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帶(名法遠) | 구대(九帶) (부산법원<浮山法遠*>의 題名) |
浮山每於示徒之際。 遍舉宗門語句。 而學者編集。 乞師名之。 師因其類聚。 目之曰佛禪宗教義九帶集。 蓋擬班固九流之作也。 |
부산(浮山)선사가 매번 시중(示衆;示徒)할 때 거론했던 종문어구(宗門語句) 전반을 배우는 자들이 편집하여 선사에게 이름을 지어주십사 하자, 선사가 그것을 유취(類聚)하고 제목하여 〈불선종교의구대집 (佛禪宗教義九帶集)〉이라 하였는데, 대체로 반고구류(班固九流*)의 작품으로 보인다. |
*浮山(990~1067); 舒州浮山法遠圓鑒禪師(葉縣歸省 法嗣) 南嶽下十世.
*班固九流; 班固(32~92)는 東漢의 大臣이자 史學家, 文學家로
그와 사마천(司馬遷)을 並稱하여 “班馬”라 하였다.
그는 저서 〈班固〉에서 「제자십가(諸子十家)에 볼만 한 것은 구가(九家) 뿐이다.」 하였으니,
九流는 바로 九家, 즉 秦에서 漢初의 9대 학술학파인
道家, 儒家, 陰陽家, 法家, 農家, 名家, 墨家, 縱橫家, 雜家를 지칭하며,
여기에 小說家를 더하여 諸子十家라 한다.
佛正法眼藏帶 | ①불정법안장대(佛正法眼藏帶) |
夫真實之理。證成法身。 照用之功。 作為報土。 諸佛之本因既爾。 諸祖之洪範亦然。 五部分宗。 萬派之精藍碁布。 一燈分焰。 十方之法席鱗差。 又華嚴經云。 如來不出世。亦無有涅槃。 |
대저 진실한 이치는 법신(法身)을 증득해 이루고서 조용(照用)하는 공(功)으로 이 땅에 대한 보답을 삼는 것이다. 제불(諸佛)의 본 뜻[本因]이 기왕 그러할진댄 제조(諸祖)의 큰 틀[洪範] 또한 그러할 것이니, 5부(五部)로 종(宗)이 나뉘어 만파(萬派)의 가람(伽藍;精藍)들이 깔려 있으나 하나의 등에서 나뉜 불꽃인지라 시방(十方)의 법석(法席)이 비늘 차이[鱗差]다. 또 《화엄경(華嚴經)》에 이르되, 「여래가 출세하지 않았다면 열반도 없다」 하였다. |
昔靈山會上。 世尊以青蓮目瞬示四眾。 無能領其密意。 惟大迦葉。 獨領解佛旨。 經云。 佛告大迦葉云。 吾有正法眼藏涅槃妙心。 付囑與汝。 汝當流布勿令斷絕。 又臨涅槃告阿難言。 十二部經。汝當流通。 告優波離言。 一切戒律。汝當奉持(一作受持) 付大迦葉偈云。 法本法無法。 無法法亦法。 今付無法時。 法法何曾法。 於是大迦葉。持佛袈裟。 於雞足山中。入寂滅定。 待慈氏下生。 兩手分付 |
과거 영산화상에서 세존께서 청련(青蓮)을 잠깐 사중(四眾)에게 보이셨는데, 아무도 그 은밀한 뜻을 알 수 없었고, 오로지 대가섭만이 홀로 부처님의 뜻을 영해(領解)하였는지라 경(經)에 이르되, 「부처님이 대가섭(大迦葉)에게 "내게 있는 정법안장과 열반묘심(涅槃妙心)을 너에게 부촉하노니, 너는 마땅히 유포하여 단절되게 하지 말라."」 하셨고, 또 열반하실 무렵 아난(阿難)에게 고하시되, "12부경을 네가 마땅히 유통(流通)하거라." 하셨고, 우바리(優波離)존자에게는 "일체의 계율을 네 마땅히 봉지(奉持)하라." 하셨으며, 대가섭(大迦葉)에게 게송으로 부촉하시기를, "법이라는 본래의 법은 없는 법이지만 법이 없다는 법도 법이거늘 지금 없는 법을 부촉하려는 때에 법이라는 법은 일찍이 무슨 법이던가?" 하시니, 이에 대가섭이 부처님의 가사를 지니고 계족산(雞足山) 중에서 입적멸정(入寂滅定)하여 미륵[慈氏]이 하생하거든 두 손으로 건네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
(古德著語云。 鳥棲無影樹。 花發不萌枝。 四海波濤淨。 一輪明月天)。 |
(고덕<古德>이 착어<著語>하되, 「새가 깃들어도 나무에는 그림자도 없고, 꽃이 피어도 가지에는 티도 안나거니와, 사해<四海>에 파도가 잠잠하면 둥글고 밝은 달의 하늘인 것이다.」 하였다.) |
大圓智頌 | 대원지(大圓智*)의 송(頌) |
佛正法眼。迦葉親聞。 祖禰不了。殃及兒孫。 |
「부처님의 정법안장(正法眼藏)은 가섭이 친히 들었거니와, 조부와 아비가 모르면 재앙이 자손들에게 미친다.」 |
*大圓智; 潭州大溈大圓智禪師 南嶽下十四世
大慧杲 | 대혜종고(大慧宗杲)의 송 |
迢迢空劫不能拘。 佛眼何曾識得渠。 妙體本來無位次。 正因那得有規模。 |
까마득히 먼 공겁(空劫)을 구속할 수 없거늘 불안(佛眼)이 어찌 그대를 알아본 적 있겠으며, 묘체(妙體)는 본래 위차(位次)가 없거늘 정인(正因)에 어찌 규모(規模)가 있으리오. |
太虛寥廓塵埃淨。 智鑒圓明物象殊。 從此華山千古秀。 任他潘閬倒騎驢。 |
태허(太虛)는 요확(寥廓)하여 진애(塵埃)가 없거니와 지혜로 물상(物象)의 다름을 원명히 비추어 보고 이 화산(華山)의 천고의 수려함을 좇아 그가 '반랑의 나귀 타기'에 이르도록 맡겨두겠다. |
*潘閬倒騎驢; 반랑(潘閬; ?~1009)은 宋初의 저명한 시인으로
字는 夢空, 號는 逍遙子, 大名 사람이다.
《宋詩紀事》 녹반랑(錄潘閬) 중 〈화산을 지나며(過華山)〉라는 詩에
「높고 아름다운 세 봉우리가 태허를 찌르는지라 (高愛三峰插太虛)
고개를 쳐들어 보며 '나귀를 타겠노라[騎驢]' 읊조리니, (昂頭吟望倒騎驢)
옆 사람들이 크게 웃고 그도 따라서 웃으면서 (旁人大笑從他笑)
결국 여기로 이사하여 살기로 한다네. (終擬移家向此居)」 하였다.
