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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碧巖錄) 제45칙 조주(趙州)의 칠근포삼(七斤布衫)

만법(萬法)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적삼을 지었더니 결과적으로 무게가 일곱 근이 되었듯이 선을 지으면 선업이 늘고 악을 지으면 악업이 늘어 인연법을 따라 흘러가지만 하나같이 찾아가야 할 본래면목은 문자와 어구로 설명될 것이 아니요, 일체를 다 서호 속에 던져버림으로써 그 옛 누각에 한가히 노니는 무사인(無事人)이 된다 하고 있다. 垂示云。 수시(垂示) 要道便道。舉世無雙。 當行即行。全機不讓。 如擊石火。似閃電光。 疾焰過風。奔流度刃。 拈起向上鉗鎚。 未免亡鋒結舌。 放一線道。試舉看。 말해야 할 때 곧 말하기는 세상에 둘도 없이 하고, 행해야 할 때 곧 행하기는 전기(全機)를 사양하지 않고서 마치 석화(石火) 튀고 전광(電光) 번쩍이며 질염과풍(疾焰過風*)하고, 분류도인(奔流度刃*)하듯이 하여 향상(向上)의 겸추(鉗..

碧巖錄 2023.04.28

벽암록(碧巖錄) 제44칙 화산(禾山)의 해타고(解打皷)

배우고 익혀서 배우기를 마쳤거든 다 놓아버리고 교외별전(敎外別傳)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이 교외별전의 세상에서 오가는 선사(禪師)의 전어(轉語)를 뜻으로 헤아려 해득하려 해서는 진과(真過)할 수 없다. 【四四】舉。 【제44칙】 화산(禾山)의 해타고(解打皷) 禾山垂語云。 習學謂之聞。 絕學謂之鄰 (天下衲僧跳不出。 無孔鐵鎚一箇鐵橛子) 過此二者。是為真過 (頂門上具一隻眼作什麼) 僧出問。 如何是真過 (道什麼。一筆勾下。 有一箇鐵橛子) 山云。解打鼓 (鐵橛。鐵蒺藜。確確) 又問。如何是真諦 (道什麼。兩重公案。 又有一箇鐵橛子) 山云。解打鼓 (鐵橛。鐵蒺藜。確確) 화산(禾山)이 대중에게 이르기를, "습학(習學*)을 문(聞*)이라 하고 절학(絕學*)을 인(鄰*)이라 하거니와, (천하의 납승이 뛰어도 벗어날 수 없으리니,..

碧巖錄 2023.04.18

벽암록(碧巖錄) 제43칙 동산(洞山)의 무한서(無寒暑)

유무(有無), 시비(是非), 장단(長短), 한서(寒暑) 따위의 양단(兩端)은 갈등의 근본이다. 고난의 수행을 통해 이 양단을 끊어 없애고 중도(中道)에 들어서야 춥고 더움이 없어지련만 갈등에 얽혀 갈등을 풀어내려고만 애를 쓰니, 달 그림자 쫓는 한로(韓獹) 같은 짓이다. 춥고 더움을 제거했거든 다시 더 춥고 더운 곳으로 뛰어들어서 세상의 모든 추위와 더위를 없애 주어야 하리라. 垂示云。 수시(垂示) 定乾坤句。萬世共遵。 擒虎兕機。千聖莫辨。 直下更無纖翳。 全機隨處齊彰。 要明向上鉗鎚。 須是作家爐韛。 且道從上來還有恁麼家風也無。 試舉看。 천지를 평정하는 구는 만대(萬代)가 다 준수하지만 사나운 놈[虎兕*] 사로잡는 기(機)는 일천 성인도 변별해내지 못한다. 당장 곧 실오라기 만큼의 티끌도 없다면 온전한 기(機)가..

