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제12칙 동산마삼근(洞山麻三斤) _동산선사의 마(麻) 세 근 |
垂示云。 殺人刀活人劍。 乃上古之風規。 亦今時之樞要。 若論殺也。不傷一毫。 若論活也。喪身失命。 所以道。向上一路。 千聖不傳。 學者勞形。 如猿捉影。 且道。既是不傳。 為什麼。卻有許多葛藤公案。 具眼者。試說看。 |
수시(垂示)하여 말했다. 살인도활인검(殺人刀活人劍*)은 옛날의 풍규(風規*)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추요(樞要*)이기도 하다. 살(殺)을 논하자면 터럭 하나도 상하지 않고, 활(活)을 논하더라도 목숨을 잃는 것이라, 그래서 말하기를, 향상(向上)의 외길은 일천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 하였건만 배우는 이들 애쓰는 모습이 원숭이 물 속의 달 그림자 잡으려는 것과 같거니와, 말해보라. 기왕 전하지 못할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허다한 갈등(葛藤)의 공안(公案)이 있겠는가? 안목 있는자라면 예를 들테니 살펴보거라. |
*殺人刀活人劍; 죽이고 살리기를 자유로이 하는 방법.
스승이 학인을 지도함에 있어서 強奪 不許하는 방식을 殺人刀로 비유하고,
給與 許容하는 방식을 活人劍으로 비유한 선림용어이다.
*風規; 풍습상의 규정.
*樞要; 관건(關鍵), 가장 요긴한 것.
【一二】舉 僧問洞山。 如何是佛 (鐵蒺藜。天下衲僧跳不出) 山云。麻三斤 (灼然。破草鞋。 指槐樹罵柳樹。 為秤鎚)。 |
【제12칙】 동산(洞山)선사의 마(麻) 세 근 어느 스님이 동산에게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하고 묻자, (철질려<鐵蒺藜*>라서 천하의 납승들이 뛰어봤자 벗어나지 못한다.) 동산은 "마삼근(麻三斤)이니라." 하였다. (명백히 헌짚신<破草鞋*>이다. 홰나무<槐樹>를 가리키며 버드나무 꾸짖는 것으로 저울 추<秤鎚*>를 삼았다.)。 |
*철질려(鐵蒺藜); 질려(蒺藜)는 열매에 예리한 가시가 돋아 있는 약초의 일종.
쇠로 만든 질려란 고대에 적의 침공을 막기 위한 장애물을 말하며,
선림에서는 사가(師家)의 지도가 엄밀하여 침공키 어려움에 비유하여 쓴다.
*헌짚신<破草鞋>; 많은 '如何是佛?'이라는 질문에 '비슷한 답'들로 닳아빠진 것이라는 뜻이다.
*저울 추<秤鎚>; 엉뚱한 답(마삼근)을 던져놓고 상대의 기량을 가늠해보려 한 것이다는 뜻이다.
這箇公案。多少人錯會。 直是難咬嚼。無爾下口處。 何故淡而無味。 古人有多少答佛話。 或云。殿裏底。 或云。三十二相。 或云。杖林山下竹筋鞭。 及至洞山。卻道麻三斤。 不妨截斷古人舌頭。 人多作話會道。 洞山是時在庫下。秤麻。 有僧問。所以如此答。有底道。 洞山問東答西。 有底道。爾是佛。更去問佛。 所以洞山遶路答之。死漢 更有一般道。只這麻三斤便是佛。 且得沒交涉。 |
이 공안은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서 "먹기 어려운 것이라 입을 대볼 수가 없는데 담백하여 맛이 없기 때문이다."고 한다. 많은 옛사람들이 부처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를 혹 “전당(殿堂) 안에 있는 것”이라 하기도 하고, “32상(相)"이라고도 하고, “장림산 밑 가는 대가지[杖林山下竹筋鞭*]”라고 하였는데, 급기야 동산에 이르러서는 “마 세 근”이라 하였으니, 옛 사람의 혀끝을 절단하여 마지 않았다. 사람들은 흔히 대화하는 자리에서 "동산이 그때 곳간에서 마(麻)를 저울에 다는데, 어떤 중이 물으니 그렇게 답한 것이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동산이 동문서답한 것이다."고 하거나, 또 어떤 이는 "네가 부처인데 다시 부처를 물었기에 그래서 동산이 에둘러 답했다."고 하니, 사한(死漢*)이며, 또 어떤 부류는 "다만 마 세 근이 곧 부처다"고 하는데, 무슨 교섭(交涉)이 있겠는가? |
*殿裏底; 五燈會元卷四 趙州觀音院 從諗禪師 章에
「어느 중이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하고 물었다. 조주가 '법당 안에 있는 것(殿裏底)이다' 하자,
다시 "법당 속엣 것은 진흙으로 빚은 것 아닙니까?" 물으니, "그렇다."고 하였다.
