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宗無門關

[무문관] 후기(後記) 및 안만(西湖安晚)거사의 제49칙

碧雲 2022. 2. 14. 20:10

 

禪箴 선잠(禪箴;禪要,警戒文)

 

循規守矩。無繩自縛。

縱橫無礙。外道魔軍。
存心澄寂。默照邪禪。
恣意忘緣。墮落深坑。

惺惺不昧。帶鎖擔枷。
思善思惡。地獄天堂。
佛見法見。二銕圍山。
念起即覺。弄精魂漢。
兀然習定。鬼家活計。

進則迷理。退則乖宗。

不進不退。有氣死人。
규범을 쫓아 준수하는 것은
오랏줄 없는데 스스로 얽매이는 것이요,
종횡으로 거침이 없으면 외도마군(外道魔軍)이며,
마음을 두어 고요히 하면 묵조사선(默照邪禪*)이고,
뜻대로 맡겨서 인연을 잊는 것은
깊은 구렁텅이에 떨어지는 것이요,
또렷하여 어둡지 않음은 쇠고랑 차고 칼을 메는 것이며,
선(善)을 생각하고 악(惡)을 생각함은 지옥과 천당이요,
불견(佛見*)과 법견(法見*)은 두 개의 철위산(銕圍山)이며,
망념이 일자 곧 깨달으면 농정귀(弄精魂*) 같은 놈이요,
올연(兀然)히 정(定)을 익히는 것은
귀신 집에서 살궁리하는 것이며,
나아간 즉 이치를 미혹하고,
물러선 즉 종취(宗趣)에 어긋나는 것이며,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않으면 기가 죽은 사람이다. 
且道如何履踐。
努力今生須了却。
莫教永劫受餘殃。
자 말해보라. 어떻게 실천해야 하겠는가?
노력하여 금생에 반드시 마쳐버려서
영겁(永劫)토록 남겨진 재앙을 받게 하지 말지어다. 

*默照邪禪; 默照禪은 宋代 曹洞宗의 宏智正覺禪師가 주창한 禪風이다.
默은 沈默하며 오롯이 坐禪만 하는 것이고, 照는 지혜로 본래 청정한 영(靈)을 관조하여
心性을 아는 것이니, 實相이 곧 無相의 相이요, 真心이 곧 無心의 마음이며,
真得이 곧 無得의 得이요, 真用이 곧 無用의 用임을 바르게 깨달아 아는 것이므로
「앉아서 텅 비운채 사려를 다함(坐空塵慮)」으로써 默然한 靜照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면서
꼼짝않고 坐定하여 大悟를 기약하지도 않고, 오로지 얻을 바도 없고 깨달을 것도 없다는 태도로
坐禪만 해왔다. 이 禪風을 동시대 임제종의 大慧宗杲선사가 맹렬히 비난하여
그 禪法은 묵조의 요사한 禪[默照邪禪], 또는 일 없는 선[無事禪],
枯木이나 불기 없는 재 같은 禪이라고 폄하했다. 

*佛見; ①부처에 대해 집착된 견해 ②부처의 바른 知見
*法見; 하나의 법에 집착하여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고 하는 견해.
*弄精魂漢; 쓸데없이 精神과 心思를 낭비하는 놈. 

 

黃龍三關 황룡삼관(黃龍三關) _황룡(黃龍*)선사의 세 관문 

*黃龍; 隆興府黃龍慧南禪師(石霜楚圓 法嗣)

我手何似佛手。
摸得枕頭背後。
不覺大笑呵呵。
元來通身是手。
내 손이 왜 부처님 손[佛手] 같은가?
베개 밑을 더듬어 얻으라니,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하하 웃노라.
원래 온몸이 손이라네. 
我脚何似驢脚。
未舉步時踏著。
一任四海橫行。
倒跨楊岐三脚。
내 다리가 왜 나귀 다리[驢腳] 같은가?
발걸음 내딛기도 전에 밟았다니,
사해(四海)를 횡행(橫行)하도록 맡겨 두겠지만
양기삼각(楊岐三脚*)을 거꾸로 걸터 앉았구나. 
人人有箇生緣。
各各透徹機先。
那吒折骨還父。
五祖豈藉爺緣。
佛手驢脚生緣。
非佛非道非禪。
莫怪無門關險。
結盡衲子深冤。
사람 사람마다 생연(生緣)이 있다.
저마다 기선(機先)을 투철히 하여
나타(那吒*)도 뼈를 잘라서 부친에게 돌려드렸거늘,
오조(五祖)가 어찌 아비의 연을 짓밟았으리오?
부처 손[佛手]과 나귀 다리[驢脚]와 생연(生緣)은
부처도 아니고 도(道)도 아니고 선(禪)도 아니니,
무문관(無門關)이 험(險)함을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온 납자(衲子)들과 깊은 원수를 맺을 것이다. 

