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

벽암록(碧巖錄) 제48칙 초경번각다조(招慶翻却茶銚)_초경에서의 찻주전자 엎은 일

碧雲 2023. 6. 10. 10:23

 실수로 찻주전자를 뒤엎은 일을 두고 왕태부가 낭상좌를 점검했다.
"화로 밑에 누가 있길래 거기다 차를 부었습니까?"
낭상좌는 거듭하여 사구(死句)로 답했다.
명초가 같은 밥 먹으면서 왜 그렇게 밖에 못하느냐 꾸짖으매
낭상좌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물으니,
명초는 "비인(非人)이 편의를 입었다고 하겠네." 하였고,
이를 두고 설두는 "나라면 곧바로 화로를 걷어차버렸겠다." 하였다.
일단 뜻이 정해져버리면 거기서 더이상 살아 움직일 수 없으니 사구(死句)요,
명초와 설두의 말에는 또 다른 의문과 여운이 살아 있으니 활구(活句)인 것이다.
무릇 참선인이라면 활구 속을 향해 천득해가야 한다고 하고 있다. 

 

 【四八】舉。  【제48칙】 초경(招慶)에서의 찻주전자 엎은 일 
   王太傅入招慶煎茶
   (作家相聚。須有奇特。
   等閑無事。
   大家著一隻眼。惹禍來也)
   時朗上座與明招把銚

   (一火弄泥團漢。
   不會煎茶。帶累別人)
   朗翻卻茶銚
   (事生也。果然)
   왕태부(王太傅*)가 초경(招慶*)에 가니 차를 달였는데
   (작가들이 서로 모이면 반드시 기특함이 있을 텐데
   등한하여 대책이 없다가는
   대가<大家>가 일척안을 달았으니 화를 불러오리라.)
   이때 낭상좌(朗上座*)가 명초(明招*)에게
   찻주전자[茶銚]를 잡아 건네 주다가
   (어린애 흙장난이나 하는 자들이
   차 끓일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쳤다.)
   낭상좌가 찻주전자를 엎어버렸다.
   (일을 냈구나. 과연.)
   太傅見問上座。
   茶爐下是什麼
   (果然禍事)
   朗云。捧爐神
   (果然中他箭了也。
   不妨奇特)
   太傅云。既是捧爐神。
   為什麼翻卻茶銚
   (何不與他本分草料。
   事生也)
   朗云。仕官千日失在一朝

   (錯指注是什麼語話。
   杜撰禪和如麻似粟)
   太傅拂袖便去
   (灼然作家。許他具一隻眼)
   태부가 그것을 보고 상좌에게 물었다.
   "다로(茶爐*) 밑에 누가 있는 것이오?"
   (과연 재앙이 닥쳤다.)
   "봉로신(捧爐神*)이지요."
   (예상대로 태부의 화살이 적중해버렸으니
   기특하여 마지 않다.)
   태부가 "기왕 화로를 받드는 신이라면
   어째서 다요를 엎었겠소?" 하자,
   (왜 그에게 본분초료<本分草料*>를 주지 않는가?
   일이 났구나.)
   낭상좌가 "벼슬살이 천 일이라도 잃기는
   하루 아침이지요." 하니,
   (이 무슨 말을 잘못 지껄이는 것인가.
   두찬선<杜撰禪*>이 삼 같고 좁쌀 같구나.)
   태부가 소매를 떨치고 곧 가벼렸다.
   (분명 작가로다. 일척안을 갖췄음을 인정한다.)
   明招云。
   朗上座喫卻招慶飯了。
   卻去江外。打野榸
  (更與三十棒。
   這獨眼龍只具一隻眼。
   也須是明眼人點破始得)
   朗云。和尚作麼生
   (拶著。也好與一拶。
   終不作這般死郎當見解)
   招云。非人得其便
   (果然只具一隻眼。道得一半。
   一手抬一手搦)
   雪竇云。當時但踏倒茶爐

   (爭奈賊過後張弓。
   雖然如是。
   也未稱德山門下客。
    一等是潑郎潑賴。
   就中奇特)

