示直翁居士(洪新恩) |
3. 직옹거사 홍신은에게 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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終日共談不二호대 |
종일 함께 둘 아닌 이치를 말하되 |
未嘗舉著一字라하니 |
일찍이 한 글자도 논하지 않았다고 했다. |
復問此意如何오하면 |
다시 '이 뜻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 다면 |
不免遞相鈍置리라 |
서로 어리석은 자가 됨을 면치 못하리라. |
父母非我親이라 誰是最親者오 |
부모는 나와 친하지 않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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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장 친한 사람인가? |
盲龜跛鱉이라하니 |
눈 먼 거북과 절름발이 자라다. |
靈利漢이 向者裏薦得하면 |
영리한 사람이 이것을 터득하면 |
便見無邊剎境自他 |
무한한 세계에서 나와 남이 |
不隔於毫端하며 |
털끝 만큼도 간격이 없으며 |
十世古今始終이 |
시방세계의 고금과 시종이 |
不離於當念이니라 |
이 한 생각을 떠나지 않았음을 곧 보게 되리라. |
其或未然인댄 不妨撇轉機輪하야 |
혹 그렇지 못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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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륜(機輪)을 한 번 굴려 |
便就盲龜跛鱉上하야 |
눈먼 거북과 절름발이 자라에 나아가 |
著些精彩하야 起箇疑情이니 |
정신을 차려 의정을 일으키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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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되지 않을 것이다. |
疑來疑去에 直教內外로 |
의심해 가고 의심해 옴에 다만 안과 밖을 |
打成一片하야 |
한 덩어리로 만들어 |
終日無絲毫滲漏하야 |
종일 조금도 새어나감이 없게 하여 |
鯁鯁于懷호미 |
가슴에 가시 걸린 것이 |
如中毒藥相似하며 |
마치 독약을 맞은 것과 같이 해야 한다. |
又若金剛圈栗棘蓬을 |
또 금강 울타리와 밤 가시를 |
決定要吞하며 決定要透하야 |
결정코 삼키고자 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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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코 뚫고자 하여 |
但盡平生伎倆하야 憤將去하면 |
다만 평생 기량을 다해서 지어나가면 |
自然有箇悟處하리라 |
자연히 어떤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
假使今生에 吞透不下하야 |
가령 금생에 뚫지 못하고 |
眼光落地之時에 |
죽을 때에 |
縱在諸惡趣中이라도 |
비록 여러 나쁜 갈래에 떨어지더라도 |
不驚不怖하며 無拘無絆하야 |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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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되거나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
設遇閻家老子 諸大鬼王하야도 |
설령 염라대왕이나 여러 귀신을 만나더라도 |
亦皆拱手하리라 何故오 |
모두 공경할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
蓋為有此般若不思議之威力也니라 |
이는 반야의 불가사의한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
然則有諸現業이라도 |
그렇다면 수많은 현재의 업이 있어도 |
畢竟에 般若力勝이 |
필경 반야의 위대한 힘은 |
如箇金剛幢子하야 |
금강당자(幢子)와 같아서 |
鑽之不入하며 撼之不動이리라 |
뚫어도 뚫리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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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
世人이 出於豪勢門墻도 亦復如是하야 |
세상사람들이 호화롭고 권세있는 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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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것도 그와 같아서 |
一切官屬吏卒이 無不畏之하며 |
일체의 관리들과 서리 병졸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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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
又若擲地墮地에 重處先著目이니 |
또 물건을 땅에 던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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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곳이 먼저 땅에 닿는 것과 같다. |
即雖有成住壞空之相이나 |
눈으로 보면 비록 성주괴공의 형상이 있으나 |
如龍脫殼하며 如客旅居하야 |
용이 껍질을 벗는 것과 같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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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가 객사에 거처하는 것과 같아서 . |
其實本主는 |
실제로 그 본 주인은 |
無生無滅 無去無來하며 |
생멸이 없고 가고 옴이 없으며 |
無增無減 無老無少하야 |
더하고 덜함도 없고 늙고 젊음도 없다. |
自無始劫來로 至於今生히 |
시작없는 옛날로부터 금생에 이르기까지 |
頭出頭沒하야 千變萬化에도 |
태어나고 죽어서 천만가지로 변해도 |
未嘗移易絲毫許니라 |
일찍이 조금도 옮겨 바뀌지 않았다. |
堪嗟라 一等學人이 |
슬프다! 한 무리의 배우는 사람들이 |
往往에 多認者箇識神하야 |
가끔 이 식신(識神)만 많이들 알고 |
不救正悟하며 不脫生死하나니 |
바른 깨달음을 구하지 않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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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도 해탈하지 않으니 |
置之莫論이로다 |
버려두고 논할 것이 없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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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生에 既下此般若種子하며 |
금생에 기왕 이 반야의 종자를 심었다면 |
纔出頭來에 管取福慧兩全하야 |
곧 태어날 때 반드시 복과 지혜가 온전하여 |
超今越古하리니 |
고금을 뛰어넘을 것이다. |
裴相國 李駙馬 韓文公 |
배상국(裴相國), 이부마(李駙馬), 한문공(韓文公) |
白樂天 蘇東坡 張無盡이 |
백락천(白樂天), 소동파(蘇東坡), 장무진(張無盡)이 |
即此之類也라 |
곧 이런 사람들이다. |
雖沈迷欲境하야 亦不曾用工이나 |
비록 이들은 욕심의 경계에 빠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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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
纔參見善知識하야 |
선지식을 겨우 만나 |
一言之下에 頓悟上乘하야 |
일언지하에 상승의 도리를 문득 깨달아 |
超越生死하고 |
생사를 초월했다. |
雖在塵中이나 |
비록 이들은 세속에 있었으나 |
遊戲三昧하며 不忘佛囑하야 |
삼매를 즐기며 부처님의 당부를 잊지 않고 |
外護吾門하며 咸載祖燈하야 |
밖에서 불교를 보호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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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조사의 반열에 올라서 |
續佛慧命하니 |
부처님의 혜명(慧命)을 이었다. |
此輩 若不是宿世栽培면 |
이 사람들이 만약 숙세에 심어 기르지 않았다면 |
焉得便恁麼開花結子하야 |
어찌 이와 같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
福足慧足이리요 |
지혜와 복덕을 모두 갖추었겠는가? |
是則固是나 今日山僧은 |
이 말이 참으로 옳으나 오늘 나는 |
卻有箇鍛凡成聖底藥頭호대 |
도리어 범부를 단련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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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을 만드는 약을 가지고 있으니 |
不假㘽培底種子라 |
재배하지 않는 종자이다. |
說則辭繁일새 |
말을 하면 번거롭기만 하니 |
略舉一偈하노라 |
간략하게 한 게송을 들려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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欲明種子因인댄 |
종자의 인자를 밝히려면 |
熟讀上大人이어다 |
화두를 열심히 참구하라 |
若到可知禮하면 |
만약 핵심을 아는 데 이르면 |
盲龜跛鱉親하리라 |
눈먼 거북 절름발이 자라와 친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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