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제19권

碧雲 2021. 4. 1. 17:08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제19권

     북량(北涼)국 천축삼장 담무참(曇無讖) 역

 

8-5. 범행품(梵行品)

 

◎爾時王舍大城阿闍世王,其性弊惡,憙行殺戮,具口四惡,貪恚愚癡,其心熾盛,
唯見現在、不見未來,純以惡人而為眷屬,貪著現世五欲樂故,父王無辜橫加逆害。
因害父已,心生悔熱,身諸瓔珞伎樂不御,心悔熱故遍體生瘡,其瘡臭穢不可附近。
尋自念言:「我今此身已受花報,地獄果報將近不遠。」
爾時其母字韋提希,以種種藥而為傅之,其瘡遂增,無有降損。
王即白母:「如是瘡者,從心而生,非四大起。若言眾生有能治者,無有是處。」

 

이때 왕사성의 아사세왕은 그 성품이 폐악(弊惡)하여 살육(殺戮)을 즐겨 행하고,
입으로 짓는 네 가지* 악을 자행하고, 탐욕과 진에와 우치로 그 마음이 가득하였으며,
오직 현재만 생각하고 미래는 보지 않으며, 순전히 나쁜 사람들로만 권속을 삼고,
현세의 오욕락에 탐착하여, 무고(無辜)한 부왕을 멋대로 역해(逆害;弑逆)하고,
아버지를 죽임으로 인해 마음에 회열(悔熱)이 생기고, 몸은 영락(瓔珞)을 걸치지도
가무(歌舞)를 즐기지도 못하고, 마음의 회열(悔熱) 때문에 온 몸에 종기가 나서
그 종기의 악취로 가까이 갈 수가 없었는지라, 마침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이 몸이 화보를 받았거니와, 지옥의 과보를 머지 않아 받으리라.」 하였다.
이때 그의 모친 위제희(韋提希*)가 갖가지 약으로 보살폈으나
종기가 마침내 더하고 나아지지 않자, 왕이 곧 모친에게 말하되,
「이런 종기는 마음에서 생기고 사대(四大)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서
어떤 중생이 고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였느니라.

 

*花報; 꽃은 열매를 맺기 전에 있고 그 꽃은 결국 열매가 되니,
화보(花報)는 그 꽃에 해당하는 응보(應報)요,
후에 맺을 열매는 다시 또 받게 될 실제의 과보(果報)인 것이다.
*韋提希(Vaidehi); 摩羯陀國 頻婆沙羅王의 后.

 

時有大臣名曰月稱,往至王所,在一面立,白言:
「大王!何故愁悴,顏容不悅?為身痛耶?為心痛乎?」

 

그때 월칭(月稱)이라는 대신이 왕의 처소로 가서 아뢰기를,
「대왕이시여! 무엇 때문에 시름겨워 하시고 용안이 좋지 못하십니까?
몸이 불편하십니까, 마음이 불편하십니까?」 하니,

 

*月稱(Candrakīrti); 印度 中觀具緣派 스님.
出生於南印度沙滿多(Samanta)之婆羅門家。出家從迦摩羅菩提(Kamalabuddhi),
清辨及佛護之弟子) 學龍樹之宗義及諸論書, 兼習諸怛特羅, 得秘術,
能自畫牛搾乳, 或手不觸而擲石柱。[佛光大辭典]

 

王即答言:「我今身心,豈得不痛?我父無辜,橫加逆害。
我從智者曾聞是義,世有五人,不脫地獄,謂五逆罪。
我今已有無量無邊阿僧祇罪,云何身心而得不痛?又無良醫治我身心。」

 

왕이 대답했다. 「내 지금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나는 무고한 부친에게 멋대로 역해(逆害)를 가했다.
내가 어느 지혜로운 이로부터 그에 대한 이치를 들은 적이 있거니와,
세간의 다섯 사람은 지옥을 면치 못하는데, 오역죄(五逆罪)를 말한다 하였다.
나는 이제 이왕 무량무변한 아승지의 죄가 있거늘,
어찌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또 나의 심신을 치료해 줄 양의(良醫)도 없다.」

 

臣言:「大王!莫大愁苦。」 即說偈言:

  「若常愁苦, 愁遂增長。
 如人憙眠, 眠則滋多。
 貪婬嗜酒, 亦復如是。

「如王所言,世有五人,不脫地獄;誰往見之,來語王耶?
言地獄者,即是世間,多智者說。如王所言,世無良醫治身心者,今有大醫名富蘭那,
一切知見,得自在定,畢竟修習清淨梵行,常為無量無邊眾生,演說無上涅槃之道。
為諸弟子說如是法,無有黑業、無黑業報,無有白業、無白業報,無黑白業、
無黑白業報,無有上業及以下業。是師今在王舍城中,唯願大王。
屈駕往彼,可令是師,療治身心。」

 

대신이 말하되, 「대왕이시여! 크게 상심하지 마소서.」 하더니,
곧 게송으로 말했느니라.

    「항상 근심으로 괴로워 하면 근심이 더욱 늘어나서
  마치 사람이 잠을 즐기면 잠이 더욱 많아지듯 하거니와,
  음욕을 탐하고 술을 즐기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대왕의 말씀대로 세간의 다섯 사람은 지옥을 면치 못한다는 것은
누가 가서 보고 와서 대왕께 말하던가요?
지옥이라는 것은 세간에서 흔히 지혜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대왕께서는 세간에 심신을 치료해 줄 양의(良醫)가 없다 하셨으나,
지금 부란나(富蘭那*)라는 큰 의원이 있어 일체를 지견(知見)하고,
자재한 정(定)을 얻으며, 청정한 범행을 필경히 닦아 익혀서
항상 무량무변한 중생을 위해 위 없는 열반의 도(道)를 연설하고,
또 제자들에게 '흑업(黑業*)도 흑업의 과보도 없고,
백업(白業)도 백업의 과보도 없으며, 흑백업(黑白業)도 흑백업의 과보도 없고,
상업(上業)과 하업(下業)도 없다'는 이러한 법을 설합니다.
이런 스승이 지금 왕사성 안에 계시니,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몸을 낮추고 그에게 가시어 이 의원으로 하여금 심신을 치료케 하소서.」

 

*富蘭那; 富蘭那迦葉(Pūraṇakāśyapa). 外道六師의 하나.
因果를 否認한 道德否定論者。
*黑業; 四業의 하나. 암흑의 과보를 받게 될 암흑하고 부정한 업, 악업.
四業은 黑黑業(惡業), 白白業(善業), 黑白業(善惡이 섞인 업),
不黑不白業(黑白의 相을 여읜 업, 즉 無漏業)을 말한다. 

 

時王答言:「審能如是滅除我罪,我當歸依。」

 

이에 왕이 답하되, 「만일 그렇듯 나의 죄를 멸제(滅除)할 수 있다면,
내 마땅히 귀의하겠노라.」 하였느니라.

 

◎復有一臣名曰藏德,復往王所,而作是言:
「大王!何故面貌憔悴,脣口乾焦,音聲微細,猶如怯人見大怨敵,顏色皴裂?
將何所苦?為身痛耶?為心痛乎?」

 

또 한 신하가 있어 이름을 장덕(藏德)이라 하였는데,
왕의 처소로 가서 아뢰기를, 「대왕이시여! 어째서 용안이 초췌(憔悴)하시고,
입술은 마르셨으며, 음성은 음성이 마치 겁먹은 사람이 원수를 만난듯 힘이 없으시고,
안색은 주름지셨나이까? 도대체 왜 괴로우신 것입니까?
몸이 아프십니까, 마음이 아프십니까?」 하니,

 

王即答言:「我今身心,云何不痛?
我之癡盲,無有慧目,近諸惡友而為親善,隨調婆達惡人之言,正法之王橫加逆害。
我昔曾聞智人說偈:

「『若於父母, 佛及弟子,
 生不善心, 起於惡業,
 如是果報, 在阿鼻獄。』

「以是事故,令我心怖,生大苦惱,又無良醫而見救療。」

 

왕이 대답했다. 「내 지금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나는 어리석고 깜깜하여 지혜의 눈이 없으니, 악우(惡友)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제바달다[調婆達]라는 악인의 말을 쫓아 정법의 왕을 멋대로 시해하였다.
나는 일찍이 지혜인이 설한 게송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만약 부모와 부처님과 그 분의 제자들에게
  불선(不善)한 마음을 내서 악업을 일으키면
  이러한 것들의 과보로 아비지옥에 있으리라.』 하였으니,

「이런 일들이 나로 하여금 마음을 두렵게 하고 큰 고뇌를 일으키거니와
또 치료해 줄 양의(良醫)도 없다.」

 

大臣復言:「唯願大王!且莫愁怖。法有二種:一者出家,二者王法。

王法者,謂害其父則王國土,雖云是逆,實無有罪;

如迦羅羅虫,要壞母腹,然後乃生,生法如是,雖破母身,實亦無罪。騾懷妊等亦復如是。

治國之法,法應如是,雖殺父兄,實無有罪。出家法者,乃至蚊蟻,殺亦有罪。

唯願大王!寬意莫愁。何以故?

  「若常愁苦, 愁遂增長。
 如人憙眠, 眠則滋多。
 貪婬嗜酒, 亦復如是。

「如王所言,世無良醫治身心者,今有大師,名末伽梨拘舍離子,

一切知見,憐愍眾生猶如赤子,已離煩惱,能拔眾生三毒利箭。

一切眾生於一切法無知見覺,唯是一人獨知見覺。如是大師,常為弟子說如是法:

『一切眾生身有七分。何等為七?地、水、火、風、苦、樂、壽命。

如是七法,非化非作,不可毀害。如伊師迦草,安住不動。如須彌山,不捨不作。

猶如乳酪,各不諍訟。若苦若樂,若善不善,投之利刀,無所傷害。何以故?

七分空中無妨礙故。命亦無害。何以故?無有害者及死者故。

無作無受,無說無聽,無有念者及以教者。常說是法,能令眾生滅除一切無量重罪。』

是師今在王舍大城,唯願大王!往至其所,王若見者,眾罪消滅。」

 

대신이 말하되, 「바라옵건대, 대왕이시여! 이제 근심도 두려워 하시지도 마소서.
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서 첫째는 출가법(出家法)이요, 둘째는 왕법(王法)입니다.
왕법(王法)은 부왕을 시해한 즉 대왕의 국토인 것이라,
비록 이것이 역모라 하더라도 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다 하는 것이니,
마치 가라라충(迦羅羅虫*)은 어미의 배를 가른 연후에야 생겨나듯이,
생하는 법[生法]이 그러하여, 비록 어미의 몸을 부수더라도 실로 죄가 없고,
노새의 회임(懷妊) 따위도 그와 같나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 법이 그러하여 아비와 형을 죽이더라도 실로 죄가 되지 않고,
출가의 법만이 모기나 개미일지라도 죽이면 죄가 되는 것이오니,
바라옵건대, 대왕이시여! 마음을 넓이시어 근심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항상 근심으로 괴로워 하면 근심이 더욱 늘어나서
  마치 사람이 잠을 즐기면 잠이 더욱 많아지듯 하거니와,
  음욕을 탐하고 술을 즐기는 것도 그와 같기 때문이옵니다.

「대왕께서 세간에 심신을 치료해 줄 양의(良醫)가 없다 하셨는데,
지금 말가리구사리자(末伽梨拘舍離子*)라는 대사(大師)가 일체를 지견(知見)하고,
중생을 갓난아이처럼 연민하며, 이미 번뇌를 여의어
능히 중생의 삼독(三毒)이라는 예리한 화살을 뽑아주거니와,
일체중생은 일체법을 지견각(知見覺)하지 못하되, 오직 이 한 사람만은
홀로 지견각(知見覺)하나이다. 이 대사는 항상 제자들에게 설법하기를,
『일체중생의 몸은 일곱 부분[七分]이 있는데, 무엇이 일곱인가?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고(苦), 낙(樂), 수명(壽命)이다.
이 일곱 가지 법은 화(化)한 것도 지어진 것도 아니라서 훼손하거나 해치지 못하니,
마치 이사가초(伊師迦草*)는 안정되어 흔들어볼 수 없는 것과 같고,
수미산이 버릴 수도 만들 수도 없는 것과 같고,
유(乳)와 낙(酪)이 서로 다투지 않는 것과 같으며,
고(苦)나 낙(樂), 선(善)과 불선(不善)이 예리한 칼에 맞아도 다치지 않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칠분[七分]의 공(空)한 가운데는 방해하는 장애가 없고
목숨을 해치는 일도 없기 때문이요, 이는 또 해치는 자도 죽은 자도 없고,
지음도 없고 받음도 없으며, 설함도 들음도 없고,
마음에 두는 자도 가르치는 자도 없기 때문이다.』고 하거니와,
늘 이런 법을 설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일체의 무량한 중죄를 멸제케 하나이다.
이 대사가 지금 왕사성에 계시니, 바라옵건대, 대왕이시여! 그에게 가시어
대왕께서 만나신다면 모든 죄가 소멸할 것이옵니다.」

 

*迦羅羅虫; 歌羅邏(羯邏藍,kalala)_ 응활(凝滑), 부모의 두 정(精)이 화합하여
응결한 것. (생후 첫주간) 권14 참조.

