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說七女經 | 불설칠녀경(佛說七女經) |
吳月支國 居士 支謙 譯 | 오 월지국 거사 지겸(支謙) 역 |
聞如是。 | 이와 같이 들었다. |
一時佛遊於拘留國。 | 한 때 부처님은 구류국(拘留國)을 다니시다가 |
在分儒達樹園。 | 분유달수원(分儒達樹園)에서 |
與千羅漢俱。 | 천 명의 나한과 함께 계셨는데, |
菩薩有五百人。 | 보살 오백 인과 |
及諸天龍鬼神。 | 여러 천(天), 용, 귀신들이 있었다. |
爾時拘留國中 有婆羅門。 | 그때 구류국 안에 한 바라문이 있어 |
名摩訶蜜。 | 이름을 마하밀(摩訶蜜)이라 하였는데 |
慳貪不信佛法。 | 간탐스럽고 불법을 믿지 않았으나 |
大豪富珍奇珠寶牛馬田宅甚眾多。 | 큰 부호인지라 진귀한 보물과 |
소, 말, 밭, 집이 매우 많았고 | |
智慧無雙。為是國中作師。 | 지혜가 무쌍하니 나라의 스승이 되어 |
常有五百弟子。 | 항상 오백 명의 제자들이 있었으며, |
復為國王大臣所敬遇。 | 또 국왕과 대신들의 존경을 받았다. |
是婆羅門有七女。 | 이 바라문에게는 일곱 딸이 있었는데 |
大端正無比黠慧言語。 | 몹씨 단정하기 비할 데 없고 |
지혜와 말솜씨가 뛰어났으며, | |
從頭至足 | 머리에서 발끝까지 |
皆著金銀白珠瓔珞。 | 온통 금, 은과 백주, 영락을 달아 |
隨時被服。 | 때에 따라 옷을 입고 |
常與五百女人俱。 | 항상 오백 명의 여인이 함께 하였다. |
憙自貢高恃怙端正。 | 스스로 고상함을 기뻐하고 단정함을 믿었으며, . |
憍慢眾人倚於富貴 | 교만하여 사람들에게 부귀에 의지하여 |
謂呼有常。 | 당연한 것처럼 큰소리치고 |
每與國中人民共說義理。 | 나라 안 백성들과 이치를 논할 때마다 |
常得其勝。 | 언제나 이겼다. |
爾時 有迦羅越 名曰分儒達。 | 그때 한 가라월(迦羅越;거사)이 있어 |
이름을 분유달(分儒達)이라 하였는데, | |
聞此女大好。 | 이 여인들이 몹씨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
便至婆羅門所。 | 문득 그 바라문의 처소에 이르러 |
謂言。卿家中自呼是女端正。 | 말하기를, "경의 집안에 |
딸들이 단정하다 스스로 큰소리 친다는데 | |
雖爾當遍將至國中示人。 |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
나라 안 사람들에게 두루 보여서 | |
若有人呵此女者。 |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여인을 비웃는다면 |
卿當雇我五百兩金。 | 경은 마땅히 내게 오백 냥의 금을 주고, |
若不呵者。 | 만일 비웃지 않는다면 |
我當雇卿五百兩金。 | 내가 경에게 오백 냥의 금을 주리다." 하여 |
如是募九十日遍至國中。 | 구십일 동안 나라 안을 두루 찾았으나 |
無有道此女醜者。 | 이 여인을 추하다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
爾時婆羅門即得五百兩金。 | 그리하여 바라문은 곧 오백 냥의 금을 얻었다. |
分儒達告婆羅門。 | 분유달이 바라문에게 말했다. |
今佛近在祇樹園。 | "지금 부처님께서 근처 기수원(祇樹園)에 계시니 |
佛知當來過去今現在事。 | 부처님은 마땅히 |
미래 과거 현재의 일을 아실 것이고 | |
又復至誠終不妄言。 | 또 진실하시어 |
결코 허망한 말씀은 하지 않으시리니 | |
當將往示佛。 | 마땅히 찾아가서 부처님께 보여드립시다." |
婆羅門言。大善 | 바라문은 "좋다."고 말하고 |
即與眷屬五百婆羅門。 | 곧 권속 오백 명의 바라문들과 |
國中復有五百女人俱。 | 나라 안에 있는 또 오백 명의 여인들과 함께 |
相隨至佛所。 | 다같이 부처님 처소로 갔다. |
佛時為無數千人說法。 | 부처님은 그때 무수한 대중들에게 |
법을 설하고 계셨기에 | |
各各前為佛作禮。 | 저마다 그 앞에서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
卻坐一面。 |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
婆羅門前白佛言。 | 바라문이 나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
瞿曇。常遊諸國。 | "세존께서는 늘 여러 나라를 다니시거니와 |
寧見有好人端正如是女者不。 | 어떤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 |
이와 같이 단정한 여인을 보셨나이까?" | |
