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峰和尚禪要

고봉화상 선요 _ 1. 개당보설(開堂普說)

碧雲 2016. 3. 9. 22:44

 

高峰和禪要 고봉화상 선요
     侍   者   持 正 錄          시 자  지정(持正)이 기록하고
    參學直翁居士 洪喬祖 編          참학 직옹거사  홍교조가 편집하다.
   
 開堂普說 1. 개당보설(開堂普說)
   
僧問호대 十方同聚會하야  한 스님이 물었다.
  "'여러 곳에서 함께 모여
箇箇學無하나니  저마다 무위를 배우니 
此是選佛場이라 여기가 선불장(選佛場)이라 
心空及第歸라하신  마음 비우고 급제하여 돌아가네.'라고 하신
龐居士의 恁道에  방거사의 이 말씀 가운데 
還有人處也無잇가  사람을 위하는 곳이 있습니까?"
師云有니라  고봉선사가 대답했다. "있다."
進云 畢竟에 在那一句닛고  그 스님이 또 물었다.
  "필경 어느 구절에 있습니까?"
師云 從頭將問來하라  "처음부터 다시 물어라."
進云 如何是十方同聚會닛고  "어떤 것이 여러 곳에서 
  함께 모였다는 것입니까?"
師云 龍蛇混雜하고  "용과 뱀이 섞이고 
凡聖이 交參이니라  범부와 성인이 섞여서 참례한다."
進云 如何是箇箇學無닛고  "어떤 것이 저마다 무위를 배우는 것입니까?"
師云 口佛祖하고 眼蓋乾坤이니라  "입으로 부처와 조사를 삼키고 
  눈으로 하늘과 땅을 덮어버린다."
進云 如何是選佛場이닛고  "어떤 것이 선불장입니까?"
師云 東西十萬이요 南北八千이니라  "동서가 십만이고 남북이 팔천이다."
進云 如何是心空及第歸닛고  "어떤 것이 마음 비우고 
  급제해 돌아가는 것입니까?"
師云 動容揚古路하야 不墮悄然機니라  "움직이는 모양새가 옛길에 양양하여  
  근심스러운 지경[悄然機]에 떨어지지 않는다."
進云 恁則言言見諦요  "그렇다면 말 하나 하나에서 진리를 보고 
句句朝宗이로소이다  구절마다에서 종지를 밝혔습니다."
師云 甚處見得고  "그대는 무엇을 보았느냐?"
僧이 喝한데  이에 그 스님이 할(喝)을 하니,
師云 也是掉棒打月이로다  고봉선사가 말했다.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때리는구나!"
進云 此事且止하고  그 스님이 물었다.
只如西峰은 今日에  "이 일은 그만 두고 서봉사에 오늘 
十方聚會하야 選佛場開하시니  시방의 대중이 모여 선불장이 열렸으니
畢竟에 有何祥瑞닛고  필경에 무슨 좋은 일이 있습니까?"
師云 山河大地와 萬象森羅와  "산하대지와 삼라만상과 
情與無情이 悉皆成佛이니라  유정무정이 다 성불했다."
進云 皆成佛인댄  "기왕에 다 성불했다면 
因甚하야 學人은 不成佛이닛고  무엇 때문에 저는 성불하지 못했습니까?"
師云 若成佛인댄  "그대가 만일 성불한다면 
大地成佛이리요  어떻게 땅을 성불하게 하겠는가?"
進云 畢竟에 學人過在甚處닛고  "필경에 제 허물은 어디에 있습니까?"
師云 湘之南潭之北이니라  "상주는 남쪽에 있고 담주는 북쪽에 있다."
進云 還許學人으로 懺悔也無잇가  "제게 참회를 허락하실 수 없습니까?"
師云 禮拜著하라  "예배하라."
僧이 纔拜하니  그 스님이 절을 하자 
師云 獅子는 咬人하고  고봉선사가 "사자는 사람을 물고 
는 逐塊니라 한나라 개는 흙덩이를 쫓는다." 하였다.
   
