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宗無門關

무문관 제13칙 덕산탁발(德山托鉢) _덕산이 발우 들고 간 일

碧雲 2021. 5. 23. 09:00

德山托鉢

德山一日托鉢下堂。見雪峯問者。
老漢鐘未鳴鼓未響。托鉢向甚處去。山便回方丈。
峯舉似巖頭。頭云。大小德山未會末後句。
山聞。令侍者喚巖頭來。問曰。汝不肯老僧那。
巖頭密啟其意。山乃休去。
明日陞座。果與尋常不同。巖頭至僧堂前。拊掌大笑云。
且喜得老漢會末後句。他後天下人不奈伊何。

 

제13칙 덕산탁발(德山托鉢) _덕산이 발우를 들고 간 일

어느날 덕산(德山*)스님이 발우를 들고 승당을 내려가시는 것을 설봉(雪峯)이 보고서
"노스님! 종도 아직 안 울렸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 가십니까?" 하니,
덕산은 곧 방장실로 되돌아 가셨는데,
설봉이 이 일을 암두(巖頭)에게 말하자, 암두가 말하기를,
"대소(大小*) 덕산이 아직 말후구(末後句*)를 모르는구나." 하였다.
덕산이 그 말을 전해 듣고서 시자더러 암두를 불러오게 하여,
"네가 이 늙은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 하고 묻자,
암두가 은밀히 그 뜻을 알려드리니, 덕산스님은 그만두셨는데,
다음날 법좌에 오르신 모습이 평상시와 다르셨다.
암두가 승당(僧堂) 앞에서 박수를 치며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노스님께서 말후구를 얻으셨으니, 무엇보다도 기쁘구나[且喜].
훗날 천하 사람들이 그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德山; 唐 鼎州德山宣鑒禪師, 姓은 周氏, 劍南人.
金剛經에 통달하였다 하여 周金剛이라 불렸는데 길거리에서 떡을 사서 점심으로 때우려다가
떡 파는 노파가 "過去心도 未來心도 現在心도 없다고 했는데 스님은 어느 마음[心]에
점찍으려 하시오?" 하는 질문에 꼼짝 못했던 분이다.
덕산의 학인 지도법 <방(棒)>은 임제스님의 <할(喝)>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었다.
암두전활(巖頭全奯)과 설봉의존(雪峰義存)은 그의 법을 이은 제자이다.
*舉似; 禪林用語。似는 示의 뜻. 古則을 들어 提示하다. 물건을 사람에게 보이다[以物示人].
*大小德山; 小德山은 설봉스님을 지칭한 것이니, 덕산과 설봉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末後句; 철저한 大悟에 이르러 토하는 지극한 말.
*陞座; 說法을 위해 높은 법좌에 올라 앉음. *拊掌; 박수(拍手)

 

無門曰。
若是末後句。巖頭德山俱未夢見在。撿點將來好。似一棚傀儡。

 

무문(無門)이 이르되,
만일 이것이 말후구라면 암두나 덕산이 모두 꿈에도 진짜를 보지 못한 것이다.
잘 점검해보면 한바탕 꼭두각시 놀음과 같았다.

 

*一棚; 一場

 

頌曰。

 識得最初句 便會末後句

 末後與最初 不是者一句

 

게송으로, 

 최초구(最初句*)를 얻어야 곧 말후구(末後句)를 알거니와

 말후구와 최초구는 한 구[一句]가 아니다.

 

*最初句; 말후구가 철저한 깨달음에서 얻어지는 것이라면,
 최초구는 깨달아 알기 이전에 본래 있었던 근본자리이다.

하나이겠는가 둘이겠는가?
 '一句가 아니다'는 '하나다 둘이다 최초다 말후다로 정해질 것이 아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