示信翁居士(洪上舍) |
11. 신옹거사 홍상사에게 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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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抵參禪은 不分緇素하고 |
대개 참선은 승속을 불문하고 |
但只要一箇決定信字니라 |
다만 이 하나의 결정한 믿음이 필요하다. |
若能直下信得及하야 |
만약 곧바로 믿음이 미칠 수 있어서 |
把得定 作得主하고 |
붇잡아 정(定)을 얻고 작용의 주인이 되어 |
不被五欲所撼을 如箇鐵橛子相似하면 |
오욕에 빠져들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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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말뚝 모양 같이 하면 |
管取剋日成功호대 |
반드시 정한 기일 내에 성공하여 |
不怕甕中走鱉하리라 |
옹기 속 자라가 달아날까 두려워 하지 않으리라. |
豈不見가 |
어찌하여 보지 않는가? |
華嚴會上에 善財童子 |
화엄회상에서 선재동자가 |
歷一百一十城하야 |
110개의 성을 다니며 |
參五十三善知識하야 |
53선지식을 참례하여 |
獲無上果도 |
무상과(無上果)를 얻은 것도 |
亦不出者一箇信字며 |
또한 이 신(信)자 하나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며, |
法華會上에 |
법화회상에서 |
八歲龍女 直往南方無垢世界하야 |
여덟 살 용녀가 남방의 무구(無垢)세계에 가서 |
獻珠成佛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
구슬을 바쳐 성불한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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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믿을 신자를 벗어나지 않고 |
涅槃會上에 |
열반회상에서 |
廣額屠兒 颺下屠刀하고 |
이마 넓은 백정이 칼을 내려놓고 |
唱言。我是千佛一數도 |
외치기를, '나도 천 부처님 중 하나다.' 한 것도 |
亦不出者一箇信字며 |
이 믿을 신자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며, |
昔有阿那律陀 因被佛訶하야 |
옛날 아나율타(阿那律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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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꾸지람을 듣고 |
七日不睡에 失去雙目하고 |
7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해 두 눈을 잃고도 |
大千世界를 如觀掌果도 |
대천세계를 손바닥 과일 보듯이 한 것도 |
亦不出者一箇信字며 |
이 믿을 신자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며, |
復有一小比丘 戲一老比丘하야 |
또 어린 비구가 늙은 비구를 희롱하여 |
與證果位라하고 |
과위를 증득시켜 주겠다 하고 |
遂以皮毬로 打頭四下에 |
가죽공으로 머리를 네 번 때리자 |
即獲四果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
곧 네 과위를 얻은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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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믿을 신자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며, |
楊岐 參慈明和尚하고 |
양기(楊岐)스님이 자명(慈明)화상을 뵙고 |
令充監寺하야 以至十載에 |
충감사(充監寺)를 관장한지 10년에 이르러 |
打失鼻孔하고 道播天下도 |
콧구멍을 때려부수고 도를 천하에 떨친 것도 |
亦不出者一箇信字라 |
또한 이 신(信)자 하나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 |
從上若佛若祖 超登彼岸하사 |
위로부터 부처나 조사가 피안에 뛰어 오르시어 |
轉大法輪하야 接物利生이 |
대법륜을 굴리시고 중생을 이롭게 하신 것이 |
莫不皆由此一箇信字中流出이니 |
다 이 믿을 신자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으니, |
故로 云信是道元功德母며 |
그러므로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며, |
信是無上佛菩提며 |
믿음은 바로 위없는 불보리이며, |
信能永斷煩惱本이며 |
믿음은 번뇌의 근본을 영원히 끊을 수 있는 것이며, |
信能速證解脫門이라하시니 |
믿음은 해탈문을 속히 증득케 하는 것이다 하였다. |
昔有善星比丘 侍佛할새 |
옛날 선성(善星)비구가 부처님을 모실 때 |
二十年을 不離左右호대 |
20년을 옆에서 떠나지 않았으나 |