또 "如何是佛?" 하니, 師曰。"殿裏底" 하였고, "제가 별안간 깜깜한 숲에 들어온듯 하니,
대사의 가르침을 바랍니다." 하자, 師曰。"밥은 먹었느냐?" 하였다.
그 중이 "먹었습니다." 하자, 師曰。"발우나 씻거라." 하니, 그 중이 忽然 省悟하였다.」고 하였다.
*杖林山下竹筋鞭; 杖林山에 무수히 많은 가는 대가지.
五燈會元卷十一 汝州風穴延沼禪師 章에 「問。 如何是佛。 師曰。 杖林山下竹筋鞭。」
杖林山; 洩瑟知林(Yastivana). 譯하여 杖林. 古代 中印度 摩揭陀國 王舍城 밖의 苑林.
西域記 9卷에 「부처님께서 벌나산(伐那山) 빈 골짜기에서 동쪽으로 30여리를 가시어
예슬지림(洩瑟知林; 唐言 杖林)에 이르셨는데, 숲을 이룬 대나무의 가는 가지로
온 산골짜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 산은 옛날 어떤 바라문이 釋迦佛의 身長이 丈六이라 듣고
믿기지 않아서 마침내 丈六의 장대로 부처님 키를 재려하였으나 항상 장대 끝을 벗어나
丈六보다 더 높으신지라 재기를 포기하고 던지고 간 장대에서 뿌리가 난 것이다.」 하였다.
*死漢; 禪家에서 罵鬼窟 속에 있는 사람을 死漢이라 하니,
곧 空寂한 곳만을 집착하여 自由로운 運用을 짓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爾若恁麼去洞山句下尋討。 參到彌勒佛下生。也未夢見在。 何故言語只是載道之器。 殊不知古人意。 只管去句中求。 有什麼巴鼻。 不見古人道。 道本無言。 因言顯道。 見道即忘言。若到這裏。 還我第一機來始得。 |
너희가 동산의 어구(語句)를 그렇게 심토(尋討)해 간다면 미륵블 하생하도록 참구하더라도 꿈에도 보지 못할 것이다. 어째서인가? 언어는 다만 도(道)를 싣는 그릇일 뿐이건만 고인의 뜻을 전혀 모르고 오로지 어구 속에서만 구하기 때문이니, 무슨 파비(巴鼻*)가 있겠는가? 보지 못했는가? 고인이 말하기를, '도(道)는 본래 말이 없으나 말로 인해 도를 드러낸다[清涼國師 澄觀]' 하였으니, 도를 본 즉 말을 잊어서 만일 그 속에 이르거든 나의 제일가는 기봉(機鋒)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
*巴鼻; 禪林用語。把鼻, 巴臂, 把臂라고도 한다. 巴는 묶다[把]이고 鼻는 소의 코[牛鼻]이니,
소의 코를 뚫어 묶어서 끄는 것을 말하며, 후에 '움켜 쥘 수 있는 곳', '근거(根據)'의 뜻으로 바뀌었다.