師乃豎拂하시고 召大眾云하사대  고봉선사께서 불자를 세우고 
  대중에게 일렀다.
此是選佛場이며 心空及第歸니  "이것이 선불장이며 
  마음 비우고 급제하여 돌아가는 것이다.
怜俐漢이 若向者裏하야 見得이면  영리한 사람이 만약 이 속에서 보았다면
便見龐居士의 安身立命處니라  곧 방거사의 안신입명처(安身立命處)를
  보았을 것이다.
見龐居士 安身立命處인댄  기왕 방거사의 안신입명처를 보았다면
便見從上佛祖의 安身立命處요  문득 예전 불조(佛祖)의 
  안신입명처를 볼 것이며,
見佛祖 安身立命處인댄  기왕 불조의 안신입명처를 보았다면 
便見自己의 安身立命處요  곧 자기의 안신입명처를 볼 것이요,
見自己 安身立命處인댄  자기의 안신입명처를 보았으면
不妨向者裏하야  아무런 방해되는 것이 없이 
拗折拄杖하고 高掛囊하고  주장자를 꺾어버리고 
  발낭을 높이 걸어 놓고 
三條椽下와 七尺單前에  세 가닥 서까래 아래와 칠 척 단전에서
咬無米飯하며 不濕羹하고  쌀 없는 밥을 먹고 물 없는 국을 마시며
打眠하야 逍遙度日하리라  다리 뻗고 잠이들고 
  소요하며 세월을 보내리라.
若是奴不辨하며 菽麥不分인댄  만약 종과 신랑도 구별하지 못하고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한다면 
抑不得已하야 按下雲頭하고  부득이 구름의 머리를 누르고 
向虛空裏하야 書一本上大人하야  허공을 향해 한 벌의 습자첩(習字帖)을 써서 
諸人으로 依㨾畫貓兒去也리라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모양 대로 고양이 새끼를 그려가게 하겠다.
山僧이 昔年에 在雙徑이라가  내가 지난 해 쌍경사(雙徑寺)에 있다가 
歸堂하고 未及一月하야  선당에 돌아온지 한 달이 안 되어서
忽於睡中에 疑著萬法歸一  홀연히 잠자는 중에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거니와  
一歸何處하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하는 
  의혹에 붇들려서  
自此로 疑情이 頓發하야  그로부터 의정(疑情)이 문득 솟아올라 
廢寢忘餐하며  잠자고 밥 먹는 것도 잊고 
東西不辨하고 晝夜不分하야  동서를 분간 못하고 밤낮도 분별하지 못해
開單展屎放尿와  앉아서 발우 펴는 것과 대소변 보는 일에서 
至於一動一靜 一語一默히  하나의 동정(動靜)과 
  하나의 어묵(語默)에 이르기까지 
總只是箇一歸何處오  모두가 다만 이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하는 것 뿐이고 
更無絲毫異念이며  다시 조금도 다른 생각이 없었으며,
亦要起絲毫異念이라도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일으키려 해도
了不可得호미 正如釘釘膠粘하야  끝내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마치 못을 박고 아교풀로 붙여서 
撼搖不動이라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았고 
雖在稠人廣眾中이라도  비록 사람들이 빽빽한 넓은 곳에 있어도 
如無一人相似러라  마치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從朝至暮하며 從暮至朝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아침까지
澄澄湛湛하며 卓卓巍巍하야  맑고 맑으며, 우뚝하고 높으며,
點하고 一念萬年이라  점 하나 없이 순수하고 깨끗하여
  한 생각이 만 년을 가듯 지속되었다.
境寂人忘에 如癡如兀터니  경계가 고요해지고 내가 잊혀져서 
  어리석고 무지한 사람 같았는데, 
不覺至第六日하야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육일이 지나 
隨眾在三塔할새  대중을 따라 삼탑사(三塔寺)에 갔을 때 
諷經次에 抬頭하야  독경을 하다가 머리를 들어
忽睹五祖演和尚真하고  오조 법연(法演)화상의 진영을 보고
驀然觸發日前仰山老和  문득 그 전에 앙산 노화상이 일러준 
問拖死屍句子호니   '시체를 끌고 다니는 놈이 누구인가?' 하는
  화두를 뛰어 넘으니,
直得虛空이 粉碎하고  곧바로 허공이 부서지고 
大地平沈하야  대지가 무너져서 
物我俱忘이 如鏡照鏡이라  물아(物我)를 모두 잊은 것이 
  거울이 거울을 비추는 것과 같았다.
百丈野狐와 狗子佛性과  백장의 들여우와 개의 불성, 
州布衫과 女子出定話를  청주의 배적삼과 
  여자가 정(定)에서 나왔다는 등의 화두를 
從頭密하야 驗之호니  처음부터 세밀하게 따져 점검해 보니 
無不了了라  분명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般若妙用이 信不誣矣러라  지혜의 묘용(妙用)이 진실로 속임이 없었다.
   
