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

벽암록(碧巖錄) 제31칙 마곡지석요상(麻谷持錫遶床)

碧雲 2022. 10. 19. 17:08

 이 공안은 「마곡진석(麻谷振錫)_마곡이 석장을 내려 찍다」이라고도 한다.
동일한 사실을 두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옳다 하기도 하고,
그르다 하기도 하며, 또 제3자는 이 둘 다 틀렸다고도 하지만,
그러나 진실은 옳은 곳에도 그른 곳에도 또 틀린 곳에도 있지 않다.
이 셋 모두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상(相)일 뿐이요,
진실은 상(相)으로 참 모습을 그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垂示云。 수시(垂示)하여 이르되, 
動則影現。
覺則冰生。
其或不動不覺。
不免入野狐窟裏。
透得徹信得及。
無絲毫障翳。
如龍得水似虎靠山。
放行也瓦礫生光。
把定也真金失色。
古人公案。未免周遮。
且道評論什麼邊事。
試舉看。
동(動)한 즉 그림자가 나타나고
각(覺)한 즉 얼음이 생기거니와
그가 혹 동하거나 각하지 않더라도
여우굴 속으로 들어가기를 면치 못할 것이로되,
투명하게 얻어서 철저히 믿음이 가면[信得及]
추호도 거칠 것 없기가
마치 용이 물을 얻고 범이 산을 만난 것 같을 것이라
방행(放行)하면 와력(瓦礫*)이 빛을 내고
파정(把定)하면 진금(眞金)이 색을 잃을 것이니,
고인의 공안도 잔소리[周遮*] 신세를 면치 못하리라.
자, 말해보라. 어느 쪽 일을 평론해볼 것인가?
예를 들어 살펴보자. 

*瓦礫; 깨진 기왓장과 벽돌조각. 즉, 쓸모 없는 물건.
*周遮; ①숨기다. 덮어 가리다. ②말이 많은 모양새. 구시렁거리다, 잔소리하다.
③둘레, 주위, 사방, 바퀴. 

 

 【三一】舉。  【제31칙】 마곡이 석장을 들고 선상을 돌다. 
   麻谷持錫到章敬。
   遶禪床三匝。振錫一下。
   卓然而立
   (曹溪樣子一模脫出。
   直得驚天動地)
   敬云。是是
   (泥裏洗土塊。
   賺殺一船人。
   是什麼語話。繫驢橛子)
   雪竇著語云。錯
   (放過則不可。
   猶較一著在)
   마곡(麻谷)이 석장(錫杖)을 들고 장경(章敬)을 찾아가서
   선상(禪床)을 세 바퀴 돈 다음 석장을 한 번 내려 찍고
   탁연(卓然;高遠한 자세)히 서니,
   (조계<曹溪>의 모습이 한 모양으로 삐져 나왔으니,
   바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다.)
   장경은 "옳다, 옳다." 하였다.
   (진흙 속에 흙덩이를 씻어서
   한 배 탄 사람을 몹시 속이는데[賺殺],
   이 무슨 말인가? 계려궐자<繫驢橛子*>로다.)
   설두(雪竇)가 착어하되, "빗나갔다(錯)."고 하였다.
   (놓아버리면 안 되고,
   오히려 한 번 붙잡아 두는 것이 낫다.)
   麻谷又到南泉遶禪床三匝。
   振錫一下。卓然而立
   (依前泥裏洗土塊。
   再運前來。蝦跳不出斗)
   泉云。不是不是
   (何不承當。
   殺人不眨眼。是什麼語話)
   雪竇著語云。錯
   (放過不可)
   마곡이 또 남전(南泉)에게 가서 선상을 세 바퀴 돌고서
   석장을 내려 찍고 탁연히 서니,
   (여전히 진흙 속에 흙덩이를 씻으면서
   재차 예전 것을 가져왔으니,
   새우가 뛰어봤자 됫박을 벗어나지 못한다.)
   남전이 "아니다, 아니다." 하였다.
   (어째서 타당[承當]하지 않는가?
   너무 깜작이지 않는 눈이어서라니, 이 무슨 말인가?)
   설두가 착어하되, "빗나갔다."고 하였다.
   (놓아주면 안 된다.)
   麻谷富時云。章敬道是。
   和尚為什麼道不是
   (主人公在什麼處。
   這漢元來取人舌頭。
   漏逗了也)
   泉云。章敬即是是。汝不是
   (也好。殺人須見血。
   為人須為徹。
   瞞卻多少人來)
   此是風力所轉。
   終成敗壞
   (果然被他籠罩。
   爭奈自己何)。
   마곡이 한가한 시간에 "장경은 옳다고 하는데,
   화상(和尚)은 무엇 때문에 아니다고 합니까?" 하니,
   (그 주인공이 어디 있느냐?
   이 자가 원래 사람의 혀끝만 취하니,
   누두<漏逗>해버린 것이다.)
   남전은 "장경이야 옳고 옳지만, 자네는 틀렸네.
   (잘했다. 사람을 죽이면 반드시 피를 봐야 하고,
   사람을 위하려면 모름지기 철저해야 한다.
   많은 사람을 속여 왔겠구나.)
   이것은 바람의 힘으로 굴러가는 일이라
   결국 무너지고 만다네." 하였다.
   (과연 그에게 농조(籠罩*)를 당했지만
   자신을 어찌 어떻게 해보겠는가? )。