佛便逆呵之。 | 부처님께서 곧바로 꾸짖으셨다. |
此女不好皆醜無有一好處。 | "이 여인은 아름답지 못하고 모두 추해서 |
한 곳도 아름다운 곳이 없다." | |
婆羅門問佛。 | 바라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
是女一國中人無有道此女醜。 | "이 여인은 온 나라 가운데 |
이 여인이 추하다 말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 |
今瞿曇何以獨道此女醜。 | 지금 세존께서는 |
어째서 유독 이 여인이 추하다 하시나이까?" | |
婆羅門問佛言。 | 바라문이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
世間人以何為好。 | "세간 사람들은 왜 아름답다 한 것이옵니까?" |
佛言。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世間人眼不貪色。 | "세간 사람이 |
눈으로 색(色)을 탐하지 않고 | |
耳不聽受惡聲。是則為好。 | 귀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으면 |
이것이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며, | |
鼻不嗅香。口不嘗味。 | 코로 냄새를 맡지 않고, |
입으로 맛을 보지 않으면 | |
是則為好。 | 이것이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며, |
身不貪細滑。意不念惡。 | 몸으로 매끄러운 것을 알려하지 않고 |
뜻으로 나쁜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 |
是則為好。 | 이것이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며, |
手不盜取人財物。 | 손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훔치지 않고, |
口不說人惡。 | 입으로 다른 사람의 악함을 말하지 않으면 |
是則為好。 | 이것이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며, |
不貢高綺語。 | 거만하거나 기어(綺語)를 하지 않고 |
知生所從來死有所趣。 | 태어나 온 곳과 죽어 갈 곳을 알면 |
是則為好。 | 이것이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며, |
信布施後當得其福。 | 보시하면 마땅히 그 복을 받는다는 것을 믿으면 |
是則為好。 | 이것이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며, |
信佛信法信比丘僧。 |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고 스님네를 믿으면 |
是則為好。 | 이것이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니라." |
佛告婆羅門。 | 부처님께서 또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
顏色好不為好。 | "얼굴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이 되지 않고, |
身體好不為好。 | 신체가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이 되지 않고, |
衣服好不為好。 | 의복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이 되지 않으며, |
二言綺語不為好。 | 두 말이나 기만하는 말을 |
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이요 | |
心端意正此乃為好。 | 마음이 단정하고 뜻이 단정해야 |
마침내 아름다운 것이니라." | |
分儒達即自還得五百兩金。 | 분유달은 곧 오백 냥의 금을 돌려 받았다. |
佛告婆羅門。 |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
昔者有城名波羅奈。 | "옛날 바라내(波羅奈)라는 성이 있었는데 |
從地底去佛。 | 돌아가신 부처님에서부터 |
諸當來佛皆於是上坐。 | 미래에 오실 부처님까지 |
다 그 위에 앉아계셨느니라. | |
爾時有國王 名機惟尼。 | 그때 기유니(機惟尼)라는 국왕은 |
作優婆塞。大明經。為佛作精舍。 | 우바새가 되어 대명경(大明經)으로 |
부처님의 정사(精舍)를 삼았느니라. | |
