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

벽암록(碧巖錄) 제57칙 조주(趙州)의 전고노(田厙奴) _조주의 무식한 놈

碧雲 2023. 12. 2. 08:35

 도(道)라는 것이 본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얻기 어렵다 쉽다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에 집착하여 무수한 갈등을 빚어내는데, 
도(道)의 실체는 그것을 싫어한다. 

 

垂示云。 수시(垂示) 
未透得已前。一似銀山鐵壁。
及乎透得了。
自己元來是鐵壁銀山。
或有人問且作麼生。
但向他道。若尚箇裏。
露得一機。看得一境。
坐斷要津不通凡聖。
未為分外。
苟或未然。
看取古人樣子。
미처 투득(透得)기 전에는 은산철벽(銀山鐵壁①*) 같지만
투득해버리고 나면
자기가 원래 은산철벽(銀山鐵壁②*)인 것이다.
혹 누가 "또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만 그를 향해 "만약 그 속을 崇尙하여
一機를 드러내 얻고 一境을 살펴 얻는다면
要津을 坐斷하여 凡聖을 不通케 하는 것이
분수에 넘치는 일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겠거니와,
등한시 하거나 혹 그러하지 못했거든
고인의 모습을 살펴 취하거라. 

*銀山鐵壁; 鐵壁銀山. 壁立萬仞과 同意語.
①원래 銀이나 鐵은 단단하여 뚫기 어렵고, 
山과 壁은 험준하여 오르기 어렵다는 것인데, 
②선림에서는 일반 凡情이나 分別知로는 徹底히 밝히기 어렵고 
如實히 表達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로 「본래 구비한 靈性이 孤峻하고 獨絕함」에 비유해서 쓴다. 

 

 【五七】舉。  【제57칙】 조주의 전사노(田舍奴) 
   僧問趙州。
   至道無難唯嫌揀擇。

 如何是不揀擇
   (這鐵蒺藜。
   多少人吞不得。
   大有人疑著在。
   滿口含霜)
   州云。天上天下唯我獨尊
   (平地上起骨堆。
   衲僧鼻孔一時穿卻。
   金剛鑄鐵券)
   僧云。此猶是揀擇
   (果然隨他轉了也。
   拶著這老漢)
   州云。田厙奴。
 什麼處是揀擇
   (山高石裂)
   僧無語
   (放爾三十棒。
 直得目瞪口呿)
   어느 중이 조주에게 물었다.
   "도(道)에 이르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다만 간택(揀擇)을 꺼릴 뿐이라는데,
 어떤 것이 간택하지 않는 것입니까?"
   (이 철질려<鐵蒺藜*>를
   다소의 사람이 삼키지 못하고
   많은 사람이 의아해 하고 있으면서도
   만구함상<滿口含霜*>이다)
   "천상천하에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
   (平地上에 뼈더미[骨堆;의외의 일]를 일으켰다.
   납승의 鼻孔을 一時에 뚫어버렸다.
   金剛으로 주조된 鐵券이다.)
   "이것이 오히려 간택입니다."
   (果然 그를 따라 굴러버렸구나.
   이 老漢을 윽박지르다니.)
   조주가 "전고노[田厙奴*]야!
 어느 곳이 간택이냐?" 하니,
   (산이 높으면 돌이 갈라진다.)
   중은 말이 없었다.
   (너에게 30방을 놓아야
 바로 목징구거<目瞪口呿*>하겠구나.)

   厙(式夜切音含)。                                         *厙; (式夜切 音을 함유하고 있다.)

*鐵蒺藜; 쇠로 만들어진 가시돋은 밤송이. 다루어볼 수 없는 난제에 비유하는 용어. 
*滿口含霜; 입안 가득 서리를 머금다. 입이 꽁꽁 얼어붙어 말 못하는 형상. 
*田厙奴; 밭 전(田), 곳집 고(厙), 종 노(奴). 시골 곳간 지키는 머슴. 農家의 子弟. 
배운 것이 없음을 경멸하는 비하어. 「전사노(田舍奴)」라고도 한다. 
*厙; 《唐韻》始夜切. 《韻會》式夜切. 《廣韻》姓씨로 읽을 때는 '사'로 읽는다. 
고대에 창고를 지키는 관직을 庫大夫라 부르던 것이 
그 후대 자손들에 의해 성씨가 되었다 한다. 
*目瞪口呿; 눈을 똑바로 뜨고 입을 열다. 目瞪口保. 