*賺殺; ①赢得(이기다, 얻다), 博得(호감,동정 따위를 얻다) [百度百科]
②속일 잠(賺), 빠를 쇄(殺) : 속임이 심하다.
*繫驢橛子; 길가에 나귀를 묶어두기 위한 나무말뚝.
선림에서는 이로써 '집착하여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언구'에 비유한다.
*籠罩; 대바구니 롱(籠), 보쌈 조(罩). 휩싸이다. 뒤덮다. 덮어씌우다.

 

古人行腳。遍歷叢林。
直以此事為念。
要辨他曲錄木床上老和尚。
具眼不具眼。
古人一言相契即住。
一言不契即去。
고인이 행각할 적에 총림(叢林)을 두루 다니면서
바로 이 일을 염두에 두었으니,
요는 저 곡록목상(曲錄木床*) 위의 늙은 화상들이
안목을 갖췄는지 못 갖췄는지를 분간하는 것이어서
고인은 1언(言)이 서로 맞은 즉 머물고,
1언이 계합하지 못하면 곧 가버렸다.  

*曲錄木床; 휘어진 형태[曲]의 나무를 조각[錄木]한 僧家의 禪床. 

看他麻谷到章敬。遶禪床三匝。
振錫一下。卓然而立。
章敬云。是是殺人刀活人劍。
須是本分作家。
雪竇云。錯。落在兩邊。
爾若去兩邊會。
不見雪竇意。
他卓然而立。
且道。為什麼事。
雪竇為什麼卻道錯。
什麼處是他錯處。
章敬道是。什麼處是是處。
雪竇如坐讀判語。
저 마곡을 보건대 장경에게 가서 선상을 세 바퀴 돈 다음
석장을 한 번 내려 찍고 도도하게 섰는데,
장경이 말한 '옳커니, 옳커니.'는 살인도요 활인검이라
반드시 본분작가(本分作家*)라야 쓸 수 있는 말이다.
설두는 '어긋났다'고 하여 양변(兩邊*)에 떨어져 있으나
너희가 만약 양변으로 가서 알려고 한다면
설두의 뜻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가 탁연(卓然)히 섰거니와,
말해보라. 무슨 일을 위해서인가?
설두는 어째서 도리어 '어긋났다'고 한 것이며,
어느 곳이 그와 어긋난 곳인가?
장경은 또 '옳다'고 했는데, 어느 곳이 옳은 곳인가?
설두가 마치 앉아서 판결문 읽는 것과 같다. 

*本分作家; 작가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
*兩邊; '이 끝'과 '저 끝'. 중도가 아닌 한 쪽에 치우친 견해. 