王有女 悉為優婆夷。 | 그 왕의 딸들도 모두 우바이가 되어 |
明經智慧端正無雙。 | 경전에 밝고 지혜와 단정함이 짝이 없었으며 |
身上皆著金銀琥珀珠寶被服甚好。 | 몸에는 온통 금은, 호박, 진주의 |
보배가 달린 옷을 입어 몹씨 아름다웠느니라. | |
第一女字羞耽。 | 첫째 딸은 이름이 수탐(羞耽), |
第二女字須耽摩。 | 둘째 딸은 이름이 수탐마(須耽摩), |
第三女字比丘尼。 | 셋째 딸은 이름이 비구니(比丘尼), |
第四女字比丘羅輜。 | 넷째 딸은 이름이 비구라치(比丘羅輜), |
第五女字沙門尼。 | 다섯째 딸은 이름이 사문니(沙門尼), |
第六女字沙門密。 | 여섯째 딸은 이름이 사문밀(沙門密), |
第七女字僧大薩耽。 | 일곱째 딸은 이름이 승대살탐(僧大薩耽)이었는데, |
常以佛正法齋戒布施訖竟。 | 항상 부처님의 정법으로 재계(齋戒)하며 |
보시하기를 다했느니라. | |
七女便相將至父王正殿。 | 일곱 딸들이 문득 부왕의 대전으로 가서 |
白言。 | 말하기를, '저희 자매들은 다같이 |
我曹姊弟欲相隨到塚間遊觀。 | 무덤에 가서 둘러보려 합니다.' 하니 |
王言。塜間大可畏。 | 왕이 '무덤은 몹씨 무섭다. |
但有死人骨髮形骸狼藉支散在地。 | 오로지 죽은 사람의 뼈와 머리털과 뼈가 |
낭자하게 흩어져 있는 땅이라 | |
諸悲哀者啼哭者滿其間。 | 슬퍼하는 사람들과 우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
有虎狼野獸鴟梟主噉死人肉血。 | 호랑이 같은 야수나 올빼미들이 |
죽은 사람의 피와 살을 주로 먹는다. | |
汝曹姊弟。何為塚間。 | 너희들 자매는 왜 하필 무덤이냐? |
我宮中有園觀浴池。 | 내 궁 안에 있는 정원에서 연못을 보면 |
中有飛鳥鴛鴦相隨而鳴。 | 그 안에 날으는 새와 원앙이 서로 따라 울고, |
中有眾華。 | 그 안에는 많은 꽃들이 있어 |
五色光目芝草奇樹。 | 오색 빛이 지초(芝草)와 기이한 나무들을 비추며, |
眾果清涼恣意所食。 | 온갖 과일이 청량하니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서 |
極可遊觀。 | 지극히 돌아볼만 하거늘 |
汝曹姊弟。何為塚間。 | 너희들 자매는 왜 하필 무덤이냐?' 하자, |
七女即報言。 | 일곱 딸들이 대답해 말하기를, |
大王。眾果美食何益萬分。 | '대왕이시여, 온갖 과일의 진미를 먹는 것이 |
어찌 이로운 모든 것이겠습니까? | |
我見世間人。 | 저희가 보건대 세간 사람들이 |
老時命日趣死。 | 늙으면 목숨이 죽음으로 나아가 |
人生無有不死者。 | 인생에 죽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
我曹非小兒。 | 저희들은 어린애가 아닌지라 |
嘗為餘食所惑。 | 다른 음식이 어떤지 경험하렵니다. |
王哀念我姊弟者。 | 왕께서 저희 자매를 아끼시지만 |
當聽我曹姊弟。 | 저희 자매들의 청을 들으시어 |
到城外觀死人。 | 성 밖에서 죽은 사람들을 살피게 해주십시요.'. |
如是至三。 | 이렇게 세 번을 청하자 |
王言。大善。 | 왕이 '좋다, |
聽汝姊弟所為。 | 너희 자매의 청을 들어주겠다.' 하니라. |
爾時七女即與五百婇女。 | 그리하여 일곱 딸들은 |
오백 명의 채녀들과 함께 | |
嚴駕出宮門。 | 장엄한 수레에 올라 궁문을 나서자 |
七女即解頸下瓔珞散地。 | 곧 목에 건 영락을 풀어 땅에 버렸는데 |
國中時有千餘人見之。 | 그때 나라 안에 있던 천 여명의 사람들이 보고 |
隨後拾取珠寶歡喜。 | 뒤 따르며 진주 보배를 주으며 기뻐했느니라. |
遂到城外塚間。 | 성 밖의 무덤에 다다르자 |
大臭處不淨。但聞啼哭聲。 | 몹씨 냄새나는 곳에는 더럽고 |
단지 울음소리만 들렸으니 | |
諸婇女及人民身體肅然衣毛為豎。 | 모든 채녀들과 백성들은 몸이 숙연해지고 |
옷과 털이 솟았느니라. | |
七女直前視諸死人。 | 일곱 딸들은 바로 앞에서 |
죽은 사람들을 보았는데 | |
中有斷頭者。 | 그 중에는 머리가 잘린 사람도 있고, |
中有斷手足者。 | 그 중에는 수족이 잘린 사람도 있고, |
中有斷鼻耳者。 | 그 중에는 코와 귀가 잘린 사람도 있고, |
中有已死者 或有未死者。 | 그 중에는 이미 죽은 사람이 있고, |
혹은 아직 죽지 않은 사람도 있고, | |
中有梓棺者。有席中裹者。 | 그 중에는 관에 들어 있는 사람이 있고, |
돗자리 속에 있는 사람도 있고, | |
有繩縛者。 | 줄로 묶인 사람도 있어서 |
家室啼哭皆欲令解脫。 | 가족들이 울면서 벗겨내려 하고 있었느니라. |
七女左右顧視死人眾多。 | 일곱 딸들이 좌우를 돌아보니 |
죽은 사람이 너무 많고 | |
