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天眼目

사료간(四料揀,四料簡)

碧雲 2022. 10. 4. 22:43

臨濟義玄 선사는 학인을 지도함에 있어서 人과 境의 奪, 不奪을 자유자재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으니,
①奪人不奪境, ②奪境不奪人, ③人境俱奪, ④人境俱不奪이다.
人이 主體이면 境은 客體요, 人이 師면 境은 學人이고, 人이 我면 境은 法이며, 人이 禪이면 境은 敎가 된다.
빼앗는다는 것[奪]은 不肯定이요, 빼앗지 않는다는 것[不奪]은 肯定이니,
學人의 根機에 따라 어느 때는 禪 어느 때는 敎, 때로는 肯定 때로는 不肯定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師初至河北住院。
見普化克符二上座。乃謂曰。
我欲於此建立黃蘗宗旨。
汝可成褫我。
二人珍重下去。
三日後。普化却上來問云。
和尚三日前說甚麼。
師便打。
三日後。克符上來問。
和尚昨日打普化作甚麼。
師亦打。
至晚小參云。
我有時奪人不奪境。
有時奪境不奪人。
有時人境俱奪。
有時人境俱不奪。
 선사가 처음으로 하북의 절에 주지할 때
보화(普化*)와 극부(克符*) 두 상좌를 보고 이르기를,
"내가 여기에 황벽의 종지(宗旨)를 세우려는데,
너희가 나를 박탈(剝奪;褫)할 수 있다." 하니,
두 사람은 자중하여 아무 말 없이 내려갔다.
3일 뒤에 보화(普化)가 올라오더니
"화상께서 3일 전에 무엇을 말씀하셨습니까?" 하고 묻자,
선사는 곧 후려쳤다.
또 3일 뒤에 극부(克符)가 올라와서
"화상께서 저번에 보화를 왜 때리셨습니까?" 하니,
선사는 또 후려쳤다.
저녁 소참(小參)때 이렇게 말했다.
"내게 어느 때는 사람은 빼앗되 경계[境]를 빼앗지 않고,
어느 때는 경계를 빼앗되 사람은 빼앗지 않기도 하며,
어느 때는 사람과 경계를 다 빼앗기도 하고,
어느 때는 사람과 경계를 다 빼앗지 않기도 한다." 

*普化; 魏府興化存獎禪師로 추정된다. 그가 선사의 시자로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서이다.
*克符; 涿州紙衣和尚

 僧問。如何是奪人不奪境。
師云。煦日發生鋪地錦。
嬰兒垂髮白如絲
(大慧云。此二句。一句存境。
一句奪人)。
 어느 스님이 "어떤 것이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입니까?" 하고 물으니,
선사는 "따사로운 햇빛은 온 땅을 비단으로 덮이게 하지만,
어린애 머리카락을 실처럼 희어지게도 한다." 하였다.
(대혜<大慧*>는 "이 두 구(句)가 한 구는 경계는 둔 것이고
한 구는 사람을 빼앗은 것이다." 하였다.)

*大慧; 臨安府徑山宗杲大慧普覺禪師(克勤佛果 法嗣) 南嶽下十五世

 僧問。如何是奪境不奪人。
師云。王令已行天下遍。
將軍塞外絕烟塵
(大慧云。上句奪境。
下句存人)。
 또 "어떤 것이 탈경불탈인(奪境不奪人)입니까?" 물으니,
선사는 "왕령(王令)은 천하에 두루 행해지고 있는데,
장군은 변방에서 통신수단이 끊긴 것이다[絕烟塵*]." 하였다.
(대혜는 "윗 구는 경계를 빼앗은 것이고,
아랫 구는 사람을 그대로 둔 것이다." 하였다.)

