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안은 「임제불법대의(臨濟佛法大意)」라고도 한다.
정상좌가 불법의 대의를 여쭈니, 임제는 일장을 날림으로써 답해 주었는데,
이에 정상좌가 대오하였다. 이 얼마나 갈등없는 신속한 수완인가?
垂示云。 | 수시(垂示) |
十方坐斷千眼頓開。 一句截流萬機寢削。 還有同死同生底麼。 見成公案打疊不下。 古人葛藤試請舉看。 |
시방(十方)이 좌단되고 천안(千眼)이 몰록 열려서, 일구(一句)에 중류(衆流)를 절단하고 만기(萬機)를 종식(終息;寢削)시켜버린다면 동사동생(同死同生)할 자가 있겠는가? 견성공안(見成公案)이 꾸려지지 않거든 고인의 갈등(葛藤)을 예를 들테니 살펴보기 바란다. |
*一句截流萬機寢削; 禪林用語。
截流는 截斷眾流, 즉 分別妄想心을 截斷한다는 뜻이요,
寢削은 停止, 削除, 終息의 뜻이니,
'一句만으로 일체의 분별망상을 끊어내고 千算萬計를 終息시켜
그 자리에서 본체의 진실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佛光大辭典]
*打疊; 정돈[정리]하다. 준비하다. 꾸리다.
【三二】舉。 | 【제32칙】 정상좌(定上座)가 우두커니 서다. |
定上座。問臨濟。 如何是佛法大意 (多少人到此茫然。 猶有這箇在。 訝郎當作什麼) 濟下禪床擒住。 與一掌。便托開 (今日捉敗。 老婆心切。 天下衲僧跳不出) 定佇立 (已落鬼窟裏。蹉過了也。 未免失卻鼻孔) |
정상좌(定上座*)가 임제에게 여쭈어 "무엇이 이 불법의 대의(大意)입니까." 하자, (다소의 사람이 이에 이르러 망연해 하거니와, 아직 이것이 남아 있거늘, 의심이 넘쳐나서 무엇 하리오.) 임제가 선상에서 내려와 움켜쥐더니, 한 대 후려치고서 곧 밀쳐버렸다. (오늘 꼬리가 븥잡혔구나. 노파심이 간절하니 천하의 납승이 뛰어봐도 벗어나지 못한다.) 정상좌가 우두커니 서있자, (이미 귀굴(鬼窟) 속에 떨어져서 어긋나버렸으니, 콧구멍 잃기를 면치 못한 것이다.) |
傍僧云。 定上座何不禮拜 (冷地裏有人覷破。 全得他力。 東家人死 西家人助哀) 定方禮拜 (將勤補拙) 忽然大悟 (如暗得燈。如貧得寶。 將錯就錯。 且道定上座見箇什麼便禮拜)。 |
옆에 있던 스님이 "정상좌는 왜 예배하지 않는가?" 하는지라 (졸지에 어떤 사람이 훔쳐보고서 그의 힘을 온전히 얻었으니, 동가(東家) 사람이 죽으매 서가(西家) 사람이 슬퍼한 격이다. ) 정상좌가 막 예배하려다가 (부지런함으로 졸렬(拙劣)함을 때웠구나.) 홀연히 대오했다. (어둠에서 등을 얻고, 가난에서 보배를 얻은 것 같지만 착오를 가지고 착오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 말해보라. 정상좌가 무엇을 보고서 곧 예배했겠는가?)。 |
*낭당(郎當); ①실패, 파탄, 문란(紊亂) ②옷이 커서 몸에 맞지 않음.
*托開; 밀쳐내다. 서로 간섭하지 않다.
*捉敗; 실패한 행적이 드러나 붙잡히다.
*冷地裏; 冷地里. 冷不防(돌연히, 갑자기, 뜻밖에, 졸지에)의 방언.
