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하는 이는 일체의 망상을 끊어버리고
본래의 적정(寂靜)한 자리로 되돌아가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체망상을 끊을 수 있을 것이며,
또 적정한 자리로 돌아가 다시 살아났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당연한 의심이지만 이것이 또 다른 갈등을 짓는 것이요 밤길을 다니는 것이다.
이 일은 어로(語路)가 끊겼는지라 천성(千聖)도 말로 전하지 못하고 나도 전해 주지 못하니,
오직 정령(正令)에 따라 스스로 밝혀 나아가야만 한다[投明須到].
垂示云。 | 수시(垂示) |
是非交結處。聖亦不能知。 逆順縱橫時。佛亦不能辨。 為絕世超倫之士。 顯逸群大士之能。 向冰凌上行。劍刃上走。 直下如麒麟頭角。 似火裏蓮花。 宛見超方。 始知同道。 誰是好手者。試舉看。 |
시비(是非)가 교차하는 곳은 성인도 알 수 없고, 역순(逆順)이 난무할 때는 부처도 변별하지 못한다. 절세초륜(絕世超倫*)의 사람이 되어 발군(拔群;逸群)의 능력을 드러내면서 살얼음 위를 다니고 칼날 위를 달리는 것은 바로 기린 머리의 뿔이나 불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과 같다 하려니와, 완연히 보고서 방위를 초월해야만 비로소 내가 같은 길을 가고 있음을 알 것이다. 누가 이 훌륭한 수완을 지닌 자인지 살펴보자. |
*絕世超倫; 세상에 다시 없을 정도의 비범함. 누구도 능가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남.
*冰凌; 날카로운 살얼음판.
【四一】舉。 | 【제41칙】 조주(趙州)의 대사저인(大死底人) |
趙州問投子。 大死底人卻活時如何 (有恁麼事賊不打貧兒家。 慣曾作客方憐客) 投子云。不許夜行。 投明須到 (看樓打樓。是賊識賊。 若不同床臥。 焉知被底穿)。 |
조주(趙州)가 투자(投子)에게 물었다. "대사저인(大死底人*)이 살아났을 때는 어떤가?" (그런 일이 있어도 도적이 가난한 집 털지는 않는 것은 객지생활 해본 놈이 객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투자는 "밤길 다니지 말고 광명정로(光明正道)도 가서 도달해야 합니다" 하였다. (망루가 보이면 망루를 짓고, 도적이 도적을 안다. 같은 침상에 눕지 않았다면 어찌 이불 밑이 뚤린 줄 알겠느냐?) |
*趙州; 南嶽下三世 趙州從諗 (778~897). 南泉普願(748~834) 法嗣.
*投子; 青原下四世 投子大同 (819~914), 翠微無學 法嗣.
*大死底人; 철저히 크게 죽은 사람. 일체의 망상(妄想)이 완전히 다한 사람,
또는 무념(無念), 무작(無作)의 사람에 비유하는 말.
*投明; ①광명정도(光明正道)로 나아가다. ②날이 밝을 무렵, 여명(黎明).
