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혈철우기(風穴鐵牛機)」, 「풍혈철우(風穴鐵牛)」라고도 한다.
풍혈선사는 '조사(祖師)의 심인(心印)은 무쇠소[鐵牛]의 기(機)와 같아서
가면 도리어 머물고 머물면 도리어 깨진다'고 하였는데,
무쇠소는 고대 중국인들이 교량을 축조할 때 무쇠로 소 모형을 주조하여
교각을 설치할 물밑에 투하함으로써 교량이 튼튼히 오래가기를 기원했다 하니,
철우는 「부동(不動)」의 의미를 가진다.
'가면 도리어 머물고 머물면 도리어 깨진다' 함은
어떤 모양을 지으면 오히려 그 모양과는 멀어진다, 즉 모양[相]이 없다는 것이다.
조사심인의 체(體)는 부동(不動)하고 용(用)은 무상(無相)하여
「아무런 흔적이 없이 마음으로 마음에 곧바로 찍어 전해지는 것이다」는 뜻이다.
垂示云。 | 【수시(垂示)】 |
若論漸也。返常合道。 鬧市裏七縱八橫。 若論頓也。不留朕跡。 千聖亦摸索不著。 儻或不立頓漸。又作麼生。 快人一言快馬一鞭。 正恁麼時。誰是作者。 試舉看。 |
만약 점(漸)을 논할진대 반상합도(返常合道*)하는지라 시끄러운 저자 속에 칠종팔횡(七縱八橫)하고 만약 돈(頓)을 논할진대 짐적(朕迹*)을 남기지 않는지라 천성(千聖)일지라도 모색하지 못하거니와 만약 혹 돈점(頓漸*)을 세우지 않는다면 또 어떻겠는가? 쾌인일언(快人一言*)하고 쾌마일편(快馬一鞭*)하는 바로 이렇게 했을 때 이 작자(作者)가 누구겠는가? 예를 들어 살펴보자. |
*返常合道; 北宋 惠洪이 쓴 詩歌論述書인 《冷齋夜話》에서 비롯된 말로서
返常은 상규(常規) 반하다, 合道는 상도(常道)에 맞다, 즉
'통상의 규범에 반하여 진리에 부합해 간다'는 뜻.
*朕迹; 조짐과 흔적. 징조.
*儻; (접) 혹시[만일] …이라면(=倘). (형) 구애받지 않다. 소탈하다(→倜傥).
(부) 느닷없이. 갑자기. 홀연히.
*頓漸; 頓教와 漸教. 頓教는 순간적으로 갑자기 깨닫게 하는 教法,
漸教는 점차적으로 깨달음을 더해가게 하는 教法을 말한다.
*快人一言快馬一鞭; 준마는 채찍질 한 번으로 족하고 시원시원한 사람은 말 한마디면 족하다.
【三八】舉。 | 【제38칙】 풍혈(風穴)의 철우기(鐵牛機) |
風穴在郢州衙內。 上堂云 (倚公說禪。道什麼)。 祖師心印。 狀似鐵牛之機 (千人萬人撼不動。 誵訛節角在什麼處。 三要印開。不犯鋒鋩) 去即印住 (正令當行。錯) 住即印破 (再犯不容。 看取令行時。 拶。便打) 只如不去不住 (看無頓置處。多少誵訛) 印即是不印即是 (天下人頭出頭沒有分。 文彩已彰。 但請掀倒禪床喝散大眾) |
풍혈(風穴)이 영주(郢州) 관아(官衙)에서 상당(上堂)하여 이르기를, (공공<公共>에 기대어 선<禪>을 설해서 무엇을 말하려느냐.) "조사(祖師)의 심인(心印*)은 철우지기(鐵牛之機*)와 같아서 (천 사람 만 사람이 흔들어도 꿈쩍하지 않는다는데 잘못된 구석이 어디에 있는가? 3요<三要*>의 인<印>을 열되, 칼날을 범하지 않았다.) 가면 곧 심인(心印)이 머물고 (정령<正令>을 행해야 하거늘 잘못 되었다.) 머물면 곧 심인이 깨지거니와, (거듭 범하는 것은 용납치 못한다. 영<令>을 행해야 할 때를 살펴 취하라. 다그쳤구나. 무릎을 친다.) 다만 가지도 머물지도 않는다면 (귀퉁이가 없는 것을 보건대 다소 잘못 되었다.) 인가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고 하였다. (천하인이 두출두몰<頭出頭沒>할 분수가 있다. 문채<文彩>는 이왕 뚜렷한데, 다만 선상<禪床>을 뒤엎고 일할로 대중을 흩어버릴 수 있기 바란다.) |
時有盧陂長老出問。 某甲有鐵牛之機 (釣得一箇諳曉得。不妨奇特) 請師不搭印 (好箇話頭。爭奈誵訛) 穴云。慣釣鯨鯢澄巨浸。 卻嗟蛙步輾泥沙 (似鶻捉鳩。 寶網漫空。 神駒千里) 陂佇思 (可惜許。也有出身處。 可惜放過) 穴喝云。長老何不進語 (攙旗奪鼓。 炒鬧來也) 陂擬議 (三回死了。兩重公案) 穴打一拂子 (好打。這箇令須是恁麼。 人行始得) |
그때 노파(盧陂) 장로가 나서서 묻되, "제게 철우지기(鐵牛之機)가 있으니 (하나는 낚아 얻어서 확실히 알고 있으니, 기특하구나.) 스님께서 인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좋은 화두지만 효와<誵訛*>임을 어찌 하겠는가.) 풍혈이 "고래 낚고 거해(巨海) 맑히기나 힘쓸 것이지 도리어 모랫뻘에 개구리 뜀하는 것을 탄식하는구나." 하니, (흡사 매가 비둘기 낚아채듯 하였다. 천재석<天帝釋>이 아무리 보배그물을 허공 가득 펼쳐도 준마<駿馬;神駒>는 천리를 달린다.) 노파(盧陂)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지라 (애석하다. 빠져나갈 곳이 있었는데 놓쳐버렸으니 아쉽다.) 풍혈이 "장로! 왜 말을 잇지 못하는가?" 하였다. (의기양양히 상대의 기를 꺾으며 큰소리로 시비를 걸어갔다.) 노파가 이리저리 궁리하는데, (세 차례나 죽었으니 양중공안<兩重公案>이다.) 풍혈이 한 차례 불자(拂子)로 후려치고서 (잘 때렸다. 이런 영<令>은 모름지기 이렇게 사람들이 행해야 한다.) |
