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 85

벽암록(碧巖錄) 제50칙 운문(雲門)의 진진삼매(塵塵三昧)

진진삼매(塵塵三昧)란 하나의 미진(微塵) 속에 모든 것이 들어가는 삼매, 즉 화엄경(華嚴經) 제7권에 말씀하신 바 보현보살이 들었던 일체제불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一切諸佛毘盧遮那如來藏身三昧)를 말하며, 「부처님들의 평등한 성품에 두루 들어가서 능히 법계에 모든 영상을 나타내고, 광대무애하기 허공 같아서 법계바다의 소용돌이에 좇아 들어가지 못함이 없으며, 일체의 모든 삼매법을 출생하고, 시방 법계를 널리 아우를 수 있으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의 지혜광명의 바다가 모두 여기에서 나오고, 시방의 모든 안립바다를 다 나타내 보일 수 있으며, 모든 부처님의 능력과 해탈과 모든 보살의 지혜를 아울러 간직하고, 국토의 모든 티끌들이 가이없는 법계를 널리 수용할 수 있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성취하고, 여래..

碧巖錄 2023.07.05

벽암록(碧巖錄) 제49칙 삼성(三聖)의 투망금린(透網金鱗)_그물을 벗어난 물고기

三聖이 「修行으로 證悟하여 束縛에서 解脫한 사람[透網金鱗]」은 그 뒤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以何為食] 묻자, 雪峰은 解脫하면 스스로 알 것이니[待汝出網來 向汝道] 나는 상관치 않겠다[老僧住持事繁]고 하였고, 雪竇는 어디에도 장애됨이 없이 자유분방하게[休云滯水;七穿八穴] 중생의 무지몽매를 용감히 타파하여[振鬣擺尾;攙鼓奪旗] 세간을 크게 변화시켜야 한다[搖乾蕩坤]고 하고 있다. 垂示云。 수시(垂示) 七穿八穴。攙鼓奪旗。 百匝千重。瞻前顧後。 踞虎頭收虎尾。 未是作家。 牛頭沒馬頭回。 亦未為奇特。 且道過量底人來時如何。 試舉看。 칠천팔혈(七穿八穴*)하여 참고탈기(攙鼓奪旗*)하기도 하고, 백잡천중(百匝千重*)을 첨전고후(瞻前顧後*)하기도 하거니와, 호두(虎頭)에 앉아 호미(虎尾)를 거두어서는 작가(作家)가 아닌 것이요,..

碧巖錄 2023.06.24

벽암록(碧巖錄) 제48칙 초경번각다조(招慶翻却茶銚)_초경에서의 찻주전자 엎은 일

실수로 찻주전자를 뒤엎은 일을 두고 왕태부가 낭상좌를 점검했다. "화로 밑에 누가 있길래 거기다 차를 부었습니까?" 낭상좌는 거듭하여 사구(死句)로 답했다. 명초가 같은 밥 먹으면서 왜 그렇게 밖에 못하느냐 꾸짖으매 낭상좌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물으니, 명초는 "비인(非人)이 편의를 입었다고 하겠네." 하였고, 이를 두고 설두는 "나라면 곧바로 화로를 걷어차버렸겠다." 하였다. 일단 뜻이 정해져버리면 거기서 더이상 살아 움직일 수 없으니 사구(死句)요, 명초와 설두의 말에는 또 다른 의문과 여운이 살아 있으니 활구(活句)인 것이다. 무릇 참선인이라면 활구 속을 향해 천득해가야 한다고 하고 있다. 【四八】舉。 【제48칙】 초경(招慶)에서의 찻주전자 엎은 일 王太傅入招慶煎茶 (作家相聚。須有奇特。 等..

