 쉬어 버렸다. |
사변휴 | |
後潙山擧此因緣하야 問仰山호대 | 뒷날 위산(瀉山 771-853)이 이 인연을 들어 |
후위산거차인연 문앙산 | 앙산(仰山 803-887)에게 물었다. |
莫是黃蘗이 搆他南泉不得麽아 | “황벽이 남전을 당해내지 못한 게 아닌가?” |
막시황벽 구타남전부득마 | |
仰山云 不然하니 須知黃蘗이 有陷虎之機니라 | “그렇지 않습니다. 황벽에게는 범을 사로잡는 |
앙산운 불연 수지황벽 유함호지기 | 기틀이 있었음을 아셔야 합니다.” |
潙山云 子見處得與麽長이로다 | “네 견처(見處)가 그렇듯 길구나!” |
위산운 자견처득여마장 | |
一日에 普請할새 泉問 什麽處去오 | 하루는 대중이 운력을 하는데 남전이 물었다. |
일일 보청 전문 십마처거 | “어디로 가는가?” |
師云 擇菜去로다 | “채소 다듬으러 갑니다.” |
사운 택채거 | |
泉云 將什麽擇고 | “무엇으로 다듬는가?” |
전운 장십마택 | |
師豎起刀子한대 泉云 | 대사가 칼을 일으켜 세우자 남전이 말하였다. |
사수기도자 전운 | |
只解作賓이요 不解作主로다 | “그저 손님 노릇만 할 줄 알지 |
지해작빈 불해작주 | 주인 노릇은 할 줄 모르는군.” |
師 扣三下하니라 | 그러자 대사는 세 번을 내리 두드렸다. |
사 구삼하 | |
一日에 五人新到가 同時相看할새 | 하루는 새로 온 스님 다섯 명이 |
일일 오인신도 동시상간 | 동시에 서로 보게 되었다. |
一人은 不禮拜하고 以手畫一圓相而立하니 | 그 중에서 한 스님만은 예배를 올리지 않고 |
일인 불예배 이수화일원상이립 | 그저 손으로 원상(圓相)을 그리면서 서 있었다. |
師云 還知道好隻獵犬麽아 | 대사가 말씀하셨다. “한 마리의 |
사운 환지도호척렵견마 | 훌륭한 사냥개라 할 줄 아느냐?” |
云 尋羚羊氣來니라 | “영양(羚羊)의 기(氣)를 찾아왔습니다.” |
운 심영양기래 | |
師云 羚羊은 無氣이니 汝向什麽處尋고 | “영양이란 기가 없거늘 |
사운 영양 무기 여향십마처심 | 네가 어디서 찾겠느냐?” |
云 尋羚羊蹤來니라 | “영양의 발자욱을 찾아 왔습니다.” |
운 심영양종래 | |
師云 羚羊은 無蹤이라 汝向什麽處尋고 | “영양은 발자욱이 없거늘 |
사운 영양 무종 여향십마처심 | 네가 어디서 찾겠느냐?” |
云 尋羚羊跡來니라 | "영양의 흔적을 찾아왔습니다." |
운 심영양적래 | |
師云 羚羊은 無跡이어늘 汝向什麽處尋고 | "영양은 흔적이 없거늘 |
사운 영양 무적 여향십마처심 | 네가 어디서 찾겠느냐?” |
云 與麽則死羚羊也로다 師便休하니라 | “그렇다면 그것은 죽은 영양입니다.” |
운 여마즉사영양야 사변휴 | 대사는 더 이상 말씀하지 않으셨다. |
來日陞座退하고 問 | 이튿날 법좌에 올라 설법을 마치고 |
래일승좌퇴 문 | 물러나며 물었다. |
昨日尋羚羊僧出來하라 | “어제 영양을 찾던 중은 앞으로 나오너라.” |
작일심영양승출래 | |
其僧便出한대 師云 | 그 스님이 바로 나오자 |
기승변출 사운 | 대사께서는 말씀하셨다. |
老僧이 昨日에 後頭未有語在하니 作麽生고 | “내가 어제 끝에 가서 |
노승 작일 후두미유어재 작마생 |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어떤가?” |
其僧無語한대 師云 將謂是本色衲僧이러니 | 그 스님이 말이 없자 대사께서 말을 이었다. |
기승무어 사운 장위시본색납승 | “본분 납승(本分衲僧)인가 했더니, |
元來秪是義學沙門이로다 | 그저 뜻이나 따지는 사문이로구나.” |
원래지시의학사문 | |
師曾散衆在洪州開元寺할새 | 대사께서는 일찍이 대중을 흩으시고, |
사증산중재홍주개원사 | 홍주 땅 개원사(開元寺)에 머물고 계셨다. |
裵相公이 一日入寺行次에 見璧畫하고 | 상공 배휴거사가 |
배상공 일일입사행차 견벽화 | 어느 날 절로 들어오다가 벽화를 보고 |
乃問寺主호대 這畫是什麽오 | 그 절 주지스님에게 물었다. |
내문사주 저화시십마 | “이것은 무슨 그림입니까?” |
寺主云 畫高僧이니라 | “고승들을 그린 그림입니다.” |
사주운 화고승 | |
相公云 形影은 在這裏하나 高僧은 在什麽處오 | “고승들의 겉모습은 여기에 있지만, |
상공운 형영 재저리 고승 재십마처 | 고승들은 어디에 계십니까?” |
寺主無對어늘 相公云 此間에 莫有禪僧麽아 | 그 절 주지스님이 아무런 대답을 못하자 |
사주무대 상공운 차간 막유선승마 | 배휴가 물었다. “이 곳에 선승은 없습니까?” |
寺主云 有一人하니라 | 주지스님이 “한 분이 계십니다.” 하니 |
사주운 유일인 | |
相公遂請師相見하야 乃擧前話問師한대 | 상공은 마침내 대사를 청하여 뵙고, |
상공수청사상견 내거전화문사 | 주지스님에게 물었던 일을 들어 스님게 여쭈었다. |
師召云 裵休야 | 그러자 대사가 불렀다. |
사소운 배휴 | “배휴!” |
休應諾커늘 | “예!” |
휴응락 | |
師云 在什麽處오 | “어디에 있는고?” |
사운 재십마처 | |
相公於言下有省하야 乃再請師開堂하니라 | 상공은 이 말 끝에 깨치고 |
상공어언하유성 내재청서개당 | 대사를 다시 청하여 개당설법을 하시게 하였다. |
19. 술찌꺼기 먹는 놈 | |
上堂云 汝等諸人은 盡是噇酒糟漢이라 | 대사는 이에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
상당운 여등제인 진시당주조한 | "너희들은 모조리 술찌꺼기나 먹는 놈들이다. |
與麽行脚에 笑殺他人하야 摠似與麽容易하나 | 이렇듯 행각 한답시고 남들 비웃음이나 사면서 |
여마행각 소살타인 총사여마용이 | 모두 이렇게 안이하게 지내고 있으나 |
何處更有今日고 | 언제 다시 오늘이 있겠느냐? |
하처갱유금일 | |
汝還知大唐國裏에 無禪師麽아 | 이 큰 당나라 땅 안에 |
여환지대당국리 무선사마 | 선사(禪師)가 없음을 너희는 아느냐?" |
時有僧問호대 秖如諸方에 見今出世하야 | 이 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
시유승문 지여제방 견금출세 | "제방에서 지금 선사들이 세상에 나와 |
匡徒領衆이어늘 爲什麽하야 却道無禪師오 | 여러 대중들을 바로 이끌어 지도하시거늘, |
광도령중 위십마 각도무선사 | 어찌하여 스님께서는 선사가 없다 하십니까?" |
師云 不道無禪이며 秖道無師노라 | "내 말은 선(禪)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
사운 부도무선 지도무사 | 단지 선사(禪師)가 없다는 말이니라." |
後潙山擧此因緣問仰山하야 云 意作麽生고 | 뒷날 위산이 이 인연에 대해 앙산에게 물었다. |
후위산거차인연문앙산 운 의작마생 | "그래 네 생각은 어떠냐?" |
仰山云 鵝王擇乳에 素非鴨類니라 | "거위왕이 젖을 고르는 솜씨는 |
앙산운 아왕택유 소비압류 | 본디 집오리 무리와는 다릅니다." |
潙山云 此實難辨이로다 | 그러자 위산이 말하기를, |
앙산운 차실난변 | "이것은 참으로 가려내기 어렵구나" 했다. |
20. 배휴의 헌시 | |
裵相이 一日에 托一尊佛於師前胡跪云 | 배상공이 어느 날 불상 한 구를 대사 앞에 놓고 |
배상 일일 탁일존불어사전호궤운 | 호궤(胡 )합장하며 말씀드렸다. |
請師安名이니라 師召云 裵休야 | "청컨대 스님께서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
청사안명 사소운 배휴 | "배휴!" |
休應諾한대 師云 與汝安名竟하노라 | "예!" |
휴응락 사운 여여안명경 | "내 그대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노라." |
相公便禮拜하니라 | 그러자 배상공은 곧 바로 절을 올렸다. |
상공변예배 | |
相公이 一日에 上詩一章이어늘 | 하루는 상공이 시(詩) 한 수를 |
상공 일일 상시일장 | 대사께 지어올리자 |
師接得便坐却하고 乃問 會麽아 | 대사께서 받으시더니 그대로 깔고 앉으시며 |
사접득변좌각 내문 회마 | 물었다. "알겠느냐?" |
相公云 不會니라 | "모르겠습니다." |
상공운 불회 | |
師云 與麽不會하야사 猶較些子어늘 | "이처럼 몰라야만 조금은 낫다 하겠지만, |
사운 여마불회 유교사자 | |
若形紙墨하면 何有吾宗고 | 만약 종이와 먹으로써 형용하려 한다면 |
약형지묵 하유오종 | 우리 선문(禪門)과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 |
詩曰 | 상공의 시가 이러하였다. |
시왈 | |
自從大士傳心印으로 額有圓珠七尺身이로다 | 대사께서 심인을 전하신 이후로 |
자종대사전심인 액유원주칠척신 | 이마에는 둥근 구슬 몸은 칠척 장신이로다. |
掛錫十年棲蜀水하고 浮杯今日渡漳濱이로다 | 석장을 걸어 두신 십년 촉나라 물가에 쉬시고 |
괘석십년서촉수 부배금일도장빈 | 부배(浮杯)에서 오늘날 장빈을 건너 오시도다. |
千徒龍象은 隨高步하고 萬里香花는 結勝因이라 | 일천의 용상대덕들은 높은 걸음으로 뒤따르고 |
천도용상 수고보 만리향화 결승인 | 만리 향기로운 꽃은 수승한 인연을 맺었도다. |
願欲事師爲弟子하노니 不知將法付何人고 | 스승으로 섬겨 제자 되고저 하오니 |
원욕사사위제자 부지장법부하인 | 장차 법을 누구에게 부촉하시렵니까? |
師答曰 | 대사께서 대답하여 읊으셨다. |
사답왈 | |
心如大海無邊際하고 口吐紅蓮養病身이라 | 마음은 큰 바다와 같아 가이 없고 |
심여대해무변제 구토홍련양병신 | 입으론 붉은 연꽃을 토하여 병든 몸 기르네. |
雖有一雙無事手나 不曾秖揖等閑人이로다 | 비록 한 쌍의 일 없는 손이 있으나 |
수유일쌍무사수 부증지읍등한인 | 한가한 사람에게 읍(揖)한 적은 없었도다. |
21. 여래의 청정선 | |
夫學道者는 先須屛却雜學諸緣하고 | 도를 배우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
부학도자 선수병각잡학제연 | 잡된 학문과 모든 반연을 물리쳐야 한다. |
決定不著하며 聞甚深法호대 | 그리하여 결정코 구하지도 말고 집착하지도 않아서, |
결정불착 문심심법 | 아주 깊고 깊은 법을 듣더라도 |
怡似淸風屆耳하야 瞥然而過하야 更不追尋이니 | 맑은 바람이 귓가에 잠깐 스쳐지나간 듯이 여기어, |
이사청풍계이 별연이과 갱불추심 | 그것을 쫓아가서는 안된다. |
是爲甚深入如來禪하야 離生禪想이니라 | 이것이 바로 여래선(如來禪)에 매우 깊숙히 들어가 |
시위심심입여래선 이생선상 | 참선을 한다는 생각마저도 내지 않는 것이다. |
從上祖師가 唯傳一心이요 | 위로부터 역대의 조사들께서 |
종상조사 유전일심 | 오로지 한마음[一心]만을 전하셨다. |
更無二法하야 指心是佛이라 | 결코 두 법이 있을 수 없으니 |
갱무이법 지심시불 | 마음이 그대로 부처임을 바르게 가르치신 것이다. |