麻谷檐箇是字。便去見南泉。
依然遶禪床三匝。
振錫一下。卓然而立。
泉云。不是不是。
殺人刀活人劍。
須是本分宗師。
雪竇云。錯。章敬道是是。
南泉云。不是不是。
為復是同是別。
前頭道是。為什麼也錯。
後頭道不是。為什麼也錯。
若向章敬句下薦得。
自救也不了。
若向南泉句下薦得。
可與祖佛為師。
마곡이 이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곧 남전을 찾아가
예전처럼 선상을 세 바퀴 돈다음
석장을 한 번 내려 찍고 탁연히 서니
남전이 '틀렸다, 틀렸다.'고 하였거니와,
이도 살인도요 활인검인지라
모름지기 본분종사라야 한다.
설두는 '어긋났다' 하고 장경은 '옳다, 옳다' 하고
남전은 '틀렸다, 틀렸다.'고 했는데,
대답[復]이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첫머리의 '옳다'는 말은 어째서 '어긋난 것'이며,
끝머리의 '틀렸다'는 말은 어째서 '어긋난 것'인가?
만약 장경의 구(句) 속을 파고들어 얻으려 한다면
자기를 구제하기도 마치지 못하려니와,
남전의 구 속을 향해 천득(薦得)하면
불조(佛祖)와 더불어 스승이 될 것이다. 
雖然恁麼。
衲僧家須是自肯始得。
莫一向取人口辯。
他問既一般。
為什麼一箇道是。
一箇道不是。
若是通方作者。得大解脫底人。
必須別有生涯。
若是機境不忘底。
決定滯在這兩頭。
若要明辨古今。
坐斷天下人舌頭。
須是明取這兩錯始得。
及至後頭雪竇頌。
也只頌這兩錯。
雪竇要提活鱍鱍處。
所以如此。
若是皮下有血底漢。
自然不向言句中作解會。
不向繫驢橛上作道理。
비록 그렇다지만
납승가(衲僧家)는 모름지기 스스로 긍정해야 하고,
그저 남의 구변(口辯)만을 취해서는 안된다.
그의 질문은 기왕 한 가지인데
어째서 한 사람은 '옳다' 하고,
한 사람은 '틀렸다'고 하겠는가?
만약 통방작자(通方作者)라면 대해탈을 얻은 사람이라
반드시 다른 생애가 있으려니와,
기경(機境*)을 떠나보내지 못한 자라면
결정코 저 양두(兩頭;兩邊)에 가로막혀 있을 것이다.
만약 고금(古今)을 밝게 헤아리고자 한다면
천하인의 혀끝을 좌단(坐斷)해버려서
반드시 이 양변의 잘못된 점을 분명히 취해야 한다.
뒷부분 설두의 송에 이르러서는
다만 그 두 잘못을 송했는데,
설두가 살아 팔팔거리는 곳을 제기하고자 하였기에
그래서 이와 같았던 것이니,
만약 껍대기 속에 피가 있는 놈이라면
자연 언구 속을 향해 알려고 하지 않을 뿐더러,
계려궐(繫驢橛) 위를 향해 도리를 짓지도 않을 것이다. 

*機境; 機는 내적 마음의 작용, 境은 외적 경계를 말한다. 

有者道。
雪竇代麻谷下這兩錯。
有什麼交涉。殊不知。
古人著語。鎖斷要關。
這邊也是。那邊也是。
畢竟不在這兩頭。
慶藏主道。
持錫遶禪床是與不是俱錯。

其實亦不在此。
爾不見。
永嘉到曹溪見六祖。
遶禪床三匝。振錫一下。
卓然而立。
祖云。夫沙門者。
具三千威儀。八萬細行。

大德從何方而來。生大我慢。
為什麼六祖卻道他生大我慢。
此箇也不說是。也不說不是。
是與不是都是繫驢橛。
唯有雪竇下兩錯。猶較些子。
어떤 이는 말하기를,
"설두가 마곡 대신 그 두 '착(錯)'을 말한 것이다"고 하나
무슨 연관이 있겠는가. 너무 모르는 것이다.
고인의 착어가 요긴한 관문의 빗장을 풀어
이쪽이 옳다, 저쪽이 옳다고 하였으나
필경 이 양 끝에 있지 않는 것이라
경장주(慶藏主*)가 말하기를,
"석장을 가지고 선상 돈 것을 두고
 '옳다', '그르다' 한 것이 다 '빗나간 것'이며,
기실(其實)은 여기에 있지 않다"고 하였다.
그대들은 보지 못했는가?
영가(永嘉*)스님이 조계사(曹溪寺)로 6조를 뵈러 가서
선상을 세 바퀴 돈 다음 석장을 한 번 내려 찍고
도도하게 서니,
6조께서 "대저 사문(沙門)이란
삼천위의(三千威儀*)와
팔만세행(八萬細行*)을 갖춰야 하거늘
대덕은 이디서 왔기에 큰 아만을 내는가?" 하셨는데,
어째서 6조께서는 그가 큰 아만을 낸다고 말했겠는가?
이것도 '옳다'거나 '그르다' 말하지 않은 것이거니와,
 '옳다' '그르다'가 모두 계려궐(繫驢橛)인 것이요,
오직 설두가 내린 두 '어긋났다'만이 조금은 괜찮았다. 