只這麻三斤。 一似長安大路一條相似。 舉足下足。無有不是。 這箇話。與雲門餬餅話。是一般。 不妨難會。 五祖先師頌云。 賤賣擔板漢。貼秤麻三斤。 千百年滯貨。無處著渾身。 爾但打疊得情塵意想。 計較得失是非。 一時淨盡自然會去。 |
다만 이 마삼근(麻三斤)은 장안(長安) 대로(大路)의 한 갈래와 같아서 발 디디지 못할 곳이 없다. 이 얘기는 「운문(雲門)의 호병(餬餅)」화(話)와 같아서 난해(難解)하여 마지 않다. 스승이신 오조(五祖;法演)께서 송(頌)하시기를, 「코앞 밖에 못보는 천한 장사치는 마삼근(麻三斤)을 저울질 해본들 천백 년을 묵혀도 몸 어디에도 붙일 데가 없다.」 하셨으니, 너희가 다만 정진(情塵*)과 의상(意想), 계교(計較), 득실(得失), 시비(是非)를 타첩(打疊*)한다면 일시에 깨끗이 다하여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
*情塵; 六根과 六塵.
*打疊; 收拾, 整理, 打迭, 打揲.
金烏急 (左眼半斤。 快鷂趕不及。火焰裏橫身) 玉兔速 (右眼八兩。 姮娥宮裏作窠窟) 善應何曾有輕觸 (如鐘在扣。 如谷受響) 展事投機見洞山 (錯認定盤星。 自是闍黎恁麼見) 跛鱉盲龜入空谷 (自領出去。同坑無異土。 阿誰打爾鷂子死) |
금오(金烏*)가 급(急)하니 (좌안반근<左眼半斤*>이다. 송골매도 뒤쫓지 못하게 이글거리는 태양 속에 누웠다.) 옥토(玉兔*)도 빨랐도다. (우안팔냥<右眼八兩*>이다. 항아궁<姮娥宮*> 속에 소굴을 지었다.) 좋은 응수에 어찌 소홀히 대함이 있으리오? (마치 종소리가 두드림에 있고, 골짜기가 메아리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전사(展事)하고 투기(投機)하여 동산(洞山)을 본다면 (저울 눈금<定盤星>도 잘못 보면서도 자기가 선생<闍黎*>이라서 그렇게 본다.) 파별(跛鱉*)과 맹귀(盲龜*)가 공곡(空谷)에 드는 것이다. (자진해서 나가라. 같은 구덩이에 다른 흙 없다. 누가 너의 매<鷂子>를 때려 죽이겠는가?) |
花簇簇錦簇簇 (兩重公案。一狀領過。 依舊一般) 南地竹兮北地木 (三重也有。四重公案。 頭上安頭) 因思長慶陸大夫 (懶兒牽伴。 山僧也恁麼。雪竇也恁麼) 解道合笑不合哭 (呵呵。蒼天。 夜半更添冤苦) 咦 (咄是什麼。便打) |
'꽃도 빽빽[花簇簇*] 비단도 빽빽[錦簇簇]'이요, (양중공안<兩重公案>이요 일장영과(一狀領過*)지만 여전하기는 일반이다.) '남지(南地)에 대[竹], 북지(北地)에 나무'이며, (삼중이 있지만 사중공안<四重公案>이다. 머리 위에 머리를 놓았다.) 장경(長慶)은 육대부(陸大夫)를 헤아려 (게으름뱅이끼리 짝을 이루었다. 나야 그렇다지만 설두도 그렇다.) '웃어야 했고 곡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해석했거늘, (하하<呵呵>! 웃다가 아이고<蒼天>! 했으니, 밤중에 다시 원통함을 더했구나.) 에이! (쯧! 이 무슨 꼴인가? 갑자기 후려치다.) |
*金烏玉兔; 금까마귀[金烏]는 중국 神話에 태양에 산다는 세 발 달린 새로서 태양을 상징하고,
옥토끼[玉兔]는 달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左眼半斤 右眼八兩; 半斤八兩, 秤頭半斤 秤尾八兩, 一個重半斤 一個重八兩, 半斤逢八兩,
八兩配半斤, 丁對丁 鐵對鐵, 泥佛勸土佛(진흙 부처가 흙 부처를 가르친다) 등과 같은 표현으로서
한 근(斤)은 16냥(兩), 반 근은 8냥이니, 분량이나 정도가 서로 같음에 비유하는 말이다.
