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

벽암록(碧巖錄) 제39칙 운문화약란(雲門花藥欄)

碧雲 2023. 2. 21. 14:12

 화약란(花藥欄)들이여! 그대 안에 청정법신(清淨法身)이 있음을 모르고 
그렇게 밖으로만 찾아 헤매서야 어찌 금모사자(金毛獅子)가 되겠느냐? 

 이 공안은 「운문화란(雲門花欄)」, 「운문금모사자(雲門金毛獅子)라고도 한다. 

 

垂示云。 수시(垂示)
途中受用底。似虎靠山。
世諦流布底。如猿在檻。
欲知佛性義。當觀時節因緣。
欲鍛百鍊精金。須是作家爐韛。
且道大用現前底。
將什麼試驗。
도중(途中)에 수용하면 사호고산(似虎靠山*)이겠으나
세제(世諦)나 유포하면 여원재함(如猿在檻*)이거니와,
불성(佛性)의 의미를 알려면 당연히 시절인연을 봐야 하고,
순금을 단련(鍛鍊)하려거든 모름지기 작가가 녹여야 한다.
자 말해보라. 큰 작용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무엇을 가져다 시험하겠는가? 

*似虎靠山; 범이 산을 의지함과 같다.
「용이 물을 얻음과 같다(如龍得水)」의 대구(對句)로 사호분산(似虎奔山)이라고도 한다.
생사대사(生死大事)를 깨달으면 범이 산을 의지함과 같고, 용이 물을 얻음과 같다.
*如猿在檻; 원숭이가 철창에 같혀있는 것과 같다. 

 

 【三九】舉。  【제39칙】 운문스님의 화약란(花藥欄)
   僧問雲門。
   如何是清淨法身
   (壒圾堆頭見丈六金身。
   斑斑駁駁是什麼)
   門云。花藥欄
   (問處不真。答來鹵莽。
   𡎺著磕著。
   曲不藏直)
   僧云。便恁麼去時如何
   (渾崙吞箇棗。
   放憨作麼)
   門云。金毛獅子
   (也褒也貶。兩采一賽。
   將錯就錯。是什麼心行)。
   어느 중이 운문(雲門)에게 물어
   "어떤 것이 청정법신(清淨法身)입니까?" 하니,
   (먼지 무더기 위에서 불신<佛身;丈六金身>을 보겠다니,
   이 무슨 가당찮은 말[斑斑駁駁*]이냐?)
   운문은 "화약란(花藥欄*)이다." 하였고,
   (질문이 참되지 못하니 답이 거칠게 돌아 왔고,
   부딪쳐오니 맞부딪쳤다.
   온화함 속에 강직함이 감춰지지 않았다.)
   "그렇게 되었을 때는 어떻습니까?" 하니,
   (통째로 대추를 삼키려는구나.
   어리석게 굴어서 어쩌자는 것이냐?)
   "금모사자(金毛獅子*)다." 하였다.
   (칭찬이기도 폄하이기도 하니, 양채일새<兩采一賽*>)다.
   착오를 가져다 착오로 나아가니 이 무슨 심행이냐?)。

*壒圾堆頭見丈六金身; 애(壒)는 먼지. 티끌. 급(圾)은 먼지가 쌓인 곳.
퇴두(堆頭)는 높이 쌓이다. 장육금신(丈六金身)은 불신(佛身)을 지칭하는 말이니,
 '티끌이 쌓인 곳에서 부처를 본다'는 뜻으로 '부처와 중생이 절대평등한 성품'이라서
부처다 중생이다거나 청정하다 더럽다 하는 상대적 관념이 없음을 표현하는 용어이다.
*반반박박(斑斑駁駁); 원래는 하나의 안색(顏色) 중에 또 다른 안색이 섞여 있다,
또는 안색이 한결같지 못하다는 뜻으로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花藥欄; 藥欄은 일반적으로 「花欄(곱게 단청한 난간)」을 말하니,
화약란은 「연꽃으로 곱게 장엄된 난간」이겠다.
*노망(鹵莽); 거칠고 경솔하다. 우락부락하다. 우악스럽다.
*𡎺 著磕著; 부딪치고 부딪친다.
속담 : 碟大碗小磕着碰着(접시가 크고 사발이 작으니 부딪칠 수밖에 없다)
즉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므로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渾崙; 통째로(씨를 빼지 않고).
*金毛獅子; 〈五燈會元九卷〉 杭州無著文喜禪師 章에서
문수사리가 오색 구름 속에서 타고 왔다는 '금빛 털 사자[金毛獅子]'.
이는 근본지혜로 미혹을 끊고서 법신불성을 밝게 증득했음을 상징한다.
*兩采一賽; 경기에서 쌍방이 호적수를 만나 승부를 가리기 여려움.
 선림에서는 참선수학(參禪修學)의 경계가 고절하여 고하를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쓴다. 