*慶藏主; 원오극근 당시에 경전 관리업무를 주관하는 장주(藏主)직에 있었던 사람으로
대중들이 사리에 밝고, 종지를 깊이 안다 하여 원오가 종종 찾아가 묻고 들었다 한다.
*永嘉(665~712); 永嘉真覺禪師[大鑒(慧能)下一世]
*三千威儀와 八萬細行; 불제자가 일상에 지켜야 할 위의(威儀)를 갖추는 법으로서
비구가 키켜야 할 250계를 행주좌와 4위의에 적용하면 합이 1,000계(戒)가 되고,
다시 삼세(三世)에 적용하여 이를 3,000위의(威儀)라 한다.(250X4X3=3,000)
여기에 다시 신구(身口)의 일곱 가지(殺,盜,淫,兩舌,惡口,妄言,綺語)와
탐(貪), 진(瞋), 치(癡), 등분(等分)의 네 번뇌에 적용하면 도합 8만4천을 이루는데,
이를 팔만세행(八萬細行), 또는 팔만위의이라 한다. [佛光大辭典]

麻谷云。章敬道是。
和尚為什麼道不是。
這老漢不惜眉毛。
漏逗不少。
南泉道章敬則是是汝不是。
南泉可謂見兔放鷹。
慶藏主云。
南泉忒殺郎當。
不是便休。
更與他出過道。
此是風力所轉。
終成敗壞。
마곡이 묻기를, "장경은 옳다고 했는데,
화상은 왜 틀렸다고 합니까?" 하여
이 늙은이가 불석미모(不惜眉毛*)하였으니,
누두(漏逗;낭패)가 적지 않다.
남전은 "장경은 옳지만 너는 틀렸다"고 하였는데,
남전이 가히 토끼를 보자 매를 놓았다 하겠다.
경장주(慶藏主)가 이르되,
"남전은 낭당(郞當*;여유로움)이 너무 심하여
 '틀렸다' 하고 곧 쉬었다가
다시 그에게 지나치게 말해주기를,
"이는 바람의 힘으로 굴러가는 것이라
결국 무너지게 된다."고 하였다. 

*不惜眉毛; '잘못된 설법을 하면 눈썹이 빠진다'는 속설에서 온 말로서
눈썹 빠질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즉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헤아리지 않고
마구 덤벼들었다는 뜻이다.
*郎當; ①(옷이)헐렁헐렁함. ②허술한 모양새 ③지쳐 쓰러지려는 상태.
④(나이)대략 ⑤형구(刑具). 「琅璫」,「鋃鐺」. 쇠사슬. 

圓覺經云。
我今此身。四大和合。
所謂髮毛爪齒。皮肉筋骨。
髓腦垢色。皆歸於地。
唾涕膿血。皆歸於水。
暖氣歸火。
動轉歸風。
四大各離今者妄身。
當在何處。
他麻谷持錫遶禪床。
既是風力所轉。
終成敗壞。
且道畢竟。發明心宗底事。
在什麼處。到這裏。
也須是生鐵鑄就底箇漢始得。
《원각경(圓覺經)》에 이르기를,
「지금의 내 이 몸은 4대(四大)의 화합(和合)이니,
소위 머리카락, 털, 손발톱, 치아와 피부, 살, 근육, 뼈와
골수, 뇌, 때, 색깔은 다 지(地)로 돌아가고,
침, 눈물콧물, 고름, 피는 다 수(水)로 돌아가며,
더운 기운은 화(火)로,
동전(動轉)은 풍(風)으로 돌아가거니와,
4대가 각각 흩어지면 지금의 허망한 몸이
마땅히 어디에 있겠는가?」 하였다.
저 마곡이 석장을 들고 선상을 돌았으나
기왕 이것이 바람의 힘으로 굴려진 것이라서
결국 무너져버리고 말 것이라면
자 말해보라. 필경 마음의 근원을 밝힌다는 일은
어디에 있겠는가? 이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생철(生鐵)로 주조(鑄造)해서 얻은 놈이라야 한다. 
豈不見張拙秀才。
參西堂藏禪師。問云。
山河大地。是有是無。
三世諸佛。是有是無
藏云。有
張拙秀才云。錯。
藏云。先輩曾參見什麼人來。
拙云。參見徑山和尚來。
某甲凡有所問話。
徑山皆言無。
藏云。先輩有什麼眷屬。
拙云。有一山妻兩箇癡頑。
又卻問。徑山有甚眷屬。
拙云。徑山古佛。
和尚莫謗渠好。
藏云。待先輩得似徑山時。
一切言無。
張拙俛首而已。
어찌 보지 못했는가? 장졸수재(張拙秀才*)가
서당장(西堂藏*) 선사를 찾아 뵙고 여쭙기를,
"산하대지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삼세제불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였는데,
서당장이 "있다."고 하니,
장졸수재가 "빗나갔습니다." 하였다.
"선배는 누구를 찾아뵙고 왔는가?"
"경산(徑山*)화상을 뵙고 왔는데,
제가 어떤 것을 여쭙기만 하면
경산스님은 다 '없다'고 하시더이다."
"선배에게는 어떤 권속(眷屬)이 있는가?"
"산처(山妻*) 하나와 치완(癡頑*) 두 개가 있습니다."
또 "경산에게는 어떤 권속이 있던가?" 물으니,
"경산은 고불(古佛)이시니,
화상은 그를 비방하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장은 "선배가 경산과 비슷해질 때를 기다렸다가
어떤 물음에도 다 '없다'고 말하겠네." 하였다.
장졸은 고개를 숙일 따름이었다. 
大凡作家宗師。
要與人解粘去縛。
抽釘拔楔。
不可只守一邊。
左撥右轉。
右撥左轉。
무릇 작가종사(作家宗師)가
사람들에게 해점거박(解粘去縛*)하고
추정발설(抽釘拔楔*)해 주고자 하거든
한쪽 끝만 고수해서는 안되고,
좌(左)에서 돌아 우(右)로 구르고,
우에서 돌아 좌로 굴러야 한다. 

