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신심명의 첫 구절 만을 간택하여 물은 것을 지적하며
오직 至道만이 唯我獨尊할 뿐 유무, 시비, 장단 따위 간택의 대상은 실존치 않음을 밝혔다.
垂示云。 | 수시(垂示) |
該天括地。越聖超凡。 百草頭上指出涅槃妙心。 干戈叢裏點定衲僧命脈。 且道承箇什麼人恩力。 便得恁麼。試舉看。 |
天地를 해괄(該括;包括)하고 凡聖을 초월하여 百草頭上*에서 열반의 妙心을 지적해 내고 干戈叢裏*에서 衲僧의 命脈을 점검하여 결정한다면, 말해보라. 그 어떤 사람의 恩力을 받아야 곧 그러해질 것인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
*百草頭上; 보통사람[百草;民草]의 머리 위. 즉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곳.
*干戈叢裏; 창과 방패의 숲속. 치열한 공방이 불꽃튀는 논쟁 속.
【五九】舉。 | 【五九】 조주(趙州)의 다만 이 지극한 도[只這至道] |
僧問趙州。 至道無難。唯嫌揀擇 (再運前來。道什麼。 三重公案) 纔有語言是揀擇 (滿口含霜) 和尚如何為人 (拶著這老漢。㘞) 州云。何不引盡這語 (賊是小人智過君子。 白拈賊。 騎賊馬趁賊) 僧云。某甲只念到這裏 (兩箇弄泥團漢。逢著箇賊。 垛根難敵手) 州云。只這至道無難唯嫌揀擇 (畢竟由這老漢。 被他換卻眼睛。 捉敗了也)。 |
중이 조주(趙州)에게 물었다. "至道는 無難하되 오직 揀擇만을 꺼린다니 (거듭 앞으로 몰아왔는데, 무슨 말이냐. 세 번 중복된 公案이다) 語言이 있기만 하면 揀擇일 터인데, (입안 가득 서리를 머금는다[滿口含霜]) 和尚은 어떻게 사람을 위하렵니까?" (이 老漢을 찔러갔다. 영차 영차.) "왜 이 語言을 다 인용하지 않느냐?" (도적이 小人이지만 智가 君子를 超過하니 백념적<白拈賊*>이다. 도적의 말을 타고 도적을 쫓다니.) "저는 생각이 여기까지만 이르렀습니다." (두 흙장난이나 하는 놈이 그 적을 만났으니 타근<垛根*>이 어려운 적수<敵手>다.) "다만 이 至道는 無難하되 오직 揀擇만을 꺼린다." (필경 이 老漢으로 말미암아 그가 眼睛이 바뀌는 일을 당하겠다. 패배해버렸구나.)。 |
*㘞; ①배의 밧줄을 당길 때 지르는 응원의 함성. ②힘쓰는 소리.
*白拈賊; 백주에 집어가는 도적. 물건을 훔치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도적.
*垛根; 한 곳에 머물러 있음.
허망한 경계에 빠져있거나 言句와 知解에 집착해 있음.
선가를 책망하는 말로 쓴다.
趙州道。只這至道無難唯嫌揀擇。 如擊石火似閃電光。 擒縱殺活。得恁麼自在。 諸方皆謂。趙州有逸群之辯。 |
趙州가 「只這至道無難唯嫌揀擇」라 말한 것은 마치 石火 튀기고 電光 번쩍이 듯 擒縱과 殺活에 그렇듯 자재함을 얻었으니 諸方이 모두 '趙州는 逸群의 辯才가 있다'고 하였다. |
趙州尋常示眾。有此一篇云。 至道無難唯嫌揀擇。 纔有語言。是揀擇。是明白。 老僧不在明白裹。 是汝等還護惜也無。 時有僧問云。既不在明白裏。 護惜箇什麼。 州云。我亦不知。 僧云。和尚既不知。 為什麼道。不在明白裏。 州云。問事即得。禮拜了退。 |
趙州는 보통 示眾 때 이 一篇이 있기에 "至道는 無難하되 오직 揀擇을 嫌惡하는지라 語言이 있기만 하면 揀擇이고 明白인 것이다. 老僧은 明白 속에 있지 않거니와, 너희는 아직 아끼는 것 아니냐?"고 했다. 때에 어느 중이 묻기를, "기왕 명백 속에 있지 않다면 그 무엇을 아끼고 소중히 여깁니까?" 하자, 조주는 "나도 모른다."고 하매, 중이 "和尚이 기왕 모르는데 어째서 명백 속에 있지 않다고 하십니까?" 하니, 조주는 "묻는 일은 그만 됐으니 절하고 가거라." 했다. |
後來這僧只拈他釁罅處去問他。 問得也不妨奇特。 爭奈只是心行。 若是別人奈何他不得。 爭奈趙州是作家。 便道何不引盡這語。 這僧也會轉身吐氣。 便道某甲只念到這裏。 一似安排相似。 趙州隨聲拈起便答。 不須計較。 古人謂之相續也大難。 他辨龍蛇別休咎。 還他本分作家。 |
後에 이 중이 틈새만 찝어내 그에게 물었으니 물음이 기특하여 마지 않기도 하나 다만 이것이 心行*인 것을 어쩌겠는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찌하지 못했겠지만 趙州는 作家인 것을 어찌하리오. 곧 "왜 이 말을 다 인용하지 않는 것이냐?" 하자, 이 중도 轉身하여 氣를 토할 줄 아는지라 곧 "제가 다만 생각이 이 속에 이르렀습니다." 했으니, 安排해 준 것이나 다름이 없는지라 趙州가 그 소리에 拈起하여 곧 답하고 달리 計較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古人이 일러 相續하기도 매우 어렵다고 하였거니와 그 龍蛇를 分辨하고 休咎(吉凶)을 分別하는 일은 저 本分作家의 몫이다. |
*흔하(釁罅); 釁이나 罅은 모두 過失, 갈라진 곳, 꿰맨 틈새를 뜻한다.