*覷破; 窺破(훔쳐보다, 엿보다, 암암리에 살펴보다)
看他恁麼。直出直入。 直往直來。 乃是臨濟正宗。有恁麼作用。 若透得去。 便可翻天作地。 自得受用。 定上座是這般漢。 被臨濟一掌。 禮拜起來。便知落處。 他是向北人。最朴直。 既得之後。更不出世。 後來全用臨濟機。 也不妨穎脫。 |
그의 이러한 직출직입(直出直入)과 직왕직래(直往直來)를 보건대, 바로 임제의 정종(正宗)에는 이러한 작용이 있어서 만약 투득(透得)해 간다면 곧 가히 하늘을 뒤엎어 땅을 만들어서 스스로 수용(受用)하게 되거니와, 정상좌는 이런 종류의 사내였기에 임제의 1장(掌)을 맞고서 예배하고 일어나다가 문득 낙처(落處)를 안 것이다. 그는 북방 사람으로 매우 솔직했다. 기왕 얻은 뒤에도 다시 세속을 떠나지 않고 후에 와서 임제의 기(機)를 온전히 운용하였으니, 그야말로 영탈(穎脫)하여 마지않았다. |
一日路逢巖頭雪峰欽山三人。 巖頭乃問甚處來。 定云。臨濟。 頭云。和尚萬福。 定云。已順世了也。 頭云。某等三人。特去禮拜。 福緣淺薄。又值歸寂。 未審和尚在日。有何言句。 請上座舉一兩則看。 定遂舉臨濟一日示眾云。 赤肉團上。有一無位真人。 常從汝諸人面門出入。 未證據者看看。 時有僧出問。 如何是無位真人。 濟便擒住云。道道。 僧擬議。 濟便托開云。 無位真人。是什麼乾屎橛。 便歸方丈。 |
하루는 길에서 암두(巖頭), 설봉(雪峰), 흠산(欽山*), 세 사람을 만났는데, 암두가 이내 "어디서 오셨소?" 물으니, 정상좌가 "임제(臨濟)입니다." 하였다. 암두가 "화상(임제)은 만복(萬福)하십니까?" 하니, 정상좌가 "이미 순세(順世*)하셨습니다." 하자, 암두가 "우리 셋이서 특별히 가서 예배하려 했더니, 복연(福緣)이 천박(淺薄)하여 귀적(歸寂*)을 만났구려. 궁금한데, 화상께서 계실 때 어떤 언구(言句)가 있었소? 청컨대 상좌가 한두 가지 예를 들어 보이십시요." 하여, 정상좌가 임제가 어느날 시중하여 한 말을 들췄다. "'적육단(赤肉團*) 위에 한 무위진인(無位真人*)이 있어 늘 여러분의 면문(面門*)을 통해 드나드니, 증명해 내지 못했거든 살피고 살피거라.' 하셨습니다. 그때 한 중이 나서서 '어떤 것이 무위진인입니까?' 하고 여쭙자, 임제스님이 곧 웅켜쥐고 '말해라, 말해라!' 하시니, 중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리는데, 임제스님이 곧 밀쳐버리시면서 '무위진인이 이 무슨 마른 똥막대기야!' 하시고, 방장(方丈)으로 돌아가버리셨습니다." 하였다. |
*欽山; 澧州欽山文邃禪師로 洞山良价의 법을 이었다.
巖頭와 雪峰은 德山宣鑒의 문하지만 셋은 다 같은 青原下五世이고,
定上座는 臨濟義玄의 上座이니, 南嶽下五世이다.
*順世; 隨順世法. 世法에 따라 죽음을 보이다. 즉 승려의 죽음을 뜻한다.
*歸寂; 歸於寂滅. 적멸로 돌아가다. 入寂.
*赤肉團; 빨간 고깃덩어리 즉 육신(肉身)을 비하한 표현.
*無位真人; 真如佛性.
*面門(mukha); 세 가지 해석이 있다. ①입, ②얼굴, ③코 밑과 입 위의 사이.
巖頭不覺吐舌。 欽山云。何不道非無位真人。 被定擒住云。 無位真人與非無位真人。 相去多少。 速道速道。 山無語。直得面黃面青。 巖頭雪峰。近前禮拜云。 這新戒不識好惡。 觸忤上座。 望慈悲且放過。 定云。若不是這兩箇老漢。 𡎺殺這尿床鬼子。 |
암두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고, 흠산은 "왜 비무위진인(非無位真人)이라고 말씀하지 않았을까요?" 하였다가 정상좌에 멱살을 잡혀 "무위진인과 비무위진인의 서로 간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 빨리 빨리 말하시오!" 하는 말을 듣고서 흠산은 말을 못하고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는지라 암두와 설봉이 가까이 다가가 절을 하면서 "이 사람이 신계(新戒*)라 옳고 그름을 몰라서 상좌에게 무례를 범했으니, 자비로 그만 용서하기 바랍니다." 하니, 정상좌는 "만일 이 두 노한(老漢)만 아니었다면 이 뇨상귀자(尿床鬼子*)를 축살(𡎺殺*)했을 것이오." 하였다. |
*新戒; 근래 새로 수계한 스님.
*촉오(觸忤); 冒犯(무례한 짓을 하다).
*尿床鬼子; '오줌싸개 귀신자식'. 크게 꾸짖는 욕설.
*𡎺殺; 蹴殺. 발로 차서 죽임.
又在鎮州齋回。 到橋上歇。 逢三人座主。一人問。 如何是禪河深處。 須窮底。 定擒住擬拋向橋下。 時二座主。連忙救云。 休休。 是伊觸忤上座。 且望慈悲。 定云。若不是二座。 主從他窮到底去。 看他恁麼手段。 全是臨濟作用。 更看雪竇頌出云。 |
또 진주(鎮州)에 있을 때 제(齋)하고 돌아오다가 다리위에서 쉬기에 이르러 세 사람의 좌주(座主)를 만났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어떤 것이 선하(禪河*)의 깊은 곳입니까? 반드시 그 바닥을 궁구하고자 합니다." 하자, 정상좌가 웅켜쥐고 다리 밑으로 던지려 하니, 때에 두 좌주가 연달아 황망히 말리면서 "멈추십시요, 멈추십시요! 이 사람이 상좌에게 무례를 범했으니, 그만 자비를 바랍니다." 하였는지라, 정상좌는 "만일 이 두 좌주만 아니었다면 당신은 저 끝을 쫓아 바닥에 이르렀을 것이오." 하였다. 그의 이러한 수단을 살펴보건대, 온전히 이는 임제의 작용인 것이다. 다시 설두가 송출(頌出)한 말을 살펴보자. |
*禪河; 능히 심화(心火)를 멸하는 선정(禪定)의 강물.
