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

벽암록(碧巖錄) 제43칙 동산(洞山)의 무한서(無寒暑)

碧雲 2023. 4. 7. 11:29

 유무(有無), 시비(是非), 장단(長短), 한서(寒暑) 따위의 양단(兩端)은 갈등의 근본이다.
고난의 수행을 통해 이 양단을 끊어 없애고 중도(中道)에 들어서야 춥고 더움이 없어지련만
갈등에 얽혀 갈등을 풀어내려고만 애를 쓰니, 달 그림자 쫓는 한로(韓獹) 같은 짓이다.
춥고 더움을 제거했거든 다시 더 춥고 더운 곳으로 뛰어들어서
세상의 모든 추위와 더위를 없애 주어야 하리라. 

 

垂示云。 수시(垂示) 
定乾坤句。萬世共遵。
擒虎兕機。千聖莫辨。

直下更無纖翳。
全機隨處齊彰。
要明向上鉗鎚。
須是作家爐韛。
且道從上來還有恁麼家風也無。
試舉看。
천지를 평정하는 구는 만대(萬代)가 다 준수하지만
사나운 놈[虎兕*] 사로잡는 기(機)는
일천 성인도 변별해내지 못한다.
당장 곧 실오라기 만큼의 티끌도 없다면
온전한 기(機)가 도처에 가즈런히 드러나려니와,
향상(向上)의 겸추(鉗鎚*)를 밝히려거든
모름지기 작가의 노배(爐韛*)라야 하리라.
자 말해보라. 예로부터 그런 가풍(家風)이 있었는가?
예를 들어 살펴보자. 

*定乾坤句; 汾陽四句의 하나.
①定乾坤句; 천지[乾坤]를 평정하는 구(句). 진리에 부합하는 어구.
②接初機句; 초기(初機; 처음 배우는 사람)를 접인(接引)하는 구.
③辨衲僧句(驗衲僧句); 납승을 시험하여 판별하는 구.
④正令行句; 정령(正令;教外別傳의 大旨)을 쫓아 행한 구.
*虎兕; 범과 코뿔소. 바다표범. 포악한 사람에 비유된다.
*鉗鎚; 鉗은 부집게, 鎚는 달군 쇠를 치는 망치이니, 둘 다 쇠를 단련시키는 도구이다.
*爐韛; ①용광로. ②화로(火爐)에 바람을 불어넣는 가죽주머니.  

 

 【四三】舉。  【제43칙】 동산(洞山)의 추위도 더위도 없는 곳 
   僧問洞山。
   寒暑到來如何迴避
   (不是這箇時節。
   劈頭劈面在什麼處)
   山云。何不向無寒暑處去
   (天下人尋不得。
   藏身露影。
   蕭何賣卻假銀城)
   僧云。如何是無寒暑處
   (賺殺一船人。
   隨他轉。也一釣便上)
   山云。寒時寒殺闍黎。
   熱時熱殺闍黎
   (真不掩偽。曲不藏直。
   臨崖看虎兕。
   特地一場愁。
   掀翻大海踢倒須彌。
   且道洞山在什麼處)。
   어떤 스님이 동산(洞山)에게 물었다.
   "추위나 더위가 오면 어떻게 피합니까?"
   (그런 시절이 아니면
   마주할 데가 어디에 있겠느냐?)
   "왜 추위도 더위도 없는 곳으로 가지 않느냐?"
   (아무도 찾지 못하도록
   몸을 감추고 그림자만 드러내니,
   소하<蕭何*>가 가짜 은성<銀城>을 팔아치운 격이다.)
   "어떤 것이 추위도 더위도 없는 곳입니까?"
   (한 배에 탄 사람을 몽땅 속이니,
   그를 따라 다니다가는 한 낚시에 걸려들 것이다.)
   동산은 "추울 때는 그대를 몹시 춥게 하고
   더울 때는 그대를 심히 덥게 한다." 하였다.
   (진실은 거짓을 가리지 않고 왜곡은 정직을 감추지 않는다.
   벼랑 끝에서 범을 만났으니,
   특별한 한 바탕의 근심거리였으련만
   바다를 뒤엎고 수미산을 쓰러뜨리는구나.
   말해보라. 동산은 어디에 있는가?)