   명초(明招)가 이르되,
   "낭상좌는 초경(招慶) 밥을 먹고서
   도리어 강 밖에서 타야채(打野榸*)를 하는구려." 하자,
   (다시 30방을 주겠다.
   이 독안룡(獨眼龍*)이 다만 일척안을 갖췄으니
   모름지기 눈 밝은 사람이 점파해야 할 것이다.)
   낭상좌가 "화상이라면 어찌 하겠는가?" 하고 물으니,
   (내질렀다. 한 번 잘 질러주었다.
   결코 이런 사랑당<死郎當*> 견해를 짓지 말라.)
   명초는 "비인(봉로신)이 그 덕을 봤네." 하였다.
   (과연 다만 일척안을 갖추고 절반의 도를 얻어서
   한 손으로는 치켜세우고 한 손으로는 짓눌렀다.)
   설두(雪竇)는 "당시에 다만 다로(茶爐)를
   걷어차버렸겠다." 하였다.
   (이미 지나버린 일을 논해서 어쩌겠는가.
   비록 그렇더라도
   덕산<德山>의 문하객이라 하지는 못하겠다.
   일등가는 것이 발랑발뢰<潑郎潑賴*>이어서
   그나마 기특하다.)

   榸(椿皆切枯木根)。   *채(榸)는 나무기둥이 다 잘린 고목의 뿌리임。

*王太傅; 太傅王延彬居士(長慶慧稜 法嗣) 青原下七世.
왕연빈(王延彬; 886-930)은 무숙왕(武肅王) 왕심규(王審邽)의 장자로 천주(泉州)에서 태어나
당말 오대(五代)에 천주자사(泉州刺史)에 올랐고
누봉(累封)은 검교태부개국후(檢校太傅開國候)에 이르렀다.
불교를 숭신(崇信)하여 교리문답을 즐기고 승가를 예경하였으며,
천주개원사(泉州開元寺)의 승홍(僧弘)을 스승으로 모셨다. [百度百科]
*招慶; 장경혜릉(長慶慧稜)을 지칭.
천우(天祐) 3년(906), 천주자사(泉州刺史) 왕연빈(王延彬)의 청에 따라
천주(泉州) 초경사(招慶寺) 주지 소임을 맡아 개법(開法)하였다.
*煎茶; 차를 달이다[끓이다].
*朗上座; 福州報慈院慧朗禪師(長慶慧稜 法嗣) 青原下七世.
*明招; 婺州明招德謙禪師(羅山道閑法嗣) 青原下七世. 獨眼龍.
*一火弄泥團漢; 한 무리 어린애 흙장난이나 하는 놈들.
선림에서 무지몽매한 자를 폄하하는 말로 쓰인다.
*茶爐; 차를 끓이는 화로.  *捧爐神; 차끓이는 화로를 보호하는 신.
*本分草料; 본분에 맞는 먹이(가르침).
*指注; ①지시(指示)하다. 지적하다. ②수근거리다. 험담하다.
*杜撰禪; 杜撰은 宋 두묵(杜默)이 율법에 맞지 않은 내용의 시를 많이 썼다는 데서
「격에 맞지 않는 일, 또는 근거없거나 날조된 허구를 조작하는 사람」을 말하니,
「격에 맞지 않은 선(禪)」이라는 뜻.
*灼然; 明白하다, 똑똑하다.

*打野榸; 채(榸)는 고목나무 밑둥치, 또는 불에 타다 남은 나무토막을 말하니
황야를 개간하기 위해 고목나무 밑둥치를 잘라내는 작업을 뜻한다.
사람들을 모아 흙을 높이 쌓아 올리는 공동사업은 타야퇴(打野堆)라 한다.
*獨眼龍; ①겨우 한 눈만을 가졌으나 학덕이 출중한 사람. ②明招德謙禪師의 異稱.
*死郎當; 死漢. 空寂한 곳만을 집착함으로 인해 자유롭게 운신하지 못하는 사람.
*一手抬一手搦; 일수대일수날(一手擡一手捺), 일수추일수예(一手推一手拽).
한 편으로는 부추기고(抬;밀고[推]) 또 한 편으로는 억압하고(搦;끌어당기고[拽]) 하여
수행승(修行僧)을 지도하는 선사의 자유자재한 기법(機法)을 형용하는 말.[佛光大辭典]
*潑郎潑賴; 무지막지하고 성질이 사나움.
*椿; ①참죽나무 ②아버지. 춘부장. 춘장. 

