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여는 살았다거나 죽었다거나 말하고 말 못하고에 구애되지 않는다.
도오(道吾)의 부도부도(不道不道)를 두고 원오극근(圓悟克勤)은
「살아서도 온전한 기를 드러내고 (生也全機現),
죽어서도 온전한 기를 드러낸다 (死也全機現)。
말 못하고 또 말 못한다 해도 (不道復不道),
그 가운데 숨겨진 것이 없다 (個中無背面)。」 하였고,
장령수탁(長靈守卓)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더 묻지 말라 (生死死生休更問),
여지껏 한낮에 삼경(三更)을 쳐왔었다 (從來日午打三更)。」 하였으니,
이는 곧 生과 死가 둘이 아니다는 것인 즉 유마힐의 不二法門과 같은 공안이다.
垂示云。 | 수시(垂示) |
穩密全真。當頭取證。 涉流轉物。直下承當。 向擊石火閃電光中。 坐斷誵訛。 於據虎頭收虎尾處。 壁立千仞。則且置。 放一線道。 還有為人處也無。 試舉看。 |
온밀(穩密*)히 온전하고 참되게 닦아 때가 이르매 증득하고서 유전(流轉)하는 중생들 속에 주저없이 뛰어들어 석화(石火) 튀고 전광(電光) 번쩍이는 가운데서도 효와(誵訛*)를 좌단하면서 머리만 들춰주어도 뒷 일을 헤아릴 줄 아는 경지에 우뚝 서는 것은 곧 차치하더라도 한 가닥 길을 놓았다면 사람 위한 곳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예를 들어 살펴보자. |
*穩密; 짜임새 있고 주도면밀하다.
*直下承當; 이럴까 저럴까 궁리함이 없이 곧바로 간여하다.
【五五】舉。 | 【제55칙】 도오(道吾)의 부도부도(不道不道) _말 못한다, 말 못한다. |
道吾與漸源至一家弔慰。 源拍棺云。生邪死邪 (道什麼。好不惺惺。 這漢猶在兩頭) 吾云。生也不道。 死也不道 (龍吟霧起。虎嘯風生。 買帽相頭。老婆心切) 源云。為什麼不道 (蹉過了也。果然錯會) 吾云。不道不道 (惡水驀頭澆。 前箭猶輕後箭深) |
도오(道吾*)와 점원(漸源*)이 어느 집에 조문을 갔는데 잠원이 관을 두드리며 "살았소, 죽었소?" 하였다. (무슨 말인가? 썩 똑똑치 못하여 이 자가 오히려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 도오가 "살았다고도 말 못하고 죽었다고도 말 못한다."고 하자, (용이 울면 안개가 일고 범이 표효하면 바람이 인다. 분수에 맞게 굴었지만 노파심은 간절했구나.) 점원이 "어째서 말 못합니까?" 하니, (어긋나버렸다. 과연 잘못 이해하는구나.) 도오는 "말 못한다, 말 못한다" 하였다. (더러운 물벼락을 끼얹었다. 앞 화살보다 오히려 뒷 화살이 깊다.) |
回至中路 (太惺惺) 源云。和尚快與某甲道。 若不道。打和尚去也 (卻較些子。罕逢穿耳客。 多遇刻舟人。 似這般不唧𠺕漢。 入地獄如箭) 吾云。打即任打。道即不道 (再三須重事。就身打劫。 這老漢滿身泥水。 初心不改) 源便打 (好打且道。打他作什麼。 屈棒元來有人喫在) |
돌아오던 도중에 (너무 똑똑했다.) 점원이 "화상께서 시원히 제게 말해주십시요. 말하지 않으시면 화상을 때리겠습니다." 하니, (좀 괜찮았다. 드물게 천이객(穿耳客*)을 만나고 흔히 각주인(刻舟人*)을 만나거니와, 이렇게 멍청한 놈 같아서는 지옥에 들어감이 쏜살 같으리라.) "때리려면 때리거라 마는 그래도 말 못한다." 하매 (중한 일은 재삼 온 몸을 기울여 쟁취해야 하거늘 이 늙은이가 온 몸이 진흙투성이인 채 초심을 바꾸지 않는구나.) 점원이 곧 때렸다. (잘 때렸다마는 말해보라. 때려서 어쩔 셈이냐? 굴방<屈棒*>은 원래 어떤 사람이 먹고 있다.) |
*穿耳客; 「귀 뚫린 손님」이란 菩提達磨를 말하며,
叢林에서는 法을 들으면 悟道하는 영리한 衲僧을 지칭하여 쓴다.
