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無門關)
참학비구(參學比丘) 미연종소(彌衍宗紹) 엮음
趙州狗子
趙州和尚因僧問。狗子還有佛性。也無。州云無。
조주구자(趙州狗子) _조주선사의 개
조주화상(趙州和尚)은 어떤 스님의 "개는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는 물음에,
"없다[無]"고 하셨다.
無門曰。參禪須透祖師關。妙悟要窮心路絕。
祖關不透。心路不絕。盡是依草附木精靈。
且道。如何是祖師關。只者一箇無字。乃宗門一關也。遂目之曰禪宗無門關。
透得過者。非但親見趙州。便可與歷代祖師。把手共行。眉毛廝結。
同一眼見。同一耳聞。豈不慶快。
莫有要透關底。麼將三百六十骨節八萬四千毫竅。通身起箇疑團。參箇無字。晝夜提撕。
莫作虛無會。莫作有無會。如吞了箇熱鐵丸。相似吐又吐不出。蕩盡從前惡知惡覺。
久久純熟。自然內外打成。一片如啞子得夢。只許自知。
驀然打發。驚天動地。如奪得關將軍大刀入手。逢佛殺佛。逢祖殺祖。
於生死岸頭得大自在。向六道四生中。遊戲三昧。
且作麼生提撕。盡平生氣力。舉箇無字。若不間斷好。似法燭一點便著。
무문(無門)이 이르노라.
참선은 모름지기 조사의 관문을 뚫어야 하고,
오묘히 깨달으려거든 마음의 길[心路*]이 완전히 끊겨야 하거니와,
조사의 관문도 뚫지 못하고 심로(心路)도 끊지 못하면
모두가 남의 말이나 문자에 휘둘리는[依草附木*] 혼령(魂靈;精靈)일 따름이다.
말해보라. 어떤 것이 조사의 관문인가?
오직 하나 무(無)자가 결국 종문(宗門)의 유일한 관문인지라
그래서 선종무문관(禪宗無門關)이라 하거니와,
뚫고 들어간다면 조주를 친견(親見)할 뿐만 아니라
문득 역대조사와 더불어 손잡고 함께 걷고, 눈썹을 서로 맺으며[眉毛廝結*],
동일한 눈으로 보고 동일한 귀로 들을 것이니,
어찌 기쁘고 통쾌하지 않으리오?
관문을 뚫어보지 않겠는가?
360 뼈마디와 팔만사천의 모공(毛孔;毫竅]을 가져다가
온몸으로 이 의단(疑團*)을 일으켜서
이 무(無)자를 참구하며 주야로 제시(提撕;奮發)하되,
허망한 무(無)로 알지도 말고, 무(無)가 있다고 알지도 말아서
마치 달군 쇠구슬을 통째로 삼키듯 하고, 토하고 토해도 나오지 않듯이 하여,
종전의 그릇된 지각(知覺)을 몽땅 내던지고 오래오래 익혀나가면
자연히 안팎이 한덩어리로 이루어진 것을[打成一片*]
벙어리 꿈꾸듯이[啞子得夢*] 스스로만 알게 되리라.
홀연히 깨침이 발하면[打發] 하늘을 놀라게 하고 대지를 흔들 것이며,
관장군(關將軍;관우)의 큰 칼을 빼앗아 든 것 같아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逢佛殺佛*],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면서
생사고해의 언덕에서 크게 자재해지려니와,
육도사생(六道四生) 속에서 삼매에 노닐게 되리라.
자, 어떻게 분발[提撕]할 것인가?
평생의 기력(氣力)을 다해 이 무(無)자를 들추는 것이니,
만약 끊임없이만 한다면 법의 등불 하나가 문득 켜짐과 같으리라.
*心路; 마음이 佛地에 도달하기까지의 길.
*眉毛廝結; 서로의 눈썹이 맺어진다함은 '높이를 같이 한다'는 의미.
*疑團; 뚜렷히 풀리지 않은 많은 의심들.
*依草附木; 풀이나 나무 같은 보잘 것 없는 것에 의지한다는 것이니,
他人의 權勢와 地位에 의지하는 데에 대한 비유이나,
禪林에서는 문자와 언어에 의지하는 것을 말한다.
*打成一片; 한덩어리가 되다. 한데 뭉치다.
*啞子得夢; '벙어리는 꿈을 꾸어도 남에게 얘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니,
선림에서는 '학인이 스스로 깨달은 경지를 남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음'에 비유한다.
*逢佛殺佛; 殺은 滅의 뜻이다.
臨濟錄에 「도류여! 여법한 견해를 얻고자 하거든
남에게 미혹 당하지 말고 안팎으로 마주치는 대로 곧 바로 죽여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아라한은 만나면 아라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속을 만나면 친속을 죽여야만 비로소 해탈을 얻어
사물에 구애되지 않고 투철히 벗어나 자유자재하게 된다.」고 하였다.
「道流。爾欲得如法見解。但莫受人惑。向裏向外逢著便殺。
逢佛殺佛。逢祖殺祖。逢羅漢殺羅漢。逢父母殺父母。
逢親眷殺親眷。始得解脫。不與物拘。透脫自在。」
頌曰。
狗子佛性 全提正令
纔涉有無 喪身失命
게송으로,
구자불성(狗子佛性)은 정령(正令*)을 전제(全提*)한 것이니
잠깐만 유무(有無)를 논해도 신명(身命)을 잃으리라.
*全提; 온전히 提起함.
*正令; 佛法. 禪門에서는 教外別傳을 지칭한다.
*喪身失命; 신명(身命)을 잃는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이지만,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지듯이 '본래의 뜻과 거리가 현격히 멀어진다'는 뜻이니,
'구자불성(狗子佛性)은 부처님의 교외별전(教外別傳)을 온전히 드러낸 것이라,
불성이 있다 없다를 잠깐만 거론 해도 이미 본 뜻과 현격히 멀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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