趙州問投子。 大死底人卻活時如何。 投子對他道。不許夜行。 投明須到。 且道是什麼時節。 無孔笛撞著氈拍版。 此謂之驗主問。 亦謂之心行問。 投子趙州諸方 皆美之得逸群之辯。 二老雖承嗣不同。 看他機鋒相投一船。 投子一日為趙州。 置茶筵相待。 自過蒸餅與趙州。 州不管。 投子令行者過胡餅與趙州。 州禮行者三拜。 且道他意是如何。 看他盡是向根本上。 提此本分事為人。 |
조주(趙州)가 투자(投子)에게 묻기를, "대사저인(大死底人)이 살아났을 때는 어떠한가?" 하자, 투자가 대답하여 "밤길을 다니지 말고 날이 밝아지거든 가서 도달해야 합니다."고 하였는데, 말해보라. 이것이 어떤 시절인가? 구멍 없는 피리가 울림판을 울렸으니, 이를 험주문(驗主問*)이라 하거니와, 심행문(心行問)이라 할 수도 있겠다. 투자와 조주는 제방(諸方)이 모두 발군의 변재를 얻었다고 찬미하였다. 두 노장이 비록 승사(承嗣;뒤를 이음)는 다르지만 그 기봉(機鋒)을 살펴보면 한 배를 타고 있다. 투자가 하루는 조주를 위해 다연(茶筵)을 마련하여 대접하면서 증병(蒸餅;증편,떡)을 조주에게 건네 드렸으나 조주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투자가 행자를 시켜 호병(胡餅;호떡)을 드리게 하자 조주는 행자에게 절을 세 번 했는데, 말해보라 그 뜻이 무엇인가? 그것을 살펴보면 모두가 근본(根本)을 향한 것이요, 이 본분사(本分事)를 제기하여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
*驗主問; 汾陽十八問 중 하나로 探拔問이라고도 한다.
주(主)는 스승을 말하며, 제자가 질문을 통해 스승의 기략(機略)이
깊은지 얕은지를 시험한다 하여 험주문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심행문(心行問)이라고도 한다 하였으나, 「분양18문」에 이 둘은 별개이므로
험주문이기도 하고 심행문이기도 하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듯하다.
有僧問。如何是道。 答云。道。 如何是佛。 答云。佛。 又問。金鎖未開時如何。 答云。開。 金雞未鳴時如何。 答云。無這箇音響。 鳴後如何。 答云。各自知時。 投子平生問答總如此。 |
어느 중이 "무엇이 도(道)입니까?" 하고 물으니, "도(道)다." 하였고, "무엇이 부처[佛]입니까?" 하니, "부처다." 하였으며, 또 "자물쇠가 열리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하니, "열어라." 하였고, "닭이 아직 울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하니, "그 어떤 소리도 없다." 하였으며, "운 뒤에는 어떻습니까?" 하고 묻자, "각자가 때를 안다." 하였으니, 투자 평생의 문답이 모두 이와 같았다. |
看趙州問。大死底人 卻活時如何。他便道。 不許夜行。投明須到。 直下如擊石火。似閃電光。 還他向上人始得。 大死底人。 都無佛法道理玄妙 得失是非長短。 到這裏只恁麼休去。 古人謂之平地上死人無數。 過得荊棘林是好手。 也須是透過那邊始得。 雖然如是。 如今人到這般田地。 早是難得。 或若有依倚有解會。 則沒交涉。 |
조주가 "대사저인이 살아났을 때는 어떠한가?" 묻자, 그가 곧 "밤길 다니지 말고 날이 밝아지거든 가야 한다."고 한 것을 보건대 곧바로 석화가 튀고 전광이 번쩍이는 것 같았으니, 도리어 그(투자)가 향상인(向上人)이다 해야 할 것이다. 대사저인(大死底人)은 그 어떠한 불법(佛法)과 도리(道理), 현묘(玄妙), 득실(得失), 시비(是非)와 장단(長短)이 없는 그 속에 이르러서 다만 그렇게 쉬어 간다. 고인이 "평지(平地)에서 죽은 사람이 무수하니, 가시밭 길을 가는 것이 좋은 수단이다" 하였으니, 모름지기 그 쪽으로 뚫고 가야 한다. 비록 그렇다지만 요즘 사람들이 그런 전지(田地)에 도달하기는 일찌감치 어렵거니와, 혹 그것에 기댐이 있고 안 것이 있다 한들 곧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이다. |