 

僧問趙州。
至道無難唯嫌揀擇。
三祖信心銘劈頭便道這兩句。
有多少人錯會。
何故至道本無難。
亦無不難。
只是唯嫌揀擇。
若恁麼會。
一萬年也未夢見在。
趙州常以此語問人。
這僧將此語。倒去問他。
若向語上覓。
此僧卻驚天動地。
若不在語句上。
又且如何更參三十年。
這箇些子關捩子。
須是轉得始解。
捋虎鬚
也須是本分手段始得。
這僧也不顧危亡。
敢捋虎鬚便道。
此猶是揀擇。
중이 趙州 선사에게
"至道는 無難하나 오직 揀擇을 꺼린다"는
三祖가 〈信心銘〉 맨 앞에서 말한 이 두 구절을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 잘못 알고서
어째서 至道에는 본래 어려움도 없고
또한 어렵지 않음도 없는데
다만 이것이 오직 揀擇만은 꺼린다는 것이냐 하는데,
만약 이렇게 안다면
一萬年을 꿈에도 보지 못할 것이다.
趙州가 늘 이 말로 사람들에게 물었는데
이 중이 이 말을 가지고 꺼꾸로 그에게 물어 갔으니,
만약 語句上에서 찾은 것이라면
이 중이 도리어 천지를 놀라게 한 것이겠으나,
語句上에 있지 않았다면
거기에 또 어찌 다시 30년을 참구할꼬.
이런 조그마한 관루자(關捩子*)는
반드시 전득(轉得)해야 하고,
날호수(捋虎鬚*)가
또한 반드시 본래 주어진 手段이어야 하리니,
이 중도 危亡을 고려하지 않고
감히 범의 수염을 건드리며
"이것이 오히려 간택이다"고 말했다. 
趙州劈口便塞道。
田厙奴。什麼處是揀擇。
若問著別底。
便見腳忙手亂。
爭奈這老漢是作家。
向動不得處動。
向轉不得處轉。
爾若透得一切惡毒言句。
乃至千差萬狀。世間戲論。
皆是醍醐上味。
若到著實處。
方見趙州赤心片片。
田厙奴。乃福唐人。
鄉語罵人。似無意智相似。
這僧道此猶是揀擇。
趙州道田厙奴。什麼處是揀擇。
宗師眼目。須至恁麼。
如金翅鳥擘海直取龍吞。
趙州가 갑자기 말을 막고서
"전고노(田厙奴)야! 어느 곳이 간택이냐?"고 하였는데
만약 질문이 다른 사람에게 주어졌다면
곧 각망수란(腳忙手亂*)을 보였겠지만
이 老漢은 作家임을 어쩌겠는가.
동(動)할 수 없는 곳을 향해 동(動)하고
전(轉)할 수 없는 곳을 향해 전(轉)한다.
너희가 만약 그 모든 惡毒한 言句를 透得하면
千差萬狀에 이르는 세간의 희론(戲論)이
다 제호(醍醐)의 빼어난 맛일 것이다.
만약 착실(著實;確實)한 곳에 도달한다면
바야흐로 趙州의 적심편편(赤心片片*)을 볼 것이다.
전고노(田厙奴*)는 곧 복당(福唐) 사람들이
사람을 욕하는 향토어로 '무의지(無意智)'와 비슷하다.
이 중이 "이것이 오히려 간택입니다"라고 하자
趙州가 "전고노야! 어느 곳이 간택이냐?" 하였다.
宗師의 眼目은 모름지기 여기에 이르러
金翅鳥가 바다를 가르며 용을 취해 삼키듯 해야 한다.