復有持死人從四面來者。 | 또 죽은 사람을 데리고 |
사방에서 온 사람들도 있는데, | |
飛鳥走獸共爭來食之。 | 나는 새들과 달리는 짐승들이 |
다같이 다투어 와서 먹으니 | |
死人膖脹膿血流出。 | 죽은 사람의 터진 창자에서 |
피고름이 흘러나오고 | |
數萬億蟲從腹中出。 | 수만억의 벌래들이 뱃속에서 기어 나오니 |
臭處難可當。 | 냄새나는 곳을 감당키 어려웠으나 |
七女亦不覆鼻。 | 일곱 딸들은 역시 코를 막지도 않고 |
直前繞之一匝。 | 바로 앞을 넉넉히 한 바퀴 돌고서 |
即自相與言。 | 자기들 서로에게 말했느니라. |
我曹姊弟身體不久皆當復爾。 | '우리 자매들의 신체도 |
머지않아 다 이렇게 되리라.' | |
第一女言。 | 첫째 딸이 말했느니라. |
寧可各作一偈救死人魂魄耶。 | '각자 게송 하나 씩 지어서 |
죽은 사람의 혼백을 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 |
六女皆言。大善。 | 다른 여섯 딸들이 모두 |
'좋아요.' 하자 | |
第一女言。 | 첫째 딸이 말했느니라. |
此人生時 | '이 사람이 살았을 때는 |
好香塗身著新好衣。 | 좋은 향 바르고 좋은 새 옷 입고 |
行步眾中細目綺視。 | 사람들 속을 걸어 다니면 |
조목조목이 곱게 보였으련만 | |
於人中作姿。 | 사람 속에서 지었던 자태가 |
則欲令人觀之。 |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것이었을 뿐, |
今死在地日炙風飄。 | 이제 죽어 땅에서 |
햇빛에 그을고 바람에 나부끼니 | |
主作姿則者今為所在。 | 주로 지은 자태가 |
바로 지금의 소재를 위함이었네.' | |
第二女言。 | 둘째 딸이 말했느니라. |
雀在瓶中覆蓋其口 | '참새를 병 속에 넣고 구멍을 막았으니 |
不能出飛。 | 날아 나올 수 없었다가 |
今瓶已破雀飛而去。 | 이제 이미 병이 깨졌으니 |
참새가 날아가버렸네.' | |
第三女言。 | 셋째 딸이 말했느니라. |
乘車而行。中道捨車去。 | '수레를 타고 가다가 |
도중에 수레를 버리고 가버리니 | |
車不能自前。 | 수레가 스스로 나아지 못하는구나. |
主使車行者今為所在。 | 주인이 수레를 끌고간 곳이 |
지금의 여기가 되었네.' | |
第四女言。 | 넷째 딸이 말했느니라. |
譬如人乘船而行。 | '마치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가는데 |
眾人共載而渡水。 | 여러 사람이 함께 타고 물을 건너서 |
得岸便繫船。 | 언덕에 이르러 배를 묶어 놓듯이 |
棄身體去如棄船去。 | 몸뚱이를 버리고 간 것이 |
마치 배를 버리고 간 것 같네.' | |
第五女言。 | 다섯째 딸이 말했느니라. |
有城完堅中多人民皆生長城中。 | '어떤 견고한 성 안에 많은 백성들이 |
그 안에 살고 있었는데 | |
今城更空不見人民為在何所。 | 지금은 성이 텅비어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
어떤 곳이 되어 있을꼬?' | |
第六女言。 | 여섯째 딸이 말했느니라. |
人死臥地。 | '사람이 죽어 누어있는 땅이구나. |
衣被常好從頭至足無有缺減。 | 늘 좋은 옷 입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
아무런 흠결이 없다가 | |
今不能行亦不能動搖。 | 이제는 다니지도 못하고 |
움직일 수도 없으니 | |
其人當今為在何所。 |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꼬?' |
第七女言。 | 일곱째 딸이 말했느니라. |
一身獨居人出去其舍。 | '한 몸에서 홀로 살던 사람이 |
그 집을 나가버렸으니 | |
舍中空無有守者。 | 집안이 텅비어 지킬 사람이 없구나. |
今舍日壞敗。 | 이제 집이 어느 날 무너지겠네.' |
爾時第二忉利天王 釋提桓因 | 이때 제2 도리천왕 석제환인이 |
坐即為動搖。聞七女說經。 | 자리에서 곧 마음이 동요하여 |
칠녀의 말을 듣고 | |
如伸臂頃即從天上來下。 | 팔 뻗는 순간에 천상에서 내려와 |
讚七女言。 | 칠녀의 말을 찬탄했느니라. |
所說大善。欲願得何等所願者。 | '그대들의 말이 참으로 좋도다. |
어떤 원하는 바를 얻기 바란다면 | |
我能為汝得之。 | 내가 너희에게 얻게 해 주리라.' |
七女俱言。 | 칠녀가 함께 말하기를, |
卿是釋天乎。梵天耶。 | '귀하는 제석천왕이십니까, 범천왕이십니까? |
不見卿來時。 | 귀하가 오시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
