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무슨 소린 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무슨 소리냐"고 물어 곧이곧대로 "빗방울 소립니다." 답하는 것은
언구(言句)에 같혀 흐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이요,
경(境)에 얽매어 기(機)를 잃은 것인지라 자기를 미혹하고 사물을 쫓는다고 하였다.
들었거든 들은 말[聲色]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主]가 직접 본질[本質;流]로 들어가서 질문의 근본취지를 곧바로 알고,
그에 상응한 답을 알아내는 기(機)가 있어야 한다.
비록 그렇다 하나, 알거나 모르거나 산은 산, 물은 물이어서
말을 들었다 하는 것도 옳지 않고 본질에 들어 갔다고 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垂示云。 | 수시(垂示) |
一槌便成超凡越聖。 片言可折。去縛解粘。 如冰凌上行。劍刃上走。 聲色堆裏坐。聲色頭上行。 縱橫妙用則且置。 剎那便去時如何。 試舉看。 |
일퇴편성(一槌便成*)으로 초범월성(超凡越聖*)하고 편언가절(片言可折*)로 거박해점(去縛解粘*)하면서 빙릉(冰凌*)위를 다니고 칼날 위를 달리며, 성색(聲色) 무더기 속에 앉되 성색의 머리 위를 다니는 종횡무진한 묘용(妙用)은 차치하더라도 한 순간에 곧 제거해버렸을 때는 어떠할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
*一槌便成; 宗師의 한 마디[一槌;一言下]에 곧 徹底히 大悟하다.
*超凡越聖; 범부와 성인의 벽을 초월하다.
*片言可折; 간단한 말로 상대를 굴복시키다.
*去縛解粘; 속박(束縛)과 점착(粘着)을 해제(解除)하다.
*冰凌; 뾰쪽하고 날카롭게 쌓인 얼음.
【四六】舉。 | 【제46칙】 경청(鏡清)의 빗방울 소리 |
鏡清問僧。 門外是什麼聲 (等閑垂一釣。 不患聾問什麼) 僧云。雨滴聲 (不妨實頭。也好箇消息) 清云。眾生顛倒迷己逐物 (事生也。慣得其便。 鐃鉤搭索。 還他本分手腳) 僧云。和尚作麼生 (果然納敗缺。 轉槍來也。不妨難當。 卻把槍頭倒刺人) 清云。洎不迷己 (咄直得分疏不下) |
경청(鏡清)이 어느 스님에게 물어 "문 밖에 무슨 소리냐?" 하니, (가볍게 한 낚시 던졌지만 귀머거리 아니고서야 무엇을 묻는가.) 그 중이 "빗방울 소립니다." 하였는데, (확실해 마지 않으니 또한 좋은 소식이다.) 경청은 "중생이 전도하여 자기를 미혹하고서 사물을 쫓는구나." 하였다. (일 났구나. 그 따위 편의에 빠져 쇠고랑 차고 줄에 묶여 있다니. 그에게 주어진 수단으로 돌리겠다.)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과연 손해를 보았다. 창으로 찔러 오니 당하기 어려워 마지 않았으련만 도리어 창 끝을 쥐고 거꾸로 찔렀다.) "자기를 미혹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쯧쯧! 자기변명도 못하는구나.) |
僧云。洎不迷己意旨如何 (拶著這老漢。逼殺人。 前箭猶輕後箭深) 清云。出身猶可易。 脫體道應難 (養子之緣。雖然如是。 德山臨濟向什麼處去。 不喚作雨滴聲。 喚作什麼聲。 直得分疏不下) 洎 (巨至切及也)。 |
"자기를 미혹하지 않기에 이른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이 늙은이를 찔렀는데, 핍박이 심했거니와, 앞 화살이 오히려 가볍고 뒷 화살이 깊었다.) "몸을 빼내기는 쉬워도 빠져나온 몸[脫體*]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들을 키울 인연이다. 비록 그렇더라도 덕산과 임제는 어디로 갔느냐? 빗방울 소리라고 불러서 안된다면 무슨 소리라고 부를 것인지 바로 해명하지 못했다.) 이르렀다." (절실한 곳에 거의 이르렀다.)。 |
*實頭; (형)확고하다. 견고하다. (부)실로, 확실히, 정말.