穴云。還記得話頭麼。 試舉看 (何必。雪上加霜) 陂擬開口 (一死更不再活。 這漢鈍置殺人。 遭他毒手) 穴又打一拂子。 牧主云。 佛法與王法一般 (灼然。卻被傍人覷破) 穴云。見箇什麼道理 (也好與一拶。 卻回鎗頭來也) 牧主云。當斷不斷返招其亂 (似則似是則未是。 須知傍人有眼。 東家人死。西家人助哀) 穴便下座 (將錯就錯。 見機而變。 且得參學事畢)。 |
"화두(話頭)가 떠올랐느냐? 예를 들춰보거라 살펴보자." 하니, (왜 꼭 눈 위에 서리를 가해야 하는가.) 노파(盧陂)가 입 열기를 망설이자,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이 자가 몹시 고통스러워 하니, 그의 독수<毒手>를 만났구나.) 풍혈이 또 한 차례 불자로 후려쳤는데, (옆에 있던) 목주(牧主;牧使)가 "불법(佛法)과 왕법(王法)이 일반이군요." 하였다. (명백히 도리어 옆사람에게 간파당했다.) 풍혈이 "무슨 도리(道理)를 보셨습니까?" 하니, (한 번 잘 질렀으나 도리어 창끝이 되돌아 올 것이다.) 목주가 "끊어내야 할 것을 끊지 못하면 그 환난(患亂)이 되돌아 옵니다." 하자, (비슷하기야 비슷하나 옳기는 옳지 못하다. 모름지기 옆사람 눈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동쪽 집 사람이 죽거든 서쪽 집 사람이 슬픔을 보탠다.) 풍혈이 바로 법좌(法座)를 내려가버렸다. (착오를 가져다 착오로 나아갔다. 기<機>를 보고 태도를 바꿨으니 다만 참학하는 일은 마쳤겠다.) |
*風穴; 汝州風穴延沼禪師(臨濟義玄_興化存獎_南院慧顒 法嗣) 南嶽下七世
*心印; 마음도장. 마음으로 마음을 인가하는 것.
선(禪)의 본 뜻은 문자를 세우거나 언어에 의지하지 않고
마음에다 곧바로 도장을 찍어주듯이 한다는 데서 심인이라 한다.
심(心)이란 불심(佛心)이요, 인(印)은 인가(印可), 즉 인정한다는 뜻이니,
부처의 마음도장으로 중생의 마음에 곧바로 찍어주는 것을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한다.
*鐵牛之機; 무쇠소와 같은 기틀, 즉 천 사람 만 사람이 흔들어도 꿈쩍하지 않는 기틀.
*三要; 임제(臨濟)선사가 학인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말 한 마디에 반드시 3현문(三玄門)을 갖춰야 하고, 1현문에는 3요(三要)를 갖춰야 하되,
권(權)이 있고 용(用)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인천안목(人天眼目)〉에 그의 제자 풍혈선사가 해석하기를,
「第一要는 말 속에 조작이 없어야 한다는 것.
第二要는 모든 성인은 현오(玄奧)에 곧바로 들어간다는 것.
第三要는 사구백비(四句百非) 외에는 다 아득하기만 한 길[閑山道]을 밟는다,
즉 언어의 길이 끊겼다는 것이다.」고 하였다.
*誵訛; 混淆訛誤. 헛갈린 착오.
*참기탈고(攙旗奪鼓); 깃발을 들고 북을 빼앗다. 기치를 세워 상대의 기를 꺾다.
*搭印; 도장을 찍다. 날인(捺印), 안인(按印), 개인(蓋印).
*諳曉; 숙지(熟知)하여 훤히 다 알다.
*神駒; 준마. 명마.
*炒鬧; 吵鬧. (큰소리로) 말다툼하다. 시끄럽게 언쟁하다.
*鈍置; 折磨、折腾. 고통스럽게 하다. 구박하다. 학대하다. 괴롭히다.
*頓置; ①모퉁이. 구석. 귀퉁이. ②몽땅 도매로 넘기다.
風穴乃臨濟下尊宿。 臨濟當初在黃檗會下栽松次。 檗云。 深山裏栽許多松作什麼。 濟云。一與山門作境致。 二與後人作標榜。 道了便钁地一下。 檗云。雖然如是。 子已喫二十棒了也。 濟又打地一下云。噓噓。 檗云。吾宗到汝大興於世。 溈山哲云。臨濟恁麼。 大似平地喫交。 雖然如是。臨危不變。 始稱真丈夫。 |
풍혈은 곧 임제(臨濟) 하의 존숙이다. 임제가 황벽(黃檗) 회하(會下)에 있을 당시 소나무를 심고 있었는데, 황벽이 "깊은 산속에 그렇게 많은 소나무를 심어서 무엇 하려느냐?" 하고 묻자, 임제는 "첫째는 산문에 경치(境致)를 가꾸어 주고, 두째로는 후인에게 표방(標榜)이 되어 줍니다." 하더니 말을 마치고 갑자기 괭이로 땅을 한 번 내려찍었다. 황벽이 "그렇게 해봐도 너는 이미 20방(棒)을 먹었다." 하자, 임제는 땅을 또 한 번 내려찍고서 "허허(噓噓*)" 하였다. 황벽은 "나의 종지[吾宗]가 너에 이르러 세상에 크게 흥하겠구나." 하였다. 위산철(溈山哲*)은 "임제(臨濟)가 그리 한 것은 평지에서 발이 걸려 넘어진 것이나 다름없거니와, 비록 그러하더라도 위기에 닥쳐서 변함 없어야 비로소 참된 장부라 할 것이다." 하였다. |
*噓噓; 어린애 소변을 부추기는 소리, 「쉬쉬」. 황벽을 어린애 취급했다는 뜻인듯 하다.