*刻舟人; 「배에 금긋는 사람」이란 刻舟求劍을 인용한 표현으로
물에 빠뜨린 검의 위치를 뱃머리에 표시한 다음
배가 멈춘 뒤에 표시를 따라 검을 찾겠다는 융통성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屈棒; 공연히 때리는 방(棒). 「屈棒元來有人喫在」는 제76칙 「烏臼屈棒」을 인용한 것.
後道吾遷化。 源到石霜舉似前話 (知而故犯。不知是不是。 是則也大奇) 霜云。生也不道。 死也不道 (可殺新鮮。 這般茶飯卻元來有人喫) 源云。為什麼不道 (語雖一般。意無兩種。 且道與前來問是同是別) 霜云。不道不道 (天上天下。曹溪波浪如相似。 無限平人被陸沈) 源於言下有省 (瞎漢。且莫瞞山僧好) |
후에 도오가 천화(遷化)하자 점원이 석상(石霜*)에게 앞서의 이야기를 들추니 (알면서도 짐짓 범했으나 옳은지 그른지는 몰랐다. 옳았다면야 매우 기특하다.) 석상은 "살았다고도 말 못하고, 죽었다고도 말 못한다." 하였다. (몹시 신선하다. 이런 다반(茶飯)은 원래 다른 사람이 도리어 먹는다.) 점원이 "어째서 말 못합니까?" 묻자 (말이 비록 한 가지일지언정 뜻도 두 가지가 없다. 말해보라. 앞서의 물음과 같은가 다른가?) 석상은 "말 못한다, 말 못한다." 하였다. (천상천하 조계<曹溪>의 물결이 그와 같아서 무한한 일반인들이 육침<陸沈>을 당했다.) 점원은 언하(言下)에 어떤 깨달음이 있었다. (눈 먼 놈아! 다만 산승을 기만하지 않는 것이 좋다.) |
源一日將鍬子。於法堂上。 從東過西。從西過東 (也是死中得活。 好與先師出氣。 莫問他。且看這漢一場懡㦬) 霜云。作什麼 (隨後婁藪也) 源云。覓先師靈骨 (喪車背後懸藥袋。 悔不慎當初。 爾道什麼) 霜云。洪波浩渺白浪滔天。 覓什麼先師靈骨 (也須還他作家始得。 成群作隊作什麼) |
점원이 하루는 삽을 들고 법당 위에서 동서로 왔다갔다 하는지라 (역시 죽은 가운데서 살아나서 선사<先師>에게 잘 출기<出氣>해 주었다. 다른 이에게 묻지 말고 다만 이 자의 한바탕 낭패를 살펴라.) 석상이 "무엇하느냐?" 물으니 (뒤따라 늪에 빠져드는구나.) "선사(先師;도오)의 사리를 찾습니다" 하매 (상여 뒤에 약봉지 매다는 격이다. 신중치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이 먼저여야 하거늘 네가 무슨 말을 하느냐.) "홍파호묘(洪波浩渺)하고 백랑도천(白浪滔天)한데 무슨 선사의 영골을 찾는다는 것이냐?" 하였다. (마땅히 저 작가에게 돌려주는 것 또한 옳겠거늘 여럿을 만들어서 무엇 하겠는가.) |