頓超等妙二覺之表하야 決定不流至第二念이니 | 등각이니 묘각이니 하는 지위를 단박에 뛰어 넘어서 |
돈초등묘이각지표 결정불류지제이념 | 절대로 또 다른 생각으로 흘러들어가서는 안된다. |
始似入我宗門이니라 | 이렇게 해야 비로소 우리 선종의 가문에 |
시사입아종문 | 비슷하게나마 들어오는 것이다. |
如斯之法을 汝取次人이 到這裏하야 擬作麽生學고 | 이와 같은 법을 경망한[取次] 사람들이야 |
여사지법 여취차인 도저리 의작마생학 | 어떻게 배울 수 있겠는가? |
所以道호대 擬心時에는 被擬心魔縛하며 | 그러므로 말하기를 '마음으로 헤아릴 때에는 |
소이도 의심시 피의심마박 | 그 헤아리는 마음의 마구니에 묶여 버리고, |
非擬心時에는 又被非擬心魔縛하고 | 한편 마음으로 헤아리지 않을 때에는 |
비의심시 우피비의심마박 | 또 헤아리지 않는 마음의 마구니에 묶인다. |
非非擬心時에는 又被非非擬心魔縛하니 | 그렇다고 마음으로 헤아리지 않는 것도 아닐 때에는 |
비비의심시 우피비비의심마박 | 또 헤아리지 않는 것도 아닌 마음의 마구니에 묶인다. |
魔非外來요 出自爾心이니 | 그러므로 마구니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
마비외래 출자이심 | 너희들 마음에서 저절로 나온다'고 한 것이니라. |
唯有無神通菩薩이 足跡을 不可尋이니라 | 이것은 오직 신통없는 보살은 |
유유무신통보살 족적 불가심 | 그 발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니라. |
若以一切時中에 心有常見하면 卽是常見外道요 | 만약 언제든지 마음에 항상하다는 견해가 있으면 |
약이일체시중 심유상견 즉시상견외도 | 그것이 바로 상견외도(常見外道)이며, |
若觀一切法空하야 作空見者하면 | 만약 일체의 법은 공(空)하다고 관(觀)하고 |
약관일체법공 작공견자 | 모든 것이 공하다는 견해에 빠지면 |
卽是斷見外道니 | 그것이 바로 단견외도(斷見外道)이다. |
즉시단견외도 | |
所以로 三界唯心이요 萬法唯識은 | 그러므로 '3계는 오직 마음이고 |
소이 삼계유심 만법유식 | 만법은 오직 식(識)이다'고 하는 것은 |
此猶是對外道邪見人說이요 | 외도와 삿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
차유시대외도사견인설 | 제도하기 위한 말일 뿐이다. |
若說法身以爲極果하면 此對三賢十聖人言이니라 | 만약 최고의 법신자리에서 본다면 |
약설법신이위극과 차대삼현십성인언 | 그것은 3현, 10성의 사람을 위해서 하는 말일 뿐이다. |
故로 佛斷二愚니 一者는 微細所知愚요 | 그러므로 부처님은 두 가지 어리석음을 끊으셨는데, |
고 불단이우 일자 미세소지우 | 하나는 미세하게 아는 어리석음이며 |
二者는 極微細所知愚라 佛旣如是어니 | 또 하나는 극히 미세하게 아는 어리석음이다. |
이자 극미세소지우 불기여시 | 그러니 부처님께서는 이미 이와 같으셨거늘, |
更說什麽等妙二覺來리요 | 다시 무슨 등각이니 묘각이니 하는 지위를 말하겠는가? |
갱설십마등묘이각래 | |
所以로 一切人은 但欲向明하며 不欲向闇하며 |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은 |
소이 일체인 단욕향명 불욕향암 | 그저 밝음만을 추종하고 어둠을 싫어하며, |
但欲求悟하고 不受煩惱無明하야 便道호대 | 그저 깨우침만을 얻으려 하고 |
단욕구오 불수번뇌무명 변도 | 번뇌와 무명은 받으려 하지 않으면서 말하기를, |
佛是覺이요 衆生是妄이라하니 | 부처님은 깨달은 분이고 |
불시각 중생시망 | 중생들은 망념이 남아 있는 존재이다'고 한다. |
若作如是見解하면 百劫千生토록 | 그러나 만약 이렇게 생각하면 백천 겁이 지나도록 |
약작여시견해 백겁천생 | |
輪廻六道하야 更無斷絶이니 | 다만 6도에 계속 윤회하여 쉴 날이 없으리라. |
윤회육도 갱무단절 | |
何以故오 爲謗諸佛本源自性故니라 |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본래 근원의 자성을 |
하이고 위방제불본원자성고 | 비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
他分明向爾道호대 佛且不明이요 衆生且不闇이니라 | 부처님께서는 너희에게 분명히 말씀해 주셨다. |
타분명향이도 불차불명 중생차불암 | '부처 또한 밝음도 아니요 중생 또한 어둠도 아니다. |
法無明闇故며 佛且不彊이요 | 왜냐하면 법에는 밝음도 어둠도 없기 때문이다. |
법무명암고 불차불강 | 부처라고 해서 또한 강하지도 않고 |
衆生且不弱이니 法無彊弱故며 | 중생이라고 해서 약하지도 않다. |
중생차불약 법무강약고 | 왜냐하면 법에는 강함도 약함도 없기 때문이다. |
佛且不智요 衆生且不愚니 | 또 부처라고 해서 지혜로운 것도 아니고, |
불차불지 중생차불우 | 중생이라 해서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 |
法無愚智故니라 | 법에는 지혜로움도 어리석음도 없기 때문이다.' |
법무우지고 | |
是爾出頭하야 摠道解禪하야 | 너희들이 나타나서는 |
시이출두 총도해선 | 모두들 선을 안다고 하며 |
開著口하면 便病發하야 不說本하고 秖說末하며 | 입을 벌리기만하면 그대로 병통이 생겨서 |
개착구 변병발 불설본 지설말 | 근본은 말하지 않고 단지 끝만을 말하며, |
不說迷하고 秖說悟하며 不說體하고 秖說用하야 | 미혹함은 말하지 않고 그저 깨달음만 말하며, |
불설미 지설오 불설체 지설용 | 본체는 말하지 않고 작용만을 말하는데 |
摠無爾話論處니라 | 제대로 말한 것이라고는 도무지 없다. |
총무이화론처 | |
他一切法이 且本不有하여 今亦不無하야 | 저 일체 법은 본래 있지도 않고, |
타일체법 차본불유 금역불무 | 그렇다고 지금 또한 없는 것도 아니어서 |
緣起不有하며 緣滅不無니라 | 반연이 생겼다고 해서 있는 것도 아니며 |
연기불유 연멸불무 | 반연이 사라졌다고 해서 없는 것도 아니다. |
本亦不有니 本非本故요 | 근본이라 할 만한 것이 있지 않으니, |
본역불유 본비본고 | 근본은 근본이 아니기 때문이며 |
心亦不心이니 心非心故요 | 또 마음 또한 마음이 아니니, |
심역불심 심비심고 | 마음은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며 |
相亦非相이니 相非相故라 | 나아가 모양 또한 모양이 아니니, |
상역비상 상비상고 | 모양은 모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
所以道無法無本心하야사 始解心心法이니 | 그러므로 말하기를 '법도 없고 본래 마음도 없어야만 |
소이도무법무본심 시해심심법 | 비로소 마음이라 하는 마음법을 알게 된다'고 했다. |
法卽非法이요 非法卽法이며 無法無非法이니 | 법은 곧 법이 아니요 법 아님이 곧 법이며, |
법즉비법 비법즉법 무법무비법 | 법도 없고 법 아님도 없다. |
故是心心法이니라 | 그러므로 이것이 바로 마음이라 하는 마음법이니라. |
고시심심법 | |
忽然瞥起一念하야 了知如幻如化하면 | 홀연히 한 생각이 일어났을 때 |
홀연별기일념 요지여환여화 | 그것이 허깨비인 줄 분명히 알면 |
卽流入過去佛이니 過去佛은 且不有요 | 곧 과거의 부처님에게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니 |
즉류입과거불 과거불 차불유 | 과거의 부처님은 있지도 않고 |
未來佛은 且不無니 又且不喚作未來佛이요 | 미래의 부처님 또한 없지도 않으니 |
미래불 차불무 우차불환작미래불 | 또한 미래의 부처님이라고 부르지도 못한다. |
現在念念不住하니 不喚作現在佛이니라 | 반면에 현재의 생각 생각이 일정하게 머물지 않으니 |
현재념념불주 불환작현재불 | 현재의 부처님이라고도 부르지 못한다. |
佛若起時에 卽不擬他是覺是迷며 | 부처님이라는 생각이 만약 일어날 때에, |
불약기시 즉불의타시각시미 | 그것을 깨달은 것이라거나 혹은 미혹한 것이라든가, |
是善是惡하야 | 또 이것은 좋은 것이거나 혹은 나쁜 것이라고 |
시선시악 | 사량분별하지도 말고, |
辄不得執滯他斷絶他니 | 그렇다고 문득 그것에 집착하여 |
첩부득집체타단절타 | 끊어 버리려 하지도 말아야 한다. |
如一念瞥起하면 千重關銷銷不得이요 | 그렇지 않고 만약 한 생각 갑자기 일어나면 |
여일념별기 천중관소소부득 | 수천 겹으로 자물쇠를 채우더라도 가둘 수가 없고, |
萬丈繩索索他不住니라 | 수만 발의 오랏줄로도 그것을 묶어 두지 못한다. |
만장승색색타부주 | |
旣若如是어니 爭合便擬滅他止他리요 | 이미 이와 같은데 |
기약여시 쟁합변의멸타지타 | 어찌 그것을 없애려 하고 그치려 하겠는가? |
分明向爾道하노니 爾焰識이 | 분명히 너희에게 말하노니, |
분명향이도 이염식 | 너희의 이 아지랑이같은 의식이 |
爾作麽生擬斷他하야 喩如陽焰이리요 | 어떻게 저 생각을 끊어 버려서, |
이작마생의단타 유여양염 | 아지랑이 같은 데다 비유하겠느냐. |
爾道近하면 十方世界求不可得이요 | 너희가 가깝다고 말하면 |
이도근 시방세계구불가득 | 시방세계를 두루 찾아도 구하지 못한다. |
始道遠하면 看時에 秖在目前하야 | 그렇다고 멀다고 말하면, |
시도원 간시 지재목전 | 볼 때에 단지 눈 앞에 있어서 |
爾擬趁他에 他又轉遠去하며 爾始避他에 他又來逐爾하야 | 쫓아가면 더더욱 멀리 가 버리며, |
이의진타 타우전원거 이시피타 타우래축이 | 피하려 하면 또 쫓아와서 |
取又不得하며 捨又不得이니라 | 취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
취우부득 사우부득 | |
旣若如此면 故知一切法性이 自爾하야 | 기왕에 이와 같다면 |
기약여차 고지일체법성 자이 | 모든 법의 성품이 스스로 그러하니 |
卽不用愁他慮他하야 | 그것을 근심하거나 염려할 필요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
즉불용수타려타 | |
如言前念是凡이며 後念是聖하야 如手翻覆一般하니 | 앞 생각이 범부이며, 뒷 생각이 성인이라는 말처럼 |
여언전념시범 후념시성 여수번복일반 | 손을 뒤집는 것과 같으니, |
此是三乘敎之極也니라 | 이것은 3승교(三乘敎)의 종극(終極)이다. |
차시삼승교지극야 | |
據我禪宗中하면 前念且不是凡이요 | 그러나 우리 선종의 가르침에 의거하면 |
거아선종중 전념차불시범 | 앞 생각도 범부가 아니고 |
後念且不是聖이며 前念不是佛이요 後念不是衆生이니 | 뒷 생각 또한 성인이 아니며, |
후념차불시성 전념불시불 후념불시중생 | 앞 생각이 부처가 아니고 뒷 생각이 중생이 아니니라. |