*末伽梨拘舍離子(Makkhali Gosa^la); 六師外道 중의 하나. 邪命外道之祖, 決定論者。
一切가 다 운명이 정해져서 고락(苦樂)이 윤회하는 동안 늘지도 줄지도 아니하므로,
輪迴하는 시간이 다하면 자연히 해탈한다고 주장하니, 저들을 「邪命外道」라 한다.
*伊師迦(isīka)草; 갈대과의 풀 이름. 겉으로는 부드러우나 속이 단단하여
쉽게 말라죽지 않으니, 영원히 쇠퇴하지 않는 것에 비유한다. 

 

時王答言:「審能如是除滅我罪,我當歸依。」

 

이에 왕이 답했느니라. 「만일 그렇듯 나의 죄를 멸제(滅除)할 수 있다면,
내 마땅히 귀의하겠노라.」

 

復有一臣,名曰實得,復到王所,即說偈言:   「大王何故, 身脫瓔珞,
 首髮蓬亂, 乃至如是?
 王身何故, 戰慄不安,
 猶如猛風, 吹動花樹?

「王今何故容色愁悴?猶如農夫下種之後,天不降雨,愁苦如是。
為是心痛,為身痛耶?」

 

또 실득(實得)이라는 신하가 왕에게 게송으로 말했느니라.

    「대왕이시여! 무슨 까닭에 몸에서 영락을 벗어내고
  머리를 산발하기에 이르셨나이까?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불안하여 몸을 떠시면서
    마치 거센 바람에 꽃과 나무가 흔들리듯 하시나이까?

「대왕께서는 무엇 때문에 요안이 초췌하시옵니까? 마치 농부가 씨를 뿌린 뒤에
비가 내리지 않아 걱정하듯이 그렇게 근심으로 괴로워 하시니,
마음이 아프시옵니까, 몸이 이프시옵니까?」

 

王即答言:「我今身心豈得不痛?我父先王,慈愛流惻,特見矜念,實無辜咎,
往問相師,相師答言:『是兒生已定當害父。』雖聞是語,猶見贍養。
曾聞智者作如是言:『若人奸母及比丘尼、偷僧祇物、殺發無上菩提心者、害及其父,
如是之人畢定當墮阿鼻地獄。』我今身心豈得不痛?」

 

왕이 대답했다. 「내가 지금 심신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나의 부친 선왕(先王)께서는 자애로움으로 진심을 다해 특별히 아끼셨고,
실로 아무런 허물이 없으셨거니와, 관상쟁이에게 가서 물었을 때,
『이 아이는 태어난 뒤에 반드시 아비를 살해할 것이다.』고 하였건만,
그 말을 들으시고도 오히려 아량을 베풀어 길러주셨느니라.
어느 지혜로운 자가 『사람이 어미나 비구니를 강간하거나,
승기물(僧祇物*)을 훔치거나, 더없는 보리심 발한 자를 죽이거나,
그의 부모를 해친, 이러한 사람은 필경 아비지옥에 떨어진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 내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僧祇物; 비구 비구니 대중[僧衆] 공유의 물건.

 

大臣復言:「唯願大王!且莫愁苦。如其父王,修解脫者,害則有罪;
若治國法,殺則無罪。大王!非法者名為非法,無法者名為無法。
譬如無子名為無子,亦如惡子名之無子,雖言無子實非無子。
如食無鹽,名為無鹽,食若少鹽亦名無鹽。如河無水,名之無水,若有少水亦名無水。
如念念滅,亦言無常,雖住一劫亦名無常。如人受苦名為無樂,雖受少樂亦名無樂。
如不自在,名之無我,雖少自在亦名無我。如闇夜時名之無日,雲霧之時亦言無日。
大王!雖言少法,名為無法,實非無法。願王留神聽臣所說,一切眾生皆有餘業,
以業緣故,數受生死。若使先王有餘業者,今王殺之,竟有何罪?
唯願大王寬意莫愁。何以故?

  「若常愁苦, 愁遂增長。
 如人憙眠, 眠則滋多。
 貪婬嗜酒, 亦復如是。

「如王所言,世無良醫治身心者,今有大師名刪闍耶毘羅胝子,一切知見,
其智淵深猶如大海,有大威德,具大神通,能令眾生離諸疑網。
一切眾生不知見覺,唯是一人獨知見覺。今者近在王舍城住,為諸弟子說如是法:
『一切眾中,若是王者,自在隨意,造作善惡。雖為眾惡,悉無有罪。
如火燒物,無淨不淨,王亦如是,與火同性。
譬如大地,淨穢普載,雖為是事,初無瞋喜,王亦如是,與地同性。
譬如水性,淨穢俱洗、雖為是事,亦無憂喜,王亦如是,與水同性。
譬如風性,淨穢等吹,雖為是事,亦無憂喜,王亦如是,與風同性。
如秋髠樹,春則還生,雖復髠斫,實無有罪。
一切眾生亦復如是,此間命終,還此間生,以還生故,當有何罪?
一切眾生苦樂果報,悉皆不由現在世業,因在過去,現在受果。
現在無因,未來無果。以現果故,眾生持戒勤修精進,遮現惡果;
以持戒故,則得無漏,得無漏故,盡有漏業,以盡業故,
眾苦得盡,眾苦盡故,故得解脫。』
唯願大王,速往其所,令其療治身心苦痛,王若見者眾罪則除。」

 

대신이 말했다. 「바라옵건대, 대왕이시여! 근심으로 괴로워 마소서.
부왕께서 해탈을 닦는 분이었다면 살해한 즉 죄가 되겠으나,
국법(國法)을 다스리셨으니, 살해한 것이 죄가 되지 않나이다.
대왕이시여! 법 아닌 것을 비법(非法)이라 하고,
법이 없는 것을 무법(無法)이라 하지만,
비유컨대 아들이 없어도 무자(無子)라 하고, 나쁜 아들도 무자(無子)라 하나
무자라고 말하더라도 사실은 무자가 아닌 것이요,
음식에 소금기가 없어도 무염(無鹽)이라 하고, 소금기가 적어도 무염이라 하며,
강에 물이 없어도 무수(無水)라 하고, 물이 적어도 무수라 하며,
순간순간 멸하면 무상(無常)이라 하지만 일 겁을 머물러도 무상이라 하며,
사람이 괴로워도 무락(無樂)이라 하고 낙이 적어도 무락이라 하며,
자재하지 못해도 무아(無我)라 하지만 자재함이 적어도 무아라 하며,
깜깜한 밤에도 해가 없다[無日] 하고, 구름이나 안개가 끼어도 무일(無日)이라 하듯이,
대왕이시여! 적은 법도 무법(無法)이라 하지만 사실은 무법이 아닌 것이오니,
원컨대 대왕께서는 유념하시어[留神] 신의 말을 들으소서.
일체중생은 모두 길이 남을 업이 있고, 업연(業緣)으로 번번히 생사를 받습니다.
선왕(先王)의 길이 남을 업을 지금의 왕께서 죽였기로 필경 무슨 죄가 있겠나이까?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마음 크게 가지시어 근심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항상 근심으로 괴로워 하면 근심이 더욱 늘어나서
  마치 사람이 잠을 즐기면 잠이 더욱 많아지듯 하거니와,
  음욕을 탐하고 술을 즐기는 것도 그와 같기 때문이옵니다.

 

*刪闍耶毘羅胝子; 散惹耶‧毗羅梨子(Samjayin vairaḍiputra)

 

王即答言:「審有是師能除我罪,我當歸依。」

 

이에 왕이 답하되, 「만일 그렇듯 나의 죄를 멸제(滅除)할 수 있다면,
내 마땅히 귀의하겠노라.」 하였느니라.

 

復有一臣名悉知義,即至王所,作如是言:「王今何故形不端嚴,如失國者,
如泉枯涸、池無蓮花、樹無花葉,破戒比丘,身無威德?為身痛耶?為心痛乎?」

 

또 실지의(悉知義)라는 신하가 이렇게 말했다.
「대왕께서는 지금 어째서 모습이 단엄치 못하시어 마치 나라를 잃은 것 같고,
샘이 마른 것 같고, 못에 연꽃이 없는 것 같고,
나무에 꽃과 잎이 없는 것 같으시며, 파계한 비구가 몸에 위덕이 없는 듯 하십니까?
몸이 아프십니까? 마음이 아프십니까?」

 

王即答言:「我今身心豈得不痛?我父先王,慈惻流念,然我不孝,不知報恩。
常以安樂,安樂於我,而我背恩,反斷其樂,先王無辜,橫興逆害。
我亦曾聞智者說言:『若有害父,當於無量阿僧祇劫受大苦惱。』
我今不久必墮地獄,又無良醫救療我罪。」

 

왕이 대답했다. 「내가 지금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내 부친인 선왕께서는 사랑으로 아껴주셨건만 나는 불효하여 은혜에 보답하지 못했고,
늘 나를 안락하게 해 주셨건만 나는 은혜에 배반하여 도리어 그 분의 낙을 끊었거니와,
선왕께서는 무고하게 역해(逆害)를 당하신 것이다.
내가 또 일찍이 어떤 지혜있는 자가 『만일 아버지를 살해하면
무량한 아승지 겁 동안 큰 고뇌를 받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으니,
나는 머지 않아 필경 지옥에 떨어질 것이고, 또 내 죄를 구원해 줄 의원도 없다.」

 

大臣即言:「唯願大王!放捨愁苦。王不聞耶?
昔者有王,名曰羅摩,害其父已,得紹王位。
跋提大王、毘樓真王、那睺沙王、迦帝迦王、毘舍佉王、月光明王、日光明王、
愛王、持多人王,如是等王,皆害其父得紹王位,然無一王入地獄者。
於今現在毘琉璃王、優陀那王、惡性王、鼠王、蓮花王,如是等王皆害其父,
悉無一王生愁惱者。雖言地獄、餓鬼、天中,誰有見者?
大王!唯有二有:一者人道,二者畜生。雖有是二,非因緣生,非因緣死。
若非因緣,何有善惡?唯願大王!勿懷愁怖。何以故?

  「若常愁苦, 愁遂增長。
 如人憙眠, 眠則滋多。
 貪婬嗜酒, 亦復如是。

「如王所言,世無良醫治身心者,今有大師,名阿耆多翅舍欽婆羅,
一切知見,觀金與土平等無二。
刀破右脇,左塗栴檀,於此二人,心無差別,等視怨親,心無異相。
此師真是世之良醫,若行、若立、若坐、若臥,常在三昧,心無分散,
告諸弟子作如是言:『若自作、若教他作、若自斫、若教他斫、若自炙、若教他炙、
若自害、若教他害、若自偷、若教他偷、若自婬、若教他婬、若自妄語、若教他妄語、
若自飲酒、若教他飲酒、若殺一村一城一國、若以刀輪殺一切眾生、
若恒河已南布施眾生、恒河已北殺害眾生,悉無罪福,無施、戒、定。』
今者近在王舍城住,願王速往,王若見者,眾罪除滅。」

 

대신이 말했느니라. 「바라옵건대, 대왕이시여! 근심으로 고뇌하지 마소서.
대왕께서는 듣지 못하셨습니까? 옛날에 라마(羅摩*)라는 왕이 부친을 살해하고
왕위를 계승하였고, 발제대왕(跋提大王)과 비루진왕(毘樓真王), 나후사왕(那睺沙王),
가제가왕(迦帝迦王), 비사거왕(毘舍佉王), 월광명왕(月光明王),
일광명왕(日光明王), 애왕(愛王), 지다인왕(持多人王) 같은 왕들도
모두 부친을 살해하고 왕위에 올랐으나, 한 사람도 지옥에 간 사람이 없고,
지금 현재의 비유리왕(毘琉璃王)과 우타나왕(優陀那王)과 악성왕(惡性王), 서왕(鼠王),
연화왕(蓮花王) 같은 왕들도 부친을 살해하였지만 아무도 근심으로 고뇌하지 않나이다.
지옥과 아귀, 천중(天中)이 있다고들 하지만 누가 본 사람이 있나이까?
대왕이시여! 오로지 두 가지 있을 뿐이니, 첫째는 사람의 길[人道], 둘째는 축생입니다.
비록 이 두 가지가 있다지만 인연으로 나는 것도 아니고 인연으로 죽는 것도 아니니,
만일 인연이 아니라면 어찌 선악(善惡)이 있겠나이까?
바라옵건대, 대왕이시여! 근심으로 두려워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항상 근심으로 괴로워 하면 근심이 더욱 늘어나서
  마치 사람이 잠을 즐기면 잠이 더욱 많아지듯 하거니와,
  음욕을 탐하고 술을 즐기는 것도 그와 같기 때문이옵니다.