雪竇著語云。 蒼天蒼天 (太遲生。賊過後張弓。 好與一坑埋卻) 源云。正好著力 (且道落在什麼處。 先師曾向爾道什麼。 這漢從頭到尾。 直至如今。出身不得) 太原孚云。先師靈骨猶在 (大眾見麼。閃電相似。 是什麼破草鞋。猶較些子)。 |
설두(雪竇)는 착어(著語)하기를 "아이고, 아이고!"라 하였고, (너무 늦었다. 도적 지나간 뒤에 활 당겼으나 좋게 한 구덩이에 묻어주었다.) 점원은 "꼭 맞은 착력(着力;힘씀)이다"고 하였으며, (말해보라. 어디에 떨어져 있는 것인지. 선사<先師>가 일찍이 네게 뭐라 말하더냐? 이 자가 머리에서 꼬리까지 바로 지금에 이르도록 출신<出身>하지 못했구나.) 태원부는 "선사의 영골(靈骨*)이 아직 있구나" 하였다. (대중은 보는가? 번개와도 같다. 이 무슨 헤진 짚신인가? 썩 괜찮구나.) |
*道吾(769-835); 潭州道吾山宗智禪師(藥山惟儼 法嗣) 青原下三世
*漸源; 潭州漸源仲興禪師(道吾宗智 法嗣) 青原下四世
*石霜; 潭州石霜山慶諸禪師(道吾宗智 法嗣) 青原下四世
*太原孚; 太原孚上座(雪峰義存 法嗣) 青原下六世
*不唧𠺕漢; 唧𠺕는 민첩하다, 날렵하다는 뜻이니, 不唧𠺕漢은 '둔한 놈'.
*靈骨; 사리(舍利;śarīra).
道吾與漸源。至一家弔慰。 源拍棺木云。生邪死邪。 吾曰生也不道。死也不道。 若向句下便入得。 言下便知歸。 只這便是透脫生死底關鍵。 其或未然。往往當頭蹉過。 看他古人行住坐臥。 不妨以此事為念。 纔至人家弔慰。 漸源便拍棺問道吾云。 生邪死邪。 道吾不移易一絲毫。對他道。 生也不道。死也不道。 漸源當面蹉過。 逐他語句走更云。 為什麼不道。 吾云。不道不道。 吾可謂赤心片片。 將錯就錯。 |
도오와 점원이 어느 집에 조위(弔慰)하러 가서 점원이 관목(棺木)을 두드리며 "살았소, 죽었소?" 하니 도오가 "살았다고도 못하고 죽었다고도 못하겠다" 하였다. 만약 이 구절에서 문득 얻어 들어가면 언하에 바로 돌아갈 곳을 알리니 다만 이것이 곧 생사를 투철히 벗어나는 관건이거니와 혹 그렇지 못하다면 왕왕 당면해서는 그르쳐버린다. 저 고인의 행주좌와를 살피건대 이 일[透脫生死]을 염두에 두어 마지 않았다. 인가(人家)에 조위하러 가자마자 점원이 곧 관을 두드리며 도오에게 물어 "살았습니까, 죽었습니까?" 하니 도오는 털끝도 까딱하지 않고 그에게 "살았다고도 말 못하고 죽었다고도 말 못한다" 하였다. 점원은 당면하여 그르쳐버리고서 그의 어구(語句)를 쫓아 내달려 다시 묻기를 "어째서 말씀 못하십니까?" 하자 도오가 "말 못한다, 말 못한다" 하였으니 도오는 가히 적심편편(赤心片片*) 착오를 가지고 착오로 나아갔다 하겠다. |
*赤心片片; 赤心은 忠心 또는 誠心이요, 片片(조각조각)인 즉 節節함이니,
「一片丹心」과 같은 뜻이다.