所以一切色이 是佛色이요 一切聲이 是佛聲이니라 | 그러므로 모든 빛깔이 부처님의 빛깔이며 |
소이일체색 시불색 일체성 시불성 | 모든 소리가 그대로 부처님의 소리이다. |
擧著一理하면 一切理皆然하야 見一事에 見一切事하며 | 한 이치[理]를 들면 모든 이치가 다 그러하므로, |
거착일리 일체리개연 견일사 견일체사 | 한 현상[事]을 보아 모든 현상을 보며, |
見一心에 見一切心하며 見一道에 見一切道하야 | 한 마음을 보아 모든 마음을 보며, |
견일심 견일체심 견일도 견일체도 | 한 도를 보아 모든 도를 보아서 |
一切處無不是道며 見一塵에 十方世界山河大地皆然하며 | 모든 것이 도 아님이 없다. |
일체처무불시도 견일진 시방세계산하대지개연 | 또 한 티끌을 보아 시방세계의 산하대지를 보며, |
見一滴水에 卽見十方世界一切性水하며 | 한 방울의 물을 보아 시방세계에 있는 |
견일적수 즉견시방세계일체성수 | 모든 성품의 물을 보며, |
又見一切法에 卽見一切心이니라 | 또한 일체의 법을 보아 일체의 마음을 본다. |
우견일체법 즉견일체심 | |
一切法本空하야 心卽不無하니 | 모든 법이 본래 공(空)해서 |
일체법본공 심즉불무 | 마음은 곧 없지도 않으니 |
不無卽妙有요 有亦不有하야 | 없지 않음이 바로 묘하게 있는 것[妙有]이고, |
불무즉묘유 유역불유 | 있음[有] 또한 있는 것이 아니어서 |
不有卽有니 卽眞空妙有니라 | 있지 않음이 바로 있는 것이니, |
불유즉유 즉진공묘유 | 이것이 바로 진공묘유(眞空妙有)이니라. |
旣若如是하면 十方世界不出我之一心하며 | 기왕에 이러하다면 시방세계가 |
기약여시 시방세계불출아지일심 | 나의 '한마음'을 벗어나지 않으며, |
一切微塵國土不出我之一念하니 | 티끌처럼 많은 모든 국토들이 |
일체미진국토불출아지일념 | 나의 '한생각'을 벗어난 것이 아니다. |
若然하면 說什麽內之與外리요 | 그렇다면 무슨 안과 밖을 구별하여 말하겠는가? |
약연 설십마내지여외 | |
如蜜性甜하야 一切蜜皆然하니 | 마치 벌꿀의 성질이 달콤하고 |
여밀성첨 일체밀개연 | 모든 꿀은 다 그러하니 |
不可道這箇蜜甜하고 餘底苦也니 何處有與麽事리요 | 이 꿀은 달고 저 꿀은 쓰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
불가도저개밀첨 여저고야 하처유여마사 | 이런 일이 어디 있을 수 있겠는가? |
所以道虗空이 無內外하니 法性도 自爾며 | 그러므로 말하기를, '허공이 안팎이 없으니 |
소이허공 무내외 법성 자이 | 법의 성품도 또한 그러하며, |
虛空이 無中間하니 法性도 自爾니 | 허공이 중간이 없으니 |
허공 무중간 법성 자이 | 법의 성품도 그와 같다'고 하였다. |
故衆生卽佛이요 佛卽衆生이라 | 그렇기 때문에 중생이 곧 부처요 |
고중생즉불 불즉중생 | 부처가 그대로 중생이니라. |
衆生與佛이 元同一體며 | 중생과 부처가 원래로 한 본체이며, |
중생여불 원동일체 | |
生死涅槃과 有爲無爲가 元同一體며 | 생사열반과 유위(有爲), 무위(無爲)가 |
생사열반 유위무위 원동일체 | 원래 동일한 본체이며, |
世間出世間과 乃至六道四生과 山河大地와 | 세간, 출세간과 |
세간출세간 내지육도사생 산하대지 | 나아가 6도, 4생과 산하대지와 |
有性無性이 亦同一體니라 | 유정, 무정이 또한 같은 한 본체이다. |
유성무성 역동일체 | |
言同者는 名相이 亦空하야 有亦空無亦空하야 |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름과 모양이 공(空)하여 |
언동자 명상 역공 유역공무역공 | 있음도 공하고 없음도 공하며, |
盡恒沙世界가 元是一空이니 | 간지스강의 모래알 수만큼 많은 온 세계가 |
진항사세계 원시일공 | 원래 똑같이 공하기 때문이다. |
旣若如此어니 何處有佛度衆生이며 何處有衆生受佛度리요 | 만약 그렇다면 중생을 제도할 부처가 어디 있으며, |
기약여차 하처유불도중생 하처유중생수불도 | 부처의 제도를 받을 중생이 어디에 있겠느냐? |
何故如此오 萬法之性이 自爾故니 | 무엇 때문에 이러한가? |
하고여차 만법지성 자이고 | 만법의 자성이 본래 그렇기 때문이다. |
若作自然見하면 卽落自然外道요 | 그러나 만약 저절로 그렇다는 견해를 내면 |
약작자연견 즉락자연외도 | 곧 자연외도(自然外道)에 떨어지고, |
若作無我無我所見하면 墮在三賢十聖位中하나니 | 만약 나도 없고 나의 것[我所]도 없다는 견해를 내면 |
약작무아무아소견 타재삼현십성위중 | 3현, 10성의 지위에 떨어진다. |
爾如今에 云何將一尺一寸하야 便擬量度虛空가 | 너희들이 지금 어찌 한 자, 한 치를 가지고 |
이여금 운하장일척일촌 변의량도허공 | 끝없는 허공을 재려 하겠는가? |
他分明向汝道호대 法法이 不相到니 | 분명히 너희에게 말하기를 |
타분명향여도 법법 불상도 | '법과 법이 서로 다닫지 못하나니, |
法自寂故로 當處自住하며 | 법은 스스로 공적함으로써 |
법자적고 당처자주 | 그 자리에 본래부터 머물러 있으며, |
當處自眞이니라 | 그 자리에서 스스로 참되다'고 하였느니라. |
당처자진 | |
以身空故로 名法空이요 以心空故로 名性空이며 | 몸이 공하므로 법이 공하다고 하며, |
이신공고 명법공 이심공고 명성공 | 마음이 공하므로 성품이 공하다고 하며, |
身心이 摠空故로 明法性空하며 | 몸과 마음이 모두 공하므로 |
신심 총공고 명법성공 | 법과 성품이 공하다고 하며, |
乃至千途異說이 皆不離爾之本心이니라 | 나아가 천 갈래로 다른 갖가지의 말들이 |
내지천도이설 개불리이지본심 | 모두 다 너희의 본래 마음을 여의지 않은 것이다. |
如今에 說菩提涅槃과 眞如佛性과 二乘菩薩者는 | 지금 보리와 열반, 진여와 불성, |
여금 설보리열반 진여불성 이승보살자 | 이승과 보살 등을 말하는 것은 |
皆指葉爲黃金하는 拳掌之說이니 | 모두 누런 나뭇잎을 가리켜 돈이라 하는 |
개지엽위황금 권장지설 | 주먹과 손바닥의 비유에 불과하다. |
若也展手之時에는 一切大衆에 若天若人이 | 만약에 주먹을 펴면 |
약야전수지시 일체대중 약천약인 | 천상세계와 인간세계의 모든 대중들이 |
皆見掌中에 都無一物이라 | 모두 그 속에 아무 것도 없음을 보게 된다. |
개견장중 도무일물 | |
所以道호대 本來無一物이어니 何處有塵埃리요하니라 | 그러므로 말하기를 '본래 한 물건도 없거니, |
소이도 본래무일물 하처유진애 | 어느 곳에 티끌이 있으리오'라고 하였다. |
本旣無物하야 三際가 本無所有하니 | 본래 한 물건도 없어서 3세(三世) 역시 있는 바 없다. |
본기무물 삼제 본무소유 | |
故學道人은 單刀直入하야 須見這箇意하야사 始得다 | 그러므로 도를 배우는 사람은 |
고학도인 단도직입 수견저개의 시득 | 단도직입으로 이러한 뜻을 알아야만 된다. |
故達摩大師從西天來至此土하야 經多少國土하야 | 그러므로 달마스님께서 인도로부터 이 땅에 오시어 |
고달마대사종서천래지차토 경다소국토 | 여러 나라를 거치셨지만, |
秖覓得可大師一人하야 密傳心印하야 | 오직 찾아 얻으신 것은 혜가스님 한 분뿐이었다. |
지멱득가대사일인 밀전심인 | 혜가스님에게 마음 도장[心印]을 은밀히 전하였으니, |
印爾本心이니라 | 이는 너희의 본래 마음에 새기신 것이다. |
인이본심 | |
以心印法하며 以法印心하야 心旣如此하며 法亦如此하야 | 마음으로써 법에 새기며 법으로써 마음에 새겨서, |
이심인법 이법인심 심기여차 법역여차 | 마음이 이미 이 같으며 법 또한 이 같아서 |
同眞際等法性하니 法性空中에 誰是授記人이며 | 진제(眞際)와 같고 법의 성품과 평등하다. |
동진제등법성 법성공중 수시수기인 | 법의 성품이 공한 가운데 누가 수기하는 사람이며, |
誰是成佛人이며 誰是得法人고 | 누가 부처가 되는 사람이며, |
수시성불인 수시득법인 | 누가 법을 얻는 사람이겠는가? |
他分明向爾道호대 菩提者는 不可以身得이니 | 부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시기를, |
타분명향이도 보리자 불가이신득 | 보리란 몸으로 얻을 수 없으니, |
身無相故며 不可以心得이니 | 몸은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
신무상고 불가이심득 | 또 마음으로도 얻을 수 없는데, |
心無相故며 不可以性得이니 | 마음은 모양이 없기 때문이다. |
심무상고 불가이성득 | 그렇다고 성품으로도 얻을 수 없으니, |
性卽便是本源自性天眞佛故니라 | 성품은 곧 바로 근본원류의 자성이 청정한 |
성즉변시본원자성천진불고 | 부처[本源自性淸淨佛]이기 때문이다'고 하셨다. |
不可以佛更得佛이며 不可以無相更得無相이며 | 부처로써 다시 부처를 얻을 수 없으며, |
불가이불갱득불 불가이무상갱득무상 | 모양 없는 것으로 다시 모양 없는 것을 얻을 수 없다. |
不可以空更得空이며 不可以道更得道니 | 또한 공함으로써 공함을 얻을 수 없고, |
불가이공갱득공 불가이도갱득도 | 도로써 도를 얻을 수 없다. |
本無所得하야 無得亦不可得이니 | 본래 얻은 것이 없어서 |
본무소득 무득역불가득 | 얻은 것이 없음도 얻을 수 없느니라. |
所以道호대 無一法可得이요 |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
소이도 무일법가득 | '얻을 만한 한 법도 없다'고 하신 것이다. |
秖敎爾了取本心이니라 | 이는 다만 너희로 하여금 |
지교이료취본심 | 본 마음을 분명히 찾게 하고자 한 것이다. |
當下了時에 不得了相하야 | 당장 요달했을 때라도 |
당하료시 부득료상 | 요달한 모양을 얻을 수 없어서, |
無了無不了相이라도 亦不可得이니 | 요달함이 없는 모양도, 요달하지 않음이 없는 모양도 |
무료무불료상 역불가득 | 또한 얻을 수 없다. |
如此之法을 得者卽得하나 得者도 不自覺知하며 | 이와 같은 법을 얻은 사람은 곧 얻으나, |
여차지법 득자즉득 득자 불자각지 | 얻은 사람이라도 스스로 깨달아 알지 못하고, |
不得者도 亦不自覺知니 | 얻지 못한 사람이라도 |
부득자 역불자각지 | 또한 스스로 깨달아 알지 못하니 |
如此之法을 從上已來로 有幾人이 得知리요 | 이와 같이 법을 예로부터 몇 사람이나 |
여차지법 종상이래 유기인 득지 | 알 수 있었겠느냐? |
所以道호대 天下에 忘己者有幾人고하니라 | 그러므로 말하기를, |
소이도 천하 망기자유기인 | '천하에 자기를 잊은 사람이 몇이더냐?'고 하였다. |
如今에 於一機一境과 一經一敎와 一世一時와 一名一字를 | 지금 한 기틀, 한 경계, 한 경전, 한 가르침, 한 세대, |
여금 어일기일경 일경일교 일세일시 일명일자 | 한 시기, 한 이름, 한 글자를 |
六根門前에 領得하면 與機關木人으로 何別고 | 6근의 문 앞에서 알 수 있다면, |
육근문전 영득 여기관목인 하별 | 꼭두각시와 무엇이 다르겠느냐. |