*烟塵; 연기와 먼지. 당시 통신수단으로 쓰였던 봉화(烽火).
*絕烟塵; ①超脫塵世 ②斷絕交通

 僧問。如何是人境俱奪。
師云。并汾絕信獨處一方

(大慧云。便有人境俱奪面目。
又云。吾初讀諸家禪錄。
見并汾紀信之語。
深以為疑。雖詰諸老。
皆含糊不辨。
既閱臨濟語。則知絕信二字。
葢并汾二州名。
僧問人境兩俱奪。
答云。獨處一方。其旨曉然。
方悟諸師之集皆有鳥焉之誤)。
 다시 "어떤 것이 인경구탈(人境俱奪)입니까?" 물으니,
선사는 "병주(并州)와 분주(汾州)로 소식이 끊긴 채
한 쪽에 홀로 처해 있는 것이다." 하였다.
(대혜는 "곧 사람과 경계 모두에서 면목(面目)을 빼앗는 것이다." 하고,
또 "내가 처음 여러 가문의 선록(禪錄)에서
 '병분기신(并汾紀信*)을 안다'는 말을 읽고서
몹시 의아하여 여러 노스님들에게 힐문했지만
다 얼버무리거나 분명히 말하지 못했었는데,
임제의 말을 접하고 나서 곧 절신(絕信)이란 두 글자가
대체로 병분(并汾) 2주(州)를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저 중이 '사람과 경계를 다 빼앗는 것'을 물었을 때
 '한 쪽에 홀로 처해 있는 것이다'고 답한 그 뜻이 뚜렷히 다가왔고,
여러 스님들의 말에 모두 조금씩 오류가 있음을 깨달았다." 하였다.)

*并汾紀信; 병주와 분주로 뿔뿔이 헤어져도 소식을 이어갈 연결고리[紀].

 僧問。如何是人境俱不奪。
師云。王登寶殿。野老謳歌
(大慧云。此是人境俱不奪也)。
 다시 또 "어떤 것이 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입니까?" 하자,
선사는 "왕이 보전(寶殿)에 오르면 시골 노인이 태평가를 부른다." 하였다.
(대혜는 "이는 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이다" 하였다.)

 

克符頌 -1. 극부(克符)의 송(頌)

「克符料揀」이라 한다. 극부(克符)는 탁주(涿州;河北固安) 사람으로 평상시 종이옷[紙衣]를 즐겨 입었기에
세칭 지의도자(紙衣道者), 지의화상(紙衣和尚)이라 하였는데,
임제선사의 사료간(四料揀)을 듣고 대오하여 이 송을 지었다 한다. 

奪人不奪境。
緣自帶誵訛。
擬欲求玄旨。
思量反責麼。
驪珠光燦爛。
蟾桂影婆娑。
覿面無回互。
還應滯網羅。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이여,
   스스로 효와(誵訛)를 가져오는 인연으로
   현지(玄旨)를 구하려는데
   사량(思量)이 책망으로 돌아오는가?
   여주(驪珠) 광채는 찬란하고
   섬계(蟾桂*) 그림자는 가물거리니[婆娑]
   대면해도 회호(回互*)가 없거니와
   도리어 그물에 걸려든다네.  
(大慧云。此頌大概在驪珠光燦爛
蟾桂影婆娑之上。
葢此二句是境也。
學人問奪人不奪境。
擬欲求玄旨思量反責麼。
大意只是。
不可思量擬議。思量擬議。
學人蹉却覿面相呈一著。
則被語言羅網矣)。
(대혜는 "이 송의 대개(大概)는 '여주 빛은 찬란하고
달그림자는 가물거린다' 위에 있다.
이 두 구는 경(境)인데,
학인이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을 물은 것이
현지를 구하려는 것인데 사량이 책망이되어 돌아오느냐 하는
대의(大意)가 다만 이것이다.
사량의의(思量擬議)할 수 없는 것을 사량의의하여
학인이 대면하여 한 수를 두겠다는 착각을 한 즉
언어의 그물에 걸린 것이다." 하였다.) 

*蟾桂; 蟾는 蟾蜍 즉 두꺼비, 桂는 桂樹(계수나무), 전설상 달에 있다는 두꺼비와 계수나무이니 달을 말한다.
*回互; 事物 상호간 연관이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어서 구별되지 않는 것이니,
華嚴宗의 理事無礙나 事事無礙에 상당한다.
반면 不回互는 事物이 각각 分位가 있어서 獨立自存하는 것이니, 華嚴宗의 理事各立나 事事住位에 상당한다.
回互不回互는 石頭禪의 主要主張으로 禪이치의 기초상 華嚴宗의 十玄緣起說에 속하는 것으로서
回互 중에 不回互가 있고 不回互 중에 또한 回互를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니,
이로써 相依相存과 獨立自存의 이치를 설명하는 말이다. 