源猶自不惺惺。 回至中路又云。 和尚快與某甲道。 若不道。打和尚去也。 這漢識什麼好惡。 所謂好心不得好報。 道吾依舊老婆心切更向他道。 打即任打。道即不道。 源便打。雖然如是。 卻是他贏得一籌。 道吾恁麼血滴滴地為他。 漸源得恁麼不瞥地。 道吾既被他打。 遂向漸源云。汝且去。 恐院中知事探得。 與爾作禍。 密遣漸源出去。 道吾忒殺傷慈。 |
점원이 아직 스스로 분명치 못하매 돌아오던 길에 말하기를 "화상은 시원히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말씀하지 않으시면 화상을 때리겠습니다." 했으니 이 자가 무슨 좋고 나쁨을 알았겠는가. 소위 좋은 마음에 좋은 보답을 얻지 못한 것이다. 도오가 여전히 노파심이 간절하여 다시 그에게 "때리려면 때리거라 마는 말인 즉 말하지 못한다." 하자 점원이 곧 때렸으니, 비록 그와 같이 한 것은 도리어 그가 하나의 산가지를 택해 얻은 것이다. 도오가 그렇게 피 흘리는 심정으로 그를 위했으나 점원은 이렇듯 얼핏하지도 못하는 지경이었는지라 도오가 이왕 그에게 때림을 당하자 이윽고 점원에게 이르기를 "너는 다만 떠나거라. 사원 안에 이 일이 알려지면 너에게 화가 될까 염려된다." 하고서 점원을 몰래 보내 나가게 했으니 도오의 애타는 자애로움[傷慈]이 너무도 깊었다. |
源後來至一小院。 聞行者誦觀音經云。 應以比丘身得度者 即現比丘身而為說法。 忽然大悟云。 我當時錯怪先師。 爭知此事。不在言句上。 古人道。沒量大人。 被語脈裏轉卻。 有底情解道。 道吾云。不道不道。 便是道了也。 喚作打背翻筋斗。 教人摸索不著。 若恁麼會。 作麼生得平穩去。 若腳踏實地。 不隔一絲毫。 |
점원이 후에 한 작은 사원에 갔는데, 행자가 관음경(觀音經*)을 독송(讀誦)하되 「비구의 몸으로 제도해야 마땅하다면 곧 비구의 몸을 나타내서 설법한다」고 하는 것을 듣고 홀연히 대오하고서 이르기를, "내가 당시에 선사(先師)를 착괴(錯怪*)하였구나. 이 일[此事]이 언구 상에 있지 않음을 어찌 알았으리오" 하니, 고인이 일러 "몰량대인(沒量大人*)도 어맥(語脈) 속에 굴러 빠진다" 하였다. 어떤 자는 정해(情解*)하여 말하기를 도오가 '말 못한다, 말 못한다' 한 것이 바로 말해버린 것이다고 하면서 등을 때리고 공중돌기를 시켜 사람으로 하여금 어찌 해보지 못하게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알아서야 어떻게 평온(平穩)이 얻어지겠느냐? 착실하게 수행해 간다면[腳踏實地*] 실 한 오라기의 간격도 없을 것이다. |
*觀音經; 《법화경(法華經)》 제8권 중 「관세음보살보문품」을 관음경이라고도 한다.
*錯怪; 오해로 인해 잘못된 비난이나 불평을 하다.
*沒量大人; 徹底히 大悟하여 凡聖, 迷悟, 有無, 得失 따위를
超越한 사람을 沒量大人이라 하고, 그 佛法大事를 沒量大事라 한다.
*情解; 情은 근(根)의 하나인 情識이니, '情識으로 이해하다',
즉 진리에 直入하지 못하고 마음에 형상을 지어 이해하려는 것.
「知解」는 '知覺으로 이해하다', 배우고 익힌 경험을 통해 알아가는 것으로
알음알이라고 한다.
「信解」는 '믿었더니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모르게 일체를 알았다'는 直観直入的 이해.