自然在我前。使我知之。 | 자연히 저희 앞에 계시어 |
저희가 알게 하셨습니다.' 하자, | |
即報言。 | 곧 대답했느니라. |
諸女。我是釋提桓因。 | '여인들이여, 나는 제석환인입니다. |
聞說善言好語故來聽之。 | 그대들이 좋은 말을 하는 것을 듣고서 |
그 때문에 여기에 왔습니다.'. | |
七女言。 | 칠녀가 말하기를, |
卿屬者欲與我曹願。 | '귀하께서 권하시는 것이 |
저희가 소원을 말씀드리는 것이라면 | |
卿是第二忉利天上最尊 | 귀하께서는 제2 도리천상의 가장 높으신 분이시라 |
當為我等得之。 | 마땅히 저희들의 원을 들어주실 것이니 |
我姊弟請說所願。 | 저희 자매는 소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
第一女言。 | 첫째 딸이 말했느니라. |
我願欲得無根無枝無葉之樹 | '저는 뿌리도 없고 가지도 없고 잎도 없는 나무의 |
於其中生。 | 그 안에 태어나기를 바라니, |
是我所願也。 | 이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
第二女言。 | 둘째 딸이 말했느니라. |
我欲得地上無形之處無陰陽之端。 | '저는 땅 위에 형체가 없는 곳, |
음지와 양지가 없는 끝을 얻어서 | |
願欲於其中生。 | 그 안에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
第三女言。 | 셋째 딸이 말했느니라. |
人於深山中大呼音響 | '깊은 산중에서 큰 소리를 지르되 |
四聞耳不知所在。 | 사방을 듣는 귀로 알지 못하는 곳에 |
我願於其中生。 | 저는 그 안에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
釋提桓因報言。 | 석제환인이 답했느니라. |
且止。我不能得是願。 | '그만 두어라. 나는 그 원은 들어줄 수 없다. |
諸女欲得作釋梵四天王日月中尊。 | 여인들이여, 제석, 범천, 사천왕이나 |
해와 달 가운데 존중한 것을 얻으려 한다면 | |
是則可得。 | 그것은 얻을 수 있겠으나 |
今女所願實我所不知。 | 지금 그대들이 원하는 것들은 |
실로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다.' | |
七女答言。 | 칠녀가 대답했느니라. |
卿是天上獨尊有威神。 | '귀하께서는 천상에 홀로 높으신 분이시라 |
위신력이 있으시거늘 | |
何以不能得此願。 | 어째서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는 것입니까? |
卿譬如老牛不能挽車。 | 귀하는 마치 늙은 소처럼 수레도 못 끌고, |
亦復不能耕犁無益於主。 | 받을 갈 수도 없어서 |
주인에게 아무 쓸모가 없겠군요.' | |
釋提桓因報言。 | 석제환인이 답하기를, |
我聞說經故來聽之。 | '나는 좋은 말을 듣고 들으려 온 것이지 |
非我所知 | 내가 아는 것을 말해주려 온 것이 아니다.' 하고 |
即便辭謝。 | 곧 물리쳐버리자 |
七女默然無報。 | 칠녀는 잠자코 대답하지 못했느니라. |
爾時空中有天言。 | 그 때에 공중에서 한 천상의 말이 있어 |
今迦葉佛近在惟于陵聚中。 | '지금 가섭불께서 가까운 언덕에 계시거늘 |
何不往問迦葉佛。 | 어째서 가섭불께 가서 여쭙지 않느냐?' 하자 |
七女聞之大歡喜。 | 칠녀가 듣고 크게 기뻐하며 |
即與五百婇女隨來觀者。 | 즉시 오백 채녀들과 |
따라와서 보는 이들과 | |
塚間喪亡悲哀啼哭者。 | 무덤 사이에서 망자를 애도하며 |
슬피 울던 자들과 | |
復有五百人俱發意往。 | 또 다른 오백 인들과 뜻을 내 함께 갔느니라. |
時迦葉佛為無數千人說法。 | 그 때 가섭불께서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
법을 설하고 계셨기에 | |
悉各前為迦葉佛作禮。 | 그 앞에서 각자 가섭불께 예배드리고 |
卻坐一面。 | 물러나 한 쪽에 앉았느니라. |
釋提桓因白佛言。 | 석제환인이 가섭불께 여쭈었느니라. |
我向者聞國王七女說經故來聽之。 | '제가 이번에 국왕의 칠녀가 |
좋은 말을 하기에 들으러 왔더니, | |
七女便從我索是願言。 | 칠녀가 갑자기 저에게 |
이런 소원을 찾아 말하기를, | |
我欲得無根無枝無葉之樹。 | 「저는 뿌리도 없고 가지도 없고 |
잎도 없는 나무와 | |
無形之處。無陰陽之端。 | 형체도 없는 곳 음지도 양지도 없는 끝과 |
深山大呼音響四聞不知所在。 | 깊은 산 큰 소리 지르되, 사방이 들어도 |
알지 못하는 곳을 얻고자 합니다.」 하니 | |
我時不能報答。 | 저는 그 때 대답할 수가 없었나이다. |