*蕭何; 한 고조 유방의 참모였던 지략가. 

 

黃龍新和尚拈云。
洞山袖頭打領腋下剜襟。

爭柰這僧不甘。
如今有箇出來問黃龍。
且道如何支遣。良久云。
安禪不必須山水。
滅卻心頭火自涼。
諸人且道。
洞山圈繢落在什麼處。
若明辨得。
始知洞山下五位回互正偏接人。

不妨奇特。
到這向上境界。
方能如此。
不消安排。自然恰好。
황룡신(黃龍新*) 화상이 콕 집어 이르기를,
"동산(洞山)이 소매 끝에 깃을 달아주고
겨드랑이 옷자락을 도려내주어도
이 중이 달가워하지 않는 것을 어쩌겠는가.
지금 누가 나서서 나에게 물어온다면
어떻게 해치울지 말해볼까?" 하더니, 한참 있다가
"좌선하는데 반드시 산수(山水)가 필요치 않고,
심두(心頭)를 없애버리면 불이 저절로 식는다." 하였다
여러분이 말해보라.
동산의 올가미가 어디에 깔려 있는가?
만일 변별한다면
동산(洞山) 문하의 오위(五位*)가 정(正)과 변(偏)을
회호(回互)하며 접인(接人)함을 비로소 안 것이니
기특하여 마지 않거니와,
어떤 향상(向上)의 경계에 이르러야
바야흐로 이와 같을 수 있어서
안배(安排)할 필요 없이 자연히 알맞아지는 것이다. 

*黃龍新; 隆興府黃龍死心悟新禪師(黃龍祖心 法嗣) 南嶽下十三世
*支遣; 사용하다. 해치우다. 파견하다.
*洞山의 五位君臣; 洞山良价에 의해 창건된 조동종(曹洞宗)의 學人이 밟아가는 다섯 지위,
즉 正中偏, 偏中正, 正中來, 偏中至, 兼中到를 말한다. 

*回互; 서로 어우러져 감돌다.

所以道。
正中偏。
三更初夜月明前。
莫怪相逢不相識。
隱隱猶懷舊日嫌。
偏中正。
失曉老婆逢古鏡。
分明覿面更無真。
休更迷頭還認影。
正中來。
無中有路出塵埃。
但能不觸當今諱。
也勝前朝斷舌才。
偏中至。
兩刃交鋒不須避。
好手還同火裏蓮。
宛然自有衝天氣。
兼中到。
不落有無誰敢和。
人人盡欲出常流。
折合還歸炭裏坐。
그래서 말하기를,
"정중편(正中偏)이여!
삼경초야(三更初夜) 달 밝기[月明] 전이니
만나서 서로 알지 못함을 괴히 여기지 말라.
은은한 가운데 오히려 옛 정이 깃든다네.
편중정(偏中正)이여!
눈먼 노파가 해묵은 거울을 만나
아무리 얼굴을 본들 참모습이 없으려니와
미두(迷頭*)를 쉬어버려야 인영(認影*)하게 되리라.
정중래(正中來)여!
없는 가운데 어떤 길로 진애(塵埃)를 벗어나서
당금휘(當今諱*)를 건드리지 않을 수만 있다면
전조(前朝)의 단설재(斷舌才*)보다 나으리라.
편중지(偏中至)여!
양 칼날이 부딫혀도 피할 필요 없는
빼어난 솜씨가 불 속의 연꽃 같아서
완연하게 저절로 하늘 찌르는 기개가 있도다.
겸중도(兼中到)여!
유무(有無)에 떨어지지 않는데 누가 감히 화답하리오?
사람 사람이 다 상류(常流*)에서 벗어나려거든
다 접어두고 탄(炭*) 속으로 돌아가 앉을지어다." 하였다.