忽有一人出來하야 不於一名一相上에 作解者하면 | 한 이름, 한 모양 위에서 |
홀유일인출래 불어일명일상상 작해자 | 알음알이를 내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
我說此人은 盡十方世界覓這箇人하야도 不可得이니라 | 온 시방세계를 다 찾는다 해도 이런 사람은 |
아설차인 진시방세계멱저개인 불가득 |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노라. |
以無第二人故로 繼於祖位하여 | 그와 버금갈 만한 사람이 둘도 없으므로 |
이무제이인고 계어조위 | 조사의 자리를 이으며, |
亦云釋種하며 無雜純一이니 | 또한 부처님의 종자라고 일컫나니, |
역운석종 무잡순일 | 순수하여 전혀 잡됨이 없느니라. |
故言 王若成佛時에 王子亦隨出家라하니 | 그러므로 '왕이 부처를 이룰 때에 |
고언 왕약성불시 왕자역수추라 | 왕자도 역시 따라서 출가한다'고 했는데, |
此意大難知니라 | 이 뜻을 알기가 매우 어렵느니라. |
차의대난지 | |
秖敎爾莫覓이니 覓便失却하야 | 다만 너희에게 아무 것도 찾지 말도록 할 뿐이니, |
지교이막멱 멱변실각 | 찾으면 곧 잃어버린다. |
如癡人이 山上叫一聲에 響從谷出하면 |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산 위에서 한 번 소리를 질러 |
여치인 산상규일성 향종곡출 | 골짜기에서 메아리가 울리면 |
便走下山趁하야 及尋覓不得하며 | 곧장 산 아래로 달려 가지만 |
변주하산진 급심멱부득 | 끝내는 아무 것도 찾지 못하고, |
又叫一聲에 山上響又應하면 亦走上山上趁하야 | 또 한 번 소리를 지르자 산 위에서 메아리가 울리며, |
우규일성 산상향우응 역주상산상진 | 그는 다시 산 위로 달려 가는 것과 같다. |
如是千生萬劫을 秖是尋聲逐響人이라 | 이렇게 천생만겁을 소리를 찾고 |
여시천생만겁 지시심성축향인 | 메아리를 좇는 사람일 뿐이어서 |
虛生浪死漢이니 汝若無聲卽無響이니라 | 허망하게 생사에 유랑하는 자이니라. |
허생랑사한 여약무성즉무향 | 만약 소리가 없으면 메아리도 생기지 않는다. |
涅槃者는 無聞無知無聲하야 絶迹絶踪하니 | 열반이란 들음도 앎도 없고 소리도 없어서 |
열반자 무문무지무성 절적절종 | 자취도 발자욱도 모두 끊긴 것이다. |
若得如是하면 稍與祖師隣房也니라 | 만약 이와 같다면 |
약득여시 초여조사린방야 | 겨우 조사의 방 근처에 인접한 것이라 하겠다." |
22. 양의 뿔 | |
問 如王庫藏內에 都無如是刀라하니 |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
문 여왕고장내 도무여시도 | "'임금님의 창고 안에 이런 칼이 전혀 없다'고 하셨는데, |
伏願誨示 | 바라옵건대 그 뜻을 가르쳐 주십시오." |
복원회시 | |
師云 王庫藏者는 卽虛空性也니 | "임금님의 창고란 |
사운 왕고장자 즉허공성야 | 바로 허공의 성품[虛空性]이니라. |
能攝十方虛空世界하야 皆㹅不出爾心이라 | 그것은 시방의 허공세계를 받아들여 |
능섭시방허공세계 개총불출이심 | 모두가 다 너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는다. |
亦謂之虛空藏菩薩이니 | 또 다른 말로는 임금님의 창고를 |
역위지허공장보살 | 허공장보살이라고도 일컫는다. |
爾若道是有是無와 非有非無하면 | 네 만약 그것에 대해 있고 없음과 |
이약도시유시무 비유비무 |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음을 말한다면, |
㹅成羊角이니 羊角者는 卽爾求覓者也니라 | 모두가 양의 뿔이 되느니라. |
총성양각 양각자 즉이구멱자야 | 양의 뿔이란 바로 네가 구하여 찾는 것이니라." |
問 王庫藏中有眞刀否아 | 배상공이 물었다. |
문 왕고장중유진도부 | "임금님의 창고 속에는 진짜 칼이 있습니까?" |
師云 此亦是羊角이니라 | "그것도 역시 양의 뿔이니라." |
사운 차역시양각 | |
云 若王庫藏中에 本無眞刀하면 | "임금님의 창고 속에 |
운 약왕고장중 본무진도 | 애초부터 진짜 칼이 없다면, |
何故云王子持王庫中眞刀하야 出至異國이어늘 | 왕자가 그 창고에서 진짜 칼을 가지고 |
하고운왕자지왕고중진도 출지이국 | 다른 나라로 나간 것이어늘, |
何獨言無오 | 어찌하여 스님께서는 |
하독언무 | 그저 없다고만 말씀하십니까?" |
師云 持刀出者는 此喩如來使者니라 | "칼을 가지고 나갔다는 것은 |
사운 지도출자 차유여래사자 | 여래의 심부름꾼에 비유한 것이다. |
爾若言王子持王庫中眞刀出去者인댄 | 네 만약 임금님의 창고 속에서 |
이약언왕자지왕고중진도출거자 | 왕자가 진짜 칼을 가지고 나갔다고 말한다면, |
庫中應空去也니 本源虛空性은 | 창고 안에 있는 허공도 함께 따라 갔을 것이니라. |
고중응공거야 본원허공성 | 그러나 본원의 허공성(虛空性)은 |
不可被異人將去니 是什麽語오 | 다른 사람이 가지고 갈 수 없는 것인데, |
불가피이인장거 시십마어 | 그것이 무슨 말이겠느냐? |
說爾有者라도 皆名羊角이니라 | 설령 네가 가졌다 하더라도 |
설이유자 개명양각 | 그것은 모두 양의 뿔이니라. |
23. 여래의 심부름꾼 | |
問 迦葉受佛心印하니 |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
문 가섭수불심인 | "가섭존자는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받았으니, |
得爲傳語人否아 | 말을 전하는 사람이 아닙니까?" |
득위전어인부 | |
師云 是니라 | "그렇다." |
사운 시 | |
云 若是傳語人인댄 應不離得羊角이로다 | "만약 말 전한 사람이라면 |
운 약시전어인 응불이득양각 | 양의 뿔을 여의지 못한 사람이겠군요." |
師云 迦葉은 自領得本心이라 所以不是羊角이니 | "가섭존자는 스스로 본래 마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
사운 가섭 자영득본심 소이불시양각 | 양의 뿔이 아니니라. |
若以領得如來心하면 見如來意하며 | 만약 여래의 마음을 깨달으면 |
약이영득여래심 견여래의 | 곧 여래의 뜻을 알게 되며, |
見如來色相者는 卽屬如來使하야 爲傳語人이니 | 여래의 겉모습을 보는 사람은 곧 여래의 심부름꾼에 |
견여래색상자 즉속여래사 위전어인 | 속하는 자로서 말 전하는 사람이 되느니라. |
所以阿難이 爲侍者二十年호대 但見如來色相이라 | 아난존자가 20여년 동안 부처님의 시자로 있었으면서도 |
소이아난 위시자이십년 단견여래색상 | 다만 여래의 겉모양만 보았기 때문에 |
所以被佛訶云 唯觀救世者는 不能離得羊角이니라하나니라 | 부처님으로부터 '세간을 구제하는 것을 보는 자는 |
소이피불가운 유관구세자 불능이득양각 | 양의 뿔을 벗어나지 못하니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
24. 무분별지는 얻을 수 없다 | |
問 文殊執劍於瞿曇前者는 如何오 |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문수보살이 |
문 문수집검어구담전자 여하 | 부처님 앞에서 칼을 든 것은 어찌 된 까닭입니까?" |
師云 五百菩薩이 得夙命智하야 見過去生業障하니 | "500명의 보살들이 전생을 아는 지혜를 얻어서 |
사운 오백보살 득숙명지 견과거생업장 | 지난 과거 생의 업장을 볼 수 있었다. |
五百者는 卽爾五陰身이 是라 | 500이란 너의 오음으로 된 몸이니라. |
오백자 즉이오음신 시 | |
以見此夙命障故로 求佛求菩薩涅槃하니 | 이 숙명을 보는 장애 때문에 부처가 되기를 구하고 |
이견차숙명장고 구불구보살열반 | 보살, 열반을 구하게 되었느니라. |
所以文殊將智解劍하야 害此有見佛心故로 | 그러므로 문수보살이 지혜로써 헤아리는 칼을 가지고 |
소이문수장지해검 해차유견불심고 | 부처를 봄이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베어 버렸기에 |
故言爾善害라하니라 | 말하기를, '아주 잘 베어 버렸다'고 하는 것이다." |
고언이선해 | |
云 何者是劍고 | "어떤 것이 칼입니까?" |
운 하자시검 | |
師云 解心이 是劍이니라 | "헤아리는 마음이 칼이다." |
사운 해심 시검 | |
云 解心旣是劍이라 斷此有見佛心이니 | "헤아리는 마음이 이미 칼이라고 한다면 |
운 해심기시검 단차유견불심 | 부처를 봄이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베어 버린 것인데, |
秖如能斷見心을 何能除得고 | 그렇다면 능히 베는 그 마음은 |
지여능단견심 하능제득 | 어떻게 없앨 수 있습니까?" |
師云 還將爾無分別智하야 斷此有見分別心이니라 | "너의 분별이 없는 지혜로써 |
사운 환장이무분별지 단차유견분별심 | 보는 것이 있다고 분별하는 마음을 베느니라." |
云 如作有見有求佛心하면 | "부처를 봄이 있다느니 혹은 부처를 구함이 있다느니 |
운 여작유견유구불심 | 하는 마음을 내는 경우에는 |
將無分別智劍斷이나 爭奈有智劍在何오 | 분별이 없는 지혜의 칼로써 베는 것이지만, |
장무분별지검단 쟁내유지검재하 | 그 지혜의 칼이 있는 것은 어찌 해야 합니까?" |
師云 若無分別智가 害有見無見하면 | "분별 없는 지혜로써 있다는 견해[有見]와 |
사운 약무분별지 해유견무견 | 없다는 견해[無見]를 베어 버리면, |
無分別智도 亦不可得이니라 | 분별 없는 지혜도 또한 얻을 수 없느니라." |
무분별지 역불가득 | |
云 不可以智更斷智하며 不可以劍更斷劍하라 | "지혜로써 지혜를 자르지 말며, |
운 불가이지갱단지 불가이검갱단검 | 칼로써 칼을 자르지 마소서." |
師云 劍自害劍하야 劍劍相害하면 卽劍亦不可得이요 | "칼이 스스로 칼을 베어서 칼과 칼이 서로 베어지면, |
사운 검자해검 검검상해 즉검역불가득 | 칼 또한 얻을 수 없고 |
智自害智하야 智智相害하면 卽智亦不可得이니 | 지혜가 스스로 지혜를 베어서, 지혜와 지혜가 |
지자해지 지지상해 즉지역불가득 | 서로 베어지면 지혜 또한 얻을 수 없는 것이니, |
母子俱喪도 亦復如是로다 | 어미와 자식이 함께 죽는 것도 역시 이와 같느니라." |
모자구상 역부여시 | |
25. 견성이란? | |
問 如何是見性고 |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
문 여하시견성 | "자성을 보는 것[見性]이란 무엇입니까?" |
師云 性卽是見이요 見卽是性이라 不可以性更見性하며 | "성품이 곧 보는 것이요, 보는 것이 곧 성품이니, |
사운 성즉시견 견즉시성 불가이성갱견성 | 성품으로써 다시 성품을 보지 말라. |