 

 瑞巖近日有無門
 掇向繩床判古今
 凡聖路頭俱截斷
 幾多蟠蟄起雷音
 서암사(瑞巖寺)에 요사이 무문(無門)이 있기에
 승상(繩床;法坐)을 훔쳐다가 고금(古今)을 판결하여
 범(凡)과 성(聖)의 길목이 다 절단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반칩(蟠蟄*)들이 괴성을 지르겠습니까? 
請無門首座。立僧山偈奉謝。
紹定庚寅季春無量(宗壽)書。
무문수좌께 청하여 소승이 산게(山偈*)를 지어 감사 올립니다.
소정(紹定) 경인년 늦은 봄에 무량(無量;宗壽*)이 씀. 

*楊岐三脚; 臨濟宗 楊岐派의 開祖인 楊岐方會禪師(石霜楚圓의 法嗣)는
「어떤 스님이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하고 묻자,
"다리 셋 달린[三脚] 나귀가 엇박자로 뛰는 것이다."고 하였다.
(問。如何是佛。師曰。三脚驢子弄蹄行。)」
*那吒; 那吒太子(Nalakūvara). 佛法을 護持하고 國界와 國王을 守護하는 善神으로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多聞天王)의 다섯 太子 중 하나이다.
那吒는 일찍이 살점을 떼어 모친에게, 뼈를 잘라 부친에게 돌려드렸는데,
후에 본래의 몸으로 돌아왔고 대신통을 굴려 부모에게 설법하였다 한다.
*蟠蟄; 칩거(蟄居), 은거(隱居), 은거한 수행인.
*山偈; 스님들이 읊조리는 게송.
*宗壽; 南宋 臨濟宗 大慧派僧 無量壽禪師(秀巖師瑞의 法嗣).
明州(浙江鄞縣) 瑞巖寺 住持. 〈入眾日用清規〉를 저술하였다. 

 

발문(跋文*)

 

達磨西來。不執文字。
直指人心。見性成佛。
說箇直指。已是迂曲。
更言成佛。郎當不少。
既是無門。因甚有關。
老婆心切惡聲流布。
無庵欲贅。一語又成四十九則。
其間些子誵訛。
剔起眉毛薦取。
달마가 서래(西來)하여 문자를 의지하지 않고
사람 마음을 직지(直指)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케 하였으니,
이 직지를 말했다 하면 이미 우곡(迂曲)인 것이요,
더욱이 성불을 말한다는 것은 낭당(郎當*)이 적지 않다.
기왕에 문(門)도 없는데 무슨 관(關)이 있으리오만
노파심이 간절하여 몹쓸 말을 퍼트려서
무암(無庵*)이 한 마디 혹 달고 또 49칙을 만들었으니,
그 사이의 조그마한 효와(誵訛;잘못)일지라도
눈썹 치켜세우고 찾아 골라내보라.
淳祐乙巳夏重刊。
檢校少保寧武軍節度使
京湖安撫制置大使
兼屯田大使兼蘷路策應大使
兼知江陵府漢東郡開國公
食邑二千一百戶食實封陸佰戶
孟珙 跋
순우(淳祐*) 을사년(1245) 여름에 중간(重刊)하면서
검교소보(檢校少保*) 영무군절도사(寧武軍節度使)
경호안무제치대사(京湖安撫制置大使),
겸 둔전대사(屯田大使), 겸 기로책응대사(蘷路策應大使),
겸 강릉부(江陵府) 한동군(漢東郡)을 관장하는 개국공(開國公),
식읍(食邑;封地) 2천1백호(戶), 식실(食實) 봉(封) 6백호(戶),
맹공(孟珙*)이 발(跋*)하다. 

*無庵; 李雨堂. 號는 西湖安晚居士.
*淳祐; 南宋 理宗 때의 年號.  *郎當; 헐렁헐렁함. 어울리지 않음.
*跋; 책의 말미에 대강(大綱)을 쓰는 것. 발문(跋文).
*檢校少保; 太子의 少師. 

*孟珙(1195~1246); 字는 璞玉, 隨州棗陽(지금의 湖北棗陽)사람. 原籍은 絳州(山西新絳).
南宋의 傑出한 軍事家로서 金나라와 蒙古에 대항하여 싸운 名將이다. 

 

無門老禪。作四十八則語。
判斷古德公案。
大似賣油餅。
人令買家開口接了
更吞吐不得。
然雖如是。
安晚欲就渠熱爐熬上。
再打一枚足成大衍之數。
却仍前送似。未知。
老師從何處下牙。
如一口喫得。放光動地。
若猶未。也連見在四十八箇。
都成熱沙去。
速道速道。
무문(無門) 노선객이 48칙을 지어
고덕(古德)의 공안을 판단했으니,
기름진 떡을 파는[賣油餅*] 사람이
사는 이의 입을 벌려 밀어넣고
다시 토해 내지 못하게 하는 것과 크게 흡사하다.
비록 그렇다지만
안만(安晚)이 펄펄 끓는 화로 위로 나아가
다시 한 칙을 더해 대연(大衍;50)이란 수(數)를 채우려다가
예전으로(仍前) 돌려보낸듯 한데, 모르겠다.
노사(老師)들께서는 어디서부터 씹으시려오?
한입에 먹어치움과 같다면 광명을 놓고 천지를 흔들겠지만
그렇지 못하겠다면 48칙에 연이어 견(見)을 두고
모두 다 뜨거운 모래[熱沙]를 이루어가야 하리라.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라. 