*迷頭認影; 미혹하여 영상을 인식하다.
《수능엄경(首楞嚴經)》卷四에 부처님이 비유로 드신
「실라벌성의 연야달다(演若達多)가 새벽에 홀연히 거울로 얼굴을 비추어 보니
거울 속의 머리에서 눈썹과 눈이 보이는데 실제로 자기 머리에서 얼굴과 눈을 본 적이 없으니
형상없는 도깨비로 여겨 미친듯이 달아났다」는 말씀에서 온 표현으로
진실을 보지 못하고 환상을 추구함을 뜻한다.
*當今諱; 당금(當今) 황제의 명휘(名諱).
황제의 이름은 아무도 말할 수 없고 같은 이름을 지어서도 안된다.
*斷舌才; 혀 끊긴 인재.
옛날 간신의 말에 따라 황제가 그의 혀를 잘라버리매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잘려나간 혀를 집어 흐르는 피로 글을 써서 간언을 했다는 총명한 신하를 지칭하는 말.
*常流; 보통(범부)의 흐름. 육도를 윤회하며 생사고해를 흘러도는 범부의 삶.
*折合; ①접어 개다. ②맞먹다. 상당하다. ③환산하다.
*炭; 한 법도 없고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고 한 티끌에도 물듬이 없는 적멸(寂滅)을 의미한다. 

浮山遠錄公。以此公案。
為五位之格。
若會得一則。餘者自然易會。
巖頭道。如水上葫蘆子相似。
捺著便轉。
殊不消絲毫氣力。
曾有僧問洞山。
文殊普賢來參時如何。
山云。趕向水牯牛群裏去。
僧云。和尚入地獄如箭。
山云。全得他力。
부산원록공(浮山遠錄公)은 이 공안으로
다섯 지위의 격(格;인격,품격)을 삼았거니와,
만일 한 칙(則)을 회득(會得)하면 나머지는 자연 쉽게 안다.
암두(巖頭)는 "물 위의 조롱박과 같아서
건드리기만 하면 쉽게 구르니
사호(絲毫)의 기력(氣力)도 전혀 쓰이지 않는다." 하였다.
일찍이 어느 중이 동산(洞山)에게 물어
"문수 보현이 왔을 때는 어찌 합니까?" 하니,
동산은 "수고우 무리 속을 향해 쫓아 가겠다" 하였고,
중이 "화상은 지옥으로 쏜살같이 들어가겠습니다." 하니,
"온전히 그들의 힘을 얻어서이다." 하였다.

*浮山遠錄公; 舒州浮山法遠圓鑒禪師(葉縣歸省 法嗣) 南嶽下十世
*巖頭; 鄂州巖頭全奯禪師(德山宣鑒 法嗣) 青原下五世
"문수의 지혜와 보현의 행이 얻어진다면 어찌 하겠는가?"
"중생교화의 장에 뛰어들겠다."
"지옥을 향해 달려가는 셈이군요."
"다 그들 때문이다(중생이 있기 때문이다)."
*水牯牛; 불교에서 소는 부처에 비유된다.
여기서의 수고우(불성을 지닌 자)는 송아지(새 부처)를 낳을 수 있으되
아직 낳지 못한 암소이니, 중생에 비유한 표현이다.

洞山道。何不向無寒暑處去。
此是偏中正。
僧云。如何是無寒暑處。
山云。寒時寒殺闍黎。
熱時熱殺闍黎。
此是正中偏。
雖正卻偏。
雖偏卻圓。
曹洞錄中。備載子細。
若是臨濟下。無許多事。
這般公案直下便會。
有者道。大好無寒暑。
有什麼巴鼻。
古人道。若向劍刃上走則快。
若向情識上見則遲。
동산이 "왜 추위도 더위도 없는 데로 가지 않느냐?" 하니,
이는 편중정(偏中正)이며,
중이 "무엇이 한서(寒暑) 없는 곳입니까?" 묻자,
동산이 "추울 때는 선생을 몹시 춥게 하고,
더울 때는 선생을 몹시 덥게 한다."고 한
이것은 정중편(正中偏)이거니와,
비록 정(正)이되 도리어 편(偏)이고,
비록 편(偏)이되 도리어 원(圓)인 것이다.
조동록(曹洞錄) 중에 자세히 실려 있으나
만일 임제(臨濟) 문하라면 별것이 없어서
이런 정도의 공안은 곧바로 쉽게 안다.
혹자는 "추위와 더위가 없는 것이 크게 좋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巴鼻]가 있는가?
고인이 이르되, "칼날 위를 달리면 빠르고,
정식(情識) 위에서 보면 더디다." 하였다. 