원작은 고관고직과 부호를 부러워 하여 그들의 길을 쫓는 세태를 풍자한 詩이지만
여기서는 '향상일로(向上一路)로 나아감'에 비유한 표현이다.
佛法藏帶 | ②불법장대(佛法藏帶) |
夫三乘教外。諸祖別傳。 萬象之中。逈然獨露。 纖塵未泯。 阻隔關山。擬議差殊。 千生萬劫。三賢未曉。 十聖那知。 截斷眾流。如何湊泊。 聖人曲成萬物而不已。 刻雕眾形而無功。 而況如來藏乎。 所謂藏者。 該括三世過現未來諸佛法藏。 其間有大小乘。 小乘為聲聞緣覺。大乘謂菩薩。 於中支分為八。 謂三藏五乘。 其三藏。謂經律論。 五乘。謂聲聞緣覺菩薩 而兼攝人天。 然則教分名數。 依根所立。 而不離一乘。 |
대저 삼승(三乘)의 가르침 외에 조사의 별전(別傳)이 만상(萬象) 중에 뚜렷하게 홀로 드러나 티끌만큼도 없어지지 않거니와, 관산(關山*)에 가로막히고 의의(擬議)가 차별하여 천생만겁(千生萬劫)에 삼현(三賢)도 밝히지 못한 것을 십성(十聖)이 어찌 알 것이며, 모든 흐름이 단절되었는데 어떻게 정박[湊泊]하리요? 성인(聖人)은 만물(萬物)을 끊임없이 곡성(曲成*)하며, 힘들이지 않고 여러 형상을 조각(雕刻)하거늘, 하물며 여래장(如來藏)이겠는가. 소위 장(藏)이란 삼세의 과거·현재·미래 제불의 법장(法藏)을 포괄하여 이르거니와, 그 사이에 대소승(大小乘)이 있으니, 소승은 성문연각이요, 대승은 보살을 말한다. 그 중에서 여덟 가지로 나누어 3장5승(三藏五乘)이라 하는데, 그 3장을 경(經)·율(律)·논(論)이라 하고, 5승을 성문·연각·보살· 그리고 겸섭인(兼攝人*)·천(天)이라 한다. 그러한 즉 교(教)는 명수(名數*)로 나뉘고, 뿌리에 의해 세워진 것이라 일승(一乘)을 벗어나지 못한다. |
*關山; 관문과 산봉우리. '가는 길이 멀고 험함'에 비유하는 말.
*曲成; ①하나 하나 정성들여 만들다.
②전심전력으로 성사시키다. 어떻게 해서라도 성사시키다.
*兼攝人; 非人. 인간인 듯 아닌 듯한 것들.
*名數; 名目의 數. 법수(法數) 즉 法門의 數.
三界, 五蘊, 五位, 七十五法, 四諦, 六度, 十二因緣과 같은 수를 말한다.
法華經曰。 於一乘道分別說三。 又曰。尚無二乘。 何況有三。 又曰。惟此一事實。 餘二則非真。 此明依根立權。 如華嚴說。 如來藏以法界為體。 如來藏無前後際。 無成壞法。 無修證位。 絕對待義。 所以文殊偈曰。 一念普觀。 無量劫無去無來亦無住。 如是了知三世事。 超諸方便成十力。 |
《법화경(法華經)》에 이르기를, '일승(一乘)의 도(道)에서 따로 나누어 셋을 설하셨다' 하였고, 또 '2승(二乘)도 오히려 없거늘 하물며 셋이 있으리오', 하였으며, 또 '오직 이 하나만이 사실이요, 나머지 둘은 진실이 아니다.' 하였으니, 이는 근본에 의거하여 방편[權]을 세우신 것이다. 《화엄경(華嚴經)》 말씀처럼 여래장(如來藏)은 법계(法界)로 체(體)를 삼기에 여래장은 전후제(前後際*)가 없고, 이루고 무너지는 법도 없으며, 닦아 증득할 지위도 없으니, 절대적인 이치로 대우하는지라 그래서 문수(文殊)가 게송으로 이르기를, '일념(一念)으로 두루 살펴보면 무량겁에 가고 옴도 없고, 머뭄도 없다' 한 것이니, 이와 같이 삼세의 일을 요지(了知)하여 모든 방편을 뛰어넘어야 십력(十力)을 이룰 것이다. |
*前後際; 過去로부터 未來에 이르는 연관성(連關性).
聖人說了義不了義。 並是依根安立。 諸佛隨宜說法意趣難辨。 三藏五乘各有宗旨。 於一乘論圓頓半滿。 並是權立。 |
성인이 설하신 요의(了義*)와 불료의(不了義*)는 모두가 근본을 의지하여 안립(安立)한 것이지만 제불께서 마땅함을 쫓아 설법하신 의취(意趣)는 헤아리기 어렵거니와, 삼장오승(三藏五乘)에 저마다의 종지(宗旨)가 있고, 일승(一乘)이 원돈(圓頓*)과 반만(半滿*)을 논하는데 이 모두가 방편으로 세워진 것이다. |
*了義, 不了義; 究竟의 實義를 드러내 분명히 설명한 것을 了義라 하고,
명료하지 못하고 미진한 설명을 不了義라 하니,
方便(不了義)과 真實(了義)의 다른 이름이다. [佛學大辭典]
*圓頓; 圓滿頓足. 원만한 제법(諸法)의 이치를 단박에 깨달아 증득함.
제법(諸法)은 본래 원융(圓融)하거니와, 한 법으로 원만한 일체법을
일념(一念)에 개오(開悟)하여 문득 부처의 지위에 돈입(頓入)하고,
불법(佛法)을 돈족(頓足)함을 말한다.
*半滿; 半字와 滿字. 小乘(半)과 大乘(滿).
半字는 梵語의 글자가 생겨나는 근본, 즉 字母를 말하고,
滿字는 그 字母가 결합하여 온전한 문자로 구성된 것을 말한다.
선림에서 이를 전용하여 小乘聲聞의 九部經을 半字教라 하고,
大乘의 方等經典을 滿字教라 한다.
