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卷第五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제5권 唐天竺沙門般剌蜜諦譯 당 천축사문 반랄밀제 역 |
阿難白佛言世尊。 如來雖說第二義門。 今觀世間解結之人。 若不知其所結之元。 我信是人終不能解。 世尊我及會中。 有學聲聞亦復如是。 從無始際與諸無明俱滅俱生。 雖得如是多聞善根名為出家。 猶隔日瘧。 唯願大慈哀愍淪溺。 今日身心云何是結。 從何名解。 亦令未來苦難眾生。 得免輪迴不落三有。 作是語已普及大眾。 五體投地雨淚翹誠。 佇佛如來無上開示。 |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비록 제2의(第二義)의 문을 말씀하셨으나 지금 세간에서 맺힌 것[結使]을 풀려는 사람을 볼 때에 만약 그 맺힌 근원을 알지 못하면 이 사람은 결국 풀지 못하리라 믿나이다. 세존이시여! 저와 이 회중(會中)의 더 배워야 할 성문들도 이와 같아서 무시이래로 온갖 무명(無明)과 더불어 함께 멸하고 함께 생하는지라 비록 이렇게 다문(多聞)의 선근을 얻어 출가했다 하지만 아직 하루거리 학질과 같사오니, 바라옵건대 대자비로 미혹에 빠진 저희를 가엽게 여기소서. 오늘의 이 몸과 마음이 어찌하여 이렇게 맺혔사오며, 무엇으로부터 풀렸다 하겠나이까? 미래에 고난 받는 중생들로 하여금 윤회를 면하고 삼유(三有)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이렇게 말하고서 대중들과 함께 오체투지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정성을 다해 여래의 위없는 가르침을 기다렸다. |
爾時世尊憐愍阿難。 及諸會中諸有學者。 亦為未來一切眾生。 為出世因作將來眼。 以閻浮檀紫光金手摩阿難頂。 即時十方普佛世界六種振動。 微塵如來住世界者。 各有寶光從其頂出。 其光同時於彼世界。 來祇陀林灌如來頂。 是諸大眾得未曾有。 於是阿難及諸大眾。 俱聞十方微塵如來。 異口同音告阿難言。 善哉阿難 汝欲識知俱生無明。 使汝輪轉生死結根。 唯汝六根更無他物。 汝復欲知無上菩提。 令汝速登安樂解脫寂靜妙常。 亦汝六根更非他物。 |
이 때 세존께서 아난과 회중의 모든 더 배워야 할 이들을 가엾게 여기시고, 또 미래의 일체중생이 출세간의 인(因)을 위하고 장래의 눈을 짓도록 염부단 자줏빛의 황금손으로 아난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니, 바로 그때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가 6종으로 진동하였고, 그 세계에 계시는 미진수의 여래께서 각각 정수리에서 보배 광명을 뿜어내시니, 그 광명이 동시에 그 세계로부터 기타림으로 와서 여래의 정수리에 닿으매 그 모든 대중들이 미증유를 얻었고, 그때 아난과 모든 대중들이 시방의 미진수 여래들께서 이구동성으로 아난에게 하시는 이런 말씀을 들었다. “장하구나, 아난아! 네가 구생무명(俱生無明*)을 알고자 하는데, 너로 하여금 생사에 윤전케 하는 결근(結根)이 오로지 너의 육근(六根)이요 다시 다른 것이 아니며, 또 네가 무상보리를 알고자 하는데, 너를 빨리 안락과 해탈, 적정, 묘상(妙常)에 오르게 하는 것도 너의 육근이지 다른 것이 아니니라." |
阿難雖聞如是法音心猶未明。 稽首白佛云 何令我生死輪迴安樂妙常。 同是六根更非他物。 |
아난이 이러한 법음을 들었으나 마음이 아직 밝지 못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째서 저를 생사에 윤회케 하고 안락 묘상케 하는 것이 같은 육근이요 다시 다른 것이 아니라 하시나이까?" |
*俱生無明; 俱生起. 「分別起(後天性 煩惱)」의 對稱. 날 때부터 지닌 先天性 煩惱.
佛告阿難 根塵同源縛脫無二。 識性虛妄猶如空花。 阿難由塵發知因根有相。 相見無性同於交蘆。 是故汝今。知見立知。 即無明本。 知見無見。斯即涅槃。 無漏真淨。 云何是中更容他物。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근(根)과 진(塵)이 근원이 같고 속박과 해탈이 둘이 아니며, 식(識)의 성품은 허망하여 마치 허공꽃[空花]과 같으니라. 아난아, 진(塵)으로 말미암아 앎[知]이 생기고 근(根)으로 인해 상(相)이 있거니와, 상(相)과 견(見)은 성품이 없어서 교차하는 갈대와 같기에 그래서 네가 지금 지견에 앎을 세우고 있는 것이 곧 무명의 근본인 것이며, [知見立知 即無明本] 지견에 견이 없는 이것이 곧 열반이요, [知見無見 斯即涅槃] 무루의 참된 청정함이거늘, 왜 그 안에 다시 다른 것을 용납하겠느냐?" |
爾時世尊欲重宣此義。 而說偈言。 |
이때 세존께서 이러한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真性有為空 緣生故如幻 無為無起滅 不實如空花 |
참 성품[真性]은 유위(有為)가 없이 인연으로 생기므로 허깨비와 같거니와, 무위(無為)는 기멸(起滅;生滅)이 없으니 실답지 못함이 공화(空花)와 같으니라. |
言妄顯諸真 妄真同二妄 猶非真非真 云何見所見 |
망(妄)을 말하여 진(眞)을 나타내면 망과 진 둘 모두가 허망한 것이니, 오히려 진(眞)도 비진(非眞)도 아니거늘 어찌 견(見)이나 소견(所見)이 되리요. |
中間無實性 是故若交蘆 結解同所因 聖凡無二路 |
중간이라는 것은 진실한 성품이 없으니, 그래서 교차하는 갈대와 같다는 것이요, 결(結)과 해(解)는 같은 소인(所因)인지라 성(聖)과 범(凡)의 두 가지가 없느니라. |
汝觀交中性 空有二俱非 迷晦即無明 發明便解脫 |
네가 교차하는 중간의 성품을 보거든 공(空)도 유(有)도 다 아니려니와, 미혹하여 어두운 즉 무명이요 발명(發明)하면 곧 해탈이니라. |
解結因次第 六解一亦亡 根選擇圓通 入流成正覺 |
매듭을 푸는 데는 차례를 인하여 여섯이 풀리면 하나 또한 없어지나니 근(根)이 원통(圓通)의 길을 선택하면 흐름에 들어가 정각을 이루리라. |
陀那微細識 習氣成暴流 真非真恐迷 我常不開演 |
타나(陀那*)라는 미세한 식(識)은 습기(習氣)가 폭류(暴流)를 이루거니와 진(真)과 비진(非眞)을 미혹할까 염려하여 내가 항상 개연(開演)치 않았느니라. |
*陀那; 阿陀那識(ādāna-vijñāna). 譯하여 執受識, 執持識, 執取識, 執識이라 하며,
第八識 阿賴耶識의 別名이다.
自心取自心 非幻成幻法 不取無非幻 非幻尚不生 幻法云何立 是名妙蓮華 金剛王寶覺 如幻三摩提 彈指超無學 此阿毘達磨 十方薄伽梵 一路涅槃門 |
자심(自心)에서 자심을 취하면 환 아닌 것[非幻]이 환법(幻法)이 되고, 취하지 않으면 비환(非幻)이 없을 것이라 비환(非幻)도 오히려 생기지 않을 터인데, 환법이 어찌 성립하겠느냐? 이것을 묘연화(妙蓮華) 금강왕보각(金剛王寶覺*)의 환과 같은 삼마제[如幻三摩提]라 하거니와, 탄지경(彈指頃*)에 무학(無學)을 초월하는 것이라 이 아비달마(阿毘達磨*)로써 시방의 부처님들이 다 열반문(涅槃門)으로 가시느니라. |
*金剛王寶覺; 如來正覺의 德稱.