*納敗缺; 손해를 보다. 모욕을 당하다. 패결(敗缺)은 손실(損失).
*分疏不下; 분소(分疏)는 해명하다, 변명하다. 불하(不下)는 하지 못하다.
*洎; ①솥에 물을 붓다. ②이르다(到). 미치다(及).
*脫體; ①신체를 이탈한 것[脫離身體]. ②전신(全身).
只這裏也好薦取。 古人垂示一機一境。 要接人。 一日鏡清問僧。 門外是什麼聲。 僧云。雨滴聲。 清云。眾生顛倒迷己逐物。 又問。門外什麼聲。 僧云。鵓鳩聲。 清云。欲得不招無間業。 莫謗如來正法輪。 又問。門外什麼聲。 僧云。蛇咬蝦蟆聲。 清云。將謂眾生苦。 更有苦眾生。 |
다만 이 속에서 또 고인이 일기일경(一機一境*)을 수시(垂示)하여 접인(接人)하려 했음을 가려 취해야 한다. 하루는 경청(鏡清)이 중에게 물어 "문 밖에 무슨 소리냐?" 하니, 중이 "빗방울 소립니다." 하자, 경청은 "중생이 전도(顛倒)하여 자기를 미혹하고서 사물을 쫓는구나." 하였다. 또 "문 밖에 무슨 소리냐?" 하니, "비둘기 소립니다." 하자, "무간업(無間業)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여래의 정법륜(正法輪)을 비방하지 말거라." 하였고, 또 "문 밖에 무슨소리냐?" 하니, "뱀이 두꺼비 잡아먹는 소립니다." 하자, "중생은 괴롭다고 하려 했는데 다시 괴로운 중생이 있구나." 하였다. |
此語與前頭公案。更無兩般。 衲僧家於這裏透得去。 於聲色堆裏不妨自由。 若透不得。便被聲色所拘。 這般公案。諸方謂之鍛煉語。 若是鍛煉只成心行。 不見他古人為人處。 亦喚作透聲色。 一明道眼。二明聲色。 三明心宗。四明忘情。 五明展演。 然不妨子細。 爭奈有窠臼在。 |
이 말과 앞머리의 공안이 다시 두 가지가 아니다. 납승가(衲僧家)가 이 속에서 투득(透得)하면 성색(聲色) 투성이 속에서도 자유로워 마지 않겠지만, 만약 투득하지 못하면 곧 성색에 구속되고 만다. 이런 공안을 제방에서는 단련어(鍛煉語)라고 하는데, 만약 단련이 심행(心行)만을 성취하는 것이라면 저 고인의 사람 위한 곳을 보지 못한 것이며, 또한 성색(聲色)을 꿰뚫었다 하여 첫째 도안(道眼)을 밝히고, 둘째 성색(聲色)을 밝히고, 셋째 심종(心宗)을 밝히고, 넷째 망정(忘情)을 밝히고, 다섯째 펼쳐짐[展演]을 밝혔다고도 하는데, 그러나 자세(子細;謹慎)히 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케케묵은 고정관념[窠臼]이 있음을 어쩌겠는가. |
鏡清恁麼問。門外什麼聲。 僧云。雨滴聲。卻道。 眾生顛倒迷己逐物。 人皆錯會。 喚作故意轉人。 且得沒交涉。 殊不知鏡清有為人底手腳。 膽大不拘一機一境。 忒殺不惜眉毛。 鏡清豈不知是雨滴聲。 何消更問。 須知古人以探竿影草。 要驗這僧。 |
경청이 이렇듯 "문 밖에 무슨 소리냐?" 하고 묻자, "빗방울 소립니다." 하니, 도리어 "중생이 전도하여 자기를 미혹하고서 사물을 쫓는구나." 하였는데, 사람들은 잘못 알고서 그럴 줄 알면서도 사람을 놀렸다고들 하지만 또한 아무런 교섭이 없거니와, 경청에게 사람 위하는 수완이 있어서 담대히 일기일경(一機一境)에 불구하고 극도로 눈썹을 아끼지 않았음을 전혀 모른 것이다. 경청이 어찌 빗방울 소리인 줄 몰라서 왜 다시 물었겠는가. 모름지기 고인이 탐간영초(探竿影草)로 이 중을 시험하고자 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
*一機一境; 機는 內在的인 마음의 작용이고, 境은 外在的인 대상물(對相物)을 말한다.