惟華嚴一經。 以法界為體量。 佛與眾生同一體性。 本無修證。 本無得失。 無煩惱可斷。 無菩提可求。 人與非人性相平等 (古德著語云。 掬水月在手。 弄花香滿衣。 古澗寒泉涌。 青松雪後蒼)。 |
오직 화엄(華嚴) 한 경전이 법계(法界)로 체량(體量)을 삼고, 부처와 중생이 동일한 체성(體性)인지라 본래 닦아 증득할 것이 없고, 본래 얻을 것도 잃는 것도 없으며, 끊을만 한 번뇌도 없고, 구할만 한 보리(菩提)도 없다 하니, 인간과 비인간은 성상(性相)이 평등한 것이다. (고덕이 착어하여 말했다. 「물을 움켜쥐니 달이 손 안에 있고, 꽃을 희롱하니 향기가 옷에 가득하네. 옛 골짜기는 추워도 샘이 솟아나고, 청송(青松)은 눈 내린 뒤에 푸르러진다네.」) |
大圓頌 | 대원(大圓*)의 송(頌) |
吾佛法藏。撈摝眾生。 百千三昧。彈指圓成。 |
이(내) 부처의 법장(法藏)이 중생을 건져내고, 백천삼매(百千三昧)가 원만한 성취를 허락한다. |
*大圓; 慶元府育王大圓遵璞禪師(大慧宗杲法嗣; 南嶽下十六世)
*노록(撈摝); 물 속에서 물건을 건져내다.
*탄지(彈指); '손가락를 튕긴다' 함은 '환희', '허락'을 의미하는 몸짓이다.
大慧 | 대혜(大慧*)의 송 |
十方通攝了無遺。 三際全超在此時。 聖號凡名同一舌。 劣形殊相謾多岐。 |
시방(十方)을 관할하여 남김없이 하고서 삼세(三世;際)를 온전히 초월하여 이 시점에 있으니, 성인의 호칭과 범부의 이름이 같은 말이거늘 나쁜 형상, 좋은 모양이라고 여러 갈래로 속인다네. |
家家門外長安道。 處處窟中師子兒。 打破淨瓶無一事。 杜鵑啼在落花枝。 |
집집마다 밖에 장안(長安)으로 통하는 길이 있고, 곳곳마다의 굴 속에 사자새끼가 있거니와, 정병(淨瓶*)을 타파한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 두견새 우는 소리가 꽃이 진 가지에 있으리라. |
*大慧; 臨安府徑山宗杲大慧普覺禪師(圜悟克勤法嗣; 南嶽下十五世)
*通攝; 統攝. 관할(管轄)하다.
*多岐; ①여러 갈림길 ②복잡. 다방면.
*淨瓶; 깨끗한 병. 즉 물병.
종용록(從容錄) 제42칙 공안 「남양정병(南陽淨瓶)」에
어떤 중이 남양혜충(南陽慧忠) 국사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본신(本身) 노사나(盧舍那)입니까?」 하니,
남양은 「내게 정병(淨瓶)을 가져오너라.」 하였다.
그 중이 정병을 가지고 오자,
남양은 「도로 제 자리에 두거라.」 하였는데,
그 중은 다시 「어떤 것이 본신 노사나입니까?」 하고 물었고,
남양은 「옛 부처는 떠나간지 오래다.」 하였다.
「가져온 정병」과 「다시 제자리로 간 정병」으로
본신(本身)을 밝혀주었건만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물으니,
떠나가버린 옛 부처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하는 네 본신을 구하라는 말씀이다.
理貫帶 | ③이관대(理貫帶) |
夫聲色不到。語路難詮。 今古歷然。從來無間。 以言顯道。曲為今時。 竪拂揚眉。周遮示誨。 天然上士。豈受提撕。 中下之機。鉤頭取則。 投機不妙。過在何人。 更或躊躇。轉加鈍置。 理貫帶者。理即正位也。 其正位中。而無一法 空同實際。 其實際理地。不受一塵。 |
대저 성색(聲色)으로는 도달하지 못하고 어로(語路)로도 설명할 수 없음은 고금(今古)에 그래왔고 여태껏 끊임이 없었다. 말로 도(道)를 드러내서는 왜곡되기 금방이거늘 불자 세워들고 눈 부릅뜨고서 많은 말로 가르친다면 타고난 상사(上士)일 텐데 어찌 제서(提撕*)를 받아들이겠는가. 중하(中下)의 근기가 갈고리 손잡이를 쥐어서 던질 기회가 오묘하지 못했다면 허물이 누구에게 있겠는가? 더욱이 머뭇거리거나 전가하기를 되풀이 함이리요. 이관대(理貫帶)란 이(理)는 곧 정위(正位*)이며, 그 정위 중에는 한 법도 없어서 공(空)하기가 실제(實際*)와 같거니와, 그 실제는 이지(理地*)라 한 점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
(古德著語云。 眾角雖多一麟足矣。 動容揚古路。 不墮悄然機)。 |
(고덕<古德;石頭希遷>이 착어하기를, 뿔 달린 짐승이 많지만 기린 한 마리면 족하지 않은가. 안색을 바꾸고서 옛 길을 선양(宣揚)하면 초연(悄然)한 경계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
*提撕; (제자를 가르쳐 인도하기 위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다.
*正位; 法性. 諸法의 本體.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진여.
*實際; 진여(真如)의 실다운 이치가 그 궁극에 이른 경계.
인연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 진실한 경계.
*理地; 무위적(無為的) 진체(真體)의 경계.
반면 유위적(有爲的) 형상(形相)의 경계는 사지(事地)라 한다.
*實際理地; 真如의 모양[相] 없는 境界.
*動容揚古路~ ; 香嚴선사의 「오도송(悟道頌)」 중 한 구절이다.
「일격(一擊<죽비>)에 알던 것을 잊고 (一擊忘所知)
닦아 알 필요가 없어졌는지라 (而不假修知)
안색을 바꾸고 옛길을 선양하니, (動容揚古路)
초연한 경계에도 떨어지지 않았거니와, (不墮悄然機)
가는 곳마다 흔적도 없고 (處處無蹤迹)
차림새도 초라하지만 (聲色忘威儀)
제방의 도에 통달한 자들이 (諸方達道者)
모두 상상기(上上機)라고 한다네. (咸言上上機)」
大圓頌 | 대원(大圓)의 송(頌) |
理貫全收。萬派同流。 毘盧華藏。物物頭頭。 |
이관(理貫*)을 온전히 거두면 만파(萬派)가 같은 흐름이 되어 비로자나불의 화장세계(華藏世界)가 물물두두(物物頭頭*)하리로다. |
*理貫; 이(理)에 관통(貫通)하다. 이치를 꿰뚫어 보다.
*華藏世界; 釋迦如來의 진신(真身)인 비로자나불의 정토(淨土).
*物物頭頭; 사물과 사물 낱낱.
낱낱 개개인이 다 부처의 진신이 머무는 정토라는 뜻.