「대왕께서 세간에 심신을 치료해 줄 양의(良醫)가 없다 하셨으나,
지금 아사다시사 흠바라(阿耆多翅舍欽婆羅)라는 대사는 일체를 지견하고,
금과 흙을 둘이 아닌 똑 같은 것으로 보나이다.
칼로 옆구리 오른쪽을 찌른 사람과 왼쪽에 전단(栴檀)향을 발라준 이 두 사람을
차별히 여기지 않고, 원수와 친구를 마음에 다른 모양 없이 똑 같이 대하니,
이 대사가 진정한 세간의 훌륭한 의원이거니와, 가거나 서거나 앉거나 눕거나에
항상 삼매에 있어서 마음에 흐트러짐 없이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가 짓거나 남에게 짓게 하거나, 자기가 베거나 남에게 베게 하거나,
자기가 굽거나 남에게 굽게 하거나, 자기가 해치거나 남에게 해치게 하거나,
자기가 훔치거나 남에게 훔치게 하거나, 자기가 음행하거나 남에게 음행을 시키거나,
자기가 거짓말하거나 남에게 거짓말을 시키거나,
자기가 술을 마시거나 남에게 술 마시게 하거나,
한 마을, 한 성(城), 한 나라 사람을 죽이거나, 칼로 일체중생을 몰살시키거나,
항하 이남에서는 중생에게 보시하고 항하 이북에서는 중생들을 살해하더라도
모두 죄도 복도 없고, 보시며 지계며 선정 따위도 없다.』
요즈음 왕사성 부근에 있다하니, 대왕께서는 속히 가시어 만나보시면
모든 죄가 제멸(除滅)될 것이옵니다.」

 

*羅摩(Rāma)王; 《雜寶藏經》十奢王緣 章에 의하면,
인간의 수명이 일만 세였을 때 십사(十奢)라는 왕이 염부제의 왕이었는데,
큰 부인의 아들은 라마(羅摩), 둘째 부인의 아들은 라만(羅漫),
셋째 부인의 아들은 바라타(婆羅陀), 넷째 부인의 아들은 멸원악(滅怨惡)이었으며,
왕은 셋째 부인을 사랑하여 "소원이 있거든 말하라. 내 다 들어주마." 하니,
그 부인이 "바라는 것은 없고, 후에 그럴 일이 있을 때 말씀드리겠다." 하였다.
십사왕이 병으로 눕자 라마태자가 왕위를 대신하던 중,
셋째 부인이 왕께 "라마를 폐위하시고, 내 아들을 태자로 봉해달라"고 청하자,
왕이 전에 뱉은 말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라마를 폐위하고, 바라타를 태자로 봉하니,
동생 라만이 불만을 토로하며 형을 부추겼으나, 라마는 아우를 달랬고,
왕은 두 아들을 멀리 산으로 보내 12년 뒤에 돌아오라 하였다.
왕이 죽은 뒤에 바라타는 왕위를 계승하여
형 라마에게 양위하고자 수차례 환국하도록 요청하였으나
형 라마는 부친이 명한 12년이 되지 않았다 하여 돌아오지 않았고,
후에 돌아와서도 '부친이 네게 준 것을 내가 어찌 취하겠느냐' 하며 끝내 거절하였으니,
비록 셋째 부인은 옳지 못하였으되, 형제가 효순하고 우애가 깊었는지라,
이러한 인연으로 염부제의 모든 백성의 칭송을 받으며 태평성대를 누렸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외도는 이를 반대로 얘기한 것이다.
*阿耆多翅舍欽婆羅(Ajita-keśa kambara); 外道六師之一. 順世派 始祖, 唯物論者。

 

王言:「大臣!審能如是除滅我罪,我當歸依。」

 

왕이 말했느니라. 「대신이여! 만일 그렇듯 나의 죄를 멸제(滅除)할 수 있다면,
내 마땅히 귀의하겠노라.」 

 

復有大臣,名曰吉德,復往王所,作如是言:
「王今何故面無光澤,如日中燈、如晝時月、如失國君、如荒敗土?
大王!今者四方清夷,無諸怨敵,而今何故如是愁苦?為身苦耶?為心苦乎?
有諸王子常生此念:『我今何時當得自在?』大王!今者已果,所願自在。
王領摩伽陀國,先王寶藏具足而得,唯當快意,縱情受樂,如是愁苦,何用經懷?」

 

또 길덕(吉德)이라는 대신이 이렇게 말했다.
「대왕께서는 지금 무엇 때문에 얼굴에 윤기가 없으시어 마치 태양 속의 등불 같고,
한낮의 달 같으며, 나라 잃은 임금 같고, 황패(荒敗)한 땅 같나이까?
대왕이시여! 지금 사방이 평안하고, 원적(怨敵)들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걱정하시나이까?
몸이 괴로우십니까, 마음이 괴로우십니까?
왕자님들도 항상 생각하기를, 『나는 어느 때나 자유로워질까?』 하나이다.
대왕이시여! 지금 이미 원하는 바를 자재히 이루셨고,
대왕께서는 마가타국을 영도하시며, 선왕의 보물들을 구족히 얻으셨으니,
다만 유쾌한 마음으로 한껏 낙을 누리셔야 할 터이온데,
이러한 근심 고통을 마음에 두어 어디에 쓰겠나이까?」

 

王即答言:「我今云何得不愁惱?
大臣!譬如愚人,但貪其味,不見利刀,如食雜毒,不見其過。
我亦如是,如鹿見草,不見深穽,如鼠貪食,不見猫狸。
我亦如是,見現在樂,不見未來不善苦果。曾從智者聞如是言:
『寧於一日受三百鑽,不於父母生一念惡。』
我今已近地獄熾火,云何當得不愁惱耶?」

大臣復言:「誰來誑王,言有地獄?如刺頭利,誰之所造?飛鳥色異,復誰所作?
水性潤漬,石性堅硬,如風動性,如火熱性,一切萬物自死自生,誰之所作?
言地獄者,直是智者文辭造作,言地獄者為有何義?
臣當說之,地者名地,獄者名破,破於地獄,無有罪報,是名地獄。
又復地者名人,獄者名天,以害其父,故到人天。
以是義故,婆藪仙人唱言,殺羊得人天樂,是名地獄。
又復地者名命,獄者名長,以殺生故,得壽命長,故名地獄。

大王!是故當知實無地獄。
大王!如種麥得麥,種稻得稻;殺地獄者,還得地獄;殺害於人,應還得人。
大王!今當聽臣所說,實無殺害;若有我者,實亦無害;若無我者,復無所害。
何以故?若有我者,常不變易,以常住故不可殺害,不破、不壞、不繫、不縛、
不瞋、不喜、猶如虛空,云何當有殺害之罪?
若無我者,諸法無常,以無常故念念壞滅,念念滅故,
殺者死者皆念念滅,若念念滅誰當有罪?
大王!如火燒木,火則無罪;如斧斫樹,斧亦無罪;如鐮刈草,鐮實無罪;
如刀殺人,刀實非人,刀既無罪,人云何罪?
如毒殺人,毒實非人,毒藥非罪,人云何罪?
一切萬物皆亦如是,實無殺害,云何有罪?唯願大王!莫生愁苦。何以故?

  「若常愁苦, 愁遂增長。
 如人憙眠, 眠則滋多。
 貪婬嗜酒, 亦復如是。

「如王所言,世無良醫治惡業者,今有大師,名迦羅鳩馱迦旃延,
一切知見,明了三世,於一念頃,能見無量無邊世界,聞聲亦爾。
能令眾生遠離過惡,猶如恒河,若內、若外,所有諸罪皆悉清淨。
是大良師亦復如是,能除眾生內外眾罪,為諸弟子說如是法:
『若人殺害一切眾生,心無慚愧終不墮惡,猶如虛空不受塵水;
有慚愧者即入地獄,猶如大水潤濕於地。
一切眾生悉是自在天之所作,自在天喜,眾生安樂;自在天瞋,眾生苦惱。
一切眾生若罪若福,乃是自在天之所為,云何當言人有罪福?
譬如工匠,作機關木人,行住坐臥,唯不能言,眾生亦爾;
自在天者喻如工匠,木人者喻眾生身,如是造化誰當有罪?』
如是大師,今者近在王舍城住,唯願速往,如得見者,眾罪消滅。」

 

대신이 다시 말했다. 「누가 대왕을 속여 지옥을 말하던가요?
가시 끝이 날카로운 것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날으는 새의 색깔이 다른 것은 누가 만들었으며, 물의 성품은 축축하고,
돌의 성품은 단단하고, 바람은 흔들리는 성품이고, 불은 뜨거운 성품이며,
일체의 만물이 자연히 죽고 자연히 나는 것은 누가 지은 것입니까?
지옥이란 말은 바로 지혜있다는 자들이 지어낸 말입니다.
지옥이라는 것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신이 말쓸드리는데,
지(地)는 땅이고 옥(獄)은 부순다는 것이니,
지옥을 부수어도 죄보가 없다는 것이 지옥입니다.
또 지(地)는 인간, 옥(獄)은 천상이니, 부친을 살해함으로써 인간과 천상에 이릅니다.
이런 뜻에서 바수선인(婆藪仙人)이 말하기를,
 '양을 죽여서 인천(人天)의 낙을 얻는다' 하였으니, 이것을 지옥이라 하는 것입니다.
또 지는 목숨이며 옥은 길다는 것이어서
살생함으로써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라 또 지옥인 것이니,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실로 지옥이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보리를 심으면 보리를 얻고 벼를 심으면 벼를 얻듯이
지옥을 죽이면 도리어 지옥을 얻고, 사람을 살해하면 도리어 사람으로 날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지금 실로 살해라 할 것이 없다는 신의 말을 들으소서.
만일 유아(有我)라면 실로 해쳤다 할 것이 없고,
만일 무아(無我)라 해도 또 해칠 것이 없나이다.
왜냐하면 내가 있다면 항상하고 변역하지 않아서 상주(常住)하기 때문에
살해할 수도 없고, 파괴하지도 속박하지도 성내지도 기뻐하지도 못하여
허공과 같을 터인데, 어찌 살해하는 죄가 있겠습니까?
만일 내가 없다면 모든 법이 무상할 것이요, 무상함으로써 순간순간 괴멸할 것이므로
죽인 자도 죽은 자도 모두 순간순간 멸할 것이니,
만일 순간순간 멸한다면 죄는 누구에게 있겠습니까?
대왕이시여, 불이 나무를 태워도 불은 죄가 없고,
도끼로 나무를 찍어도 도끼 역시 죄가 없으며,
낫으로 풀을 베어도 낫은 실로 죄가 없고, 칼로 사람을 죽여도 칼은 실로 사람이 아니니,
칼이 기왕 죄가 없는데 사람이 어찌 죄가 되겠나이까?
또 독이 사람을 죽여도 독은 실로 사람이 아니니, 독약의 죄가 아닌데,
사람이 어째서 죄가 되겠나이까? 일체만불도 그와 같아서
실로 살해라 할 것이 없건만 어찌 죄가 있겠나이까?
바라옵건대, 대왕이시여! 근심으로 괴로워 마소서. 왜냐하면, 

    「항상 근심으로 괴로워 하면 근심이 더욱 늘어나서
  마치 사람이 잠을 즐기면 잠이 더욱 많아지듯 하거니와,
  음욕을 탐하고 술을 즐기는 것도 그와 같기 때문이옵니다.

「대왕께서 세간에 악업을 치료해 줄 양의(良醫)가 없다 하셨으나,
지금 가라구타 가전연(迦羅鳩馱迦旃延*)이라는 대사는 일체를 지견하고,
삼세를 분명히 보며, 한 순간에 무량무변한 세계를 보고 들을 수 있어서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과악(過惡)을 멀리하게 합니다.
마치 항하(恒河)가 안팎으로 모든 죄가 청정하듯이, 이 대사도 그와 같아서
중생 안팎의 모든 죄를 없애거니와, 제자들에게 이렇게 법을 설합니다.
『만일 사람이 일체중생을 살해하고 참괴(慚愧)하는 마음이 없더라도
결코 악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 마치 허공이 티끌도 물도 받지 않는 것과 같고,
참괴하는 자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큰 물이 땅을 적시는 것과 같다.
일체중생은 모두 자재천(自在天)이 지은 것이라 자재천이 기뻐하면 중생도 안락하고,
자재천이 분노하면 중생들이 고통에 시달리니, 일체중생의 죄나 복은
결국 자재천에 달려있거늘, 어떻게 사람에게 죄와 복이 있다고 말하겠는가?
마치 기술자[工匠]가 만든 움직이는 허수아비[機關木人]가
가고 서고 앉고 눕되 말을 하지 못하듯이 중생도 그러하니,
자재천은 기술자에 비유하고 움직이는 허수아비는 중생의 몸이라 하려니와,
이와 같은 조화(造化)에 누구의 죄가 있겠는가?』
이러한 대사가 지금 왕사성 근처에 있으니,
바라옵건대 속히 가시어 만나보시면 모든 죄가 소멸할 것이옵니다.」

 

*迦羅鳩馱迦旃延(Kakuda-katyāyana); 外道六師之一,
地, 水, 火, 風, 苦, 樂, 生命의 七要素說을 제창한 思想家.
*참괴(慚愧); 慚(hrī)은 뉘우침의 뜻이 있고, 愧(apatrāpya)는 수치의 뜻이 있다.
慚은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것, 愧는 남 앞에 부끄러운 것을 말한다.

