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峰和尚禪要

고봉화상 선요 _ 11. 示信翁居士(洪上舍)

碧雲 2016. 3. 9. 22:55
 示信翁居士(洪上舍)11. 신옹거사 홍상사에게 보임
大抵參禪은 不分緇素하고 대개 참선은 승속을 불문하고 
但只要一箇決定信字니라 다만 이 하나의 결정한 믿음이 필요하다.
若能直下信得及하야 만약 곧바로 믿음이 미칠 수 있어서 
把得定 作得主하고 붇잡아 정(定)을 얻고 작용의 주인이 되어
不被五欲所撼을 如箇鐵子相似하면 오욕에 빠져들지 않기를 
쇠말뚝 모양 같이 하면 
管取剋日成功호대 반드시 정한 기일 내에 성공하여 
不怕甕中走鱉하리라 옹기 속 자라가 달아날까 두려워 하지 않으리라.
豈不見가 어찌하여 보지 않는가?
華嚴會上에 善財童子 화엄회상에서 선재동자가 
歷一百一十城하야 110개의 성을 다니며
參五十三善知識하야 53선지식을 참례하여 
獲無上果도 무상과(無上果)를 얻은 것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또한 이 신(信)자 하나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며,
法華會上에 법화회상에서 
八歲龍女 直往南方無垢世界하야 여덟 살 용녀가 남방의 무구(無垢)세계에 가서 
獻珠成佛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구슬을 바쳐 성불한 것도 
이 믿을 신자를 벗어나지 않고 
涅槃會上에 열반회상에서 
廣額屠兒 颺下屠刀하고 이마 넓은 백정이 칼을 내려놓고 
唱言。我是千佛一數도 외치기를, '나도 천 부처님 중 하나다.' 한 것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이 믿을 신자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며,   
昔有阿那律陀 因被佛訶하야 옛날 아나율타(阿那律陀)가 
부처님의 꾸지람을 듣고 
七日不睡에 失去雙目하고 7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해 두 눈을 잃고도  
大千世界를 如觀掌果도 대천세계를 손바닥 과일 보듯이 한 것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이 믿을 신자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며,
復有一小比丘 戲一老比丘하야 또 어린 비구가 늙은 비구를 희롱하여 
與證果位라하고 과위를 증득시켜 주겠다 하고 
遂以皮毬로 打頭四下에 가죽공으로 머리를 네 번 때리자 
即獲四果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곧 네 과위를 얻은 것도 
이 믿을 신자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며,
楊岐 參慈明和하고  양기(楊岐)스님이 자명(慈明)화상을 뵙고 
令充監寺하야 以至十載에 충감사(充監寺)를 관장한지 10년에 이르러  
打失鼻孔하고 道播天下도 콧구멍을 때려부수고 도를 천하에 떨친 것도
亦不出者一箇信字라 또한 이 신(信)자 하나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
從上若佛若祖 超登彼岸하사 위로부터 부처나 조사가 피안에 뛰어 오르시어 
轉大法輪하야 接物利生이 대법륜을 굴리시고 중생을 이롭게 하신 것이 
莫不皆由此一箇信字中流出이니 다 이 믿을 신자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으니,
故로 云信是道元功德母며 그러므로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며,
信是無上佛菩提며 믿음은 바로 위없는 불보리이며,
信能永斷煩惱本이며 믿음은 번뇌의 근본을 영원히 끊을 수 있는 것이며,
信能速證解脫門이라하시니 믿음은 해탈문을 속히 증득케 하는 것이다 하였다.
昔有善星比丘 侍佛할새 옛날 선성(善星)비구가 부처님을 모실 때 
二十年을 不離左右호대 20년을 옆에서 떠나지 않았으나 
蓋謂無此一箇信字하야 이 믿을 신자가 없어서 
不成聖道하고 生陷泥黎하니라 성도를 이루지 못하고 
산채로 지옥에 빠졌다고 한다.
今日信翁居士는 雖處富貴之中이나 오늘 신옹거사는 비록 부귀한 처지이지만 
能具如是決定之信이라 능히 이와 같이 결정한 믿음을 갖추었다.
昨於壬午歲에 登山求見이라가 작년 임오년에 산에 올라와 만나려 하다가 
不納而回하고 又於次年冬에 거절하자 돌아가고, 또 이듬 해 겨울에 
拉直翁居士同訪하야 始得入門이러니 직옹거사와 함께 와서 비로소 문 안에 들어왔다.
