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名]은 거짓 세워진 칭호일 뿐 본체는 원래 이름이 없다. 따라서 혜연(惠然)을 혜적(惠寂)이라 불렀다 하여 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적 또는 혜연이라 불리는 主客, 自他의 경계는 歷然하다. |
垂示云。 | 수시(垂示) |
掀天關翻地軸。 擒虎兕辨龍蛇。 須是箇活鱍鱍漢始得。 句句相投機機相應。 且從上來什麼人合恁麼。 請舉看。 |
天關을 뒤흔들고 地軸을 뒤엎으며, 虎兕를 잡고 龍蛇를 分辨하는데는 모름지기 어떤 活鱍鱍漢이라야 하거니와, 句句가 相投하고 機機가 相應하기에는 예로부터 누가 이에 附合했는지 (*且는 發語詞) 다음의 예를 살펴보기 바란다. |
【六八】舉。 | 【六八】 앙산문삼성(仰山問三聖) |
仰山問三聖。 汝名什麼 (名實相奪。勾賊破家) 聖云。惠寂 (坐斷舌頭。攙旗奪鼓) 仰山云。惠寂是我 (各自守封疆) 聖云。我名惠然 (鬧市裏奪去。彼此卻守本分) 仰山呵呵大笑 (可謂是箇時節。 錦上鋪花。 天下人不知落處。 何故土廣人稀。 相逢者少。 一似巖頭笑。 又非巖頭笑。 一等是笑。 為什麼卻作兩段。 具眼者始定當看)。 |
仰山이 三聖에게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名實相奪*이요, 勾賊破家*다.) 三聖이 "혜적(惠寂)입니다" 하는지라 (말문을 막아버리고 기선을 제압한다.) 仰山이 "惠寂은 나다."고 하자 (각자 자기 경계를 지킨다.) 聖이 "제 이름은 혜연(惠然)입니다." 하니 (혼잡에서 벗어나 彼此가 本分을 지킨다.) 仰山이 껄껄 크게 웃었다. (어떤 경지에 이르렀음[시절]이라 할만 하다. 錦 위에 꽃을 수놓았건만 天下人은 落處를 모른다. 어째서 땅은 넓은데 사람은 드물어서 뜻에 부합하는 자[相逢者]가 적을까? 巖頭의 웃음과 똑 같기도 하고 巖頭의 笑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一等가는 것은 이 笑이거늘 무엇 때문에 이거다 저거다 하리오? 具眼者라야 비로소 합당하게 보리라.) |
"네 이름이 무엇이냐"와 "혜적입니다"는 쌍방이 「收」를 행함 즉 雙收요, "혜적은 나다"와 "제 이름은 혜연입니다"는 쌍방이 「放」을 행함 즉 雙放이며, 이러한 대담을 「互換之機」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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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實相奪; 名과 實이 서로 충돌하다. *勾賊破家; 도적을 끌어들여 집안을 파산시키다. |
三聖是臨濟下尊宿。 少具出群作略。 有大機有大用。 在眾中。昂昂藏藏。名聞諸方。 後辭臨濟。遍遊淮海。 到處叢林。皆以高賓待之。 |
三聖은 臨濟下의 尊宿인데 어려서부터 出群의 作略을 갖췄으며 大機가 있고 大用도 있어서 대중 가운데서 昂昂藏藏*하기로 諸方에 소문났다. 後에 臨濟와 작별하고 淮海를 두루 다녔는데 到處의 叢林이 다 高賓으로 대우했다. |
自向北至南方。 先造雪峰便問。 透網金鱗。 未審以何為食。 峰云。待汝出網來。即向汝道。 聖云。一千五百人善知識。 話頭也不識。 峰云。老僧住持事繁。 |