*心行; 마음의 행위. 순간순간 변하는 마음.
趙州換卻這僧眼睛。 不犯鋒鋩。不著計較。 自然恰好。 爾喚作有句也不得。 喚作無句也不得。 喚作不有不無句也不得。 離四句絕百非。 何故。若論此事。 如擊石火。似閃電光。 急著眼看方見。 若或擬議躊躇。 不免喪身失命。 躊躇(上音躊。下音除。 猶豫不進也)。 |
趙州가 이 중의 眼睛을 바꾸어버리되 칼끝을 범하지 않고 計較를 붙이지도 않아서 自然스럽고 알맞거니와, 너희가 구가 있다[有句]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하지도 못하며 있다고도 없다고도 하지 못하리니, 四句를 여의고 百非가 끊긴 것이다. 어째서냐? 이 일을 논하자면 石火 튀고 電光 번쩍이듯 급히 착안해서 살펴야 비로소 보려니와, 혹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는 喪身失命을 면치 못할 것이다. *躊躇(上音은 躊, 下音은 除이니, '猶豫하고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
雪竇頌云 | 설두(雪竇)의 송(頌) |
水灑不著 (說什麼太深遠生。 有什麼共語處) 風吹不入 (如虛空相似。硬剝剝地。 望空啟告) 虎步龍行 (他家得自在。不妨奇特) 鬼號神泣 (大眾掩耳。草偃風行。 闍黎莫是與他同參) 頭長三尺知是誰 (怪底物。何方聖者。 見麼見麼) 相對無言獨足立 (咄。縮頭去。放過一著。 山魈。放過即不可。便打) |
물을 뿌려도 묻지 않고 (무슨 太深遠生*을 말하며, 무슨 함께 말할 곳이 있느냐?) 바람을 불어도 들어가지 않으니, (마치 虛空과 같아서 끄떡도 하지 않거늘 허공에다 대고 啟告하는 것이다.) 범이나 용의 행보(行步)요 (他家가 自在를 얻다니 기특하여 마지 않다.) 귀신도 울고 갈 노릇이다. (大眾은 귀를 막아라. 초언풍행<草偃風行*>이다. 선생이 혹시 그와 同參한 것 아닌가?) 두장삼척(頭長三尺)*이 누구라고 아느냐? (괴이한 물건이다. 어느 방면의 聖者냐? 보는가 보는가?) 상대하여 말 없이 외발로 서있다. (쯧쯧! 움츠러드니 한 수 봐주겠지만 산소<山魈*>라면 봐줄 수 없다. 곧 후려치다.) |
*太深遠生; 너무 深遠한 것.
*硬剝剝地; 사물의 견고함을 형용하는 말.
*草偃風行; 風行草偃. '윗사람이 덕으로 백성을 교화함'에 비유한 표현.
*莫是; 설마 ...란 말인가. 아마, 혹시.
*頭長三尺; 《文獻通考》에 기재된 바 비건국(毗骞国;고대 동남아의 나라명)의 王은
身長이 一丈二尺이고, 頭長이 三尺인데 천만 년에도 죽지 않는다 했는데,
이를 가져다 '괴이한 모습의 죽지 않는 왕,
즉 범부의 안목으로 헤아릴 수 없는 常住하시는 佛陀'에 비유한 것이다.
*咄; [歎] ①'꾸짖는 호통'을 表示 ②'몹시 애석함'을 表示
*山魈; 전설 속의 산에 사는 괴물.
水灑不著。風吹不入。 虎步龍行。鬼號神泣。 無爾啗啄處。 此四句頌趙州答話 大似龍馳虎驟。 這僧只得一場懡㦬。 非但這僧。直得鬼也號神也泣。 風行草偃相似。 末後兩句。可謂一子親得。 頭長三尺知是誰。 相對無言獨足立。 不見僧問古德。如何是佛。 古德云。頭長三尺頸長二寸。 雪竇引用。 未審諸人還識麼。 山僧也不識。 雪竇一時脫體畫卻趙州。 真箇在裏了也。 諸人須子細著眼看。 |
「水灑不著。風吹不入。 虎步龍行。鬼號神泣。」라 했는데, 너희가 쪼아볼 데가 없거니와, 이 四句는 趙州의 答話가 龍虎馳驟*와 매우 흡사하다고 송한 것이다. 이 僧이 한 바탕 마라(懡㦬;慚愧)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僧만이 아니라 곧 귀신도 울고 갈 지경이었으니 바람이 불자 풀이 눕는 것과 같았다. 末後의 兩句는 可히 一子親得*이라 하겠다. 「頭長三尺知是誰。 相對無言獨足立。」이라 했는데, 보지 못했는가. 僧이 古德에게 물어 "如何是佛?" 하니, 古德이 "頭長이 三尺이요 頸長이 二寸이다" 한 것을 雪竇가 引用한 것이다. 未審커라 여러분은 도리어 아는가? 山僧도 모른다. 雪竇가 一時에 趙州를 통째로 그리되 진짜가 그 속에 있게 했으니, 여러분은 모름지기 子細히 著眼하여 볼지어다. |
*龍馳虎驟; 龍虎가 馳驟(치달리다)하다. 羣雄逐鹿.
群雄이 제왕의 자리를 쟁탈하기 위해 다투는 것.
*一子親得; '父母의 마음은 오직 친자식만이 안다' 즉 「지음(知音)」에 비유한 말이다.
*古德; 〈五燈會元〉 瑞州洞山良价悟本禪師 章에
「僧却問 如何是沙門行 師曰 頭長三尺 頸長二寸」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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