斷際全機繼後蹤 (黃河從源頭濁了也。 子承父業) 持來何必在從容 (在什麼處。爭奈有如此人。 無腳手人還得他也無) 巨靈抬手無多子 (嚇殺人。少賣弄。 打一拂子。更不再勘) 分破華山千萬重 (乾坤大地一時露出。墮也) |
단제(斷際*)의 전기(全機)를 후계한 이의 발자취거늘 (황하<黃河>가 근원부터 탁했던 것 처럼 자식이 아비의 업을 승계했구나.) 가져다가 하필 종용(從容*)에 있으리오? (어디에 있으며, 어찌 이런 사람이 있겠는가? 수완 없는 사람이 그랬을 리 없다.) 거령(巨靈*)의 손 씀씀이가 별 것은 아니지만 (사람 겁주기가 너무 심하니, 약간 으시댔구나. 불자<拂子>로 한 번 때려주고 더 감변하지는 않겠다.) 화산(華山) 천만 겹겹을 쪼개 부수었구나. (천지<天地>가 일시에 드러나고 파괴된다.) |
*斷際; 黃檗斷際禪師.
*全機; 禪者의 自在無礙한 活動.[佛光大辭典]
*從容; 사람이 어떤 일에 처하여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며,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양새.
유유자적(悠悠自適), 安靜.
*巨靈; 巨靈神. 중국 고대 신화 속의 몸집이 거대한 괴력의 하신(河神).
華山과 首陽山은 본래 하나였는데, 강물이 산에 가로막혀 돌아 흘러야 했기에
河神 거령이 손으로 그 상부를 쳐서 열고, 발로 하부를 밟고 갈라서
중간을 둘로 나누니 강물이 쉽게 흐르게 되었다 하며,
그래서 지금에 화산 위에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고,
발자국은 수양산 밑에 남아 있다고 한다.
*無多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뜻.
雪竇頌。 斷際全機繼後蹤。 持來何必在從容。 黃檗大機大用。 唯臨濟獨繼其蹤。 拈得將來不容擬議。 或若躊躇便落陰界。 楞嚴經云。 如我按指。 海印發光。 汝暫舉心。 塵勞先起。 巨靈抬手無多子。 分破華山千萬重。 巨靈神有大神力。 以手擘開太華。 放水流入黃河。 定上座疑情。如山堆岳積。 被臨濟一掌。 直得瓦解冰消。 |
설두가 송(頌)하되, '단제(斷際)의 전기(全機)를 뒤 이은 이의 발자취를 가져 와서 하필 종용(從容)에 있으리오?' 하였는데, 황벽의 큰 기용(機用)을 오로지 임제만이 홀로 그 발자취를 계승하였으니, 염득(拈得)하여 가져오는 일에 머뭇거림이 용납되지 않거니와, 혹 주저한다면 곧 음계(陰界)에 떨어질 것이다. 《능엄경(楞嚴經)》에 이르기를, 「내가 손가락을 짚으면 해인삼매(海印三昧)가 빛을 발하고, 너는 잠깐만 마음을 두어도 진로(塵勞)가 먼저 일어난다」 하였다. '거령(巨靈)의 손 씀씀이가 별 것은 아니지만 화산(華山) 천만 겹겹을 쪼개 부수었구나' 하였는데, 거령신(巨靈神)은 큰 신력이 있어 손으로 태화(太華)를 쪼개 열어서 물이 황하로 흘러 들어가게 하였거니와, 정상좌의 의정(疑情)이 산더미처럼 쌓였다가 임제의 일장을 맞자 곧 얼음 녹듯 와해(瓦解)된 것이다. |
《능엄경(楞嚴經)》 제4권에
「비유컨대 마치 거문고, 공후, 비파가 비록 묘음을 지녔다 하나
만약 오묘한 손가락이 없다면 결코 소리를 낼 수 없듯이,
너와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보각진심(寶覺眞心)은 저마다 원만하되,
내가 손가락을 짚으면 해인(海印)이 빛을 발하고,
너는 잠시만 마음을 두어도 번뇌가 먼저 일어나는 것은
무상각(無上覺)에의 도(道)를 힘써 구하지 않고
소승(小乘)을 좋아하여 적은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니라.
(譬如琴瑟箜篌琵琶雖有妙音。
若無妙指終不能發。汝與眾生亦復如是。
寶覺真心各各圓滿。如我按指海印發光。汝暫舉心塵勞先起。
由不勤求無上覺道愛念小乘得少為足。)」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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