北에서 출발하여 南方에 이르자 먼저 雪峰에게 가서(造*) 곧 물었다. "그물(網)을 벗어난 금물고기[金鱗]는 무엇으로 먹거리를 삼습니까?" 雪峰이 "네가 網을 벗어나거든 말해주마." 하매 三聖이 "1.500人의 善知識이 話頭도 모르시네." 하자 雪峰이 "老僧은 住持하는 일이 많다." 하였다. |
峰往寺莊。路逢獼猴。 乃云。 這獼猴各各佩一面古鏡。 聖云。歷劫無名。 何以彰為古鏡。 峰云。瑕生也。 聖云。一千五百人善知識。 話頭也不識。 峰云。罪過。老僧住持事繁。 |
雪峰이 寺莊을 가다가 길에서 원숭이를 보고서 이내 말했다. "저 원숭이도 저마다 하나의 古鏡*을 지녔다." 三聖이 "劫을 지내는 동안 이름도 없는데 무엇으로 表彰하여 古鏡을 삼겠습니까?" 하매 峰이 "허물이 생겼구나." 하자 聖이 "1,500인의 善知識이 話頭도 모르시네요." 하니 峰은 "罪過로다. 老僧은 住持事가 많다," 하였다. |
*昂昂藏藏; 昂藏(기개가 드높다. 위풍당당하다.)의 정도를 강조한 표현. *造; 여기서는 「至、到達」의 뜻. *古鏡; 古는 本來所有의 의미요, 鏡은 일체만물을 차별없이 평등히 비추니, 禪宗에서는 이로써 「佛性」에 비유한다. |
後至仰山。 山極愛其俊利。 待之於明窗下。 一日有官人來參仰山。 山問。官居何位。 云推官。 山豎起拂子云。 還推得這箇麼。 官人無語。眾人下語。 俱不契仰山意。 時三聖病在延壽堂。 仰山令侍者持此語問之。 聖云。和尚有事也。 再令侍者問未審有什麼事。 聖云。再犯不容。 仰山深肯之。 |
後에 仰山으로 가니 앙산이 그의 영리함을 극진히 아껴 좋은 자리(밝은 창밑)를 내주며 대우했다. 히루는 어떤 官人이 와서 仰山을 참례하자 앙산이 물어 "관직은 어떤 지위인가?" 하니 "추관(推官*)입니다." 하였는데, 앙산이 拂子를 세워 들고서 "이것도 추정(推定)하는가?" 하였다. 官人은 말이 없었고, 여러 사람이 답했으나 모두 仰山의 뜻에 맞지 않았다. 그때 三聖은 병이 들어 연수당(延壽堂*)에 있었는데 仰山이 侍者를 시켜 이 말을 물어보게 했더니 삼성이 "和尚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하는지라 다시 시자더러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이냐고 묻게 하자 삼성은 "거듭 범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하니 앙산이 깊이 긍정하였다. |
*推官; 唐代의 官名으로 節度使나 觀察使 등의 관료, 즉 是非를 推定하는 檢察官을 말한다. *延壽堂; 병든 승려가 병을 치료하고 휴양하는 곳으로 延壽院, 延壽寮, 將息寮, 省行堂, 重病閭(閣), 涅槃堂, 無常院(堂)이라고도 한다. |
百丈當時。以禪板蒲團付黃檗。 拄杖拂子付溈山。 溈山後付仰山。 仰山既大肯三聖。 聖一日辭去。 仰山以拄杖拂子付三聖。 聖云。某甲已有師。 仰山詰其由。 乃臨濟的子也。 |
百丈當時에 禪板과 蒲團을 黃檗에게 부촉하고, 황벽은 拄杖과 拂子를 溈山에게 부촉하고, 溈山은 後에 仰山에게 부촉했으며, 仰山은 기왕 三聖을 크게 긍정하였기에 삼성이 하루는 작별인사를 하자 仰山이 拄杖과 拂子로 三聖에게 부촉하려 하였다. 三聖이 "저에게는 이미 스승이 있습니다." 하매 仰山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바로 臨濟의 的子였던 것이다. |