*賣油餅; '기름진 떡을 팔다'. '떡을 통해 참된 법을 전한 노파'.
덕산스님이 길에서 떡 파는 노파와 금강경 얘기를 나누다가 노파에게 혼줄이 났던
그 "「三世心不可得」이라는데 당신은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려오?"라는 일화를 인용한 말이다. 

 

第四十九則語 [제49칙] 본칙(本則)

 

經云。止止不須說
我法妙難思。
安晚曰。法從何來。
妙從何有。
說時又作麼生。
豈但豐干饒舌。
元是釋迦多口。
這老子造作妖怪。
令千百代兒孫被葛藤纏倒。
未得頭出。
似這般奇特話靶。
匙挑不上。甑蒸不熟。
有多少錯認底。
傍人問云。畢竟作如何結斷。
安晚合十指爪曰。
止止不須說我法妙難思。

却急去難思兩字上。
打箇小圓相子。指示眾人。
大藏五千卷。維摩不二門。
總在裏許。
경(經)에 말씀하시기를, "그만 두어라. 말할 필요 없다.
나의 법은 오묘하여 헤아리기 어려우니라." 하셨는데,
내(安晚)가 "법은 어디서 왔으며,
오묘함은 무엇을 좇아 있던가?"라고
말했을 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어찌 풍간(豐干*)의 요설(饒舌) 뿐이리오?
원래 이것은 '수다쟁이 석가[釋迦多口]'라는
이 늙은이가 요괴(妖怪)한 말을 지어내서
천백 대(代) 자손들로 하여금 갈등(葛藤)에 휘감겨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 것이거니와,
이렇듯 기괴하고 특이한 얘깃거리(話靶*;話題)는
숟가락으로 떠도 떠지지 않고, 시루에 쪄도 익지 않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인식하였던가?
옆 사람이 "필경 어떻게 해야 결단할 수 있는가?" 묻는다면,
나(安晚)는 열 손톱을 모으고서(합장하고)
"그만 둡시다. 말할 필요가 없겠소.
나의 법은 묘하여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말하고,
다시 급히 난사(難思)라는 두 자 위로 가서
작은 원 모양[一圓相]을 그리고서 사람들에게
"대장경[大藏] 5천 권과 유마거사의 불이문(不二門)이
다 이 속에 있소."라고 말하리라. 

*豐干; 天台山豐干禪師(應化聖賢). 唐代僧. 시를 잘 지어 한산(寒山), 습득(拾得)과 더불어
國清寺 三隱이라고 불렸다. 깍은 머리, 가즈런한 눈썹에 구멍난 옷을 입었고 신장은 7척 남짓에 달했다.
당초 天台山 國清寺에서 낮에는 용미(舂米;방아찧기)의 직함을 맡고, 밤이면 음영(吟咏)하였다.
말을 잘 못한지라 대개는 미리 써 두었다가 누가 물으면 다만 「隨時」라는 두 자로만 답하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한다.
*饒舌; 多言

*話靶; 話題. 이야깃거리. 

 

頌曰。 게송으로 
 語火是燈  掉頭弗譍

 惟賊識賊    一問即承

 불(火)이 등(燈)이다고 말하면
 고개를 저으며 응하지 않으려니와,
 도적만이 도적을 알아볼 것이니
   한 번 물음에 곧 승낙하리라. 

 

淳祐丙午季夏初吉
安晚居士書于西湖漁莊
舊板磨滅故。
重命工鋟梓畢。
這板置于武藏州兜率山廣園禪寺也。
순우(淳祐) 병오년 늦은 여름(유월) 초하루에
안만(安晚)거사가 서호어장(西湖漁莊)에서 씀.
구판(舊板)이 마멸(磨滅)했기 때문에
거듭 공인(工人)에게 명하여 침재(鋟梓*)를 마쳤다.
이 목판은 무장주(武藏州) 도솔산 광원선사(廣園禪寺)에 둔다. 

*鋟梓; 인쇄할 목적으로 나무 판에 글자를 새김.

 

應永乙酉十月十三日 
幹緣比丘 常牧
응영(應永) 을유년 10월 13일
간연(幹緣;主管)비구  상목(常牧). 

*應永; 1394~1428 간의 일본 연호이니, 아마도 당해 판본이 그해(1405)에 만들어진 것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