今又越一載에 齎糧裹糝하고 지금 또 한 해가 지나서 양식을 싸가지고 
特來相從하야 乞受毗尼하며 특별히 와서 서로 만나 계 받기를 빌며 
弟子할새 제자가 되기를 원하기에 
故以連日詰其端由호니 며칠 동안 그 이유를 물었더니 
的有篤信趣道之志라 확실히 돈독한 믿음과 도에 취향하려는 뜻이 있었다..
維摩經에 云호대 유마경(維摩經)에 이르기를, 
高原陸地에 不生蓮華하고  '높은 언덕과 육지에는 연꽃이 나지 않고 
卑濕淤泥에 乃生此華라하니 낮고 습한 진흙 늪이라야 이 꽃이 난다.'고 하니 
正謂此也로다 정히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山僧이 由是憮之하야 내가 그 때문에 어루만져서  
將箇省力易修 曾驗底話頭하야 성찰력으로 쉽게 닦도록 일찍이 검증된 화두인 
兩手分付 萬法歸一 一歸何處하노니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를 양손으로 나누어 주리니 
決能便恁信去하며 便恁疑去어다 결정코 이렇게 믿어가고 
이렇게 의심해 갈 수 있기 바란다.
須知疑는 以信體하고 모름지기 의정(疑情)은 믿음으로 체(體)를 삼고
悟는 以疑用이니라 깨달음은 의정으로 
작용[用]을 삼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信有十分이면 疑有十分하고 믿음이 십분(十分)이면 의정이 십분이고, 
疑得十分이면 悟得十分이라 의정이 십분이면 깨달음이 십분이다.
譬如水漲船高하고 泥多佛大니라 비유컨대 물이 불어나면 배가 높아지고 
진흙이 많아지면 불사이 커지는 것과 같다.
西天此土에 古今知識이 인도와 이 나라에 고금의 선지식들이    
發揚此段光明호대 이 한 덩어리의 광명을 비추었으되 
莫不只是一箇決疑而已라 모두가 다만 이 한 개의 의정을 결정한 것이었다.
千疑萬疑 只是一疑니 천 가지 만 가지 의정이 다만 이 하나의 의정이니 
決此疑者는 更無餘疑니라 이 의정을 결정하면 다른 의정이 없을 것이다. 
無餘疑인댄 기왕 다른 의정이 없다면 
即與釋迦彌勒과 淨名龐老로 곧 석가나 미륵, 유마거사나 방거사와 더불어 
不增不減하며 無二無別하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둘도 없고 다른 것도 없으며,
同一眼見이며 同一耳聞이며 같은 눈으로 보고 같은 귀로 들으며,
同一受用이며 同一出沒하야 동일하게 수용하고 동일하게 출몰하여 
天堂地獄에 任意逍遙하고 천당과 지옥을 임의로 다니고 
虎穴魔宮에 縱橫無礙하야 호랑이 굴이나 마구니 궁을 거침없이 활보하여
騰騰任運하며 任運騰騰하니라 등등임운하고 임운등등할 것이다.
故로 涅槃經에 云 그래서 열반경에 이르되,
生滅이 滅已에 寂滅이 樂이라하시니  '생멸이 멸하면 적멸이 낙이 된다.' 하였으니
須知此樂은 非妄念遷注情識之樂이라 모름지기 이 즐거움은 망념이 변천하여 모여진  
정식(情識)의 낙이 아니라 
乃是淨無之樂耳니라 참으로 청정한 무위의 낙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夫子 云夕死可矣라하시고 대저 공자는 '저녁에 죽어도 가하다.' 하였고, 
回는 不改其樂하고 안회(回)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았고, 
曾點은 舞詠而歸하니 증점(曾點)은 춤추고 노래하며 돌아왔으니,
咸佩此無生空之樂也矣니라 모두가 생이 없는 진공(眞空)의 낙을 지닌 것이다.
苟或不疑不信인댄 진실로 어떤 사람이 의심하지도 믿지도 않는다면 
坐到彌勒下生이라도 넉넉히 그는 미륵이 하생할 때까지 앉아 있어도
也只做得箇依草附木之精靈이며 다만 풀이나 나무에 붙은 정령(精靈)이거나 
魂不散底死漢이니라 혼이 흩어지지 않은 죽은 자일 것이다.