 

欲知佛性義。當觀時節因緣。
王太傅知泉州。
久參招慶。
一日因入寺。
時朗上座煎茶次。翻卻茶銚。
太傅也是箇作家。
纔見他翻卻茶銚。便問上座。
茶爐下是什麼。
朗云。捧爐神。
不妨言中有響。
爭柰首尾相違失卻宗旨
傷鋒犯手。
不惟辜負自己。
亦且觸忤他人。
불성(佛性)의 뜻을 알려거든 시절인연을 보아야 한다.
왕태부(王太傅)는 천주(泉州)를 관장[知]하면서
초경(招慶)을 오래 참문(參問)했다.
하루는 초경사에 들어가니
낭상좌(朗上座)가 차를 달이다가 다요(茶銚)를 엎어버렸다.
태부도 또한 작가인지라
그가 다요를 엎는 것을 본 순간 곧 상좌에게 물어
"다로(茶爐) 밑이 무엇인가?" 하니,
낭(郎)이 "봉로신(捧爐神)지요." 하였는데,
말 속에 울림이 있어 마지 않지만
앞뒤가 맞지 않고, 종지(宗旨)도 잃었으며,
칼날이 상하고 손도 다쳤음을 어쩌겠는가.
자기를 저버렸을 뿐만이 아니라
또한 타인도 촉오(觸忤*)한 것이다. 
這箇雖是無得失底事。
若拈起來。
依舊有親疏有皂白。
若論此事。不在言句上。
卻要向言句上辨箇活處。
所以道。他參活句。
不參死句。
據朗上座恁麼道。
如狂狗逐塊。
太傅拂袖便去。
似不肯他。
이런 것은 비록 쓸데 없는 일이기는 하나
그래도 들춰보자면
여전히 친소(親疏*)도 있고 흑백(黑白;皂白)도 있거니와,
이 일을 논하자면 언구(言句) 상에 있지 않고
도리어 언구 상에서 어떤 활처(活處)를 찾아가야 할 것이라
그래서 이르기를 활구를 참구하고
사구(死句)를 참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낭상좌의 그러한 말을 따르는 것은
광구축괴(狂狗逐塊*)와 같은지라
태부가 소매를 떨치고 가버렸으니,
그를 긍정하지 않은 것과 같다.

*觸忤; 觸怒. 웃어른의 마음을 거슬려서 성을 벌컥 내게 함.
*親疏; 친근(親近)과 소원(疏遠). 가까운 느낌과 거리감.
*狂狗逐塊; 미친 개가 고깃덩이[塊;肉块]를 쫓다.
어리석은 자가 정식(情識)이나 재주 따위를 가지고 날뛰는 것에 비유하는 말. 

明招云。朗上座喫卻招慶飯了。
卻去江外打野榸。
野榸即是荒野中。
火燒底木橛。謂之野榸。
用明朗上座不向正處行。
卻向外邊走。
朗拶云。和尚又作麼生。
招云。非人得其便。
明招自然。有出身處。
亦不辜負他所問。
所以道。俊狗咬人不露牙。

명초가 말하기를 "낭상좌는 초경(招慶) 밥을 먹고
도리어 강 밖에서 야태(野榸)를 캔다"고 하였는데,
야태는 곧 황량한 벌판의
불에 탄 나무둥치를 야태라 하니
이로써 낭상좌가 바른 곳을 향해 가지 않고
도리어 엉뚱한 곳을 향해 달림을 밝힌 것이며,
낭상좌가 다그쳐 묻기를 "화상은 또 어떠한가?" 하자,
명초가 "사람도 아닌 것이 그 편의를 얻었다" 하였으니,
명초는 자연 몸을 빼낼 곳이 있었던 것이요,
또한 그가 물은 바도 저버리지 않았기에
그래서 좋은 개는 사람을 물 때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溈山哲和尚云。
王太傅大似相如奪璧
直得鬚鬢衡冠。
蓋明招忍俊不禁
難逢其便。
大溈若作朗上座。
見他太傅拂袖便行。
放下茶銚。呵呵大笑。
何故。見之不取。
千載難逢。
위산철(溈山哲) 화상이 말하기를,
"왕태부는 흡사 상여(相如*)가 벽(璧*)을 탈취하여
수빈(鬚鬢*) 속에 끼워 숨긴 것과 같았으니,
아마 명초(明招)가 웃음을 참지 못했더라면
그 편의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내가 만약 낭상좌가 되어
태부가 소매 떨치고 가버린 것을 보았더라면
다요(茶銚)를 내려놓고 하하 웃었을 것이다.
어째서인가? 보고도 취하지 않는다면
천년에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였다. 