*張拙秀才; 〈五燈會元〉卷6 張拙秀才(石霜慶諸 法嗣)章에
「禪月대사의 지시로 石霜선사를 참례했더니 석상이 물었다.
"秀才는 성이 무엇인가?"
"성은 張이고 이름은 拙입니다."
"교(巧)도 찾아볼 수가 없지만 졸(拙)은 어디서 왔을꼬?" 하였다.
(張拙의 '拙'자를 「巧拙有素(정교하고 서툴고는 천성이다)」는
속어에 빗대어 한 말이다.)
장공(張公)은 홀연 깨달음이 있었기에, 이내 呈偈하였다.
   광명이 온 세상을 고요히 비치니                     (光明寂照徧河沙)
   범부와 성인, 함령이 다같은 내 식구네              (凡聖含靈共我家)
   한 생각 일으키지 않으면 전체가 나타나고         (一念不生全體現)
   육근이 잠깐 동(動)하면 구름에 가려지거니와     (六根纔動被雲遮)
   번뇌를 단제하는 일도 병을 키우는 것이요         (斷除煩惱重增病)
   진여에 나아가는 일도 그릇된 것이니                (趣向真如亦是邪)
   세연(世緣)에 수순하여 가애(罣礙)가 없으면       (隨順世緣無罣礙)
   열반이나 생사 따위는 공화(空花)일 뿐이라네     (涅槃生死等空花)」

*西堂藏; 虔州西堂智藏禪師(馬祖道一法嗣;南嶽下二世)
*徑山; 杭州徑山鑒宗禪師(鹽官齊安法嗣; 南嶽下三世)
*山妻; 숨겨둔 아내. 산(山)은 은(隱)의 뜻.
*癡頑; 어리석고 미련한 자식. 상대방에게 자식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
*解粘去縛; 붙은 것을 떼고, 묶고 있는 것을 제거하다.
*抽釘拔楔; 못을 빼고, 쐐기를 뽑다. 

但看仰山到中邑處謝戒。

邑見來。於禪床上拍手云。
和尚。
仰山即東邊立。又西邊立。
又於中心立。然後謝戒了。
卻退後立。
邑云。什麼處得此三昧來。
仰山云。於曹溪印子上。
脫將來。
邑云。
汝道曹溪用此三昧接什麼人。
仰云。接一宿覺。
仰山又復問中邑云。
和尚什麼處得此三昧來。
邑云。我於馬祖處得此三昧來。
似恁麼說話。
豈不是舉一明三。
見本逐末底漢。
앙산(仰山)만 보더라도
중읍(中邑*)의 처소에 사계(謝戒*)하러 갔는데,
중읍이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선상 위에서 박수치면서
"화상(和尙)아!" 하니,
앙산은 곧 동쪽 끝에 섰다가 또 서쪽 끝에 섰다가
다시 중간에 섰다가 한 연후에 사계를 마치고
뒤로 물러나서 섰다.
중읍이 "어디서 이런 삼매(三昧)를 얻어 왔느냐?" 하니,
"조계(曹溪;六祖)의 인자(印子*) 위에서
탈취해 가져 왔습니다."
"말해보거라. 조계는 이 삼매를 써서
누구를 인접(接引)했느냐?"
앙산은 "일숙각(一宿覺*)을 접인했습니다." 하고서
또 다시 중읍에게 여쭈기를,
"화상은 어디서 이 삼매를 얻어 오셨습니까?" 하자,
"나는 마조의 처소에서 이 삼매를 얻어 왔다." 하였다.
이런 설화 같은 것으로 보아
어찌 하나를 들추면 셋을 밝히고,
견본축말(見本逐末*)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겠는가? 