前所看無字는  그 전에 무(無)자를 의심할 때에는
將及三載히 除二時粥飯하고  삼 년 동안 하루 두 번 
  죽 먹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不曾上蒲團하야  자리에 앉지 않고
困時에도 亦不倚靠하며  피곤할 때에도 기대지 않고
雖則晝夜에 東行西行이나  밤낮 동서로 다녔지만 
常與昏散二魔로 作一團하야  언제나 혼침과 산란의 두 마군과 
  한 덩어리가 되어 
做盡伎倆이라도 打不去라  기량을 다해도 물리치지 못했다.
於者無字上에  이 무자 화두 상에서 
竟不曾有一餉間에 省力이라가  결국 밤 먹는 잠깐 사이도 
  힘을 덜지 못하다가 
成片自決之後에 鞠其病源호니  적으나마 성취를 스스로 해결한 뒤에
  그 병의 원인을 찾아보니 
別無他故요  별다른 이유가 없었고 
不在疑情上하야 做工夫라  다만 의정(疑情) 위에서 
  공부하지 못한 것이었다.
一味只是호대  한결같이 단지 화두만 들려해도 
時엔 即有하고  들 때에는 곧 있다가도  
엔 便無하며  들지 않으면 문득 없어지니 
設要起疑라도 亦無下手處하며  의심을 일으키려 해도 
  또한 손을 쓸 수 없었으며, 
設使下得手疑得去라도  설사 손을 써서 의심을 얻더라도 
只頃刻間이요  다만 잠깐이고, 
又未免被昏散의 打作兩하야  또 혼침과 산란의 
  양 극단에 빠짐을 면치 못하여 
於是에 空費許多光陰하며  여기에서 공연히 
  허다한 세월만 허비하고 
空喫許多生受하야   헛되이 허다한 생만 받았지  
略無些子進趣일러니라  조금도 진취가 없었다.
   
一歸何處는 卻與無字로 不同하고 일귀하처(一歸何處) 화두는 
  무자 화두와 같지 않았다.
且是疑情이 易發하야 一便有하야  의정이 쉽게 일어나 
  한 번 들면 문득 있어서  
不待返覆思惟計較作意라도 반복하여 사유하고 
  계교하고 생각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纔有疑情이 稍稍成片하야  얽혀 있는 의정이 
  점점 덩어리를 이루어 
便無能之心하며  문득 하려는 마음이 없어지고 
無能之心이라 기왕에 하려는 마음이 없으니
所思即忘하야  생각하는 것도 없어서 
致使萬緣으로 不息而自息하며  온갖 인연이 쉬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쉬어졌으며, 
六窗不靜이 而自靜하야  여섯 창의 부정한 것들이 
  스스로 깨끗해져서 
不犯纖塵하고 頓入無心三昧호라  조그만 티끌도 범하지 않고 
  무심(無心)삼매에 돈입하였는데, 
忽遇喫粥喫飯處하야  갑자기 죽 먹고 밥 먹는 자리를 만나 
管取向盂邊하야 摸著匙箸에도  발우 언저리에서 수저 젓가락을 
  필히 잘 다루어 잡아야 할 때도 
不怕甕中走卻鱉이니  옹기 속의 자라가 달아날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此是已驗之方이라 決不相이니라  이것은 이미 경험한 방법이라 
  결코 서로를 속이지 않는다.
如有一句라도 誑惑諸人이면  한 마디라도 
  여러 사람을 속이는 것이 있다면
自招永墮拔舌犁耕하리라  영원히 혀를 뽑아서 밭을 가는 
  지옥에 떨어지기를 자초하리라.
現前學般若菩薩이  지금 앞에 있는 반야를 배우는 보살들은 
必要明此一段大事하야  이 일대사를 기필코 밝히고자 하여 
不憚山高水闊하고  산 높고 물 넓은 것을 꺼리지 않고 
得得來見西峰이온  일부러 찾아와서 나를 만났거늘 
況兼 各各然指然香하야  하물며 각자가 손가락을 태우고 향을 사르며
立戒立願하며  계율을 세우고 원을 세우며,
礪齒磨牙하야 辦鐵石志아  앞니를 갈고 어금니를 갈면서 
  철석같은 의지를 지녔음에랴?
   