聞卽是性이니 不可以性更聞性하라 | 또 들음이 그대로 성품이니 |
문즉시성 불가이성갱문성 | 성품으로서 다시 성품을 들으려 해서는 안된다. |
秖爾作性見하며 能聞能見性하야 | 그렇지 않으면 네가 성품이라는 견해를 내며, |
지이작성견 능문능견성 | 능히 성품을 듣고 능히 성품을 보아서 |
便有一異法生이로다 | 문득 같다거나 다르다는 견해를 일으킨다. |
변유일이법생 | |
他分明道호대 所可見者는 不可更見이라하니 | 저 경에서 분명히 말하기를, |
타분명도 소가견자 불가갱견 | '볼 수 있는 바는 다시 보지 못한다'고 하였으니, |
爾云何頭上更著頭오 | 너는 어찌 머리 위에 다시 머리를 얹겠느냐? |
이운하두상갱착두 | |
他分明道호대 如盤中散珠하야 | 경에서 분명히 말하기를, |
타분명도 여반중산주 | 마치 소반 위에 구슬을 흩어 놓는 것과 같아서, |
大者大圓하며 小者小圓하야 | 큰 구슬은 크게 둥글며, |
대자대원 소자소원 | 작은 구슬은 작게 둥글어서 |
各各不相知하며 各各不相礙하야 | 각각의 구슬끼리 알지 못하며, |
각각불상지 각각불상애 | 각각 서로를 방해 하지 않아서, |
起時에 不言我起하며 滅時에 不言我滅하나니 | 일어날 때에 '내가 일어난다' 말하지 않으며, |
기시 불언아기 멸시 불언아멸 | 없어질 때에 '내가 없어진다' 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
所以로 四生六道가 未有不如時니라 | 그러므로 4생과 6도가 |
소이 사생육도 미유불여시 | 이렇지 않은 경우가 없느니라. |
且衆生이 不見佛하며 佛不見衆生하고 | 또 중생이 부처를 보지 못하고 |
차중생 불견불 불불견중생 | 부처가 중생을 보지 못하며, |
四果不見四向하며 四向不見四果하고 | 4과(四果)가 4향(四向)을 보지 못하고 |
사과불견사향 사향불견사과 | 4향이 4과를 보지 못하며, |
三賢十聖이 不見等妙二覺하며 | 3현(三賢), 10성(十聖)이 |
삼현십성 불견등묘이각 | 등각과 묘각을 보지 못하고 |
等妙二覺이 不見三賢十聖하야 | 등각과 묘각이 |
등묘이각 불견삼현십성 | 3현, 10성을 보지 못하며, |
乃至水不見火하며 火不見水하고 | 나아가 물이 불을 보지 못하고 |
내지수불견화 화불견수 | 불이 물을 보지 못하며, |
地不見風하며 風不見地니 | 땅이 바람을 보지 못하고 |
지불견풍 풍불견지 | 바람이 땅을 보지 못하며, |
衆生이 不入法界하며 佛不出法界하나니 | 중생이 법계에 들지 못하고 |
중생 불입법계 불불출법계 | 부처가 법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
所以로 法性이 無去來하며 無能所見이니 | 그러므로 법의 성품은 가고 옴이 없으며 |
소이 법생 무거래 무능소견 | 능히 보는 것도 보여지는 대상도 없다. |
能如此하면 因什麽하야 道我見我聞고 | 능히 이와 같을 수 있다면, 무엇 때문에 |
능여차 인십마 도아견아문 | 나는 본다느니 혹은 나는 듣는다느니 말하겠느냐? |
於善知識處에 得契悟하라 善知識이 與我說法하며 | 무엇보다도 선지식의 회하에서 깨닫도록 하여라. |
어선지식처 득계오 선지식 여아설법 | 선지식이 나에게 법을 설하시며, |
諸佛이 出世하야 與衆生說法이니 | 모든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셔서 |
제불 출세 여중생설법 | 중생들에게 법을 설해 주신다. |
迦旃延이 秖爲以生滅心으로 | 그러나 가전연은 |
가전연 지위이생멸심 | 다만 생멸하는 마음을 가지고 |
傳實相法할새 被淨名呵責하니라 | 실상(實相)의 법을 전하였기 때문에 |
전실상법 피정명가책 | 유마거사에게 꾸중을 들었느니라. |
分明道호대 一切法이 本來無縛이니 何用解他며 | 분명히 말하건대, 모든 법이 본래 속박하지 않는데 |
분명도 일체법 본래무박 하용해타 | 어찌 풀어제칠 필요가 있겠으며, |
本來無染이니 何用淨他리요 | 또 본래 물들지도 않는데 |
본래무염 하용정타 | 굳이 맑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 |
故云實相이 如是어니 豈可說乎아 | 그러므로 말하기를, '모든 법의 참다운 모양이 |
고운실상 여시 개가설호 | 이와 같거늘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하였다. |
汝今秖成是非心染淨心하야 | 네가 지금 다만 시비하는 마음, |
여금지성시비심염정심 | 염정(染淨)을 따지는 마음을 내고 |
學得一知一解하야 遶天下行하야 | 하나하나마다 알음알이를 배워 얻어서, |
학득일지일해 요천하행 | 온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
見人便擬定當取하니 誰有心眼하며 | 사람들이 결정코 취하려고 하는 것을 곧 보게 되는데, |
견인변의정당취 수유심안 | 도대체 누가 마음의 눈을 갖추었으며, |
誰疆誰弱고 |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한지 말해 보아라. |
수강수약 | |
若也如此하면 天地懸殊라 更說什麽見性고 | 만약 이렇게 한다면 하늘과 땅의 차이처럼 |
약야여차 천지현수 갱설십마견성 | 현격히 다른 것이니, 다시 무슨 견성을 논하겠느냐?" |
問 旣言性卽見見卽性인댄 | "기왕에 말씀하시기를, 성품이 그대로 보는 것이며 |
문 기언성즉견견즉성 | 보는 것이 그대로 성품이라 하셨는데, |
秖如性自無障礙하며 無劑限이어니 | 그렇다면 성품이 본래 장애가 없어야 하며 |
지여성자무장애 무제한 | 제한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
云何隔物卽不見이며 又於虛空中에 | 그러나 어찌하여 물건이 가로막히면 곧 보지 못하고, |
운하격물즉불견 우어허공중 | 또 허공이 가운데서 |
近卽見遠卽不見者는 如何오 | 가까우면 보고 멀어지면 보지 못하는 것은 |
근즉견원즉불견자 여하 | 무슨 까닭입니까?" |
師云 此是爾妄生異見이니 | "이것은 네가 망령되게 |
사운 차시이망생이견 | 다르다는 견해를 낸 것이니라. |
若言隔物不見하며 無物言見하야 | 만약 물건이 앞에 가로막히면 보지 못하고 |
약언격물불견 무물언견 | 그것이 없어지면 본다고 생각하여, |
便謂性有隔礙者는 全無交涉이라 | 성품을 가로막는 장애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
변위성유격애자 전무교섭 | 아주 잘못이니라. |
性且非見非不見이며 法亦非見非不見이니 | 성품이란 보는 것도 보지 않는 것도 아니며, |
성차비견비불견 법역비견비불견 | 법 또한 보는 것도 보지 않는 것도 아니다. |
若見性人은 何處不是我之本性이리요 | 만약 견성한 사람이라면 |
약견성인 하처불시아지본성 | 어느 곳인들 나의 본래 성품이 아님이 있겠느냐? |
所以로 六道四生과 山河大地가 摠是我之性淨明體라 | 그러므로 6도, 4생과 산하 대지가 |
소이 육도사생 산하대지 총시아지성정명체 | 모두 내 성품의 맑고 본체 그대로이니라. |
故云見色便見心이라하니 | 그러므로 말하기를, '물질[色]을 보는 것이 |
고운견색변견심 | 곧 마음[心]을 보는 것이다.'고 하였으니, |
色心이 不異故니라 | 물질과 마음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색심 불이고 | |
秖爲取相作見聞覺知하야 去却前物하야 始擬得見者는 | 다만 모양에 집착하여 보고 듣고 느끼고 알아서 |
지위취상작견문각지 거각전물 시의득견자 | 없애고 나서야 비로소 보려고 하는 자들은 |
卽墮二乘人中依通見解也니라 | 2승(二乘)의 무리 가운데 떨어진, |
즉타이승인중의통견해야 | 의지눈 앞의 물건을 하여 통하려는 견해이니라. |
虛空中에 近則見遠則不見은 此是外道中收라 | 허공 중에 가까우면 보고 멀면 볼 수 없다 한다면, |
허공중 근즉견원즉불견 차시외도중수 | 이것은 외도에 떨어지고 만다. |
分明道호대 非內亦非外며 非近亦非遠이니 | 분명히 말하노니,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니며, |
분명도 비내역비외 비근역비원 |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것이니, |
近而不可見者는 萬物之性也라 | 가까우면서도 볼 수 없는 것이 |
근이불가견자 만물지성야 | 모든 중생들의 성품이니라. |
近尙不可見이어니 更道遠而不可見은 有什麽意旨오 | 가까이 있어도 오히려 그렇거늘, |
근상불가견 갱도원이불가견 유십마의지 | 멀어서 볼 수 없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이겠느냐?" |
26. 한 생각 일지 않으면 곧 보리 | |
問 學人이 不會하니 和尙은 如何指示오 | 배상공이 물었다. "소생(小生)이 알지 못하겠사오니, |
문 학인 불회 화상 여하지시 | 큰스님께서는 가르쳐주십시오." |
師云 我無一物하야 從來로 不會將一物與人이라 | "내게는 한 물건도 없어서, 이제까지 남들에게 |
사운 아무일물 종래 불회장일물여인 | 한 물건도 전혀 가르켜 준 바가 없다. |
爾無始已來로 秖爲被人指示하야 覓契覓會하니 | 너는 한량없는 세월 전부터 |
이무시이래 지위피인지시 멱계멱회 | 그저 남에게 가르침을 받아서 이해하려고만 하니, |
此可不是弟子與師가 俱陷王難가 | 이야말로 스승과 제자가 함께 |
차가불시제자여사 구함왕난 | 왕의 난[王難]에 빠지는 것이 아니겠느냐! |
爾但知一念不受하면 卽是無受身이며 | 너는 다만 알아야 한다. 한 생각 받아들이지 않으면 |
이단지일념불수 즉시무수신 | 그것이 바로 받음이 없는 몸이며, |
一念不想하면 卽是無想身이라 | 한 생각 생각하지 않으면 |
일념불상 즉시무상신 | 그것이 바로 생각 없는 몸이니라. |
決定不遷流造作하면 卽是無行身이요 | 절대로 인위적인 조작에 휩쓸리지 않으면 |
결정불천류조작 즉시무행신 | 그것이 바로 행함이 없는 몸이며, |
莫思量卜度分別하면 卽是無識身이니 | 요리조리 따지고 분별하지 않으면 |
막사량복도분별 즉시무식신 | 그것이 바로 식(識)이 없는 몸이니라. |
爾如今에 纔別起一念하면 卽入十二因緣하야 | 그러므로 네가 달리 한 생각 일으키기만 하면 |
이여금 재별기일념 즉입십이인연 | 그대로 12인연에 빠져들어서, |
無明緣行하야 亦因亦果며 | 무명이 행을 연하여 서로 인(因)이 되기도 하고 |
무명연행 역인역과 | 또 과(果)가 되기도 하며, |
乃至老死亦因亦果니 | 나아가서는 늙음과 죽음이 서로서로 |
내지노사역인역과 | 인이 되기도 하고 과가 되기도 한다. |
故로 善財童子一百一十處求善知識호대 | 그러므로 선재동자가 |