*中邑; 朗州中邑洪恩禪師(馬祖道一法嗣; 南嶽下二世)
*謝戒; 사미(沙彌)가 되어 수계(受戒)한 뒤 계사(戒師)를 찾아뵙고
감사의 예를 올리는 것. [佛學大辭典]
*印子; ①흔적(痕跡) ②옛날 고리대금의 속칭 [中國語辭典]
*一宿覺; 영가(永嘉)선사. '一宿'은 '하룻밤'.
永嘉玄覺이 六祖慧能을 참방하여 하룻밤 論說을 통해 徹底히 大悟하니,
육조가 "겨우 하룻밤을 묵었구나[少留一宿]" 하신 데서 '一宿覺'이라 한다.
*見本逐末; 뿌리[本;根本的인 것]를 보매 가지 끝[末;枝葉的인 것]을 추구할 줄 알다.

龍牙示眾道。夫參學人。
須透過祖佛始得。
新豐和尚道。見祖佛言教。
如生冤家。始有參學分。
若透不得。
即被祖佛瞞去。
時有僧問。
祖佛還有瞞人之心也無。
牙云。汝道
江湖還有礙人之心也無。
又云江湖雖無礙人之心。
自是時人過不得。
所以江湖卻成礙人去。
不得道江湖不礙人。
祖佛雖無瞞人之心。
自是時人透不得。
祖佛卻成瞞人去也。
不得道祖佛不瞞人。
용아(龍牙)가 시중하여 이르되, "참학인(參學人)이라면
모름지기 불조(佛祖)를 투과(透過)해야 한다.
신풍(新豐*)화상은 '불조의 언교(言教) 보기를
원수[冤家] 같이 해야 비로소 참학할 분수가 있거니와,
만약 투과하지 못하면
곧 불조에게 속게 될 것이다' 하였다." 하자,
그때 어떤 중이 묻기를,
"불조께 설마 사람을 속이는 마음이 있겠습니까?" 하니,
용아는 "말해보거라.
강호(江湖)는 남을 방해할 마음이 있더냐?" 하더니,
다시 "강호는 비록 사람을 방해할 마음이 없어도
스스로 그 당시의 사람이 투과하지 못하니,
그래서 강호가 거꾸로 사람을 장애함이 성립되는 것이라
부득이 강호가 사람을 방해한다고 하는 것이며,
불조가 비록 사람을 속일 마음이 없지만
스스로 당시의 사람이 투과하지 못하니,
불조가 도리어 사람을 속인다는 것이 성립되는 것이라
부득이 불조가 사람을 속인다고 하는 것이다. 
若透得祖佛過。
此人即過卻祖佛。
也須是體得祖佛意。
方與向上。古人同。
如未透得。儻學佛學祖。
則萬劫無有得期。
又問如何得不被祖佛瞞去。
牙云。直須自悟去。
到這裏須是如此始得。
何故為人須為徹。
殺人須見血。
南泉雪竇是這般人。
方敢拈弄。
頌云。
만약 불조를 초과하여 투득(透得)하면
이 사람은 곧 불조를 초과해버릴 것이니,
모름지기 불조의 뜻을 체득(體得)해야
바야흐로 향상(向上)과 더불어 고인과 동등해지려니와,
투득치 못하고 혹 부처를 배우고 조사를 배울 것 같으면
만겁(萬劫)에도 얻을 기약이 없을 것이다." 하였고,
또 "어찌 해야 불조에게 속지 않겠습니까?" 물으니,
용아는 "모름지기 스스로 깨달아 가야 하거니와,
이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이와 같아야 한다." 하였다.
어째서인가? 사람을 위함에는 반드시 철저해야 하고,
사람을 죽이는 데는 꼭 피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남전이나 설두는 이런 부류의 사람인지라
바야흐로 가지고 놀기[拈弄]를 감당하는 것이다.
송하여 이르되, 

*新豐; 瑞州洞山良价悟本禪師.
선사가 말년에 신풍산(新豐山)에서 학도를 지도한 데서 불려진 호칭이다. 