*彈指頃; 손가락을 튕길 동안, 즉 아주 짧은 시간.
*阿毘達磨; 大法. 無比法.
於是阿難及諸大眾。 聞佛如來無上慈誨祇夜伽陀。 雜糅精瑩妙理清徹。 心目開明歎未曾有。 阿難合掌頂禮白佛。 我今聞佛無遮大悲。 性淨妙常真實法句。 心猶未達六解一亡舒結倫次。 惟垂大慈再愍斯會及與將來。 施以法音洗滌沈垢。 即時如來於師子座。 整涅槃僧斂僧伽梨。 覽七寶机引手於机。 取劫波羅天所奉花巾。 於大眾前綰成一結。 示阿難言此名何等。 |
그때 아난과 대중들이 여래가 더없는 자비로 교회(敎誨)하신 게송[祇夜伽陀*]의 정교하고 영롱함이 섞여 묘리(妙理)가 청철(淸徹)함을 듣고 마음의 눈이 환히 열려서 미증유를 찬탄하였다. 아난이 합장하여 정례드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부처님의 막힘 없는 대비(大悲)와 성품이 청정하고 묘상(妙常)하며 진실한 법구를 들었사오나 아직 여섯이 풀리면 하나까지 없어진다는 매듭 푸는 순서를 모르겠사오니, 오직 대자(大慈)를 베푸시어 이 회중과 장래의 중생들을 거듭 애민하시고, 법음을 베풀어 묵은 때[沈垢]를 씻어 주소서." 그러자 여래가 사자좌에서 열반승(涅槃僧*)을 정리하고 승가리(僧伽梨*)를 추스려 칠보궤에 담으시고 궤를 손으로 끌어당기시어 겁바라천(劫波羅天*)이 바친 첩화건(疊花巾*)을 꺼내 대중 앞에서 한 매듭을 맺으시고 아난에게 보이시면서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
*祇夜伽陀; 諷誦. 祇夜(Geya)는 應頌, 重頌. 伽他(Gāthā)는 句頌, 孤起頌, 不重頌이라 譯.
*涅槃僧; 新稱은 泥嚩些那(Nivāsana). 內衣. 속옷.
*僧伽梨(Saṁghāti); 대의(大衣), 중의(重衣), 잡쇄의(雜碎衣), 입취락의(入聚落衣), 고승의(高勝衣).
탁발 나설 때나 왕궁에 불려 들어갈 때 입는 정장.
아홉에서 스물 다섯 조각의 천을 꿰메어 만들기 때문에 구조의(九條衣)라고도 한다.
*劫波羅天; 時分天(唐). 善時分天. 妙善天(秦). 夜摩天(Yāma). 焰摩天.
六欲天 중 제3天. 主는 須夜摩天(Suyāma-devarāja). 인간의 200년이 하루요, 수명은 2천 세라 한다.
*疊花巾; 여러 꽃들을 수놓은 수건. '열반'에의 비유.
阿難大眾俱白佛言 此名為結。 |
아난과 대중들이 다같이 부처님께 답했다. "그것은 매듭이옵니다." |
於是如來綰疊花巾又成一結。 重問阿難此名何等。 阿難大眾又白佛言 此亦名結。 如是倫次綰疊花巾。 總成六結一一結成。 皆取手中所成之結。 持問阿難此名何等。 阿難大眾亦復如是。 次第酬佛此名為結。 |
그러자 여래가 첩화건을 얽어 다시 한 매듭을 맺으시고 아난에게 다시 "이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니, 아난과 대중이 또 부처님께 대답했다. "그것도 매듭이옵니다." 이렇게 차례대로 첩화건을 얽어 총 여섯 개의 매듭을 맺으시고 하나하나 맺으실 때마다 맺어진 매듭을 손에 드시고 아난에게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셨고, 아난과 대중도 그와 같이 차례대로 부처님께 "그것도 매듭이옵니다." 하고 답했다. |
阿難白佛言世尊。 此寶疊花緝績成巾。 雖本一體如我思惟。 如來一綰得一結名。 若百綰成終名百結。 何況此巾秖有六結。 終不至七亦不停五。 云何如來秖許初時。 第二第三不名為結。 |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보첩화(寶疊花)를 수놓아 만든 수건은 비록 본래 일체라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여래께서 한 번 맺으시면 한 매듭이라 할 것이옵고, 백 번 맺으시면 결국 백 매듭이라 할 것이온데 하물며 이 수건은 다만 여섯 매듭이 있으니 일곱에는 미치지 못하고 또 다섯은 넘었삽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단지 첫 매듭만 허락하시고 둘째 셋째 매듭은 매듭이라 하지 못하게 하시나이까?" |
佛告阿難此寶花巾。 汝知此巾元止一條。 我六綰時名有六結。 汝審觀察 巾體是同因結有異。 於意云何 初綰結成名為第一。 如是乃至第六結生。 吾今欲將第六結名成第一不。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화건이 너는 알기를 원래 한 조각인데 내가 여섯 번 맺었을 때는 여섯 매듭이 있다고 하거니와, 네가 잘 살펴보아라. 수건의 본체는 같지만 매듭으로 인해 달라지는데,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처음 맺은 것을 첫째 매듭이라 하고 그렇게 하여 여섯째 매듭까지 생겼거니와, 내가 지금 여섯째 매듭을 첫째 매듭이라 할 수 있겠느냐?" |
不也世尊。六結若存。 斯第六名終非第一。 縱我歷生盡其明辯。 如何令是六結亂名。 |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섯 매듭이 있다면 그 여섯째 매듭은 결코 첫째 매듭이 아니옵니다. 제가 여러 생을 지내며 끝까지 변명한들 어떻게 그 여섯째 매듭의 이름이 바뀌겠나이까?" |
佛言六結不同。 循顧本因一巾所造。 令其雜亂終不得成。 則汝六根亦復如是。 畢竟同中生畢竟異。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섯 매듭이 같지 않은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한 수건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매듭들이 뒤섞이도록 만들기는 불가능하듯이, 너의 육근도 그와 같아서 필경 같은 데서 필경 다른 것이 생기는 것이니라." |
佛告阿難 汝必嫌此六結不成。 願樂一成復云何得。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꼭 이것이 싫어서 여섯 매듭이 성립하지 않고 한 매듭만 성립하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
阿難言此結若存。 是非鋒起於中自生。 此結非彼彼結非此。 如來今日若總解除。 結若不生則無彼此。 尚不名一六云何成。 |
아난이 답했다. "이 매듭들이 있다면 시비가 일어나 그 안에서 자연히 이 매듭은 저 매듭이 아니고 저 매듭은 이 매듭이 아니다 하겠거니와 여래께서 이제 모두 푸시고 매듭을 만들지 않으신다면 이것 저것이 없어서 한 매듭이라고도 못할 터이온데 여섯이 어찌 성립하겠나이까?" |
佛言 六解一亡亦復如是。 由汝無始心性狂亂。 知見妄發發妄不息。 勞見發塵 如勞目睛。則有狂花 於湛精明。無因亂起 一切世間。山河大地生死涅槃。 皆即狂勞顛倒花相。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섯을 풀면 하나도 없어진다는 것도 그와 같아서 너의 시작없는 심성(心性)의 광란함으로 인해 지견이 허망하게 일어나고 그 망발이 그치지 않으면 견(見)을 피로케 하여 진(塵)이 일어남이 마치 눈이 피로한 즉 어떤 광화(狂花)가 맑고 깨끗한 데서 까닭없이 어지러히 일어남과 같거니와, 일체세간의 산하대지와 생사열반이 다 광란과 피로[狂勞]에 의해 전도된 꽃모양[花相]이니라." |
*六解一亡; 수건[一巾]은 곧 涅槃에의 비유이고, 六結은 六根의 聚集으로 生死에 비유한 것이다.