*姮娥宮; 달의 궁전[月宮].
*사려(闍黎); 아사리(阿闍梨,Ācārya). 新稱 阿遮利夜. 譯하여 教授, 軌範師.
제자에게 법도를 가르치는 스승.
*跛鱉; 절름발이 자라.
「跛鱉千里」~절름발이 자라가 발을 다쳐 비록 느리지만 굳은 의지로 천리를 간다.
*盲龜; 눈먼 거북.
「盲龜浮木」~눈먼 거북이 大海에서 구멍 뚫린 부목(浮木)을 만나 그 위에 올라서는 일.
《涅槃經》에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거니와 부처님 만나기도 어려워서
마치 대해에서 盲龜가 浮木의 구멍 만나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簇簇; 빽빽히 줄지은 모양새.
*一狀領過; 한 招狀으로 죄과를 인정케 하다.
語言을 떠나 곧바로 直入케 하는 길을 의미한다.
雪竇見得透。所以劈頭便道。 金烏急玉兔速。 與洞山答麻三斤。更無兩般。 日出月沒。日日如是。 人多情解。只管道。 金烏是左眼。玉兔是右眼。 纔問著便瞠眼云。 在這裏有什麼交涉。 若恁麼會。 達磨一宗掃地而盡。 所以道。 垂鉤四海只釣獰龍。 格外玄機。為尋知已。 |
설두가 꿰뚫어 보았기에 처음[劈頭]부터 곧바로 '금오(金烏)가 급하니 옥토(玉兔)도 빨랐다'고 하였는데, 동산이 답한 '마삼근(麻三斤)'과 다를 바가 없다. 해 뜨면 달 지는 것이 날마다 그러하건만 사람들은 흔히 정해(情解)하고서 주저없이 말하기를, "금오는 좌안(左眼)이고 옥토는 우안(右眼)이다" 하거니와 질문에 봉착하기라도 하면 곧 눈을 부릅뜨고서 '그 속에 있다'고 우기는데, 무슨 교섭이 있겠는가? 만약 이렇게 안다면 달마의 한 종지(宗旨)가 땅을 쓸어버린 듯이 없어질 것이라 그래서 말하기를, 「사해에 낚시를 드리움은 다만 영룡(獰龍)을 낚기 위함이요, 격외의 현기(玄機)는 지기(知已)를 찾기 위함」이라 하였다. |
雪竇是出陰界底人。 豈作這般見解。 雪竇輕輕去敲關擊節處。 略露些子教爾見。 便下箇注腳道。 善應何曾有輕觸。 洞山不輕酬這僧。 如鐘在扣。 如谷受響。 大小隨應。 不敢輕觸。 雪竇一時。突出心肝五臟。 呈似爾諸人了也。 |
설두는 이 음계(陰界*)를 벗어난 사람이거늘 어찌 이런 견해를 짓겠는가? 설두가 고관격절처(敲關擊節處*)로 가만히 가서 간략히 조금을 드러내 여러분으로 하여금 보게 하고, 곧 밑에 주각(注脚;註解)을 달아 '좋은 응수에 어찌 소홀히 대함이 있으리오?' 하였는데, 동산이 이 중을 경솔히 대하지 않음이 마치 종소리가 두드림에 있고, 골짜기가 메아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크고 작음을 따라 응하되 감히 소홀히 대하지 않았거니와, 설두가 일시에 심간오장(心肝五臟)을 꺼내서 너희 모든 사람들에게 가져다 바친 것이다. |
*陰界; 5음(陰)과 18계(界).
*敲關擊節處; 敲擊關節處, 관절(關節) 두드릴 곳. 결정적으로 중요한 곳.