蓋謂無此一箇信字하야 |
이 믿을 신자가 없어서 |
不成聖道하고 生陷泥黎하니라 |
성도를 이루지 못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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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로 지옥에 빠졌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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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日信翁居士는 雖處富貴之中이나 |
오늘 신옹거사는 비록 부귀한 처지이지만 |
能具如是決定之信이라 |
능히 이와 같이 결정한 믿음을 갖추었다. |
昨於壬午歲에 登山求見이라가 |
작년 임오년에 산에 올라와 만나려 하다가 |
不納而回하고 又於次年冬에 |
거절하자 돌아가고, 또 이듬 해 겨울에 |
拉直翁居士同訪하야 始得入門이러니 |
직옹거사와 함께 와서 비로소 문 안에 들어왔다. |
今又越一載에 齎糧裹糝하고 |
지금 또 한 해가 지나서 양식을 싸가지고 |
特來相從하야 乞受毗尼하며 |
특별히 와서 서로 만나 계 받기를 빌며 |
願為弟子할새 |
제자가 되기를 원하기에 |
故以連日詰其端由호니 |
며칠 동안 그 이유를 물었더니 |
的有篤信趣道之志라 |
확실히 돈독한 믿음과 도에 취향하려는 뜻이 있었다.. |
維摩經에 云호대 |
유마경(維摩經)에 이르기를, |
高原陸地에 不生蓮華하고 |
'높은 언덕과 육지에는 연꽃이 나지
않고 |
卑濕淤泥에 乃生此華라하니 |
낮고 습한 진흙 늪이라야 이 꽃이 난다.'고 하니 |
正謂此也로다 |
정히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
山僧이 由是憮之하야 |
내가 그 때문에 어루만져서 |
將箇省力易修 曾驗底話頭하야 |
성찰력으로 쉽게 닦도록 일찍이 검증된 화두인 |
兩手分付 萬法歸一 一歸何處하노니 |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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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가?'를 양손으로 나누어 주리니 |
決能便恁麼信去하며 便恁麼疑去어다 |
결정코 이렇게 믿어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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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의심해 갈 수 있기 바란다. |
須知疑는 以信為體하고 |
모름지기 의정(疑情)은 믿음으로 체(體)를 삼고 |
悟는 以疑為用이니라 |
깨달음은 의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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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용[用]을 삼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信有十分이면 疑有十分하고 |
믿음이 십분(十分)이면 의정이 십분이고, |
疑得十分이면 悟得十分이라 |
의정이 십분이면 깨달음이 십분이다. |
譬如水漲船高하고 泥多佛大니라 |
비유컨대 물이 불어나면 배가 높아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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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이 많아지면 불사이 커지는 것과 같다. |
西天此土에 古今知識이 |
인도와 이 나라에 고금의 선지식들이 |
發揚此段光明호대 |
이 한 덩어리의 광명을 비추었으되 |
莫不只是一箇決疑而已라 |
모두가 다만 이 한 개의 의정을 결정한 것이었다. |
千疑萬疑 只是一疑니 |
천 가지 만 가지 의정이 다만 이 하나의 의정이니 |
決此疑者는 更無餘疑니라 |
이 의정을 결정하면 다른 의정이 없을 것이다. |
既無餘疑인댄 |
기왕 다른 의정이 없다면 |
即與釋迦彌勒과 淨名龐老로 |
곧 석가나 미륵, 유마거사나 방거사와 더불어 |
不增不減하며 無二無別하야 |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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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도 없고 다른 것도 없으며, |
同一眼見이며 同一耳聞이며 |
같은 눈으로 보고 같은 귀로 들으며, |
同一受用이며 同一出沒하야 |
동일하게 수용하고 동일하게 출몰하여 |
天堂地獄에 任意逍遙하고 |
천당과 지옥을 임의로 다니고 |
虎穴魔宮에 縱橫無礙하야 |
호랑이 굴이나 마구니 궁을 거침없이 활보하여 |
騰騰任運하며 任運騰騰하니라 |
등등임운하고 임운등등할 것이다. |
故로 涅槃經에 云 |
그래서 열반경에 이르되, |
生滅이 滅已에 寂滅이 為樂이라하시니 |
'생멸이 멸하면 적멸이 낙이 된다.'
