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두고 쌍방이 서로 다른 견해에 집착하여 다투는 것을 보고
정도(正道)를 묻자 아무도 답하지 못하니,
다툼의 근원인 고양이를 참하여 妄想分別과 執見을 一刀兩段해 주었다.
64칙에 같은 질문을 조주에게 던지자 조주는 짚신을 벗어 머리에 이고 나가버렸다.
유마거사가 무언으로 답함과 같은 이치이다.
이에 남전은 "그대가 있었더라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하였다.
垂示云。 | 수시(垂示) |
意路不到。正好提撕。 言詮不及。宜急著眼。 若也電轉星飛。 便可傾湫倒嶽。 眾中莫有辨得底麼。 試舉看。 |
의로(意路)가 이르지 못하면 반드시 제서(提撕*)해야 하고 언전(言詮)이 미치지 못하면 급히 착안(著眼)해야 하거니와, 만일 번개치고 유성이 날자 곧 밑둥이 기울고 산악이 무너져버린다면 대중 중에 그 저변을 변별해 낼 누구 없는가? 예를 들어 살펴보자. |
*提撕; ①이끌어주다. 끌어당기다. ②경각심을 갖다. 일깨우다.
③분발시키다. 진작(振作)시키다. ④서로 도와주다.
*電轉星飛; 번개 치고 유성이 날다. 신속히 돌아가는 상황.
*傾湫倒嶽; 밑둥이 기울고 산악이 무너지다.
【六三】舉。 | 【제63칙】 남전의 참각묘아(斬却貓兒) |
南泉一日東西兩堂爭貓兒 (不是今日合鬧。 也一場漏逗) 南泉見遂提起云。 道得即不斬 (正令當行。十方坐斷。 這老漢有定龍蛇手腳) 眾無對 (可惜放過。 一隊漆桶堪作什麼。 杜撰禪和如麻似粟) 泉斬貓兒為兩段 (快哉快哉。若不如此。 盡是弄泥團漢。 賊過後張弓。 已是第二頭 未舉起時好打)。 |
남전이 하루는 동서양당(東西兩堂*)이 고양이를 두고 논쟁하매 (오늘만 떠들어댄 것이 아니니, 이 또한 한바탕의 과실을 범함이다.) 남전이 보고 이윽고 제기하여 이르되, "道得*이면 곧 베지 않겠다" 하였다. (正令을 마땅히 행해 十方을 坐斷하겠다니 이 老漢에게 龍蛇를 정하는 솜씨가 있다.) 대중이 대답을 못하자, (애석하게도 놓쳐버렸다. 一隊의 漆桶들이 감히 무엇을 하갰는가. 杜撰禪和*가 무수히 많다.) 남전이 고양이를 베어 두 조각을 냈다. (쾌재로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모두가 흙장난이나 하는 놈들이었겠지만, 도적 지난 뒤 활 당긴 격이요, 이미 第二頭이다. 舉起기 전에 후려쳤어야 했다.)。 |
*東西兩堂; 東堂은 本寺의 前任住持나 退院長老가 머무는 곳이고,
西堂은 他寺의 前任住持나 退院長老가 손님으로 머무는 곳이니,
東堂을 主位로 삼고 西堂을 客位로 삼는다.
*道得; 길이 얻어지면. 방법이 있다면.
*杜撰禪和; 佛法을 진실명료하게 깨닫지 못한 禪徒를 지칭하며,
杜禪和라고도 한다. 禪和는 禪僧, 禪徒를 말한다.
宗師家。 看他一動一靜。一出一入。 且道意旨如何。 這斬貓兒話。 天下叢林。商量浩浩地。 有者道。提起處便是。 有底道。在斬處。 且得都沒交涉。 他若不提起時。 亦匝匝地作盡道理。 殊不知。他古人。 有定乾坤底眼。 有定乾坤底劍。 爾且道。畢竟是誰斬貓兒。 |
종사가(宗師家*)다. 그의 하나하나의 동정(動靜)과 낱낱 출입(出入)을 보라. 다만 말해보라. 의지(意旨)가 무엇인가? 이 고양이 참(斬)한 얘기를 천하의 총림(叢林)은 호호지(浩浩地*)를 상량(商量)하며 어떤 자는 '제기(提起)한 곳이 곧 이것이다'고 하고, 어떤 자는 '참(斬)한 곳에 있다'고 하나, 또한 도무지 아무런 교섭(交涉)이 없다. 그가 만약 제기하지 않았을 때도 잡잡지(匝匝地*)여서 온갖 도리가 지어지거니와, 저 고인(古人)에게 건곤(乾坤)을 정하는 어떤 안목[眼]이 있고, 건곤을 정하는 검(劍)이 있음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너희가 말해보라. 필경 누가 고양이를 벤 것인가? |
*宗師家; 佛心宗(禪宗)을 전하는 禪師.
禪宗의 宗旨를 體得하고 善巧方便으로 제자를 接化하여
悟境으로 정확히 導入시킬 수 있는 高僧.
*浩浩地; 광활한 곳.
*匝匝地; 조밀한 곳. 천파만파가 이는 곳.