고 선재동자일백일십처구선지식 | 110곳에서 선지식을 구했지만, |
秖向十二因緣中求라가 最後에 見彌勒커늘 | 다만 12인연 속에서만 구하다가 |
지향십이인연중구 최후 견미륵 | 최후에 미륵보살을 만났었다. |
彌勒이 却指見文殊하니 | 그러자 미륵보살이 문수보살을 찾아뵈라고 |
미륵 각지견문수 | 다시 가르켜 주었다. |
文殊者는 卽汝本地無明이니라 | 문수보살이란 다름 아닌 바로 너의 근본 무명이니라. |
문수자 즉여본지무명 | |
若心心別異하야 向外求善知識者는 | 만약 마음과 마음이 각기 달라서 |
약심심별이 향외구선지식 | 그저 밖으로만 선지식을 구하는 자는, |
一念纔生卽滅하고 纔滅又生하나니 | 한 생각이 갓 일어났다가는 꺼지고 |
일념재생즉멸 재멸우생 | 꺼졌다가는 또 생긴다. |
所以로 汝等比丘도 亦生亦老하며 亦病亦死하야 | 그러므로 너희 비구들도 |
소이 여등비구 역생역노 역병역사 | 생, 노, 병, 사 하기도 하여 |
酬因答果已來로 卽五聚之生滅이니 | 인과의 값을 치뤄 오면서 |
수인답과이래 즉오취지생멸 | 마침내는 다섯 갈래[五聚)의 생멸을 당한다. |
五聚者는 五陰也라 一念이 不起하면 卽十八界空하야 | 다섯 갈래란 5음(五陰)이니 |
오취자 오음야 일념 불기 즉십팔계공 | 한 생각 일어나지 않으면 곧 18계(界)가 공하여 |
卽是便是菩提華果며 卽心便是靈智며 | 이 몸 그대로가 보리의 꽃 열매이며, |
즉시변시보리화과 즉심변시영지 | 또한 이 마음이 그대로 신령스런 지혜이며 |
亦云靈臺나 若有所住著하면 | 신령스런 보리좌이니라. |
역운영대 약유소주착 | 그러나 만약 집착하는 바가 있으면 |
卽身爲死屍며 亦云守死屍鬼니라 | 이 몸은 곧 송장이 되고, |
즉신위사시 역운수사시귀 | 마음은 송장 지키는 귀신이 되고 만다." |
27. 둘 아닌 법문 [不二法門] | |
問 淨名이 默然에 |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
문 정명 묵연 | "유마거사가 잠자코 있으니 |
文殊讚歎云是眞入不二法門이라하니 如何오 | 문수보살이 찬탄하기를, '이것이야말로 둘 아닌 법문에 |
문수찬탄운시진입불이법문 여하 | 드는 것이로다' 했는데,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
師云 不二法門은 卽爾本心也라 | "둘 아닌 법문이란 바로 너의 본 마음이니라. |
사운 불이법문 즉이본심야 | |
說與不說하면 卽有起滅이요 | 그러니 법을 설했느니 혹은 설하지 않았느니 하는 것은 |
설여불설 즉유기멸 | 기멸(起滅)이 있는 것이다. |
無言說時에 無所顯示故로 文殊讚歎이니라 | 말 없을 때에는 나타내 보인 것이 없으므로 |
무언설시 무소현시고 문수찬탄 | 문수보살이 찬탄한 것이니라." |
云 淨名이 不說하니 聲有斷滅否아 | "유마거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
운 정명 불설 성유단멸부 | 소리가 단멸된 것이 아닙니까?" |
師云 語卽默默卽語라 語默不二故로 | "말이 곧 침묵이고 침묵이 그대로 말이다. |
사운 어즉묵묵즉어 어묵불이고 | 말과 침묵이 둘이 아니기 때문에 |
云聲之實性도 亦無斷滅이니라 | 소리의 실제 성품도 |
운성지실성 역무단멸 | 역시 단멸이 없다고 하는 것이니라. |
文殊本聞도 亦無斷滅이니 | 문수보살이 본래 들음[本聞]도 |
문수본문 역무단멸 | 역시 단멸이 없는 것이다. |
所以如來常說하야 未曾有不說時가 | 그러므로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
소이여래상설 미증유불설시 | 일찌기 말하지 않은 때가 없다'고 하신 것은 |
如來說卽是法이요 法卽是說이니 法說不二故로 | 여래의 말씀이 곧 법이요 법이 곧 말씀이니, |
여래설즉시법 법즉시설 법설불이고 | 법과 말씀이 둘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
乃至報化二身菩薩聲聞과 山河大地와 水鳥樹林이 | 나아가 보신, 화신, 보살, 성문과 |
내지보화이신보살성문 산하대지 수조수림 | 산하대지와 물, 새, 수풀이 |
一時說法하나니 | 일시에 법을 설하는 것이다. |
일시설법 | |
所以語亦說默亦說하야 終日說而未嘗說이라 | 그러므로 말도 설법이고 침묵도 설법이어서, |
소이어역설묵역설 종일설이미상설 | 종일 설법하나 일찍이 설한 바가 없다. |
旣若如是하면 但以默爲本이로다 | 이미 이와 같다면 말없음으로서 근본을 삼느니라." |
기약여시 단이묵위본 | |
28. 한 마음의 법 가운데서 방편으로 장엄하다 | |
問 聲聞人은 藏形於三界호대 不能藏於菩提者는 如何오 | 배상공이 물었다. "성문이 3계에서는 모습을 감추지만, |
문 성문인 장형어삼계 불능장어보리자 여하 | 보리에 있어 감추지 못하는 까닭은 어찌된 것입니까?" |
師云 形者는 質也라 聲聞人이 但能斷三界見修하야 | "모습이란 바탕이니라. 성문들이 다만 3계의 |
사운 형자 질야 성문인 단능단삼계견수 | 견도혹(見道惑)과 수도혹(修道惑)을 끊을 수 있어 |
已離煩惱하니 不能藏於菩提니라 | 이미 번뇌를 여의긴 하였으나, |
이리번뇌 불능장어보리 | 보리에 있어서는 모습을 감추지 못한 까닭이니라. |
故로 還被麽王於菩提中捉得하야 於林中宴坐에 | 그래서 보리 가운데서 마왕에게 붙들리어 |
고 환피마왕어보리중착득 어림중연좌 | 숲 속에 앉아 있으면서, |
還成微細見菩提心也요 | 도리어 보리를 미세하게 본다는 마음을 내는 것이니라. |
환성미세견보리심야 | |
菩薩人은 已於三界菩提에 決定不捨不取하나니 | 그런데 보살들은 3계와 보리에 있어서 |
보살인 이어삼계보리 결정불사불취 | 결정코 버리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느니라. |
不取故로 七大中覓他不得이며 | 취하지 않으므로 7대(七大)가운데서 |
불취고 칠대중멱타부득 | 그를 찾아도 찾지 못하고, |
不捨故로 外魔亦覓他不得이니 | 버리지않으므로 |
불사고 외마역멱타부득 | 외도, 마구니가 그를 찾아도 찾지 못한다. |
汝但擬著一法하면 印子早成也로다 | 네 다만 한 법에라도 집착하려 하면 |
여단의착일법 인자조성야 | 흔적[印子]이 벌써 생기게 된다. |
印著有하면 卽六道四生文出하며 | 있음[有]에다 도장을 찍으면 |
인착유 즉육도사생문출 | 곧 6도, 4생의 무늬가 나오고, |
印著空하면 卽無相文現하니라 | 공(空)에다 도장을 찍으면 |
인착공 즉무상문현 | 곧 모양 없는 무늬가 나타나느니라. |
如今에 但知決定不印一切物하면 | 지금 다만 알아야할 것은 |
여금 단지결정불인일체물 | 만약 모든 사물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
此印이 爲虛空不一不二하야 | 이 도장은 허공과 하나도 아니고 |
차인 위허공불일불이 | 둘도 아니어서, |
空本不空이요 印本不有라 | 공(空)이 본래 공이 아니고 |
공본불공 인본불유 | 도장이 본래 있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
十方虛空世界諸佛出世는 如見電光一般하야 | 시방 허공 세계의 모든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심은 |
시방허공세계제불출새 여견전광일반 | 번갯불을 보는 것과 같으며, |
觀一切蠢動含靈이 如響一般이요 | 꿈틀거리는 모든 벌레를 보는 것은 |
관일체준동함령 여향일반 | 메아리와 마찬가지이며, |
見十方微塵國土는 恰似海中一滴水相似하니 | 시방의 셀 수 없는 많은 국토를 보는 것은 |
견시방미진국토 흡사해중일적수상사 | 흡사 바다 가운데 한 방울 물과 같은 것이다. |
聞一切甚深法호대 如幻如化하야 | 매우 기폭 깊은 법문을 듣더라도 |
문일체심심법 여환여화 | 허깨비와 같아서, |
心心不異하며 法法不異하고 | 마음과 마음이 다르지 않으며, |
심심불이 법법불이 | 법과 법이 서로 다르지 않고, |
乃至千經萬論이 秖爲爾之一心이니 | 나아가 천만 가지의 경론(經論)이 |
내지천경만론 지위이지일심 | 오로지 너의 한 마음 때문이니라. |
若能不取一切相故로 | 모든 모양을 결코 취하지 않으므로, |
약능불취일체상고 | |
言如是一心中에 方便勤莊嚴이라하니라 | 말하기를 '이와 같은 한 마음 속에서 |
언여시일심중 방편근장엄 | 방편으로 부지런히 장엄한다'고 하였느니라." |
29. 인욕선인 | |
問 如我昔爲歌利王割截身體如何오 |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내가 옛날 가리왕에게 |
문 여아석위가리왕할절신체여하 | 몸뚱이가 토막토막 잘리었다'는 경우는 어떤 것입니까?" |
師云 仙人者는 卽是爾心이요 歌利王은 好求也라 | "선인(仙人)이란 곧 너의 마음이며, |
사운 선인자 즉시이심 가리왕 호구야 | 가리왕이란 구하기를 좋아하는 마음이니라. |
不守王位는 謂之貪利니 | 그리고 왕위를 지키지 않는다고 함은 |
불수왕위 위지탐리 |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이니라. |
如今學人이 不積功累德하고 | 그런데 요사이 공부하는 이들이 |
여금학인 불적공누덕 | 덕과 공을 쌓지는 않고, |
見者便擬學하니 與歌利王何別고 | 보는 것마다 배워서 알려고 하니 |
견자변의학 여가리왕하별 | 가리왕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
如見色時에는 壞却仙人眼하고 | 물질을 볼 때는 |
여견색시 괴각선인안 | 선인의 눈을 멀게 하고, |
聞聲時에는 壞却仙人耳하야 | 소리를 들을 때는 |
문성시 괴각선인이 | 선인의 귀를 먹게 한다. |
乃至覺知時도 亦復如是니 喚作節節支解니라 | 나아가 무엇을 느껴 알 때에도 또한 이와 같아서, |
내지각지시 역부여시 환작절절지해 | 마디마디 갈기갈기 찢겨진다고 한 것이니라." |
云 秖如仙人이 忍時에 不合更有節節支解하야 | "선인이 참을 때는 |
운 지여선인 인시 불합갱유절절지해 | 마디마디 갈기갈기 찢김이 없어서, |
不可一心忍一心不忍也니다 | 한 마음으로 참았느니 혹은 참지 않았느니 하는 말은 |
불가일심인일심불인야 | 가당치 않겠습니다." |
師云 爾作無生見하야 忍辱解無求解가 | "네가 남이 없는 견해[無生見]을 내어서, |
사운 이작무생견 인욕해무구해 | 참음이나 구할 것이 없음으로 아는 것은 |
摠是傷損이니라 | 모두 손상을 주는 것이니라." |
총시상손 | |
云 仙人이 被割時에 還知痛否아 | "선인도 몸을 잘리울 때 아픔을 느낍니까? |
운 선인 피할시 환지통부 | |
又云此中無受者하면 是誰受痛고 | 만약 이런 가운데 고통을 받는 사람이 없다면 |
우운차중무수자 시수수통 | 누가 고툥을 받습니까?" |
