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소리[閑言長語] 말고 고니 희고 까마귀 검은 이치[鵠白烏黑]나 똑똑히 알거라!
【三○】舉。 | 【제30칙】 조주의 대라복두(大蘿蔔頭) |
僧問趙州。 承聞和尚親見南泉。是否 (千聞不如一見。 拶眉分八字) 州云。 鎮州出大蘿蔔頭 (撐天拄地。斬釘截鐵。 箭過新羅。 腦後見腮。莫與往來)。 |
어느 중이 조주(趙州)에게 물었다. "전해 듣건대 화상께서 남전(南泉)을 직접 만나셨다던데 그렇습니까?" (천 번 들어도 한 번 보느니만 못하거늘 미분팔자<眉分八字*>를 내질러보았다. ) 조주가 말했다. "진주(鎮州)에서 큰 나복두(蘿蔔頭*)가 나온다." (탱천주지<撐天拄地*>요, 참정절철<斬釘截鐵*>이며, 전과신라(箭過新羅*)이니, 뇌후견시(腦後見腮*)하거든 더불어 왕래하지 말라.) |
*蘿蔔; ①十字花科 萊菔屬 植物名. 무우. 「萊菔」, 「蘆菔」, 「菜頭」라고도 한다.
②蘿蔔頭; 小孩儿(어린아이)의 속칭(俗稱). 꼬마. [中國語辭典]
*眉分八字; '눈썹이 八자 모양인 것'은 당연한 사실인지라
禪林에서 「眉分八字」라는 말로 「당연한 일」이라 뜻을 표현한다.
*撐天拄地; 頂天立地(하늘을 떠받치고 땅 위에 우뚝 서다. [영웅적 기개를 형용하는 말]).
《朱子全書》9권에 “성인은 다만 늘 이런 도리를 부지(扶持)하고자
탱천주지(撐天拄地)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斬釘截鐵; '못을 자르고 철을 절단한다' 함은
말이나 행동이 과감하고 결단성이 있어서 추호도 머뭇거림이 없음을 형용하는 말이다.
*箭過新羅; '화살이 신라를 지나갔다' 함은
'너무 멀리 떠나 있으니 어디에 떨어질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腦後見腮; '머리 뒤에서 뺨을 본다' 함은 '볼이 유난히 튀어나온 사람'을 말한다.
전통적 관상설에서 '이런 부류의 사람은 쉽게 배반하고 무정하며,
제 이익만 보고 의리를 망각하니 교제해서는 안된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這僧也是箇久參底。 問中不妨有眼。 爭奈趙州是作家。 便答他道。 鎮州出大蘿蔔頭。 可謂無味之談。塞斷人口。 這老漢大似箇白拈賊相似。 爾纔開口。便換卻爾眼睛。 若是特達英靈底漢。 直下向擊石火裏閃電光中。 纔聞舉著。剔起便行。 苟或佇思停機。不免喪身失命。 |
이 스님도 오래 참구한 바탕이 있는 자였는지라 질문 속에 안목이 있어 마지 않지만 조주(趙州)는 작가(作家)임을 어찌 하겠는가. 곧 답하여 그에게 말하기를, "진주는 큰 나복두(蘿蔔頭)가 난다." 하였으니, 가히 재미 없는 얘기가 말문을 막히게 했다 하겠다. 이 늙은이가 꼭 백념적(白拈賊*)을 닮아서 그가 입을 열자마자 곧 그의 눈동자를 뒤집어버렸는데, 만약 특달(特達)하고 영리한 자라면 곧바로 돌불꽃 튀기고 번갯불 번쩍이는 속에서도 거론(擧論)을 듣자마자 척기편행(剔起便行*)하겠지만 혹시라도 머뭇거렸다가는 상신실명을 면치 못한다. |
*白拈賊; 백주(白晝) 대낮에 맨손으로 물건을 훔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수완이 뛰어난 도둑,
선림에서는 학인(學人)을 접인(接引)함에 신출한 기교를 갖춘 종사가(宗師家)를 지칭한다.
*剔起便行; 眉毛剔起便行을 줄인 말. 눈썹 돋우어 일으킨다[眉毛剔起]는 것은
'생각할 겨를 없이 곧바로 알아차리는 것'에 비유하는 말이니,
'바로 알아차리고 곧 떠나버린다'는 뜻이다.