*洞山의 五位君臣;
①正中偏 : 「正」이란 體, 空, 理요, 「偏」이란 用, 色, 事이니,
「正中偏」은 正位의 體가 事로 기운[偏] 用을 갖춘 지위이다.
분양(汾陽)선사는 "옥토끼(玉兔;달)가 기왕 밝아지면
초야(初夜) 뒤에 황금닭(金雞)이 반드시 5경(五更) 전에 운다." 하였다.
학인의 체(體)가 밝아져서 이(理)가 사(事)를 향해 기울어지는
용(用;수행)을 일으킴이니 보살 10지(十地) 이전의 수행단계를 말한다.
②偏中正 : 偏位의 用이 正位의 體를 갖춘 지위.
분양은 "가느다란 것이 끝에는 큰 나무가 되고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룬다는데,
나는 만수천산(萬水千山)이 거울에 비치듯 밝아진다고 말하겠다." 하였다.
事를 갖추는 이치와 用 중의 體를 바로 인식하고
일체법이 다 공함과 진여(真如)가 평등한 이치에 도달한 지위,
즉 대승(大乘)의 견도위(見道位)에 해당한다.
③正中來 : 분양은 "가문 땅에 연꽃이 뭉실물실 피었다." 하였는데,
"핀 뒤에는 어찌 합니까?" 하고 물으니,
분양은 "금꽃술과 은실은 옥이슬을 머금지 않고,
고승(高僧)은 봉황대에 앉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건곤(乾坤)을 환히 맑히고 온 땅에 천둥을 치겠다고 말하겠다." 하였으니,
이치에 맞게 닦아서 성품에 맞게 행하는 보살 초지(初地)에서 7지(七地)까지의
공용(功用) 있는 수도(修道)에 상당한다. 

④偏中至 : 분양은 "意氣는 天地를 쫓지 않거늘 英雄이 어찌 四時를 재촉하겠느냐고 하는데,
나는 종횡무진한 무소외(無所畏)를 마련하겠다." 하였다.
이는 事와 用이 온전히 體에 계합하여 無為로 돌아간 것이니,
學人은 이에서 종일 닦되 닦는다는 마음이 없고 아무리 用해도 功用을 보이지 않는다.
八地에서 十地까지의 功用 없는 修道의 位에 상당한다..
⑤兼中到 :분양은 "玉女가 포사기(拋梭機;紡織機의 구동축)를 삐걱삐걱 돌리고,
石人이 북을 쳐서 둥둥 소리를 낸다." 하였다.
이는 體와 用이 兼到하여 事와 理가 병행하는 最上至極의 佛果이다. 

不見僧問翠微。
如何是祖師西來意。
微云。待無人來。向爾道。
遂入園中行。僧云。
此間無人。請和尚道。
微指竹云。
這一竿竹得恁麼長。
那一竿竹得恁麼短
其僧忽然大悟。
又曹山問僧。
恁麼熱。向什麼處迴避。
僧云。鑊湯爐炭裏迴避。
山云。鑊湯爐炭裏如何迴避。
僧云。眾苦不能到。
看他家裏人。
自然會他家裏人說話。
雪竇用他家裏事頌出。
보지 못했는가? 어떤 중이 취미(翠微)에게 물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하니,
“사람 없을 때 너에게 말해주마.” 하고서
이윽고 선원으로 들어갔는데, 그 중이
“여기는 사람이 없으니 화상께서 말씀해주십시오.” 하자,
취미가 대나무를 가리키며
“이 대나무는 이렇게 길고,
저 대나무는 이렇게 짧구나.” 하니,
그 중이 홀연히 대오하였다.
또 조산(曹山)이 중에게 물어
"이렇게 더울 때는 어디로 피하겠느냐?" 하니,
중이 "확탕로탄(鑊湯爐炭) 속으로 피하겠습니다." 하였고,
조산이 "확탕로탄 속으로 어째서 피하느냐?" 하자,
중이 "온갖 고통이 이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였으니,
그 집안 사람을 보면
자연히 그 집안 사람의 설화(說話)를 알 것이다.
설두(雪竇)가 그 집안 일을 적용하여 송해 냈다. 

