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峰和尚禪要

고봉화상 선요 _ 7. 示衆

碧雲 2016. 3. 9. 22:51
 示眾7. 대중에게 보임
若要正 決志明心인댄 만약 진정하고 결정한 뜻으로 
마음을 밝히려 한다면, 
先將平日胸中에 먼저 평소 마음 속에 
所受一切善惡之物하야 받은 일체의 선악을 
盡底去에 毫末不存하고 밑바닥까지 다 물리쳐서 
털끝만큼도 남겨두지 말고 
終朝兀兀如癡하야 아침까지 바보가티 우두커니 있어서 
與昔嬰孩로 無異라 옛날 어린아이 때와 다름없어야 한다.
然後에야 乃可蒲團靜坐하야 그런 뒤에 자리에 조용히 앉아 
正念堅凝이어다 정념이 굳어지게 하라.
精窮向上之玄機하며 정밀하게 향상의 현기(玄機)를 궁구하며 
味西來之密旨하야 조사 서래의 비밀한 뜻을 연구하고 음미하되 
切切拳拳하며 간절하고 정성스럽고 
兢兢業業하야 항상 조심하고 삼가하여 
絲毫無間하며 다만 털끝만큼도 간단이 없고 
動靜無虧하야 동정에 이지러짐도 없이 
漸至深密幽遠한 점점 깊고 은밀하며 그윽히 심원한 
微細微細極微細處이어다 미세하고 미세하여 지극히 미세한 곳에 나아가라.
譬如有人이 遠行他方이라가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멀리 다른 곳에 갔다가 
漸漸回途하야 已至家舍에 점점 돌이켜 이미 집에 이른 것과 같고
又如鼠入牛角에 또 쥐가 소뿔에 들어가 
看看走至尖尖盡底하며 재빨리 달려 뾰쪽한 끝에까지 이르는 것 같으며, 
又如捉賊討賊에 또 도적을 잡아 장물을 찾는데 
拷至情理俱盡인닷하야 고문해서 사정과 이치를 다 밝힌 것과 같다.
不動不退하고 無去無來하며 움직이지도 물러나지도 않고 
가지도 오지도 않으며,
一念不生하고 前後際斷하며 한 생각도 나지 않고 앞뒤가 끊어지며,
卓卓巍巍하고 孤孤迥迥하야 우뚝하게 높고 빼어나고 멀어서 
如坐萬仞崖頭하며 마치 만 길 절벽에 앉은 것과 같고 
又若停百尺竿上이라또 백 척의 장대 위에 머무는 것과 같다.
一念纔乖하면 喪身失命하리니 한 생각 조금만 어긋나도 
몸과 목숨을 잃을 것이다.
將至功成九仞이라도 장차 공(功)이 아홉 길에 이르더라도  
切須保任全提니라 절실하게 보임하고 온전히 이끌어야 한다.
忽於經行坐臥處에 갑자기 경행하고 앉고 눕는 곳에서 
不覺[@力]地一聲하면 뜻밖에 '와!' 하는 한 소리를 하면 
猶如死在漫天荊棘林中이라가 오히려 죽어 하늘까지 가득한 
가시 수풀 속에 떨어져 있다가 
討得一條出身活路相似하리니 한 가닥 몸을 건질 활로를 찾은 것과 같으니
豈不快哉아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若是沒塵勞하야 不求昇進인댄 만약 세상의 고통 속에 빠져 있으면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면 
譬如水上之浮木이 其性實下하야 마치 물위에 뜬 나무가 
그 성질이 사실은 가라앉는 것이지만  
暫得身輕이나 不堪浸潤하며 잠시 떠 있다가  
감당치 못하고 가라앉는 것 같고,
又如庭中之花 雖則色香俱美나 또 정원의 꽃이 
비록 색과 향이 다 아름다우나 
一朝에 色萎香滅하면 無復可愛하며 하루 아침에 색이 시들고 향이 없어지면 
더 이상 사랑스러울 수 없는 것과 같으며, 
又如農夫之種田에 雖有其苗나 또 농부가 밭에 씨를 뿌려 
싹이 텃다 하더라도 
而工力이 不至하며 終不成實하며 공력을 들이지 않으면 
결코 결실을 얻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便如貧窮乞兒 得少足이라 가난한 거지 아이가 
적은 것을 얻어 만족하는 것과 같다. 
久久萌芽 再發하고 荊棘이 復生하야 오래 묵은 움이 다시 트고 
가시가 다시 돋아서 
被物之所轉하야 終歸沈溺하면 그것들에 끄달리다가 
끝내 도로 가라앉아버린다면 
無上淨涅槃을 無由獲睹하리니 더없이 청정한 열반을 
그로 인해 얻지 못하리니 
豈不枉費前功 虛消信施리요 어찌 그 전의 공덕을 부질없이 허비하고 
신도의 보시를 헛되이 소모하는 것이 아니리요? 
若是有志丈夫인댄 正好向者裏하야 만약 뜻있는 장부라면 
바르게 그 속을 향해 
晦跡韜光하고 潛行密用호대 자취를 숨기고 은밀히 수행하기를 
或三十年 二十年으로 20년 혹은 30년에서 
以至一生히 終無他念하야 나아가 일생 동안 끝내 다른 생각 없이
踏得實實落落하며 穩穩當當하니라 실실락락하고 온온당당하게 하리라.