生死와 涅槃은 상대적인 것이라서 生死라는 結을 解消[六解]한 즉
涅槃이라는 수건 또한 없어진다는 것이다.
阿難言 此勞同結云何解除。 |
아난이 아뢰었다. "그 광로(狂勞)가 매듭과 같다면 어떻게 풀어 없애오리까?" |
如來以手將所結巾。 偏掣其左問阿難言。 如是解不。 |
여래께서 매듭진 수건을 손에 드시고 왼쪽으로 당기시면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렇게 하면 풀리겠느냐?" |
不也世尊。 |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
佛告阿難吾今以手。 左右各牽竟不能解。 汝設方便云何成解。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손으로 좌우로 각각 당겨보았지만 결국 풀 수 없었으니 네가 방편을 마련해보아라. 어떻게 풀어야 하겠느냐?" |
阿難白佛言世尊。 當於結心解即分散。 |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당히 매듭 중심에서 풀어야 풀려 흩어지겠나이다." |
佛告阿難如是如是。 若欲除結當於結心。 阿難我說佛法從因緣生。 非取世間和合麤相。 如來發明世出世法。 知其本因隨所緣出。 如是乃至恒沙界外。 一滴之雨亦知頭數。 現前種種松直棘曲。 鵠白鳥玄皆了元由。 是故阿難隨汝心中選擇六根。 根結若除塵相自滅。 諸妄銷亡不真何待。 阿難吾今問汝。 此劫波羅巾六結現前。 同時解縈得同除不。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매듭을 없애려면 매듭의 중심을 풀어야 하느니라. 아난아, 내가 '불법은 인연을 쫓아 생긴다' 한것은 세간의 화합된 거친 모습[和合麤相]을 말한 것이 아니니라. 여래는 세간, 출세간의 법을 발명하여 그 본래의 인(因)이 연(緣)한 바를 쫓아 생기는 줄을 알고, 그와 같이 항사사 세계 밖의 한 방울 비에 이르기까지도 그 수효를 알며, 현전하는 온갖 소나무는 곧고, 거시덤불은 굽었으며, 학은 희고 까마귀는 검은 원래의 이유를 다 아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네 마음대로 육근 중에서 선택해보거라. 근의 결(結;結使]이 없어지면 진(塵)의 모습도 자멸하려니와, 모든 망념이 녹아 없어지면 어떻게 참되지 않다 하겠느냐? 아난아, 내가 이제 네게 묻겠노라. 이 겁바라건(劫波羅巾)의 여섯 매듭이 앞에 있다면 동시에 풀어서 같이 없앨 수 있겠느냐?" |
不也世尊。 是結本以次第綰生。 今日當須次第而解。 六結同體結不同時。 則結解時云何同除。 |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매듭이 본래 차례대로 맺어진 것이라 지금에도 반드시 차례대로 풀어야 할 것이옵니다. 여섯 매듭은 같은 몸이지만 같지 않은 때에 맺어진 것이온데 매듭을 푸는 시기를 어떻게 같이하여 풀겠나이까?" |
佛言 六根解除亦復如是。 此根初解先得人空。 空性圓明成法解脫。 解脫法已俱空不生。 是名菩薩從三摩地得無生忍。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육근을 풀어 없애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이 근이 처음 풀리면 먼저 인공(人空;我空)을 얻고, 공(空)의 성품이 원명해지면 법해탈(法解脫)을 이루며, 법에 해탈하고서 구공(俱空;我空 法空)하여 생기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삼마지로부터 무생인을 얻었다'고 하느니라." |
阿難及諸大眾蒙佛開示。 慧覺圓通得無疑惑。 一時合掌頂禮雙足。而白佛言。 我等今日。身心皎然快得無礙。 雖復悟知一六亡義。 然猶未達圓通本根。 世尊我輩飄零積劫孤露。 何心何慮預佛天倫。 如失乳兒忽遇慈母。 若復因此際會道成。 所得密言還同本悟。 則與未聞無有差別。 惟垂大悲惠我祕嚴。 成就如來最後開示。 作是語已五體投地。 退藏密機冀佛冥授。 |
아난과 대중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혜각(慧覺)이 원만히 통하여 의혹이 풀리자 일시에 합장하여 두 발에 정례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가 오늘 신심이 밝아져서 쾌히 무애함을 얻었나이다. 비록 하나와 여섯이 쇠망하는 이치는 알았사오나 아직도 원통하는 근본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여러 곳을 헤매면서 오랜 겁 동안 외롭고 고달프다가 무슨 마음 무슨 생각으로 부처님의 천륜(天倫)에 참여하였으니 마치 젖을 잃은 아이가 자애로운 어미를 만난듯 하나이다. 다시 이 기회로 인해 도를 이룬다면 얻은 바 비밀한 말씀이 본래의 깨달음과 같아야 하련만 듣지 못했을 때와 다름이 없사오니, 바라옵건대, 대비로 저희들에게 비밀한 법음을 내려주시어 여래의 최후개시(最後開示)를 성취하소서." 이렇게 말하고서 오체를 투지하고 물러나 기회를 노리며 부처님의 그윽한 가르침을 바랬다. |
爾時世尊普告眾中諸大菩薩。 及諸漏盡大阿羅漢。 汝等菩薩及阿羅漢。 生我法中得成無學。 吾今問汝 最初發心悟十八界誰為圓通。 從何方便入三摩地。 |
이때 세존께서 대중 속의 대보살들과 누(漏)가 다한 큰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보살과 아라한들은 나의 법에서 태어나 무학(無學)을 이루었으니, 내가 이제 너희에게 물으리라. 처음 발심하여 18계를 깨달을 적에 어느 것이 원통하였으며, 무슨 방편으로 삼마지에 들어갔느냐?" |
驕陳那五比丘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在鹿苑及於雞園。 觀見如來最初成道。 於佛音聲悟明四諦。 佛問比丘我初稱解。 如來印我 名阿若多妙音密圓。 我於音聲得阿羅漢。 佛問圓通 如我所證音聲為上。 |
교진나(驕陳那) 5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녹원(鹿苑)과 계원(雞園)에서 여래가 최초로 성도하심을 뵈옵고 부처님 음성을 통해 사제(四諦)를 깨달았는지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물으셨을 적에 제가 맨 먼저 '알았습니다' 하자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시고 아약다(阿若多*)가 묘음에 밀원(密圓)해졌다고 하셨으니, 제가 음성에서 아라한을 얻은 것이옵기에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圓通)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음성이 으뜸인 것 같나이다." |
*阿若多(Ājñāta); 阿若. '已知(이미 알았음)', '無知(더 알 것이 없음)', '了本際(본제를 알고 있음)'라 譯.
五比丘의 上首인 阿若憍陳如(Ājñāta-kauṇḍimya)의 阿若은 姓이고, 憍陳如는 이름이다.