*相如奪璧; 相如는 藺相如, 璧은 和氏璧.
화씨벽(和氏璧)은 중국 역사상 저명한 미옥(美玉)으로 화씨지벽(和氏之璧),
형옥(荊玉), 형홍(荊虹), 형벽(荊璧), 화벽(和璧), 화박(和璞)이라고도 한다.
《韓非子·和氏》에 의하면 초(楚)나라 사람 화(和)씨가 강가에서 원석을 발견하여
초 여왕(厲王)에게 바쳤으나 옥인(玉人)이 가짜라 하니 화난 왕이 화씨의 다리를 잘랐다.
여왕이 죽고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화씨가 다시 돌을 바쳤으나
이번에도 가짜라 하여 나머지 한 다리도 잘렸다.
문왕이 즉위하자 다시 옥을 바치려 했으나 다리가 없어 갈 수가 없자
화씨는 원석을 안고 엉엉 울었는데 문왕이 이야기를 듣고 원석을 가져다가
반으로 갈라 보니 과연 세상에서 가장 좋은 빛깔을 가진 옥이 나온지라
문왕이 그 벽옥으로 옥새를 만들었고 대를 이어 임금의 징표로 전해졌다.
조(趙) 혜문왕 때 이 사실을 안 진(秦) 소왕(昭王)이 화씨벽과 성 15개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욕심 많은 소양왕이 약속을 지킬 리가 없었으나 그렇다고 거절하면
강대국인 진나라가 트집잡아 쳐들어올 판국이라 혜문왕이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어느 환관의 집 문객노릇을 하던 인상여(藺相如)가 지용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꾀를 물으니 그가 직접 화씨벽을 가지고 사신으로 가겠다고 하였다.
인상여는 소양왕에게 벽옥을 바친 뒤 왕을 속여 다시 가져옴으로서 재상이 되었다.
진시황이 통일한 뒤에 전국옥새는 남전옥으로 만들고
빼앗은 이 화씨벽으로 천자의 옥새를 삼았다.
진이 망하고 전한의 옥새가 되었다가 효원황태후 때 옥새를 벽에 던져
깨지는 바람에 떼워서 사용하게 되었고, 후한과 위, 서진, 동진, 수, 당나라를 거쳐서
오대십국 시대에 석경당이 요나라 군대의 힘을 빌려 후당을 치자
마지막 황제 이종가가 천자옥새를 끌어안고 분신자살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鬚鬢; 수염과 귀밑머리.
《史記·廉頗藺相如列傳》에는 수염 속이 아니라 시종의 옷 속에 감추어 돌아왔다 하였다.
*忍俊不禁; 웃음을 참지 못하다.
*千載難逢; 천 년에 한 번 만나기 어렵다. 

不見寶壽問胡釘鉸云。
久聞胡釘鉸。莫便是否。
胡云。是
壽云。還釘得虛空麼。
胡云。請師打破將來。
壽便打。胡不肯。
壽云。異日自有多口阿師。
為爾點破在。
胡後見趙州。舉似前話。
州云爾因什麼被他打。
胡云。不知過在什麼處。
州云。只這一縫。尚不奈何。
更教他打破虛空來。
胡便休去。州代云。
且釘這一縫。
胡於是有省。
보지 못했는가? 보수(寶壽*)가 호정교(胡釘鉸*)에게
"호정교를 들은지 오래인데 바로 이 아닌가?" 묻자,
호(胡)가 "그렇습니다." 하니,
보수가 "허공에 못(리벳)질을 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호가 "스님께서 허공에 구멍을 내보십시오." 하니,
보수가 갑자기 후려쳤는데 호가 수긍하지 않는지라
보수가 "다른 날에 자연히 말 많은 선생이 있어
너를 위해 점파(點破)할 것이다." 하였다.
호가 후에 조주(趙州)를 뵙고 그 얘기를 들추자
조주가 "네가 어째서 그에게 맞았겠느냐?"
호가 "허물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주가 "다만 이 한 땜질[縫]도 어쩌지 못하면서
다시 그에게 허공에 구멍을 내보라고 하다니." 하였다.
호가 곧 말을 그만두자 조주가 대신하여 이르되
"우선 이 한 땜질을 하거라." 하니,
호가 이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寶壽; 鎮州寶壽沼禪師(臨濟義玄法嗣) 南嶽下五世

