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진삼매(塵塵三昧)란 하나의 미진(微塵) 속에 모든 것이 들어가는 삼매,
즉 화엄경(華嚴經) 제7권에 말씀하신 바 보현보살이 들었던
일체제불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一切諸佛毘盧遮那如來藏身三昧)를 말하며,
「부처님들의 평등한 성품에 두루 들어가서 능히 법계에 모든 영상을 나타내고,
광대무애하기 허공 같아서 법계바다의 소용돌이에 좇아 들어가지 못함이 없으며,
일체의 모든 삼매법을 출생하고, 시방 법계를 널리 아우를 수 있으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의 지혜광명의 바다가 모두 여기에서 나오고,
시방의 모든 안립바다를 다 나타내 보일 수 있으며,
모든 부처님의 능력과 해탈과 모든 보살의 지혜를 아울러 간직하고,
국토의 모든 티끌들이 가이없는 법계를 널리 수용할 수 있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성취하고, 여래의 크신 원력바다를 나타내 보여주며,
제불의 법륜을 유통시키고 보호하고 유지하여 단절되지 않게 하는 삼매」라 하고 있다.
이는 곧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 즉
일체의 현상계(現象界)가 상호작용하되,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며,
끝없이 서로 얽혀 있는 가운데 개개의 현상이 어떠한 장애도 없이 작동한다는
일체제법사사무애(一切諸法事事無礙)의 이치를 밝히신 것이다.
운문은 이 삼매를 「발우 속의 밥이요 물통 속의 물이다[缽裏飯桶裏水]」 하였다.
발우와 밥은 만물이 그렇하듯이 서로 독립적인 사물로서
안과 밖의 상호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垂示云。 | 수시(垂示) |
度越階級超絕方便。 機機相應。 句句相投。 儻非入大解脫門。 得大解脫用。 何以權衡佛祖。 龜鑑宗乘。 且道當機直截。 逆順縱橫。 如何道得出身句。 試請舉看。 |
스승을 뛰어넘은 초절(超絕)한 방편이라야 기(機)와 기가 서로 호응하고 구(句)와 구가 서로 투합하는 것인데, 만약 대해탈(大解脫)의 문(門)에 들어가거나 대해탈의 용(用)을 얻지 못한다면 무엇하러 불조(佛祖)를 저울로 쓰고 종승(宗乘*)을 본보기로 삼겠는가? 말해보라. 어떤 계기를 당하여 간단하고 명확하며, 거스르고 순응하기를 자유자재히 하려면 어떤 말이라야 출신구(出身句*)를 얻는 것인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
*機機相應; 機機는 師家의 機와 學人의 機를 말하니,
師家와 學人의 心地가 암암리에 서로 맞아떨어지는 것을
機機相應, 또는 機機相副, 機機投合이라 한다.
*宗乘; 각 宗에서 널리 날리는 宗義.
*當機直截; 當機는 機를 당하여. 어떤 契機를 맞아서.
直截은 ①直接 ②簡單明確 ③簡直, 즉 간단하고 명확하게.
*出身句; 臨濟宗 용어. 自由自在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간 자의 無礙自在한 語句.
【五○】舉。 | 【제50칙】 운문발통(雲門鉢桶) |
僧問雲門。 如何是塵塵三昧 (天下衲僧盡在這裏作窠窟。 滿口含霜。 撒沙撒土作什麼) 門云。缽裏飯桶裏水 (布袋裏盛錐。 金沙混雜。將錯就錯。 含元殿裏不問長安)。 |
어떤 스님이 운문(雲門)에게 물어 "어떤 것이 진진삼매(塵塵三昧)입니까?" 하니, (천하의 납승이 다 이 속에 삶의 터전을 짓고 있으면서도 꿀 먹은 벙어리인데 모래와 흙을 뿌려서 무엇을 하겠는가.) 운문은 "발우 속 밥이요, 물통 속 물이다." 하였다. (포대 속에 송곳이 들어 있고 금과 모래가 섞였으니 잘못을 가지고 잘못으로 나아갔거니와, 함원전<含元殿> 안에서 장안을 묻지는 않는다.) |
*窠窟; 소굴. 보금자리. 삶의 터전.
*滿口含霜; 입에 가득 서리를 머금다. 「꿀 먹은 벙어리」와 같은 의미.
*含元殿; 長安에 소재한 唐代 大明宮의 主殿.
還定當得麼。 若定當得雲門鼻孔。 在諸人手裏。 若定當不得。諸人鼻孔。 在雲門手裏。 雲門有斬釘截鐵句。 此一句中具三句。 有底問著。 便道缽裏飯。粒粒皆圓。 桶裏水。滴滴皆顯。 若恁麼會。 且不見雲門端的為人處。 頌云。 |
정당(定當;꼭 알맞다)이 얻어지는가? 만일 정당해지면 운문의 비공(鼻孔)이 여러분의 손 안에 있겠지만 정당하지 못하면 여러분의 비공이 운문의 손 안에 있을 것이다. 운문에게는 참정절철(斬釘截鐵*)의 구(句)가 있고 이 1구(一句) 안에는 3구(三句)를 갖추고 있다. 어떤 이는 이런 물음에 봉착하면 편하게 '발우 속의 밥은 알알이 다 둥글고 통 속의 물은 방울방울이 다 습(濕)하다'고 하는데, 만일 그렇게 안다면 또한 운문의 단적(端的)인 위인처를 보지 못할 것이다. 송(頌)하여 이르되, |
*定當; 매우 알맞다. 아주 적당하다.
*斬釘截鐵; 못을 자르고 철을 절단하다.
말이나 행동이 단호하고 결단성이 있어서 추호도 망설이지 않음을 형용하는 말.