師云 爾旣不痛하면 出頭來하야 覓箇甚麽오 | "네가 이미 고통받을 것이 없다면 |
사운 이기불통 출두래 멱개심마 | 나타나서 도대체 무엇을 찾는 것이냐?" |
30. 한 법도 얻을 수 없음이 곧 수기 | |
問 燃燈佛授記는 爲在五百歲中가 五百歲外아 | 배상공이 물었다. "연등부처님이 수기하신 때는 |
문 연등불수기 위재오백세중 오백세외 | 오백세 이내입니까, 오백세 밖입니까?" |
師云 五百歲中에 不得授記니 所言授記者는 | "오백세 이내에 수기를 받을 수 없느니라. |
사운 오백세중 부득수기 소언수기자 | 이른바 수기라 하는것은 |
爾本決定不忘하야 不失有爲하며 不取菩提라 | 너의 근본을 결정코 잊어 버리지 않아서, |
이본결정불망 부실유위 불취보리 | 하염있는 법도 잃지 않고 보리도 취하지 않는 것이다. |
但以了世非世일새 亦不出五百歲外別得授記며 | 오직 세간과 세간 아님을 모두 요달했기 때문에 |
단이료세비세 역불출오백세외별득수기 | 오백세 밖을 벗어나서 따로 수기를 얻을 수 없고, |
亦不於五百歲中得授記니라 | 또한 오백세 이내에도 수기를 얻지 못한다." |
역불어오백세중득수기 | |
云 了世三際相을 不可得已否아 | "세간 3제(三際)의 모양을 요달할 수 없습니까?" |
운 요세삼제상 불가득이부 | |
師云 無一法可得이니라 | "한 법도 얻을 수 없느니라." |
사운 무일법가득 | |
云 何故로 言頻經五百歲하야 | "그런데 무엇 때문에 경(經)에서 |
운 하고 언빈경오백세 | 오백세(五百歲)를 지난다고 자주 말씀하시어, |
前後極時長고 | 앞뒤로 시간을 길게 말씀하셨습니까?" |
전후극시장 | |
師云 五百歲長遠하야 當知猶是仙人이라 | "오백세(五百歲)가 길로 멀어서 |
사운 오백세장원 당지유시선인 | 오히려 아직은 선인(仙人)임을 알아야 한다. |
故로 燃燈授記時에는 實無少法可得이니라 | 그러므로 연등부처님께서 수기하실 때는 |
고 연등수기시 실무소법가득 | 실로 얻었다할 작은 법도 없느니라." |
31. 법신은 얻을 수 없다 | |
問 敎中에 云銷我億劫顚倒想하야 | 배상공이 물었다. "교(敎) 가운데서 말씀하시기를, |
문 교중 운소아억겁전도상 | '나의 억겁 동안 전도된 생각을 녹이어서, |
不歷僧秖獲法身者는 如何오 | 3대 아승기 겁을 거치지 않고 법신을 얻는다'고 하는데, |
불력승지획법신자 여하 |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
師云 若以三無數劫修行하야 有所證得者는 | "만약 3대 아승기의 헤아릴 수 없는 겁을 통하여 |
사운 약이삼무수겁수행 유소증득자 | 수행을 함으로서 증득한 바가 있는 자는, |
盡恒沙劫不得이요 | 간지스강의 모래 수만큼 많은 겁이 지난다 하더라도 |
진항사겁부득 | 깨닫지 못한다. |
若於一刹那中獲得法身하야 直了見性者는 | 만약 한 찰나 사이에 법신을 획득하여 |
약어일찰나중획득법신 직료견성자 | 곧바로 분명하게 깨달아 성품을 보는 것은 |
猶是三乘敎之極談也니 | 오히려 3승교(三乘敎)의 극치를 이룬 말씀이다. |
유시삼승교지극담야 | |
何以故오 以見法身可獲故로 皆屬不了義敎中收니라 | 왜냐하면 가히 얻을 수 있는 법신을 보기 때문에 |
하이고 이견법신가획고 개속불료의교중수 | 모두가 불요의교(不了義敎)에 속하는 것이니라." |
32. 마셔보아야 물맛을 안다 | |
問 見法頓了者가 見祖師意否아 | 배상공이 물었다. "법을 보고 단박에 깨달은 사람은 |
문 견법돈료자 견조사의부 | 조사의 뜻을 알 수 있습니까?" |
師云 祖師心出虛空外니라 | "조사의 뜻은 허공 밖을 벗어났느니라." |
사운 조사심출허공외 | |
云 有限劑否아 | "그러면 한계가 있습니까?" |
운 유한제부 | |
師云 有無限劑니 此皆數量對待之法이로다 | 한계가 없느니라. 이는 모두 일정한 숫자로 헤아리는 |
사운 유무한제 차개수량대대지법 | 대대(對待)하는 법이니라. |
祖師云 且非有限量이며 非無限量이요 |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한량이 있지도 않고 |
조사운 차비유한량 비무한량 | 한량이 없음도 아니며 |
非非有無限量이니 以絶待故라하니라 | 한량이 있고 없음이 아님도 아니어서, |
비비유무한량 이절대고 | 대대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하였다. |
爾如今學者는 未能出得三乘敎外하니 | 너희 요즘 배우는 사람들이 |
이여금학자 미능출득삼승교외 | 3승교 밖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는데, |
爭喚作禪師리요 分明向汝道하노니 | 어찌 선사라 부를 수 있겠느냐? |
쟁환작선사 분명향여도 | 너희에게 분명히 말하겠다. |
一等學禪이어늘 莫取次妄生異見하라 | 으뜸으로 선을 수행하는 사람일진댄, |
일등학선 막취차망생이견 | 함부로 망령되이 다른 견해를 내지 말라. |
如人飮水에 冷煖을 自知하야 | 마치 어떤 사람이 물을 마셔보면 |
여인음수 냉난 자지 | 차고 더움을 스스로 아는 것과 같다. |
一行一住가 一刹那間에 念念不異니 | 움직이거나 머물러 있거나 한 찰나 사이에 |
일행일주 일찰나간 념념불이 | 생각생각이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
若不如是하면 不免輪廻니라 | 만약 이와 같지 못하다면 윤회를 면치 못하느니라. |
약불여시 불면윤회 | |
33. 참된 사리는 볼 수 없다 | |
問 佛身無爲하야 不墮諸數어늘 | 배상공이 물었다. "부처님의 몸은 하염이 없기 때문에 |
문 불신무위 불타제수 | 모든 숫자적인 개념으로 한정할 수가 없거늘, |
何故로 佛身舍利八斛四斗오 | 어찌하여 부처님 몸의 사리가 |
하고 불신사리팔곡사두 | 여덟섬 너말이 됩니까?" |
師云 爾作如是見하면 秖見假舍利요 不見眞舍利니라 | "네가 이런 견해를 낸다면, 그저 껍데기 사리만 볼 뿐 |
사운 이작여시견 지견가사리 불견진사리 | 참된 사리는 보질 못하느니라." |
云 舍利爲是本有아 爲剖功勳가 | "사리가 본래 있는 것입니까, |
운 사리위시본유 위부공훈 | 아니면 노력하여 얻은 결과입니까?" |
師云 非是本有며 亦非功勳이니라 | "본래 있는 것도 아니며 |
사운 비시본유 역비공훈 | 노력하여 수행의 결과로 얻으신 것도 아니니라." |
云 若非本有요 又非功勳이면 | "만약 본래 있는 것도 아니고 |
운 약비본유 우비공훈 | 또한 노력하여 얻는 것도 아니라면 |
何故如來舍利가 唯鍊唯精하야 金骨이 常存고 | 왜 부처님 사리는 그토록 잘 다듬어지고 정교로와서, |
하고여래사리 유련유정 금골 상존 | 금빛 뼈가 항상 있는 것입니까?" |
師乃呵云 爾作如此見解하면 | 이에 대사께서 꾸짖어 말씀하셨다. |
사내가운 이작여차견해 | "네가 이런 견해를 가지고서야 |
爭喚作學禪人고 爾見虛空曾有骨否아 | 어찌 참선을 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느냐? |
쟁환작학선인 이견허공증유골부 | 너는 허공에 사리가 있는 것을 일찍이 보았느냐? |
諸佛心同太虛어늘 覓什麽骨고 | 모든 부처님의 마음은 큰 허공과 같은데 |
제불심동태허 멱십마골 | 무슨 사리를 찾는 것이냐?" |
云 如今見有舍利하니 此是何法고 | "지금에도 분명히 눈으로 사리를 볼 수 있는데, |
운 여금견유사리 차시하법 | 이것은 도대체 무슨 법입니까?" |
師云 此從爾妄想心生하야 卽見舍利니라 | "그것은 너의 망상심이 일어나서 |
사운 차종이망상심생 즉견사리 | 사리라고 보는 것이니라." |
云 和尙은 還有舍利否아 請將出來看하라 | "그렇다면 화상께서는 사리가 있습니까? |
운 화상 환유사리부 청장출래간 | 청컨대 내보여 주십시오." |
師云 眞舍利難見이니 爾但以十指로 | "참 사리는 보기 어렵느니라. |
사운 진사리난견 이단이십지 | 네가 다만 열 손가락으로 |
撮盡妙高峯爲微塵하면 卽見眞舍利니라 | 수미산의 높은 봉우리를 모두 움켜쥐고 부숴서 |
촬진묘고봉위미진 즉견진사리 | 가루로 만든다면 비로소 참 사리를 보게 되리라." |
34. 일체처에 마음이 나지 않음 | |
夫參禪學道는 須得一切處不生心이라 | "대저 참선해서 도를 닦는 이는 |
부참선학도 수득일체처불생심 | 모름지기 어디에서나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한다. |
秖論忘機卽佛道隆하고 分別卽魔軍盛하야 | 다만 '마음의 작용을 잊으면 곧 부처님의 도가 융성하고, |
지론망기즉불도융 분별즉마군성 | 사량분별하면 곧 마구니의 도가 치성해진다' |
畢竟無毛頭許도 少法可得이니라 | 하는 것만을 논할 뿐이니, |
필경무모두허 소법가득 | 끝내는 털끝만큼의 작은 법도 얻지 못하니라." |
問 祖傳法付與何人고 |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
문 조전법부여하인 | "조사께서 어떤 사람에게 법을 전하여 부촉하셨습니까? |
師云 無法輿人이니라 | "사람에게 줄 법이 없느니라." |
사운 무법여인 | |
云 云何二祖請師安心고 | "그렇다면 어찌하여 2조(二祖) 혜가스님이 |
운 운하이조청사안심 | 달마스님께 마음을 편안하게 해달라고 청했습니까?" |
師云 爾若道有하면 二祖卽合覓得心이요 | "네가 만약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
사운 이약도유 이조즉합멱득심 | 2조께서는 분명히 마음을 찾아서 얻었을 것이다. |
覓心不可得故로 所以道與爾安心竟이라하니 | 찾으려 해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달마스님께서, |
멱심불가득고 소이도여이안심경 | 너의 마음을 이미 편하게 해주었노라'고 하신 것이니라. |
若有所得하면 全歸生滅이니라 | 만일 얻은 바가 있다면 |
약유소득 전귀생멸 | 그것은 모두 생멸법으로 돌아가고 만다." |
35. 조계문하생 | |
問 佛窮得無明否아 |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
문 불궁득무명부 | "부처님께서는 구경에 무명을 얻으십니까?" |
師云 無明은 卽是一切諸佛得道之處니라 | "무명이란 바로 모든 부처님들께서 |
사운 무명 즉시일체제불득도지처 | 도를 얻으신 자리이니라. |
所以緣起是道場이라 所見一塵一色이 | 그러므로 연기법이 바로 도량이다. |
소이연기시도량 소견일진일색 | 따라서 눈에 보이는 한 티끌 한 빛깔이 |
便合無邊理性이니라 | 그대로가 가이 없는 진리의 성품이니라. |
변합무변이성 | |
擧足下足이 不離道場이니 道場者는 無所得也라 | 발을 들었다 놓는 것이 모두 도량을 여의지 않나니, |