奪境不奪人。
尋言何處真。
問禪禪是妄。
究理理非親。
日照寒光澹。
山遙翠色新。
直饒玄會得。
也是眼中塵。
   탈경불탈인(奪境不奪人)이여,
   어디가 진실한 곳인지 찾아서
   선(禪)에 물어도 선(禪)은 허망하고
   이치를 구해도 이치로는 멀기만 하네.
   해가 비치면 찬 기운이 가시고
   산은 새롭게 녹색으로 물들어 가니,
   설령 현묘한 이치를 깨닫더라도
   눈 안의 티끌일 뿐이라네. 
(大慧云。要會日照寒光澹
山搖翠色新麼。此二句是境。
直饒玄會得。也是眼中塵。
便奪了也)。
(대혜는 "'해가 비치면 찬 기운이 가시고
산은 새롭게 녹색으로 물들어 간다'는 이 두 구는 경(境)인데,
가사 현지(玄旨)를 깨달았다 해도 이것이 눈 안의 티끌이니
곧 빼내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人境兩俱奪。
從來正令行。
不論佛與祖。
那說聖凡情。
擬犯吹毛劍。
還如值目盲。
進前求解會。
特地斬精靈。
   인경양구탈(人境兩俱奪)이여,
   지금까지 정령(正令*)을 행하고
   불(佛) 조(祖)를 논하지 않았거늘
   어찌 성(聖) 범(凡)의 정을 말하리오?
   취모검(吹毛劍*) 범접하기를 주저하면
   오히려 눈이 멀게 되리니,
   앞으로 나아가 알아내려거든
   특별히 정령(精靈*)을 베어버려야 한다. 
(大慧云。正令既行。不留佛祖。
到這裏進之退之。
性命總在師家手裏。如吹毛劍。
不可犯其鋒也)。
(대혜는 "정령(正令)을 기왕 행하거든 불조(佛祖)를 남겨두지 말라.
이 속에 이르면 나아가고 물러섬에
목숨이 온통 사가(師家)의 손 안에 있는 취모검(吹毛劍) 같은지라
그 기봉(機鋒)을 범접할 수 없다." 하였다.)

*正令; 禪門에서 教外別傳하는 本分의命令, 즉 '방할(棒喝) 외에 한 법도 세우지 말라'는 것을 정령이라 한다.
*吹毛劍; 날에 올려 둔 털이 불면 잘릴 정도의 예리한 검이라는 뜻이지만
파릉(巴陵) 선사의 취모검은 삼라만상과 우주를 절단해버리는 반야지(般若智)의 검을 말한다.
*精靈; 도깨비, 요괴. 여기서는 禪機가 도깨비처럼 번뜩이는 스승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人境俱不奪。
思量意不偏。
主賓言不異。
問答理俱全。
踏破澄潭月。
穿開碧落天。
不能明妙用。
淪溺在無緣。
   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이여,
   사량(思量)의 뜻이 치우치지 않았고,
   주빈(主賓)의 말도 다르지 않으며,
   문답(問答)의 이치가 다 온전한데,
   징담월(澄潭月)을 답파(踏破)하고
   벽락천(碧落天)을 천개(穿開)해봐도
   묘용(妙用)을 밝히지 못하고
   무연(無緣)에 윤닉(淪溺)해 있게 된다.
(大慧云。若要分明理會得臨濟意。
但向當時垂示處看)。
(대혜는 "임제의 뜻을 분명히 이회(理會)하여 얻으려면
다만 당시에 수시한 곳을 향해 살펴라." 하였다.)
 師示眾云。如諸方學人來。
山僧此問。作三種根器斷。
如中下根器來。我便奪其境。
而不除其法。
或中上根器來。我便境法俱奪。
如上上根器來。我便境法人俱不奪。
如有出格見解人來。
山僧此間。便全體作用。不歷根器。
大德到這裏。學人著力處不通風。
石火電光即蹉過了也。
學人若眼目定動。即沒交涉
(凡五家宗主垂示處稱師。
後皆倣此)。
 임제선사[師]가 시중하여 이르기를, "제방(諸方)의 학인(學人)이 오면
산승의 이 질문이 세 가지 근기를 판단하는데,
중하(中下)의 근기가 오면 나는 곧 그의 경(境)을 빼앗되
그의 법(法)은 제거하지 않고,
혹 중상(中上)의 근기가 오면 나는 곧 경과 법을 모두 빼앗아 버리며,
상상(上上)의 근기가 오면 나는 곧 경도 법도 사람도 모두 빼앗지 않고,
격을 초월한[出格] 견해를 가진 사람이 오면
산승은 그 틈에서 곧 온 몸으로 작용하고 근기를 보지 않거니와,
그대들이 이에 이르러 학인이 힘 붙일 곳에 바람을 불어넣지 못하고
번갯불 튀듯 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라
학인의 안목을 움직이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가 종주의 수시에 사<師>라 칭했거니와,
후에 다 이를 모방한 것이다.)
 南院。顒問風穴昭(亦作沼)云。
汝道。四料揀。料揀何法。
穴云。凡語不滯凡情。
既墮聖解。學者大病。
先聖哀之。
為施方便。如楔出楔。
 남원 옹(南院 顒*)이 풍혈 소(風穴昭*;沼)에게
"네가 말해보거라. 사료간의 요간(料揀)이 무슨 법이냐?" 하고 묻자,
풍혈은 "무릇 말이란 대체로 정(情)에 가로막히지 않아서
기왕 성해(聖解)에 떨어지면 배우는 자들이 크게 병들 터이니
옛 성인들이 애처로워 할 것이라
방편을 베풀려는 것이 쐐기를 박는 것과 같습니다." 하였다. 