哲和尚謂之見不淨潔。 五祖先師。謂之命根不斷。 須是大死一番。卻活始得。 浙中永光和尚道。 言鋒若差鄉關萬里。 直須懸崖撒手。 自肯承當。 絕後再甦。 欺君不得。非常之旨。 人焉廋哉。 趙州問意如此。 投子是作家。 亦不辜負他所問。 只是絕情絕跡。 不妨難會。 只露面前些子。 所以古人道。 欲得親切。莫將問來問。 問在答處。答在問處。 若非投子。 被趙州一問。也大難酬對。 只為他是作家漢。 舉著便知落處。頌云。 |
철화상(哲和尚*)은 "정결치 못한 것을 보았다" 하였고, 오조 스승님은 "목숨이 끊기지 않았다" 하셨거니와, 모름지기 크게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절강(浙江)의 영광(永光*)화상이 "말끝[言鋒]이 삐끗하면 고향길이 만리(萬里)다. 모름지기 낭떨어지에서 손을 놓아버리기를 스스로 긍정하고 받아들여서 목숨을 끊은 뒤에 다시 되살아나야 한다는 그대를 속이지 못할 비범(非凡;非常)한 취지를 사람들은 어찌 감춰두고만 있는가?" 하였는데, 조주가 물은 뜻이 이와 같았고, 투자는 작가라서 그가 묻는 바를 저버리지 않았으나 다만 이는 정식(情識)과 종적(踪迹)이 끊긴 것이어서 난해(難解)하여 마지 않기에 면전에 조금 드러내기만 했다. 그래서 고인이 이르되, "친절을 얻고자 하거든 물음을 가져다 묻지 말라. 물음은 답할 곳에 있고, 답은 물을 곳에 있다." 하였다. 투자가 아니었다면 조주의 물음에 대답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지만 다만 그가 작가였기에 들추자 마자 곧 낙처(落處)를 알았던 것이다. 송(頌)하여 이르기를, |
廋(所留反匿也)。 *廋는 反匿(감추다)에 머무는 바를 말한다.
*哲和尚; 潭州大溈慕喆真如禪師(翠巖可真 法嗣) 南嶽下十二世
真如慕喆, 大溈喆, 真如喆, 慕喆真如, 智海慕喆, 大溈, 大瀉慕喆.
*永光; 蘇州永光院真禪師(雲居道膺 法嗣) 青原下六世
*承當; 承受擔當
活中有眼還同死 (兩不相知。翻來覆去。 若不蘊藉。 爭辨得這漢緇素) 藥忌何須鑒作家 (若不驗過。爭辨端的。 遇著試與一鑒。又且何妨。 也要問過) 古佛尚言會未到 (賴是有伴。 千聖也不傳。山僧亦不知) 不知誰解撒塵沙 (即今也不少。 開眼也著。合眼也著。 闍黎恁麼舉。落在什麼處) |
활중유안(活中有眼*)이면 도리어 죽은 것과 같거늘 (둘이 서로 알지 못하니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지, 다 감추지 않는다면 뭐하러 이 자[者;漢]의 흑백을 판별하겠느냐?) 약기(藥忌*)로 하필 작가를 감별하는가? (시험해보지 않고서야 어찌 상대를 판단하겠으며, 만나서 한 번 감별해 주면 또 어떤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옛부처도 오히려 언회(言會*)가 이르지 못했건만 (짝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천성(千聖)도 전하지 못하고 나도 전하지 못한다.) 누가 티끌모래를 뿌리고 있는지 모르는구나. (지금도 적지 않아서 눈 뜨면 집착하고 눈 감아도 집착하는데, 선생은 그렇게 해서 어디에 떨어져 있으려는가?) |
*活中有眼; 활구(活句)에다 자기의 견해를 붙이는 일.
活句는 '뜻으로는 통하지 못할 의미가 없는 구'이니,
거기에 자기의 안목을 들이대는 것은 애초에 빗나간 것이다.
*翻來覆去; 같은 일을 반복하다.
*蘊藉; 안으로 감추고 쉽사리 밖으로 드러내지 않다.
*藥忌; 금기(禁忌)된 약. *何須; 하필(何必).
*言會; 언어로 회합(會合)하기. 언어를 통해 실체를 이해하기.