*喫交; ①(발이 걸려) 넘어지다. ②잘못하다. 좌절하다. 실패하다.
*潙山喆; 潭州大溈慕喆真如禪師(汾陽善昭_石霜慈明_翠巖可真 法嗣) 南嶽下十二世
檗云。吾宗到汝大興於世。 大似憐兒不覺醜。 後來溈山問仰山。 黃檗當時。只囑付臨濟一人。 別更有在。 仰山云有。只是年代深遠。 不欲舉似和尚。 溈山。云雖然如是。 吾亦要知。但舉看。 仰山云。 一人指南吳越令行。 遇大風即止。 此乃讖風穴也。 |
황벽이 '나의 종지가 너에 이르러 세상에 크게 흥하리라' 하였는데, 아이를 너무 이뻐하여 추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후에 와서 위산(溈山*)이 앙산(仰山*)에게 "황벽이 당시에 임제 한 사람에게만 법을 부촉했느냐, 또 다른 사람이 있었느냐?" 하고 묻자, 앙산은 "있었지만 년대(年代)가 너무 멀어서 화상께 사뢰지 않겠습니다." 하였다. "말해보거라. 비록 그렇다지만 나도 알고 싶으니, 그냥 들춰만 보이거라." 앙산은 말했다. "한 사람이 지도받고서 오월(吳越)에서 영(令)을 행하다가 태풍을 만나 곧 멈추리라. 이것은 곧 풍혈(風穴)을 예언한 것입니다." |
*溈山; 潭州溈山靈祐禪師(百丈懷海 法嗣) 南嶽下三世
*仰山; 袁州仰山慧寂通智禪師(溈山靈祐 法嗣) 南嶽下四世
*舉似; 奉告(사뢰다).
*指南; (名)지침(指針). 입문서, 지침서. (動)지도하다.
穴初參雪峰五年。 因請益。臨濟入堂。 兩堂首座齊下一喝。 僧問臨濟。 還有賓主也無。 濟云。賓主歷然。 穴云。未審意旨如何。 峰云。吾昔與巖頭欽山。 去見臨濟。 在途中聞已遷化。 若要會他賓主話。 須是參他宗派下尊宿。 |
풍혈이 설봉(雪峰*)을 초참(初參)하고 5년이 되어 청익(請益)하기를, "임제(臨濟)가 법당에 들어서자 양당(兩堂)의 수좌가 나란히 일할(一喝)을 하니, 그때 어느 중이 임제에게 '도대체 빈주(賓主)가 있는 것입니까?' 하고 묻자, 임제는 '빈주(賓主)가 역연(歷然)하다.'고 하였다는데, 이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니, 설봉은 "내가 예전에 암두(巖頭*), 흠산(欽山*)과 함께 임제를 보러 갔었는데, 도중에 이미 천화(遷化)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약 그의 빈주(賓主)에 관한 얘기를 들으려거든 그 쪽 종파(宗派) 하의 존숙(尊宿)을 뵈어야 할 것이다." 하였다. |
穴後又見瑞巖 常自喚主人公。 自云喏。復云。惺惺著。 他後莫受人瞞卻。 穴云。自拈自弄。 有什麼難。 |
풍혈은 뒤에 또 서암(瑞巖*)을 만났는데, 항상 자신에게 "주인공아!" 하고 부르고서, 스스로 "예!" 대답하고, 또 "똑똑히 해서 이후로는 사람들에게 속지 말거라!" 하는지라 풍혈은 "자기가 자기를 가지고 노는데[自拈自弄]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하였다. |
後在襄州鹿門 與廓侍者過夏。 廓指他來參南院。 穴云。入門須辨主。 端的請師分。 一日遂見南院。舉前話云。 某甲特來親覲。 南院云。雪峰古佛。 |
후에 양주(襄州) 녹문(鹿門)에서 곽시자(廓侍者*)와 더불어 여름을 지냈는데 곽(廓)이 그에게 남원(南院*)을 참(參)하고 오라 지시하니, 풍혈은 "입문(入門)은 반드시 주(主;師)를 가려서 해야 하리니 확실하게[端的] 선사께서 가려주십시요." 하였다. 하루는 남원을 마침내 뵙고 앞서의 얘기를 들추며 "제가 특별히 와서 가까이 뵙습니다." 하니, 남원은 "설봉이 고불(古佛)이로구나." 하였다. |
*風穴; 汝州風穴延沼禪師(臨濟義玄_興化存獎_南院慧顒 法嗣) 南嶽下七世
*雪峰; 福州雪峰義存禪師(德山宣鑒 法嗣) 青原下五世
*巖頭; 鄂州巖頭全奯禪師( " ) "
*欽山; 澧州欽山文邃禪師(洞山良价 法嗣) "
*瑞巖; 台州瑞巖師彥禪師(巖頭全奯 法嗣) 青原下六世
*廓侍者; 守廓侍者(臨濟義玄_興化存獎 法嗣) 南嶽下六世
*南院; 汝州南院慧顒禪師( " ) "
一日見鏡清。 清問近離甚處。 穴云。自離東來。 清云。還過小江否。 穴云。大舸獨飄空。 小江無可濟。 清云。鏡水圖山。鳥飛不渡。 子莫盜聽遺言。 穴云。滄溟尚怯蒙輪勢。 列漢飛帆渡五湖。 清豎起拂子云。 爭奈這箇何。 穴云。這箇是什麼。 清云。果然不識。 穴云。出沒卷舒。與師同用。 清云。杓卜聽虛聲。熟睡饒譫語。 穴云。澤廣藏山理能伏豹。 清云。赦罪放愆。速須出去。 穴云。出即失。乃便出至法堂上。 自謂言。大丈夫。公案未了。 豈可便休。 卻回再入方丈。 |
하루는 경청(鏡淸*)을 찾아뵈니, 경청이 "근래 어디 있다가 왔느냐?" 물었다. "동(東)으로부터 떠나왔습니다." "소강(小江)을 지나왔느냐?" "커다란 배[大舸]는 홀로 허공을 타니 작은 강[小江]은 건널만한 것이 없습니다." "거울 같은 물과 그림 같은 산은 새도 날아 건너지 못하거늘 너는 유언(遺言;남들이 남긴 말)을 엿듣지 말거라." "창해(滄海;滄溟)가 오히려 몽륜(蒙輪*)의 기세를 겁낼지언정 한수(漢水)에 펼쳐 나는 돛은 오호(五湖)를 건넙니다." 경청이 불자(拂子)를 세워 들고서 "이런 것은 어찌 해보겠느냐?" 하자, 풍혈이 "이런 것이 무엇입니까?" 하니, "과연 모르는구나." "출몰(出沒)과 권서(卷舒)를 스님과 똑같이 씁니다." "점쟁이[杓卜*] 헛소리를 듣고, 자다가 잠꼬대 하는구나." "못이 크면 산은 품고, 이치로 표범을 능히 굴복시킵니다." "죄를 용서하고 잘못을 봐줄테니, 빨리 나가야 할 것이다." "나가면 곧 잃습니다." 하고, 이내 곧 나가 법당으로 가더니, 스스로 말하기를, "대장부야! 공안(公案)이 덜 끝났는데 어찌 쉽게 그만둘 수 있겠느냐?" 하고서 되돌아 방장으로 다시 들어오는지라, |
*鏡清; 越州鏡清寺道怤順德禪師(雪峰義存 法嗣) 青原下六世
*蒙輪; 고대 중국의 적사미(狄虒弥;북방 토족)가
큰 수레 바퀴에 갑(甲)을 입혀 방패를 삼고 한 쪽에 창끝을 단 무기.