缽裏飯桶裏水 (露也。撒沙撒土作什麼。 漱口三年始得) 多口阿師難下嘴 (縮卻舌頭。識法者懼。 為什麼卻恁麼舉) 北斗南星位不殊 (喚東作西作什麼。 坐立儼然。 長者長法身。短者短法身) 白浪滔天平地起 (腳下深數丈。 賓主互換。驀然在爾頭上。 爾又作麼生。打) 擬不擬 (蒼天蒼天咄) 止不止 (說什麼。更添怨苦) 箇箇無褌長者子 (郎當不少。傍觀者哂) |
발우 속의 밥이요 통 속의 물이다 하니 (드러났는데 흙 모래를 뿌려서 무엇 하겠느냐. 3년간 입을 씻어야 하리라.) 다구아사(多口阿師*)도 입 대기 어렵다. (혀끝을 오무린다. 법을 알면 두려운데 왜 그런 것을 들추겠느냐.) 북두(北斗)와 남성(南星)의 자리가 바뀌지 않았거늘 (동을 서라고 해서 무엇 하겠느냐. 앉고 섬이 엄연(儼然)하여 긴 것은 긴 법신이고 짧은 것은 짧은 법신이다.) 하늘에 닿는 흰 물결이 평지에 이는구나. (발 아래 깊이가 여러 장<丈>일 터인데 주객이 바뀌어서 별안간 네 머리 위에 있다면 너는 또 어찌 하겠느냐? 후려치다.) 의(擬)하려 해도 의하지 못하고 (아이고, 아이고! 이걸 어쩌나.) 지(止)하려 해도 지하지 못하니 (무슨 말을 하느냐. 원한을 더 보태는구나.) 낱낱이 무곤장자자(無褌長者子*)로다. (허술함이 적지 않다. 곁에서 보고 웃겠다.) |
*多口阿師; 말 많은 사람.
*無褌長者子; 잠방이도 없는 장자의 아들. 잘났다지만 변변치 못한 사람.
雪竇前面頌雲門 對一說話道。 對一說太孤絕。 無孔鐵鎚重下楔。 後面又頌馬祖 離四句絕百非話道。 藏頭白海頭黑。 明眼衲僧會不得。 若於此公案透得。 便見這箇頌。 |
설두가 앞(14칙)에서 운문의 대일설화(對一說話)를 송하여 말한 「대일설(對一說)이라니 참으로 고절(孤絕)하도다. 무공철추(無孔鐵鎚)에 무겁게 말뚝이 박혔다」나, 뒤(74칙)에서 또 마조의 이사구절백비화(離四句絕百非話)를 송해 말한 「지장(智藏)의 머리는 희고, 회해(懷海)의 머리는 검다」는 눈 밝은 납승도 알기 어렵거니와, 만일 이 공안(公案)을 투득(透得)한다면 이런 송(頌)을 쉽게 볼 것이다. |
雪竇當頭便道。 缽裏飯桶裏水。 言中有響句裏呈機。 多口阿師難下嘴。 隨後便與爾下注腳也。 爾若向這裏要求玄妙道理。 計較轉難下嘴。 雪竇只到這裏也得。 他愛恁麼頭上先把定。 恐眾中有具眼者覷破也。 到後面須放過一著。 俯為初機。 打開頌出教人見。 |
설두는 첫머리에서 곧 '발우 속의 밥, 통 속의 물'이라 하여 언중(言中)에 울림과 구중(句中)에 기(機)를 보이고서 '다구아사(多口阿師)도 말 붙이기 어렵다'고 하여 뒤 따라 너희에게 주각(注腳;註解)을 내려 주었다. 너희가 만약 이 속을 향해 현묘한 도리를 구하려 한다면 계교(計較)가 더욱 말 붙이기 어렵게 할 것이지만 설두는 다만 이 속에 이르고 또한 얻은지라 그가 기꺼이 그렇듯 첫머리에 우선 파정(把定)했으나 대중 가운데 안목을 갖춘 자가 엿보고 있을까 염려하여 뒷부분에서 마침내 한 수를 접어 초기(初機;初學)를 위해 굽히고 송(頌)을 펼쳐내서 사람들로 하여금 보게 한 것이다. |
寒山詩道。 六極常嬰苦。九維徒自論。 有才遺草澤。無勢閉蓬門。 日上巖猶暗。煙消谷尚昏。 其中長者子。箇箇總無褌。 |
한산(寒山)의 시(詩)에 이르기를, 「육극(六極*)이 늘 고통을 가져다 준다고 구유(九維*)의 무리가 스스로 논했거늘 있는 재물은 초야(草野;草澤)에 던져버리고 힘 없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려니 해가 떠도 바윗굴 속은 오히려 어둡고 안개가 흩어져도 계곡 안은 아직 흐려서 그 안에서는 장자의 아들이라 해도 낱낱이 다 잠방이도 없겠구나」 하였다. |
*擺撥; ①내버려 두고 관여하지 않다. ②안배(安排)하다, 처리(處理)하다.
*插嘴; 남이 말하는 도중에 끼어드는 것.
*擬議; 사전(事前)의 고려(考慮). 행동하기 이전의 계획.
어찌 답할까 요리조리 궁리하는 것.
*懞袋; 어리석음의 자루.
*六極; ①요절(夭折) ②질병전요(疾病纏繞;질병에 걸림) ③우수(憂愁) ④빈곤(貧困)
⑤모추(貌丑;추한 용모) ⑥이약(羸弱;쇠약),
*九維(惟); 人生의 온갖 苦厄에 대해 기술한 東漢의 文學家 蔡邕(133-192)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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