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宗無門關

무문관 6칙 세존염화(世尊拈花) _세존께서 꽃을 들어 보이신 일

碧雲 2021. 5. 3. 10:26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微笑)》《마음으로 마음에 전하다(以心傳心)》

세존께서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꽃 한 송이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셨다.
그때의 대중이 모두 묵연(默然)히 있었는데,
가섭존자(迦葉尊者)만 환한 얼굴로 웃었다[破顏微笑].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게 정법안장(正法眼藏*)과 열반의 묘심(涅槃妙心)과
모양없는 실상[實相無相*]의 미묘한 법문이 있거니와,
문자를 세우지 않고[不立文字], 교법 외에 별도로 전하여[教外別傳*]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부촉(付囑)하노라.」

 

*靈山會上; 釋迦如來께서 法華經을 설하신 靈鷲山의 會坐.
*正法眼藏; 禪家에서 教外別傳의 心印을 삼는 清淨法眼.
*實相無相; 實智無緣, 즉 緣을 만나 相을 이루기 이전의 실체(實體).
《無量義經》說法品에 「무량의(無量義)란 한 법에서 생겨나나니,
그 한 법이란 곧 무상(無相)이다. 이러한 무상은 상(相)도 상 아님도 없거니와,
상(相)도 상 없음도 아닌 것을 실상(實相)이라 한다.(無量義者。從一法生。
其一法者。即無相也。如是無相。無相不相。不相無相。名爲實相。)」 하였다.
*教外別傳; 禪林用語. 문자나 언어에 의하지 않고 佛祖의 心印을 곧바로 전하는 것.
單傳이라고도 한다.

 

無門曰。

黃面瞿曇傍若無人。壓良為賤。懸羊頭賣狗肉。將謂。多少奇特。
只如當時大眾都笑。正法眼藏作麼生傳。設使迦葉不笑。正法眼藏又作麼生傳。
若道正法眼藏有傳授。黃面老子誑謼閭閻。若道無傳授。為甚麼獨許迦葉。

 

무문(無門)이 이르노라.
누런 얼굴 구담(瞿曇)이 방약무인(傍若無人)하게도 양민을 윽박질러 천민을 만들고,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팔았으니, 다소 기이하고 특별하다 하겠으나,
당시에 대중들이 다 웃었다면 정법안장은 어떻게 전하셨을 것이며,
가사 가섭이 웃지 않았다면 정법안장은 또 어떻게 전하셨을까.
만약 정법안장이 전해 줄 것이 있다고 한다면 누런 얼굴 노인이 세간을 속인 것이거니와,
전해줄 것이 없다고 한다면 어째서 유독 가섭에게만 허락하셨을까.

 

*黃面瞿曇; 黃面은 부처님의 황금빛 얼굴, 瞿曇은 釋迦氏 古代의 族姓이다.
*傍若無人; 곁에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마치 제 세상인 것처럼 거리낌없이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함을 이르는 말.
*壓良為賤; 양민을 압박하여 천민을 만들다. 양민(良民)의 자녀를 노비로 팔다.
묵연히 있었던 멀쩡한 사람을 억지로 바보를 만들었다는 뜻.
*懸羊頭賣狗肉; 掛羊頭賣狗肉. 賣狗懸羊. 양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팔다. 표리부동.
겉으로는 꽃을 들어 보이시면서 내심 교외별전의 심인(心印)을 전하고자 하셨다는 뜻. 

 

頌曰。

 拈起花來 尾巴已露
 迦葉破顏   人天罔措

 

게송으로, 

 꽃을 들어 보이셨으나 꼬리가 붙잡혀 이왕 드러난지라
 가섭은 환히 웃었건만 인간과 천상은 어찌할 바를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