*胡釘鉸; 당(唐)대의 시인. 정교(釘鉸)란 물건을 관통하는 부품, 즉 지금의 리벳(rivet).
그가 시를 쓰면서도 구멍난 냄비 때워주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며,
본명은 호령능(胡令能)이다.
전설에 어떤 선인(仙人)이 호정교의 집에 와서 옷을 홀랑 벗기고서
마취약도 쓰지 않고 무작정 그의 배를 가르자 선혈이 흘렀는데
책 한 권을 피와 살 속에 넣고 꿰맨 뒤에 다시 흉부를 째고서
책 한 권을 심장 곁에 넣고 꿰매고 나니 선혈만 땅에 가득히 보였다.
선인이 떠나고 호정교는 이로부터 시 쓸 줄을 알게 되었다 한다.
《소아수조(小兒垂釣)》
머리 묶은 아이가 낚시를 배워서  (蓬頭稚子學垂綸)
비스틈이 이끼 위에 앉으니 풀섶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네  (側坐莓苔草映身)
행인이 길을 물으매 멀리 손짓을 하여  (路人借問遙招手)
물고기 놀랠까 큰 소리로 답하지 못했네  (怕得魚驚不應人) 

京兆米七師行腳歸。
有老宿問云。
月夜斷井索。人皆喚作蛇。
未審七師見佛時。喚作什麼。
七師云。若有所見即同眾生。
老宿云。也是千年桃核。
경조미칠사(京兆米七師*)가 행각하고 돌아오니
한 노숙(老宿*)이 물었다.
"달밤의 단정삭(斷井索*)을 사람들이 뱀이라고 하는데
칠사(七師)가 부처를 보고 뭐라 부를지 모르겠구나."
"보이는 것이 있다면 중생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니,
노숙은 "이야말로 천년도해(千年桃核*)로구나." 하였다. 

*京兆米七師; 京兆府米和尚(亦謂七師). 溈山靈祐法嗣, 南嶽下四世
*老宿; 高僧 또는 年老한 學者.
*斷井索; 끊긴 두레박 줄 토막.
《五燈會元 龍翔士珪禪師 章》에
問:"개에게 불성이 있습니까 하니 조주가 없다고 한 뜻이 무엇입니까?"
師曰:"한 번 뱀에게 물리면 두레박줄 토막만 봐도 겁을 낸다
(一度著蛇咬 怕見斷井索)"고 하였으니,
이는 한 번 좌절을 겪고난 뒤에 유사한 상황을 만나면 지레 위축된다는 것이다.
*千年桃核; 천 년 묵은 복숭아씨.
그 속을 알 수가 없으니 참구하기 어려운 선기(禪機)에 비유하는 말이다. 

忠國師問紫璘供奉。
聞說供奉解註思益經。
是否。奉云。是
師云。凡當註經。
須解佛意始得。
奉云。若不會意。
爭敢言註經。
師遂令侍者將一碗水
七粒米一隻箸在碗上
送與供奉。問云。
是什麼義。
奉云。不會。
師云。老師意尚不會。
更說甚佛意。
王太傅與朗上座。
如此話會不一。
雪竇末後卻道。
當時但與踏倒茶爐。
明招雖是如此。
終不如雪竇。
충국사(忠國師)가 자린(紫璘) 공봉(供奉*)에게 물었다.
"듣자하니 공봉이 사익경(思益經*)을 주해(註解)한다던데,
그런가?" 공봉이 "그렇습니다." 하자,
국사가 "무릇 경전 주해[註經]를 감당하려면
모름지기 불의(佛意)를 이해해야 할텐데." 하니,
공봉이 "만약 뜻을 알지 못한다면
어찌 감히 주경(註經)을 말하겠습니까." 하는지라
국사가 이윽고 시자로 하여금 한 사발의 물을 가져다
쌀 일곱 톨과 젓가락 하나를 사발 위에 얹어
공봉에게 보내 주게 하고서 묻기를,
"이것이 무슨 뜻인가?" 하니,
공봉 "모르겠습니다." 하자,
국사가 "노사(老師)의 뜻도 오히려 모르면서
더구나 무슨 불의(佛意)를 설하는가?" 하였다.
왕태부가 낭상좌와 더불어 나눈
이와 같은 화회(話會)가 한 번이 아니었다.
설두가 마지막에 도리어 말하되
당시에 다만 다로(茶爐)를 걷어차버렸겠다고 하였는데,
명초도 비록 곧 이와 같기는 하였으나
결국 설두만 같지 못했다. 