雪竇有靜而善應頌云。 覿面相呈。不在多端。 龍蛇易辨。衲子難瞞。 金鎚影動。寶劍光寒。 直下來也。急著眼看。 |
설두는 고요함이 있는 선응(善應)의 송(頌)으로 말했다. 「면전에서 직접 건네주니 복잡한 데에 있지 않거니와, 용인지 뱀인지 분간하기 쉬워서 납승(衲僧;衲子,나)을 속이기는 어렵다. 금추(金鎚;황금망치) 그림자가 번뜩이고 보검(寶劍)의 빛은 서늘한데 곧장 여기로 왔으니 서둘러 착안(著眼)하여 살펴보라.」 |
洞山初參雲門。門問。 近離甚處。 山云。渣渡。 門云。夏在甚麼處。 山云。湖南報慈。 門云。幾時離彼中。 山云。八月二十五。 門云。放爾三頓棒。 參堂去。 |
동산이 운문을 처음 참방하였을 때 운문이 물었다. "근래에 어디에 있었느냐?" 동산이 "사도(渣渡)에서 왔습니다." 하니, "하안거 때는 어디에 있었느냐?" "호남(湖南) 보자사(報慈寺)에 있었습니다." "언제 그곳을 떠났느냐?" "8월 25입니다." 운문은 "너에게 삼돈방(三頓棒*)을 봐주겠다. 참당(參堂*)하거라." 하셨다. |
師晚間入室。親近問云。 某甲過在什麼處。 門云。飯袋子。 江西湖南便恁麼去。 洞山於言下。豁然大悟。 遂云。某甲他日向無人煙處。 卓箇庵子。不蓄一粒米。 不種一莖菜。 常接待往來十方大善知識。 盡與伊抽卻釘。技卻楔。 拈卻膱脂帽子。 脫卻鶻臭布衫。 各令灑灑落落地。 作箇無事人去。 門云。身如椰子大。 開得許大口。 洞山便辭去。 |
동산이 저녁 무렵에 입실하여 친근히 여쭙기를, "저의 허물이 어느 곳에 있습니까?" 하니, 운문이 "이 밥통아! 강서로 호남으로 적당히 그렇게 다녔느냐?" 하셨다. 동산이 그 말 끝에 활연(豁然)히 대오하여 마침내 "제가 다른 날에 인가의 연기 없는 곳에 암자를 세워서 쌀 한 톨도 비축하지 않고 나물 한 포기도 심지 않되 시방을 왕래하는 대선지식을 늘 접대하면서 그들 모두에게 못을 빼고, 말뚝을 뽑아주며, 기름때 묻은 모자[膱脂帽子]를 벗기고 노린내 나는 장삼[鶻臭布衫]을 벗겨주어서 저마다 쇄쇄낙락(灑灑落落*)한 지경에서 무사인(無事人)이 되어 가게 하겠습니다." 하자, 운문은 "몸집이 야자(椰子) 같이 크니, 입이 그렇게 크게 벌어지는구나." 하시니, 동산이 곧 하직하고 떠났다. |
*三頓棒; 당나라 때 죄인을 때리는 몽둥이 20방을 1頓이라 하였다 하니, 三頓棒은 60棒이다.
이 談話는 「洞山三頓棒」이라는 제목의 공안.
*參堂; 禪林用語. 첫 입당[初入堂]. 初參하고 새 僧堂의 一員으로 加入하는 것.
*洒洒落落; 灑灑落落. 시원시원함.
他當時悟處。直下穎脫。 豈同小見後來出世應機麻三斤語。 諸方只作答佛話會如何是佛。 杖林山下竹筋鞭。 丙丁童子來求火。 只管於佛上作道理。 雪竇云。 若恁麼作展事與投機會。 正似跛鱉盲龜入空谷。 何年日月尋得出路去。 |
그가 당시 깨달은 곳이 곧바로 영탈(穎脫*)이거늘 어찌 후에 출세하여 기봉(機鋒)을 쫓아 말한 마삼근을 제방(諸方)은 '무엇이 부처입니까?'라는 물음에 '장림산(杖林山) 밑 가는 대가지다', '병정동자(丙丁童子)가 불을 구한다.'와 같은 불화(佛話)에 대한 답으로만 알고서 오직 부처 위에서만 도리를 짓는 소견(小見)과 같겠는가? 설두가 이르기를, "그렇게 전사(展事)하고 투기(投機)하여 아는 것은 파별(跛鱉*)과 맹귀(盲龜*)가 빈 계곡에 들어감과 같거늘 어느 세월에 벗어날 길을 찾아 얻겠느냐?" 한 것이다. |
*穎脫; 뾰쪽한 끝이 허리주머니 속을 뚫고 나오다.
