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과 만난지 오늘로 딱 50년.
오늘 저 사람이 "묵담스님의 어록을 읽어보았는데
너무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 많다"고 했다.
무심코 흘려들었는데 밤 늦도록 돋보기 끼고 그 어록을 열독하는 것을 보고서
웬일인가 싶더니 문득 다가오는 느낌에 깜짝 놀랬다.
오래 전에 입적하신 묵담 종정스님은 고교 2학년 때 입문 5계를,
그리고 이듬해에 보살계를 내리신 나의 계사(戒師)님이시다.
인터넷 고불서(古佛書)를 검색하다가 그 분의 어록을 발견하고
고서점(古書店)에서 구입하여 소중히 간직해 두었는데
책장에 꽃힌 여러 불서(佛書)들 가운데
어찌 하필 그 책을 택해 읽고서 저리도 좋아할까.
저 사람은 날 만나기 전 꿈에 거대한 미륵불상을 보았다더니
분명 불법 안에서 나와 크고 오랜 인연을 쌓은 사람이겠구나 싶다.
내게 얼마나 이쁜 사람이겠는가...
그러나 미안하게도 다음 생은 함께하지 못한답니다.
왜냐하면 나는 스님이 되기로 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