大慧 | 대혜(大慧) |
真理何曾立一塵。 呼為正位早疎親。 烏雞半夜鳴何處。 枯木花開劫外春。 |
진리(真理)가 언제 한 티끌이라도 세운 적 있던가? 정위(正位)와 일찍 소친(疎親)했다고 한다면 오골계는 한 밤 중에 어디서 울겠는가? 고목에 꽃 피우기는 겁(劫)이 지난 뒤의 봄이리라. |
信手垂慈常利物。 擬心執著已乖真。 君看鶴樹泥洹日。 曾舉雙趺示眾人。 |
손길 가는 대로 자비를 드리워 늘 이물(利物)하되, 의심하고 집착하면 이미 참과는 어긋난 것이니, 그대는 학수(鶴樹*)에서 열반하신 날 쌍부(雙趺*)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신 일을 볼지어다. |
*鶴樹; 鶴林. 절 혹은 절 주위의 총림(叢林). 여기서는 사라쌍수.
*니원(泥洹; Nirvāna); 涅槃.
*쌍부(雙趺); 곽시쌍부(槨示雙趺) 즉 '관[棺;槨]에서 두 발이 보이다.'를 지칭하는 말.
부처님께서 구시나갈라 성(城) 밖 사라림에서 입멸(入滅)하시고
7일 후에 가섭이 가서 부처님의 금관(金棺)을 우로 돌아
슬프게 경모하며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있었는데,
그때 천복륜상(千輻輪相; 32相의 하나)의 부처님 발이 금관 밖으로 드러나 보였다.
事貫帶 | ④사관대(事貫帶) |
夫日月照臨不到。 天地覆載不著。 劫火壞時彼常安。 萬法泯時全體露。 隨緣不變。處鬧常寧。 一道恩光。阿誰無分。 華嚴經云。 剎說眾生說。 三世國土一時說 (古德著語云。 覓火和烟得。 檐泉帶月歸 石長無根樹。 山含不動雲)。 |
대저 해와 달이 비추지 않는다면 하늘이 덮고 땅이 실을 수 없거니와, 겁화(劫火)에 무너졌을 때 그것이 안전하고, 만법(萬法)이 멸망했을 때 전체가 드러나는 법이니, 인연 따라 변하지 않고, 시끄러운 데서 늘 편안하면 한 줄기 은광(恩光)이 누구엔들 분수가 없겠는가. 《화엄경》에 이르되, 「세계[剎]가 말하고, 중생이 말하고, 삼세의 국토가 한꺼번에 말한다」 하였다. (고덕이 착어하기를, 불을 찾으면 자연 연기를 얻게 되고, 샘물을 등에 지면 달을 거느리고 돌아오려니와, 바위가 깊으면 나무는 뿌리가 없고, 산이 품으면 구름은 꼼짝 못한다네.)。 |
*事貫; 사(事)에 관통하다. 사실을 꿰뚫어 보다.
大圓頌 | 대원(大圓)의 송(頌) |
事貫萬有。纖塵不漏。 萬象森羅。全機無咎。 |
만유(萬有)를 사관(事貫)하면 미세한 티끌도 새 나가지 않아서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온전한 기틀로 허물이 없으리라. |
大慧 | 대혜(大慧) |
轉處孤危萬事休。 隨緣得旨復何求。 群生造化乘斯力。 一道靈光觸處周。 |
전처(轉處*)가 고위(孤危*)하면 만사가 그쳐지리니, 인연 따라 뜻을 이루려니와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군생(群生)이 조화(造化)하여 이 힘에 오르면 한 줄기 신령한 광명이 주위에 느껴지리라. |
即事即空無剩法。 全心全佛有來繇。 填溝塞壑無人會。 可笑騎牛更覓牛。 |
즉사즉공(即事即空*)이면 더한 법이 없고, 전심전불(全心全佛*)에는 유래(由來;來繇)가 있거늘 죽으면 골짜기에 던져질 것을 아무도 모르고서 소를 타고서 다시 소를 찾으니 가히 웃을 일이로다. |
*即事即空; 처하고 있는 사실[即事]이 곧 진실함이 없다[即空]는 것.
*全心全佛; 마음을 온전히 밝혀 부처를 온전히 이루는 것.
*전구새학(填溝塞壑); 죽은 뒤에 묻어줄 사람이 없어서 산골짜기에 시체를 던져버리는 것.
理事縱橫帶 | ⑤이사종횡대(理事縱橫帶) |
夫觸目是道。 佛事門中。 絕跡無私。 通貫實際。圓融事理。 運用雙行。器量堪任。 隨機赴感。門風露布。 各在當人。 建立宗乘。強生枝節。 出門問路。指東劃西。 歷劫頑嚚。 如何扣發 (古德著語云。 針鋒頭上翻筋斗。 紅爐焰裏碧波生。 猿抱子歸青嶂裏。 鳥啣花落碧巖前)。 |
대저 눈에 보이는 것[觸目*]이 도(道)거니와, 불사(佛事)를 하는 문중(門中)에는 세속 인연이 끊겨 사사로움이 없으니, 실제(實際)를 관통하고 사리(事理)를 원융(圓融)히 하여 그 둘을 운용(運用)함에 기량(器量)이 감당할만 하거나, 근기를 따라 부감(赴感*)하여 가풍(家風)을 드러내거나는 그 사람 각자에게 달렸거늘, 종승(宗乘*)을 세우고 억지로 지절(枝節*)을 만들면서 문을 나서서 길을 물으면 동을 가리켜 서라고 해서야 겁(劫)이 지나도 미련하고 어리석을 터인데 어찌 기약할 날이 있으리오. (고덕이 착어하여 이르되, 바늘 끝에서 재주를 부리다가는 이글거리는 가마 속에서 푸른 물결이 나리니, 원숭이는 새끼를 안고 푸른 산 속으로 돌아가고, 새는 꽃을 물고 푸른 바위 앞에 내려 앉는다네.)。 |
*理事縱橫; 理事無礙
*觸目; 눈에 잘 띄다. 눈길이 닿다.
*赴感; 感應
*宗乘과 枝節; 종가(宗家)를 창시하고 산하에 절[枝節;分所]을 세우는 일.
*頑嚚; 미련하고 어리석다. 우매하고 간사하다.
*扣發; ①扣住 : 기한을 정하다. 한 분야를 파고들다. 묶다. 미출간.
②職權을 이용하여 타인의 소유물를 박탈하다.
*翻筋斗; 翻筋斗. ①공중제비를 하다 ②쓰라린 경험을 하다 ③일순간에 변하다
*猿抱子; '원숭이가 새끼를 안는다' 함은 '큰 뜻을 품은 재능인'에의 비유이다.