 

 此錯彼錯
   (惜取眉毛。據令而行。
   天上天下。唯我獨尊)
  切忌拈卻
   (兩箇無孔鐵鎚。
   直饒千手大悲也提不起。
   或若拈去闍黎喫三十棒)
 四海浪平
   (天下人不敢動著。
   東西南北一等家風。
   近日多雨水)
 百川潮落
   (淨裸裸赤洒洒。
   且得自家安穩。
   直得海晏河清)
 이 착(錯), 저 착(錯)에
   (눈썹을 아껴가면서 영(令)에 따라 행하라.
   천상천하에 오직 나 만이 존귀한 것이다.)
  절대 붙들리지 말기 바라노니,
   (두 개의 무공철추<無孔鐵鎚>인지라
   설사 천수대비일지라도 제기하지 못하려니와,
   혹 고려[拈去]했다가는 선생이 30방을 먹을 것이다.)
 사해(四海)에 풍랑이 잠잠하면
   (천하인이 감히 꿈쩍도 못하리니,
   동서남북이 한결같은 가풍<家風>이라면
   가까운 날 많은 비가 내릴 것이다.)
 백천(百川)이 조락(潮落*)하리라.
   (정라라적쇄쇄<淨裸裸赤洒洒>하고,
   또 제 집안이 평안하여
   곧바로 해안하청<海晏河清*>해지리라.)
 古策風高十二門
   (何似這箇。杖頭無眼。
   切忌向拄杖頭上作活計)
  門門有路空蕭索
   (一物也無。賺爾平生。
   覷著即瞎)
 非蕭索
   (果然。賴有轉身處。
   已瞎了也。便打)
 作者好求無病藥
   (一死更不再活。
   十二時中為什麼瞌睡。
   撈天摸地作什麼)
 고책(古策*)의 청풍(淸風*)은 높이가 12문(門)이요,
   (어째서 이것과 같은가? 주장자 끝에는 눈이 없거늘
   주장자 끝에서 살 궁리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門)마다 길이 있되 공적(空寂;空蕭索)하거니와,
   (한 물건도 없건만 그대의 평생을 속인 것이니,
   엿보기만 하면 곧 눈이 멀 것이다.)
 적적(寂寂;蕭索)하지 못하거든
   (과연. 다행히 전신처가 있지만
   이미 눈이 멀어버렸구나. 갑자기 후려치다.)
 작자(作者)는 무병약(無病藥*)을 구해야 하리라.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할 것을
   12시 중에 무엇 때문에 꾸벅꾸벅 졸 것이며,
   하늘을 붙들고 땅을 더듬어서 무엇하리오.)

*古策; 고인의 책략. 《錫杖經;득도제등석장경(得道梯橙錫杖經)》에
세존께서 「비구는 반드시 석장(錫杖)을 지녀야 한다.
왜냐하면, 석장은 지혜의 지팡이[智杖]요, 덕의 지팡이[德杖]이기 때문이다.」 하셨으니,
 '지혜와 덕을 갖추는 비결'을 말한다.
*海晏河清; 바다는 잠잠하고 강물은 맑다. 천하태평에 비유하는 말.
*淸風; ①맑고 시원한 바람 ②참신하고 고결한 품격
*無病藥; 아가타(阿伽陀;Agada). 〈慧苑音義上卷〉에 「阿는 無, 揭陀는 病의 뜻이니,
이 약을 먹으면 더이상 병이 없기에 이름한 것이다.」 하였다. 

 

這一箇頌。
似德山見溈山公案相似。
先將公案。著兩轉語。
穿作一串。然後頌出。
此錯彼錯。切忌拈卻。
雪竇意云。此處一錯。
彼處一錯。切忌拈卻。
拈卻即乖。
須是如此。著這兩錯。
直得四海浪平百川潮落。

