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제86칙 운문주고삼문(雲門廚庫三門) | |
垂示云。 | 수시하여 말했다. |
把定世界不漏絲毫。 | 세계를 움켜쥐어서 실오라기만큼도 새지 않고, |
截斷眾流不存涓滴。 | 모든 물줄기를 차단하여 물 한 방울도 없는데, . |
開口便錯擬議即差。 | 입 뻥끗하면 틀리고 따져 논하면 곧 빗나간다. |
且道作麼生是透關底眼。 | 말해보라. 무엇이 관문을 꿰뚫어 보는 안목인가. |
試道看。 | 예를 들어 살펴보자. |
【八六】舉。 | 【86】 들추는 예; 주고(廚庫)*의 세 문[三門] |
雲門垂語云。 | 운문스님이 수어(垂語)하시기를, |
人人盡有光明在 | 사람 사람마다 다 광명이 있는데 |
(黑漆桶) | (까만 칠통<黑漆桶*>이구나.) |
看時不見暗昏昏 | 보려고 할 때는 안 보여 어둡고 캄캄하다. |
(看時瞎) | (보려고 할 때는 눈이 먼다.) |
作麼生是諸人光明 | 무엇이 사람들의 광명이겠느냐? |
(山是山水是水。漆桶裏洗黑汁) | |
(산은 산, 물은 물이건만 칠통 속에서 까만 칠을 씻는 격이다.) | |
自代云。廚庫三門 | 자신이 대신해서 "주고(廚庫*)의 세 문이다" 하고, |
(老婆心切。打葛藤作什麼) | (노파심이 절절하다. 말하나 마나다.) |
又云。好事不如無* | 다시 "좋은 일이 없느니만 못하다"고 하였다. |
(自知較一半。猶較些子)。 | (자신이 반절은 알았으나 충분치 못하다.) |
*廚庫; 절의 주방. 절 부엌의 문마다 등불이 켜저 있는 것은 어디나 다 그러한 보통의 일이다. *黑漆桶; '까만 칠통', 無明이 두터워 깨기 어려움에 비유한 것이다. 중생은 오랜 겁의 무명이 굳게 얽혀 있음으로써 본래의 구족한 佛性을 보지 못하니, 흡사 칠을 보관하는 통이 캄캄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好事不如無; 누구에게나 밝게 있건만 보지 못하고 있으니 없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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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門室中垂語接人。 | 운문스님은 방장실에서 사람을 대하고 수어하기를, |
爾等諸人腳跟下。 | "너희 모든 사람들 본래의 자아(自我)에 |
各各有一段光明。 | 각각 일단의 광명이 |
輝騰今古迥絕見知。 | 예나 지금에나 힘차게 빛나고 있건만 |
보고 아는 것과는 아주 멀어서 | |
雖然光明。 | 비록 그렇게 광명이 나고 있는데도 |
恰到問著又不會。 | 비슷한 질문을 던지면 알지 못하니, |
豈不是暗昏昏地。 | 어찌 이것이 어둡고 캄캄한 것이 아니겠느냐?" 하였다. |
二十年垂示。 | 20년을 수시해도 |
都無人會他意。 | 도무지 그 뜻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
香林後來請代語。 | 훗날 향림(香林)스님이 와서 청하니 대어(代語)했는데, |
門云。廚庫三門。 | 운문스님은 "주고삼문(廚庫三門)이다." 하고, |
又云。好事不如無。 | 다시 "호사불여무(好事不如無)"라고 하였다. |
尋常代語只一句。 | 대어는 보통 한 구 뿐인데 |
為什麼這裏卻兩句。 | 왜 여기서는 두 구인가? |
前頭一句為爾 | 앞 화두 한 구절[廚庫三門]은 그대들을 위해 |
略開一線路教爾見。 | 한 가닥 통로를 살짝 열어두고 보게 한 것이니, |
若是箇漢。 | 만약 是箇漢(그 어떤 놈;진정한 대장부)이라면 |
聊聞舉著剔起便行。 | 듣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버렸을 것이지만 |
他怕人滯在此。 | 그는 사람들이 여기에 막혀 있을까 염려하여 |
又云。好事不如無。 | 다시 '호사불여무(好事不如無)'라고 말했으니, |
依前與爾掃卻。 | 앞 화두에 대한 그대들의 의심을 쓸어 없애준 것이다. |
如今人纔聞舉著光明。 | 요즘 사람들은 광명을 들추는 것을 잠깐만 들어도 |
便去瞠眼云。 | 금방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하기를, |
那裏是廚庫。那裏是三門。 | 어느 곳이 주고이고 어느 곳이 삼문이냐고 할 것이지만 |
且得沒交涉。 | 그 또한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
所以道。 | 그래서 말하기를, |
識取鉤頭意。 | '저울의 갈고리에 해당하는 뜻을 가지고 |
莫認定盤星。 | 저울 눈금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였다. |
此事不在眼上。 | 이 일은 안목 상에 있지도 않고, |
亦不在境上。 | 대경(對境) 상에 있지도 않으니, |