*供奉; 「內供奉」의 약칭. 도량 내 공양(供養)과 시봉(侍奉)을 담당하는 직분의 스님.
*思益經; 思益梵天所問經. 四卷.
부처님이 「網明菩薩」, 「梵天殊特妙意(思益梵天)菩薩」 등의 보살들에게
諸法의 空寂한 이치를 해설하신 것으로 그 요지는
「諸法平等,無有往來,無出生死,無入涅槃」이다. 

雪峰在洞山會下作飯頭。
一日淘米次。
山問。作什麼。
峰云。淘米。
山云。淘米去沙。
淘沙去米。
峰云。沙米一時去。
山云。大眾喫箇什麼。
峰便覆卻盆。
山云。子因緣不在此。
雖然恁麼。
爭似雪竇云
當時但踏倒茶爐。
一等是什麼時節。
到他用處。
自然騰今煥古有活脫處。

頌云。
설봉(雪峰)이 동산(洞山) 회하에서 반두(飯頭)가 되어
하루는 쌀을 일고 있었는데
동산이 "무엇하느냐?" 물었다.
"쌀을 일고 있습니다."
"쌀을 일어 모래를 제거하느냐,
모래를 일어 쌀을 제거하느냐?"
"모래와 쌀을 일시에 제거합니다."
동산이 "그러면 대중은 무엇을 먹느냐?" 하니,
설봉이 곧 대야를 엎어버렸다.
동산이 "그대는 여기와 인연이 없다." 하였다.
비록 그러할지라도
어찌 설두가 말한
 '당시에 다만 다로를 차서 엎어버렸겠다'만 하리오.
일등가는 것은 어떤 시절이겠는가?
그의 용처(用處)에 이르거든
자연 지금에 올라 예를 빛내서
살아 탈출할 곳이 있을 것이다.
송(頌)하여 말했다.

 

 來問若成風
   (箭不虛發
   偶爾成文。
   不妨要妙)
  應機非善巧
   (弄泥團漢有什麼限。
   方木逗圓孔。
   不妨撞著作家)
 堪悲獨眼龍
   (只具一雙眼。只得一橛)
 曾未呈牙爪
   (也無牙爪可呈。說什麼牙爪。
   也不得欺他)
 牙爪開
   (爾還見麼。雪竇卻較些子。
   若有恁麼手腳踏倒茶爐)
 生雲雷
   (盡大地人一時喫棒。
   天下衲僧無著身處。
   旱天霹靂)
 逆水之波經幾回
   (七十二棒翻成一百五十)
 질문이 바람을 이루듯 하였거늘
   (화살을 헛되히 쏘지 않았고
   꾸준한 노력 끝에 우연히 이룬 것이라
   요묘<要妙*>하여 마지 않다.)
  응기(應機)가 선교(善巧)치 못했으니
   (흙장난이나 하는 놈에게 무슨 한<限*>이 있겠는가.
   모난 나무로 둥근 구멍을 막으려 했으니,
   작가에게 맞부딪쳤다 해도 무방하다.)
 독안룡(獨眼龍)이
   (일척안만을 갖춰서 말뚝 하나만 얻었다.)
 일찍이 아조(牙爪)를 드러내지 못했음을 슬퍼하노라.
   (드러낼 아조가 없거늘 무슨 아조를 말하는가.
   그를 속이지도 못한다.)
 아조가 열려서
   (너희가 보았는가? 설두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라
   다로를 걷어차버릴 수완이 있었을 것 같다.)
 운뢰(雲雷)를 일으키려면
   (온 세상 사람이 일시에 한 방(棒) 먹고,
   천하의 납승은 몸 붙일 데가 없으리니,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다.)
 역수(逆水)의 물결을 몇 번이나 겪어야 할꼬?
   (72방(棒)이 150방으로 바뀌겠구나.)

*偶爾成文;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은 자국이 우연히 글자를 이루었다
(如蟲禦木 偶然成文)」라는 옛 비유를 인용한 것으로
어떤 일이든지 꾸준히 하다보면 무의식 중에 큰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要妙; 정교하고 미묘한 모양새.
*限; 한정. 마칠 기약.
*七十二棒; 《西遊記》 중의 72가지 變身法術에 비유한 듯하니
「변화무쌍한 수완」을 의미하는 것 같다. 

