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칙] 천녀리혼(倩女離魂) _천랑(倩娘)의 몸 떠난 혼(魂) |
五祖問僧云。 倩女離魂。那箇是真底。 |
오조(五祖) 법연(法演)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천녀리혼(倩女離魂)인댄 어떤 것이 진짜냐?" |
無門曰。 若向者裏悟得真底。 便知出殼入殼。 如宿旅舍。 其或未然。切莫亂走。 驀然地水火風一散。 如落湯螃蠏七手八脚。 那時莫言。不道。 |
무문(無門)이 말했다. 그 속을 향해 참된 저의(底意)를 깨닫는다면 쉽게 (오온<五蘊>) 껍데기에 들고 나는 일이 여관방에 투숙하는 것과 같음을 알려니와, 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절대 어지러히 쫓아다니지 말라. 갑자기 지수화풍(地水火風)이 한 번 흩어지면 끓는 물에 던져진 꽃게 팔다리 허우적대는 꼴이 되리니, 그때에 이르러 말해주지 않았다고 하지 말아라. |
頌曰。 | 게송으로, |
雲月是同 溪山各異 萬福萬福 是一是二 |
구름이나 달이나 마찬가지인데 머무는 계곡과 산은 각각 다르다. 만 가지 복이 만복(萬福)이라면 이것이 하나인가, 둘인가? |
*倩女離魂; 진현우(陳玄祐)가 쓴 〈離魂記〉에 나오는 재상(宰相) 장일(張鎰)의 고사(故事).
元代에 작가 정광조(鄭光祖)가 이를 개편하여 雜劇 〈倩女離魂〉을 만들었고,
明代 탕현조(湯顯祖)의 〈牡丹亭〉도 이 〈천녀리혼〉의 영향을 받았다.
「형주(衡州) 관리 장일(張鎰)의 막내딸 장천랑(張倩娘)은 어려서부터 부친이
그녀의 외종사촌 왕주(王宙)와 짝지어 주려 하였기에 둘이 서로 사랑하게 되었는데,
후에 장일이 후회하며 왕주가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에 오르면 혼인을 허락하겠다 하니,
왕주는 과거를 보러 장안으로 갔다.
가다가 산골마을에 이르러 밤중에 인기척이 있어 살폈더니 바로 천랑인지라
그날 밤 서로 정분을 나누고 자식 둘을 낳으며 함께 살았다.
5년 뒤에 천랑이 부모를 그리워하므로 용기를 내 형주로 돌아가 천랑은 배에 남겨두고
왕주 혼자서 먼저 장일에게 가서 그간의 사정을 얘기하고 용서를 구하자,
장일이 크게 꾸짖어 "천랑이 병석에 누운지 수년인데 무슨 그런 험한 소리냐?" 하였다.
왕주가 "배에 가보십시요." 하는지라 장일이 사람을 시켜 확인케 하니,
그가 돌아와 천랑이 와서 배에 있더라고 보고하였다.
그 말을 듣고 누워 있던 천랑이 기뻐하며 밖으로 뛰쳐나가 배 안의 천랑과
합위일체(合為一體)가 되었다.」
원래 왕주와 정을 나눈 여인은 「倩娘의 靈魂」이었고,
「倩娘의 肉體」는 장일의 집 문밖을 나간 적 없이 병상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정을 나누고 두 아이를 낳으면서 5년을 살아온 그녀가 진짜인가,
그 동안 꼼짝하지 않고 병석에만 누워있었던 그녀가 진짜인가?
이 설화의 숨은 뜻은 무엇인가?
영가(永嘉)대사의 〈證道歌〉에
「그대는 아는가?
학업을 마쳐 할 일이 없는 한가한 도인은 망상도 제하지 않고 진실도 구하지 않나니,
무명(無明)과 실성(實性)이 곧 불성(佛性)이요, 허깨비 텅 빈 몸이 곧 법신(法身)이라
법신을 깨달아 본들 아무 것도 없으려니와, 본원(本源)의 자성(自性)이 천진한 부처[天真佛]니라.
(君不見。絕學無為閒道人。不除妄想不求真。無明實性即佛性。幻化空身即法身。
法身覺了無一物。本源自性天真佛。) 」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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