優波尼沙陀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亦觀佛最初成道。 觀不淨相生大厭離。 悟諸色性以從不淨。 白骨微塵歸於虛空。 空色二無。成無學道。 如來印我名尼沙陀。 塵色既盡妙色密圓。 我從色相得阿羅漢。 佛問圓通 如我所證色因為上。 |
우바니사타(優波尼沙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부처님께서 최초로 성도하심을 뵈옵고 부정(不淨)한 상(相)을 관찰하여 큰 염리(厭離)를 일으키고 색(色)의 성품을 깨달아 부정한 것으로부터 백골과 미진이 허공으로 돌아가고 공과 색이 둘이 없어서 무학(無學)의 도를 성취한지라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사 니사타(尼沙陀)라 하셨거니와, 진색(塵色)이 기왕 다하고 묘색(妙色)이 밀원해졌으니, 저는 색상(色相)으로부터 아라한을 얻은 것이기에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색인(色因)이 으뜸인듯 하나이다." |
香嚴童子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聞如來教我諦觀諸有為相。 我時辭佛宴晦清齋。 見諸比丘燒沈水香。 香氣寂然來入鼻中。 我觀此氣非木非空非煙非火。 去無所著來無所從。 由是意銷發明無漏。 如來印我得香嚴號。 塵氣倏滅妙香密圓。 我從香嚴得阿羅漢。 佛問圓通 如我所證香嚴為上。 |
향엄동자(香嚴童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께서 모든 유위(有為)의 상(相)을 살펴 관하라는 가르침을 듣고서 저는 그때 부처님께 하직하고 깨끗한 집에서 편히 숨어지내다가 비구들이 침수향(沈水香)을 사르는 것을 보니 향기가 적연히 콧속으로 들어오더이다. 제가 그 기운을 살폈더니 나무도 아니요 공함도 아니요 연기도 불도 아니요, 가도 머무는 바가 없고 와도 좇아 온 곳이 없었는지라 이로 말미암아 뜻이 스러져서 무루를 밝혔사옵기에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사 향엄(香嚴)이라는 이름을 얻었거니와, 진기(塵氣)가 갑자기 소멸하고 묘향(妙香)이 밀원해졌으니 저는 향엄으로부터 아라한을 얻은 것이라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향엄(香嚴)이 으뜸인듯 하나이다." |
藥王藥上二法王子。 并在會中五百梵天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無始劫為世良醫。 口中嘗此娑婆世界草木金石。 名數凡有十萬八千。 如是悉知苦醋鹹淡甘辛等味。 并諸和合俱生變異。 是冷是熱有毒無毒悉能遍知。 承事如來了知味性非空非有。 非即身心非離身心。 分別味因從是開悟。 蒙佛如來印我昆季。 藥王藥上二菩薩名。 今於會中為法王子。 因味覺明位登菩薩。 佛問圓通如我所證味因為上。 |
약왕(藥王), 약상(藥上) 두 법왕자와 회중의 오백 범천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무시이래로 세상의 양의(良醫)가 되어 입으로 이 사바세계의 초목과 금석(金石)을 맛본 것이 그 수가 무릇 십만 팔천인지라, 그러한 것들의 쓰고 시거나 짜고 싱겁거나 달고 매운 등의 맛을 다 알고 아울러 그것들이 화합하여 생기는 변이(變異)나 이것이 찬지 뜨거운지, 독이 있고 없는지를 두루 다 알 수 있었거니와, 여래를 섬기면서 맛의 성품이 공함도 아니요 있는 것도 아니며, 심신(心身)에 즉하지도 않고 심신을 여읜 것도 아님을 알고 맛의 인[味因]을 분별하여 그로부터 깨달았기에 여래께서 저희 형제를 인가하시니, 약왕과 약상이라는 두 보살명을 얻어 지금 이 회중의 법왕자가 되었고, 맛의 인(因)으로 각명(覺明)하여 보살의 지위에 올랐으니,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미인(味因)이 으뜸인듯 하오이다." |
跋陀婆羅并其同伴。 十六開士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等先於威音王佛。 聞法出家於浴僧時。 隨例入室忽悟水因。 既不洗塵亦不洗體。 中間安然得無所有宿習無忘 乃至今時從佛出家今得無學。 彼佛名我跋陀婆羅。 妙觸宣明成佛子住。 佛問圓通如我所證觸因為上。 |
발타바라(跋陀婆羅)와 그를 동반한 열 여섯 개사(開士)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처음 위음왕불(威音王佛)로부터 법을 듣고 출가하였사옵고, 스님들이 목욕을 할 때 줄을 지어 욕실에 들어가다가 홀연히 수인(水因)이 기왕 진(塵)을 씻지도 못하고 체(體)도 씻지 못하며, 중간도 평온하여 득이 없고 있는 바 숙습(宿習)이 끊어짐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부처님 따라 출가하여 이제 무학을 얻었으니, 저 부처님께서 저를 발타바라라 부르셨거니와, 묘촉(妙觸)이 밝아져서 불자주(佛子住)를 성취하였기에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촉인(觸因)이 으뜸인듯 하나이다." |
摩訶迦葉及紫金光比丘尼等 即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 我於往劫於此界中。 有佛出世名日月燈。 我得親近聞法修學。 佛滅度後 供養舍利然燈續明。 以紫光金塗佛形像。 自爾已來世世生生。 身常圓滿紫金光聚。 此紫金光比丘尼者。 即我眷屬同時發心。 我觀世間六塵變壞。 唯以空寂修於滅盡。 身心乃能度百千劫猶如彈指。 我以空法成阿羅漢。 世尊說我頭陀為最。 妙法開明銷滅諸漏。 佛問圓通如我所證法因為上。 |
마하가섭(摩訶迦葉)과 자금광(紫金光) 비구니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난 겁에 이 세계에 한 부처님이 출세하시니 명호가 일월등(日月燈)이셨는데, 제가 친근하여 법문을 듣고 수학하다가 부처님 멸도하신 뒤에는 사리에 공양하고 등을 지속하여 밝히며, 자색빛 나는 금으로 부처님 형상을 입혀드렸더니 그 이후로 세세생생토록 몸에서 항상 자금광취(紫金光聚)가 원만하였나이다. 이 자금광 비구니는 저의 권속으로서 같은 시기에 발심하였나이다. 저는 세간이 육진(六塵)으로 변해 무너져감을 보고 오로지 공적(空寂)으로 멸진(滅盡)을 닦아서 심신이 마침내 백천 겁을 탄지경처럼 건널 수 있었사옵고, 저는 공법(空法)으로 아라한을 이룬지라 세존께서 저를 두타(頭陀)가 으뜸이요, 묘법이 환희 열리고 제루(諸漏)가 쇠멸했다고 하셨으니,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법인(法因)이 으뜸인듯 하나이다." |
阿那律陀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初出家常樂睡眠。 如來訶我為畜生類。 我聞佛訶啼泣自責。 七日不眠失其雙目。 世尊示我樂見照明金剛三昧。 我不因眼觀見十方。 精真洞然如觀掌果。 如來印我成阿羅漢。 佛問圓通如我所證。 旋見循元斯為第一。 |
아나율타(阿那律陀)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頂禮佛足)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처음 출가하여 늘 잠을 즐기다가 여래께서 축생무리가 된다고 꾸짖으셔서 저는 부처님의 꾸지람을 듣고 자책하여 슬피 울면서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았더니 두 눈을 잃게 되었나이다. 세존께서 낙견조명금강삼매(樂見照明金剛三昧)를 보이시니 저는 눈에 의지하지 않고도 시방을 보되 정진(精真*)이 통연하여 손바닥의 과일을 보듯하니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사 아라한을 이루었는지라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견(見)을 돌이켜 근원을 쫓는 이것이 제일인듯 하나이다." |
*精真; 精明한 真如의 本性.