 

王即答言:「審有是人能滅我罪,我當歸依。」

 

왕이 답했느니라. 「만일 그 사람이 나의 죄를 멸해준다면 내 마땅히 귀의하겠노라.」 

 

復有一臣名無所畏,往至王所,說如是言:
「大王!世有愚人,一日之中百喜百愁、百眠百寤、百驚百哭,有智之人斯無是事。
大王!何故憂愁如是,如失侶客,如墮深泥無救拔者,如人渴乏不得漿水,
猶如迷人無有導者,如困病人無醫救療,如海船破無救接者?
大王!今者為身痛耶?為心痛乎?」

 

또 무소외(無所畏)라는 신하가 왕에게 말하기를, 「대왕이시여!
세간의 어리석은 사람은 하루에 백 번 기뻐하고 백 번 근심하며,
백 번 자고 백 번 깨고, 백 번 놀라고 백 번 울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런 일이 없는데,
대왕이시여! 어째서 그리도 근심 걱정하시어 마치 짝 잃은 나그네 같고,
깊은 수렁에 빠져 구해줄 이 없는 것 같고, 목 마른데 물을 얻지 못한 것 같고,
길 잃은 사람이 안내해 줄 이 없는 것 같고, 병든 사람이 치료해 줄 의원이 없는 것 같고,
바다에서 배가 고장났는데 구원해 줄 이 없는 것 같나이까?
대왕이시여! 지금 몸이 불편하십니까, 마음이 아프십니까?」

 

王即答言:「我今身心,豈得不痛?我近惡友,不觀口過,先王無辜橫興逆害,
我今定知當入地獄,復無良醫而見救濟。」

 

왕이 대답했다. 「내가 지금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나는 악한 벗을 가까이 하고, 그릇된 말을 살피지 못하여
무고한 선왕을 멋대로 시역하였으니,
나는 이제 정녕 지옥에 들어갈 것임을 알지만, 구제해 줄 의원도 없다.」

 

臣即白言:「唯願大王!莫生愁毒。
夫剎利者,名為王種,若為國土、若為沙門及婆羅門、為安人民,雖復殺害無有罪也。
先王雖復恭敬沙門,不能承事諸婆羅門,心無平等,心無平等故則非剎利。
大王!今者為欲供養諸婆羅門,殺害先王,當有何罪?大王!實無殺害。
夫殺害者,殺害壽命。命名風氣,風氣之性,不可殺害,云何害命而當有罪?
唯願大王!莫復愁苦。何以故?

  「若常愁苦, 愁遂增長。
 如人憙眠, 眠則滋多。
 貪婬嗜酒, 亦復如是。

「如王所言,世無良醫而療治者,今有大師,名尼乾陀若提子,
一切知見,憐愍眾生,善知眾生諸根利鈍,達解一切隨宜方便,世間八法所不能污,
寂靜修習清淨梵行,為諸弟子說如是言:
『無施、無善、無父無母、無今世後世、無阿羅漢、無修、無道,一切眾生經八萬劫,
於生死輪自然得脫,有罪無罪悉亦如是;
如四大河,所謂辛頭、恒河、博叉、私陀,悉入大海,無有差別。
一切眾生亦復如是,得解脫時,悉無差別。』
是師今在王舍城住,唯願大王速往其所,若得見者眾罪消除。」

 

신하가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대왕이시여! 근심하지 마소서.
대저 찰리(剎利)란 왕족인지라 나라가 됐든지 사문이나 바라문이 됐든지
탈없는 백성이 됐든지 살해해도 죄가 없나이다.
선왕께서는 비록 사문을 공경하였으나 바라문들은 받들지 않았으니
마음이 평등하지 못했고, 평등하지 못했기 때문에 찰리가 아니셨나이다.
대왕이시여! 바라문들을 공양하시고자 선왕을 살해하셨는데, 무슨 죄가 있겠나이까?
대왕이시여! 실로 살해라 할 것이 없나이다. 대저 살해란 수명을 살해하는 것인데,
수명은 바람의 기운이요 바람의 기운은 성품인지라 살해할 수 없거늘,
어찌 수명을 해쳤다 하여 죄가 있다 하겠나이까?
바라옵건대, 대왕이시여! 근심으로 괴로워 마소서. 왜냐하면, 

    「항상 근심으로 괴로워 하면 근심이 더욱 늘어나서
  마치 사람이 잠을 즐기면 잠이 더욱 많아지듯 하거니와,
  음욕을 탐하고 술을 즐기는 것도 그와 같기 때문이옵니다.

「대왕께서 세간에 치료해 줄 의원이 없다 하셨으나,
지금 니건타야제자(尼乾陀若提子*)라는 대사가 있는데, 일체를 지견하고,
중생을 연민하며, 중생 제근(諸根)의 이둔(利鈍)을 잘 알고,
일체의 수의방편(隨宜方便)에 통달하였으며, 세간의 팔법[世八法*]에 물들지 않고,
적정(寂靜)히 청정한 범행을 수습(修習)하고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보시도 없고, 선(善)도 없고, 부모도 현세와 내세도 없고, 아라한도 없고,
닦을 것도 도(道)라 할 것도 없어서 일체중생은 팔만 겁이 지나면
자연히 득탈(得脫)하게 되며, 죄가 있고 없는 것도 그와 같아서
마치 네 큰 강[四大河], 소위 신두(辛頭)와 항하(恒河), 박차(博叉), 사타(私陀)가
모두 바다로 들어감에 차별이 없는 것과 같거니와,
일체중생도 그와 같아서 해탈을 얻는 시기에 차별이 없다.』
이 대사가 지금 왕사성에 있사오니,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속히 그에게 가시어
만일 만나보신다면 모든 죄가 소멸할 것이옵니다.」

 

*尼乾陀若提子(Nigan!t!ha Na^taputta); 耆那教始祖, 相對主義者。

*世八法; 세간의 여덟 가지 풍조[八風]. 즉 이익(利), 손해(衰), 불명예(毁), 명예(譽), 
칭찬(稱), 비방(譏), 괴로움(苦), 즐거움(樂). 

 

王即答言:「審有是師能除我罪,我當歸依。」

 

왕이 대답했다. 「만일 그 대사가 나의 죄를 멸제해 준다면 내 마땅히 귀의하겠노라.」

 

爾時大醫,名曰耆婆,往至王所白言:「大王!得安眠不?」

 

이때 지바(耆婆;jiva)라는 큰 의원이 왕에게 가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편안히 주무셨나이까?」

 

王即以偈答言:

 「若有能永斷, 一切諸煩惱,  不貪染三界, 乃得安隱眠。

 若得大涅槃, 演說甚深義,  名真婆羅門, 乃得安隱眠。

 身無諸惡業, 口離於四過, 心無有疑網, 乃得安隱眠。

 身心無熱惱, 安住寂靜處, 獲致無上樂, 乃得安隱眠。

 心無有取著, 遠離諸怨讎, 常和無諍訟, 乃得安隱眠。

 若不造惡業, 心常懷慚愧, 信惡有果報, 乃得安隱眠。

 敬養於父母, 不害一生命, 不盜他財物, 乃得安隱眠。

 調伏於諸根, 親近善知識, 破壞四魔眾, 乃得安隱眠。

 不見吉不吉, 及以苦樂等, 為諸眾生故, 輪轉於生死,
 若能如是者, 乃得安隱眠。

 誰得安隱眠? 所謂諸佛是。 深觀空三昧, 身心安不動。

 誰得安隱眠? 所謂慈悲者, 常修不放逸, 視眾如一子。

 眾生無明冥, 不見煩惱果, 常造諸惡業, 不得安隱眠。

 若為於自身, 及以他人身, 造作十惡業, 不得安隱眠。

 若言為樂故, 害父無過咎, 隨是惡知識, 不得安隱眠。

 若食過節度, 冷飲而過差, 如是則病苦, 不得安隱眠。

 若於王有過, 邪念他婦女, 及行壙路者, 不得安隱眠。

 持戒果未熟, 太子未紹位, 盜者未獲財, 不得安隱眠。

 

왕이 곧 게송으로 답했다.

  「만약 일체의 모든 번뇌를 영원히 끊고
  삼계(三界)에 탐착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마침내 편안한 잠을 얻으리라.

 

  만약 대열반을 얻어 그 심오한 뜻을 연설하면
  참된 바라문이라 하리니,
    마침내 편안한 잠을 얻으리라.

 

  몸으로 악업을 짓지 않고, 입은 네 가지 허물[四過*]을 여의며,
  마음에 의망(疑網)이 없으면 
    마침내 편안한 잠을 얻으리라.

 

  몸과 마음에 열뇌(熱惱)가 없이 고요한 곳에 안주하면
  무상(無上)의 낙을 얻어 
    마침내 편안한 잠을 얻으리라.

 

  마음이 취착(取著)하는 곳이 없고 모든 원수를 멀리하면
  항상 화평하여 다툼이 없으리니,
    마침내 편안한 잠을 얻으리라.

 

  만약 악업을 짓지 않고 마음으로 늘 참괴(慚愧)를 느끼며,
  악(惡)에는 과보가 있음을 믿는다면 
    마침내 편안한 잠을 얻으리라.

 

  부모를 공경하여 공양하고 한 생명도 해치지 아니하며,
  남의 재물을 훔치지 않는다면 
    마침내 편안한 잠을 얻으리라.

 

  제근(諸根)을 조복하고 선지식을 친근하며
  네 가지 마군 무리[四魔眾*]를 무찌르면 
    마침내 편안한 잠을 얻으리라.

 

  길(吉)과 불길(不吉), 고(苦)와 낙(樂) 따위를 보지 않고
  모든 중생을 위해 생사를 윤전(輪轉)할 수 있다면
  마침내 편안한 잠을 얻으리라.

 

  뉘라서 편안한 잠을 얻을 것인가?
    소위 제불(諸佛)이 그 분이시라.
  공(空)의 삼매를 깊이 관하시니,
    몸과 마음이 편안하여 흔들림이 없으시도다.

 

  뉘라서 편안한 잠을 얻을 것인가?
    소위 자비로운 자라.
  항상 불방일(不放逸)을 닦으면서
    중생 보기를 외아들 같이 하도다.

 

  중생은 무명(無明)으로 어두우니
    번뇌의 과(果)를 보지 못하고
  항상 온갖 악업을 지으니,
    편안한 잠을 얻지 못하는도다.

 

  만약 제 몸과 타인의 몸을 위해
  열 가지 악업[十惡業]을 짓는다면 
    편안한 잠을 얻지 못하리라.

 

  만약 낙(樂)을 얻기 위해
    부친을 살해해도 죄가 없다고 한다면,
  이는 악지식(惡知識)을 따르는 것이라 
    편안한 잠을 얻지 못하리라.

 

  만약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고
    찬 것 마시는 일이 지나치면
  이러한 것이 병이되리니, 
    편안한 잠을 얻지 못하리라.

 

  만약 왕에게 허물이 있어
    남의 부녀를 그릇되이 마음에 두거나
  죽음의 길로 간다면
    편안한 잠을 얻지 못하리라.

 

  지계(持戒)의 열매가 덜 익었거나
    태자를 옹립하지 못했거나
  도둑이 재물을 아직 훔지지 못했다면 
    편안한 잠을 얻지 못하리라.

 

*四過; 口四過, 즉 惡口, 兩舌, 妄語, 綺語.
*四魔; 煩惱魔, 陰魔(蘊魔), 死魔, 自在天魔(天子魔).