大圓 | 대원(大圓)의 송 |
理事縱橫。照用齊行。 這邊那邊。日午三更。 |
이사(理事)에 거침이 없어서 조용(照用)을 동시에 행하면 이 끝과 저 끝이 한 낮[正午]이요 한 밤[三更]이라네. |
大慧 | 대혜(大慧) |
塵塵實際本和融。 舉體全該事理同。 應物行權無定法。 隨緣立理絕羅籠。 |
티끌마다의 실제(實際)가 본래 융화(融和)한 것이니, 온 몸 전체가 사리(事理)와 같거니와, 사물에 응하여 방편을 행하는 데는 정한 법이 없나니, 인연 따라 이치를 세움에 구애(拘碍;羅籠) 받지 말라. |
竿頭有路通車馬。 棒下無生觸祖翁。 出沒縱橫全體用。 夕陽西去水流東。 |
백척간두에도 길이 있어 차마(車馬)가 통하나니, 방(棒) 아래의 무생인(無生忍)으로 조사 어른을 느끼고 출몰(出沒)이 자재하게 체용(體用)을 온전히 하면 석양이 서로 기울어도 물은 동으로 흐르리라. |
屈曲垂帶 | ⑥굴곡수대(屈曲垂帶) |
*屈曲垂帶; 屈曲은 굴기(屈己) 즉 '자기를 낮춘다'는 뜻이니,
낮은 자세에서 베푸는[垂;施] 방편을 말한다.
夫垂者。 聖人垂機接物也。 屈曲者。脫珍御服。 著弊垢衣也。 同安云。 權掛垢衣云是佛。 却裝珍御復名誰。 珍御名不出世。 垢衣名出世。 僧問石門徹和尚。 雲光法師為甚麼。却作牛去。 徹云。陋巷不騎金色馬。 回途却著破襴衫。 聖人成佛後。却為菩薩。 導利眾生。 是名不住無為不盡有為矣。 文殊師利問維摩詰云。 菩薩云何通達佛道。 摩詰云。菩薩行於非道。 是名通達佛道 |
대저 수(垂)란 성인(聖人)이 기(機)를 드리워 사물을 접(接)하는 것이요, 굴곡(屈曲)이란 진귀한 제왕의 옷을 벗고, 허름하고 더러운 옷을 입는 것이다. 동안(同安*)은 "방편으로 때 묻은 옷을 걸쳐서 부처라 한다면 진귀한 곤룡포를 입으면 또 누구라 할 것인가?" 하여, 진귀한 곤룡포를 불출세(不出世)라 하고, 때 묻은 옷을 출세(出世)라 하였고, 어느 중이 석문철(石門徹*)화상에게 묻기를, "운광(雲光*)법사는 무엇 때문에 소가 되었습니까?" 하니, 석문철은 "누항(陋巷*)에서는 황금빛 말을 타지 못한다. 돌아오는 길에 도리어 난삼(襴衫*)이 찟긴다." 하였다. 성인은 성불한 뒤에 도리어 보살이 되어 중생을 이롭게 인도하니, 이를 일러 부주무위(不住無為*)요 부진유위(不盡有為*)라 하는 것이다. 문수사리가 유마힐(維摩詰)에게 물어 "보살이 어찌 해야 불도(佛道)를 통달하겠습니까?" 하니, 유마힐은 "보살이 도 아님[非道]을 행한다면 이를 불도에 통달했다 하리이다." 하였다. |
(古德著語云。 慈雲普覆無邊際。 枯木無花爭奈何。 宛轉是非從曲直。 箇時消息解通風)。 |
(고덕이 착어하여 말했다. 자비의 구름을 두루 펼침이 끝이 없건만 고목(枯木)이 꽃 피우지 못함은 어찌할 것이며, 완곡히 말해서 시비(是非)는 곡직(曲直)을 좇는데 어느 때의 소식이 바람을 통하게 할려는가.)。 |
*同安; 洪州鳳棲同安院常察禪師(洞山良价_九峯道虔 法嗣; 青原下六世)
[景德傳燈錄卷第29] 「同安察禪師十玄談」 中
〈회기(迴機;迴轉機用)〉
열반의 성(城) 안이 오히려 고위(孤危)하여 (涅槃城裏尚猶危)
낯선 사람을 만날 정한 기한도 없거니와, (陌路相逢沒定期)
방편으로 때 묻은 옷을 걸쳤는데 부처라 한다면 (權挂垢衣云是佛)
진귀한 곤룡포를 입었으면 또 누구라 할 것인가? (卻裝珍御復名誰)
목인(木人)이 한 밤 중에 신을 신고 떠나가면, (木人夜半穿靴去)
석녀(石女)가 동 틀 무렵 모자 쓰고 돌아오거니와, (石女天明戴帽歸)
오랜 세월 푸른 연못에 비친 공중의 달을 (萬古碧潭空界月)
재삼 건져보고서야 비로소 아마 알게 되리라. (再三撈漉始應知)
*石門徹; 襄州石門慧徹禪師(洞山良价_青林師虔_石門獻蘊 法嗣; 青原下七世)
*雲光法師; 양무제(梁武帝) 때 운광(雲光)법사라는 사람이 있어
변재(辯才)가 무애(無礙)하여 《法華經》을 강설할 때면
천인(天人)들이 꽃을 흩어 공양했다고 하는데,
다만 그가 소고기 먹기를 너무 좋아했는지라
지공(誌公)선사가 "법사! 당신의 강설은 참 좋은데,
어째서 그것 취하는 일은 놓아버리지 못하는가?" 하고 누차 권고하였으나
고치려 하기는 커녕 도리어 교묘히 "내가 이 번만 먹고 안 먹겠소." 하였다.
이 업연으로 죽은 뒤에 소로 태어나 채찍을 맞아가며 수레를 끌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가 끄는 수레가 진흙탕에 빠져 요지부동이라 끌어내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마침 지나가던 지공선사가 천안(天眼)으로
이 소가 운광법사의 전신(轉身)임을 알아보고
"운광! 당초 먹지 말라고 했을 때, 당신은 이것만 먹고 안 먹는다 하더니,
지금 소가 되어서는 어째서 이 번만 끌지 안 끌고 있는가?" 하였다.
이 말 끝에 크게 참회하고서 스스로 머리를 수레 끝에 부딫쳐 죽고 말았다 한다.
*누항(陋巷); 좁은 골목. 뒤골목.
*난삼(襴衫); 저고리와 치마가 한데 붙은 옷.