후에 「돌격하여 적진 깊숙이 들어가 함락시키다.」는 뜻으로 사용.
*杓卜; 〈祖庭事苑卷第六〉에
「표(杓)를 던져 길흉(吉凶)을 점치는 풍속을 표복(杓卜)이라 한다」 하였다.
清坐次。便問。 某適來輒呈騃見。 冒瀆尊顏。 伏蒙和尚慈悲。未賜罪責。 清云。適來從東來。 豈不是翠嚴來。 穴云。雪竇親棲寶蓋東。 清云。不逐亡羊狂解息。 卻來這裏念詩篇。 穴云。路逢劍客須呈劍。 不是詩人莫獻詩。 清云。詩速祕卻。略借劍峰 穴云。梟首甑人攜劍去。 清云。不獨觸風化。 亦自顯顢頇。 穴云。若不觸風化。 焉明古佛心。 清云。何名古佛心。 |
경청이 앉자 곧 물었다. "제가 방금 어리석은 소견을 바로 올려 존안(尊顔)을 모독(冐瀆)한 것에 엎드려 화상의 자비를 비오니, 죄를 책망하지 마십시요." "조금 전의 동쪽에서 왔다는 것이 어찌 취암(翠嚴)에서 왔다는 것이 아니냐?" "설두(雪竇)스님이 몸소 보개산(寶蓋山) 동쪽에 사십니다." "잃은 양[亡羊*]을 쫓아 광기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도리어 그 속으로 가서 시(詩) 나부랭이나 읽겠구나." "길에서 검객을 만나면 검을 바쳐야 하고 시인(詩人)이 아니면 시를 바치지 말아야 합니다." "시(詩)는 얼른 비밀로 하고, 검봉(劍峰)이나 대충 빌려보거라." "효수(梟首*)하는 증인(甑人*)이 검을 가지고 갔습니다." "홀로 풍화(風化)를 겪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낯 두꺼움[顢頇*]도 드러내는구나." "풍화(風化)를 겪지 않고서 어찌 고불(古佛)의 마음을 밝히겠습니까?" "어떤 것이 고불의 마음이냐?" |
穴又云再許允容。 師今何有 東來衲子菽麥不分。 穴云。只聞不以而以。 何得抑以而以。 清云。巨浪湧千尋。 澄波不離水。 穴云。一句截流 萬機寢削。穴便禮拜。 清以拂子點三點云。 俊哉。且坐喫茶。 |
"재차 윤용(允容;許容,允許)하시니, 스님께 지금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동에서 온 납자가 콩인지 보리인지 분간 못하는구나." "단지 하지 않고 했다는 것[不爲而爲;不以而以]을 듣고서 하고 했다는 것이 어떻게 억눌러지겠습니까?" "거대한 풍랑이 천 심(尋*)을 솟구쳐도 맑은 물결(澄波;清波)은 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에 풍혈은 "일구(一句)가 중류(眾流)를 절단(截斷)하고 모든 기틀을 그치게 합니다." 하고 곧 절을 올리니, 경청이 불자(拂子)로 세 점(三點*)을 찍고서 말했다. "준재(俊才)로구나. 그만 앉아서 차나 마시게." |
*亡羊; 우리 속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의 소 잃은 것에 해당하는 말이다.
《莊子》에 「장(臧)과 곡(糓)이 양(羊)을 기르다가
둘이 다 양을 잃어버렸다. 장(臧)에게 "무엇했느냐?"고 물으니,
"울타리에 기대서 책을 읽었다." 하였고,
곡(穀)에게 "어찌된 일이냐?" 물으니,
박새(博塞;六博_고대 바둑의 일종)하며 놀았다." 하였는데,
두 사람이 업(業)을 비록 다르지만 양을 잃은 것은 한 가지다.」 하였다.〈祖庭事苑 卷第五〉
*解息; 消解平息(해소하여 가라앉히다).
*梟首; 머리를 베어 대나무 끝에 매달아 군중 앞에 보이는 고대의 형벌.
*甑人; 제100칙 막야검에 대한 고사에 등장하는 증산인(甑山人).
초왕의 머리를 베어 삶아버림으로써 미간척(막야의 아들)의 복수를 해 준 사람.
*尋; 고대의 길이 단위로, 1심(尋)은 8척(尺)에 해당한다.
*澄波; 맑은 물결[清波].
