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宗無門關

무문관 제5칙 향엄상수(香嚴上樹) _향엄(香嚴)의 나무 위

碧雲 2021. 4. 2. 15:52

香嚴上樹 香嚴和尚云。如人上樹。口銜樹枝。手不攀枝。脚不踏樹。
樹下有人。問西來意。不對即違他所問。若對又喪身失命。
正恁麼時。作麼生對。

 

향엄상수(香嚴上樹) _향엄(香嚴)의 나무 위

 

향엄화상이 말했다. "네가 나무 위에서 입으로 나뭇가지를 물고,
손으로는 가지를 붙잡지도 않고 발은 나무를 밟지도 않은 채로 있다면,
나무 밑에서 어떤 사람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물었을 때,
대답하지 않자니 묻는 바에 거역하게 되고,
대답하자니 (입을 벌려야 하니) 떨어져 죽게 될 터인데,
정녕 이럴 때는 어찌 하겠느냐?"

 

그 다음 구절은 이러하다.
「그 때 호두초(虎頭招) 상좌가 나서서 말하기를, "나무 위는 불문하고,
나무 위에 아직 오르지 못하였을 때를 화상께서 말씀해보십시요." 하니,
선사가 하하 하고 크게 웃었다.
설두스님은 "나무 아래서 말하기는 쉬우나, 나무 위에서 말하기는 어렵다.
노승이 나무 위에 있으니, 질문 하나 던져보거라." 하였다.
時有虎頭招上座出眾云。樹上即不問。未上樹時請和尚道。師乃呵呵大笑。
雪竇云:樹下道即易,樹上道即難。老僧上樹,致將一問來。

 

이런 때는 나무 위의 사람이 아무리 수완이 있다 하더라도 소용이 없으니,
無說로 說하고, 無作으로 作하는 수 밖에 없다.
향엄스님은 이 공안을 통해 언어와 문자를 떠나 해답을 찾는 길로 인도하신 것이다.
설두스님이 '질문 하나 던져보라' 하셨는데, 만약 어떤 질문을 던졌다면 어찌 하셨을까?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왜 답이 없으시는지 다시 여쭈면 "이미 답했다"고 하셨으리라. 

 

無門曰。

縱有懸河之辨。總用不著。說得一大藏教。亦用不著。
若向者裏對得著。活却從前死路頭。死却從前活路頭。
其或未然。直待當來。問彌勒。

 

무문이 이르노라.
물 흐르듯한 변재가 있다 하더라도 다 소용이 없고,
부처님의 일대장교(一大藏教*)를 설할 수 있더라도 소용이 없다.
만약 당장에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종전의 사로(死路) 끝에 있던 것을 살리기도 하고,
살아 있는 것을 죽이기도 하려니와,
혹 그렇지 못하다면 다만 오는 세상을 기다려 미륵(彌勒)에게 묻거라。

 

*一大藏教; 부처님 설하신 모든 삼장교법(三藏教法).
*向者; 剛才(just now, a moment ago), 不久以前, ~前

 

頌曰。

 香嚴真杜撰 惡毒無盡限  啞却衲僧口 通身迸鬼眼

 

게송으로, 

 향엄은 정말 엉뚱한 사람[杜撰*]이요,
   악독하기 한도 끝도 없다.
   납승의 입을 벙어리로 만들어버리고,
   온몸으로 요괴의 눈[鬼眼*]을 쏟아낸다.

 

*杜撰; 宋나라 두묵(杜默)은 율법에 맞지 않은 내용의 시를 많이 썼다는 데서
 「격에 맞지 않는 일, 또는 근거없는, 날조된, 허구를 조작하는 사람」을 「杜撰」이라 한다.
*鬼眼; 妖怪의 眼睛. 不正見에의 비유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말이 아닌 눈짓이나 몸짓 또는 마음으로 전하는 어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