碧巖錄 2023.04.07

벽암록(碧巖錄) 제42칙 방거사(龐居士)의 호설편편(好雪片片)

하얀 종이 위에는 먹물 한 방울 떨어져도 금방 알아챌 수 있으니, 텅 비어진 마음끼리 마주해서는 굳이 먹물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위해서는 먹물과 붓을 쓰지 않을 수 없다. 垂示云。 수시(垂示) 單提獨弄帶水拖泥 敲唱俱行。銀山鐵壁。 擬議則髑髏前見鬼。 尋思則黑山下打坐。 明明杲日麗天。 颯颯清風匝地。 且道古人還有誵訛處麼。 試舉看。 단제독롱(單提獨弄*)하여 대수타니(帶水拖泥*)하고 고창구행(敲唱俱行*)하니 은산철벽(銀山鐵壁*)이거늘 이리저리 궁리하다가는 곧 죽을 때 귀신을 볼 것이요, 곰곰히 생각하다가는 곧 흑산(黑山) 아래 앉을 것이다. 밝고 밝은 태양이 하늘에 걸리면 삽삽한 청풍(清風)이 땅을 감돌 터인데, 말해보라. 고인에게 잘못 된 곳이 있다 하겠는가? 예를 들어 살펴보자. *單提獨弄..

碧巖錄 2023.03.19

벽암록(碧巖錄) 제41칙 조주(趙州)의 대사저인(大死底人)

참선하는 이는 일체의 망상을 끊어버리고 본래의 적정(寂靜)한 자리로 되돌아가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체망상을 끊을 수 있을 것이며, 또 적정한 자리로 돌아가 다시 살아났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당연한 의심이지만 이것이 또 다른 갈등을 짓는 것이요 밤길을 다니는 것이다. 이 일은 어로(語路)가 끊겼는지라 천성(千聖)도 말로 전하지 못하고 나도 전해 주지 못하니, 오직 정령(正令)에 따라 스스로 밝혀 나아가야만 한다[投明須到]. 垂示云。 수시(垂示) 是非交結處。聖亦不能知。 逆順縱橫時。佛亦不能辨。 為絕世超倫之士。 顯逸群大士之能。 向冰凌上行。劍刃上走。 直下如麒麟頭角。 似火裏蓮花。 宛見超方。 始知同道。 誰是好手者。試舉看。 시비(是非)가 교차하는 곳은 성인도 알 수 없고, 역순(逆順)이 난무..

碧巖錄 2023.03.11

벽암록(碧巖錄) 제37칙 반산(盤山)의 삼계무법(三界無法)

한 생각 문득 일어나면 이 생각이 기쁘게 하기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한 생각이라는 인(因)이 연(緣)을 따라 여러 갈래의 과(果)를 낳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곧 생사윤회이다. 이 생사윤회를 벗어나려거든 한 생각 있기 이전, 즉 아무런 법이 없었던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가서 상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해서 한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 생각이란 불쑥 일어났다가 어느듯 사라지는 허망한 것이니, 이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槃山; 盤山. 幽州盤山寶積禪師(馬祖道一 法嗣) 南嶽下二世. 垂示云。 수시(垂示) 掣電之機徒勞佇思。 當空霹靂。掩耳難諧。 腦門上播紅旗。 耳背後輪雙劍。 若不是眼辨手親。 爭能搆得。 有般底。低頭佇思。 意根下卜度。 殊不知髑髏前見鬼無數。 且道不落意根。 不抱..

碧巖錄 2023.03.08

벽암록(碧巖錄) 제40칙 육긍(陸亘) 천지동근(天地同根)

일체법이 나를 떠나 있지 않고 나를 떠나 일체법이 없으니 만물과 나는 한몸이요, 그 속에서 인연따라 생사를 윤회하니 모두가 하룻밤 꿈과 같은 허무함이다. 그렇다면 그 진실은 무엇인가?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자 하나 진실은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그런 법에 있지 아니하니, 물위에 비친 달 그림자를 쫓지 말고 달의 냉정한 참모습을 비추어 볼 줄 알아야 하거니와, 이 일은 세상 천지에 너와 함께 해 줄 사람이 없고 오직 너 스스로 밝혀야 할 일이다. *陸亘; 宣州刺史 陸亘大夫(南泉願 法嗣) 南嶽下三世 垂示云。 수시(垂示) 休去歇去。 鐵樹開花。 有麼有麼 黠兒落。節。 直饒七縱八橫。 不免穿他鼻孔。 且道誵訛在什麼處。 試舉看。 (망상을)쉬고 또 쉬어 가면 소철(蘇鐵;鐵樹)도 꽃을 피우려니와, 있는 건가, 있..