 

「耆婆!我今病重,於正法王,興惡逆害,一切良醫妙藥、呪術、善巧、瞻病所不能治。
何以故?我父法王如法治國,實無辜咎,橫加逆害。如魚處陸,當有何樂?
如鹿在弶,初無歡心;如人自知命不終日;如王失國逃迸他土;如人聞病不可療治;
如破戒者聞說罪過。我昔曾聞智者說言:『身口意業若不清淨,當知是人必墮地獄。』
我亦如是,云何當得安隱眠耶?今我又無無上大醫,演說法藥,除我病苦。」

 

「지바(耆婆)여! 나는 정법왕(正法王)을 악심 품고 시역하였으니 지금 병이 위중하여
어떤 양의(良醫)의 교묘한 묘약이나 주술로도 병을 감당해 치료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의 부친 법왕께서는 여법하게 나라를 다스려 실로 허물이 없으셨건만
임의로 역해(逆害)를 가했으니, 물고기가 뭍에 오른 듯하거늘 무슨 낙이 있겠는가?
덫에 걸린 사슴과 같아서 애초에 기쁜 마음이 없고, 자기 죽을 날을 아는 사람과 같고,
나라를 잃고 다른 나라로 도피한 왕 같고,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 같고,
파계한 자가 죄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 같다.
나는 일찍이 지혜있는 자가 『신구의(身口意) 업이 청정치 못하면
그 사람은 반드시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는 말을 들었거니와,
내가 또한 그러하니, 어떻게 편안히 잘 수 있겠는가?
지금 내게는 법약(法藥)을 연설하여 나의 병고(病苦)를 없애 줄 더없이 큰 의원도 없다.」

 

耆婆答言:「善哉,善哉!王雖作罪,心生重悔,而懷慚愧。
大王!諸佛世尊常說是言:『有二白法,能救眾生:一慚、二愧。
慚者自不作罪,愧者不教他作;慚者內自羞恥,愧者發露向人;
慚者羞人,愧者羞天;是名慚愧。無慚愧者不名為人,名為畜生。
有慚愧故,則能恭敬父母師長;有慚愧故,說有父母兄弟姊妹。』
善哉大王!具有慚愧。大王且聽,臣聞佛說:
『智者有二:一者不造諸惡,二者作已懺悔;愚者亦二,一者作罪,二者覆藏。
雖先作惡後能發露,悔已慚愧更不敢作,猶如濁水置之明珠,以珠威力水即為清;
如烟雲除,月則清明。作惡能悔,亦復如是。』
王若懺悔懷慚愧者,罪即除滅,清淨如本。
大王!富有二種:一者象馬、種種畜生,二者金銀、種種珍寶。
象馬雖多,不敵一珠。大王!眾生亦爾,一者惡富,二者善富。多作諸惡,不如一善。
臣聞佛說,修一善心,破百種惡。大王!如少金剛能壞須彌,亦如少火能燒一切,
如少毒藥能害眾生,少善亦爾能破大惡。雖名少善,其實是大。何以故?破大惡故。
大王!如佛所說覆藏者漏,不覆藏者則無有漏,發露悔過是故不漏。
若作眾罪不覆不藏,以不覆故罪則微薄,若懷慚愧罪則消滅。

大王!如水渧雖微,漸盈大器,善心亦爾,一一善心能破大惡。
若覆罪者罪則增長,發露慚愧罪則消滅,是故諸佛說有智者不覆藏罪。
善哉大王!能信因果、信業、信報,唯願大王莫懷愁怖。
若有眾生造作諸罪,覆藏不悔心無慚愧,不見因果及以業報,
不能諮啟有智之人不近善友,如是之人一切良醫乃至瞻病所不能治。
如迦摩羅病世醫拱手,覆罪之人亦復如是。云何罪人?謂一闡提。
一闡提者,不信因果,無有慚愧,不信業報,不見現在及未來世,不親善友,
不隨諸佛所說教戒,如是之人名一闡提,諸佛世尊所不能治。
何以故?如世死屍,醫不能治。一闡提者亦復如是,諸佛世尊所不能治。
大王今者非一闡提,云何而言不可救療?

 

지바가 대답했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왕께서는 비록 죄를 지으셨으나
마음으로 거듭 뉘우치고 참괴(慚愧)를 느끼시는군요.
대왕이시여! 제불세존께서는 항상 말씀하시기를,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두 가지 좋은 법[白法法]이 있으니,
하나는 참(慚)이요, 다른 하나는 괴(愧)니라.
참(慚)이란 스스로 죄를 짓지 않는 것이요, 괴(愧)는 남을 짓지 않게 하는 것이며,
참은 안으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요, 괴는 사람들에게 발로(發露)하는 것이며,
참은 사람에게 부끄러운 것이요, 괴는 하늘에 부끄러운 것이니, 이를 참괴라 하느니라.
참괴(慚愧)가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 축생이라 할 것이요,
참괴가 있는 즉 능히 부모와 스승을 공경하고,
참괴가 있음으로써 부모와 형제, 자매가 있다고 할 것이니라.』고 하십니다.
장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참괴를 갖추셨으니.
대왕께서는 이제 들으소서. 신이 들었는데, 부처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는 두 종류가 있어서, 첫째는 악을 짓지 않는 자요,
둘째는 이왕 지었거든 참회하는 자이니라. 어리석은 자도 두 종류가 있어서
첫째는 죄를 짓는 자요, 둘째는 짓고도 감추는 자이니라.
비록 악을 지었더라도 뒤에 발로(發露)하고 뉘우치며 참괴하고 다시 짓지 말아서
마치 탁한 물에 맑은 구슬을 넣으면 구슬의 위력으로 물이 곧 맑아지듯,
또 가렸던 구름이 걷치면 달이 곧 밝아지듯이 악을 짓고 뉘우치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하셨으니, 왕께서 만일 참회하고 참괴를 느끼신다면
죄는 곧 제멸하여 본래대로 깨끗할 것이옵니다.

대왕이시여! 부(富)에는 두 종류가 있어 첫째는 상마(象馬)나 여러가지 가축이요,
둘째는 금은(金銀)이나 갖가지 진보(珍寶)이지만,
상마(象馬)가 비록 많더라도 구슬 하나에 대적하지 못하듯이,
대왕이시여! 중생도 그러하여 첫째는 악한 부(富)요, 둘째는 선한 부(富)이지만
악을 많이 짓는 것은 하나의 선(善)만 같지 못하나이다.
신이 듣건대, 부처님은 "하나의 선한 마음을 닦아 백 가지 악을 무찌른다." 하셨거니와,
대왕이시여! 적은 금강(金剛)이 능히 수미산을 무너뜨리고,
또 작은 불이 일체를 태우며, 적은 독약이 능히 중생을 해치듯이,
적은 선(善)도 그러하여 능히 큰 악(惡)을 격파하기에
비록 적은 선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실로 크다 할 것이니,
왜냐하면 큰 악을 무찌르기 때문이옵니다.

대왕이시여! 부처님 말씀하신 바 "숨기는 자는 번뇌[漏]가 있지만
숨지지 않는 자는 번뇌가 없다. 털어놓고 허물을 뉘우쳤기에 번뇌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죄를 지었으나 숨기지 아니하면 숨기지 않은 까닭에 죄가 곧 미미해지거니와,
만약 참괴(慚愧)를 느낀다면 죄는 곧 소멸한다"와 같을 것이옵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물방울이 비록 작지만 점차 큰 그릇을 채우듯이, 선한 마음도 그러하여
낱낱의 선한 마음이 큰 악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만일 죄를 숨기면 죄는 곧 늘어가고, 털어놓고 참회하면 죄는 곧 소멸될 것이라
그래서 제불께서는 '지혜로운 자는 죄를 숨기지 않는다' 하셨나이다.
장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인과(因果)를 믿고 업(業)을 믿고 과보[報]를 믿으신다니.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근심으로 두려워 마소서.
만일 어떤 중생이 모든 죄를 짓고 숨기며 뉘우치지 않고 마음에 참괴가 없으며,
인과와 업보를 보지 못하고, 지혜로운 사람에게 묻지도 않고,
선지식을 가까이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람은 어떤 의원도 병을 치료할 수 없나이다.
가마라병(迦摩羅病*)은 세간의 의원이 손 쓸 수 없듯이, 죄를 숨기는 자도 그와 같나이다.
무엇을 죄인니라 하겠습니까? 일천제를 말합니다.
일천제란 인과를 믿지 않고, 참괴도 없고, 업보도 믿지 않고,
현재와 미래세를 보지도 못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하지도 않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계율의 가르침도 따르지 않는 이런 사람을 일천제라 하거니와,
제불세존도 치료하시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죽은 시체는 의원이 고칠 수 없듯이,
일천제도 그와 같아서 제불세존도 치료할 수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일천제가 아니시거늘, 어찌 치료받을 수가 없다 하시나이까?

 

*迦摩羅(kāmalā); 黃疽病의 一種. 患此病,眼根損壞,見一切色皆如黃色,頗難治癒。

 

「如王所言無能治者,大王當知,迦毘羅城淨飯王子,姓瞿曇氏,字悉達多,
無師覺悟,自然而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三十二相、八十種好莊嚴其身,
具足十力、四無所畏、一切知見、大慈大悲,憐愍一切如羅睺羅,
隨善眾生如犢逐母,知時而說,非時不語,實語、淨語、妙語、義語、法語、一語,
能令眾生永離煩惱。善知眾生諸根心性,隨宜方便無不通達。
其智高大如須彌山,深邃廣遠猶如大海。
是佛世尊有金剛智,能破眾生一切惡罪,若言不能,無有是處。
今者去此十二由旬,在拘尸那城娑羅雙樹間,而為無量阿僧祇等諸菩薩僧,演種種法:
若有、若無、若有為、若無為、若有漏、若無漏、若煩惱果、若善法果、
若色法、若非色法、若非色、非非色法、若我、若非我、若非我、非非我、
若常、若非常、若非常、非非常、若樂、若非樂、若非樂、非非樂、
若相、若非相、若非相、非非相、若斷、若非斷、若非斷、非非斷、
若世,若出世、若非世、非出世、若乘、若非乘、若非乘非非乘、
若自作自受、若自作他受、若無作無受。
大王!若當於佛所,聞無作無受,所有重罪即當消滅。

 

「대왕께서는 치료할 수 있는 자가 없다 하셨으나, 대왕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가비라성의 정반왕자(淨飯王子)는 성이 구담(瞿曇)씨요, 자(字)는 실달다(悉達多)이신데,
스승 없이 깨달으시고 자연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으며,
32상(相)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하시고, 십력(十力)과 4무소외를 구족하셨으며,
일체를 지견(知見)하시고, 대자대비로 일체를 마치 외아들 라후라처럼 연민하시어
중생을 송아지가 어미를 쫓듯이 잘 따르시며, 때 맞춰 말씀하시고,
때가 아니면 말씀하지 않으시며, 진실한 말, 깨끗한 말, 오묘한 말, 이치 있는 말,
법다운 말, 한결같은 말로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번뇌를 길이 여의게 하십니다.
중생의 근기와 심성(心性)을 잘 아시고, 마땅한 방편에 통달치 못함이 없으시며,
그 지혜가 높고 크기는 수미산 같고, 깊고 넓기는 바다와 같습니다.
이 부처님 세존은 금강같은 지혜가 있으시어 능히 중생의 모든 악한 죄를 깨뜨리시는데,
만일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면 옳지 못합니다. 

지금 여기서 12유순(由旬)을 가면 구시나성 사라쌍수 사이에서
무량한 아승지의 보살스님들을 위해 여러가지 법, 즉 유(有)와 무(無),
유위(有為)와 무위(無為), 유루(有漏)와 무루(無漏), 번뇌의 과(果)와 선법(善法)의 과,
색의 법[色法]과 색 아닌 법, 색 아니고 색 아님도 아닌 법,
나[我]와 나 아님, 나 아니고 나 아님도 아닌 법,
항상함[常]과 항상함이 아님, 항상함도 아니고 항상함이 아님도 아닌 법,
낙(樂)과 낙 아님, 낙도 아니고 낙 아님도 아닌 법,
상(相)과 상 아님, 상도 아니고 상 아님도 아닌 법,
단(斷)과 단 아님, 단도 아니고 단 아님도 아닌 법,
세간[世]과 출세간, 세간도 아니고 출세간도 아닌 법,
승(乘)과 승 아님, 승도 아니고 승 아님도 아닌 법,
자기가 지은 것을 스스로 받는 법, 자기가 지은 것을 남이 받는 법,
지음이 없으면 받음도 없다는 법 따위를 연설하고 계시니,
대왕이시여! 만일 부처님 계시는 곳에서 지음이 없으면 받음도 없다는 법을 들으신다면
가지고 계시는 무거운 죄들이 곧 소멸하게 될 것이옵니다.