中에 言二乘小果는 교학에서 말하되, 이승소과(二乘小果)는 
雖入八萬劫大定이나 비록 팔만 겁의 큰 정(定)에 들어도 
不信此事할새 去聖逾遙하야 이 일을 믿지 않기에 성인과 더욱 멀어져서 
常被佛訶라하시니라 항상 부처님의 꾸중을 듣는다 하였다.
直欲發大信起大疑하야 곧바로 큰 믿음과 큰 의정을 일으켜  
疑來疑去에 의심해 가고 의심해 오려 하면  
一念萬年 萬年一念이라 일념이 만 년이요 만 년이 일념이다.
的的要見者一法子落著인댄 확실하게 이 한 법의 뜻을 알고자 한다면 
如與人으로 結了生死冤讎相似하야 사람들과 생사의 원수를 맺어 
心憤憤地 即欲便與一刀兩段하야 마음이 몹씨 분개한 지경에   
곧 한 칼로 두 동강을 내려는 것처럼 할 것이며,  
縱於造次沛之際라도 비록 잠깐 넘어지는 때가 있더라도 
皆是猛利著鞭之時節이니라 이것이 다 맹렬히 채찍질을 가하는 시절인 것이다.
若到不疑自疑하야 만약 의심하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의심이 나서
寤寐無失하며 자나 깨나 잊혀지지 않으니 
有眼如盲하고 有耳如聾하야 눈이 있어도 소경인 듯,   
귀가 있어도 귀머거리인 듯  
不墮見聞窠臼가 猶是能所未忘이라 견문(見聞)의 구덩이에 빠지지 않으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주관과 객관을 떠나지 못한 것이라   
心未息이니라 추구하는 마음을 쉬어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切宜精進中에 倍加精進하야 간절히 정진하는 가운데 정진을 배가하여
行不知行하고 坐不知坐하며 다만 가도 가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은 줄 모르며,
東西不辨하고 南北不分하야 동서를 판단하지 못하고 
남북도 분간하지 못하여
不見有一法可當情호미 감정에 있는 한 법도 보지 못하는 것이 
如箇無孔鐵鎚相似하야 마치 구멍없는 쇠망치 같아야  
能疑所疑와 內心外境이 의심의 주체와 의심의 대상,  
속마음과 바깥 경계가 
雙忘雙泯하야 無無亦無니라 쌍으로 없어지고 쌍으로 사라져서 
없고 또 없다는 것도 없게 된다.
到者裏하야는 足下足處에 여기에 이르러서는 다리를 들고 내딛는 곳에서
切忌踏翻大海하며 倒須彌하고 큰 바다를 밟아 뒤엎거나  
수미산을 차서 무너뜨리는 것을 절대 경계하고 
折旋俯仰時에 照顧。좌우상하를 볼 때 비춰 돌아보아서 
觸瞎達磨眼睛하고 달마의 눈동자를 찔러 멀게 하고 
磕破釋迦鼻孔이니라 석가의 콧구멍을 찢을 것이다.
其或未然인댄 更與添箇注호리라 혹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설명을 더해 주겠다.
僧問趙州和호대 어느 스님이 조주화상에게 물었다.
萬法歸一이어니와 一歸何處닛고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州云 我在州하야 作一領布衫호니 조주가 말하기를, '내가 청주에 있을 때 
배적삼 한 벌을 만들었는데 
重이 七斤이라 무게가 일곱 근이었다.' 하자  
師云 大小趙州여 拖泥帶水로다 스승이 이르시기를, '점잖은 조주여, 
진흙 묻고 물에 젖었구려. 
非特不能者僧하야 斬斷疑情이라 단지 저 승려에게 
의정을 끊어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亦乃天下衲僧하야 천하의 납승을 속여서 
死在葛藤窠裏로다 죽어 갈등 속에 있게 했소.' 하였다.
西峰則不然하야 今日에 忽有人이 나라면 그렇지 않아서 오늘 갑자기 어떤 사람이 
問萬法歸一이어니와 一歸何處오하면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하고 물으면
只向他道호대 狗舐熱油鐺이라호리니 다만 다른 길을 향해 
 '개가 뜨거운 기름 솥을 핥는다.'고 하겠다.
信翁信翁아  '신옹아, 신옹아! 
若向者裏하야 擔荷得去인댄 만약 이 속을 향해 둘러메고 간다면 
只者一箇信字도 也是眼中著屑이니라 다만 이 믿을 신자 하나도 
눈 속에 붙은 티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