碧巖錄 2023.02.28

조론(肇論) _後秦長安 釋僧肇 作

《肇論》 肇論序 小招提寺沙門 慧達 作 慧達率愚,通序長安釋僧肇法師所作《宗本》《物不遷》等四論。但末代弘經,允屬四依菩薩。爰傳茲土,抑亦其例。至如彌天大德童壽桑門,竝創始命宗,圖辯格致,播揚宣述,所事玄虛,唯斯擬聖默之所祖。自降乎已還,歷代古今,凡著名僧傳及傳所不載者,釋僧叡等三千餘僧、清信檀越謝靈運等八百許人,至能辯正方言、節文階級、善覈名教、精搜義理。揖此群賢語之所統,有美若人,超語兼默,標本則句句深達佛心,明末則言言備通眾教。諒是大乘懿典、方等博書。自古自今著文著筆,詳汰名賢所作諸論,或六七宗,爰延十二,竝判其臧否、辯其差當,唯此憲章無弊斯咎。良由襟情泛若,不知何係。譬彼淵海,數越九流,挺拔清虛,蕭然物外。知公者希,歸公採什,如曰不知,則公貴矣。 達猥生天幸,逢此正音,忻躍弗已,饗讌無疲。每至披尋,不勝手舞,誓願生生盡命弘述。達於肇之遺文,其猶若是,況《中》、《百》、《門》觀..

자료실 2023.02.23

벽암록(碧巖錄) 제39칙 운문화약란(雲門花藥欄)

화약란(花藥欄)들이여! 그대 안에 청정법신(清淨法身)이 있음을 모르고 그렇게 밖으로만 찾아 헤매서야 어찌 금모사자(金毛獅子)가 되겠느냐? 이 공안은 「운문화란(雲門花欄)」, 「운문금모사자(雲門金毛獅子)라고도 한다. 垂示云。 수시(垂示) 途中受用底。似虎靠山。 世諦流布底。如猿在檻。 欲知佛性義。當觀時節因緣。 欲鍛百鍊精金。須是作家爐韛。 且道大用現前底。 將什麼試驗。 도중(途中)에 수용하면 사호고산(似虎靠山*)이겠으나 세제(世諦)나 유포하면 여원재함(如猿在檻*)이거니와, 불성(佛性)의 의미를 알려면 당연히 시절인연을 봐야 하고, 순금을 단련(鍛鍊)하려거든 모름지기 작가가 녹여야 한다. 자 말해보라. 큰 작용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무엇을 가져다 시험하겠는가? *似虎靠山; 범이 산을 의지함과 같다. 「용이 물을 얻음..

碧巖錄 2023.02.21

벽암록(碧巖錄) 제38칙 풍혈(風穴)선사의 조사심인(祖師心印)

「풍혈철우기(風穴鐵牛機)」, 「풍혈철우(風穴鐵牛)」라고도 한다. 풍혈선사는 '조사(祖師)의 심인(心印)은 무쇠소[鐵牛]의 기(機)와 같아서 가면 도리어 머물고 머물면 도리어 깨진다'고 하였는데, 무쇠소는 고대 중국인들이 교량을 축조할 때 무쇠로 소 모형을 주조하여 교각을 설치할 물밑에 투하함으로써 교량이 튼튼히 오래가기를 기원했다 하니, 철우는 「부동(不動)」의 의미를 가진다. '가면 도리어 머물고 머물면 도리어 깨진다' 함은 어떤 모양을 지으면 오히려 그 모양과는 멀어진다, 즉 모양[相]이 없다는 것이다. 조사심인의 체(體)는 부동(不動)하고 용(用)은 무상(無相)하여 「아무런 흔적이 없이 마음으로 마음에 곧바로 찍어 전해지는 것이다」는 뜻이다. 垂示云。 【수시(垂示)】 若論漸也。返常合道。 鬧市裏七縱八..

碧巖錄 202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