예컨대 「멀리 연기가 보이면 불이 났음을 안다」 할 때 연기는 境이고,
연기를 보고 불을 아는 것이 機이다.
그 하나의 機와 하나의 境으로 師家가 學人을 이끌어 간다는 것인데
일반인들이 禪僧의 悟道에만 집착함을 폄하하여 질타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不惜眉毛; '눈썹을 아끼지 않는다' 함은 古來로 佛法을 過多히 설하거나,
잘못 설하여 法戒를 훼손하면 眉鬚가 저절로 빠지는 죄보를 받는다고 하였는데,
그 눈썹 빠지는 죄보 받기를 두려워 하지 않고
제2의문(第二義門) 하에서 남에게 설법해 준다는 뜻이다.
*「不拘一機一境 不惜眉毛」 일기일경에 불구하고 눈썹을 아끼지 않았다 함은
세인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 많이 해서 받을 죄보도 겁내지 않았다는 뜻.
這僧也善挨拶便道。 和尚又作麼生直得。 鏡清入泥入水向他道。 洎不迷己。 其僧迷己逐物。 則故是鏡清為什麼也迷己。 須知驗他句中 便有出身處。 這僧太懞懂要勦絕此話。 更問道。 只箇洎不迷己意旨如何。 若是德山臨濟門下 棒喝已行。 鏡清通一線道。 隨他打葛藤。 更向他道。 出身猶可易。 脫體道應難。 雖然恁麼。 古人道。相續也大難。 他鏡清只一句。 便與這僧明腳跟下大事。 雪竇頌云。 |
이 중도 잘 찔러서 "화상께서는 또 어떠하십니까?" 하자 곧 경청이 그 진창(갈등) 속으로 들어가서 그에게 "거의 자기를 미혹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그 중이 자기를 미혹하여 사물을 쫓은 것인 즉 고로 경청이 왜 자기를 미혹한 것이겠는가? 모름지기 그를 시험한 말 속에 빠져나갈 곳이 있음을 알았어야 했건만 이 중이 몹시 흐리멍텅하여 이 얘기를 무시하고자 다시 묻기를, "다만 그 거의 자기를 미혹치 않는다는 그 의미가 무엇입니까?" 하였으니, 덕산이나 임제 문하였다면 방할(棒喝)이 이미 행해졌겠으나 경청은 한 가닥 길을 열어 두고서 그 길을 따라 간단히 정리하여[打葛藤]하여 다시 그를 향해 "몸을 빼내기는 오히려 쉬우나 이탈한 몸을 말하기는 응당 어렵다" 하였는데, 비록 그렇더라도 고인이 상속(相續)하기도 매우 어렵다고 하였다. 저 경청이 다만 1구(句)로 곧 이 중에게 밝혀준 발꿈치 밑 대사(大事)를 설두는 이렇게 송(頌)했다. |
虛堂雨滴聲 (從來無間斷。 大家在這裏) 作者難酬對 (果然不知。 山僧從來不是作者。 有權有實有放有收。 殺活擒縱) 若謂曾入流 (刺頭入膠盆。 不喚作雨滿聲。喚作什麼聲) 依前還不會 (山僧幾曾問爾來。 這漆桶。還我無孔鐵鎚來)。 曾不會 (兩頭坐斷。兩處不分。 不在這兩邊) 南山北山轉霶霈 (頭上腳下。 若喚作雨聲則瞎。 不喚作雨聲。喚作什麼聲。 到這裏須是腳踏實地始得) |
텅 빈 법당 빗방울 소리는 (지금까지 그친 적이 없었고 대가<大家>가 그 속에 있었다.) 작자(作者)도 응대하기 어렵거늘 (과연 알지 못하는구나. 산승은 여태 작자가 아니었지만 권실<權實>도 있고 방수<放收>도 있어서 죽였다 살리기도 하고 잡았다 놔주기도 한다.) 만약 일찍이 입류(入流)했다 하더라도 (몰두하여 아교 통으로 들어간 것이다. 비 가득한 소리가 아니면 무슨 소리겠느냐.) 여전히 오히려 알지 못한 것이거니와, (산승이 일찍이 얼마나 너희에게 물어 왔더냐? 이 칠통아! 내게 무공철추를 돌려다오.) 알거나 모르거나 (양 끝을 끊어버리고 두 곳으로 나누지 말아서 그 양 변에 있지 말라.) 남산 북산은 비 가득한 모습을 굴린다. (머리 위와 발 밑이다. 빗소리라고 지어 부른 즉 눈이 먼 것이라면 빗소리라고 하지 않고 무슨 소리라고 할꼬? 이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그 곳에 가봐야 한다.) |
*刺頭入膠盆; 禪林用語。머리를 온통 아교 통에 찔러 넣다.