 

諸人還知這僧問處與雲門答處麼。
若知得。兩口同無一舌。
若不知。未免顢頇。
僧問玄沙。如何是清淨法身。
沙云。膿滴滴地。具金剛眼。
試請辨看。
雲門不同別人。
有時把定壁立萬仞。
無爾湊泊處。
有時與爾開一線道。
同死同生。
雲門三寸甚密。
有者道。是信彩答去。
若恁麼會。
且道雲門落在什麼處。
這箇是屋裏事。莫向外卜度。
所以百丈道。
森羅萬象。一切語言。
皆轉歸自己。
令轉轆轆地。
向活潑潑處便道。
若擬議尋思。
便落第二句了也。
여러분은 이 중이 질문한 곳과 운문이 답한 곳을 아는가?
만약 안다면 두 입이 다같이 혀가 없을 것이며,
알지 못한다면 멍청이[顢頇*]이기를 면치 못한다.
어느 중이 현사(玄沙)에게 "무엇이 청정법신입니까?" 묻자,
현사는 "고름이 뚝뚝 떨어지는 곳이다." 하였으니,
금강안(金剛眼)을 갖추고서 시험삼아 변별해보기 바란다.
운문은 다른 사람과 달라서
어느 때는 벽립만인(壁立萬仞*)으로 파정(把定*)하여
너희가 발 붙일 곳이 없게 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너희에게 한 가닥 길을 열어 주어서
생사를 같이하기도 하였다.
운문의 능란한 말솜씨[三寸*]는 빈틈이 없건만
혹자는 "이는 위세[彩;光彩]를 믿고 답한 것이다"고 하는데,
만일 그렇게 안다면
말해보라. 운문은 어떤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것인가?
이것은 집 안의 일이니 밖을 향해 짐작해서는 안될 것이라
그래서 백장(百丈*)이 이르되
"삼라만상(森羅萬象*)과 일체어언(一切語言*)을
다 자기에게로 되돌려
수레바퀴 돌듯 자유자재히 구르게 한다" 하고서
생기발랄하기 그지없는 곳[活潑潑處]을 향해 곧 말하기를,
"만약 요리조리 궁리하여 생각으로 찾으려 하다가는
곧 제2구(第二句*)에 떨어져버린다."고 한 것이다. 

*兩口同無一舌; 저 중과 운문이 말로써 대화한 것이 아니라 뜻으로 대화했다는 것.
*顢頇; ①뻔뻔스러운 모양. ②흐리멍텅한 모양.
*膿滴滴地; '청정법신이 고름 흐르는 곳이다' 함은 청정과 더러움이 둘이 아니다는 뜻.
*轉轆轆地; 阿轆轆地. 수레바퀴 구르듯 자유자재한 경지.
*壁立萬仞; 중국 장안에서 촉으로 가는 길목인 대검(大劍)과 소검(小劍) 두 산(山) 사이의
극히 험준한 절벽, 즉 검각(劍閣)을 「천 길 높이 솟은 암벽」이라 하여
「벽립천인(壁立千仞)」이라 부른다는데 벽립만인(壁立萬仞)은 그보다 더하다는 것이다.
이 험준한 절벽처럼 우뚝 솟아 어찌해볼 수 없는 기상에 비유하는 용어이다.
*把定; 붙들어 주다(把住). 放行(자유롭게 풀어 주다)의 반대어.
사가(師家)가 학인(學人)의 견해를 불긍정하고 제거시키는 강압적 지도법을 말한다.
반면에 학인의 견해를 긍정하며 자유롭게 제기하게 하고
그에 따라 자세히 설명해 주는 지도법을 방행(放行)이라 한다.
*三寸; 三寸之舌(세 치 혀). 善能辯才(능란한 말솜씨)에 비유한 표현.
*복탁(卜度); 추측하다. 짐작하다. 가늠하다.
*森羅萬象 一切語言; 森羅萬象은 一切色身, 一切諸法. 一切語言은 一大藏教.
*第二句; 제1구가 '제일가는 말'이라면, 제2구는 '동떨어진 다른 말'. 