*一句截流萬機寢削; 禪林用語。
「겨우 一言一句만을 써서 가히 一切의 分別妄想心을 절단하고
千算萬計를 終息시켜 本體의 真相을 그 자리에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截流는 截斷眾流의 略稱이니, 곧 分別妄想心을 截斷한다는 뜻이며,
寢削은 곧 停止, 削除의 뜻이다.[佛光大辭典]
*三點; 법신(法身), 반야(般若), 해탈(解脫)의 세 가지 덕[三德]에 비유한다.
風穴初到南院。 入門不禮拜。 院云。入門須辨主。 穴云。端的請師分。 院左手拍膝一下。穴便喝。 院右手拍膝一下。穴亦喝。 院舉左手云。這箇即從闍黎。 又舉右手云。這箇又作麼生。 穴云。瞎 院遂拈拄杖。 穴云。作什麼。 某甲奪卻拄杖。打著和尚。 莫言不道。 院便擲下拄杖云。 今日被這黃面浙子。 鈍置一上。 穴云。和尚大似持缽不得。 詐道不飢。 院云。闍黎莫曾到此間麼。 穴云。是何言歟。 院云。好好借問。 穴云。也不得放過。 院云。且坐喫茶。 |
풍혈이 처음 남원(南院)에 이르러 문에 들어서서 예배를 하지 않자, 남원이 "문에 들어서면 주인을 알아봐야 한다." 하였는데, 풍혈이 "확실하게 스님께서 가려주십시요." 하니, 남원이 왼손으로 무릎을 한 번 탁 치자, 풍혈이 할(喝)! 하였고, 남원이 오른 손으로 무릎을 탁 치니, 풍혈이 또 할! 하였다. 남원이 왼 손을 들고서 "이것은 곧 선생을 쫓는다." 하더니, 또 오른 손을 들고서 "이것은 또 무엇인가?" 하니, 풍혈이 "안 보입니다." 하였다. 남원이 이윽고 주장자를 잡아들자 풍혈이 "무엇하시렵니까? 제가 주장자를 뺏어서 화상을 때리더라도 도가 아니라고 말하지 마십시요." 하니, 남원이 곧 주장자를 내려놓고서 "오늘 이 황면절자(黃面浙子*)에게 한바탕(一場;一上) 둔치(鈍置*)를 당했구나." 하였다. "화상은 발우도 지니지 못하고서 배고프지 않다고 거짓말하는 것과 똑 같습니다." "사리(闍黎)는 일찍이 여기[此間]에 오지 않았는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참 좋은 질문이로구나." "그냥 지나치셔서는 안됩니다." 남원은 "그만 앉아서 차나 마시게." 하였다. |
*黃面浙子; 낯선 절강(浙江) 사람.
*鈍置; ①鈍致(둔한 놈 취급) ②구박, 시달림, 고통
*歟; 문미(文尾)에 쓰여 의문·반문(反問)·감탄을 나타내는 어기 조사(語氣助詞).
*借問; ①(글에서) 남에게 모르는 것을 물음.
②상대자(相對者)가 없이 허청대고 가정(假定)하여 물음.
爾看俊流自是機鋒峭峻。 南院亦未辨得他。 至次日南院只作平常問云。 今夏在什麼處。 穴云。鹿門與廓侍者同過夏。 院云。元來親見作家來。 又云他向爾道什麼。 穴云。始終只教某甲一向作主。 院便打推出方丈云。 這般納敗缺底漢。 有什麼用處。 穴自此服膺。 在南院會下作園頭。 |
너희가 보건대 준류(俊流*)는 애초부터 기봉(機鋒)이 초준(峭峻)하니 남원(南院)이 그를 판별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음날 남원이 다만 일상적으로 "올 여름에는 어디 있었는가?" 하고 물었는데, 풍혈이 "녹문(鹿門)에서 곽시자(廓侍者)와 함께 여름을 지냈습니다." 하자, 남원이 "원래 작가(作家)를 친견(親見)해 왔구나." 하고서 다시 "그가 너에게 뭐라 하던가?" 하는지라 "시종 저더러 오로지 주인이 되라고만 하셨습니다." 하였는데, 남원이 갑자기 후려치고 방장에서 밀쳐내면서 "그 따위 패결(敗缺;손해)을 용납하는 이런 놈을 어디에 쓰겠느냐?" 하였다. 풍혈이 이로부터 마음 깊이 새기고 남원의 회하(會下)에서 원두(園頭*)가 되었다. |
一日院到園裏問云。 南方一棒作麼生商量。 穴云。作奇特商量。 穴云。和尚此間作麼生商量。 院拈棒起云。 棒下無生忍。 臨機不讓師。 穴於是豁然大悟。 |
하루는 남원이 밭에 들어와서 물었다. "남방에서는 방(棒)을 어떻게 생각하더냐?" 풍혈이 "이상하다고 여깁니다." 하고, 다시 "화상께서는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하고 여쭈니, 남원이 방(棒)을 쥐고 일어서서 "방(棒) 아래의 무생인(無生忍*)은 기회를 임하여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하자, 풍혈이 이에 활연(豁然)히 대오(大悟)하였다. |
*俊流; 걸출한 한 부류의 인물.
*敗缺; 약점, 틈새, 빈틈. 納敗缺~ 손해를 보다
*服膺; (도리·격언 등을) 마음에 새겨 잊지 않다.
*園頭; 절에서 채소밭 가꾸는 일을 주관하는 스님.
*無生忍; 마음을 붙들어 불생불멸(不生不滅)하는 도리에 확고히 안주[印]하는 것.