江西澄散聖判。 謂之東問西答。喚作不答話。 不上他圈繢。 若恁麼會爭得。 遠錄公云。此是傍瞥語。 收在九帶中。 若恁麼會。夢也未夢見在。 更帶累趙州去。 有者道鎮州從來出大蘿蔔頭。 天下人皆知。 趙州從來參見南泉。 天下人皆知。這僧卻更問道。 承聞和尚親見南泉是否。 所以州向他道。 鎮州出大蘿蔔頭。 且得沒交涉。 |
강서(江西)의 징산성(澄散聖*)이 평판(評判)하기를, "동문서답(東問西答)한 것이라 대답하지 말아야 그의 올가미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였거니와, 이렇게 알아서야 어찌 얻겠는가? 원록공(遠錄公*)은 "이것은 방별어(傍瞥語*)인데, 구대(九帶*) 안에 담겨 있다."고 하니, 이렇게 안다면 꿈에도 꿈꾸지 못하려니와, 더욱이 조주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다. 어떤 자는 말하기를, "진주에서 지금껏 큰 나복두가 나온다는 것은 천하인이 다 알고, 조주가 지금껏 남전을 참견(參見)했다는 것도 천하인이 다 아는데도 이 스님이 도리어 다시 묻기를, '전해 듣기로는 화상께서 남전(南泉)을 친견하셨다는데 그렇습니까?' 하니, 그래서 조주가 그에게 '진주는 큰 나복두가 난다'고 한 것이다"고 하는데, 이 또한 무관한 말이다. |
*澄散聖; 泐潭靈澄散聖(雲門文偃-巴陵顥鑒 法嗣) 青原下八世.
*遠錄公; 浮山法遠.
*傍瞥語; 禪林用語. 사가(師家)에서 학인을 접화(接化)할 때 정면으로 직시(直示)하지 않고,
간접적인 표현 속에 슬쩍 지요(旨要)를 담아 하는 말.
*九帶; 부산9대(浮山九帶). 宋代禪僧 浮山法遠(991~1067)이 제시한 宗門語句.
①佛正法眼藏帶 ②佛法藏帶 ③理貫帶 ④事貫帶 ⑤理事縱橫帶
⑥屈曲垂帶 ⑦妙叶兼帶 ⑧金鍼雙鎖帶 ⑨平懷常實帶. [人天眼目卷二]
都不恁麼會。畢竟作麼生會。 他家自有通霄路。 不見僧問九峰。 承聞和尚親見延壽來。 是否。 峰云。山前麥熟也未。 正對得趙州答此僧話。 渾似兩箇無孔鐵鎚。 趙州老漢。是箇無事底人。 爾輕輕問著。 便換卻爾眼睛。 若是知有底人。細嚼來嚥。 若是不知有底人。 一似渾崙吞箇棗。 |
다 그렇게 알지 말라면 필경 어떻게 알아야 하겠는가? 타가(他家*)에 스스로 하늘에 통하는 길이 있다. 보지 못했는가? 어떤 중이 구봉(九峰*)에게 묻기를, "듣건대 화상이 연수(延壽*)를 친견하고 왔다던데, 그렇습니까?" 하자, 구봉이 "산 앞에 보리가 익었더냐?" 하였는데, 조주가 이 스님에게 한 대답과 정히 맞서는 것이라 꼭 두 개의 무공철추(無孔鐵鎚)와 같다. 조주 늙은이는 하나의 무사(無事)한 사람이라서 너희가 경솔하게 물었다가는 네 눈동자가 뒤집혀버리려니와, 만약 앎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꼭 씹어 삼키겠지만 앎이 없는 사람이라면 저 대추를 통채 삼키는 것과 같을 것이다. |
*他家; 구봉의전(九峰義詮)은 임제종 스님이 아니니, 남의 집안 사람이다.