永嘉道。法身覺了無一物。
本源自性天真佛。
雲門驗這僧。其僧亦是他屋裏人。
自是久參。知他屋裏事。
進云。便恁麼去時如何。
門云。金毛獅子。
且道是肯他。是不肯他。
是褒他是貶他。
巖頭道。若論戰也。
箇箇立在轉處。
又道他參活句。
不參死句。
活句下薦得。永劫不忘。
死句下薦得。自救不了。
영가(永嘉)는 "법신을 깨닫고 나면 무일물(無一物)이요,
본원(本源)의 자성(自性)이 천진불(天真佛)이다" 하였다.
운문이 저 스님을 시험했으나 그 스님도 그의 집안 사람이고,
당연 구참(久參)이라 그 집안 일을 알고 있었기에
더 나아가 묻기를 "곧 그렇게 갔을 때는 어떻습니까?" 하니,
운문은 "금모사자(金毛獅子)다"고 하였는데,
말해보라. 이것이 그를 긍정한 것인가, 부정한 것인가?
이것이 그를 칭찬한 것인가, 폄하한 것인가?
암두(巖頭)는 "싸움을 논하자면
저마다 구를 곳[轉處;대처해야할 자리]에 서 있다." 하고,
또 "그가 활구(活句)를 참(參)하고
사구(死句)를 참하지 않았거니와,
활구 하에서 천득(薦得)하면 영겁(永劫)토록 잊지 않겠지만
사구 하에서 천득하면 자기도 구제하지 못한다." 하였다. 
又僧問雲門。
佛法如水中月是否。
門云。清波無透路。
進云。和尚從何而得。
門云。再問復何來。
僧云。正恁麼去時如何。
門云。重疊關山路。
須知此事。不在言句上。
如擊石火似閃電光。
構得構不得。未免喪身失命。
雪竇是其中人。便當頭頌出。
또 중이 운문에게 물어
"불법(佛法)이 수중월(水中月) 같다니, 그렇습니까?" 하니,
운문은 "맑은 물결은 투영(透映)할 길이 없다" 하였고,
더 나아가 "(그렇다면)화상은 어떻게 얻었습니까?" 하니,
운문은 "재차 묻기는 또 왜 하느냐?" 하였으며,
저 중이 "바로 그렇게 갔을 때는 어떻습니까?" 하니,
운문은 "중첩된 관산로(關山路*)다" 하였으니,
반드시 이 일은 언구(言句) 상에 있지 않거니와,
석화(石火) 튀기고 전광(電光) 번쩍이는 것과 같아서
짜내든 짜내지 못하든 상신실명(喪身失命)을 면치 못한다.
설두도 그 중의 한 사람인지라 당면하여 송출(頌出)했다. 

*關山; 관문(關門)과 산봉우리. 험란하고 먼 여정(旅程)에 비유하는 말.

 

 花藥欄
   (言猶在耳)
 莫顢頇
   (如麻似粟。
   也有些子自領出去)
  星在秤兮不在盤
   (太葛藤。
   各自向衣單下返觀。
   不免說道理)
 便恁麼
   (渾崙吞箇棗)
  太無端
   (自領出去。灼然。
   莫錯怪他雲門好)
  金毛獅子大家看
   (放出一箇半箇也是箇狗子。
   雲門也是普州人送賊)
 화약란(花藥欄)이여!
   (귓가에 남아 있을 말이다.)
 멍청한 짓 말라.
   (밭에 삼과 조가 널려 있듯이 많다는데,
   조금은 자진출두해서 자백할 것이 있다.)
  눈금은 저울대에 있고 소반에 있지 않거늘
   (심한 갈등이지만
   각자가 자기 처지를 향해 단순히 돌아보라는 뜻 하에서
   도리를 설하지 않을 수 없다.)
 쉽사리 그렇게 해서야
   (통째로 대추를 삼키려는 것이다.)
  너무 실없는 것이니,
   (자진출두하여 자백하는구나. 명백하다.
   저 운문을 괴이하다 착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금모사자인 대가(大家*)를 살필지어다.
   (한 개나 반 개 내놓으면 이것이 그 개[狗子]인데,
   운문이야 말로 보주<普州>사람이 보낸 도적이다.)

*大家; 노비들을 거느리는 큰 주인집 가문, 즉 일체법의 주인인 '나 자신[自我]'. 

