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峰和尚禪要 | 고봉(高峰)화상 선요(禪要) |
| 고우 스님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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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峰和尚禪要序 | 고봉화상 선요 서(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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參禪은 雖以不立文字하며 | 참선이 비록 문자를 세우지 않고 |
不假修證으로 為宗이나 | 굳이 닦아 증득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
| 종지(宗旨)를 삼는다지만 |
然이나 既可參則必有要하니 | 기왕 참구하려면 필요한 것이 있으니, |
要者는 何오 | 그 요체가 무엇이겠는가? |
如網之有綱하야 衣之有領하야 | 그물에는 벼릿줄이 있고 |
| 옷에는 옷깃이 있는 것과 같아서 |
使人一舉而徑得其直遂者가 是也라 | 사람이 한 번에 곧바로 |
| 그것을 다룰 수 있게 하는 것이니라. |
萬目이 非不網也나 | 만 개의 그물눈이 그물 아닌 것은 아니나 |
捨綱舉目이면 網必不張이요 | 벼릿줄을 버려두고 그물눈을 잡아들면 |
| 그물은 필경 펴지지 않을 것이요 |
萬縷 非不衣也나 | 만 개의 실오라기가 옷 아닌 것이 아니나 |
遺領舉縷면 衣必不振이니라 | 옷깃은 놔두고 실오라기만 잡으면 |
| 옷은 필경 펴지지 않을 것이니라. |
永嘉 云호대 摘葉尋枝는 | 영가(永嘉)스님은 "잎 따고 가지 찾는 일은 |
我不能이라하니 | 나는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
枝與葉은 非要요 | 가지와 잎은 요긴한 것이 아니요 |
根本이라사 固要也어늘 | 근본이라야 참으로 중요한 것인데 |
學者 復昧其根本이로다 | 배우는 이들은 그 근본을 알지 못한다. |
鵝湖云호대 要在當人能擇上이라하니 | 아호(鵝湖)는 "요점은 당연히 본인이 좋은 것을 |
| 선택하는 데 있다."라고 하였다. |
擇善而從이 可也어늘 | 좋은 것을 가려서 따르는 것이 옳으련만 |
學者 往往에 差決擇於發軔하야 | 배우는 이들은 왕왕 |
| 출발에서부터 선택을 잘못하여 |
終適越而北轅이로다 | 남쪽 월나라로 가려면서 |
| 수레 채를 끝내 북쪽으로 향한다. |
乃至從上祖師의 遺編이 山積이라 | 위로부터 조사들이 남긴 책이 산적해 있는데 |
一話一言이 固無非綱領이로대 |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
| 확고히 강령이 아닌 것이 없다, |
柰何世降聖遠에 情偽日滋하야 | 성인이 오셨던 때와 멀어졌다고는 하나 |
| 세상이 어찌하여 인정이 날로 더 거짓되고 |
心意識이 有以蠱蝕之라 | 심의식(心意識)이 좀먹어서 |
則視綱領하야 為目縷者 | 벼릿줄과 옷깃[綱領]을 |
| 그물눈과 실오라기로 삼아 보는 자들이 |
蓋摠摠矣리요 | 어찌 이다지도 많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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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師高峰和尚이 | 우리 스승 고봉화상이 |
自雙峰으로 而西峰히 | 쌍봉(雙峰)에서 서봉사(西峰寺)에 오시기까지 |
二十餘年을 念此之故로 | 20여년 동안 이 점을 염려하신 까닭에 |
不獲已하사 示人剋的하시니 | 부득이 사람들에게 새겨야 할 것을 보이시니, |
如神藥이 刀圭而起死하고 | 마치 신통한 약이 극히 적은 분량으로도 |
| 죽은 사람을 살려내고, |
靈符 點畫而驅邪라 | 영험한 부적의 한 점 한 획이 |
| 요사한 것을 몰아내는 것과 같기에 |
故로 有探其奇方秘咒하야 | 그러므로 기이한 처방과 신비한 주문을 찾아 |
將以為學徒綱領者러라 | 배우는 사람이 강령을 삼을 수 있게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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或이 曰獲禽은 在目이요 不在綱이며 | 어떤 사람이 물었다. |
| "새를 잡는 것은 그물눈이지 벼릿줄이 아니며, |
禦寒은 在縷라 不在領이니 | 추위를 막는 것은 실오라기지 옷깃이 아니다. |