願佛為七女解說其意。 |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 칠녀들에게 |
그 뜻을 해설해 주십시요.' | |
迦葉佛言。 | 가섭불이 말씀하셨느니라. |
善哉發問多所過度。 | '장하도다. 도에 많이 지나친 질문을 하다니. |
是事羅漢辟支佛尚不能知此事。 | 이 일은 나한이나 벽지불이라 할지라도 |
오히려 알 수 없으려니와 | |
何況於故。 | 하물며 어찌 그 까닭이리요?' 하시며 |
是時迦葉佛便笑。 | 가섭불께서 문득 웃으셨는데 |
五色光從口出。 | 오색 광채가 입에서 나와 |
照滿佛剎還繞身從頂上入。 | 불국토를 가득히 비추며 몸을 휘감아 돌아서 |
정수리 위로 들어갔느니라. | |
侍者前長跪問迦葉佛言。 | 시자가 그 앞에 공손히 무릎 꿇고 |
가섭불께 여쭈었느니라. | |
佛不妄笑願聞其意。 | '부처님께서 그저 웃지 않으셨으리니 |
그 의미를 듣기 원하나이다.' | |
迦葉佛告薩波羅。 | 가섭불께서 살바라(薩波羅)에게 말씀하셨느니라. |
汝見是女不。 | '네가 이 여인들을 보았느냐?' |
唯然已見。 | '예, 보았나이다.' |
此國王七女 | '이 국왕의 칠녀들은 |
共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已 | 다같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
來供養五百佛已。 | 이미 오백 부처님을 공양하였으니 |
當復萬佛卻後十劫悉當作佛。 | 마땅히 또 만 부처님이 가신 뒤 열 겁이면 |
모두 부처가 되어 | |
皆同一字號名復多羅賁。 | 다 같은 이름으로 다라분(多羅賁)이요, |
剎土名首陀波。 | 세계의 이름은 수다파(首陀波)요, |
其佛壽三萬歲。 | 그 곳의 부처님 수명은 삼만 세이시며, |
是時人民被服飲食。 | 그 때의 백성들 옷입고 밥 먹는 것이 |
譬如第二忉利天上所有。 | 마치 제2 도리천상의 것과 같을 것이요, |
佛般泥洹後。 | 그 부처님 열반하신 뒤에는 |
經道留止八千歲乃盡。 | 불법이 팔천 년을 유지하다가 |
이내 다할 것이니라.' | |
是佛時說法。 | 그 부처님은 그 때 법을 설하시어 |
當度七十五億萬人令得菩薩及羅漢道。 | 칠십오억만의 사람들을 제도하시고 |
보살과 나한도를 얻게 하셨느니라." | |
迦葉佛授七女別時。 | 가섭불께서 칠녀에게 별도로 수기를 주시자 |
即踊躍歡喜便住虛空中。 | 칠녀는 뛸듯이 기뻐하며 허공에 머물러 |
離地二十丈。 | 땅으로부터 이십 길을 벗어났으며, |
從上來下悉化成男子。 | 위에서 내려와 모두 남자로 화했고 |
即得阿惟越致。 | 곧 아유월치(阿惟越致)를 얻었다. |
五百婇女及千五百天與人。 | 오백 채녀들과 천오백의 하늘무리와 사람들이 |
見七女化成男。踊躍歡喜。 | 칠녀가 남자로 화한 것을 보고 |
뛸듯이 기뻐하며 | |
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
一千人遠離塵垢皆得法眼。 | 일천의 사람들이 번뇌를 여의고 다 법안을 얻었다. |
佛告婆羅門。 |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
此國王七女富樂端正豪貴。 | "이 국왕의 칠녀는 부귀하고 단정하고 귀하건만 |
尚不恃身作綺好。 | 오히려 몸을 아름답게 치장하지 않았거니와 |
所以者何。用念非常。 | 무엇 때문에 마음 씀이 예사롭지 않았겠느냐? |
是身不可久得故。 | 이 몸이 오래 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니라. |
一切世間人但坐愚癡故。 | 모든 세간 사람들은 |
다만 어리석음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 |
墮十二因緣便有生死。 | 십이인연에 떨어져 생사가 있는 것이며, |
人生若皆由恩愛。 | 사람 살아가는 것이 |
모두 은애(恩愛)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 |
從生致老。從老致病。 | 태어나면 늙고 늙으면 병들고 |
從病致死。從死致啼哭得苦痛。 | 병들면 죽으며 죽으면 |
슬피 우는 고통이 얻어질 것이며, | |
人生若皆從恩愛。 | 사람 살아가는 것이 |
모두 은애를 따르는 것이라면 | |
當自觀身。亦當觀他人身。 | 마땅히 스스로 몸을 살피고 |
또 마땅히 다른 이의 몸을 살펴서 | |
坐起當念身中 | 앉고 일어남에 몸 안을 생각해보면 |
惡露涕唾寒熱臭處不淨。 | 더러운 진물, 눈물, 침 따위의 |
차고 뜨겁고 냄새나는 곳들이 깨끗치 못하며, | |