*南院顒; 汝州南院慧顒禪師(臨濟義玄-興化存獎 法嗣) 南嶽下六世
*風穴昭; 汝州風穴延沼禪師(南院慧顒 法嗣) 南嶽下七世

院問。如何是奪人不奪境
(首山等答皆附)
穴云。新出紅爐金彈子。
簉破闍黎鐵面門。
 首山云。人前把出遠送千峯。
法華舉云。白菊乍開重日暖。
百年公子不逢春。
慈明圓云。神會曾磨普寂碑。
道吾真云。庵中閑打坐。
白雲起峯頂。
圓悟勤云。老僧有眼不曾見。
達觀頴云。家裏已無回日信。
路遙空有望鄉牌。
石門聰云。山河大地。
남원이 "어떤 것이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이냐?" 물으니,
(수산<首山> 등의 답은 다 덧붙인 것이다.)
풍혈은 "새로 나온 벌겋게 달궈진 금구슬이
화상의 쇠얼굴을 때려 부수는 것입니다." 하였다.
수산(首山*)은 "사람은 앞으로 끌어내고 천봉(千峯)을 멀리 보낸다",
법화거(法華舉*)는 "흰 국화[白菊]가 언뜻 피면 점점 해가 따스해지지만
백년공자(百年公子)는 봄을 맞지 못한다.",
자명원(慈明圓*)은 "귀신은 일찍이 보적비(普寂碑)를 갈 줄 알았다.",
도오진(道吾真*)은 "암자에 한가로이 걸터 앉으니,
흰 구름이 산봉우리를 일으키네.",
원오근(圓悟勤*)은 "노승은 눈이 있어도 본 적이 없다.",
달관영(達觀頴*)은 "집안에 이미 해가 돌아올 기색이 없고,
길은 아득히 먼데 망향패(望鄉牌*)가 있구나.",
석문총(石門聰*)은 "산하대지(山河大地)로다." 하였다. 

*首山; 汝州首山省念禪師(風穴延沼 法嗣) 南嶽下八世
*法華舉; 舒州法華院全舉禪師(汾陽善昭 法嗣) 南嶽下十世
*慈明圓; 潭州石霜楚圓慈明禪師(汾陽善昭 法嗣)
*道吾真; 潭州道吾悟真禪師(石霜慈明 法嗣) 南嶽下十一世
*圓悟勤; 成都府昭覺寺克勤佛果禪師(五祖法演 法嗣) 南嶽下十四世
*達觀穎; 潤州金山曇穎達觀禪師(首山省念_谷隱蘊聰 法嗣) 南嶽下十世
*石門聰; 襄州石門聰禪師(洞山良价_踈山匡仁_靈泉歸仁_大陽慧堅 法嗣) 曹洞宗 青原下八世
*望鄉牌; 객지에서 죽어 묻힌 사람의 묘패(墓牌). 

 如何是奪境不奪人。
穴云。芻草乍分頭腦裂。
亂雲初綻影猶存。
山云。打了不曾嗔。冤家難解免。
華云。大地絕消息。翛然獨任真。
明云。須信壺中別有天。
吾云。閃爍紅旗散。
仙童指路親。
圓悟云。闍黎問得自然親。
觀云。滄海盡教枯到底。
青山直得碾為塵。
門云。番人失帳。
 "어떤 것이 탈경불탈인(奪境不奪人)이냐?"
풍혈은 "추초(芻草*)는 언뜻 머리가 쪼개지고 뇌가 파열하는데,
난운(亂雲)은 애초에 피어올라 그림자를 남겼습니다." 하였다.
수산은 "때린 자는 화낸 적 없지만 원수는 풀어 면하기 어렵다.",
법화는 "대지(大地)는 소식이 끊겼는데, 유유자적히 홀로 참되게 있다.",
자명은 "모름지기 주전자[信壺] 속에 따로 하늘이 있어야 한다.",
도오는 "가물가물 홍기(紅旗*)는 흩어지는데,
선동(仙童)이 길을 친절히 가리켜준다.",
원오는 "화상[闍黎]의 물음이 자연히 친절하다.",
달관은 "창해(滄海)가 다했으니 늙은이더러 내려가라 하고,
청산(青山)은 곧바로 빻아져서 티끌이 되었네.",
석문은 "번인(番人*)이 장부를 잃었다." 하였다. 