 

雪竇相席打令。動絃別曲。
一句一句判將去。
此一頌。不異拈古之格。
花藥欄。便道莫顢頇。
人皆道雲門信彩答將去。
總作情解會他底。
所以雪竇下本分莫料。
便道莫顢頇。
蓋雲門意。不在花藥欄處。
所以雪竇道。
星在秤兮不在盤。
這一句忒殺漏逗。
水中元無月。月在青天。
如星在秤不在於槃。
且道那箇是秤。
若辨明得出。不辜負雪竇。
古人到這裏。也不妨慈悲。
分明向爾道。不在這裏。
在那邊去。
且道那邊是什麼處。
설두는 상황에 따라 대처하고[相席打令*],
줄을 튕기면 곧 곡조를 알아서[動絃別曲*],
1구1구를 판단해 갔거니와,
이 송(頌)은 염고(拈古)의 격을 벗어나지 않았다.
 '화약란(花藥欄)이여!' 하고 곧 '멍청한 짓 말라'고 하였는데,
사람들이 다 '운문이 위세를 믿고 답을 가져갔다'고 하니,
다 정해(情解)를 지어 그의 저변(底邊)을 안 것인지라
그래서 설두가 본분을 망념으로 헤아리지 말라는 뜻에서
곧 '멍청한 짓 말라'고 한 것이다.
전체적인 운문의 뜻은 화약란 쪽에 있지 않기에
그래서 설두가 말하기를,
 '눈금은 저울대에 있지 사발에 있지 않다'고 하였으나
이 1구(一句)는 너무 심한 누두(漏逗;과오)이다.
수중(水中)에는 원래 달이 없고, 달은 청천(青天)에 있음이
눈금이 저울대에 있고 사발에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말해보라. 어떤 것이 저울대인가?
만약 판명하여 얻어내면 설두를 저버리지 않은 것이라
고인이 이에 이르러 자비를 베풀어도 무방하겠으나,
분명히 그대들을 향해 "이 속에 있지 말고
그 어느 쪽[那邊]으로 가 있어라"고 말한 것이다.
말해보라. 그 어느 쪽이란 어디겠는가? 

*相席打令; 「看楼打楼(누<楼>를 보고 누를 친다)」와 가까운 말로서
주인이 손님의 많고 적음이나 귀천을 살피고 그에 따라 영을 행한다는 것이니,
상황을 살피고 그에 따라 대처한다, 즉 임기응변의 뜻이다.

*瞎; 興化存獎선사 4할(四瞎)의 하나.
①불사할(不似瞎;장님같지는 않다) : 말은 알아들어도 주(主)는 짓지 못할 때 쓰는 말.
②흡사할(恰似瞎;장님 같다) : 앞뒤의 말(語)을 보지 못할 때 쓰는 말.
③할한(瞎漢;눈먼 놈!) : 꼭 그 사람과 같은 처지일 때 쓰는 말.
④할(瞎) : 눈이 멀었구나. ~말이 온 곳을 보지 못할 때 쓰는 말.  

*動絃別曲; 단지 줄 퉁긴 소리만 듣고도 곧 별곡조(別曲調)를 안다.
「聞一知十(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와 유사한 용어이다. 

此頌頭邊一句了。
後面頌這僧道便恁麼去時如何。
雪竇道。這僧也太無端。
且道是明頭合暗頭合。

會來恁麼道。不會來恁麼道。
金毛獅子大家看。
還見金毛獅子麼。瞎。
이 송(頌)의 첫머리 쪽은 1구(一句)로 마쳤고,
뒤에서는 이 중의 그렇게 갔을 때는 어떠한가를 송했다.
설두는 "이 중이 매우 실이 없다"고 했는데,
말해보라. 이것이 현명한 놈이라는 것인가,
둔한 놈이라는 것인가?
알고서 그렇게 말했는가, 모르고 그렇게 말했는가?
금모사자인 대가들이 살펴보거라.
금모사자가 보이느냐? 할(瞎)! 

*瞎; 興化存獎선사 4할(四瞎)의 하나.
①불사할(不似瞎;장님같지는 않다) : 말은 알아들어도 주(主)는 짓지 못할 때 쓰는 말.
②흡사할(恰似瞎;장님 같다) : 앞뒤의 말(語)을 보지 못할 때 쓰는 말.
③할한(瞎漢;눈먼 놈!) : 꼭 그 사람과 같은 처지일 때 쓰는 말.
④할(瞎;눈이 멀었구나) : 말이 온 곳을 보지 못할 때 쓰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