거족하족 불이도량 도량자 무소득야 | 도량이란 얻은 바가 없는 것이니라. |
我向爾道호대 秖無所得이 名爲坐道場이로다 | 내 너에게 말하노니, 다만 이 얻은 바 없는 자리를 |
아향이도 지무소득 명위좌도량 | 도량에 앉아 있음이라고 하느니라." |
云 無明者는 爲明가 爲暗가 | "무명이란 밝음입니까, 어두움입니까?" |
운 무명자 위명 위암 | |
師云 非明非暗이라 明暗是代謝之法이니 | "밝음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두움도 아니다. |
사운 비명비암 명암시대사지법 | 밝음과 어두움이란 서로 바뀌어서 갈아드는 법이니라. |
無明은 且不明이며 亦不暗이니 | 그렇다고 무명은 |
무명 차불명 역불암 |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것이다. |
不明은 秖是本明이라 不明不暗이니라 | 밝지 않음이 곧 본래의 밝음이어서, |
불명 지시본명 불명불암 |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느니라. |
秖這一句子가 亂却天下人眼하니 | 이 한마디 말이 온천하 사람의 눈을 |
지저일구자 난각천하인안 | 어지럽게 하는 것이니, |
所以道호대 假使滿世間이 皆如舍利佛하야 |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
소이도 가사만세간 개여사리불 | 비록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사리불과 같아서, |
盡思共度量하나 不能測佛智니 | 모두 함께 헤아려 사량할지라도 |
진사공도량 불능측불지 | 부처님의 지혜는 측량할 수 없도다'라고 했다. |
其無礙慧가 出過虛空하야 無爾語論處로다 | 부처님의 걸림 없는 지혜를 허공을 벗어나 |
기무애혜 출과허공 무이어론처 | 너희들이 언어 문자로는 따져볼 수가 없다. |
釋迦量等三千大千世界에 忽有一菩薩出來一跨하야 | 석가모니 부처님의 한량과 같은 삼천대천 세계에 |
석가량등삼천대천세계 홀유일보살출래일과 | 갑자기 어떤 보살이 출현하여, 한 번 걸터앉으매 |
跨却三千大千世界하나 不出普賢一毛孔이니 | 모든 삼천대천 세계를 걸터앉아버린다 해도, |
과각삼천대천세계 불출보현일모공 | 보현보살의 한 털구멍을 벗어나지 못한다. |
爾如今에 把什麽本領擬學他오 | 그런데 네가 지금 무슨 본래의 이치를 가지고서 |
이여금 파십마본령의학타 | 그것을 배우려고 하겠느냐?" |
云 旣是學不得이면 爲什麽하야 道歸源性無二요 | "말씀대로 배워서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면, |
운 기시학부득 위십마 도귀원성무이 | 무엇 때문에 '둘이 없는 본원의 성품으로 돌아가지만, |
方便有多門이라하나 如之何오 | 방편에는 여러 문들이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
방편유다문 여지하 | |
師云 歸源性無二者는 無明實性이니 卽諸佛性이요 | "둘이 없는 본원의 성품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
사운 귀원성무이자 무명실성 즉제불성 | 무명의 참 성품이니, 바로 모든 부처님의 성품이니라. |
方便有多門者는 聲聞人은 見無明生見無明滅하고 | 또 방편에 여러 문이 있다는 뜻은, |
방편유다문자 성문인 견무명생견무명멸 | 성문들은 무명이 생겼다 없어진다고 보며, |
緣覺人은 但見無明滅이요 不見無明生하야 | 연각들은 다만 무명이 없어지는 것만을 보고 |
연각인 단견무명멸 불견무명생 | 무명이 생기는 것은 보지 못하여 |
念念證寂滅하며 | 생각마다 적멸을 증득한다. |
념념증적멸 | |
諸佛은 見衆生이 終日生而無生이요 | 모든 부처님은 중생들이 종일 생겨나나 |
제불 견중생 종일생이무생 | 그 생겨남이 없음을 보고, |
終日滅而無滅하야 無生無滅이 卽大乘果니라 | 또 그것이 종일 없어지지만 그 없어짐이 없음을 보아서, |
종일멸이무멸 무생무멸 즉대승과 | 생도 없고 멸도 없음이 곧 대승의 최고 과(果)이니라. |
所以道호대 果滿菩提圓이요 華開世界起하야 | 그러므로 말하기를 '과(果)가 가득 차면 |
소이도 과만보리원 화개세계기 | 깨달음이 원만하고, 꽃이 피면 세계가 일어나서, |
擧足卽佛이며 下足卽衆生이니라 | 한발짝 드니 그대로가 부처요, |
거족즉불 하족즉중생 | 한발짝 내리니 그대로가 중생이도다'고 하는 것이니라. |
諸佛兩足尊者는 卽理足事足과 | 모든 부처님을 양족존(兩足尊)이라 부르는 것은 |
제불양족존자 즉이족사족 | 이(理)의 측면에나 사(事)의 측면에도 구족하시며, |
衆生足生死足과 一切等足이니 足故不求라 | 나아가 중생에나 나고 죽음에도 구족하시며, |
중생족생사족 일체등족 족고불구 | 모든 것에 구족하시니 구족하시므로 구할 것이 없느니라. |
是爾如今에 念念學佛호대 卽嫌著衆生이니 | 그대들이 지금 생각생각에 |
시이여금에 념념학불호대 즉혐착중생이니 | 부처는 배우려 하면서 중생을 싫어하니, |
若嫌著衆生하면 卽是謗他十方諸佛이니라 | 만약 중생을 싫어하면 이것이야말로 |
약혐착중생 즉시방타시방제불 | 저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이니라. |
所以佛出世來하야 執除糞器蠲除戱論之糞이로다 |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어, |
소이불출세래 집제분기견제희론지분 | 똥치는 그릇을 들고 희론의 똥을 제거하신 것이다. |
秖敎爾除却從來學心見心하야 | 다만 너희들에게 옛부터 알음알이로 알려는 마음과 |
지교이제각종래학심견심 | 도를 보려는 마음을 없애라고 가르치신 것이니 |
除得盡하면 卽不隨戱論이며 | 이런 마음들을 모두 없애 버리고 나면 |
제득진 즉불수희론 | 희론에 떨어지지 않은 것이며, |
亦云搬糞出이라 | 또한 똥을 내다버린다고 하느니라. |
역운반분출 | |
秖敎爾不生心이니 | 이는 다만 너희로 하여금 |
지교이불생심 | 마음을 내지않게 하시는 것이다. |
心若不生하면 自然成大智者는 | 또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
심약불생 자연성대지자 | 저절로 큰 지혜가 완성된다는 것은, |
決定不分別佛與衆生하야 一切盡不分別하야사 | 부처니 중생이니 하는 분별을 결코 내지 않아서 |
결정불분별불여중생 일체진불분별 | 일체를 모두 분별치 않아야만 |
始得入我曺溪門下니라 | 비로소 우리 조계의 문하에 들어오게 되느니라. |
시득입아조계문하 | |
故自古先聖云 少行我法門이라하니 | 그러므로 옛부터 성인들께서 말씀하시기를, |
고자고선성운 소행아법문 | '나의 법을 조금은 행하였다'고 하신 것이다. |
所以無行爲我法門이라 秖是一心門이니 | 때문에 행함 없음[無行]이 나의 법문(法門)이니라. |
소이무행위아법문 지시일심문 | 오로지 한 마음의 문일 따름이니, |
一切人到這裏하야 盡不敢入하나 不道全無하라 | 모든 사람이 이 문에 이르러서는, |
일체인도저리 진불감입 부도전무 | 모두 감히 들어오지 못하나 전혀 없었다고 말하지 말라. |
秖是少人得이니 得者는 卽是佛이라 珍重하라 | 다만 얻은 사람이 적을 뿐이니, |
지시소인득 득자 즉시불 진중 | 얻은 자는 곧 부처이니라. 편히 하여라." |
36. 계급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 |
問 如何得不落階級고 |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
문 여하득불락계급 | "어떻게 해야 수행의 등급에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
師云 終日喫飯호대 未曾咬著一粒米며 | "종일토록 밥을 먹되 |
사운 종일끽반 미증교착일립미 | 일찍이 한 톨의 쌀알도 씹은 바가 없으며, |
終日行호대 未曾踏著一片地니 | 종일토록 걸어다니지만 |
종일행 미증답착일편지 | 일찍이 한 조각의 땅도 밟은 바가 없다. |
輿麽時에 無人我等相하야 終日不離一切事호대 | 이러할 때에 나와 남 등의 구별이 사라져, |
여마시 무인아등상 종일불이일체사 | 종일토록 갖가지 일을 하면서도 |
不被諸境惑하야사 方名自在人이니라 | 그 경계에 현혹되지 않아야만 |
불피제경혹 방명자재인 | 비로소 자유자재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
念念不見一切相하야 莫認前後三際하라 | 생각생각 모든 모양을 보지 않아서 |
념념불견일체상 막인전후삼제 | 앞뒤의 3제(三際)를 헤아리지 말라. |
前際無去하며 今際無住하고 後際無來하야 | 과거는 감이 없으며 현재는 머무름이 없고 |
전제무거 금제무주 후제무래 | 미래는 옴이 없으니, |
安然端坐하야 任運不拘하야사 | 편안하고 단엄하게 앉아 |
안연단좌 임운불구 | 움직이는 대로 내맡겨 얽매이지 않아야만 |
方名解脫이니 努力努力하라 | 비로소 해탈했다고 할 수 있다. |
방명해탈 노력노력 | 노력하고 또 노력하라. |
此門中도 千人萬人에 秖得三箇五箇요 | 이 문중의 천 사람 만 사람 가운데서도 |
차문중 천인만인 지득삼개오개 | 오로지 서너명만이 얻었을 뿐이니라. |
若不將爲事면 受殃有日在니라 | 만약 도 닦기를 일삼지 않는다면 |
약불장위사 수앙유일재 | 재앙을 받을 날이 있느니라. |
故云 著力今生須了却이요 | 그러므로 이르기를, '힘을 다하여 |
고운 착력금생수료각 | 모름지기 금생에 도업을 마칠 것이요, |
誰能累劫受餘殃가하니라 | 뉘라서 누겁토록 |
수능누겁수여앙 | 나머지 재앙을 받겠는가?'라고 하였느니라." |
師於唐大中年中終於本山한대 | 스님께서는 당(唐) 대중(大中; 847~859)년간에 |
사어당대중년중종어본산 | 본주 황벽산에서 세연을 마치셨다. |
宣宗敕謚斷際禪師하고 塔曰廣業하니라 | 선종황제가 단제선사(斷際禪師)라 시호를 내리고 |
선종칙시단제선사 탑왈광업 | 탑호는 광업(廣業)이라 하였다. |
註 : | |
[영양(羚羊) : 영양은 잠 잘 때 뿔은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네 발을 들고 자므로 | |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느다고 한다. 이것은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을 비유한다.] | |
[개원사 : 완릉지방에 있던 개원사와 다른 곳임. 대안사(大安寺)라고도 한다.] | |
[ 宛陵錄 終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