*不住無為不盡有為; 〈維摩經評註 第14卷〉 菩薩行品에
「보살(菩薩)은 다함 없는 유위[不盡有為]요, 머뭄 없는 무위[不住無為]라 하거니와,
어째서 부진유위(不盡有為)라 하는가?
대자대비를 버리지 않고, 일체지심(一切智心)을 깊이 발하여
중생을 교화하되 결코 실증을 내지 아니하며,
사섭법(四攝法)을 늘 염두에 두고 순행(順行)하면서
정법(正法) 수호하는 데에 신명을 아끼지 아니하며,
늘 온갖 선근(善根) 심어서 방편회향(方便迴向) 하고,
구법(求法)을 게을리 하지 않고, 설법(說法)을 아낌없이 하면서
제불을 힘써 공양하니, 부진유위라 한다.
어째서 보살을 부주무위(不住無為)라 하는가?
공(空)을 닦아 배우되 공(空)으로써 증득을 삼지 않고,
무상무작(無相無作)을 닦되 무상무작으로 증득을 삼지도 않고,
무기(無起)를 닦되 무기로 증득을 삼지 아니하며,
무상(無常)하다고 보지만 선본(善本)을 싫어하지 않고,
세간을 고(苦)라고 보지만 생사를 미워하지 아니하며,
무아(無我)라고 보지만 중생 인도하기를 끊임없이 하며,
적멸(寂滅)을 관하되 영원히 적멸하지 아니하며,
원리(遠離)를 관하되 심신(心身)을 선하게 다스리며,
돌아갈 바 없음[無所歸]을 관하되 선법을 취해 돌아가며,
무생(無生)을 관하되 나는 법을 통해 일체를 등에 지며,
무루(無漏)를 관하되 제루(諸漏)를 단절하지 아니하며,
행할 바 없음[無所行]을 관하되 행하는 법으로 중생을 교화하며,
공하여 없음[空無]을 관하되 대비(大悲)를 버리지 아니하며,
정법의 위치[正法位]를 보되 소승(小乘)을 쫓지 아니하며,
제법(諸法)이 허망하여 견고함도 사람이라 할 것도 없고,
주인도 상대방도 없어서 본원(本願)을 만족시키지 못함을 보지만
복덕(福德)을 허망히 여기지 아니하며,
선정(禪定)과 지혜로 이와 같은 법을 닦으니,
보살은 부주무위(不住無為)라고 한다.」 하였다.
大圓頌 | 대원(大圓)의 송(頌) |
屈曲垂慈。棒喝齊施。 覆藏密旨。少室靈枝。 |
굴곡(屈曲)하여 자비를 드리우고 방(棒), 할(喝)을 가즈런히 베푸는 것은 감춰 둔 밀지(密旨)요, 조그마한 방의 영지(靈枝*)로다. |
*靈枝; ①神靈草. 靈芝. ②명문의 후예.
大慧 | 대혜(大慧) |
不裝珍御示初機。 出世權披弊垢衣。 細路曲盤連夜過。 故鄉迢遞幾時歸。 |
진귀한 곤룡포 벗어던지고 초기(初機*)를 보이며 세간을 떠나 방편으로 허름한 옷을 헤치면서 좁은 길, 우여곡절을 밤마다 지내거니와 고향(故鄉)이 아득히 먼데 어느 때나 돌아가려나. |
垂絲千尺鉤還曲。 利物多方語帶悲。 休論長安風物好。 得便宜是落便宜。 |
낚싯줄은 길게 하고 낚시바늘은 되돌려 구부려서 이물(利物)은 다방면으로, 말 속에 측은한 마음을 띠고, 장안(長安)의 풍물 논하기 좋아하지 말라. 편의(便宜)를 얻는 것이 편의에 떨어지는 것이니라. |
*初機; 공부하고자 하는 첫 의지.
妙叶兼帶 | ⑦묘협겸대(妙叶兼帶) |
汝州風穴和尚示眾云。 夫參學眼目。 臨機直須大用現前。 莫自拘於小節。 設使言前薦得。 猶是滯殼迷封。 縱饒句下精通。 未免觸途狂見。 勸汝諸人。 應是從前依他作解。 明昧兩岐。 凡聖疑情。一時掃却。 直教箇箇如師子兒哮吼一聲。 壁立萬仞。 誰敢正眼覷著。 覷著則瞎却渠眼 (古德著語云。 一句曲含千古韻。 萬重雲散月來初。 垂絲千尺意在深潭)。 |
여주(汝州) 풍혈(風穴)화상이 시중하여 말했다. "대저 참학(參學)할 안목(眼目)이라면 때가 임하거든 곧바로 대용(大用)을 앞에 펼치되, 스스로 사소한 일에 구애되지 말아야 한다. 설사 언구 이전에 천득(薦得)했다 하더라도 오히려 이것이 껍질 속에 같혀 미혹으로 봉해진 것이요, 설령 구(句) 아래서 정통(精通)하더라도 곳곳이 미친 견해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권하건대, 응당 이는 예전부터 남을 의지해서 해결했다는 것이니, 총명[明]과 우매[昧]의 두 갈래와 범부다 성인이다 하는 의정(疑情)을 일시에 쓸어버리고서 그야말로 개개인이 사자 새끼가 한 마디 포효하듯이 천 길 우뚝 솟게 된다면 누가 감히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겠는가? 바라본 즉 그 눈이 멀어버릴 것이다." (고덕이 착어하여 이르되, 한 마디 간곡함이 천고의 여운을 함축하고 있어서 온갖 어두운 구름 흩어지고 달이 처음처럼 돌아오니, 낚시를 깊이 드리운 뜻이 깊은 못에 있구나.)。 |
*妙叶; 묘할 묘(妙), 맞을 협(叶).
*縱饒; 即使. 설령
*觸途; 處處. 各處.
*直教; 바로 가르쳐서. 그야말로. 솔직히.
大圓頌 | 대원(大圓)의 송(頌) |
妙叶真機。境物如如。 是凡是聖。無欠無餘。 |
진기(真機*)와 오묘하게 맞아떨어지면 경계도 사물도 여여(如如)하여 이 범부와 이 성인이 부족함도 남음도 없다네. |
*真機; 현묘한 이치.