只如仰山問三聖。 汝名什麼。 他不可不知其名。 何故更恁麼問。 所以作家。要驗人得知子細。 只似等閑。問云。汝名什麼。 更道無計較。 何故三聖不云惠然。 卻道惠寂。 看他具眼漢。自然不同。 三聖恁麼。又不是顛。 一向攙旗奪鼓。 意在仰山語外。 此語不墮常情。 難為摸索。 這般漢手段。卻活得人。 所以道。他參活句。 不參死句。 若順常情。則歇人不得。 |
仰山이 三聖에게 다만 이렇게 물어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였는데 그가 그의 이름을 모를리 없거늘 무슨 까닭에 다시 이렇게 묻는가? 그래서 作家가 사람을 시험해 子細히 알고자 하여 건성으로 하듯이 "이름이 무엇이냐?" 한 것을 다시 말해 '計較가 없다'고 한 것이다. 어째서 三聖은 惠然이라 하지 않고 도리어 惠寂이라 했을까. 저 具眼漢을 보건대 自然히 남다르다. 三聖이 그리한 것은 더욱이 顛倒가 아니라 한결같이 攙旗奪鼓*하여 意圖가 仰山의 말(語) 바깥에 있어서 이 말은 常情에 떨어지지 않았는지라 摸索하기가 어렵거니와 이런 자의 手段은 도리어 사람을 살려내기에 그래서 '그가 活句를 參하고 死句를 參하지 않았다' 하는 것이니, 만일 常情을 따른다면 사람을 쉬게 하지 못하리라. |
看他古人念道如此。 用盡精神。始能大悟。 既悟了用時還同未悟時人相似。 隨分一言半句。不得落常情。 三聖知他仰山落處。 便向他道。我名惠寂。 仰山要收三聖。 三聖倒收仰山。 仰山只得就身打劫道。 惠寂是我。是放行處。 三聖云。我名惠然。亦是放行。 所以雪竇後面頌云。 雙收雙放若為宗。 只一句內一時頌了。 |
저 古人의 생각과 말이 이러함으로 보아 온 精神을 다 써야 비로소 大悟하려니와, 기왕 깨달아 마치고서 적용할 때는 깨닫지 못했을 때의 사람처럼 돌아와 분수에 맞춰 一言半句도 常情에 떨어지지 않았다. 三聖이 仰山의 落處를 알고서 곧 그에게 "제 이름은 惠寂입니다." 하였으니 仰山이 三聖을 收하려 했으나 三聖이 거꾸로 仰山을 收해버린 셈이다. 仰山이 就身打劫*할 수 밖에 없어 "惠寂은 나다" 하였는데, 이는 放行處인 것이요, 三聖이 "제 이름은 惠然입니다." 한 것도 放行이다. 그래서 雪竇가 後面에 頌하기를 「雙收雙放이 어찌 宗이 되리오」라 하여 다만 이 一句 안에서 一時에 頌해 마쳤다. |
*攙旗奪鼓; 깃발을 섞고 북을 빼앗다. 적진 깊숙히 쳐들어가 지휘부를 점령함을 뜻한다. 攙은 ①牽挽、扶持 ②雜入、混合. *就身打劫; 온 몸으로 겁탈해 가다. 온 힘을 다해 용맹히 싸워나아감을 뜻한다. |
仰山呵呵大笑。 也有權有實。也有照有用。 為他八面玲瓏。 所以用處得大自在。 這箇笑與巖頭笑不同。 巖頭笑有毒藥。 這箇笑。千古萬古。 清風凜凜地。 |
仰山의 呵呵大笑는 有權有實하고 有照有用하기도 하여 그를 八面에 玲瓏케 하였기에 그래서 사용에 몹시 자재하게 되었다. 이런 웃음은 巖頭의 웃음과 달라서 巖頭의 웃음에는 毒藥이 있지만 이런 웃음은 千古萬古에 清風이 凜凜할 경지이다. |
雪竇頌云。 | 雪竇頌云。 |
雙收雙放若為宗 (知他有幾人。 八面玲瓏。 將謂真箇有恁麼事) 騎虎由來要絕功 (若不是頂門上有眼肘臂下有符。 爭得到這裏。 騎則不妨。 只恐爾下不得。 不是恁麼人。爭明恁麼事) 笑罷不知何處去 (盡四百軍州覓恁麼人。也難得。 言猶在耳。千古萬古有清風) 只應千古動悲風 (如今在什麼處。咄。 既是大笑。 為什麼卻動悲風。 大地黑漫漫) |