 

「王今且聽,釋提桓因命將欲終,有五相現:
一者衣裳垢膩,二者頭上花萎,三者身體臭穢,四者腋下汗出,五者不樂本座。
時天帝釋或於靜處,若見沙門、若婆羅門,即至其所,生於佛想。
爾時沙門及婆羅門見帝釋來,深自慶幸,即說是語:『天主!我今歸依於汝。』
釋聞是已,乃知非佛。復自念言:『彼若非佛,不能治我五退沒相。』
是時御臣名般遮尸,語帝釋言:『憍尸迦!乾闥婆王名敦浮樓,
其王有女,字須跋陀,王若能以此女見與,臣當示王除衰相處。』
釋即答言:『善男子!毘摩質多阿修羅王有女舍脂,是吾所敬,
卿若必能示吾消滅惡相處者,猶當相與,況須跋陀?』
『憍尸迦!有佛世尊字釋迦牟尼,今者在於王舍大城,
若能往彼諮稟未聞,衰沒之相必得除滅。』
『善男子!若佛世尊審能滅者,便可迴駕至其住處。』

御臣奉命即迴車乘,到王舍城耆闍崛山,至於佛所頭面禮足,却坐一面,白佛言:
『世尊!天人之中誰為繫縛?』『憍尸迦!慳、貪、嫉妬。』
又言:『慳貪嫉妬,因何而生?』答言:『因無明生。』
又言:『無明復因何生?』答言:『因放逸生。』
又言:『放逸復因何生?』答言:『因顛倒生。』
又言:『顛倒復因何生?』答言:『因疑心生。』
『世尊!顛倒之法因疑生者,實如聖教。
何以故?我有疑心,以疑心故,則生顛倒,於非世尊,生世尊想。
我今見佛,疑網即除,疑網除故顛倒亦盡,顛倒盡故,無有慳心乃至妬心。』
佛言:『汝言無有慳妬心者,汝今已得阿那含耶,阿那含者無有貪心。
若無貪心,云何為命來至我所?而阿那含實不求命。』
『世尊!有顛倒者則有求命,無顛倒者則不求命。
然我今者實不求命,所欲求者,唯佛法身及佛智慧。』
『憍尸迦!求佛法身及佛智慧,將來之世必當得之。』
爾時帝釋聞佛說已,五衰沒相即時消滅,便起作禮,遶佛三匝,恭敬合掌而白佛言:
『世尊!我今即死即生、失命得命,又聞佛記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是為更生為更得命。世尊!一切人天,云何增益?復以何緣,而致損減?』
『憍尸迦!鬪諍因緣,人天損減;善修和敬,則得增益。』
『世尊!若以鬪諍而損減者,我從今日更不復與阿修羅戰。』
佛言:『善哉,善哉!憍尸迦!諸佛世尊說忍辱法,是阿耨多羅三藐三菩提因。』

 

「대왕께서는 이제 들으십시오. 제석환인은 임종이 다가오면 다섯 가지 현상이 있는데,
첫째는 옷에 기름때가 묻고, 둘째는 머리 위의 꽃이 시들고,
셋째는 몸에서 냄새가 나고, 넷째는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고,
다섯째는 본래 앉던 자리가 즐겁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때 천제석은 고요한 곳에 사문이나 바라문이 있거든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그곳으로 가는데, 사문과 바라문은 제석이 오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천주시여! 나는 이제 당신께 귀의합니다』 말하면,
제석이 듣고서 부처님이 아님을 알고 다시 생각합니다.
『저들이 부처님이 아니다면 나의 다섯 가지 퇴몰하는 현상을 고치지 못하겠구나.』
이때 반차시(般遮尸)라는 신하가 제석에게 말하되,
『교시가(憍尸迦)시여! 돈부루(敦浮樓)라는 건달바 왕에게는
수발타(須跋陀)라는 딸이 있는데, 왕께서 그녀를 주실 수 있다면
신이 대왕의 쇠퇴현상을 없애드리겠나이다.』 하거든,
제석이 답하여 『선남자야! 비마질다(毘摩質多) 아수라 왕의 딸 사지(舍脂)는
나도 흠모하는 바이지만 경이 반드시 나의 나쁜 현상을 소멸시켜 준다면
그녀일지라도 줄 터인데, 하물며 수발타이겠느냐?』 하자,
『교시가시여! 석가모니라는 부처님 세존께서 지금 왕사성에 계시는데,
그곳에 가시어 여쭙고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말씀을 들으시면,
쇠몰하는 현상이 반드시 제멸될 것이옵니다.』 하니,
『선남자야! 만일 부처님 세존께서 참으로 멸해주신다면
곧 가마를 돌려 그곳으로 가자.』 하였나이다.

신하가 명을 받들어 가마를 돌려 왕사성 기사굴산으로 가서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머리 조아려 발에 예를 올리고 한 쪽으로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천상과 인간 중에는 무엇에 속박되나이까?』
『교시가여! 간(慳)과 탐(貪), 질투(嫉妬)니라.』
『간, 탐, 질투는 무엇 때문에 생깁니까?』
『무명(無明)으로 인해 생긴다.』
『무명은 또 무엇으로 인해 생깁니까?』
『방일(放逸)함으로 인해 생긴다.』
『방일은 또 무엇으로 인해 생깁니까?』
『전도(顛倒)로 인해 생긴다.』
『전도는 또 무엇으로 인해 생깁니까?』
『의심으로 인해 생긴다.』
『세존이시여! 전도가 의심에서 생긴다는 것은 실로 거룩한 가르침이십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의심이 있어서 그 의심 때문에 전도가 생겨나
세존 아닌 데에 세존이라는 생각을 하였거니와, 제가 이제 부처님을 뵈니,
의망(疑網)이 곧 사라졌고, 의망이 없어지니 전도도 또한 다했사오며,
전도가 다하니 간심(慳心)이나 질투심까지도 없어졌기 때문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대가 간탐도 질투심도 없어졌다고 한다면
그대는 이제 아나함(阿那含)을 얻었는가? 아나함이란 탐심이 없다는 것이니,
만일 탐심이 없다면 어째서 목숨을 위해 내게 온 것인가?
아나함은 실로 목숨을 구하지 않는다네.』
『세존이시여! 전도가 있다는 것인 즉 목숨을 구함이 있다는 것이요,
전도가 없다는 것은 목숨을 구함이 없다는 것이겠거니와,
저는 지금 목숨을 구하는 것이 아니오라
구하려는 것은 다만 부처님의 법신과 부처님의 지혜이옵니다.』
『교시가여! 부처님의 법신과 지혜를 구한다면 오는 세상에 반드시 얻게 될 것이요.』
이에 제석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자 다섯 가지 쇠몰현상이 즉시 소멸한지라
곧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올리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돈 다음 공경히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죽는 것이 곧 태어나는 것이요,
목숨을 잃는 것이 곧 목숨을 얻는 것이옵고, 또 부처님으로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들었으니,
이것은 다시 태어난 것이요 새 목숨을 얻은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인천(人天)은 어찌하여 늘어나고, 또 무슨 인연으로 줄어드나이까?』
『교시가여! 투쟁(鬪諍)의 인연으로 인간과 천상이 줄어들고,
화목과 공경을 잘 닦으면 늘어나느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투쟁으로 줄어드는 것이라면
저는 오늘부터 다시는 아수라와 싸우지 않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장하도다! 교시가여!
제불세존은 인욕법(忍辱法)을 설하거니와, 이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인(因)이니라.』

 

「爾時釋提桓因,即前禮佛,於是還去。
大王!如來以能除諸惡相,是故稱佛不可思議。王若往者,所有重罪必當得除。
大王且聽,有婆羅門子,字曰不害,以殺無量諸眾生故名鴦崛魔。
復欲害母,惡心起時,身亦隨動,身心動者即五逆因,五逆因故必墮地獄。
後見佛時身心俱動,復欲生害,身心動者即五逆因,五逆因故當入地獄。
是人得遇如來大師,即時得滅地獄因緣,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是故稱佛為無上醫,非六師也。

 

「이에 석제환인은 부처님 전에 절하고 돌아갔나이다.
대왕이시여! 여래는 악한 모든 것을 제멸하시므로 부처님은 불가사의하다고 하는 것이니,
대왕께서 만약 가신다면 모든 무거운 죄가 반드시 없어질 것이옵니다.
대왕께서는 또 들으소서, 어떤 바라문의 아들 불해(不害)라는 자는
무량한 중생들을 죽임으로써 앙굴마(鴦崛魔*)라 하였는데,
다시 모친을 죽이려는 나쁜 마음이 일으키니 몸도 따라 동하고
몸과 마음이 동한 즉 오역(五逆)의 인(因)인 것이라
오역의 인 때문에 필경 지옥에 떨어질 것이었고,
훗날 부처님을 보거든 몸과 마음이 다같이 동하여 또 해치고자 하였으니,
몸과 마음이 동한 즉 오역의 인인 것이라 오역의 인 때문에 지옥에 들어갈 것이었으나,
이 사람이 여래라는 큰 스승을 만나자 즉시에 지옥의 인연이 멸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으니,
그래서 부처님을 육사(六師)가 아닌 위없는 의원이라 하는 것입니다.

 

*鴦崛魔; 央掘摩羅(Aṅgulimālya). 살인함으로써 열반을 얻는다고 믿고, 시가지에 나가
999인을 죽이고 그 손가락을 잘라 만(鬘)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다니면서
천 번째로 그의 생모를 죽이려 하였는데, 부처님께서 그를 가련히 여기사
정법을 설하시니, 곧 잘못을 참회하고 불문(佛門)에 들어와 후에 나한과를 얻었다 한다.

 

「大王!復有須毘羅王子,其父瞋之,截其手足,推之深井。
其母矜愍,使人牽出,將至佛所。尋見佛時,手足還具,即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大王!以見佛故,得現果報,是故稱佛為無上醫,非六師也。

 

「대왕이시여! 또 수비라(須毘羅)왕자는 그의 부친이 화가 나서
손발을 잘라 깊은 우물 속에 던져버렸는데,
그의 모친이 불쌍히 여겨 사람을 시켜 건져내 부처님께 데리고 갔더니,
부처님을 뵙자마자 손발이 다시 돌아온지라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더이다.
대왕이시여! 부처님을 만남으로써 현재의 과보를 얻었으니,
그래서 부처님을 육사가 아닌 위없는 의원이라 하는 것입니다.

 

「大王!如恒河邊有諸餓鬼,其數五百,於無量歲,初不見水,
雖至河上,純見流火,飢渴所逼發聲號哭。爾時如來,在其河側,欝曇鉢林,坐一樹下。
時諸餓鬼來至佛所,白佛言:『世尊!我等飢渴,命將不遠。』
佛言:『恒河流水,汝何不飲?』鬼即答言:『如來見水,我則見火。』
佛言:『恒河清流,實無火也,以惡業故心自顛倒,謂為是火。
我當為汝除滅顛倒,令汝見水。』爾時世尊,廣為諸鬼說慳貪過。諸鬼即言:
『我今渴乏,雖聞法言,都不入心。』佛言:『汝若渴乏,先可入河,恣意飲之。』
是諸鬼等,以佛力故,即得飲水。既飲水已,如來復為種種說法,既聞法已,
悉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捨餓鬼形,得於天身。
大王!是故稱佛為無上醫,非六師也。

 

「대왕이시여! 항하강변의 아귀들은 그 수가 오백인데,
무량한 세월을 물이라고는 보지 못하고, 강 위로 가도 흐르는 불만 보이니,
갈증에 시달려 울부짖고 있었나이다.
이때 여래께서는 그 강가의 우담바라 숲 한 나무 아래 앉아 계셨는데,
그때 아귀들이 부처님께 와서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갈증으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옵니다.』 하니,
부처님께서 『항하의 흐르는 물을 너희는 왜 마시지 않느냐?』 물으시자,
아귀들이 답하되, 『여래께서는 물을 보시지만 저희는 불을 보나이다.』 하는지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항하의 맑은 물은 실로 불이 아니거늘,
以악업 때문에 마음이 전도하여 그것을 불이라 하는 것이다.
내 마땅히 너희의 전도를 제멸하여 너희로 하여금 물을 보게 하리라.』
이에 세존께서 널리 아귀들을 위해 간탐(慳貪)의 허물을 설하셨는데,
아귀들이 말하기를, 『저희는 지금 목이 말라서 법문을 들어도
도무지 마음에 들어오지 않나이다.』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만약 목이 마르거든
우선 강으로 들어가서 마음껏 마시거라.』
이 아귀들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곧 물을 마셨고,
기왕 물을 마시고 나서는 여래께서 다시 갖가지로 법을 설하셨으며,
기왕 법을 듣고서는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여
아귀의 형상을 버리고 하늘의 몸을 얻었나이다.
대왕이시여! 그러니 부처님을 위없는 의원이요, 육사가 아니다고 하는 것입니다.

 

「大王!舍婆提國群賊五百,波斯匿王,挑出其目,無有前導,不能得往至於佛所。
佛憐愍故,即至賊所,慰喻之言:『善男子!善護身口,更勿造惡。』
諸賊即時聞如來音,微妙清徹,尋還得眼。即於佛前合掌禮佛,而白佛言:
『世尊!我今知佛慈心普覆一切眾生,非獨人天。』爾時如來即為說法。
既聞法已,悉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是故如來真是世間無上良醫,非六師也。

 

「대왕이시여! 사위국[舍婆提國]에 도적떼가 오백이었는데,
파사익왕이 그들의 눈을 뽑아버려서 인도해 줄 사람 없이는
부처님 처소로 올 수가 없었는지라 부처님께서 측은히 여기시고,
곧 그들의 처소로 가시어 위로하셨습니다.
『선남자야! 몸과 입을 잘 간수하여 다시는 악을 짓지 말거라.』
도적들이 여래의 음성을 듣자 미묘하게도 맑게 뚫리더니 이윽고 눈을 얻게 되었으니,
즉시 부처님 전에 합장 예불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가 이제 부처님의 자비가 인천(人天) 뿐만이 아니라
일체중생을 두루 감싸고 있음을 알겠나이다.』
이때 여래께서 곧 법을 설하시니, 법을 듣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참으로 세간의 위없는 의원이시요, 육사가 아니신 것입니다.

 

「大王!舍婆提國有旃陀羅,名曰氣噓,殺無量人,見佛弟子大目犍連,
即時得破地獄因緣,而得上生三十三天。
以有如是聖弟子故,稱佛如來為無上醫,非六師也。

 

「대왕이시여! 사위국에 기허(氣噓)라는 전다라는 무량한 사람을 죽였으나,
부처님의 제자 대목건련(大目犍連)을 만난 즉시 지옥의 인연이 부숴져
삼십삼천 위에 태어났으니, 이런 거룩한 제자들이 있음으로써
부처님을 위없는 의원이시요, 육사가 아니시다고 하는 것입니다.