*芻草; 雪山에 있다는 香草, 즉 苾芻草. '비구'에 비유하는 말.
*紅旗; '붉은 깃발'이란 붉은 기운 즉 해(日). 閃爍紅旗散은 날이 어둑어둑 저물어간다는 뜻이다.
*番人; 변방의 소수민족인 番族을 말한다. 번족은 사냥을 주업으로 하므로 눈이 밝고 시야가 넓다고 한다. 

 如何是人境俱奪。
穴云。躡足進前須急急。
促鞭當鞅莫遲遲。
山云。萬人作一塚。時人盡帶悲。
華云。草荒人變色。凡聖兩俱忘。
明云。寰中天子勅。塞外將軍令。
吾云。剛骨盡隨紅影沒。
苕苗總逐白雲消。
悟云收。
觀云。天地尚空。秦日月。
山河不見漢君臣。
門云。有何佛祖。
 "어떤 것이 인경구탈(人境俱奪)이냐?"
풍혈은 "사뿐사뿐 나아가려면 서둘러야 하고,
채찍과 앙(鞅*)을 걸었거든 느릿느릿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였다.
수산은 "누구나 무덤 하나를 만들고, 그 때 사람들은 다 슬퍼한다.",
법화는 "풀은 황폐해지고 사람은 퇴색하리니, 범부나 성인 둘 다 망한다.",
자명은 "온 나라에는 천자의 칙령이요, 변방에는 장군의 명령이다.",
도오는 "강골(剛骨)은 홍영(紅影*)을 따라 다 사라지고,
완두콩 모종[苕苗]은 백운(白雲*)을 쫓아 다 소멸한다.",
원오는 "거두어들이는 것[收]이다.",
달관은 "천지가 텅비어 있으니, 진(秦)의 일월(日月)과 산하(山河)가
한(漢)의 군신(君臣)을 보지 못한다.",
석문은 "무슨 불조(佛祖)가 있겠는가?" 하였다. 

*鞅; 말 가슴에 걸어 안장에 매는 가죽 끈.
*紅影; '붉은 그림자'란 해가 저물어가는 모양새이니,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白雲; 구름이 하얗다는 것은 비가 내릴 가망이 없음이니, 가뭄을 뜻한다.
*秦日月山河는 '후대의 사람들'에 비유한 말이요, *漢君臣은 선대의 불조(佛祖)에 비유한 말이다. 

 如何是人境俱不奪。
穴云。帝憶。江南三月裏。
鷓鴣啼處百花香。
山云。問處分明答處親。
華云。清風伴明月。
野老笑相親。
明云。明月清風任往來。
吾云。久旱逢初雨。他鄉遇故知。
悟云放。
觀云。鶯囀上林花滿地。
客遊三月草侵天。
門云。問答甚分明。
 "어떤 것이 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이냐?"
풍혈은 "황제가 강남(江南)의 3월을 회상해보니,
자고(鷓鴣) 우는 곳에 백화(百花)가 향기로웠습니다." 하였다.
수산은 "문처(問處)가 분명 답처(答處)와 가깝다.",
법화는 "청풍(清風)은 명월(明月)을 동반하고,
시골 노인은 서로 웃으며 친하다.",
자명은 "명월과 청풍이 왕래하게 되었다.",
도오는 "오랜 가뭄 끝에 비를 만나고 타향에서 옛 지인을 만난다.",
원오는 "그대로 두는 것[放]이다.",
달관은 "꽃이 만발한 숲에 꾀꼬리 소리가 낭랑하고,
객(客)은 3월의 풀이 하늘을 찌르는 곳을 유람한다.",
석문은 "문답(問答)이 매우 분명하다." 하였다. 
翠巖頌
(名可真興化莆田人嗣慈明)

-2. 취암(翠巖)의 송(頌)
(가히 참된 흥화보전인<興化莆田人*>이라 할 만한
자명<慈明>의 후사<後嗣>이다.)