*關捩子; 사물의 긴요처. 
*捋虎鬚; 호랑이 수염 잡아채기. 위험한 행동, 모험적인 일에 비유함. 
*腳忙手亂; 당황하여 어찌 해야 좋을지 몰라하는 모양새. 
*赤心片片;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듯 한 절실한 마음. 

 

雪竇頌云。 설두(雪竇)의 송(頌)
 似海之深
   (是什麼度量。淵源難測。
   也未得一半在)
  如山之固
   (什麼人撼得。猶在半途)
 蚊虻弄空裏猛風
   (也有恁麼底。
   果然不料力。
   可殺不自量)
 螻蟻撼於鐵柱
   (同坑無異土。且得沒交涉。
   闍黎與他同參)
  揀兮擇兮
   (擔水河頭賣。
   道什麼趙州來也)
 當軒布鼓
   (已在言前一坑埋卻。
   如麻似粟
   打云。塞卻爾咽喉)
 바다 같이 깊고
   (이 무슨 도량인가. 연원<淵源>을 측량키 어렵구나.
   절반도 못얻고 있다.)
  산 같이 견고하거늘
   (뉘라서 흔들 수 있을까. 아직 절반쯤 와 있다.)
 문맹(蚊虻*)이 허공의 맹풍(猛風)을 희롱하고
   (이런 자도 있다니.
   果然 힘을 헤아리지 못하는구나.
   가히 너무 자기 역량을 모른다 하겠다.)
 누의(螻蟻*)가 철주(鐵柱)를 흔드는구나.
   (같은 구덩이에 다른 흙이 없으니, 무관하다.
   선생[설두]도 그와 같은 처지다.)
  揀이여 擇이여!
   (물을 져다가 강가에서 팔다니.
   무슨 말을 하는게냐. 조주가 오겠다.)
 당헌포고(當軒布鼓*)로세.
   (이미 말 하기 전에 한 구덩이에 묻혀 있음이
   부지기수다.
   옳커니, "네 목구멍을 막아버려라.")

*蚊虻; 모기와 등에. *螻蟻; 땅강아지와 개미. 둘 다 미약한 힘에 비유하는 말이다.
*當軒布鼓; 성문 처마에 걸린 북. 본래 소리[語言]가 없고 두드려야 소리를 낸다. 
揀擇이란 '본래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갈등을 일으키는 것'임을 의미한다. 

 

雪竇注兩句云。
似海之深如山之固。
僧云。此猶是揀擇。
雪竇道。
這僧一似蚊虻弄空裏猛風。
螻蟻撼於鐵柱。
雪竇賞他膽大。
何故此是上頭人用底。
他敢恁麼道。
趙州作不放他。便云。
田厙奴。什麼處是揀擇。
豈不是猛風鐵柱。
揀兮擇兮。當軒布鼓。
雪竇末後提起教活。
若識得明白。
十分爾自將來了也。
何故不見道。
欲得親切。莫將問來問。
是故當軒布鼓。
雪竇가 兩句를 注釋하여 이르되
「海의 深과 같고 山의 固와 같다」고 하였는데,
僧이 "이것이 오히려 揀擇이다"고 말한 것을
雪竇가 일러
「이 중이 蚊虻이 허공 속에 猛風을 희롱함과 같고
螻蟻가 鐵柱를 흔듬과 같았다」고 하였으니
雪竇가 그의 膽大함을 포상(褒賞)함이다.
어째서인가? 이것이 上頭人의 用底이기 때문이다.
그가 敢히 그렇게 말하는지라
趙州가 그를 놓아주지 않고 곧 이르기를
"田厙奴야! 어느 곳이 揀擇이냐?" 하였으니
어찌 이것이 猛風과 鐵柱가 아니겠는가.
「揀이여 擇이여! 當軒布鼓로세」는
雪竇가 마지막에 살아날 교훈[教活]을 提起한 것인데,
만약 明白히 識得한다면
완전히 너희 스스로 將來에 마칠 것이다.
왜냐? 이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는가?
「가까이 다가가려거든 질문을 가지고 묻지 말라」 하였다.
그러므로 當軒布鼓인 것이다.

*上頭人; 머리 위에 있는 사람. 윗 사람. 
*用底; 사용하는 밑바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