 

來問。若成風。
應機非善巧。
太傅問處。
似運斤成風。
此出莊子。
郢人泥壁餘一少竅。

遂圓泥擲補之。
時有少泥。落在鼻端。
傍有匠者云。
公補竅甚巧。
我運斤。為爾取鼻端泥。
其鼻端泥若蠅子翼。
使匠者斲之。
匠者運斤。成風而斲之。
盡其泥而不傷鼻。
郢人立不失容。
所謂二俱巧妙。
朗上座雖應其機。
語無善巧。
所以雪竇道。
來問。若成風。
應機非善巧。
 '물어 오기는 바람을 이루었다면
기(機)에 응하기는 선교(善巧)치 못했다'는 것은
태부(太傅)의 질문이
도끼를 휘두르매 바람을 이루듯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장자(莊子)에 나오는데,
영인(郢人*)이 벽에 진흙을 바르다가
작은 구멍 하나가 남아있자
이윽고 동그란 진흙을 던져 메웠는데
이때 조그마한 진흙이 코 끝에 떨어졌다.
곁에 있던 장자(匠者;匠人)가
"당신의 구멍 메우는 솜씨가 매우 교묘하오.
내가 도끼를 써서 당신 코 끝의 흙을 취하겠소." 하였다.
그 코 끝의 진흙은 파리의 날개만큼 작았으나
장자(匠者)로 하여금 깎게 하니
장자가 도끼를 휘둘러 바람을 이루며 깎아내서
그 진흙을 없애되 코를 다치지 않았고
영인(郢人)이 끄떡없이 서 있었으니,
소위 두 사람이 다 교묘했다는 것이다.
낭상좌가 비록 그 선기(禪機)에 응수했지만
말에 선교(善巧)함이 없었기에
그래서 설두가 이르기를,
 '내문(來問)은 바람을 이루듯 하였건만
응기(應機)는 선교(善巧)치 못했다'고 한 것이다. 
堪悲獨眼龍曾未呈牙爪。

明招道得也太奇特。
爭奈未有拏雲攫霧底爪牙。
雪竇傍不肯。
忍俊不禁。代他出氣。
雪竇暗去合他意。
自頌他踏倒茶爐語。
 '독안룡이 일찍이 아조(牙爪)를
드러내지 못한 것을 슬퍼한다'고 하였는데,
명초(明招)의 도(道) 얻음도 또한 매우 기특하나
나운확무(拏雲攫霧*)하는 아조가 없음을 어쩌겠는가.
설두(雪竇)가 곁에서 긍정하지 못하고
실소를 금치 못한지라 그를 대신하여 출기(出氣)하고서
설두가 슬그머니 그의 뜻에 부합해 가서
스스로 '나라면 다로를 걷어찼겠다'는 말로 송(頌)했다. 
牙爪開生雲雷。
逆水之波經幾回。
雲門道。
不望爾有逆水之波。
但有順水之意亦得。
所以道。活句下薦得。
永劫不妄。
朗上座與明招語句似死。
若要見活處。
但看雪竇踏倒茶爐。
 '아조가 열리면 운뢰(雲雷)가 일어나매
역수(逆水)의 물결을 몇 회나 겪었던가' 하였는데,
운문(雲門)이 이르되,
"네가 역수지파(逆水之波) 갖기를 바라지 않고,
순수지의(順水之意*)만 있어도 얻을 것이다" 하였으니,
그래서 활구(活句) 하에서 천득(薦得)하면
영겁(永劫)토록 잊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낭상좌와 명초의 어구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만약 활처(活處)를 보고자 한다면
오로지 설두의 '다로를 걷어차버림'을 살펴보거라.

*郢人; ①영(郢)은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수도. 영인(郢人)은 초나라 사람.
②노래를 잘하는 사람, 가수.
*堪; [動]능히 감당하다. [副]가이(可以). ~할 수 있다.
*拏雲攫霧; 구름을 붙잡고 안개를 움켜쥐다.
「불가능한 일을 펼쳐보이는 놀라운 수완」에 비유하는 말.
*順水之意; 순리에 따르겠다는 마음. 逆水之波는 순리를 거스르려는 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