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宗無門關

무문관(無門關) 제3칙 구지수지(俱胝竪指) _구지선사가 세운 손가락

碧雲 2021. 3. 18. 17:54

俱胝竪指

俱胝和尚。凡有詰問。唯舉一指。
後有童子。因外人問。和尚說何法要。童子亦竪指頭。
胝聞。遂以刃斷其指。童子負痛號哭而去。胝復召之。
童子迴首。胝却竪起指。童子忽然領悟。
胝將順世。謂眾曰。吾得天龍一指頭禪。一生受用不盡。言訖示滅。

 

구지수지(俱胝竪指) _구지선사가 세운 손가락 하나

구지(俱胝)선사는 누가 힐문(詰問)할 때마다 다만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후에 한 동자에게 어떤 외부 사람이 묻기를,
"화상(和尚)께서는 어떻게 법요(法要*)를 설하시더냐?" 하니,
동자가 똑같이 손가락 끝을 세워 보였다.
선사께서 그 말을 전해 듣고 마침내 칼로 동자의 손가락을 잘라버리자,
동자는 아파서 큰 소리로 울면서 가다가, 구지선사가 다시 부르시니,
동자가 고개를 돌렸는데, 선사가 손가락을 세워 보이셨다.

동자는 홀연히 깨달았다.
구지선사가 임종[順世*]하실 무렵 대중에게 이르시되,
"내가 천룡(天龍*)화상의 일지두선(一指頭禪*)을 얻고서
일생 동안 수용(受用)해도 다하지 못했다." 하시고, 곧 입적하셨다.

 

*法要; 教法 중의 중요한 뜻.
*順世; 세상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니, 스님의 임종을 말한다.
*一指頭禪; 온 天地를 한 손가락 끝에 거둔다[攝]는 것이니, 바로 이 공안 俱胝竪指를 말한다. 

질문에 말로 답하는 것은 군더더기요, 달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하니,

그 손가락으로 일체를 약(略)하여 대신함으로써 眞月에 直入하도록 유도하신 것이다.

*天龍; 大梅常禪師法嗣 杭州天龍和尚 《五燈會元》卷四
「上堂。大眾은 老僧에게 기대지 말고, 올라가고 또 올라가거나
내려가고 또 내려가도 저마다 화장(華藏)의 성해(性海)가 있어서
功德과 無礙光明을 具足하였으니, 각각 참취(參取)하거라. 진중(珍重)!.
僧問。"어찌 하여야 삼계(三界)를 벗어납니까?"
師曰。"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너 있는 데가 어디기에 삼계를 벗어나겠다는 것이냐?)"」 하였다.
<上堂。大眾莫待老僧上來便上來。下去便下去。各有華藏性海。
具足功德。無礙光明。各各參取。珍重。
僧問。如何得出三界去。師曰。汝即今在甚麼處。>

 

無門曰。

俱胝并童子悟處。不在指頭上。
若向者裏見得。天龍同俱胝并童子。與自己一串穿却。

 

무문이 이르노라.
구지(俱胝)와 동자(童子)가 깨달은 곳[悟處]는 손가락 끝에 있지 않다.
만약 이전에 이 속을 견득(見得)했더라면
천룡(天龍)화상과 구지(俱胝)와 아울러 동자를
자기와 더불어 한 꼬챙이로 꿰어버렸으리라.

 

*구지선사가 손가락 하나를 세워 拈華示衆한 것을 동자가 모양새만 쫓아 따라 하니,
손가락이 없다면 어찌 해야 拈華의 의미를 알겠는가?

 

頌曰。

 俱胝鈍置老天龍 利刃單提勘小童

 巨靈擡手無多子 分破華山千萬重

 

게송으로, 

 구지(俱胝)는 천룡(天龍) 노화상을 둔하게 만들고,
 예리한 칼로 단번에 제시하여[單提] 어린 동자를 손봐주었거늘,

 거령(巨靈*)은 손을 들어 부질없이
   천만 번을 내리치며 화산(華山)을 쪼개고 있구나.

 

*單提; 단번에 제시하다. 즉 宗旨를 여러 갈래를 고려치 않고 단번에 직접 전하다.
*勘; ①校正 ②審問 ③察看
*巨靈; 중국 고대 신화 속의 몸집이 웅대하고 힘이 비할 수 없이 센 河神.
《搜神記》에 「華山은 본래 하나였는데, 강물이 산에 가로막혀 돌아 흘러야 했기에
河神 巨靈이 손으로 쳐서 그 상부를 열고, 발로 밟아 하부를 갈라 중간을 둘로 나누어
강물이 쉽게 흐르도록 하였으니, 지금에 華岳 위에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고,
발자국은 首陽山 밑에 남아 있다.」 하였고,
《銷釋金剛科儀會要註解》에는 「言巨靈者。乃太華山之神。巨靈即乃名也。

因母昔有染緣之業。受罪於斯山底。巨靈欲救母罪。力所不能。

後入華山西。恭禮鏡月峰光照禪師處。拜告曰。吾母受罪於此山未出。今欲請師求救。

師即書一唵字。與神斧上。於是持斧于山頂。用斧一劈。山即兩開。

其母承斯總持神呪之力。即生忉利天。巨靈求道三年。立化於華山之頂。

後為金剛密跡大神也。所以云。劈開華嶽連天色。放出黃河至海聲。」라 하였다.
*無多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뜻.

 

거령, 즉 꾀나 한다는 스님네들이랍시고 

손을 들어(언어와 문자를 가지고)

산을 쪼개보겠노라(학인을 깨우쳐보리라 하고)

부질없이 천만 번을 되풀이 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