大慧 | 대혜(大慧) |
擡搦繇來作者知。 箇中一字兩頭垂。 同生同死何時曉。 雙放雙收舉世疑。 |
대닉(擡搦*)의 유래(繇來*)를 작자(作者)는 알려니와, 그 중의 한 자(字)는 두 끝에 떨어진 것이거늘 죽고 살기를 함께 해서야 어느 때나 동이 트겠느냐. 둘 다 놓아버리고 거두어야 세간의 의혹을 거론하리라. |
照膽蟾光沈碧漢。 拍天滄海浸須彌。 聞韶忘味有餘樂。 方識詩人句外奇。 |
조담섬광(照膽蟾光*)은 벽한(碧漢*)에 잠그고, 박천창해(拍天滄海*)는 수미산에 담근 채 풍류를 들어도 맛은 모르되, 또 다른 낙이 있어야 바야흐로 시인의 구(句) 밖 기묘함을 알리라. |
*擡搦; 擡는 치켜들다, 즉 放을 의미하고, 搦은 억누르다, 즉 收를 의미한다.
*繇來; 繇는 말미암을 유, 즉 由와 같은 의미이니, 由來.
*照膽蟾光; 照膽은 秦代의 큰 거울, 蟾光은 두꺼비 빛, 즉 달빛[月光].
*碧漢; 푸른 놈, 즉 하늘.
*拍天滄海; 하늘을 치는 듯 높고 바다처럼 넓은 기개(氣槪).
*聞韶忘味; '풍류만 듣고 맛은 모른다' 함은 《論語註疏》에서 온 표현으로
어느 한 쪽에만 깊이 빠져 있음에 대한 비유이다.
金鍼雙鎖帶 | ⑧금침쌍쇄대(金鍼雙鎖帶) |
*金針雙鎖; 金針雙鏁.
密教의 大悲胎藏에서 출생한 曼荼羅 중의 金剛針(精進金剛;Vajra-sūci)과
金剛鎖(鏁)(Vajra-śrvkhalā) 두 보살.
金剛針은 密教의 三部와 五部의 각 部에 部主와 部母가 있는데,
그 部母의 우편에 위치하는 보살이고, 諸法을 꿰뚫어 통달하지 못함이 없다 하며,
執金剛의 좌편에 위치하는 金剛商羯羅 즉 金剛鏁보살은
극히 교화하기 어려운 중생도 교화하여 無上菩提에 이르게 한다고 하니,
금침쌍쇄는 '제법을 통달하고(上求菩提)', '중생을 교화하는(下化衆生)'
보살의 두 가지 목표를 의미한다.
夫雞足分燈之後。 少林傳芳以來。 各闡玄風。 互興佛事。 若憑言詮為據。 斷滅法門。 更成造作修功 (一作更或功行修持) 平沈先聖。 頭頭顯露。物物明真。 不用躊躇。直截便道 (古德著語云。 風吹南岸柳。 雨折北池蓮。 白鷺下田千點雪。 黃鸝上樹一枝花)。 |
대저 계족(雞足*)에서 등불이 나뉘어진 뒤 소림(少林*)으로 향기가 전해진 이래 저마다 현풍(玄風)을 천명(闡明)하고, 서로 불사(佛事)를 흥성(興成)시켜 왔는데 만약 언전(言詮)을 의지해 근거를 삼았더라면 법문(法門)을 단멸시켰을 뿐더러 다시 조작된 수공(修功*)이 되었으려니와, (어떤 곳에는 '更或功行修持'라고 되어 있다.) 이전의 성인들을 다같이 가라앉혀버리고서 저마다 각각을 드러내고 사물 사물에 참을 밝혀서 주저하지 말고 곧바로 잘라 말해야 한다. (고덕이 착어하여 이르되, 남쪽 기슭의 버들에 바람이 불어 북쪽 연못의 연꽃에 비를 재촉하다가 백로가 밭에 내려 앉아 천 점의 눈을 뿌리고, 꾀꼬리가 나무 위에서 꽃 가지를 피운다네.)。 |
*雞足; 雞足山, 즉 가섭존자가 입멸하여 미륵하생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니,
가섭존자를 의미한다.
*分燈; 전등(傳燈)과 같은 의미.
*少林; 달마조사가 면벽 9년을 한 곳이니, 달마조사를 의미한다.
*修功; 공덕 닦기.
*平沈; 나란히 가라앉히다. '모두 도외시한다'는 뜻.
*直截; ①시원시원하다. 단도직입적이다. 단순 명쾌하다.
②정말. 그야말로. 완전히.
大圓頌 | 대원(大圓)의 송(頌) |
金鍼雙鎖。全心印可。 有句無句。千花萬朵。 |
금침쌍쇄(金鍼雙鎖)만을 전심(全心)으로 인가(印可)하게나. 구(句) 있고 구 없음에 천 가지 꽃이 만발한다네. |
大慧 | 대혜(大慧) |
突出全機理事玄。 東村王老夜燒錢。 等閑得路明如日。 舉步回頭直似弦。 |
전기(全機)를 돌출시키면 이사(理事)가 현묘해지려니와, 동촌(東村)의 왕씨 노인이 야밤에 지전을 불사르매 무심결에 길을 얻어 해처럼 밝아졌을지언정, 걸음을 내딛어 고개를 돌려보면 막다른 길이다네. |
玄要並行無別語。 機緣纔兆不堪傳。 從來大道無拘束。 信手拈來百事全。 |
현요(玄要)를 병행하는 데는 다른 말이 없고, 기연(機緣)에 징조가 적으면 전법을 감당치 못하려니와, 여태껏 대도(大道)가 구속하는 일은 없었으니, 손길 가는 대로 가져오면 만사가 온전하리라. |
*直似弦; 直如弦. 당겨진 활의 시윗줄처럼 곧다. 막다른 길, 즉 고위(孤危)에 비유한 표현.
대칭어~ 曲如鉤; 낚시 바늘처럼 구부러지다. 거꾸로 제후에 봉해짐에 비유하는 말.
*玄要; 현묘함의 정수. *機緣; 기틀과 인연.
平懷常實帶 | ⑨평회상실대(平懷常實帶) |
*平懷常實; '평소의 마음[平常心;平懷]이 항상한 진실[常實;道]이다'는 뜻.