有如是操略과 如是知見인댄 이미 이러한 지조와 지략이 있고 
  이와 같은 지견이 있다면
切須莫負自己初心하며  간절히 자기의 초심을 저버리지 말며
莫負父母捨汝出家心하며 부모가 너를 보내서 
  출가시킨 마음을 저버리지 말며
莫負新建僧堂檀信心하고  새로 절을 지어준
  시주의 신심을 저버리지 말며,
莫負國王大臣外護心하며  국왕과 대신들이 밖에서 
  보호해 주는 마음을 저버리지 말라.
直下具大信去하고  곧바로 큰 심심을 갖추고 
直下無變異去하며  곧바로 변이하는 일이 없게 하며,
直下壁立萬仞去하고  곧바로 만 길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과 같이 하고,
直下依㨾畫貓兒去하야  곧바로 표본에 의해 
  고양이 새끼를 그려 가되 
畫來畫去에 畫到結角羅紋處와  그려 오고 그려 감에  
  귀퉁이를 그리고 무늬를 넣는 것과 
心識路處와 人法俱忘處하면 심식(心識)의 길이 끊어진 곳과 
  인법(人法)이 다 사라진 곳에 이르면  
筆端下에 驀然突出箇活貓兒來하리라  붓끝에서 살아있는 고양이 새끼가 
  갑자기 뛰어나올 것이다.
[@力]。 와! 하는 순간에 
元來盡大地가 是箇選佛場이요  원래 모든 대지가 선불장이 되며
盡大地가 是箇自己리니  모든 대지가 자기가 될 것이니 
到者裏하야는 說甚龐居士리요  이 속에 이르러서는 
  무슨 방거사를 말하겠는가?
直饒三乘十地라도 膽喪魂驚하며  다만 삼승 십지의 경지를 얻었더라도
  간담이 서늘하고 혼이 놀라며 
碧眼黃頭라도 容身無地하리라  달마와 부처도 
  몸을 용납할 자리가 없을 것이다.
然雖如是나  그러하기가 비록 이와 같으나
若要開鑿人天眼目하야  인천의 안목을 열어 
發揚佛祖宗猷인댄  부처와 조사의 지극한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更須將自己與選佛場하야  다시 반드시 자기와 선불장을 
鎔作一團하야  녹여서 한 덩어리를 만들어 
颺在百千萬億世界之外하고  백 천 만억의 세계밖에 날려버리고
轉身移步하야  몸을 되돌려 걸음을 옮겨 
向威音那邊更那邊하야 打一遭라도  위음불(威音佛)의 저쪽 편에서  
  다시 저쪽 편을 향해 한 바퀴 돌아 와도
卻來喫西峰痛棒하리니  도리어 나의 아픈 방망이를 맞을 것이다.
大眾아 是和自己颺了어니  대중아, 기왕에 이와 같이 
  자기 조차도 날려버렸으니
又將甚하야 喫棒고  또 어디에 방망이를 맞겠는가?
忽有箇不顧性命底漢子  갑자기 생명을 돌보지 않는 사람이 있어
聞恁麼舉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出來하야 掀倒禪床하고  나와서 선상을 뒤집어 엎고 
喝散大眾이라도  대중을 소리쳐 흩어 버리더라도
是則固是나  이것이 참으로 옳기는 하나
要且西峰師子巖은  그래도 서봉의 사자암은
未肯點頭在리라  끄덕여 긍정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