碧巖錄 2023.06.10

벽암록(碧巖錄) 제47칙 운문(雲門)의 육불수(六不收)

부처의 진신(眞身;法身)은 일체의 상(相)을 여읜 자성신(自性身)이요 태허(太虛)와 같은 하나의 절대적 본체라서 생각과 언어로 표현될 경계를 벗어난 것이며, 육근(六根) 육경(六境), 육대(六大), 육합(六合) 따위의 상대세계(相對世界)로 다루어질 것이 아니다. 垂示云。 수시(垂示) 天何言哉。四時行焉。 地何言哉。萬物生焉。 向四時行處。可以見體。 於萬物生處。可以見用。 且道向什麼處見得衲僧。 離卻言語動用行住坐臥。 併卻咽喉唇吻。 還辨得麼。 하늘이 어찌 말을 하리오만 사시(四時)가 행해지고 땅이 어찌 말을 하리오만 만물이 생겨나며, 사시가 행하는 곳을 향해 체(體)를 볼 수 있고, 만물이 생하는 곳에서 용(用)을 볼 수 있다. 말해보라, 어느 곳을 향해 납승을 견득(見得)할 것인지. 말과 행동과 행주좌와(行住坐臥)..

碧巖錄 2023.05.18

벽암록(碧巖錄) 제46칙 경청(鏡清)의 우적성(雨滴聲)

빗방울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무슨 소린 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무슨 소리냐"고 물어 곧이곧대로 "빗방울 소립니다." 답하는 것은 언구(言句)에 같혀 흐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이요, 경(境)에 얽매어 기(機)를 잃은 것인지라 자기를 미혹하고 사물을 쫓는다고 하였다. 들었거든 들은 말[聲色]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主]가 직접 본질[本質;流]로 들어가서 질문의 근본취지를 곧바로 알고, 그에 상응한 답을 알아내는 기(機)가 있어야 한다. 비록 그렇다 하나, 알거나 모르거나 산은 산, 물은 물이어서 말을 들었다 하는 것도 옳지 않고 본질에 들어 갔다고 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垂示云。 수시(垂示) 一槌便成超凡越聖。 片言可折。去縛解粘。 如冰凌上行。劍刃上走。 聲色堆裏坐。聲色頭上行。 縱橫妙用則且置。 ..

碧巖錄 2023.05.08

벽암록(碧巖錄) 제45칙 조주(趙州)의 칠근포삼(七斤布衫)

만법(萬法)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적삼을 지었더니 결과적으로 무게가 일곱 근이 되었듯이 선을 지으면 선업이 늘고 악을 지으면 악업이 늘어 인연법을 따라 흘러가지만 하나같이 찾아가야 할 본래면목은 문자와 어구로 설명될 것이 아니요, 일체를 다 서호 속에 던져버림으로써 그 옛 누각에 한가히 노니는 무사인(無事人)이 된다 하고 있다. 垂示云。 수시(垂示) 要道便道。舉世無雙。 當行即行。全機不讓。 如擊石火。似閃電光。 疾焰過風。奔流度刃。 拈起向上鉗鎚。 未免亡鋒結舌。 放一線道。試舉看。 말해야 할 때 곧 말하기는 세상에 둘도 없이 하고, 행해야 할 때 곧 행하기는 전기(全機)를 사양하지 않고서 마치 석화(石火) 튀고 전광(電光) 번쩍이며 질염과풍(疾焰過風*)하고, 분류도인(奔流度刃*)하듯이 하여 향상(向上)의 겸추(鉗..

碧巖錄 2023.04.28

벽암록(碧巖錄) 제44칙 화산(禾山)의 해타고(解打皷)

배우고 익혀서 배우기를 마쳤거든 다 놓아버리고 교외별전(敎外別傳)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이 교외별전의 세상에서 오가는 선사(禪師)의 전어(轉語)를 뜻으로 헤아려 해득하려 해서는 진과(真過)할 수 없다. 【四四】舉。 【제44칙】 화산(禾山)의 해타고(解打皷) 禾山垂語云。 習學謂之聞。 絕學謂之鄰 (天下衲僧跳不出。 無孔鐵鎚一箇鐵橛子) 過此二者。是為真過 (頂門上具一隻眼作什麼) 僧出問。 如何是真過 (道什麼。一筆勾下。 有一箇鐵橛子) 山云。解打鼓 (鐵橛。鐵蒺藜。確確) 又問。如何是真諦 (道什麼。兩重公案。 又有一箇鐵橛子) 山云。解打鼓 (鐵橛。鐵蒺藜。確確) 화산(禾山)이 대중에게 이르기를, "습학(習學*)을 문(聞*)이라 하고 절학(絕學*)을 인(鄰*)이라 하거니와, (천하의 납승이 뛰어도 벗어날 수 없으리니,..