纖塵不立하고 寸草不生하며 곧바로 작은 티끌도 허용치 않고 
작은 풀도 생기지 않게 하며,
往來無礙하고 去住自由하면 가고 옴에 걸림이 없고 
떠나고 머뭄이 자유로우면 
報緣遷謝之日에 管取推門落臼니라과보의 연으로 죽게 되는 날 
반드시 추문락구(推門落臼)할 것이니라. 
若只恁 紙裏茅纏하야 만일 그럭저럭 지리멸렬하여  
龍頭蛇尾인댄 용두사미가 되면 
非特使門風有玷이라 선종의 가풍에 흠집이 될 뿐 아니라 
亦乃退後學初心하리라 후학과 초심자를 퇴보하게 할 것이니라.
如上所述管見은 위에서 기술한 좁은 소견은 
莫不皆是藜藿之類라 다 시원찮은 명아주나 콩닢 따위가 아닐 수 없다.
飽人은 不堪供養하고 배부른 사람이 먹지 않고  
以俟陳之流인댄 보시가 끊어지기를 기다리면 
終有一指之味하리라 결국 손가락 맛만 남을 것이다.
往往學道之士 忘卻出家本志하고 종종 배우는 이들은 
출가한 본래의 뜻을 망각하고 
一向隨邪逐惡하야 不求正悟하고 한결같이 사악한 것을 쫓아 
바른 깨달음을 구하지 않고 
妄將佛祖機緣과 古人公案하야 망령되게 불조(佛祖)의 기연(機緣)과 
옛사람의 공안을 가지고
從頭穿鑿으로 遞相傳授하며 애당초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을 억지로 끌어다 
서로 전수하면서 
密密珍藏하야 以極則하고 은밀히 귀하게 여겨 궁극의 진리를 삼고
便乃不守毗尼하야 撥無因果하며 마침내 계율을 지키지 않아서 
인과를 무시하며, 
人我 愈見崢嶸하고 인아(人我)가 점점 높아지고 
三毒이 倍加熾盛하나니 삼독이 배로 치성해질 것이니 
如斯之輩는 不免墮於魔外하야 이런 무리들은 마구니나 외도에 떨어져 
永作他家眷屬이니라 영원히 남의 집 권속이 되는 것을
면하지 못한다.
若有未遭邪謬하야 만일 삿되고 그릇된 것을 만나지 않고
不負初心인댄 초심을 저버리지 않았다면 
當念無常이 迅速하며 마땅히 무상(無常)이 신속함을 생각하고 
痛思苦海沈淪하야 고해에 빠져 있음을 깊이 생각해서 
趁二時粥飯。두 때의 음식을 먹으면서  
見成百般受用。여러가지로 받아쓰고 있는 것을 살피고 
便當便好乘時直入。문득 좋은 때를 당하거든 곧바로 들어가서 
莫待臨嫁醫癭。시집가기 임박해서 혹 고치기를 기다리지 말라.
此乃從上佛祖之心印。이것이 위로 불조의 심인(心印)을 따르는 것이며,
無礙解脫之妙門。걸림없는 해탈의 미묘한 문이다.
設使機緣不偶。설사 기연을 만나지 못하고 
工力未充。공력이 충분치 못하더라도 
切須捨命忘形。간절히 목숨을 버리고 몸을 잊어서 
勤行苦行。힘써 고행하며 
至死生。一心不退。죽음에 이르러 생을 마치더라도 
한 마음도 물러서지 말고 
復有葛藤未盡。다시 갈등이 다하지 않은 이가 있어 
不免重說偈言。거듭 게송을 설하지 않을 수 없도다.
此心淨本無瑕。이 마음은 깨끗하여 본래 흠이 없는데
貪求被物遮。다만 탐내어 구하다가 경계에 얽매이도다!
突出眼睛全體露。눈동자가 돌출해서 전체가 드러나면
山河大地是空華。산하대지가 허공꽃이로다.
東西十萬。南北八千。동서가 십만이고 남북이 팔천이다.
纖塵不立。寸草不生。작은 티끌도 세우지 않고  
작은 풀도 생기지 않아서 
往來無礙。妙用縱橫。가고 옴에 걸림이 없고 
묘용이 자유자재하다.
直饒親到者裏。곧바로 그 안에 몸소 넉넉히 이르더라도 
正是棄本逐末。바로 이것이 근본을 버리고 지말을 쫓는 것이요 
引禍招殃。화를 끌어오고 재앙을 부르는 것이다.
且道如何是本。말해보라. 무엇이 이 근본인가?
(擲主丈云)(주장자를 던지고 이르기를,)
出輪王三寸鐵。전륜왕의 세 치 쇠혀를 뽑아 던져버려도 
分明遍界是刀鎗。분명히 온 세계는 칼과 창이로다.
低頭覓天。仰面尋地。머리 숙여 하늘을 찾고 
얼굴을 들어 땅을 찾는 것이요 
波波挈挈。遠之遠矣。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멀고 멀기만 할 뿐이다.
驀然撞著徐十三문득 서씨가 열셋째 아들을 만나
 '아이구!' 하는 것이 
元來只在者裏。원래 다만 이 안에 있다.
(以手拍膝一下云)(손으로 무릎을 한 번 치고 이르기를,)
在者裏。臘月三十日到來。이 안에 있더라도 섣달 그믐날이 오면 
也是開眼見鬼。또한 눈 뜨고 귀신을 볼 것이다.
*推門落臼; 밖으로 굳게 잠긴 문 안에서 문을 힘껏 밀면 돌저귀가 떨어져나가서 문이 열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