*九峰(930-985); 瑞州九峰義詮禪師(歸宗道詮 法嗣;青原下八世)
*延壽; 潭州延壽寺慧輪禪師(保福從展 法嗣;青原下七世)
鎮州出大蘿蔔 (天下人知。切忌道著。 一回舉著一回新) 天下衲僧取則 (爭奈不恁麼。 誰用這閑言長語) 只知自古自今 (半開半合。如麻似粟。 自古也不恁麼。如今也不恁麼) 爭辨鵠白烏黑 (全機穎脫。 長者自長。短者自短。 識得者貴。也不消得辨) 賊賊 (咄更不是別。 自是擔枷過狀) 衲僧鼻孔曾拈得 (穿過了也。裂轉) |
진주(鎮州)에 대라복(大蘿蔔)이 난다는 것을 (천하인이 알되 말하기를 몹시 꺼리지만 들출 때마다 새롭다.) 천하의 납승들이 극칙(極則)으로 여기고서 (그렇지 않음을 어찌 하리오. 누가 이런 잔소리<閑言長語*>를 하던가?) 다만 예로부터나 지금부터만 아는데, (어정쩡한 자들이 무수히 많은데, 예로부터도 그렇지 않았고, 지금에도 그렇지 않다.) 어찌 곡백오흑(鵠白烏黑*)을 헤아리리오. (전기(全機;機用)가 삐져나왔다. 긴 것은 스스로 길고, 짧은 것은 스스로 짧다는 것을 아는 자가 드물 뿐더러 소화하여 헤아리지도 못한다.) 도적놈아, 도적놈아! (쯧쯧! 다시 다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담가과상<擔枷過狀*>해야 할 일이다.) 납승의 콧구멍을 벌써 꿰어찼구나. (뚫고 지나가버렸으니, 찢어질 것이다.) |
*極則; 최고의 준칙(準則). 절대적인 원칙.
*閑言長語; 한가하고 긴 말. 잔소리.
*鵠白烏黑; 《莊子·天運》의
「고니는 날마다 씻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매일 검게 물들이지 않아도 검다
[夫鵠不日浴而白, 烏不日黔而黑]」를 인용한 말로서 「본연의 이치」를 의미한다.
*擔枷過狀; 목에 칼을 쓰고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며 죄를 청하다.
잘못을 용감히 시인하고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는 것에 비유하는 말이다.
鎮州出大蘿蔔。 爾若取他為極則。 早是錯了也。 古人把手上高山。 未免傍觀者哂。 人皆知道這箇是極則語。 卻畢竟不知極則處。 所以雪竇道。 天下衲僧取則。 只知自古自今。 爭辨鵠。白烏。黑。 雖知今人也恁麼答。 古人也恁麼答。 何曾分得緇素來。 |
진주에서 대라복이 나는데, 너희가 만약 그것을 절대적인 원칙[極則]으로 여긴다면 일찌감치 그르친 것이다. 고인의 손에 이끌려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은 옆에서 보는 사람의 비웃음을 면치 못한다. 사람들이 모두 이것이 극칙어(極則語)라고 말할 줄은 알지만 필경 극칙처(極則處)는 도리어 알지 못할 것이라 그래서 설두가 말하기를, '천하 납승들이 극칙으로 여기고서 다만 자고자금(自古自今)만을 아는데, 어찌 고니 희고 까마귀 검은 이치를 헤아리리오' 한 것이다. 비록 지금 사람도 이렇게 답하고 고인도 이렇게 답할 줄은 알았지만 언제 치소(緇素)를 분간해 얻어 온 적 있었던가. |
雪竇道。 也須是去他石火電光中。 辨其鵠白烏黑始得。 公案到此頌了也。 雪竇自出意。向活潑潑處。 更向爾道。 賊賊衲僧鼻孔曾拈得。 三世諸佛也是賊。 歷代祖師也是賊。 善能作賊換人眼睛。 不犯手腳。獨許趙州。 且道什麼處是趙州善做賊處。 鎮州出大蘿蔔頭。 |
설두는 말하기를, "모름지기 이는 그의 전광석화 속으로 가서 그 고니 희고 까마귀 검은 이치를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고 하였고, 공안은 여기에 이르러 송하기를 마쳤으나, 설두가 스스로 뜻을 내서 펄펄 살아있는 곳을 향해 다시 그에게 "도적놈아, 도적놈아! 납승의 콧구멍을 벌써 염득(拈得)해버렸구나." 하였는데, 삼세제불(三世諸佛)도 도적이고, 역대조사(歷代祖師)도 도적이거니와 도적질을 잘 할 수 있어서 사람의 눈동자를 뒤집어 놓되 범하지 않는 수완은 유독 조주에게만 허락되었다. 자, 말해보라. 어느 곳이 도적질을 잘한 곳인가? 진주(鎮州)에서는 큰 나복두(蘿蔔頭)가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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