*翠巖; 洪州翠巖可真禪師 (石霜慈明 法嗣) 南嶽下十一世
*興化莆田人; 興化人은 福建城 東部沿海의 莆田과 仙遊지역 사람들이라 하여 莆仙人이라고도 하는 민족이다.
그들은 '興化語'라는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詩와 歌舞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한다. 

奪人不奪境。日月自流遷。
山河及大地。片雨過蠻天。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이면 일월은 스스로 흘러다니는데
   산하대지는 무지막지한 소나기가 쏟아진다.
奪境不奪人。問禪何處親。
相逢不祇揖。曉夜渡關津。
   탈경불탈인(奪境不奪人)이면 선(禪)의 물음과 어디가 가까운가?
   서로 만나도 인사하지 않고서 이른 새벽에 관진(關津)을 건넌다. 
人境兩俱奪。聲鼓墜紅樓。
縱橫施巨闕。誰敢立當頭。
   인경양구탈(人境兩俱奪)이면 노래와 북소리가 홍루(紅樓)에서 떨어지고,
   거궐(巨闕*)이 종횡으로 휘둘러지는데, 누가 감히 그 앞에 서리오? 
人境俱不奪。閻浮轉幾遭。
面南看北斗。爭得合伊曹。
   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이면 염부제는 몇 바퀴 구르고,
   남쪽에서 북두(北斗)를 볼 터인데, 어찌 그것이 짝지어지리오? 

*片雨; 陣雨(소나기). 局部的으로 쏟아내리는 비.
*기읍(祇揖); 상대를 만나 상체를 숙여 절하는 예의.
*巨闕; 고대의 명검. 예리한 칼. 

佛鑑(名惠懃) -3. 불감(佛鑑;이름은 혜근<惠懃>)의 송
甕頭酒熟人皆醉。
林上烟濃花正紅。
夜半無燈香閤靜。
鞦韆垂在月明中。
   옹두주(甕頭酒*)가 익으면 사람들이 다 취하고,
   육림(肉林) 위에 연기가 짙어지면 꽃들이 바로 붉어진다.
   깊은 밤 불빛 없고 향합(香閤*)은 고요한데,
   추천(鞦韆*)이 밝은 달 속에 드리워 있구나. 
鸎逢春暖歌聲滑。
人遇時平笑臉開。
幾片落花隨水去。
一聲長笛出雲來。
   꾀꼬리는 따스한 봄을 만나면 노랫소리가 매끄러워지고,
   사람은 시절이 평온해지면 웃음으로 볼이 활짝 열린다.
   몇 잎이나 낙화(落花)가 물따라 가고,
   한 가락 대금소리가 구름따라 왔을까?
堂堂意氣走雷霆。
凜凜威風掬霜雪。
將軍令下斬荊蠻。
神劍一揮千里血。
   당당한 의기(意氣)가 하늘을 찌르고,
   늠름한 위풍(威風)은 서릿발 같아서
   장군의 명령 아래 형만(荊蠻*)이 참수되고,
   신검(神劍)이 한 번 휘둘러지면 온통 피바다가 된다. 
聖朝天子坐明堂。
四海生靈盡安枕。
風流年少倒金樽。
滿院桃花紅似錦。
   성조천자(聖朝天子)가 명당(明堂)에 앉으면
   사해(四海)의 생령(生靈)이 다 안침(安枕)하고,
   풍류소년(風流少年)이 금술잔을 기울이면
   정원 가득 도화꽃이 비단처럼 붉어진다. 

*佛鑑; 五祖法演 法嗣 舒州太平慧懃佛鑑禪師(1320~1376) 南嶽下十四世.
太古普愚와 함께 中國에서 臨濟禪을 배운 고려인.
*甕頭酒; 갓 빚은 술. *香閤; 기방(妓房). *鞦韆; 그네.
*荊蠻; 楚蠻. 中原 사람들이 吳,楚,越과 南方 사람들을 총칭하여 형만 또는 초만이라 한다.

總頌 -4. 총송(總頌)
千溪萬壑歸滄海。
四塞八蠻朝帝都。
凡聖從來無二路。
莫將狂見逐多途。
   천계만학(千溪萬壑)이 창해(滄海)로 돌아가고
   사새팔만(四塞八蠻)이 조정 황제의 도읍이며,
   범성(凡聖)이 원래부터 두 길이 없나니,
   미친 견해로 여러 길을 쫓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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