*翻筋斗; 공중돌기.
*腳踏實地; 「일을 착실하고 온건하게 하는 것」에 비유하는 말.
不見七賢女遊屍陀林。 遂指屍問云。 屍在這裏。人在什麼處。 大姊云。作麼作麼。 一眾齊證無生法忍。 且道有幾箇。 千箇萬箇。只是一箇。 漸源後到石霜。舉前話。 石霜依前云。 生也不道。死也不道。 源云。為什麼不道。 霜云。不道不道。他便悟去。 |
보지 못했는가, 칠현녀(七賢女*)가 시다림(屍陀林*)을 다니다가 이윽고 시체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시체는 이 속에 있는데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하자 큰 언니가 "왜일까, 왜일까" 하여 대중들이 일제히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였다. 자 말해보라. 몇 개가 있는가? 천 개 만 개가 다만 이 한 개다. 점원이 후에 석상(石霜)에게 가서 앞서의 얘기를 들추자 석상은 예전 그대로 "살았다고도 말 못하고 죽었다고도 말 못한다" 하자 점원이 "어째서 말 못하십니까?" 하니 석상이 "말 못한다, 말 못한다" 하매 그가 문득 깨달았다. |
*七賢女; 《佛說七女經》에 나오는 일곱 賢女.
*屍陀林(Śitavana); 「寒林」이라 譯. 한 숲을 묘소로 정하고
시체를 그곳에 버려서 禽獸가 먹게하였다.
一日將鍬子。於法堂上。 從東過西。從西過東。 意欲呈己見解。 霜果問云。作什麼。 源云。覓先師靈骨。 霜便截斷他腳跟云。 我這裏洪波浩渺白浪滔天。 覓什麼先師靈骨。 他既是覓先師靈骨。 石霜為什麼卻恁麼道。 到這裏。若於生也不道。 死也不道處。 言下薦得。 方知自始至終全機受用。 爾若作道理。 擬議尋思。 直是難見。 漸源云。正好著力。 看他悟後道得自然奇特。 道吾一片頂骨如金色。 擊時作銅聲。 |
하루는 삽[鍬子]을 들고 법당 위에서 동에서 서로 갔다가 서에서 동으로 갔다 하면서 자기의 견해를 밝혀 드리리고 싶어 했는데 석상이 과연 "무엇하느냐?"고 묻자 점원이 "선사(先師)의 영골(靈骨)을 찾습니다" 하매 석상이 곧 그의 근본을 절단하여 이르기를 "나의 이 안에 홍파가 넘실대고 백랑이 솟구치거늘 무슨 선사의 영골을 찾는다는 것이냐?" 하였다. 그가 기왕 선사의 영골을 찾는다는데 석상은 어째서 도리어 그렇게 말했겠는가. 이에 이르러 만약 살았다고도 말 못하고 죽었다고도 말 못하는 곳에서 언하(言下)에 천득(薦得*)한다면 바야흐로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기(機)가 수용되었음을 알겠지만 너희가 만약 도리를 지어 이럴까 저럴까 하거나 생각으로 구하려 한다면 정말 보기 어려울 것이다. 점원이 "꼭 맞는 착력(着力;用力)이다" 했는데 그가 깨달은 뒤에 말이 자연 기특해진 것을 보건대 도오의 한 조각 머리뼈[頂骨]가 황금빛 같아서 쳤을 때 구리 소리[銅聲*]를 내었다. |
*薦得; 꽂혀지다. 끼워지다. 깨달아지다.
*一片頂骨; '한 조각 머리뼈'란 도오의 사상에서 파생된 점원의 사상을 지칭한 표현이다.
*銅聲; 종을 구리로 만드는 것은 구리의 울림소리가 맑고 널리 퍼지기 때문이니
점원의 교화력이 널리 울려 퍼졌다는 뜻이다.