是時五代離亂。 郢州牧主請師度夏。 是時臨濟一宗大盛。 他凡是問答垂示。 不妨語句尖新。攢花簇錦。 字字皆有下落。 一日牧主。請師上堂。 示眾云。 祖師心印。狀似鐵牛之機。 去即印住。住即印破。 只如不去不住。 印即是不印即是。 何故。不似石人木馬之機。 直下似鐵牛之機。 無爾撼動處。 爾才去即印住。 爾才住即印破。 教爾百雜碎。 只如不去不住。 印即是不印即是。 看他恁麼垂示 可謂鉤頭有餌。 |
때는 오대이란(五代離亂*) 시기였는데, 영주(郢州) 목사(牧使)가 스님께 여름 동안 지내기를 청하매 이때 임제(臨濟) 한 종파가 크게 흥성하였다. 그의 대체적인 문답(問答)과 수시(垂示)는 어구(語句)가 첨신(尖新*)하고 찬화촉금(攢花簇錦*)하여 글자 글자마다 하락(下落*)이 있어 마지 않았다. 하루는 목주(牧主)가 상당(上堂)을 청하매 시중하여 이르기를, "조사의 심인(心印)은 철우지기(鐵牛之機)와 흡사하여 가면 곧 인(印)이 머물고, 머물면 곧 인이 부숴지거니와, 다만 가지도 머물지도 않는다면 인증 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는데, 어째서 석인(石人) 목마(木馬)의 기(機)와 같지 않고 바로 철우(鐵牛)의 기와 같은가? 너희가 요동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너희가 간 즉 인(印)은 머물고, 너희가 머문 즉 인은 부숴진다고 하여 너희가 산산히 부숴버리도록 가르쳐서 다만 가지도 머물지도 않게 된다면 인증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다는 것이니, 그의 이러한 수시를 보건대 가히 낚시 끝에 미끼가 있다 하겠다. |
*五代離亂; 당(唐) 말기 각처에서 신흥국들이 일어나 전국이 혼란했던 시기,
즉 905년부터 960년 사이를 말한다. 「五代」는 後梁, 後唐, 後晉, 後漢, 後周.
*尖新; 독특하고 새롭다. 참신하다.
*攢花簇錦; 꽃을 수놓은 듯 아름답다. 花團錦簇.
*下落; ①(名) 행방. 소재. 간 곳. ②(動) 하락하다. 떨어지다. ③(名) 결말. 낙착.
*百雜碎; (어떤 물건을)자디잘게 부서뜨림(=細碎).
是時座下有盧陂長老。 亦是臨濟下尊宿。 敢出頭來與他對機。 便轉他話頭。致箇問端。 不妨奇特。 道某甲有鐵牛之機。 請師不搭印。 爭奈風穴是作家。便答他道。 慣釣鯨鯢澄巨浸。 卻嗟蛙步輾泥沙。 也是言中有響。 雲門云。垂鉤四海只釣獰龍。 格外玄機為尋知已。 巨浸乃十二頭水牯牛。為鉤餌。 卻只釣得一蛙出來。 此語且無玄妙。亦無道理計較。 |
그때 좌하의 노파(盧陂)라는 장로가 있어 그 역시 임제 하의 존숙이었는데, 감히 나서서 그와 더불어 기(機)를 겨루며 그의 말 머리를 돌려 이 문제(問題;問端)을 제기했으니, 기특하여 마지 않다. '제게 철우지기가 있으니 스님이 인가하지 말기 바란다.'고 하였으나, 풍혈이 작가인 것을 어쩌겠는가. 곧 그에게 답하여 '고래 낚고 거해(巨海) 맑히기나 힘쓸 것이지 도리어 모랫뻘에 개구리 뜀하는 것만 한탄한다' 하였으니, 이야말로 언중(言中)에 울림[響]이 있다. 운문이 이르되, "4해(四海)에 낚시를 드리우는 것은 다만 사나운 용[獰龍]을 낚고자 함이요, 문자와 언어를 초월한 현묘한 도리(道理)는 지기(知已;알아주는 사람)를 찾기 위함이다." 하였는데, 거해(巨海;巨浸)에서 열 두마리 수고우로 미끼를 삼아 도리어 겨우 개구리 한 마리만 낚아내고 있는 것이라서 그 말에는 현묘함도 없고 생각해 볼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
古人道。若向事上覷則易。 若向意根下卜度則沒交涉。 盧陂佇思。 見之不取千載難逢。 可惜許。所以道。 直饒講得千經論。 一可臨機下口難。 其實盧陂要討好語對他。 不欲行令。 被風穴一向用攙旗奪鼓底機鋒。 一向逼將去。只得沒奈何。 俗諺云。陣敗不禁苕帚掃。 當初更要討鎗法敵他。 等爾討得來。 即頭落地。 |
고인이 이르되, "사실을 향해 살핀다면 곧 쉽겠지만, 의근(意根) 하에서 추측[卜度]을 하면 아무런 교섭(交涉)이 없어진다." 하였는데, '노파(盧陂)가 생각에 잠겼다'는 것은 보고서도 천재난봉(千載難逢*)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니, 가히 애석한 일이다. 그래서 말하기를, '설사 무수한 경론(經論)을 강의했다 할지라도 정작 기회를 임해서는 말문이 막힌다'고 하였으나 사실은 노파(盧陂)가 그에게 답할 좋은 말을 찾느라 영(令)을 행하지 못한 것이다. 풍혈이 한결같이 참기탈고(攙旗奪鼓)하는 기봉(機鋒)을 써서 한결같이 핍박을 가져가니, 다만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이다. 속담에 '진(陣)이 패하면 빗자루로 쓸리기를 금할길 없다'고 하였거니와, 애초에 그를 대적하여 찔러갈 방법만 찾으려고 한다면 너희들처럼 얻어지기만 기다리다가 곧 머리가 땅에 떨어질 것이다. |
*千載難逢; 천 년에도 만나기 어렵다. 千載一遇(천 년에 한 번의 만남)의 기회.