雙收와 雙放이 어떻게 宗이 되는가 (그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리오만 어디로 보나 창랑히 빛이 나는지라 나중에는 진짜 그런 일이 있다고 하리라) 호랑이 타기란 원래 절묘한 신공에서 비롯된다. (頂門에 눈 있고 팔꿈치 밑에 부적 있지 않다면 어찌 그 속에 이르리오. 타는 것이야 어쩌지 못하겠으나 그대가 내려오지 못할까 두렵구나. 이런 사람이 아니면 어찌 이런 일을 밝히리오.) 저 웃음의 끝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매 (온 四百軍州*에 그런 사람 찾아도 얻기 어렵다. 말이 귓전을 맴돌아 千古萬古에 신선함이 있다) 그저 千古에 서글픔만 흩날리는구다. (지금 어디에 있더냐. 쯧쯧。 기왕 이것이 큰 웃음이라면 어째서 도리어 悲風을 일으켜 大地를 암흑천지로 만든단 말인가.) |
*四百軍州; 四百州. 송나라 온 땅. |
雙收雙放若為宗。 放行互為賓主。 仰山云。汝名什麼。 聖云。我名惠寂是雙放。 仰山云。惠寂是我。 聖云。我名惠然是雙收。 其實是互換之機。 收則大家收。放則大家放。 雪竇一時頌盡了也。 他意道。若不放收。 若不互換。 爾是爾我是我。 都來只四箇字。 因甚卻於裏頭。 出沒卷舒。 古人道。爾若立我便坐。 爾若坐我便立。 若也同坐同立。 二俱瞎漢。 此是雙收雙放。可以為宗要。 |
「雙收雙放若為宗」이라 했는데, 放을 行함에 서로 賓主가 되어 仰山은 "汝名什麼"라 하고 三聖은 "我名惠寂"이라 하니 雙放이요, 仰山은 "惠寂是我"라 하고 三聖은 "我名惠然"이라 하니 雙收이지만 其實은 互換之機여서 收는 곧 大家*의 收요, 放은 곧 大家의 放이라고 雪竇는 一時에 頌을 다해 마쳐버렸거니와, 그의 意道는 만일 放과 收를 하지 않고 互換하지도 않는다면 너는 너고 나는 나여서 모두가 다만 네 글자로 돌아갈 뿐이거늘 무엇으로 인해 그 안[裏頭*]에서 出沒하고 卷舒하겠느냐는 것이다. 古人이 말하기를 "네가 서면 나는 곧 앉고 네가 만약 앉으면 나는 곧 설 것이다" 했으니, 같이 앉고 같이 선다면 두 사람 모두 瞎漢인 것이라 이것이 雙收雙放으로 宗要를 삼을만 한 것이다. |
*大家; 賓主 즉 仰山과 三聖을 아울러 지칭한 표현. *裏頭; 事物의 內部. |
騎虎由來要絕功。 有如此之高風最上之機要。 要騎便騎。要下便下。 據虎頭亦得。 收虎尾亦得。 三聖仰山。二俱有此之風。 笑罷不知何處去。 且道他笑箇什麼。 直得清風凜凜為什麼。末後卻道。 只應千古動悲風。 也是死而不弔。 一時與爾注解了也。 爭柰天下人啗啄不入。 不知落處。 縱是山僧。也不知落處。 諸人還知麼。 |
「騎虎는 요긴한 絕功에서 비롯된다」는 이와 같은 高風과 最上의 機要가 있어야 타고자 하면 타고, 내리고자 하면 곧 내려서 虎頭를 점거해서도 얻고, 虎尾를 거두어서도 얻으려니와 三聖과 仰山 둘 다 이런 風貌가 있다는 것이다. 「웃음의 끝이 어디일지 모른다」고 했는데, 자 말해보라. 그가 그 무엇을 웃은 것이며, 정녕 清風凜凜했다면 어째서 末後에 도리어 「다만 따라 千古에 悲風을 動케 했다」 했겠는가? 이야말로 죽었으되 弔慰하지 않을 일이라고 一時에 너희에게 注解해 준 것인데 天下人은 씹어도 삼키지 못하고 落處도 모르는 것을 어쩌겠는가. 설령 山僧이라 할지라도 落處를 모르거니와 여러분은 아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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