雪竇著語云。蒼天蒼天。 其意落在兩邊。 太原孚云。先師靈骨猶在。 自然道得穩當。 這一落索。一時拈向一邊。 且道作麼生是省要處。 作麼生是著力處。 不見道。 一處透千處萬處一時透。 若向不道不道處透得去。 便乃坐斷天下人舌頭。 若透不得。也須是自參自悟。 不可容易過日。可惜許時光。 |
설두가 착어하여 "아이고, 아이고!"라 한 것은 그 뜻이 양변(兩邊)에 떨어져 있고, 태원부는 "선사의 영골이 아직 있다"고 하니 자연 말이 온당하거니와 이 한 낙삭(落索*)을 일시에 1변(一邊)으로 향하게 했는데, 말해보라. 어떤 것이 살펴야 할 곳[省要處]이고 어떤 것이 이 힘써야 할 곳[著力處]인가? 보지 못했는가. 「한 곳을 투득(透得)하면 천 곳 만 곳을 일시에 투득한다」 하였거니와 만일 「말 못하고 말 못하는 곳」을 향해 투득해 간다면 곧 이내 천하인의 혀끝을 좌단(坐斷)하겠지만, 투득하지 못했거든 또 반드시 자참자오(自參自悟)하되 헛되이 날을 보내지 말고 시광(時光)을 아껴야 하리라. |
*落索; 줄기차다. 끊임없이 이어지다. 즉 이 한 편의 길게 이어진 이야기.
雪竇頌云。 | 설두(雪竇)의 송(頌) |
兔馬有角 (斬可殺奇特。可殺新鮮) 牛羊無角 (斬。成什麼模樣。 瞞別人即得) 絕毫絕氂 (天上天下唯我獨尊。 爾向什麼處摸索) 如山如嶽 (在什麼處。平地起波瀾。 𡎺著爾鼻孔) |
토끼와 말이 뿔을 가졌고 (베면 매우 기특하고 신선하겠다.) 소와 양은 뿔이 없다니, (베었구나. 무슨 모양일까.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겠다.) 솜털도 없고 긴털도 없음이 (천상천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거늘 그대는 어디를 향해 모색하는가?) 산 같고 봉우리와도 같구나. (어디에 있느냐. 평지에 파란을 일으키는구나. 너희 콧구멍을 꿰어찼다.) |
黃金靈骨今猶在 (截卻舌頭。塞卻咽喉。 拈向一邊。 只恐無人識得伊) 白浪滔天何處著 (放過一著。腳跟下蹉過。 眼裏耳裏著不得) 無處著 (果然。卻較些子 果然沒溺深坑) 隻履西歸曾失卻 (祖禰不了。 累及兒孫。 打云。為什麼卻在這裏) |
황금영골(黃金靈骨*)이 지금 여기에 있어 (혀끝을 자르고 목구멍을 막아버리고서 한 쪽으로 몰아 가는구나. 다만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까 두렵다. ) 백랑도천(白浪滔天*)한데 어디에 붙으리오. (한 수를 놓쳤다. 발꿈치 밑을 빗겨 지나갔는지라 눈 속에도 귓 속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붙을 데가 없어 (과연! 상당하구나. 과연 깊은 곳에 몰닉<沒溺>했다.) 척리서귀(隻履西歸*)로 일찍이 사라졌다. (조니<祖禰*>가 마치지 못하면 누<累>가 자손에게 미친다. 후려치고서 "무엇 때문에 도리어 이 속에 있는가?") |
*黃金靈骨; 부처의 사리.
*白浪滔天; 의기가 하늘에 치솟음을 비유하는 말.
*隻履西歸; 使者 宋雲이 서역에서 돌아오는 길에
「짚신 한 짝을 들고 서역으로 돌아가는 달마를 보았다」는 전설적 고사(故事).
*祖禰; 할아버지[祖]와 아버지[禰].