周利槃特迦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闕誦持無多聞性。 最初值佛聞法出家。 憶持如來一句伽陀。 於一百日得前遺後 得後遺前。 佛愍我愚 教我安居調出入息。 我時觀息微細窮盡。 生住異滅諸行剎那。 其心豁然得大無礙。 乃至漏盡成阿羅漢。 住佛座下印成無學。 佛問圓通如我所證。 返息循空斯為第一。 |
주리반특가(周利槃特迦)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외워 지니지를 못하고 다문하는 성품도 없는지라 처음 부처님을 만나 법문을 듣고 출가하여 여래의 가타(伽陀) 한 구절을 백 일 동안 외워봐도 앞을 외우면 뒤를 잊고 뒤를 외우면 앞을 잊었었는데, 부처님께서 저의 우둔함을 측은히 여기시고 저에게 안거하여 출입식(出入息)을 조화하라 하셨는지라, 제가 그때 호흡을 관찰하기를 생주이멸하는 모든 행의 찰나까지 섬세히 다하였더니, 마음이 환히 열려 큰 무애를 얻고 누가 다하기에 이르러 아라한이 되었기에 부처님 좌하(座下)께서 무학을 이루었다 인가하셨거니와,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호흡[息]을 돌이켜 공(空)을 쫓는 이것이 제일인듯 하옵니다." |
驕梵缽提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有口業於過去劫輕弄沙門。 世世生生有牛齝病。 如來示我一味清淨心地法門。 我得滅心入三摩地。 觀味之知非體非物。 應念得超世間諸漏。 內脫身心外遺世界。 遠離三有如鳥出籠。 離垢銷塵法眼清淨 成阿羅漢。 如來親印登無學道。 佛問圓通如我所證。 還味旋知斯為第一。 |
교범발제(驕梵缽提)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과거 겁에 사문을 업신여기고 놀린 구업(口業)으로 세세생생에 우치병(牛齝病*)이 있었는데 여래께서 저에게 일미청정한 심지법문(心地法門)을 보이시매 저는 망념을 멸하고 삼마지에 들어가 맛의 앎이 체(體)도 아니고 사물[物]도 아님을 관찰하고 한 순간에 세간의 모든 번뇌를 초월하여 안으로 심신을 해탈하고 밖으로 세계를 유월(遺越)하였으며, 삼유(三有)를 떠난 것이 마치 새가 새장을 벗어난듯 하였고, 진구(塵垢)가 소멸하고 법안(法眼)이 청정해져서 아라한을 이루니, 여래께서 친히 무학(無學)의 도를 이루었다 인가하셨기에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맛[味]을 돌이켜 지(知)로 돌아가는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驕梵缽提; 憍梵波提(Gavāṁpati). 부처님 제자 중의 한 사람으로 사리불의 지도를 받았다.
*牛齝病; 교범발제는 과거 오백 세상을 소의 몸으로 살았기에
입으로는 소의 되새김질[牛齝]을 하고 발에는 소발꿉이 있었다 한다.
畢陵伽婆蹉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初發心從佛入道。 數聞如來說諸世間不可樂事。 乞食城中心思法門。 不覺路中毒刺傷足。 舉身疼痛我念有知。 知此深痛雖覺覺痛。 覺清淨心無痛痛覺。 我又思惟如是 一身寧有雙覺。 攝念未久身心忽空。 三七日中諸漏虛盡成阿羅漢。 得親印記發明無學。 佛問圓通如我所證。 純覺遺身斯為第一。 |
필릉가바차(畢陵伽婆蹉)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처음 발심하고 부처님을 쫓아 도에 들어서 여래가 세간에서 즐길 것이 못되는 일들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여러 번 듣고서 성 안에서 걸식하며 법문을 마음깊이 사유하다가 무심결에 길에서 독가시에 발이 찔려 온몸이 통증을 느꼈을 때 제 마음에 앎이 있었나이다. 「이 심한 통증을 앎(知)은 각(覺)이 통증을 각(覺)하는 것이지만 각(覺)의 청정한 마음에는 통(痛)도 통을 느낌[痛覺]도 없다.」 나는 또 이렇게 사유하였나이다. 「한 몸에 어찌 두 각[雙覺]이 있겠는가?」 마음을 가다듬기 오래지 않아서 심신이 홀연히 공해지고 21일 동안에 모든 누(漏)가 다해서 아라한을 이루니 친히 인가하시고 수기하사 무학(無學)임을 밝혀주셨기에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각(覺)을 순일(純一)히 하고 몸을 떠나보내는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須菩提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曠劫來心得無礙。 自憶受生如恒河沙。 初在母胎即知空寂。 如是乃至十方成空。 亦令眾生證得空性。 蒙如來發性覺真空。 空性圓明得阿羅漢。 頓入如來寶明空海。 同佛知見印成無學。 解脫性空我為無上。 佛問圓通如我所證。 諸相入非非所非盡。 旋法歸無斯為第一。 |
수보리(須菩提)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랜 겁 전부터 마음에 장애가 없어서 자신의 태어남이 항하사와 같음을 기억하고 처음 모태에 있을 적부터 공적(空寂)을 알았으니 그렇게 시방에 이르기까지 공(空)을 이루고 또 중생들도 공의 성품을 증득하게 하다가 여래께서 성각(性覺)의 진공(眞空)을 밝혀주심으로써 공성(空性)이 원명해져서 아라한을 이루고 여래의 보배롭게 밝은 공의 바다에 문득 들어가서 부처님의 지견과 같아지니 무학을 이루었다 인가하겼으며 성공(性空)에 해탈함이 제가 으뜸이라 하셨기에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모든 상이 상 아님[非]에 들어가고 비(非)와 소비(所非)의 주객(主客)이 다하여 법을 돌이켜 무(無)로 돌아가는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舍利弗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曠劫來心見清淨。 如是受生如恒河沙。 世出世間種種變化。 一見則通獲無障礙。 我於路中逢迦葉波。 兄弟相逐宣說因緣。 悟心無際從佛出家。 見覺明圓得大無畏。 成阿羅漢為佛長子。 從佛口生從法化生。 佛問圓通如我所證。 心見發光光極知見斯為第一。 |
사리불(舍利弗)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랜 겁 전부터 심견(心見)이 청정하여 이와 같은 태어남이 항하사와 같사온데 세간 출세간의 갖가지 변화를 한 번 보면 곧 통달하는 데에 장애가 없게 되었거니와 저는 도중에 가섭파 형제가 서로 쫓아가며 인연을 설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한계가 없음을 깨닫고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견각(見覺)이 원명해져서 큰 무외를 얻고 아라한이 되어 부처님의 장자가 되었으니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나고 법을 좇아 화생한 것이기에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제가 증한 바로는 심견(心見)이 광명을 발하고 그 광명이 지극한 지견이라면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普賢菩薩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已曾與恒沙如來為法王子。 十方如來教其弟子。 菩薩根者修普賢行從我立名。 世尊我用心聞。 分別眾生所有知見。 若於他方恒沙界外。 有一眾生心中發明普賢行者。 我於爾時乘六牙象。 分身百千皆至其處。 縱彼障深未合見我。 我與其人暗中摩頂。 擁護安慰令其成就。 佛問圓通我說本因。 心聞發明分別自在 斯為第一。 |
보현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미 항하사 여래의 법왕자가 되었사옵기에 시방의 여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기를, '보살근기를 지닌 이라면 보현행을 닦아라' 하신 것은 저의 이름을 쫓아 세워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심문(心聞;마음을 읽음)을 사용하여 중생들이 지닌 지견을 분별하옵는데, 만일 타방의 항하사 세계 밖에 있는 한 중생이 심중에 보현행을 발명한다면 저는 그때에 여섯 상아의 코끼리를 타고 백천의 분신을 나투어 모두 그 곳으로 가서 그가 업장이 깊어 저를 보지 못하더라도 제가 암암리에 그 사람의 정수리를 쓰다듬으면서 옹호하고 안위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게 하옵기에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셨으니, 제가 본래의 원인을 아뢰자면 심문(心聞)을 발명하여 자재히 분별하는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孫陀羅難陀。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初出家從佛入道。 雖具戒律於三摩提。 心常散動未獲無漏。 世尊教我及俱絺羅 觀鼻端白。 我初諦觀經三七日。 見鼻中氣出入如煙。 身心內明圓洞世界。 遍成虛淨猶如琉璃。 煙相漸銷。 鼻息成白心開漏盡。 諸出入息化為光明。 照十方界得阿羅漢。 世尊記我當得菩提。 佛問圓通。 我以銷息息久發明。 明圓滅漏斯為第一。 |
손타라란타(孫陀羅難陀)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처음 출가하고 부처님을 따라 도에 들어가서 비록 계율은 갖추었다 하나 삼마제에 마음이 늘 산란하여 무루를 얻을 수 없었는데 세존께서 저와 구치라(俱絺羅)에게 비단백(鼻端白*)을 관하라 하시기에 제가 처음으로 살펴 관하기를 21일 동안 하였더니 콧속에서 출입하는 기운이 마치 연기 같음을 보고 신심이 안으로 맑아져서 세계에 원통(圓洞)하고 두루 텅 빈듯 깨끗함이 마치 유리와 같았으며, 연기가 점점 사라지고 코의 호흡이 희어지자 마음이 열리고 누(漏)가 다했으며, 모든 출입식(出入息)이 광명으로 화하여 시방세계를 비추니 아라한을 얻었사옵고, 세존께서 제가 보리를 얻게 되리라고 수기하셨기에 세존께서 원통을 물으셨거니와 저는 호흡[息]을 소멸시킴으로 호흡을 오래 발명하여 원명히 누(漏)를 멸한다면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鼻端白; 鼻息成白. 코끝을 주목하여 오랫동안 諦觀하면 코의 기식(氣息)이 희어진다고 한다.