如是何等類身一壞時 | 이와 같은 어떠한 종류의 몸도 한 번 무너지면 |
還化作蟲自食其肉。 | 벌레가 그 살을 먹게 되고 |
骨節支解消為灰土。 | 뼈마디는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거니와 |
還自念我身死亦當如是。 | 스스로 제 몸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
죽음도 마땅히 그와 같은지라 | |
不當恃身作綺好。當念非常。 | 마땅히 몸을 의지해 치장하지 않으니 |
마땅히 생각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니라. | |
若人施行善 | 만일 사람이 선을 베풀어 행하고 |
不自貢高綺語者。 | 스스로 잘난척 하거나 기어를 하지 않는다면 |
死後皆生天上。 | 사후에 모두 천상에 태어날 것이요, |
若施行惡者當入泥犁中。 | 만일 악을 베풀어 행하는 이라면 |
지옥 속에 들어가리라. | |
女人所以墮泥犁中多者何。 | 여인들이 지옥에 떨어지는 이가 많은 것은 |
무엇 때문이겠는가? | |
但坐嫉妒姿態多故。 | 단지 질투 따위의 자태에 머무는 이들이 |
많기 때문이니라. | |
佛說是時。 |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
婆羅門女即踊躍歡喜。 | 바라문 여인이 뛸듯이 기뻐하며 |
解身上珠寶用散佛上。 | 몸에서 진주보배를 풀어 부처님 위에 뿌렸는데 |
佛威神令所散住虛空中化作寶蓋。 | 부처님의 위신력이 흩어진 것들을 |
보배일산으로 변화시켜 허공에 머물게 하시니 | |
中有聲言。 | 그 안에서 한 소리가 있어 말했다. |
善哉如佛所言無有異。 | "훌륭하십니다. |
부처님 말씀과 같아서 다름이 없습니다." | |
佛爾時便感動放威神。 | 부처님께서 그 때 문득 감동하시고 |
위신을 일으키시어 | |
於座上以足指按地。 | 자리 위에서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시니 |
三千大千剎土皆為大動。 |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크게 진동하며 |
光明照十方。 | 광명이 시방을 비추자 |
百歲枯樹皆生華果。 | 백 년 묵은 고목이 |
다 꽃 피우고 열매를 맺었으며, | |
諸空溝澗皆自然有水。 | 모든 텅 빈 골짜기마다 자연히 물이 흐르고, |
箜篌樂器不鼓自鳴。 | 공후(箜篌) 등의 악기가 |
울리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으며, | |
婦女珠環皆自作聲。 | 부녀들의 진주 목걸이가 모두 저절로 소리내고, |
盲者得視。聾者得聽。 | 맹인이 보게 되고, 귀먹어리가 듣게 되고, |
啞者得語。傴者得伸。 | 벙어리가 말하게 되고, 꼽추가 몸을 펴게 되고, |
拘躄者得愈。 | 앉은뱅이가 낫게 되었으며, |
手足病者得愈。 | 손발이 병든 이가 낫게 되고, |
狂者得正。 | 미친 사람이 제 정신이 돌아오고, |
被毒者毒不為行。 | 독을 입은 사람이 독이 퍼지지 않고, |
拘閉者悉得解脫。 | 갇힌 사람이 다 풀려나고, |
百鳥狸獸皆相和悲鳴。 | 백 가지 새와 살쾡이 같은 짐승들이 |
모두 서로 화평하게 구슬피 울었다. | |
爾時拘留國中人民。 | 그 때 구류국 안의 백성들이 |
無男無女皆大歡喜。 | 남녀 할 것 없이 다 크게 기뻐하며 |
和心相向若得禪。 | 온화한 마음으로 반야를 향해 선정에 들었다. |
佛作是變化時。 | 부처님께서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셨을 때 |
拘留國王。捐珠踊躍歡喜。 | 구류국 왕도 진주를 버리고 뛸듯이 기뻐했으며, |
及百大臣婆羅門女。 | 많은 대신들과 바라문 여인들과 |
與其眷屬及五百婆羅門。 | 그 권속들과 오백의 바라문들이 |
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며, |
復有五百比丘得羅漢道。 | 또 오백의 비구들이 나한도를 얻고 |
國中五百人悉須陀洹道。 | 나라 안의 오백 인이 수다원도를 얻었다. |
佛說是經已。 | 부처님께서 이 경 설하시기를 마치시자 |
菩薩比丘僧優婆塞優婆夷。 | 보살, 비구승, 우바새, 우바이들과 |
國王大臣長者人民。 | 국왕, 대신, 장자와 백성들과 |
諸天鬼神龍。 | 모든 하늘 귀신들과 용들이 |
皆大歡喜 前持頭面著地。 | 다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 전에 |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 |