 

 垂手還同萬仞崖
   (不是作家。誰能辨得。
   何處不圓融。
   王敕既行諸侯避道)
 正偏何必在安排
   (若是安排。何處有今日。
   作麼生兩頭不涉。
    風行草傴。水到渠成)
 琉璃古殿照明月
   (圓陀陀地切忌認影。
   且莫當頭)
  忍俊韓獹空上階
   (不是這回。蹉過了也。
   逐塊作什麼。打云。
   爾與這僧同參)

 손 내미는 것이 도리어 만 길 낭떨어지와 같거늘
   (작가가 아니고서야 누가 변별하겠으며,
   어느 곳인들 원융하지 않겠는가?
   왕명이 기왕 행해지면 제후들은 말을 회피한다.)
 정(正)과 편(偏)을 왜 꼭 안배(安排)해야 하는가?
   (이것이 안배라면 어찌 오늘이 있을 것이며,
   어떻게 양 끝이 무관하겠는가?
   바람이 부니 풀이 눕고, 물이 이르니 도랑이 된다.)
 유리 같은 옛 궁전에 밝은 달이 비치니
   (원융<圓融;圓陀陀>한 경지를 그림자로 알지 말고,
   바로 앞에 있다고 여기지도 말라.)
 끈질긴 한로(韓獹)가 공연히 섬돌 위로 펄쩍대는구나.
   (이번 뿐만이 아니다. 잘못 되었다.
   덩어리를 쫓아서 무엇하겠느냐? 무릎을 치면서
   "니가 이 중과 같이 공부했구나.")

 獹(龍都切通作盧)。                                      *獹는 龍都切로서 盧로 통한다.

*忍俊; 감정을 억누르다. 웃음을 참다. 미소를 머금다.
그러나 여기서는 字意 그대로 「참을 성이 뛰어난」으로 해석함이 옳을 듯하다. 

 

曹洞下有出世不出世。
有垂手不垂手。
若不出世目視雲霄。
若出世便灰頭土面。
目視雲霄即是萬仞峰頭。

灰頭土面即是垂手邊事。

有時灰頭土面
即在萬仞峰頭。
有時萬仞峰頭即是灰頭土面。
其實入廛垂手。
與孤峰獨立一般。
歸源了性與差別智無異。

切忌作兩橛會。所以道。
垂手還同萬仞崖。
直是無爾湊泊處。
正偏何必在安排。
若到用時。自然如此。
不在安排也。
此頌洞山答處。
조동종(曹洞宗) 문하에 출세(出世)와 불출세(不出世)가 있고,
수수(垂手)와 불수수(不垂手)가 있는데,
만약 불출세(不出世)면 시야가 넓은 것[目視雲霄*]이요,
출세(出世)면 곧 얼굴에 흙 먼지 투성이[灰頭土面*]일 것이며,
시야가 넓다는 것은
높이 우뚝솟은 봉우리 끝[萬仞峰頭]이라는 것이요,
온 얼굴에 흙먼지 투성이라는 것은
주변의 일에 손을 내민다[垂手邊事]는 것이다.
어느 때는 회두토면(灰頭土面)이
곧 만인봉두(萬仞峰頭)에 있기도 하고,
어느 때는 만인봉두가 곧 회두토면이기도 하여
사실 저잣거리에 가서 손 내미는 일[入廛垂手*]이
외로운 봉우리에 홀로 선 것[孤峰獨立]과 한 가지이고,
근원으로 돌아가 성품을 깨닫는 것이
차별지(差別智*)와 다름이 없는지라
그 둘에 고정관념을 지어서는 않될 것이기에 그래서
 '손 내미는 것이 만 길 낭떨어지와 같다'고 하였거니와,
바로 너희가 의지하여 집착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정(正)과 편(偏)이 왜 꼭 안배(安排)에 있는가' 하였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면 자연히 이처럼
안배에 있지 않다는 것이며,
이는 동산(洞山)의 대답을 송(頌)한 것이다. 