富樓那彌多羅尼子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曠劫來辯才無礙。 宣說苦空深達實相。 如是乃至恒沙如來。 祕密法門我於眾中。 微妙開示得無所畏。 世尊知我有大辯才。 以音聲輪教我發揚。 我於佛前助佛轉輪。 因師子吼成阿羅漢。 世尊印我說法無上。 佛問圓通我以法音。 降伏魔怨銷滅諸漏 斯為第一。 |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랜 겁 전부터 변재에 걸림이 없어서 고(苦)와 공(空)을 설하고 실상에 깊이 통달하며 그렇게 항하사 여래의 비밀한 법문을 제가 대중 속에서 미묘히 개시하는 데에 두려움이 없게 되었사옵기 세존께서 제게 큰 변재가 있는 줄을 아시고 음성륜(音聲輪)으로 저를 발양(發揚)토록 가르치시니 제가 부처님 전에서 부처님을 도와 법륜을 굴리며 사자후를 함으로 인해 아라한을 이룬지라 세존께서 저를 인가하사 설법에 으뜸이라 하셨으니,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셨거니와 저는 법음으로 마군원수를 항복시키고 모든 누(漏)를 소멸시킨다면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優波離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親隨佛踰城出家。 親觀如來六年勤苦。 親見如來降伏諸魔制諸外道。 解脫世間貪欲諸漏 承佛教戒。 如是乃至三千威儀八萬微細。 性業遮業悉皆清淨。 身心寂滅成阿羅漢。 我是如來眾中綱紀。 親印我心持戒修身眾推無上。 佛問圓通 我以執身身得自在。 次第執心心得通達。 然後身心一切通利 斯為第一。 |
우바리(優波離)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친히 부처님을 따라 성을 넘어 출가하여 여래께서 6년간 힘써 고행하시는 것을 뵈었고 또 모든 마군을 항복시키시고 외도들을 제압하시며 세간의 탐욕과 모든 누(漏)를 해탈하신 것도 보았기에 부처님의 가르침과 계율을 받들었사온데, 이렇게 온갖 위의(威儀)와 팔만의 미세한 성업(性業)과 차업(遮業)이 다 청정해지고 심신이 적멸해져서 아라한을 이루게 되었으니, 제가 바로 여래의 대중 가운데 강기(綱紀)인지라 친히 저의 마음을 인가하사 지계(持戒)와 수신(修身)에는 대중들의 으뜸이라 하셨사옵기에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셨거니와 저는 몸을 단속하여 몸에 자재함을 얻고 그 다음에 마음을 단속하여 마음이 통달하게 되며, 그 후에 심신이 모두 통리(通利)해지면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大目犍連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初於路乞食 逢遇優樓頻螺伽耶那提三迦葉波。 宣說如來因緣深義。 我頓發心得大通達。 如來惠我袈裟著身鬚髮自落。 我遊十方得無罣礙。 神通發明推為無上。 成阿羅漢寧唯世尊。 十方如來歎我神力。 圓明清淨自在無畏。 佛問圓通 我以旋湛心光發宣。 如澄濁流久成清瑩 斯為第一。 |
대목건련(大目犍連)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당초 길에서 걸식하다가 우루빈나(優樓頻螺), 가야(伽耶), 나제(那提)의 세 가섭을 만나 여래의 인연법의 깊은 이치를 설명하는지라 제가 홀연히 발심하여 크게 통달하게 되었사옵고 여래가 가사를 입혀주시고 머리카락이 저절로 깎였기에 제가 시방으로 다니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 신통을 발명하는 데에 으뜸이 되어 아라한을 이루었으니, 어찌 세존 뿐이겠나이까? 시방의 여래께서 저의 신통력을 칭찬하사 '원명하고 청정하며 자재하여 두려움이 없다' 하셨사옵기에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셨거니와 저는 담연한 데로 돌아가 심광(心光)을 펼치기를 마치 탁한 물을 맑히듯 하고 오래토록 청정하고 밝게 하면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烏芻瑟摩於如來前。 合掌頂禮佛之雙足。而白佛言。 我常先憶。 久遠劫前性多貪欲。 有佛出世名曰空王。 說多婬人成猛火聚。 教我遍觀百骸四肢。 諸冷暖氣神光內凝。 化多婬心成智慧火。 從是諸佛皆呼召我名為火頭。 我以火光三昧力故 成阿羅漢心發大願諸佛成道。 我為力士親伏魔怨。 佛問圓通 我以諦觀身心暖觸。 無礙流通諸漏既銷。 生大寶焰登無上覺 斯為第一。 |
오추슬마(烏芻瑟摩)가 여래 앞에서 부처님의 두 발에 합장정례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늘 지난 날을 회상해보면 오랜 겁 전부터 탐욕이 많았사온데, 명호가 공왕(空王)이신 부처님께서 출세하시어 음욕이 많은 사람은 맹렬한 불덩이가 된다 하시며 백해(百骸)와 사지(四肢)를 두루 관하라 하셨나이다. 차고 더운 기운과 신기한 광명이 안으로 엉기며 음란한 마음이 지혜의 불로 화하였으니, 그때부터 제불께서 저를 화두(火頭)라고 부르셨거니와, 저는 화광(火光)삼매의 힘으로 인해 아라한을 이루고, 대원을 발하여 제불(諸佛) 성도하실 때마다 제가 역사(力士)가 되어 몸소 마군 원수를 항복시켰기에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저는 심신의 더운 느낌을 살펴서 장애없이 흐르게 하여 모든 누(漏)가 소멸하고 큰 보배불꽃이 생겨나 무상각(無上覺)에 오른다면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持地菩薩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念往昔普光如來。 出現於世我為比丘。 常於一切要路津口。 田地險隘有不如法。 妨損車馬我皆平填。 或作橋梁或負沙土。 如是勤苦經無量佛出現於世。 或有眾生於闤闠處。 要人擎物我先為擎。 至其所詣放物即行不取其直。 |
지지(持地)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하니, 지난 옛적에 보광(普光)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매 저는 비구가 되어 항상 모든 요로(要路)와 나루터의 땅이 험하고 여법(如法)하지 못해서 거마(車馬)에 방해가 되거든 제가 평탄하게 메우고 교량을 만들거나 토사를 져나르거나 하면서 그렇게 힘써 고생하며 무량한 제불이 출세하시는 동안을 지냈나이다. 혹 어떤 중생이 복잡한 시가지에서 삯군을 얻어 짐을 지우려 하면 제가 먼저 지고 그가 가려는 곳까지 가서 짐을 내려주고 돌아오되 품삯을 받지 않았사옵고, |
毘舍浮佛現在世時。 世多饑荒我為負人。 無問遠近唯取一錢。 或有車牛被於陷溺。 我有神力為其推輪拔其苦惱。 時國大王筵佛設齋。 我於爾時平地待佛。 毘舍如來摩頂謂我。 當平心地。 則世界地一切皆平。 我即心開見身微塵與造世界。 所有微塵等無差別。 微塵自性不相觸摩。 乃至刀兵亦無所觸。 我於法性悟無生忍成阿羅漢。 迴心今入菩薩位中。 聞諸如來宣妙蓮華佛知見地。 我先證明而為上首。 佛問圓通我以諦觀。 身界二塵等無差別。 本如來藏虛妄發塵。 塵銷智圓成無上道 斯為第一。 |
