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峰和尚禪要

고봉화상 선요 _ 3. 示直翁居士(洪新恩)

碧雲 2016. 3. 9. 22:48
 示直翁居士(洪新恩)3. 직옹거사 홍신은에게 보임
終日共談不二호대 종일 함께 둘 아닌 이치를 말하되 
未嘗著一字라하니 일찍이 한 글자도 논하지 않았다고 했다. 
復問此意如何오하면 다시 '이 뜻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 다면 
不免遞相鈍置리라 서로 어리석은 자가 됨을 면치 못하리라.
父母非我親이라 誰是最親者오 부모는 나와 친하지 않으니 
누가 가장 친한 사람인가? 
盲龜跛鱉이라하니 눈 먼 거북과 절름발이 자라다.
靈利漢이 向者裏薦得하면 영리한 사람이 이것을 터득하면 
便見無邊境自他 무한한 세계에서 나와 남이 
不隔於毫端하며털끝 만큼도 간격이 없으며 
十世古今始終이 시방세계의 고금과 시종이 
不離於當念이니라 이 한 생각을 떠나지 않았음을 곧 보게 되리라.
其或未然인댄 不妨轉機輪하야 혹 그렇지 못하면 
기륜(機輪)을 한 번 굴려 
便就盲龜跛鱉上하야 눈먼 거북과 절름발이 자라에 나아가 
著些精彩하야 起箇疑情이니 정신을 차려 의정을 일으키는 것이 
방해되지 않을 것이다.
疑來疑去에 直內外로 의심해 가고 의심해 옴에 다만 안과 밖을 
打成一片하야 한 덩어리로 만들어 
終日無絲毫漏하야 종일 조금도 새어나감이 없게 하여 
鯁鯁于懷호미 가슴에 가시 걸린 것이 
如中毒藥相似하며 마치 독약을 맞은 것과 같이 해야 한다.
又若金剛圈栗棘蓬을 또 금강 울타리와 밤 가시를 
決定要하며 決定要透하야 결정코 삼키고자 하며 
결정코 뚫고자 하여 
但盡平生伎倆하야 憤將去하면 다만 평생 기량을 다해서 지어나가면 
自然有箇悟處하리라 자연히 어떤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假使今生에 透不下하야 가령 금생에 뚫지 못하고 
眼光落地之時에 죽을 때에 
縱在諸惡趣中이라도 비록 여러 나쁜 갈래에 떨어지더라도 
不驚不怖하며 無拘無絆하야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구속되거나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設遇閻家老子 諸大鬼王하야도 설령 염라대왕이나 여러 귀신을 만나더라도 
亦皆拱手하리라 何故오 모두 공경할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有此般若不思議之威力也니라 이는 반야의 불가사의한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然則有諸現業이라도 그렇다면 수많은 현재의 업이 있어도 
畢竟에 般若力勝이 필경 반야의 위대한 힘은 
如箇金剛幢子하야 금강당자(幢子)와 같아서 
鑽之不入하며 撼之不動이리라 뚫어도 뚫리지 않고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世人이 出於豪勢門墻도 亦復如是하야 세상사람들이 호화롭고 권세있는 집에 
태어나는 것도 그와 같아서 
一切官屬吏卒이 無不畏之하며 일체의 관리들과 서리 병졸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又若擲地墮地에 重處先著目이니또 물건을 땅에 던지면 
무거운 곳이 먼저 땅에 닿는 것과 같다.
即雖有成住壞空之相이나 눈으로 보면 비록 성주괴공의 형상이 있으나 
如龍脫殼하며 如客旅居하야 용이 껍질을 벗는 것과 같으며 
나그네가 객사에 거처하는 것과 같아서 .
其實本主는 실제로 그 본 주인은 
無生無滅 無去無來하며 생멸이 없고 가고 옴이 없으며
無增無減 無老無少하야 더하고 덜함도 없고 늙고 젊음도 없다.
自無始劫來로 至於今生히 시작없는 옛날로부터 금생에 이르기까지 
頭出頭沒하야 千變萬化에도 태어나고 죽어서 천만가지로 변해도 
未嘗移易絲毫許니라 일찍이 조금도 옮겨 바뀌지 않았다.
堪嗟라 一等學人이 슬프다! 한 무리의 배우는 사람들이 
往往에 多認者箇識神하야 가끔 이 식신(識神)만 많이들 알고 
不救正悟하며 不脫生死하나니 바른 깨달음을 구하지 않으며 
생사도 해탈하지 않으니 
置之莫論이로다 버려두고 논할 것이 없도다.
今生에 下此般若種子하며 금생에 기왕 이 반야의 종자를 심었다면 
纔出頭來에 管取福慧兩全하야 곧 태어날 때 반드시 복과 지혜가 온전하여
超今越古하리니 고금을 뛰어넘을 것이다.
裴相國 李駙馬 韓文公 배상국(裴相國), 이부마(李駙馬), 한문공(韓文公) 
白樂天 蘇東坡 張無盡이 백락천(白樂天), 소동파(蘇東坡), 장무진(張無盡)이 
即此之類也라 곧 이런 사람들이다.
雖沈迷欲境하야 亦不曾用工이나 비록 이들은 욕심의 경계에 빠져 
일찍이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纔參見善知識하야 선지식을 겨우 만나 
一言之下에 頓悟上乘하야 일언지하에 상승의 도리를 문득 깨달아 
超越生死하고 생사를 초월했다.
雖在塵中이나 비록 이들은 세속에 있었으나 
遊戲三昧하며 不忘佛囑하야 삼매를 즐기며 부처님의 당부를 잊지 않고 
外護吾門하며 咸載祖燈하야 밖에서 불교를 보호하며 
다같이 조사의 반열에 올라서 
續佛慧命하니 부처님의 혜명(慧命)을 이었다.
此輩 若不是宿世栽培면 이 사람들이 만약 숙세에 심어 기르지 않았다면 
焉得便恁開花結子하야 어찌 이와 같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福足慧足이리요 지혜와 복덕을 모두 갖추었겠는가?
是則固是나 今日山僧은 이 말이 참으로 옳으나 오늘 나는 
卻有箇鍛凡成聖底藥頭호대 도리어 범부를 단련하여 
성인을 만드는 약을 가지고 있으니 
不假㘽培底種子라 재배하지 않는 종자이다.
說則辭繁일새 말을 하면 번거롭기만 하니 
一偈하노라 간략하게 한 게송을 들려주겠다. 
欲明種子因인댄 종자의 인자를 밝히려면 
熟讀上大人이어다 화두를 열심히 참구하라 
若到可知禮하면 만약 핵심을 아는 데 이르면 
盲龜跛鱉親하리라 눈먼 거북 절름발이 자라와 친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