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칙] 건봉일로(乾峯一路) _건봉화상의 외길 |
乾峯和尚因僧問。 十方薄伽梵。 一路涅槃門。 未審路頭在甚麼處。 峯拈起拄杖。劃一劃云。 在者裏。 後僧請益雲門。 門拈起扇子云。 扇子?跳。上三十三天。 築著帝釋鼻孔。 東海鯉魚打一棒。 雨似盆傾。 |
어떤 스님이 건봉(乾峯*)화상에게 묻기를, "시방의 부처님[薄伽梵]들께서 다 열반문(涅槃門)으로 가시는데, 그 노정(路程)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자, 건봉은 주장자를 집어들어 허공에 한 획을 긋고서 "이 속이다." 하였다. 훗날 그 스님이 이 일로 운문(雲門)에게 청익(請益)했더니, 운문은 부채를 집어들고 말했다. "이 부채가 33천(天) 위로 뛰어올라 제석(帝釋)의 콧구멍[鼻孔]을 치고。 동해(東海)의 잉어를 한 방(棒) 때리면 비가 물동이 기울인 듯 퍼붓는다." |
*乾峯; 越州乾峯和尚(洞山良价 法嗣)
《首楞嚴經》卷五에
「자심(自心)에서 자심을 취하면 환 아닌 것[非幻]이 환법(幻法)이 되거니와,
취하지 않으면 비환(非幻)이 없을 것이라 비환(非幻)도 오히려 생기지 않을 터인데,
환법이 어찌 성립하겠느냐?
이것을 묘연화(妙蓮華) 금강왕보각(金剛王寶覺)의 환과 같은 삼마제[如幻三摩提]라 하거니와,
탄지경(彈指頃)에 무학(無學)을 초월하는 것이라 이 아비달마(阿毘達磨;大法)로써
시방의 부처님들이 다 열반문(涅槃門)으로 가시느니라.」고 하신 重頌의 구절을 인용한 공안으로,
「건봉일획(乾峰一劃)」이라고도 한다.
無門曰。 一人向深深海底。 行簸土揚塵。 一人於高高山頂。 立白浪滔天。 把定放行各出一隻手。 扶竪宗乘。 大似兩箇馳子相撞著。 世上應無直底人。 正眼觀來。 二大老總未識路頭在。 |
무문(無門)이 말했다. 한 사람은 깊고 심해(深海) 바닥에서 흙을 일어 먼지 거르기[簸土揚塵]를 행하고, 한 사람은 높은 고산(高山) 꼭대기에서 흰 파도가 하늘에 닿게 하기[白浪滔天]를 작정하고서, 파정(把定)과 방행(放行)의 각 일척수(一隻手*)를 내밀어 종승(宗乘)을 붙들어 세웠으니, 양쪽에서 달리는 사람이 서로 맞부디친 것과 똑 같다. 세상에는 응당 그 바닥까지 가본 사람이 없으려니와, 정안(正眼)으로 살펴본다면 두 대노(大老)가 다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 것이다. |
*一隻手; 「一隻眼」과 유사한 표현. 진리를 건네주는 제3의 손.
頌曰。 | 게송으로 |
未舉步時先已到 未動舌時先說了 直饒著著在機先 更須知有向上竅 |
걸음을 내딛기 전에 이미 도착하고, 혀를 놀리기 전에 말을 마쳐버렸으니, 족히 한 수 한 수마다에 기선(機先*)이 있을 뿐더러 다시 향상(向上)의 규(竅*)도 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
*機先; 사전의 조짐. 선림에서는 '分別情識이 아직 起動하기 前',
'天地가 아직 열리기 전'의 의미로 쓰인다.
*竅; 穴. 사물의 중추적 핵심부분.
從上佛祖垂示機緣。 據欵結案。 初無剩語。 揭翻腦蓋。露出眼睛。 肯要諸人直下承當 不從他覓。 若是通方上士。 纔聞舉著。便知落處。 了無門戶可入。 亦無階級可升。 掉臂度關。不問關吏。 |
위로부터 불조(佛祖)들께서 기연(機緣)을 펼쳐 보이시어 거관결안(據欵結案*)하심에는 애당초 쓸데없는 말 필요없이 뒤통수를 때려 눈알이 튀어나오게 하셨으니, 그저 여러분들은 곧바로 뛰어들어서 다른 데서 찾지 말기 바란다. 만약 그 방면에 통달한 위인이라면 잠깐만 듣고 착안하여 금방 그 요지를 알아채서 무문(無門)의 집에 들어가고 또 더 높은 계급이 없는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문지기에게 묻지 않고서도 활개치며 관문을 지나리라. |
豈不見玄沙道。 無門解脫之門。 無意道人之意。 又白雲道明明知道。 只是者箇為甚麼。透不過。 恁麼說話。也是赤土搽牛嬭。 若透得無門關。 早是鈍置無門。 若透不得無門關。 亦乃辜負自己。 所謂涅槃心易曉。 差別智難明。 明得差別智。 家國自安寧。 |
어찌 보지 못했는가? 현사(玄沙)가 말하기를, "무문(無門)이 해탈의 문(門)이요, 무의(無意)가 도인(道人)의 뜻[意]이다" 하였고, 또 백운(白雲)화상은 "빤히 보인다면서 다만 이것을 어째서 투득하지 못하는가?" 하였다. 이런 얘기야말로 적토차우내(赤土搽牛嬭*)인 셈이다. 만약 무문의 관문을 투득하면 일찌감치 무문을 멍청이로 만들어버릴 것이요, 무문의 관문을 투득하지 못하면 또한 마침내 자기를 저버리게 될 것이니, 소위 열반심(涅槃心;根本智)은 밝히기 쉽지만 차별지(差別智)는 밝히기 어렵거니와, 차별지(差別智)가 밝아지면 집안과 나라가 저절로 안녕(安寧)하다는 것이다. |
*赤土搽牛嬭; 우내(牛嬭)는 '설익은 감'을 말한다. '붉은 흙을 우내에 바른다'는 것은
'초나라 사람이 설익은 감에 붉은 황토를 발라서 속여 팔았다'는 고사를 인용한 말이다.
旹紹定改元解制前五日。 楊岐八世孫無門比丘慧開謹識。 |
소정개원(紹定改元;1228) 해제(解制)를 5일 앞두고. 양기(楊岐)파 8세손 무문(無門)비구 혜개(慧開)가 삼가 쓰다. |
無門關 卷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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