비사부(毘舍浮)부처님이 계실 적에는 세상에 큰 흉년이 들었는지라 저는 짐을 져주되 원근(遠近)을 불문하고 오직 한 푼만 받았사오며, 혹 어떤 우마차가 수렁에 빠지거든 제가 신통력으로 바퀴를 밀어 고난에서 구했나이다. 그 때에 국왕이 부처님을 맞아 재(齋)를 마련했는데 제가 그 때 땅을 평탄히 고르고 부처님을 기다리는데, 비사부(毘舍浮) 여래가 정수리를 쓰담으시며 말씀하시기를, '심지(心地)를 평탄히 하면 곧 세계의 땅이 모두 평탄해진다' 하시니 저는 곧 마음이 열려서 제 몸의 미진(微塵)이 세계의 모든 미진과 같아져서 차별하지 않고 미진의 자성이 서로 저촉되지 않았사오며 칼이나 병장기로도 저촉할 수 없음을 보고서 제가 법성(法性)에 무생인을 깨달아 아라한을 이루고 마음을 돌려 이제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 여래께서 펼치시는 묘연화 불지견(佛知見)의 자리를 듣고 제가 먼저 증명하여 상수가 되었삽기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셨거니와 저는 몸[身]과 세계의 두 진(塵)이 다름이 없고, 본래의 여래장(如來藏)이 허망하게 진(塵)을 일으킨 것임을 체관(諦觀)함으로써 진이 스러지고 지혜가 원만하여 무상도를 이룬다면 이것이 제일인듯 하나이다." |
月光童子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憶往昔恒河沙劫。 有佛出世名為水天。 教諸菩薩修習水精入三摩地。 觀於身中水性無奪。 初從涕唾如是窮盡。 津液精血大小便利。 身中漩澓水性一同。 見水身中與世界外浮幢王剎。 諸香水海等無差別。 我於是時初成此觀。 但見其水未得無身。 當為比丘室中安禪。 我有弟子窺窗觀室。 唯見清水遍在屋中了無所見。 童稚無知取一瓦礫投於水內。 激水作聲顧盻而去。 我出定後頓覺心痛。 如舍利弗遭違害鬼。 我自思惟 今我已得阿羅漢道久離病緣。 云何今日忽生心痛。 將無退失。 |
월광동자(月光童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회상해보니 지난 옛날 항하사 겁 전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명호는 수천(水天)이셨나이다. 보살들에게 수정(水精)을 닦아서 삼마지에 들라 하시기에 몸 속의 수정이 서로 침탈함이 없음을 관하기를 눈물과 침에서부터 시작하여 진액(津液)과 정혈(精血)과 대소변까지를 다하였더니 몸 안에 흐르는 수성(水性)이 동일하여 물이 몸안에서 세계 밖의 부당왕찰(浮幢王剎)의 모든 향수해(香水海)와 더불어 차별함이 없음을 보고서 제가 그 때 처음으로 이러한 관(觀)을 성취한지라 다만 그 물만 보이고 몸을 없애지는 못했사옵기 마땅히 비구로서 선방에서 좌선하고 있었사온데 저의 한 제자가 창문으로 방안을 엿보니 맑은 물만이 집안에 가득하고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지라 어린 것이 무지하여 벽돌장을 그 물 속에 던져 첨벙하는 소리를 내고 힐끔힐끔 돌아보며 갔더이다. 제가 선정[定]에서 나온 뒤에 돌연히 가슴에 통증을 느꼈는데 마치 사리불이 위해귀(違害鬼)를 만난 것 같아서 제가 가만히 생각하기를, '나는 이미 아라한도를 얻어 오랫동안 병의 인연을 떠났거늘 어째서 지금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생겼단말인가, 장차 퇴보하여 잃게 되는 건 아닌가?' 하였나이다. |
爾時童子捷來我前說如上事。 我則告言。汝更見水。 可即開門入此水中除去瓦礫。 童子奉教後入定時。 還復見水瓦礫宛然。 開門除出。 我後出定身質如初。 逢無量佛。 如是至於山海自在通王如來。 方得亡身。 與十方界諸香水海。 性合真空無二無別。 今於如來得童真名預菩薩會。 佛問圓通 我以水性一味流通。 得無生忍圓滿菩提斯為第一。 |
그 때 동자가 제빨리 앞에 와서 앞서의 일을 말하기에 제가 곧 이르기를, '네가 다시 물을 보거든 곧 문을 열고 물 속으로 들어가서 그 돌맹이를 제거하거라.' 하였더니 동자가 시킨 대로 제가 정(定)에 든 후에 다시 물에 가보니 돌맹이가 그대로 있어서 문을 열고 꺼내 없앴는지라 제가 정에서 깨어난 뒤에 몸이 예전과 다름이 없었나이다. 그 후로 한량없는 부처님을 만나 이렇게 산해자재통왕(山海自在通王) 여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몸이 없어지고 시방세계 모든 향수해(香水海)와 더불어 성품이 진공(眞空)에 부합하고 둘도 없고 다름도 없어서 이제 여래에게서 동진(童眞)이라는 이름을 얻어 보살모임에 참예하였기,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셨거니와 저는 수성(水性)이 한결같이 흐름으로써 무생인을 얻고 보리를 원만히 하는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水觀 또는 水輪觀, 水三昧라고 하는 禪觀行法門이다.
琉璃光法王子。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憶往昔經恒沙劫。 有佛出世名無量聲。 開示菩薩本覺妙明。 觀此世界及眾生身。 皆是妄緣風力所轉。 |
유리광(琉璃光) 법왕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생각해보니 지난 항하사 겁 전에 한 부처님이 출세하시어 명호가 무량성(無量聲)이셨는데, 보살들에게 본각(本覺)이 묘명(妙明)함을 열어 보이시되 이 세계와 중생의 몸이 모두 허망한 인연인 풍력(風力)으로 굴러감을 관하라 하셨나이다. |
我於爾時觀界安立 觀世動時。 觀身動止觀心動念。 諸動無二等無差別。 我時了覺此群動性。 來無所從去無所至。 十方微塵顛倒眾生同一虛妄。 如是乃至三千大千。 一世界內所有眾生。 如一器中貯百蚊蚋啾啾亂鳴。 於分寸中鼓發狂鬧。 逢佛未幾得無生忍。 爾時心開。乃見東方不動佛國。 為法王子事十方佛。 身心發光洞徹無礙。 佛問圓通 我以觀察風力無依。 悟菩提心入三摩地。 合十方佛傳一妙心 斯為第一。 |
저는 그때 세계의 안립을 관하고, 세계의 움직이는 때를 관하고, 몸의 움직임과 멈춤을 관하고, 마음이 움직인 생각을 관하니 모든 움직임에 둘이 없고 똑같아서 차별함이 없기에 제가 그 때 이 여러 움직임의 성품이 오되 좇아 온 곳이 없고 가되 이를 곳이 없으며 시방의 미진수 전도된 중생들이 하나 같이 허망하고, 그렇듯 삼천대천 세계 안의 모든 중생에 이르기까지도 마치 그릇 속에 갇힌 많은 모기들이 어지럽게 앵앵거리며 분주히 발광하는 것 같았나이다. 부처님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무생인을 얻게 되자 그 대 마음이 열려 마침내 동방의 부동한 불국토를 뵈옵고 법왕자가 되어 시방의 부처님을 섬기면서 신심이 광명을 발하고 통철하여 걸림이 없게 되었사옵기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셨거니와 저는 풍력이 의지한 데 없음을 관찰하므로써 보리심을 깨닫고 삼마지에 들어가서 시방의 부처님과 합하고 묘심(妙心)에 전일(專一)한다면 이것이 제일인듯 하오이다." |
虛空藏菩薩。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與如來定光佛所得無邊身。 爾時手執四大寶珠。 照明十方微塵佛剎化成虛空。 又於自心現大圓鏡。 內放十種微妙寶光。流灌十方。 盡虛空際諸幢王剎。 來入鏡內涉入我身。 身同虛空不相妨礙。 身能善入微塵國土。 廣行佛事得大隨順。 此大神力由我諦觀。 四大無依妄想生滅。 虛空無二佛國本同。 於同發明得無生忍。 佛問圓通 我以觀察虛空無邊入三摩地。 妙力圓明斯為第一。 |