八萬四千法門이 門門可入이라 | 팔만 사천 가지 일체 가르침이 |
| 낱낱이 다 들어갈 수 있는 문이니 |
目與縷는 果非要耶아 | 그렇다면 그물눈과 실오라기도 요체가 아닌가?" |
將應之曰 | 이에 곧 대답했다. |
世尊法門이 信廣大無邊이니 | 세존의 법문은 참으로 광대무변하지만 |
顧乃設為方便狹小一門하야 | 돌아보면 마침내 방편의 좁고 작은 |
| 하나의 문을 마련하시어 |
使諸子로 出火宅而入大乘하시니 |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불난 집을 벗어나 |
| 대승의 가르침에 들게 하셨으니 |
是는 攝目縷하야 為綱領耳니라 | 이것은 그물눈과 실오라기를 아우러서 |
| 강령으로 삼으신 것이다. |
然則綱耶아 目耶아 | 그렇다면 이것이 벼릿줄인가, 그물눈인가? |
領耶아 縷耶아 要耶아 非要耶아 | 옷깃인가, 실오라기인가? |
| 요체인가, 요체가 아닌가? |
未具頂門正眼인댄 | 정상의 바른 안목을 갖춘 사람이 아니면 |
未可以易言也니라 | 쉽게 말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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喬祖 預西峰法席以來로 | 교조(喬祖)가 서봉(西峰)스님의 |
| 법석에 참석한 이래 |
每抄集示徒法語之切於參決者하야 | 참구하기를 결심한 이들에게 내리신 |
| 절실한 법어들을 매번 베껴 모아서 |
名之曰禪要라하니 | 이를 선요(禪要)라 이름 붙였으니 |
久欲與有志者로 共之러라 | 참선에 뜻을 둔 사람들이 |
| 오래 함께 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
一日에 舉似姑蘇永中上人하니 | 하루는 고소(姑蘇)산 |
| 영중사에 계신 스님께 보여드렸더니, |
欣然欲募緣鋟梓하야 | 그 스님이 기꺼이 인연을 모아 |
| 목판에 새기고자 하였다. |
且俾喬祖為之序하라하야늘 | 그가 나에게 서문을 써달라 하기에 |
喬祖 既已承命하고 復告之曰 | 내가 기왕에 부탁을 받고 다시 말하기를, |
師別有一要語 在綱領外하야 | "고봉스님의 특별한 하나의 요긴한 말씀은 |
| 강령 밖에 있어서 |
藏之虛空骨中하니 | 허공의 뼈 속에 감춰진 것이라 |
兄欲鋟하고 我欲序 皆不能일새 | 형께서 목판에 새기고 |
| 나는 서문을 쓰고자 하나 다 불가능합니다. |
尚俟他日에 更作一番揭露하노라 | 차라리 다른 날 다시 한 번 |
| 거론하기를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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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元甲午重九日天目參學 | 지원 갑오 9월 9일 천목산에서 공부를 배운 |
直翁洪喬祖謹書。 | 직옹 홍교조가 삼가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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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要跋 | 선요 발(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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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靈은 以閱經으로
為鑽故紙하고 | 고령신찬(古靈神贊)선사는 경전 읽는 것을 |
| 묵은 종이 뚫는 것이라 했고, |
輪扁은 以讀書로 為味糟粕이라하니 | 윤편(輪扁)은 책 읽는 것을 |
| 술지게미나 맛보는 것으로 여겼다. |
良以道는 不可以言語文字求也일새니라 | 참다운 도는 문자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
然이나 道無方하고 體無形하니 | 그러나 도는 방소가 없고 |
| 본체는 모양이 없으니 |
似非言語文字면 何從而明之리요 | 언어와 문자가 아니면 무엇으로 밝히겠는가? |
是以로 吾佛世尊이 | 이 때문에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는 |
雖隨機化誘 曲成密庸하사 | 근기에 따라 교화하시며 |
| 도리어 자주 사용하시어 |
而不能不談十二部法하시며 | 12부의 가르침을 말씀하지 않을 수 없으셨고, |
達磨西來하사 雖不立文字하시나 |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오시어 |