재능있는 사람이 기회를 만나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비유하는 말.
語源~《史記 卷七六, 平原君虞卿傳》 낭중지추(囊中之錐):
趙의 平原君이 동맹을 맺기 위해 楚로 가는 길에 家臣 모수(毛遂)가 끼워주기를 청하는지라
"賢士의 處世를 비유하여 송곳[錐]이 낭(囊) 중에 처하면 그 끝을 세워 보인다고 하던데,
너는 내 문하에 있는 3년 동안 그렇지 못했지 않느냐?"고 하자,
모수가 "신(臣)은 오늘 자루 속에 담아주시기만을 청합니다.
일찍 자루 속에 있게 하셨다면 이내 영탈(穎脫)하고 나왔으려니와,
그 끝만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臣乃今日請處囊中耳,使遂蚤得處囊中,
乃穎脫而出,非特其末見而已。)" 하였다.
花簇簇錦簇簇。 此是僧問智門和尚。 洞山道麻三斤意旨如何。 智門云。花簇簇錦簇簇。會麼。 僧云。不會。智門云。 南地竹兮北地木。 僧回舉似洞山。 山云。我不為汝說。 我為大眾說。 遂上堂云。 言無展事。 語不投機。 承言者喪。 滯句者迷。 |
화족족(花簇簇) 금족족(錦簇簇)은 어느 중이 지문(智門) 화상에게 물었다. "동산이 마삼근이라 말한 뜻이 무엇입니까?" "화족족 금족족이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남지(南地)는 대(竹), 북지(北地)는 나무(木)다." 그 중이 돌아가 동산에게 이 이야기를 들추자 동산은 "나는 너를 위해 말하지 않고 대중을 위해 말하겠다." 하고서 마침내 상당(上堂)하여 말했다. 「언(言)으로 사실을 전개할 수 없고[言無展事*], 어(語)로 기틀에 투합하지 못하며[語不投機*], 언(言)으로 이으면 죽고[承言者喪*], 구(句)에 가로막히면 미혹해진다[滯句者迷*].」 |
*동산4구(洞山四句);
1)言無展事; 언어로는 사실을 개시할 수 없다.
2)語不投機; 어떤 언어로도 기틀에 투합하지 못하니,
모름지기 어구 사이에서 오묘한 깨달음을 스스로 얻어야 한다.
3)承言者喪; 문자와 언구로 불조(佛祖)의 일대사(一大事)를 받아들이려 한다면
오히려 반하여 진의(眞意)를 상실하게 된다.
4)滯句者迷; 진리는 문자와 어구에 의해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언어에 얽매이면 반대로 미혹해진다는 것.
雪竇破人情見。 故意引作一串頌出。 後人卻轉生情見道。 麻是孝服。竹是孝杖。 所以道。南地竹兮北地木。 花簇簇錦簇簇。 是棺材頭邊。畫底花草。 還識羞麼。 殊不知。 南地竹兮北地木。與麻三斤。 只是阿爺與阿爹相似。 |
설두가 사람의 정견(情見)을 깨뜨리고자 고의(故意)로 인용하여 한 꼬치로 꿰어 송해 낸 것이건만 후인이 도리어 더 정견(情見)을 내 말하기를 "마(麻)는 상복(喪服;孝服)이고 대(竹)는 지팡이[孝杖]라 그래서 '남지는 대, 북지는 나무다' 한 것이고, 화족족 금족족은 관(棺)의 앞과 옆에 그려진 화초(花草)다"고 하는데, 도리어 수치(羞恥)를 아느냐?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남지는 대, 북지는 나무'와 '마삼근'이 다만 이 아야(阿爺*)와 아다(阿爹*)와 같은 것임을... |
*阿爺, 阿爹; 둘 다 子女를 대하여 父親인 자신을 부르는 稱呼, 즉 '애비'와 같은 말이니,
앞의 두 가지가 같은 의미라는 것이다.