雪竇偏會下注腳。 他是雲門下兒孫。 凡一句中。具三句底鉗鎚。 向難道處道破。 向撥不開處撥開。 去他緊要處頌出。 直道兔馬有角。 牛羊無角。 且道兔馬為什麼有角。 牛羊為什麼卻無角。 若透得前話。 始知雪竇有為人處。 有者錯會道。 不道便是道。 無句是有句。 兔馬無角。卻云有角。 牛羊有角。卻云無角。 且得沒交涉。 殊不知。古人千變萬化。 現如此神通。 只為打破爾這精靈鬼窟。 若透得去。不消一箇了字。 |
설두는 치우친 견해로 해석을 내렸다. 그는 운문의 후손인지라 무릇 1구(句) 중에 3구의 겸추(鉗鎚*)를 갖추어 말하기 어려운 곳을 설파(說破;道破)하였고 헤쳐봐도 열리지 않는 곳을 헤쳐 열어서 그의 요긴한 곳을 송출하되 곧바로 「토끼와 말이 뿔을 가졌고 소와 양은 뿔이 없다」고 하였는데 말해보라. 토끼와 말이 왜 뿔을 가졌고 소와 양은 왜 뿔이 없겠는가. 만약 앞 얘기를 꿰뚫어 알면 비로소 설두의 사람을 위하는 곳을 알 것이다. 어떤 자는 잘못 이해하고서 "말 못한다는 것이 곧 말한 것이요, 구(句) 없는 것이 구 있는 것이라 뿔 없는 토끼와 말을 도리어 뿔이 있다 하고 뿔 달린 소와 양은 뿔이 없다 한 것이다"고 하는데 아무런 연관이 없는 말일 뿐더러 고인이 신출귀몰한 솜씨[千變萬化]로 이와 같은 신통을 나타낸 것이 다만 너희 그 정령(精靈)의 귀신소굴을 타파하기 위함임을 전혀 모르는 것[殊不知]이거니와, 만약 투득하면 한 글자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
兔馬有角牛羊無角。 絕毫絕氂。如山如嶽。 這四句。 似摩尼寶珠一顆相似。 雪竇渾淪地。 吐在爾面前了也。 末後皆是據款結案。 黃金靈骨。今猶在。 白浪滔天何處著。 此頌石霜與大原孚語。 為什麼無處著。 隻履西歸曾失卻。 靈龜曳尾。 此是雪竇轉身為人處。 古人道。他參活句 不參死句。 既是失卻。 他一火為什麼。卻競頭爭。 |
「토마유각(兔馬有角) 우양무각(牛羊無角) 절호절리(絕毫絕氂) 여산여악(如山如嶽)」 이 4구(四句)는 한 알의 마니보주(摩尼寶珠) 같거니와 설두의 혼륜지(渾淪地;天然의 眞面目)가 너희 면전에 토해져 있는 것이다. 그 뒷 부분은 다 거관결안(據款結案)으로서 「황금영골(黃金靈骨)이 지금 아직도 있어 백랑도천(白浪滔天)하거늘 어디에 붙으리오」는 석상과 태원부의 말을 송(頌)한 것인데 어째서 붙일 데가 없는가? 척리서귀(隻履西歸*)하여 일찍이 사라진지라 영구예미(靈龜曳尾*)인 것이요, 이것이 바로 설두가 전신하여 사람을 위한 곳이다. 고인이 이르되 "그는 활구(活句)를 참구하고 사구(死句)는 참구하지 않았다"고 하였거니와, 기왕 이것이 사라진 것일진댄 저 일당(一黨;一火)이 무엇 때문에 머리를 다투겠는가. |
*渾淪; 원래 天地형성 이전의 陰陽이 구분되지 않고 暗黑이 분명치 않은
一團의 迷濛混濁한 상태. 禪林에서 轉指 분명치 않거나 한 덩이로 뒤섞여
나눌 수 없는 것을 지칭하거나 차별없는 평등한 참 성품을 지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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