須是絕知見忘得失。 | 모름지기 지견(知見)을 끊고 득실(得失)을 잊어서 |
淨裸裸赤灑灑。 | 훌훌 벗어 던지고 적나라하게 |
各各當人分上究取始得。 | 저마다 사람의 본분 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雲門云。 | 운문스님은 |
日裏來往日裏辨人。 | “낮에는 왕래도 하고 사람을 알아보기도 하다가 |
忽然半夜無日月燈光。 | 갑자기 한밤중이 되어 해도 달도 등불 빛도 없을 때 |
曾到處則故是。 | 일찍이 가본 곳은 그만두고 |
未曾到處取一件物。 | 가본 적이 없는 곳에서 어떤 물건을 취하려 한다면 |
還取得麼。 | 과연 취해질까?' 하였고, |
師或云日裏來往日裏辨人忽然中夜教取箇物來未曾到處作麼生取代云瞞却多少人。 <雲門匡真禪師廣錄卷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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參同契云。 | 주역 참동계(周易参同契)에는 |
當明中有暗。 | '밝음 가운데 어둠이 있으니 |
勿以暗相睹。 | 어두운 모양으로만 보지 말고, |
當暗中有明。 | 어둠 가운데 밝음이 있으니 |
勿以明相遇。 | 밝은 모양으로만 보지 말라.' 하였다. |
若坐斷明暗。 | 만일 명암을 좌단(坐斷)해버렸다면 |
且道是箇什麼。 | 말해보라. 이것이 무엇인가? |
所以道。 | 그래서 말하기를, |
心花發明。照十方剎。 | '마음의 꽃이 밝아져서 시방세계를 비춘다' 하였고, |
盤山云。 | 반산(盤山)스님은 |
光非照境。境亦非存。 | '빛은 경계를 비추기 위한 것이 아니고 |
경계는 또한 존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니, | |
光境俱忘。復是何物。 | 빛과 경계를 다 없애버린다면 |
또 이것은 어떤 물건일꼬?' 하였으며, | |
又云。 | 또 말했다. (漳州三平義忠禪師_五燈會元卷第五) |
即此見聞非見聞。 | '이 보고 듣는 것[見聞]이 견문이 아니며, |
無餘聲色可呈君。 | 달리 그대에게 줄 수 있는 성색(聲色)도 없다. |
箇中若了全無事。 | 이 속에서 깨친다면 온전히 일이 없을 터인데 |
體用何妨分不分。 | 체와 용을 나누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
但會取末後一句了。 | 다만 말후일구(末後一句)를 붙들어 마쳐 알고서 |
卻去前頭游戲。 | 앞 화두로 가서 노닐어 보면 |
畢竟不在裏頭作活計。 | 필경 앞 화두에 활계(活計)가 있지 않을 것이다. |
古人道。 | 고인(古人)이 말하기를, (維摩詰所說經 觀衆生品 中) |
以無住本。 | '무주(無住)로 근본을 삼아 |
立一切法。 | 일체법을 세운다'고 하였으니, |
不得去這裏弄光影弄精魂。 | 그 속에서 광영을 희롱[弄光影*]하거나 |
영혼을 희롱[弄精魂*]해서는 안 될 것이며, | |
又不得作無事會。 | 또 무사(無事)를 알았다고 해서도 안 된다. |
古人道。 | 고인(古人)이 말하기를, (釋凈土群疑論 卷5) |
寧可起有見如須彌山。 | '유견(有見)*을 수미산 같이 일으킬지언정 |
不可起無見如芥子許。 | 겨자씨만큼도 무견(無見)*을 일으켜서는 |
안 된다'고 하였으나 | |
二乘人多偏墜此見。 | 이승(二乘)의 사람들은 대개 이런 견해에 빠져 있다. |
*以無住本; 維摩詰所說經中 又問 顚倒想孰爲本 答曰 無住爲本 又問 無住孰爲本 答曰 無住則無本 文殊師利 從無住本 立一切法 *弄光影; 진실한 이치를를 철저히 보지 못함. *弄精魂; 精神心思를 消費함. *有見; 常見, *無見; 斷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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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竇頌云。 | 설두스님은 게송으로 말했다. |
自照列孤明 | 스스로의 광명이 홀로 밝게 나열되어 있다. |
(森羅萬象。賓主交參。列轉鼻孔*。瞎漢作什麼) | |
(번갈아 주객<主客>이 되는 삼라만상을 줄줄이 콧구멍으로 바꿔놨구나. 눈먼놈이 무슨 짓을 하려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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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鼻孔; 修行者에게 가장 중요한 것. | |
為君通一線 | 그대를 위해 한 가닥 통로를 열어 두었으나 |
(何止一線。十日並照。放一線道即得) | |
(어찌 한 가닥으로 그치겠는가. 열 해가 함께 비추고 있다. 한 가닥 길만 열어줘도 되지만…) | |