牧主亦久參風穴。 解道佛法與王法一般。 穴云。爾見箇什麼。 牧主云。當斷不斷返招其亂。 風穴渾是一團精神。 如水上葫蘆子相似。 捺著便轉。按著便動。 解隨機說法。 若不隨機翻成妄語。 |
목주(牧主)도 풍혈을 구참(久參)하였기에 '불법과 왕법이 일반이다'고 이해하여 말하자, 풍혈이 '너는 무슨 도리를 보았느냐?' 하니, 목주가 '끊어야 할 것을 끊지 못하면 도리어 그 환란이 되돌아 옵니다' 하였는데, 풍혈은 온통 하나로 뭉친 정신(精神;心識)인지라 마치 물 위의 표주박과 같아서 누르면 곧 구르고 건드리면 곧 움직이며 근기에 따라 법을 설할 줄 알았거니와, 만일 근기에 따르지 못한다면 허망한 말로 바뀌어버릴 것이다. |
穴便下座。 只如臨濟有四賓主話。 夫參學之人。大須子細。 如賓主相見。 有語論賓主往來。 或應物見形。全體作用。 或把機權喜怒。或現半身。 或乘獅子。或乘象王。 如有真正學人便喝。 先拈出一箇膠盆子。 善知識不辨是境。 便上他境上。 作模作樣。便學人又喝。 前人不肯放下。 此是膏肓之病。 不堪醫治。 喚作賓看主。 |
풍혈이 곧 하좌해버렸으니, 다만 임제의 사빈주(四賓主*) 얘기와 같았다. 무릇 참학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매우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마치 빈주(賓主)가 상견(相見)하는 것과 같은지라 빈주의 왕래를 논한 말이 있다. 어떤 물건을 대하여 형체와 전체 작용을 보되, 기권(機權*)이 희노(喜怒*)한지, 혹 반신(半身)만 드러내는지, 사자를 올라탔는지 코끼리 등에 올랐는지를 파악하고서 진정한 학인이라면 곧 일할(一喝)을 하여 하나의 교분자(膠盆子*)를 먼저 염출(拈出)하는데, 그 선지식이 이 경계(상황)를 판단하지 못하고 그 학인의 경계 위에 곧 올라서서 이 모양 저 모양 지어댄다면 곧 학인이 또 일할을 한다. 그래도 그 사람이 인정하고 내려놓지 못한다면 이는 바로 고황지병(膏肓之病*)이라 의사도 치료를 감당하지 못하거니와, 이를 빈간주(賓看主)라고 한다. |
*四賓主; 賓看主, 主看賓, 主看主, 賓看賓. (인천안목 사빈주 참조 요망)
*機權; 기(機;근기,기틀)와 권(權;방편,대처법). 상대의 근기에 따라 대처하는 수완.
*喜怒; 기뻐하기도 노하기도 하다. 확고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함을 뜻한다.
*膠盆子; 아교를 담는 통, '文字의 葛藤'에 비유하는 용어이다.
그 통(문자의 갈등)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고황지병(膏肓之病); 膏肓之疾. 고질병. 난치병(難治病).
고황은 심장과 횡경막 사이부분이니 그곳에 병이 나면 고치기 어렵다는 데서 온 말이다.
或是善知識。不拈出物。 隨學人問處便奪。 學人被奪。抵死不放。 此是主看賓。 或有學人。應一箇清淨境。 出善知識前。知識辨得是境。 把他拋向坑裏。 學人言。大好善知識。 知識即云。咄哉不識好惡。 學人禮拜。此喚作主看主。 或有學人。披枷帶鎖。 出善知識前。 知識更與他安一重枷鎖。 學人歡喜。彼此不辨。 呼為賓看賓。 大德山僧所舉。 皆是辨魔揀異。 知其邪正。 |
혹 선지식이 어떤 것을 끄집어 내지 않고서 학인이 물은 곳을 쫓아 문득 빼앗아버리거든 학인은 빼앗김을 당해 다만 죽을 수 밖에 없으니, 이것이 주간빈(主看賓)이다. 혹 학인이 하나의 청정한 경계에 응하여 선지식 앞에 나서면 지식이 그 경계를 변별하고서 그를 잡아 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린다. 학인이 "훌륭한 선지식이십니다"라 말하고 지식이 곧 "쯧쯧, 호악(好惡)을 모르는구나." 하거든 학인이 예배한다. 이것을 주간주(主看主)라고 한다. 혹 학인이 칼과 족쇄를 차고 선지식 앞에 나서니, 지식이 거기에다 칼과 족쇄 한 겹을 더해 주는데도 학인이 기뻐한다면 피차가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라 빈간빈(賓看賓)이라고 부른다. 대덕들아! 산승이 들춘 바가 다 마(魔)와 이(異)를 판별하고 가려내서 그 정(正)과 사(邪)를 알라는 것이다. |
不見僧問慈明。 一喝分賓主。 照用一時行時如何。 慈明便喝。 又雲居弘覺禪師示眾云。 譬如獅子捉象亦全其力。 捉兔亦全其力。 時有僧問。未審全什麼力。 雲居云。不欺之力。 看他雪竇頌出 |
보지 못했는가, 어떤 스님이 자명(慈明*)에게 물어 "일할(一喝)로 빈주를 구분하고서 조(照), 용(用)을 일시에 행할 때는 어찌합니까?" 하니, 자명이 곧 할! 하였다. 또 운거홍각(雲居弘覺*)선사는 시중하여 "예컨대 사자가 코끼리를 잡을 때도 온 힘을 다하고, 토끼를 잡을 때도 온 힘을 다하듯이 한다."고 하자, 때에 어느 중이 물어 "무슨 온 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니, 운거가 "업신여기지 않는 힘이다." 하였다. 그에 설두가 송출한 것을 살펴보자. |
梟(堅堯切通作梟斷首倒縣)。 | *梟는 堅堯切로서 '머리를 梟斷하여 꺼꾸러뜨림'으로 통한다. |
*慈明; 潭州石霜楚圓慈明禪師(汾陽善昭 法嗣) 南嶽下十世
*雲居弘覺; 洪州雲居道膺禪師(洞山良价 法嗣) 青原下五世
擒得盧陂跨鐵牛 (千人萬人中。也要呈巧藝。 敗軍之將不再斬) 三玄戈甲未輕酬 (當局者迷。 受災如受福。受降如受敵) 楚王城畔朝宗水 (說什麼朝宗水。 浩浩充塞天地。 任是四海也須倒流) 喝下曾令卻倒流 (不是這一喝截卻爾舌頭。 咄。驚走陝府鐵牛。 嚇殺嘉州大象) |
철우(鐵牛)에 걸터앉은 노파(盧陂)를 사로잡되 (천인 만인 중에 교묘한 기예를 보여주려 하지만 패군(敗軍)의 장수를 다시 베지는 않겠다.) 3현(三玄)의 과갑(戈甲*)으로 가벼이 대하지 않았으니, (국면을 당한자가 미혹하여 재난을 복으로 알고 항복한 놈을 적으로 여겼다.) 초왕성(楚王城) 주변 조종수(朝宗水*)를 (무슨 조종수<朝宗水>를 말하느냐? 천지를 온통 가득히 한 것이나 설령 4해<四海>일지라도 반드시 흐름을 뒤바꾼다.) 1할(喝) 하에 뜻밖에 거꾸로 흐르게 했도다. (이 1할이 도리어 네 말문을 막히게 한 것이 아니냐? 쯧쯧! 놀라 달아난 섬부철우<陝府鐵牛*>가 가주대상<嘉州大象*>을 몹시 겁주는구나.) |
*梟; 올빼미 효(교), 목매달 효(교). 본래 '나쁜 새[惡鳥]'를 지칭하는 말로
잡아다 나무 위에 목을 걸어 대중들에게 보였다는데,
후에 소금을 밀매한 죄인을 죽여 그처럼 목을 나무에 걸었으니 효수(梟首)의 의미가 되었다.