洛浦和尚示眾云。 末後一句。始到牢關。 把斷要津。不通凡聖。 尋常向汝諸人道。 任從天下樂忻忻。 我獨不肯。 何故。靈龜負圖。 自取喪身之兆。 鳳縈金網。 擬趣霄漢。以何期。 尋常向汝諸人道。 須於旨外明宗。 莫向言中取則。 所以道。石人機似汝也。 解唱巴歌。 汝若似石人。 雪曲也應和。 |
낙포(洛浦*)화상이 시중하여 이르되, "말후일구(末後一句)에야 비로소 뇌관(牢關)에 이르러 요진(要津)을 차단하거든 범부도 성인도 통하지 못한다. 내가 여러분들에게 늘 말하기를, 천하가 즐거움에 흔흔(忻忻*)하도록 맡겨 두는 것을 나는 유독 수긍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어째서냐? 영구부도(靈龜負圖;문자)를 취하는 것부터가 상신(喪身)할 징조이기 때문이다. 봉황이 황금그물에 얽혀서야 하늘[霄漢]을 날고자 하나 무엇으로 기약하겠느냐? 늘 여러분들에게 말하기를, 모름지기 지(旨) 밖에서 종(宗)을 밝히고 언(言) 속을 향해 칙(則)을 취하지 말라 하였거니와, 그래서 석인(石人)도 기(機)가 너 같아서는 파가(巴歌;巴人의 曲)를 부를 줄 안다고 하는 것이니, 너희가 만약 석인과 같다면 설곡(雪曲)이야 화답할 줄 알아야 한다. |
*洛浦; 澧州洛浦山元安禪師(夾山善會 法嗣; 青原下五世)
*흔흔(忻忻); 뜻대로 되어 기뻐하는 모양새. 흥성(興盛)하는 모양새.
*靈龜負圖; 靈龜負書. 신령한 거북이 등에 지고온 그림.
한자의 기원이 된 구문(龜文)을 말한다.
《策海·大書》에 “창힐(倉頡)이 양허(陽虛)의 산에 올라 원호락(元扈洛)의 물에 갔더니,
신령한 거북[靈龜]이 그림을 등에 졌는데,
빨간 거북 등껍데기에 푸른 문자[丹甲青文]가 새겨졌는지라
창제(倉帝;倉頡)가 가져다가 천지의 변화를 쫓고,
규성(奎星;魁星)의 둥글고 굽은 형세를 우러러 보고,
거북의 무늬, 새 발자국, 산과 강, 손가락과 손바닥을 굽어살펴
문자를 창제하였다"고 실려 있다. [百度百科]
僧問南泉。如何是道。 泉云。平常心是道。 如達平常道也。 見山即是山。見水即是水。 信手拈來。 草無可無不可。 設使風來樹動。 浪起船高。 春生夏長。 秋收冬藏。 有何差異。 |
어느 중이 남전(南泉)에게 "무엇이 도(道)입니까?" 하자, 남전은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다" 하였으니, 평상(平常)의 도에 달한 것과 같아서 산을 본 즉 산이요, 물은 본 즉 물이었으려니와, 손길 가는 대로 집어 오는 것이 애초에 무가무불가(無可無不可*)일 터인데, 설사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고, 풍랑이 일어 배가 솟아 오르더라도 봄에는 싹이 나고 여름이면 자라서 거을에 추수하고 겨울에는 갈무리하는 데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
但得風調雨順。 國泰民安。 邊方寧靜。君臣道合。 豈在麒麟出現鳳凰來儀。 方顯祥瑞哉。 但得理歸其道 事乃平實。 無聖可求無凡可捨。 內外平懷。 泯然自盡。 所以諸聖語言。 不離世諦。隨順世間。 會則途中受用。 不會則世諦流布 (古德著語云。 長因送客處。 憶得別家時)。 |
다만 바람이 조화롭고 비가 순조로우면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할 것이요, 변방이 평안하고 고요하며, 군신(君臣)이 의기투합하면 어찌 기린이 출현하매 봉황이 와 춤을 추어서 마침내 상서로움이 드러나지 않겠는가? 다만 이(理)가 그 도(道)로 돌아가기만 하면 사(事)가 이내 평상시 그대로 진실할 것이니, 가히 구할 성인도 없고, 버릴 범부도 없을 것이요, 안팎으로 평상시와 같은 마음이면 자취도 없이 저절로 다해버릴 것이라 그래서 성인들이 말하기를, "세속의 이치를 떠나지 말고 세간에 수순하여 안 즉 살아가는 동안 받아서 쓰도록 하고, 모른 즉 세상 이치를 유포(流布)하라" 한 것이다. (고덕이 착어하여 이르되, 늘 벗[客]을 떠나보낸 곳으로 인해 집을 떠나갔던 때를 추억한다네.)。 |
*無可無不可; 속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兩可].
大圓頌 | 대원(大圓)의 송(頌) |
平懷常實。事圓理畢。 露柱燈籠。無得無失。 |
평회상실(平懷常實)이면 사(事)가 원융하게 이(理)를 마치려니와, 노주등롱(露柱燈籠;無心)이면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
大慧 | 대혜(大慧) |
更無回互本圓成。 覿面無私一體平。 水上東山行不住。 火中木馬夜嘶鳴。 |
다시 서로 본래 대로 원만히 되돌리지는 못할지언정 얼굴을 대하여 사심이 없어야 한 몸으로 평탄하련만, 물 위의 동산(東山)이 머물지 않고 가니 불 속의 목마(木馬)가 밤에 큰 소리로 운다네. |
人間但見浮雲白。 天外常看列岫橫。 若為平常心是道。 擬心已在銕圍城。 |
인간은 다만 떠도는 흰구름만 보고, 하늘은 도외시한 채 늘 가로 줄지은 산만 보거니와, 만약 평상심(平常心)이 도(道)가 된다면 마음은 이미 철위성(銕圍城*)에 있는 것과 같다네. |
*시명(嘶鳴); (말이) 큰 소리로 울다.
*岫; 산굴. 바위굴. 첩첩산중.
*銕圍城; 무쇠로 둘러쌓인 성. 평안한 곳.
浮山云。 據圓極法門。 本具十數。 今此九帶。已為諸人說了也。 更有一帶。諸人還見麼。 若也見得親切分明。 却請出來說看。 說得相應。則通前九帶。 圓明道眼。 若也見不親切。說不相應。 但依吾語言。以為己解。 則名謗法。無有是處。 諸人到此合作麼生。 眾皆罔措。 師遂叱散。 |
부산(浮山)은 말했다. "원융하고 지극한 법문(法門)에 의거하자면 본래 10수(數)를 갖추고 있는데, 지금의 이 9대(帶)를 이왕 여러분에게 설했거니와, 또 1대(帶)가 있음을 여러분은 보았는가? 만약 보았다면 친절(親切)히 했을 것이 분명하리니, 도리어 청컨대 나서서 설명해보거라. 설명이 상응(相應)하다면 앞의 9대를 통달하여 도안(道眼)을 원명(圓明)히 한 것이겠으나, 만일 소견이 친절치 못하여 설명이 상응하지 않다면 단지 내 말을 의지하여 자기 이해를 삼은 것인 즉 법을 비방했다 할 것이니, 옳지 못하다. 여러분은 이에 이르러 어떻게 부합하겠는가?" 대중이 망연히 어찌할 바를 모르자, 선사가 모두를 큰소리로 꾸짖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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