花謝樹無影 | 꽃은 시들고 나무는 그늘이 없다 |
(打葛藤有什麼了期。向什麼處摸索。黑漆桶裏盛黑汁) | |
(골머리 아프게 따져본들 어느 때에 마칠 기약이 있겠으며, 어디에서 찾아야 하겠는가? 까만 칠통 속에 까만 칠이 담겨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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看時誰不見 | 보려고 할 때 누가 보지 못하는가? |
(瞎。不可總扶籬摸壁。兩瞎三瞎) | |
(눈이 멀었다. 울타리에 기대어도 담벼락을 더듬어도 다 안 된다면 둘이 눈 멀고, 셋이 눈 먼다.) | |
見不見 | 보아도 보이지 않으니 |
(兩頭俱坐斷。瞎) | |
(두 화두를 다 좌단해버렸구나. 눈먼놈이.) | |
倒騎牛兮入佛殿 | 소를 꺼꾸로 타고 불전으로 들어가는구나. |
(中。三門合掌。還我話頭來。打云。向什麼處去也。 雪竇也只向鬼窟裏作活計。還會麼。半夜日頭出。日午打三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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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도 삼문(三門)*에 합장하고 '내게 화두를 돌려주십시요' 한다면, '어디로 가려는가?' 하고 말해 주겠다. 설두스님이야말로 귀신굴 속에서 살아날 궁리만 한 것이니, 알겠는가? 한밤중에 해가 뜨고 한낮에 삼경을 알린 격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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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門; 여기서의 삼문은 三解脫門, 즉 空, 無相, 無作인 듯. | |
自照列孤明。 | '스스로의 광명이 홀로 밝히며 널려 있다'는 |
自家腳跟下。 | 자기 본래의 자아(自我)에 |
本有此一段光明。 | 일단의 광명이 본디부터 있는데 |
只是尋常用得暗。 | 다만 이것이 평상시 쓰이지 않고 썩혀 있다는 것이다. |
所以雲門大師。 | 그래서 운문대사가 |
與爾羅列此光明。 | 그대들에게 이 광명을 줄줄이 |
在爾面前。 | 그대들의 면전에 드러내 보인 것이다. |
且作麼生是諸人光明。 | 또 '무엇이 사람들의 광명인가?' 하고, |
廚庫三門。 | '주고삼문이다(廚庫三門)' 하였는데, |
此是雲門列孤明處也。 | 이는 운문의 홀로 밝음이 나열된 곳이다. |
盤山道。 | 반산(盤山)스님은 |
心月孤圓光吞萬像。 | '마음 달의 홀로 원만한 광명이 |
만상을 삼키는구나' 하였는데, | |
這箇便是真常獨露。 | 이것이 곧 참되고 항상된 독로(獨露;獨存)이다. |
然後與君通一線。 | 그런 뒤에 그대들에게 한 가닥 통로를 열어 주어서 |
亦怕人著在廚庫三門處。 | 사람들이 주고삼문이라는 곳에 막혀 있을까 염려했다. |
廚庫三門則且從卻。 | 주고삼문은 또 물리쳐 두더라도 |
朝花亦謝樹亦無影。 | 아침에 핀 꽃도 시들고 나무 또한 그늘이 없으며, |
日又落月又暗。 | 해도 지고 달도 어두어서 |
盡乾坤大地。黑漫漫地。 | 온 천지 사방이 검정으로 가득가득하다. |
諸人還見麼。 | 여러분은 보았는가? |
看時誰不見。 | '보려 할 때 누가 보지 못하는가?' 하였는데, |
且道是誰不見。 | 말해보라. 누가 보지 못하는가? |
到這裏。當明中有暗。 | 여기에 이르면 '밝음 속에 어둠이 있고, |
暗中有明。 | 어둠 속에 밝음이 있다'는 것이 |
皆如前後步自可見。 | 누구나 앞뒤로 걷는 것과 같다는 것을 |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 |
雪竇道。見不見。 | 설두스님이 말한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
頌好事不如無。 | '좋은 일도 없느니만 못하다'를 노래한 것인데, |
合見又不見。 | 보아야 합당한데 또 보지 못하고, |
合明又不明。 | 밝혀야 할 것을 또 밝히지 못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
倒騎牛兮入佛殿。 | '꺼꾸로 소를 타고 불전으로 들어간다'는 |
入黑漆桶裏去也。 | 까만 칠통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인데, |
須是爾自騎牛入佛殿。 | 모름지기 그대 스스로 소를 타고 불전으로 들어가서 |
看道是箇什麼道理。 | 이것이 무슨 도리를 말하는 것인지 살펴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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