문자와 언어의 함정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함에 비유하는 말.
*霶霈; 큰 비가 내리는 모양새.
虛堂雨滴聲。 作者難酬對。 若喚作雨聲。 則是迷己逐物。 不喚作雨聲。 又如何轉物。 到這裏。 任是作者也難酬對。 所以古人道。 見與師齊減師半德。 見過於師方堪傳授。 又南院道。棒下無生忍。 臨機不讓師。 |
텅 빈 법당 빗방울 소리는 작자도 응대하기 어렵다 했는데 만약 빗소리라고 지어 부르는 것이 곧 자기를 미혹하여 사물을 쫓는 것이라면 빗소리라고 하지 않았을 때는 또 무슨 물건이 될 것인가. 이에 이르러서는 작자에게 일임하더라도 수대(酬對)하기 어렵기에 그래서 고인이 말하기를, "소견이 스승과 나란하면 스승의 덕을 반감(半減)하고, 견해가 스승을 넘어서야 비로소 전수(傳授)를 감당한 것이다" 하였고, 또 남원(南院*)은 "방하(棒下)의 무생인(無生忍)은 기회가 오면 스승에게도 사양하지 않는다" 하였다. |
若謂曾入流。 依前還不會。 教中道。 初於聞中。入流忘所。 所入既寂。 動靜二相了然不生。 若道是雨滴聲。也不是。 若道不是雨滴聲。也不是。 前頭頌。 兩喝與三喝作者知機變。 正類此頌。 若道是入聲色之流。 也不是。 若喚作聲色。 依前不會他意。 譬如以指指月。 月不是指。 會與不會。 南山北山轉霶霈也。 |
"만약 일찍이 입류(入流)라고 말했다면 여전히 오히려 알지 못한 것이다" 한 것은, 경전[敎;수능엄경 권6]에 이르기를, 「처음에 듣고 본류(本流)로 들어가 들은 바[所;聲塵]를 잊었더니 들은 바[所]도 들어감[入]도 기왕 고요해져서 동(動) 정(靜)의 두 상(相)이 요연하여 생기지 않더이다」 하였으니, 이것을 빗방울 소리다 해도 옳지 않고, 빗방울 소리가 아니다 해도 옳지 못한 것이며, 앞 머리[제10칙]의 송(頌)에 "2할(喝)과 3할(喝)은 작자라야 기변(機變*)할 줄 안다"고 한 이 송과 같은 종류여서 성색(聲色)의 흐름에 들어간 것이라 해도 옳지 않고, 성색이라 지어 불러도 여전히 그 뜻에 맞지 않은 것이다. 마치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매 달은 그 손가락이 아닌 것과 같아서 알거나 모르거나 남산 북산은 비로 가득한 채 흘러간다. |
*南院; 汝州南院慧顒禪師(興化存獎 法嗣) 南嶽下六世
*機變; 임기응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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