| 비록 문자를 세우지 않으셨다 하나 |
而授受之際에 口傳面命하시니 | 주고 받는 지경에서는 |
| 입으로 전하고 대면하여 명하셨으니 |
亦不能以忘言이시니라 | 이 또한 말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
蓋道는 雖不在於言語文字나 | 대개 도는 언어와 문자에 있지 않으나 |
實不離於言語文字요 | 실제 말과 글을 떠나 있는 것도 아니다. |
特精微之旨는 具於辭說之表라 | 특별히 정밀하고 미세한 뜻은 |
| 말의 바깥에 갖추어져 있어서 |
未易窺睹로다 | 쉽게 엿볼 수가 없다. |
世之學者 往往에 沈著於語下하야 | 세상의 배우는 사람들이 가끔 말에 빠져 |
不能體會其精微하며 | 그 정미로움을 체득해 알지 못하며 |
徒觀標月之指하고 不覿當天之月이라 |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
| 하늘에 뜬 달은 보지 못한다. |
遂以言語文字로 為礙하야 | 말과 글이 장애 되는 것을 보고 |
致俾古靈輪扁으로 | 고령선사와 윤편으로 하여금 |
激而為故紙糟粕之譏로다 | 격하여 '옛 종이를 뚫는다, 술지게미를 |
| 맛본다'고 기롱하게 한 것이다. |
然이나 言語文字는 | 그러나 말과 문자가 |
正所以發明心華하야 模寫道妙어니 | 바로 심화(心華)를 발명하고 |
| 도의 오묘함을 본떠 그릴 수 있는 것이니 |
初何嘗礙道哉리요 | 처음부터 어찌 도를 장애한다고만 하겠는가? |
高峰和尚의 說法이 如雲如雨커늘 | 고봉스님의 설법이 구름 같고 비 같은데 |
直翁洪君 撮其奇秘하야 | 직옹홍군(直翁洪君)이 그 기밀한 것을 모아 |
名曰禪要라하고 | 선요라 이름하고, |
永中上人이 從而鋟梓하야 | 영중사 스님이 목판에 새겨서 |
以廣其傳하니 | 널리 그것을 전하니 |
舉網而得綱이며 | 그물을 들어 벼릿줄을 얻은 것이며, |
挈裘而振領이라 | 옷을 끌어 옷깃을 잡은 것이다. |
將俾學者로 因法語之要하야 | 장차 배우는 이들로 하여금 |
| 가르침의 요점에 기인하여 |
以會道體之全하니 | 도의 온전한 본체를 알게 했으니 |
其開牗後學之心이 可謂篤矣로다 | 후학을 열어주려는 마음이 |
| 가히 돈독하다 할 만하다. |
學者 於此에 果能優游以求之하며 | 배우는 사람이 여기서 |
| 끝까지 안락하게 공부하고 |
厭沃以趨之하면 | 촉촉히 적셔 비옥해지도록 추구해 간다면 |
渙然永釋하고 怡然理順하리니 | 환연(渙然)하게 영원히 풀려서 |
| 쾌히 이치에 순응하게 되리라. |
則工夫次第와 進趣操略을 | 공부의 차례와 나아가는 방법을 |
老師 已和盤托出하사 悉在此書矣라 | 고봉스님께서 이미 밥상까지 다 내 주셔서 |
| 모든 것이 이 책 안에 있다. |
特患學者 未能猛烈承當耳로다 | 다만 배우는 사람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
| 승당하지 못할까 근심할 뿐이다. |
吁라 扁鵲方中에 具有靈藥하니 | 아! 편작의 처방전에는 |
| 신령한 약이 갖추어져 있으니 |
或名神丹이며 或名無憂散이라 | 이를 혹 신단이라 하거나 |
| 혹은 무우산이라고도 한다. |
回生起死。功在剎那하니 | 죽었다가 살아나는 공이 찰나에 있다. |
具眼目하니는 著精神 盡心力하야 | 안목 있는 사람이 |
| 정신을 쏟고 마음을 다해서 |
汲汲而求之하면 未有不得者리라 | 부지런히 구하면 |
| 얻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
老師之言이 豈欺汝也리요 | 고봉선사의 말씀이 어찌 그대를 속이겠는가? |
學者 慎無錯認古靈輪扁之言 | 배우는 사람이 |
| 삼가 고령과 윤편의 말을 잘못 알거나 |
而忘老師 諄諄之誨하면 | 고봉스님의 거듭된 가르침을 잊지 않으면 |
庶幾直翁永中이 功不虛施하며 | 아마 직옹과 영중의 공력이 |
| 헛되이 베푼 것이 되지 않을 것이며 |
亦使觀語錄 而得發明者로 | 어록을 보고 발명을 얻는 사람은 |
不專美於前矣리라 | 예전에 좋아하던 것을 전념하지 못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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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元甲午十月哉生魄。 | 지원 갑오년에 시월 재생백에 |
參學清苕淨明朱穎遠謹跋 | 참학 청소 정명 주영원이 삼가 발문을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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