為佛作禮而去。 |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물러갔다. |
佛說七女經 | |
장로(長蘆)선사는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되, | |
"대중들아, 제석이 칠현녀의 한 물음을 듣고 곧 꺼꾸러져 삼천리나 물러갔구나. | |
그러나 당시에 칠현녀가 나에게 이 불가사의한 세 가지 물건을 요구하였다면, | |
나는 이렇게 말하였으리라. | |
첫째로 뿌리 없는 나무를 요구한다면 나는 다만 이르되 이 <시다림(屍茶林)>이라 하리라. | |
두번째로 음과 양이 없는 땅을 요구한다면 나는 이르되 | |
<봄이 오니 풀이 스스로 푸르다.(春來草自靑)>고 하리라. | |
셋째로 부르짖되 메아리 없는 골짜기를 요구한다면 나는 다만 이르되 | |
<돌덩이가 큰 것은 크고, 작은 것은 작다.>고 답하였으리라. | |
내가 이렇게 대답하였을 것 같으면 칠현녀는 내게 와서 손을 모으고 항복했을 것이고, | |
제석천왕께서는 또한 몸을 움직여 나아갈 탈출구가 있었을 것이니라. | |
또한 이르겠노라. 무슨 까닭인고? | |
칠현녀는 본 곳에서 아직도 스스로 가시수풀에 걸려 신음하며 해탈치 못하고 있으니, | |
이들을 거기에서 나오게 하려면 무엇이라 이를 것인가? | |
한참 있다가 이르되, | |
相喚相呼歸去來하니 | 서로 부르고 서로 부르며 돌아가고 오니 |
萬戶千門正春色이로다 | 만호천문에 정히 춘색이 가득하도다. |
하였다. 이상에서 말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염송(拈頌)에 있는 설화인데 | |
장로선사의 법문이 없이 <칠녀경>만 본다면 그야말로 칠현녀가 요구한 세 가지 물건은 | |
영원히 수수께끼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 |
모름지기 장로선사의 법문은 보불중에서도 보물을 우리에게 준 셈이다. | |
불교에서는 표전(表詮)과 차전(遮詮)이 있는데 한 가지도 없는 이치에서 | |
용(用)으로는 만 가지로 벌어져 나오는 현상에 대하여 조직적으로 명자(名字)와 의리(義理)를 | |
순차적으로 누구든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표전이라 한다. | |
또 만 가지가 하나인 체(體)로 돌아가는 실상(實相)을 말할 때에는 차전으로 표시한다. | |
즉 동일한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은 표전이요, 반대로 없다고 말하는 것은 차전인 것이다. | |
이 밖에도 전간전수(全揀全收)라는 술어도 있는데 전간은 차전과 같고 전수는 표전과 같다. | |
그런데 동일한 법문이라도 표전으로 설명하면 얕은 것 같고 차전으로 설명하면 깊은 것 같다. | |
그러므로 강사들은 학인에 대하여 표전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초학자가 들어가기 쉽다. | |
그러나 선사들은 차전으로 말하기 때문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 |
예를 들면 실상이요, 법신은 비신(非身)이라고 하는 바 똑같은 진여불성(眞如佛性)을 | |
실상이라 또는 법신이라 하는 것은 표전이요, 무상(無常)이다 비신이다 하는 것은 | |
차전인 것이다. | |
<칠녀경>에서 나오는 술어도 이와 같은 것이니, <뿌리 없는 나무>, <음양 없는 땅>, | |
<메아리 없는 계곡>은 칠현녀가 차전으로 말한 것이므로 제석이 알 도리가 없고, | |
나한이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 |
그러나 장로선사가 이르되, <뿌리 없는 나무>는 시다림 수풀이요, | |
<음양 없는 땅>은 그대로 음양이 비치는 봄동산의 푸른 풀이요, | |
<메아리 없는 계곡>은 심산궁곡의 큰 바위와 작은 돌이라고 표전으로 설명한 것이다. | |
선사들은 대개 남이 알기 힘든 법문을 하는 것인데 간혹 직설로써 표전으로 솔직히 | |
표현하는 일도 있는 것이다. 학인으로서는 이런 경우를 알아야만 불교의 선어(禪語)가 | |
동문서답의 부조리한 모순 같으나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중략> | |
[ 서경보 스님의 인생론 전집에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