하였으니 |
須知此樂은 非妄念遷注情識之樂이라 |
모름지기 이 즐거움은 망념이 변천하여 모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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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情識)의 낙이 아니라 |
乃是真淨無為之樂耳니라 |
참으로 청정한 무위의 낙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
夫子 云夕死可矣라하시고 |
대저 공자는 '저녁에 죽어도 가하다.' 하였고, |
顏回는 不改其樂하고 |
안회(顏回)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았고, |
曾點은 舞詠而歸하니 |
증점(曾點)은 춤추고 노래하며 돌아왔으니, |
咸佩此無生真空之樂也矣니라 |
모두가 생이 없는 진공(眞空)의 낙을 지닌 것이다. |
苟或不疑不信인댄 |
진실로 어떤 사람이 의심하지도 믿지도 않는다면 |
饒你坐到彌勒下生이라도 |
넉넉히 그는 미륵이 하생할 때까지 앉아 있어도 |
也只做得箇依草附木之精靈이며 |
다만 풀이나 나무에 붙은 정령(精靈)이거나 |
魂不散底死漢이니라 |
혼이 흩어지지 않은 죽은 자일 것이다. |
教中에 言二乘小果는 |
교학에서 말하되, 이승소과(二乘小果)는 |
雖入八萬劫大定이나 |
비록 팔만 겁의 큰 정(定)에 들어도 |
不信此事할새 去聖逾遙하야 |
이 일을 믿지 않기에 성인과 더욱 멀어져서 |
常被佛訶라하시니라 |
항상 부처님의 꾸중을 듣는다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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直欲發大信起大疑하야 |
곧바로 큰 믿음과 큰 의정을 일으켜 |
疑來疑去에 |
의심해 가고 의심해 오려 하면 |
一念萬年 萬年一念이라 |
일념이 만 년이요 만 년이 일념이다. |
的的要見者一法子落著인댄 |
확실하게 이 한 법의 뜻을 알고자 한다면 |
如與人으로 結了生死冤讎相似하야 |
사람들과 생사의 원수를 맺어 |
心憤憤地 即欲便與一刀兩段하야 |
마음이 몹씨 분개한 지경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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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한 칼로 두 동강을 내려는 것처럼 할 것이며, |
縱於造次顛沛之際라도 |
비록 잠깐 넘어지는 때가 있더라도 |
皆是猛利著鞭之時節이니라 |
이것이 다 맹렬히 채찍질을 가하는 시절인 것이다. |
若到不疑自疑하야 |
만약 의심하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의심이 나서 |
寤寐無失하며 |
자나 깨나 잊혀지지 않으니 |
有眼如盲하고 有耳如聾하야 |
눈이 있어도 소경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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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있어도 귀머거리인 듯 |
不墮見聞窠臼가 猶是能所未忘이라 |
견문(見聞)의 구덩이에 빠지지 않으려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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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것이 주관과 객관을 떠나지 못한 것이라 |
偷心未息이니라 |
추구하는 마음을 쉬어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
切宜精進中에 倍加精進하야 |
간절히 정진하는 가운데 정진을 배가하여 |
直教行不知行하고 坐不知坐하며 |
다만 가도 가는 줄 모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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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도 앉은 줄 모르며, |
東西不辨하고 南北不分하야 |
동서를 판단하지 못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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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도 분간하지 못하여 |
不見有一法可當情호미 |
감정에 있는 한 법도 보지 못하는 것이 |
如箇無孔鐵鎚相似하야 |
마치 구멍없는 쇠망치 같아야 |
能疑所疑와 內心外境이 |
의심의 주체와 의심의 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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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과 바깥 경계가 |
雙忘雙泯하야 無無亦無니라 |
쌍으로 없어지고 쌍으로 사라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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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고 또 없다는 것도 없게 된다. |
到者裏하야는 舉足下足處에 |
여기에 이르러서는 다리를 들고 내딛는 곳에서 |
切忌踏翻大海하며 踢倒須彌하고 |
큰 바다를 밟아 뒤엎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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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을 차서 무너뜨리는 것을 절대 경계하고 |
折旋俯仰時에 照顧。 |
좌우상하를 볼 때 비춰 돌아보아서 |
觸瞎達磨眼睛하고 |
달마의 눈동자를 찔러 멀게 하고 |
磕破釋迦鼻孔이니라 |
석가의 콧구멍을 찢을 것이다. |
其或未然인댄 更與添箇注腳호리라 |
혹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설명을 더해 주겠다. |
僧問趙州和尚호대 |
어느 스님이 조주화상에게 물었다. |
萬法歸一이어니와 一歸何處닛고 |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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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
州云 我在青州하야 作一領布衫호니 |
조주가 말하기를, '내가 청주에 있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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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적삼 한 벌을 만들었는데 |
重이 七斤이라 |
무게가 일곱 근이었다.' 하자 |
師云 大小趙州여 拖泥帶水로다 |
스승이 이르시기를, '점잖은 조주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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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묻고 물에 젖었구려. |
非特不能為者僧하야 斬斷疑情이라 |
단지 저 승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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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을 끊어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
亦乃賺天下衲僧하야 |
천하의 납승을 속여서 |
死在葛藤窠裏로다 |
죽어 갈등 속에 있게 했소.' 하였다. |
西峰則不然하야 今日에 忽有人이 |
나라면 그렇지 않아서 오늘 갑자기 어떤 사람이 |
問萬法歸一이어니와 一歸何處오하면 |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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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하고 물으면 |
只向他道호대 狗舐熱油鐺이라호리니 |
다만 다른 길을 향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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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뜨거운 기름 솥을 핥는다.'고
하겠다. |
信翁信翁아 |
'신옹아, 신옹아! |
若向者裏하야 擔荷得去인댄 |
만약 이 속을 향해 둘러메고 간다면 |
只者一箇信字도 也是眼中著屑이니라 |
다만 이 믿을 신자 하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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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붙은 티끌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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