 

「大王!波羅捺城,有長者子,名阿逸多,婬匿其母,以是因緣,殺戮其父。
其母復與外人共通,子既知已,便復害之。有阿羅漢是其知識,於此知識復生愧恥,
即便殺之。殺已即到祇桓精舍,求欲出家。時諸比丘具知此人有三逆罪,無敢聽者。
以不聽故,倍生瞋恚,即於其夜大放猛火,焚燒僧坊,多殺無辜。
然後復往王舍城中,至如來所求哀出家。如來即聽,為說法要,
令其重罪漸漸輕微,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是故稱佛為世良醫,非六師也。

 

「대왕이시여! 바라내성(波羅捺城*) 한 장자의 아들인 아일다(阿逸多*)는
그의 어미를 몰래 간음하고, 이 인연으로 그의 아비를 살륙하였거니와,
그 어미가 다시 외부인과 정을 통하니, 아들이 알고 또 죽였나이다.
그런 일을 다 아는 아라한이 있어서 이 지식에게 부끄러움을 느꼈기에 곧 죽였고,
죽이고서는 기원정사로 가서 출가하려고 하였더니, 그때 비구들이 이 사람에게
삼역죄(三逆罪)가 있음을 알고, 들어주려는 사람이 없는지라,
들어주지 않는다 하여 몹시 성을 내면서 그날 밤 큰 불을 지르니,
승방(僧坊)이 불에 타 무고한 사람이 많이 죽었나이다.
그런 뒤에 또 왕사성 여래 계신 곳으로 가서 슬피 출가를 구하였기에
여래께서는 곧 허락하시고 법요(法要)를 설하시어 그의 무거운 죄로 하여금
점점 경미해지게 하시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나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세간의 양의(良醫)시요, 육사가 아니시다고 하는 것입니다.

 

*波羅捺(Vāraṇasi); 고대 인도 16대국 중 하나인 迦尸(Kāśi)國의 수도.
恒河流域의 鹿野園이 있는 곳. 西域記 상의 婆羅痆斯, 지금의 Benares.
부처님 시대에는 憍薩羅國의 통치하에 있었다 함.
*阿逸多(Ajita); 阿逸多는 彌勒(慈氏;姓)보살의 이름[字]이지만,
여기서의 아일다는 미륵보살이 아닌 다른 부처님 제자이다.

 

「大王!王本性暴惡,信受惡人提婆達多,放大醉象欲令踐佛。象既見佛,即時醒悟。
佛便申手摩其頂上,復為說法,悉令得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大王!畜生見佛,猶得破壞畜生業果,況復人耶?
大王當知,若見佛者,所有重罪必當得滅。

 

「대왕이시여! 왕께서는 본성이 포악하여 악인 제바달다를 믿고
술 취한 코끼리를 풀어 부처님을 밟아 죽이려 하였으나,
코끼리가 부처님을 보자 곧 정신이 들었는지라,
부처님께서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법을 설하시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나이다.
대왕이시여! 축생도 부처님을 만나 축생의 업과를 깨뜨렸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나이까?
대왕은 마땅히 아소서. 만일 부처님을 뵈면 무거운 죄가 반드시 멸해질 것이옵니다.

 

「大王!世尊未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時,魔與無量無邊眷屬至菩薩所。
菩薩爾時以忍辱力壞魔惡心,令魔受法,尋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佛有如是大功德力。

 

「대왕이시여! 세존께서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셨을 때,
마(魔)가 무량무변한 권속을 거느리고 이 보살에게 왔는데,
보살은 이때 인욕의 힘으로 마(魔)의 악한 마음을 무찌르시고,
마로 하여금 법을 받아들이게 하시니,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부처님은 이와 같이 큰 공덕력을 지니셨나이다.

 

「大王!有壙野鬼,多害眾生。如來爾時為善賢長者,至壙野村為其說法。

時壙野鬼聞法歡喜,即以長者授於如來,然後便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대왕이시여! 광야의 귀신이 많은 중생을 해치고 있었는데,
여래께서 그때 선현(善賢*)장자를 위해 광야촌으로 가시어 법을 설하고 계셨기에
광야의 귀신이 법문을 듣고 기뻐하며 곧 장자를 여래께 돌려드리고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善賢; 부처님 최후의 제자 蘇跋陀羅(須跋陀;Subhadra). 慧琳音義 18권에
「蘇跋陀羅는 아라한의 이름으로서 唐言으로는 善賢이다. 부처님 세상에 계실 때
최후로 득도한 聖弟子이니, 涅槃經 가운데 須跋陀羅가 바로 그이다.」 하였고,
本經 권40에서는 「佛告阿難:이 婆羅林 외부에 있는 須跋陀라는 梵志는
나이가 이미 120이 되었는데, 오신통을 얻었지만 교만을 버리지 못하였다.」 하셨다.
그는 외도로서 오신통과 非想非非想定까지를 얻은 인물인데, 부처님 열반에 드실 무렵
부처님 처소로 와서 부처님으로부터 八聖道를 듣고서 귀의하여 나한이 되었다.

 

「大王!波羅捺國有屠兒,名曰廣額,於日日中,殺無量羊。
見舍利弗,即受八戒經一日一夜,以是因緣,命終得為北方天王毘沙門子。
如來弟子尚有如是大功德果,況復佛也?

 

「대왕이시여! 바라내국(波羅㮈國*)의 광액(廣額)이라는 백정[屠兒]은
날마다 무량한 양을 죽이다가 사리불을 만난지 하루만에 팔계(八戒)를 받았는데,
그 인연으로 죽은 뒤에 북방천왕 비사문(毘沙門)의 아들이 되었나이다.
여래의 제자도 오히려 이렇듯 큰 공덕의 과(果)가 있는데, 하물며 부처님이겠나이까?

 

*波羅㮈國; 迦尸國. 당시 인도에서는 수도의 이름을 나라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大王!北天竺有城,名曰細石,其城有王,名曰龍印,貪國重位,戮害其父。
害其父已,心生悔恨,即捨國政,來至佛所,求哀出家。佛言:『善來。』
即成比丘,重罪消滅,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大王當知,佛有如是無量無邊大功德果。

 

「대왕이시여! 북천축 세석(細石*)이라는 성의 왕 용인(龍印)이라는 자는
나라를 탐내고 왕위를 중시하여 그의 부친을 살해하였으나,
마음으로 뉘우쳐 나라의 정사를 버리고 부처님을 찾아가 출가를 애원하니,
부처님께서 『잘 오셨소.』 하신 즉 비구가 되어 무거운 죄가 소멸한지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대왕은 마땅히 아소서.
부처님은 이렇듯 무량무변한 큰 공덕의 과(果)를 지니셨나이다.

 

*細石; 呾叉始羅國(Taksaśilā). 西域記에 나라의 둘레는 2천여리요,
도성의 둘레는 십여리에 달했다 하였다.

 

「大王!如來有弟提婆達多,破壞眾僧,出佛身血,害蓮花比丘尼,作三逆罪。
如來為說種種法要,令其重罪尋得微薄。是故如來為大良醫,非六師也。

 

「대왕이시여! 여래의 동생 제바달다는 승가(僧伽)의 화합을 깨뜨리고,
부처님 몸에 피를 흘리게 하며, 연화(蓮花)비구니를 해친 삼역죄(三逆罪)를 지었지만,
여래께서 갖가지 법요(法要)를 설하시어 그의 중죄를 미약하게 하셨으니,
그러므로 여래는 큰 의원이시요, 육사와 같지 않다는 것이옵니다.

 

「大王!若能信臣語者,唯願速往至如來所,若不見信,願善思之。
大王!諸佛世尊大悲普覆,不限一人,正法弘廣,無所不苞,怨親平等心無憎愛,
終不偏為一人令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餘人不得。如來非獨四部之師,
普是一切天人、龍、鬼、地獄、畜生、餓鬼等師,一切眾生亦當視佛如父母想。
大王當知,如來不但獨為豪貴之人跋提迦王而演說法,亦為下賤優波離等。
不獨偏受須達多阿那邠坻所奉飯食,亦受貧人須達多食。
不但獨為舍利弗等利根說法,亦為鈍根周梨槃特。
不但獨聽大迦葉等無貪之性出家求道,亦聽大貪難陀出家。

 

「대왕이시여! 만일 신의 말을 믿으신다면 바라옵건대 속히 여래께 가시고,
만일 믿어지지 않으시거든 잘 생각하시기 바라나이다.
대왕이시여! 제불세존께서는 대비로 널리 덮기를 한 사람에 한하지 않고,
정법이 크고 넓어 감싸지 못할 것이 없으며, 원수거나 친구거나 평등하여
마음에 미움도 사랑도 없으시며, 결코 한 사람에게만 치우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고 다른 사람은 얻지 못하게 하지 않으시나이다.
여래는 사부대중의 스승 뿐만이 아니라, 모든 천, 인, 용, 귀, 지옥, 축생, 아귀의
스승이시니, 일체중생도 또한 부처님 뵙기를 부모 생각하듯 하여야 합니다.
대왕은 마땅히 아소서. 여래는 부호인 발제가왕(跋提迦王)을 위해서 만이 아니라,
미천한 우파리(優波離*) 같은 이를 위해서도 법을 연설하시고,
수달다(須達多*) 아나빈지(阿那邠坻*)가 올리는 음식만 받으시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장자(長者;수달다)의 음식도 받으시며,
사리불 같은 영리한 근기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근기가 둔한 주리반특(周梨槃特*)에게도 법을 설하시며,
대가섭(大迦葉)같이 탐욕없는 성품만 출가하여 구도하기를 허락하시는 것이 아니라,
탐욕이 큰 난다(難陀*)의 출가도 허락하시나이다. 

 

*優波離(Upāli); 천한 수다라 출신으로 釋迦족 왕실의 이발사였으나
후에 부처님께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얻고 持戒第一의 弟子가 되었다.
*須達多(Sudatta); 善與, 善給, 善授, 善溫의 뜻으로 長者를 칭하는 말이다.
*阿那邠坻; 增壹阿含經 49卷 (七) 阿那邠祁長者經에 나오는 인물이다.
舍衛國 給孤獨의 長者로서 그의 일곱 아들이 佛法을 믿지 아니하매 슬퍼하던 끝에
각각 금 천냥씩을 주는 대신 부처님께 가서 가르침을 받아 정법에 귀의하게 하였다.
*周梨槃特(Cūḍa Panthaka); 그의 모친은 부유한 장자의 딸이었는데,
자기집 노비와 통정하고 타국으로 도망갔다가 회임하여 출산을 위해 돌아오던 중
길에서 아들을 낳았고, 둘째 아들도 길에서 낳았다.
형 莫訶般陀는 총명하였으나 동생 周羅般陀(周梨槃特)는 우둔하여 훗날 부처님께서
 '掃帚'를 외우라 하였더니 帚를 외우면 掃를 까먹고, 掃를 외우면 帚를 까먹다가
6년을 오로지 이것만 외운 끝에 「帚는 빗자루고, 掃는 없앤다는 것이다.
帚란 곧 팔정도요, 糞이란 삼독(三毒)이라는 더러운 것이니, 팔정도라는 빗자루로
삼독의 때를 쓸어 없애라는 것이 掃帚의 뜻이 아니겠는가?」 하고 깨달아 아라한이 되었다.
*難陀(Nanda); 부처님의 이복동생으로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였으나
두고 온 부인에 대한 욕정을 견디지 못하여 수차례 집으로 돌아가기를 거듭하다가
부처님의 훈계로 애욕을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不但獨聽煩惱薄者優樓頻螺迦葉等出家求道,
亦聽煩惱深厚造重罪者波斯匿王弟優陀耶出家求道。
不以莎草恭敬供養拔其瞋根,鴦崛摩羅惡心欲害捨而不救。
不但獨為有智男子而演說法,亦為極愚牉合智者女人說法。
不但獨令出家之人得四道果,亦令在家得三道果。
不但獨為富多羅等捨諸怱務閑寂思惟而說法要,
亦為頻婆娑羅王等統領國事理王務者而說法要。
不但獨為斷酒之人,亦為耽酒郁伽長者荒醉者說。
不但獨為入禪定者離婆多等,亦為喪子亂心婆羅門女婆私吒說。

 

번뇌가 엷은 우루빈나가섭(優樓頻螺迦葉*) 등에게만 출가구도를 허락하시는 것이 아니라,
번뇌가 두껍고 중죄를 지은 파사익왕의 동생 우타야(優陀耶)의 출가구도도 허락하시며,
사초(莎草*)를 공경히 공양하지 않더라도 진에(瞋恚)는 뿌리채 뽑혀 없으시고,
앙굴마라(鴦崛摩羅*)가 나쁜 마음으로 해치려 해도 그대로 두고 피하지 아니 하셨으며,
지혜 있는 남자만을 위해 법을 연설하시는 것이 아니라,
극히 어리석은 배우자인 지자(智者)의 여인을 위해서도 법을 설하시며,
출가한 사람만 네 가지 도과(道果)를 얻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재가인(在家人)도 세 가지 도과를 얻게 하시며,
부다라(富多羅*) 같이 급한 일을 버려두고 한가로이 사유하는 자만을 위해
법요를 설하시는 것이 아니라,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 같이 나라를 통치하고
왕무(王務)를 처리하는 자를 위해서도 법요를 설하시며,
술을 끊은 사람만을 위하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즐기는 욱가(郁伽)장자 같이 몹시 취한 자에게도 설하시며,
선정에 들어간 리바다(離婆多*) 같은 자만을 위하시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잃고 미쳐버린 바라문녀 바사타(婆私吒*)를 위해서도 설하시나이다. 