'언회가 이르지 못했다' 함은 언어를 통해서는 회득(會得)할 수 없다는 뜻.
活中有眼還同死。 雪竇是知有底人。 所以敢頌。 古人道。他參活句。 不參死句。 雪竇道。活中有眼 還同於死漢相似。 何曾死。 死中具眼如同活人。 古人道。 殺盡死人方見活人。 活盡死人方見死人。 趙州是活底人。 故作死問。驗取投子。 如藥性所忌之物。 故將去試驗相似。 所以雪竇道。 藥忌何須鑒作家。 此頌趙州問處。 後面頌投子。 |
'살아서 눈(안목)이 있는 것이 도리어 죽은 것과 같다' 했는데, 설두는 지유저인(知有底人*)인지라 그래서 감히 송한 것이다. 고인(巖頭;39칙)이 "그는 활구(活句)를 참구(參究)하고 사구(死句)를 참구하지 않았다" 하였건만 설두는 활중(活中)에 눈이 있으면 도리어 죽은 놈과 같다고 하였으니, 어찌 일찍이 죽었으리오만 사중(死中)에 눈을 갖추면 활인(活人)과 같다는 것이다. 고인이 이르되, "죽은 사람을 다 죽여야 비로소 산 사람을 보고, 죽은 사람을 다 살려야 죽은 사람을 본다" 했는데, 조주는 철저히 산 사람인지라 죽은 질문을 지어 투자(投子)를 시험해 간 것이 마치 약의 성질 상 금기(禁忌)시 된 물건을 가지고 가서 시험한 것과 같았으므로 그래서 설두가 말하기를, '금기된 약으로 하필 작가를 감별하는가?' 한 것이니, 이는 조주의 문처(問處)를 송(頌)한 것이고, 후면(後面)은 투자를 송한 것이다. |
古佛尚言曾未到。 只這大死底人卻活處。 古佛亦不曾到。 天下老和尚亦不曾到。 任是釋迦老子。 碧眼胡僧也須再參始得。 所以道。 只許老胡知。 不許老胡會。 |
'고불도 오히려 언회(言曾)가 이르지 못한다' 히였는데, 다만 이 대사저인(大死底人)이 되살아날 곳이다. 고불(古佛)도 일찍이 도달하지 못하고, 천하의 노화상(老和尚)들도 이른 적이 없으니, 석가노자(釋迦老子)나 벽안호승(碧眼胡僧;달마)에게 맡겨두더라도 모름지기 거듭 참구해야 할 것이라 그래서 말하기를, "노호(老胡;석가와 달마)가 안다고는 하겠으나 모두 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 것이다. |
雪竇道。不知誰解撒塵沙。 不見僧問長慶。 如何是善知識眼。 慶云。有願不撒沙。 保福云。不可更撒也。 天下老和尚據曲彔木床上。 行棒行喝豎拂敲床。 現神通作主宰。 盡是撒沙。 且道如何免得。 |
설두가 '누가 티끌모래를 뿌리는지 모른다' 했는데, 보지 못했는가? 어떤 중이 장경(長慶)에게 "무엇이 선지식의 안목입니까?" 묻자, 장경은 "모래를 뿌리지 말기 바란다." 하였고, 보복(保福)은 "다시는 뿌리지 말라." 하였다. 천하의 노화상들이 곡록목상(曲彔木床*)에 걸터 앉아 방(棒)을 하고 할(喝)을 하며, 불자(拂子)를 세우고 선상(禪床)을 내려치면서。 신통을 나타내고 주재(主宰)를 짓는 것이 다 모래를 뿌리는 짓이거니와, 자 말해보라. 어떻게 해야 면해지겠는가? |
*只許老胡知 不許老胡會; '佛法은 참지혜로 잘 계합해 들어갔다 하겠으나,
세간의 지혜와 언변을 다 알고 이해했다고는 못하겠다'는 뜻.
*曲彔木床; 스님들이 쓰는 나무를 깎아 만든 구부러진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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