허공장(虛空藏)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 정광불(定光佛)의 처소에서 무변신(無邊身)을 얻었사온데, 그 때 손에 네 개의 큰 보배구슬을 들고 시방 미진수의 부처님 세계를 비추어 허공으로 만들고 또 제 마음에 커다랗고 둥근 거울을 나타내 안으로 열 가지 묘보의 광명을 놓아 시방으로 흘려 보내니 온 허공계의 모든 당왕세계[幢王剎]가 거울 속으로 들어와 제 몸으로 섭수되어 들어오니 몸이 허공과 같아져서 서로 방해되지 않으며 몸이 미진수의 국토에 잘 들어갈 수 있어서 널리 불사를 행하는 데에 크게 수순하게 되었으니 이러한 신통력은 제가 4대가 의지할 데 없이 망상으로 생멸하며, 허공이 둘이 아니어서 불국토와 본래 같음을 관찰함으로 말미암아 같은 데서 발명하여 무생인을 얻었사옵기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셨거니와 저는 허공이 가이없음을 관찰하고 삼마지에 들어가서 묘력(妙力)이 원명하다면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彌勒菩薩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憶往昔經微塵劫。 有佛出世名日月燈明。 我從彼佛而得出家。 心重世名好遊族姓。 爾時世尊教我修習唯心識定 入三摩地。 歷劫已來以此三昧事恒沙佛。 求世名心歇滅無有。 至然燈佛出現於世。 我乃得成無上妙圓識心三昧。 乃至盡空如來國土淨穢有無。 皆是我心變化所現。 世尊我了如是唯心識故。 識性流出無量如來。 今得授記次補佛處。 佛問圓通。 我以諦觀十方唯識。 識心圓明入圓成實。 遠離依他及遍計執。 得無生忍斯為第一。 |
미륵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하니 지난 옛적 미진 겁 전에 부처님이 출세하시니 명호는 일월등명(日月燈明)이셨나이다. 저는 그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고 마음에 세상의 명예를 소중히 여겨 문중 일족을 찾아다니기 좋아하였는데 그 때 세존께서 저에게 유심식정(唯心識定*)을 닦아서 삼마지에 들라 하시기에 오랜 겁 동안 그 삼매로 항하사 부처님을 섬겼더니 세상의 명성 구하는 마음이 소멸하여 없어졌으며, 연등불께서 세상에 출현하시기에 이르러 제가 마침내 더없이 높고 묘원한 식심(識心)삼매를 얻으니 온 허공계 여래 국토에 이르도록 깨끗하고 더럽고 있고 없음이 모두가 저의 마음이 변화하여 나타나는 것이었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듯 유심식(唯心識)에 요달한 까닭에 식성(識性)에서 무량한 여래를 유출하였으며, 지금에는 수기를 받아 차기의 보불처(補佛處)에 올랐기에 부처님께서 원통을 물으셨거니와 저는 시방이 유식임을 체관하고 식심이 원명하여 원만히 이룬 실상에 들어가며 의타기성(依他起性*)과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을 여의어 무생인을 얻는다면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唯心識定; 陳那菩薩은 〈觀所緣緣論直解〉에서
「보고 듣고 깨닫고 느끼는 모든 것이 오로지 자기 식(識)이 변한 모습인 즉
이것이 식(識)의 소연(所緣)이요, 이것이 곧 식을 내도록 돕는 것임을 觀하는 것을
唯心識定의 初門이라 한다.」고 하였다.
*依他起性(para-tantra-svabhāva);
《成唯識論》卷八에 「다른 것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의 성품에서 일어나 인연을 분별하여 생기는 것
(依他起自性 分別緣所生)」이라 하였고, 또 「心과 心所, 그리고 그것이 변해 나타나는 것들은
여러 인연으로 생기므로 허깨비와 같아서 있는 것이 아니지만 있는 것인듯
어리석은 범부를 현혹시키는데, 이러한 모든 것들을 '依他起性'이라 한다.」고 하였다.
*遍計所執性(parikalpita-svabhāva); 唯識宗에서 주장하는 三性의 하나로 遍計所執相이라고도 한다.
凡夫는 妄情 위에서 依他起性의 法을 遍計하고서 「실로 내가 있고[有我], 법이 있다[有法]」 하여
허망되이 집착하는 성품을 일으키니, 이를 일러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이라 한다.
大勢至法王子。 與其同倫五十二菩薩即從座起。 頂禮佛足而白佛言。 我憶往昔恒河沙劫。 有佛出世名無量光。 十二如來相繼一劫。 其最後佛名超日月光。 |
대세지(大勢至) 법왕자가 그 동륜(同倫) 52 보살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정례불족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하니 지난 옛적 항하사 겁 전에 부처님게서 출세하셨으니 명호가 무량광(無量光)이셨으며, 열 두분 여래께서 일 겁동안 계속하여 나셨는데 그 최후의 무처님은 명호가 초일월광(超日月光)이셨나이다. |
彼佛教我念佛三昧。 譬如有人一專為憶一人專忘。 如是二人若逢不逢 或見非見。 二人相憶二憶念深。 如是乃至從生至生。 同於形影不相乖異。 十方如來憐念眾生如母憶子。 若子逃逝雖憶何為。 子若憶母如母憶時。 母子歷生不相違遠。 若眾生心憶佛念佛。 現前當來必定見佛去佛不遠。 不假方便自得心開。 如染香人身有香氣。 此則名曰香光莊嚴。 |
그 부처님께서 저에게 염불삼매(念佛三昧)를 가르쳐주시되, '마치 한 사람은 오롯히 기억하고, 한 사람은 다 잊고 있다면 이 두 사람은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요, 봐도 보지 못한 것이며, 두 사람이 서로 기억하고 그 두 기억하는 마음이 깊어서 그렇게 이 생에서 저 생에 이르도록 형상과 그림자를 같게 해야 서로 괴리가 없듯이, 시방의 여래가 중생을 연념(憐念)하시는 것이 마치 어미가 자식을 생각하듯 하시지만 만일 자식이 떠나가버리면 마음에 두어서 무엇하겠는가? 자식이 어미를 생각하는 것이 어미가 생각하는 것만 같을 때 모자가 여러 생을 지내도록 서로 멀어지지 않으려니와, 어떤 중생이 마음으로 부처님을 기억하고 생각한다면 현재나 미래에 반드시 부처님을 만나고 부처님을 멀리하지 않아서 방편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마음이 열리는 것이 마치 향을 물들이는 사람의 몸에 향이 베어있는 것 같으리니, 이것을 향광장엄(香光莊嚴)이라 한다' 하셨나이다. |
我本因地以念佛心入無生忍。 今於此界攝念佛人歸於淨土。 佛問圓通我無選擇。 都攝六根淨念相繼。 得三摩地斯為第一。 |
저는 본래 인지(因地)에서 염불심으로 무생인에 들었사옵고, 지금은 이 세계에서 염불하는 사람을 거두어 정토로 귀의하게 하기에 부처님께서 물으신 원통이란 저는 가리지 않고 육근(六根)을 다 섭지하여 청정한 마음이 지속시키므로써 삼마지를 얻는다면 이것이 제일이겠나이다." |
大佛頂萬行首楞嚴經卷第五
'首楞嚴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불정만행 수능엄경 제 7권 (0) | 2016.04.03 |
---|---|
대불정만행 수능엄경 제 6권 (0) | 2016.01.06 |
대불정만행 수능엄경 제 4권 (0) | 2015.09.23 |
대불정만행 수능엄경 제 3권 (0) | 2015.07.24 |
대불정만행 수능엄경 제 1권 (0) | 2015.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