 

*優樓頻螺迦葉(Uruvilvā-kāśyapa); 優樓頻螺는 地名, 迦葉은 姓이다.
外道大師들 중 가장 먼저 부처님께 출가하여 四事供養 第一의 제자에 올랐다.
伽耶迦葉, 那提迦葉과 더불어 三迦葉이라 한다.
*莎草; 다년생 풀로서 풀잎으로는 染衣를 만들고, 뿌리는 香附라 하여 약재로 쓰인다.
본문에서는 袈裟를 의미하는 듯하다.
*鴦崛摩羅; 央掘摩羅(Aṅgulimālya).
*富多羅(putra); 사리불(舍利弗)존자는 奢利富多羅(Śāriputra), 舍利子요,
부루나(富樓那)존자는 富樓那彌多羅尼子(Pūrṇamaitrāyaṇī-putra)이니,
富多羅(putra)는 弗, 弗多, 弗羅, 弗多羅, 補怛羅로 표기되고, 아들(子)이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부처님의 아들[佛子], 또는 존자(尊者)의 의미로 쓰인듯 하다.
*頻婆娑羅(Bimbisāra)王; 부처님 시대의 마갈다국 왕.
*離婆多(Revata); 梨婆多, 離越, 離曰. 舍利弗의 동생으로 坐禪第一의 제자.
增一阿含經卷三 弟子品에 「坐禪入定,心不錯亂,所謂離曰比丘是。」라 하였다.
*婆私吒 (Vasistha); 經律異相卷第二十三(聲聞無學學尼僧部第十二)
<婆四吒母喪子發狂聞法得道十>에 여섯 아들을 잃고 미쳐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그녀에게 부처님이 법을 설하시어 본정신을 찾아 불법에 귀의케 하셨다고 하였다.
「有婆四吒(婆私吒)婆羅門。母有六子。相續命終念子發狂。裸形被髮隨路而走。

遙見世尊即得本心。慚愧羞恥斂身蹲坐。佛告阿難。取汝欝多羅僧與著聽法。阿難與衣著。

至佛前稽首禮佛。佛為說法示教利喜。受三自歸成優婆夷。歡喜而去。」

 

不但獨為己之弟子,亦為外道尼乾子說。不但獨為盛壯之年二十五者,亦為衰老八十者說。
不但獨為根熟之人,亦為善根未熟者說。不但獨為末利夫人,亦為婬女蓮花女說。
不但獨受波斯匿王上饌甘味,亦受長者尸利毱多雜毒之食。
大王當知,尸利毱多往昔亦作逆罪之因,以遇佛聞法,即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자기 제자들만을 위하시는 것이 아니라, 외도 니건자(尼乾子)를 위해서도 설하시며,
스물다섯 살 성장한 자들만이 아니라, 80세의 쇠약한 노인들을 위해서도 설하시며,
선근이 성숙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선근이 성숙하지 못한 자들을 위해서도 설하시며,
말리부인(末利夫人*)만이 아니라, 음녀인 연화녀(蓮花女)를 위해서도 설하시며,
파사익왕의 훌륭한 음식만 받으시는 것이 아니라,
장자 시리국다(尸利毱多)가 독을 탄 음식도 받으시나이다.
대왕은 마땅히 아소서. 시리국다도 옛적에 반역죄의 인(因)을 지었지만,
부처님을 만나 법을 들음으로써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末利夫人(Mālika); 舍衛國 波斯匿王의 夫人.

 

「大王!假使一月常以衣食供養恭敬一切眾生,不如有人一念念佛,所得功德十六分一。
大王!假使鍛金為人車馬載寶,其數各百以用布施,不如有人發心向佛舉足一步。
大王!假使復以象車百乘載大秦國種種珍寶,及其女人身佩瓔珞數亦滿百,
持用布施,猶故不如發心向佛舉足一步。
復置是事,若以四事供養三千大千世界所有眾生,猶亦不如發心向佛舉足一步。
復置是事,若使大王供養恭敬恒河沙等無量眾生,不如一往娑羅雙樹到如來所誠心聽法。」

 

「대왕이시여! 가사 한 달 동안을 의복과 음식으로 일체중생을 늘 공양 공경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잠깐 염불하여 얻는 공덕의 16분의 1만 같지 않고,
대왕이시여! 가사 금으로 만든 사람과 수레와 말에 각각 실은 많은 보배를 보시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향해 발심하고 한 걸음을 나아감만 같지 못하며,
대왕이시여! 가사 백 대의 코끼리 수레에 대진국(大秦國)의 갖가지 진보를 싣고,
그의 여인의 몸에 무수한 영락을 채워 보시하더라도,
오히려 부처님을 향해 발심하고 한 걸음을 나아감만 같지 못하거니와,
또 이 일은 차치하고, 만약 사사(四事)로 삼천대천세계의 중생을 공양하더라도
오히려 부처님을 향해 발심하고 한 걸음을 나아감만 같지 못하고,
또 이 일은 차치하고, 설사 대왕께서 항하사와 같은 무량한 중생을 공양 공경하더라도
한 번만이라도 사라쌍수의 여래께 가시어 성심껏 청법(聽法)하느니만 못하나이다.」

 

爾時大王答言:「耆婆!如來世尊性已調柔,故得調柔以為眷屬;
如栴檀林,純以栴檀而為圍遶。如來清淨,所有眷屬亦復清淨。
猶如大龍,純以諸龍而為眷屬。如來寂靜,所有眷屬亦復寂靜。
如來無貪,所有眷屬亦復無貪。佛無煩惱,所有眷屬亦無煩惱。
吾今既是極惡之人,惡業纏裹、其身臭穢、繫屬地獄,云何當得至如來所?
吾設往者,恐不顧念接敘言說。卿雖勸吾令往佛所,然吾今日深自鄙悼,都無去心。」

 

이때 대왕이 답했다. 「지바(耆婆)여!
여래세존의 성품은 조유(調柔)하시기에 조유를 얻은 이들로 권속을 삼으시니,
마치 전단숲이 순전히 전단으로만 둘러싸인 것과 같고,
여래는 청정하시기에 권속들도 역시 청정하여
마치 큰 용이 용들로만 권속을 삼는 것과 같으며,
여래는 적정(寂靜)하시기에 권속들도 적정하며,
여래는 탐욕이 없으시기에 권속들도 탐욕이 없으며,
부처님은 번뇌가 없으시기에 권속들도 번뇌가 없으려니와,
나는 기왕 극악무도한 사람이라 악업에 얽혀 있고 몸이 냄새나고 더러우며,
지옥에 딸려 있거늘, 어찌 여래께 갈 수 있겠는가?
내가 설령 가더라도 말씀해 주시려는 생각도 하지 않으실까 두렵소.
경이 나더러 부처님께 가라고 권하지만 나는 지금 날로 더욱 비참하기 짝이 없어서
도무지 가고싶은 마음이 없소이다.」

 

爾時虛空尋出聲言:「無上佛法,將欲衰殄,甚深法河於是欲涸,大法明燈將滅不久,
法山欲頹法船欲沈,法橋欲壞法殿欲崩,法幢欲倒法樹欲折,善友欲去,大怖將至,
法餓眾生將至不久,煩惱疫病將欲流行,大闇時至渴法時來,魔王欣慶解釋甲冑,
佛日將沒大涅槃山。大王!佛若去世,王之重惡更無治者。
大王!汝今已造阿鼻地獄極重之業,以是業緣必受不疑。
大王!阿者言無,鼻者名間,間無暫樂,故名無間。
大王!假使一人獨墮是獄,其身長大八萬由延,遍滿其中間無空處,
其身周匝受種種苦,設有多人身亦遍滿不相妨礙。
大王!寒地獄中暫遇熱風以之為樂;熱地獄中暫遇寒風亦名為樂;
活地獄中,設命終已,若聞活聲,即便還活;阿鼻地獄都無此事。
大王!阿鼻地獄四方有門,一一門外各有猛火,東西南北交過通徹八萬由延,
周匝鐵牆、鐵網彌覆,其地亦鐵,上火徹下,下火徹上。
大王!若魚在鏊,脂膏焦然,是中罪人,亦復如是。
大王!作一逆者,則便具受如是一罪,若造二逆罪則二倍,五逆具者罪亦五倍。
大王!我今定知王之惡業必不得免。唯願大王速往佛所,除佛世尊,餘無能救。
我今愍汝,故相勸導。」

 

이때 허공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더없이 높은 불법(佛法)이 장차 쇠진(衰殄)하고, 심오한 법의 강물이 이에 마르고,
큰 법의 밝은 등불이 머지 않아 멸하며, 법의 산이 무너지고 법의 배가 침몰하며,
법의 다리가 무너지고 법의 전당이 붕괴하며, 법의 깃발이 넘어지고 법의 나무가 꺾어지며,
선지식은 떠나가고 큰 공포가 찾아오며, 법의 굶주림이 중생에게 머지 않아 닥치고,
번뇌의 역병(疫病)이 유행하며, 큰 암흑의 시대가 이르고 갈법(渴法)시대가 오거든
마왕이 기뻐하며 부처님의 갑옷을 벗기려 할 것이요,
부처님의 해가 장차 대열반의 산으로 지리니,
대왕아! 부처님이 세상을 떠나시면 왕의 무거운 악은 다시 고쳐줄 자가 없을 것이요, 

대왕아! 너는 이미 아비지옥의 극히 중한 업을 지었으니,
그 업연(業緣)을 필경 받는다는 것이 의심할 여지가 없느니라.
대왕아! 아(阿)는 없다[無]는 말이요, 비(鼻)는 틈[間]을 말하며,
간(間)은 잠깐의 낙도 없다는 것이라 무간(無間)이라 하느니라.
대왕아! 가사 한 사람만 그 지옥에 떨어져도 그 몸이 팔만 유순으로 커져서
그 사이에 빈 틈이 없이 꽉 차버리니, 몸 주위가 갖가지로 괴로우려니와,
많은 사람의 몸을 넣어도 두루 가득하기는 마찬가지니라.
대왕아! 한지옥(寒地獄)에서는 열풍(熱風)을 만나 잠깐 즐겁기도 하고,
열지옥(熱地獄)에서는 한풍(寒風)을 만나 잠깐 즐겁기도 하며,
활지옥(活地獄)에서는 죽었다가도 '살아나라' 소리를 들으면 곧 다시 살아나지만,
아비지옥에는 도무지 그런 일이 없느니라.
대왕아! 아비지옥의 사방에는 문이 있는데,
문마다 문밖에 맹렬한 불길이 동서남북으로 팔만 유순까지 통하고 있으며,
주위에는 철의 장벽에 쇠그물이 덮여 있고 땅도 쇠인데다가
윗 불이 아래로 관통하고 아랫 불은 위로 관통해 있어서,
대왕아! 물고기가 무쇠판 위에서 기름에 지글지글 타듯이 그 안의 죄인들도 그와 같으니라.
대왕아! 일역(一逆)을 지으면 이렇게 한 번의 죄를 받지만,
만일 이역조(二逆罪)를 지으면 두 배로, 오역(五逆)을 다 지으면 다섯 배를 받느니라.
대왕아! 내가 지금 왕의 악업이 필경 면치 못할 것임을 정히 알거니와,
원컨대, 대왕은 속히 부처님께 가거라.
부처님 세존을 제하고는 아무도 구원해 줄 이가 없다.
내 지금 너를 불쌍히 여겨 권하는 것이니라.」

 

爾時大王聞是語已,心懷怖懼,舉身戰慄,五體掉動如芭蕉樹,仰而答曰:
「汝為是誰?不現色像,而但有聲。」

 

이때 대왕이 그 말을 듣자 두려움으로 온 몸에 전율을 느껴
오체(五體)를 파초나무 처럼 떨면서 허공을 우러러 말했다.
「당신은 누구길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소리만 들립니까?」

 

「大王!吾是汝父頻婆娑羅。汝今當隨耆婆所說,莫隨邪見六臣之言。」

 

「대왕아! 나는 네 아비 빈바사라(頻婆娑羅)니라.
너는 이제 지바의 말을 따르고, 여섯 신하의 그릇된 견해를 따라서는 않되느니라.」

 

時王聞已,悶絕躄地,身瘡增劇,臭穢倍前,雖以冷藥塗而治之,瘡烝毒熱,但增無損。

 

이때 왕이 그 말을 듣자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졌는데, 몸의 악창은 한층 심해지고,
전보다 배나 더 냄새나고 더러워져서 냉약(冷藥)을 발라 치료하였으나
악창은 독의 열기를 뿜어내며 늘어가기만 할 뿐 줄지 않았다.

 

 

大般涅槃經卷第十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