古人答一轉語。決是意不恁麼。 正似雪竇道金烏急玉兔速。 自是一般寬曠。 只是金鍮難辨。 魚魯參差。 雪竇老婆心切。要破爾疑情。 更引箇死漢。 因思長慶陸大夫。 解道合笑不合哭。 若論他頌。 只頭上三句。一時頌了。 我且問爾。 都盧只是箇麻三斤。 雪竇卻有許多葛藤。 只是慈悲忒殺。所以如此。 |
고인이 답한 일전어(一轉語)는 결코 뜻이 그렇지 않다. 바로 설두의 '금오급옥토속(金烏急玉兔速)'이란 말처럼 스스로 광활[寬曠]하기만 한 것이라 다만 이것이 금과 놋쇠 구분하기 어렵고, 어(魚) 자와 노(魯) 자 다른 곳 찾기이다. 설두는 간절한 노파심으로 너희의 의정(疑情)을 파하고자 다시 사한(死漢)을 인용하였다. '장경(長慶)이 육대부(陸大夫)를 헤아려 웃어야지 곡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해석했다'는 이 송(頌)을 논하자면 말머리의 세 구절[三句]로 일시에 송(頌)을 마쳐버렸다. 내가 이제 그대들에게 묻노니, 도대체가 다만 마삼근(麻三斤)일 뿐인데 설두가 도리어 허다한 갈등을 일으켰겠는가? 다만 자비가 지나쳐서 그렇게 한 것이다. |
*都盧; 全部.
*忒殺; 太甚, 過於.
陸亘大夫。作宣州觀察使。 參南泉。泉遷化。 亘聞喪入寺下祭。 卻呵呵大笑。院主云。 先師與大夫。有師資之義。 何不哭。 大夫云。道得即哭。 院主無語。亘大哭云。 蒼天蒼天。先師去世遠矣。 後來長慶聞云。 大夫合笑不合哭。 雪竇借此意大綱道。 爾若作這般情解。 正好笑莫哭。 是即是。末後有一箇字。 不妨聱訛。 更道咦。 雪竇還洗得脫麼。 |
육긍(陸亘*) 대부(大夫)가 선주(宣州) 관찰사가 되어 남전(南泉)을 참방했는데 남전이 이미 천화(遷化)하시니, 육긍이 천화 소식을 듣고 절에 들어가 하제(下祭*)하면서 도리어 하하 크게 웃는지라 원주(院主)가 말했다. "선사(先師)와 대부께서는 사자(師資*)의 의(義)가 있으신데, 어째서 우시지 않습니까?" 대부가 "말씀하신다면 곧 곡하리다." 하니, 원주가 말이 없자, 육긍이 대곡(大哭)하여 이르기를, "아이고, 아이고, 선사(先師)가 세상 멀리 가셨구나." 하였다. 후에 와서 장경(長慶)이 듣고 말했다. "대부가 웃었어야 하고 곡한 것은 합당치 않다." 설두가 이 뜻의 대강(大綱)을 빌려 말하기를, "너희가 만약 이 따위[這般] 정해(情解)를 짓는다면 바로 웃는 것이 좋으니 곡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옳은 즉 옳지만, 마지막에 한 글자가 있어 난감[聱訛]하여 마지 않다. 다시 '이(咦;에이)!' 하였는데, 설두가 도대체 씻어서 득탈(得脫)했겠느냐? |
*師資; 師弟, 즉 스승과 제자.
초상집에 가서는 반드시 울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그래서 울어라 한다면 울어주겠다. 에이!
'碧巖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암록(碧巖錄) 제14칙 운문일대시교(雲門一代時教) (0) | 2021.11.25 |
---|---|
벽암록(碧巖錄) 제13칙 파릉은완리성설(巴陵銀椀裏盛雪) (0) | 2021.11.05 |
벽암록(碧巖錄) 제10칙 목주약허두한( 睦州掠虛頭漢) (0) | 2021.09.12 |
벽암록(碧巖錄) 제8칙 취암미모(翠巖眉毛) _취암선사의 눈썹 (0) | 2021.08.17 |
벽암록 제6칙 : 운문 일일시호일(雲門日日是好日) (0) | 2021.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