碧巖錄 2023.04.18

벽암록(碧巖錄) 제43칙 동산(洞山)의 무한서(無寒暑)

유무(有無), 시비(是非), 장단(長短), 한서(寒暑) 따위의 양단(兩端)은 갈등의 근본이다. 고난의 수행을 통해 이 양단을 끊어 없애고 중도(中道)에 들어서야 춥고 더움이 없어지련만 갈등에 얽혀 갈등을 풀어내려고만 애를 쓰니, 달 그림자 쫓는 한로(韓獹) 같은 짓이다. 춥고 더움을 제거했거든 다시 더 춥고 더운 곳으로 뛰어들어서 세상의 모든 추위와 더위를 없애 주어야 하리라. 垂示云。 수시(垂示) 定乾坤句。萬世共遵。 擒虎兕機。千聖莫辨。 直下更無纖翳。 全機隨處齊彰。 要明向上鉗鎚。 須是作家爐韛。 且道從上來還有恁麼家風也無。 試舉看。 천지를 평정하는 구는 만대(萬代)가 다 준수하지만 사나운 놈[虎兕*] 사로잡는 기(機)는 일천 성인도 변별해내지 못한다. 당장 곧 실오라기 만큼의 티끌도 없다면 온전한 기(機)가..

碧巖錄 2023.04.07

벽암록(碧巖錄) 제42칙 방거사(龐居士)의 호설편편(好雪片片)

하얀 종이 위에는 먹물 한 방울 떨어져도 금방 알아챌 수 있으니, 텅 비어진 마음끼리 마주해서는 굳이 먹물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위해서는 먹물과 붓을 쓰지 않을 수 없다. 垂示云。 수시(垂示) 單提獨弄帶水拖泥 敲唱俱行。銀山鐵壁。 擬議則髑髏前見鬼。 尋思則黑山下打坐。 明明杲日麗天。 颯颯清風匝地。 且道古人還有誵訛處麼。 試舉看。 단제독롱(單提獨弄*)하여 대수타니(帶水拖泥*)하고 고창구행(敲唱俱行*)하니 은산철벽(銀山鐵壁*)이거늘 이리저리 궁리하다가는 곧 죽을 때 귀신을 볼 것이요, 곰곰히 생각하다가는 곧 흑산(黑山) 아래 앉을 것이다. 밝고 밝은 태양이 하늘에 걸리면 삽삽한 청풍(清風)이 땅을 감돌 터인데, 말해보라. 고인에게 잘못 된 곳이 있다 하겠는가? 예를 들어 살펴보자. *單提獨弄..

碧巖錄 2023.03.19

벽암록(碧巖錄) 제41칙 조주(趙州)의 대사저인(大死底人)

참선하는 이는 일체의 망상을 끊어버리고 본래의 적정(寂靜)한 자리로 되돌아가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체망상을 끊을 수 있을 것이며, 또 적정한 자리로 돌아가 다시 살아났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당연한 의심이지만 이것이 또 다른 갈등을 짓는 것이요 밤길을 다니는 것이다. 이 일은 어로(語路)가 끊겼는지라 천성(千聖)도 말로 전하지 못하고 나도 전해 주지 못하니, 오직 정령(正令)에 따라 스스로 밝혀 나아가야만 한다[投明須到]. 垂示云。 수시(垂示) 是非交結處。聖亦不能知。 逆順縱橫時。佛亦不能辨。 為絕世超倫之士。 顯逸群大士之能。 向冰凌上行。劍刃上走。 直下如麒麟頭角。 似火裏蓮花。 宛見超方。 始知同道。 誰是好手者。試舉看。 시비(是非)가 교차하는 곳은 성인도 알 수 없고, 역순(逆順)이 난무..

碧巖錄 2023.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