*切通; 무가(武家)에서 자연지형을 적극 활용하여 방어형태를 구축하는 상징으로서
대개는 3면이 산으로 에워쌓인 지형을 택한다.
*戈甲; 창과 갑옷.
*朝宗水; 朝宗은 ①신하가 군왕을 뵙는 일, ②모든 하천이 바다로 돌아감에의 비유이니,
'초왕을 뵙고자[見佛] 초왕성에 몰려든 무리, 즉 참선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充塞; ①충만(充滿) ②막히다. 가로막다. 메우다. 보충하다.
*任是; 설령 ~일지라도.
*陝府鐵牛; 우왕(禹王)이 황하의 범람을 막고자 수호신을 삼아
주조했다는 섬부성(陝府城) 외곽의 거대한 철우상(鐵牛像).
*嘉州大象; 【佛祖統記 卷40】에 「당(唐) 현종(玄宗) 18년 사문(沙門) 해통(海通)이
가주(嘉州) 큰 강 인근의 바위에 360척 높이의 미륵불상을 새기고
9층 전각으로 덮어서 이 절의 편액을 능운사(陵雲寺)라 하였다.」고 썼다.
雪竇知風穴有這般宗風。 便頌道。 擒得盧陂跨鐵牛。 三玄戈甲未輕酬。 臨濟下有三玄三要。 凡一句中須具三玄。 一玄中須具三要。 僧問臨濟。如何是第一句。 濟云。三要印開朱點窄。 未容擬議主賓分。 如何是第二句。 濟云。妙辨豈容無著問。 漚和不負截流機。 如何是第三句。 濟云。但看棚頭弄傀儡。 抽牽全藉裏頭人。 風穴一句中便具三玄戈甲。 七事隨身。不輕酬他。 若不如此。爭奈盧陂何。 |
설두는 풍혈에게 이러한 종풍(宗風)이 있음을 알고 곧 송(頌)하여 이르기를, "노파(盧陂)를 사로잡아 철우를 타고서 3현(三玄)의 과갑(戈甲)으로 소홀히 응수하지 않았다." 하였는데, 임제(臨濟) 하에는 3현3요(三玄三要)가 있어 무릇 1구(一句) 중에 모름지기 3현(三玄)을 갖추고, 1현(一玄) 중에는 모름지기 3요(三要)를 갖춰야 한다. 중이 임제에게 "어떤 것이 제1구(第一句)입니까?" 물으니, 임제가 "3요는 주점(朱點*) 부분을 심인(心印)으로 열되, 주빈(主賓)의 구분이 애매함[擬議]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였고, "무엇이 제2구입니까?" 하니, "묘변(妙辨;妙解*)이 어찌 질문도 없기를 용납하리오만 방편[漚和]이 절류기(截流機*)가 되어주지는 않는다." 하였으며, "무엇이 제3구입니까?" 하니, "단지 붕두(棚頭*)의 꼭두각시 놀음만을 보고서 근원을 이끌어내려는 것은 안에 같힌 사람이다." 하였다. 풍혈은 1구 중에 곧 3현(三玄)의 과갑(戈甲)을 갖추고 7사(七事*)가 몸을 따랐으나 그를 가벼이 응수하지 않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노파(盧陂)를 어떻게 어찌해보겠는가? |
後面雪竇要出臨濟下機鋒。 莫道是盧陂 假饒楚王城畔。 洪波浩渺白浪滔天。盡去朝宗。 只消一喝。也須教倒流。 |
뒷 부분은 설두가 임제 하의 기봉(機鋒)을 드러내고자 하여 이것이 노파(盧陂)만이라고 말하지 말라. 설사 초왕성(楚王城) 주변으로 파도 넘실대고 흰 물결 솟구치듯이 다 몰려가더라도 다만 1할을 써서 반드시 거꾸로 흐르게 해버린다는 것이다. |
*朱點; 붉은 점이란 중요한 부분에 표기해 둔 중요한 부분을 말한다.
*妙解; 원융(圓融)한 이치에 대한 설명. 정묘한 해석.
*漚和(Upāya); 방편(方便). 漚和拘舍羅(Upāyakauśaiya)는 善巧方便.
*截流機; 煩惱를 절단하고 解脫을 얻는 일.
*棚頭; 棚은 「戲棚(가설극장)」이니, 붕두는 '연극의 첫머리',
'연극에서 꼭두각시를 다루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는 「스승[師]」에의 비유로 스승의 꼭두각시 놀음에만 매달려 해탈을 얻으려 한다면
틀 안에 같혀 있는 사람이다는 뜻이다.
*七事; 스님들이 항상 지니는 일곱 가지.
즉 3의(三衣), 발우[缽], 향합(香合), 불자(拂子), 니사단(尼師檀;방석),
지피(紙被; 여러 겹의 닥종이로 만든 이불), 목욕도구[浴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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