*目視雲霄; 雲霄는 높은 하늘이니, 시야가 광활함을 형용하는 말.
*灰頭土面; 온 얼굴에 흙먼지가 잔뜩 묻은 모습.
선림에서는 悟道 후에 중생제도를 위해 자신이 더럽혀지는 것을 무릅쓰고
먼지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지는 것을 말하니, 和光同塵이나 拖泥帶水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入廛垂手; 「廛」은 「시정(市井)」의 뜻이니, 灰頭土面과 같은 의미로
자비의 손길을 드리워 속세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중생을 제도하는 것을 말한다.
*差別智; 自性에 본래 있는 진실한 지혜를 근본지(根本智)라 하고,
이 근본지로 사유하고 실천하여 얻어지는 후천적 지혜를 차별지라 한다.
따라서 근본지와 차별지의 뿌리는 다르지 않다.

後面道。琉璃古殿照明月。
忍俊韓獹空上階。
此正頌這僧逐言語走。
洞下有此石女木馬無底籃。
夜明珠。死蛇等十八般。
大綱只明正位。
如月照琉璃古殿。
似有圓影。洞山答道。
何不向無寒暑處去。
其僧一似韓獹逐塊。
連忙上階。
捉其月影相似。
뒷 부분에서 "유리고전(琉璃古殿)에 밝은 달이 비추니
끈질긴 한로(韓獹)가 공연히 층계 위로 펄쩍댄다"고 한 것은
바로 저 중이 언어를 쫓아 달리는 것을 송한 것이다.
동산 하에 이 석녀(石女)와 목마(木馬), 밑빠진 독[無底籃],
야명주(夜明珠), 죽은 뱀[死蛇] 같은 18 종류가 있어
대강(大綱)이 다만 정위(正位)를 밝히는 것들인데,
마치 달이 유리고전(琉璃古殿)을 비추어
생긴 둥근 그림자와 같은 것인지라 동산이 답하여
"왜 한서(寒暑) 없는 곳으로 가지 않느냐"고 한 것이니,
그 중이 흡사 한로(韓獹)가 덩어리를 쫓아
연실 층계 위로 펄쩍대면서
그 달그림자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又問。如何是無寒暑處。
山云。寒時寒殺闍黎。
熱時熱殺闍黎。
如韓獹逐塊走到階上。
又卻不見月影。
韓獹乃出戰國策。
云韓氏之獹駿狗也。
中山之兔狡兔也。
是其獹方能尋其兔。
雪竇引以喻這僧也。
只如諸人。
還識洞山為人處麼。
良久云。討甚兔子。
또 "어떤 것이 한서 없는 곳입니까?" 묻자,
동산은 "추울 때는 선생을 몹시 춥게 하고,
더울 때는 선생을 매우 덥게 한다" 하였으니,
한로(韓獹)가 덩어리를 쫓아 층계 위에 이른다 해도
더욱 달 그림자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로는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한씨(韓氏)의 노(獹)라는 날쌘 개를 말한다.
중산(中山)의 토끼는 교활한 토끼라서
이 노(獹)라야 비로소 그 토끼를 찾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설두가 이를 인용하여 저 중에 비유한 것이니
다만 여러분들과도 같다.
동산의 사람 위한 곳을 알겠는가?
한참 있더니, "무슨 토끼를 잡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