只如南泉提起云。 道得即不斬。 當時忽有人道得。 且道南泉斬不斬。 所以道。 正令當行十方坐斷。 出頭天外看。誰是箇中人。 其實當時元不斬。 此話亦不在斬與不斬處。 此事軒知。如此分明。 不在情塵意見上討。 若向情塵意見上討。 則辜負南泉去。 但向當鋒劍刃上看。 是有也得無也得。 不有不無也得。 所以古人道。 窮則變變則通。 而今人不解變通。 只管向語句上走。 |
다만 남전이 재기(提起)하여 '바르게 말하면 베지 않겠다'고 했을 당시에 홀연히 누가 바르게 말했다면 말해보라. 남전이 베었겠는가 베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말하기를, 정령(正令)행하여 시방을 좌단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머리를 내밀어 하늘 밖을 보라. 누가 그 안의 사람인가? 그 진실은 당시에 원래 베지 않았거니와, 이 얘기 역시 베었다 안 베었다에 있지 않다. 이 일이 헌지(軒知*)임이 이처럼 분명하여 정진(情塵)이나 의견으로 따질 것이 아니다. 만약 정진과 의견을 향해 따져간다면 이는 곧 남전을 저버려가는 것이다. 다만 당면한 봉(鋒)과 검인(劍刃) 위만를 살핀다면 이것이 유(有)여도 좋고 무(無)여도 좋고, 불유(不有), 불무(不無)여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고인이 이르기를, '궁(窮)한 즉 변(變)하고 변한 즉 통(通)한다' 하였거늘 요즘 사람들은 변통(變通)할 줄을 모르고 오로지 어귀(語句) 상을 향해서만 달린다. |
南泉恁麼提起。 不可教人合下得甚語。 只要教人自薦。 各各自用自知。 若不恁麼會。卒摸索不著。 |
남전이 그렇게 제기(提起)한 것은 합당히 무슨 말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라 다만 스스로 천득(薦得;進)하게 하여 각자가 스스로 쓰고 스스로 알게 하려 함이거늘, 그렇게 알지 못하면 죽어도 모색하지 못할 것이다. |
雪竇當頭頌云。 | 설두(雪竇)가 정면하여 송(頌)하되, |
兩堂俱是杜禪和 (親言出親口。 一句道斷。據款結案) 撥動煙塵不柰何 (看爾作什麼折合。 現成公案。也有些子) 賴得南泉能舉令 (舉拂子云。一似這箇。 王老師猶較些子。 好箇金剛王寶劍。 用切泥去也) 一刀兩段任偏頗 (百雜碎。忽有人按住刀。 看他作什麼。 不可放過也。便打) |
양당(兩堂) 모두가 두선화(杜禪和)인지라 (친절한 말은 친절한 입에서 나오거늘, 한마디 말도 못하도록 據款結案*해버렸다.) 발동연진(撥動煙塵*)을 어찌하지 못하는구나 (네가 어찌 꿰맞췄든 간에 現成公案이고 또 조금은 있다.) 다행히 남전의 거령(舉令*)을 얻어 (舉拂子云。一似這箇。 王老師가 오히려 비교적 조금은 있다. 金剛王寶劍으로 진흙을 베어버린 좋은 예로구나.) 일도양단(一刀兩段)에 편파(偏頗)를 맡겼도다. (산산조각이 난다. 홀연히 누가 칼을 만지거든 그가 무엇을 할지 살펴라. 놓펴서는 안된다 하고서 곧 후려친다.) |
頗(普禾切偏也音坡) | 頗(普禾切로서 偏이며, 音은 坡이다.) |
*據款結案; 款(정관,법조문)에 의거하여 案을 맺다(판결하다).
*撥動煙塵; 기관을 돌려서 연기를 내다.
*折合; 동일하지 않은 화폐나 度量衡 단위 간의 換算.
*舉令; 정령(正令;문자와 언어를 여의라는 禪宗의 명령)을 거론하다.
*好箇; 하나의 좋은 것(찬탄의 語氣를 표하는 말).
*一刀兩段任偏頗; 좌우에 치우친 견해를 한 칼에 두동강이 내버렸다는 뜻.
兩堂俱是杜禪和。 雪竇不向句下死。 亦不認驢前馬後。 有撥轉處。 便道撥動煙塵不柰何。 雪竇與南泉把手共行。 一句說了也。 兩堂首座。沒歇頭處。 到處只管撥動煙塵。 柰何不得。 賴得南泉與他斷這公案。 收得淨盡。 他爭柰前不搆村後不迭店。 所以道。 賴得南泉能舉令。 一刀兩段任偏頗。 直下一刀兩段。 更不管有偏頗。 且道南泉據什麼令。 |
'兩堂이 모두 杜禪和다'고 하여, 설두는 구(句) 아래서 죽는다거나 여전마후(驢前馬後*)하는 일을 인정하지 않았고, 발전(撥轉*)할 곳이 있기에 곧 '발동연진(撥動煙塵)을 어쩌지 못했다' 하였으니, 설두와 남전이 손을 맞잡고 함께 가며 一句로 說了한 것이다. 兩堂의 首座가 머리 쉴 곳 없이 到處에서 오로지 撥動煙塵해도 어찌해보지 못하다가 다행히 南泉이 그에게 이 公案으로 결단해 주니 그의 어찌할 도리 없던 前不搆村後不迭店*이 깨끗이 사라짐을 얻게 되었는지라 그래서 말하기를, '다행히 남전이 정령을 들춰 줄 수 있어서 편견(偏見;偏頗)을 일도양단해버렸다' 하였거니와, 곧바로 한 칼에 두 동강이 내서 더 이상 어떤 치우침을 용납치 않은 것이다. 말해보라. 남전이 무슨 영(令)을 들췄는가? |
*驢前馬後; 관원이 행차할 때 앞뒤에 수행하는 관아 졸개들을 말하며,
어떤 사람의 지배를 받거나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에 비유하여 쓴다.
*前不搆村後不迭店; 前不巴村 後不著店.
앞에 마을도 없고 뒤에 점포도 없다 함은
먼 길을 떠나 발 디딜 곳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것을 말하며,
난처한 처지나 의지할 데 없는 상황을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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