可殺清風明月。
爾若向這兩錯下會得。
更沒一星事。
山是山水是水。
長者自長短者自短。
五日一風十日一雨。
所以道。四海浪平百川潮落。

이 하나의 송(頌)은
「덕산견위산(德山見溈山);제4칙」 공안과 유사하거니와,
먼저 공안을 가져다 양전어(兩轉語*)에 붙이고
한 꼬챙이에 꿰어 만든 연후에 송출(頌出)하였다.
 '이 착(錯) 저 착 붙드는 것을 간절히 꺼린다' 하였는데,
설두의 뜻은 여기서의 1착(錯)과
저기서의 1착에 붙들리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다.
붙들린 즉 어긋난 것이니,
모름지기 이와 같이 이 양착(兩錯)을 분명히 알아야[著]
곧바로 사해(四海)의 풍랑이 평온하고
백천(百川)이 가라앉아[潮落*]
청풍명월(清風明月)이 크게 더해질 수 있으려니와,
너희가 만약 이 양착(兩錯) 하에서 깨달아 얻으면
다시 어떠한 일[一星事; 一點事]도 없어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며,
긴 것은 스스로 길고 짧은 것은 스스로 짧은 것이니,
5일에 한 번 바람 불고 10일에 한 번 비 내릴 것인지라
그래서 이르되, '사해의 풍랑이 평온하고
백천(百川)이 조락(潮落)한다' 한 것이다. 

*兩轉語; 轉語란 '전변(轉變), 즉 개오(開悟)의 계기를 부여하는 말'을 뜻하며,
여기서의 양전어는 '이 착(著)'과 '저 착'을 말한다.
*潮落; 간조(干潮). 온 강물이 잠잠하여 수위가 낮아진다는 뜻이다.
*五日一風 十日一雨: '닷새에 한 번씩 바람이 불고,
열흘에 한 차례 비가 내린다.'는 太平盛世와 吉祥徵兆를 뜻하는 말.

後面頌麻谷持錫云。
古策風高十二門。
古人以鞭為策。
衲僧家以拄杖為策
(祖庭事苑中。古策舉錫杖經)

西王母瑤池上。
有十二朱門。
古策即是拄杖。
頭上清風。高於十二朱門。
天子及帝釋所居之處。
亦各有十二朱門。
若是會得這兩錯。
拄杖頭上生光
古策也用不著。
古人道。識得拄杖子。
一生參學事畢。
又道不是標形虛事褫。
如來寶杖親蹤跡。
此之類也。
到這裏。七顛八倒。
於一切時中。得大自在。
뒷 부분에 마곡이 석장 든 것을 송하여 이르되,
 '고책(古策)의 풍(風)은 높이가 십이문이다' 하였는데,
옛사람들은 채찍으로 책(策;꾀)을 삼았지만
납승가(衲僧家)는 주장자로 책을 삼는다.
(〈조정사원〉에서 고책에 대해
《석장경<錫杖經>*》을 거론하였다.)
서왕모(西王母*)의 요지(瑤池) 위에
열 두 주문(朱門*)이 있다는데,
고책(古策)은 곧 주장자[錫杖]이고,
그 끝의 청풍(清風)이 높이가 12주문이요,
천자(天子)와 제석(帝釋)이 사는 곳에도
또한 각각 12주문이 있으니,
만약 이 양착(兩錯)을 깨달아 얻어서
주장자 끝에서 광명이 나면
고책(古策)도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이라,
고인이 "주장자를 식득(識得)하면
일생의 참학사(參學事)를 마친다[분양선소]."고 한 것과
또 “형상을 표시한 허망한 일이 벗겨진 것이 아니라,
여래가 보배 지팡이를 친히 짚으신 자국이다.[永嘉]" 한
이러한 종류인 것이니,
이 속에 이르러 칠전팔도(七顛八倒*)하면
어느 때나 늘 대자재를 얻을 것이다. 

*西王母瑤池; 西王母는 중국 민간신앙적 女神으로
곤륜산 정상에 있는 호수 요지(瑤池)에 살고 있다 한다.
*석장경(錫杖經); 《득도제등석장경(得道梯橙錫杖經)》.
*朱門; 출입구에 세워진 붉은 칠을 한 문. 

門門有路空蕭索。
雖有路。只是空蕭索。
雪竇到此。自覺漏逗。
更與爾打破。
然雖如是。也有非蕭索處。
任是作者。無病時。
也須是先討些藥喫始得。
 '문문마다 길이 있되 공적하다' 하였는데,
비록 길은 있으나 다만 이것이 공적하다.
설두가 이에 이르러 스스로 누두(漏逗)를 깨닫고서
다시 너희에게 타파해 주었다.
비록 그렇다지만 공적하지 않은 곳도 있는데,
이를 작자에게 맡기리니, 병이 없을 때라도
모름지기 먼저 이 약을 찾아 먹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