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 85

벽암록(碧巖錄) 제37칙 반산(盤山)의 삼계무법(三界無法)

한 생각 문득 일어나면 이 생각이 기쁘게 하기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한 생각이라는 인(因)이 연(緣)을 따라 여러 갈래의 과(果)를 낳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곧 생사윤회이다. 이 생사윤회를 벗어나려거든 한 생각 있기 이전, 즉 아무런 법이 없었던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가서 상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해서 한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 생각이란 불쑥 일어났다가 어느듯 사라지는 허망한 것이니, 이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槃山; 盤山. 幽州盤山寶積禪師(馬祖道一 法嗣) 南嶽下二世. 垂示云。 수시(垂示) 掣電之機徒勞佇思。 當空霹靂。掩耳難諧。 腦門上播紅旗。 耳背後輪雙劍。 若不是眼辨手親。 爭能搆得。 有般底。低頭佇思。 意根下卜度。 殊不知髑髏前見鬼無數。 且道不落意根。 不抱..

碧巖錄 2023.03.08

벽암록(碧巖錄) 제40칙 육긍(陸亘) 천지동근(天地同根)

일체법이 나를 떠나 있지 않고 나를 떠나 일체법이 없으니 만물과 나는 한몸이요, 그 속에서 인연따라 생사를 윤회하니 모두가 하룻밤 꿈과 같은 허무함이다. 그렇다면 그 진실은 무엇인가?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자 하나 진실은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그런 법에 있지 아니하니, 물위에 비친 달 그림자를 쫓지 말고 달의 냉정한 참모습을 비추어 볼 줄 알아야 하거니와, 이 일은 세상 천지에 너와 함께 해 줄 사람이 없고 오직 너 스스로 밝혀야 할 일이다. *陸亘; 宣州刺史 陸亘大夫(南泉願 法嗣) 南嶽下三世 垂示云。 수시(垂示) 休去歇去。 鐵樹開花。 有麼有麼 黠兒落。節。 直饒七縱八橫。 不免穿他鼻孔。 且道誵訛在什麼處。 試舉看。 (망상을)쉬고 또 쉬어 가면 소철(蘇鐵;鐵樹)도 꽃을 피우려니와, 있는 건가, 있..

碧巖錄 2023.02.28

벽암록(碧巖錄) 제39칙 운문화약란(雲門花藥欄)

화약란(花藥欄)들이여! 그대 안에 청정법신(清淨法身)이 있음을 모르고 그렇게 밖으로만 찾아 헤매서야 어찌 금모사자(金毛獅子)가 되겠느냐? 이 공안은 「운문화란(雲門花欄)」, 「운문금모사자(雲門金毛獅子)라고도 한다. 垂示云。 수시(垂示) 途中受用底。似虎靠山。 世諦流布底。如猿在檻。 欲知佛性義。當觀時節因緣。 欲鍛百鍊精金。須是作家爐韛。 且道大用現前底。 將什麼試驗。 도중(途中)에 수용하면 사호고산(似虎靠山*)이겠으나 세제(世諦)나 유포하면 여원재함(如猿在檻*)이거니와, 불성(佛性)의 의미를 알려면 당연히 시절인연을 봐야 하고, 순금을 단련(鍛鍊)하려거든 모름지기 작가가 녹여야 한다. 자 말해보라. 큰 작용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무엇을 가져다 시험하겠는가? *似虎靠山; 범이 산을 의지함과 같다. 「용이 물을 얻음..

碧巖錄 2023.02.21

벽암록(碧巖錄) 제38칙 풍혈(風穴)선사의 조사심인(祖師心印)

「풍혈철우기(風穴鐵牛機)」, 「풍혈철우(風穴鐵牛)」라고도 한다. 풍혈선사는 '조사(祖師)의 심인(心印)은 무쇠소[鐵牛]의 기(機)와 같아서 가면 도리어 머물고 머물면 도리어 깨진다'고 하였는데, 무쇠소는 고대 중국인들이 교량을 축조할 때 무쇠로 소 모형을 주조하여 교각을 설치할 물밑에 투하함으로써 교량이 튼튼히 오래가기를 기원했다 하니, 철우는 「부동(不動)」의 의미를 가진다. '가면 도리어 머물고 머물면 도리어 깨진다' 함은 어떤 모양을 지으면 오히려 그 모양과는 멀어진다, 즉 모양[相]이 없다는 것이다. 조사심인의 체(體)는 부동(不動)하고 용(用)은 무상(無相)하여 「아무런 흔적이 없이 마음으로 마음에 곧바로 찍어 전해지는 것이다」는 뜻이다. 垂示云。 【수시(垂示)】 若論漸也。返常合道。 鬧市裏七縱八..

碧巖錄 2023.02.14

벽암록(碧巖錄) 제9칙 조주사문(趙州四門)

宏智禪師는 趙州의 四門이 發心, 修行, 菩提, 涅槃이라 하였다. 垂示云。 수시(垂示) 明鏡當臺。妍醜自辨。 鏌鎁在手。殺活臨時。 漢去胡來。胡來漢去。 死中得活。活中得死。 且道到這裏。又作麼生。 若無透關底眼轉身處。 到這裏灼然不柰何。 且道如何是透關底眼。 轉身處。 試舉看。 맑은 거울을 대에 걸면 곱고 추함이 자연히 판별되고, 막야검(鏌鎁劍*)을 손에 쥐면 죽이고 살리기를 때 맞춰 할 수 있거니와, 한인(漢人)이 가면 오랑캐가 오고, 오랑캐가 오면 한인이 가며, 죽은 가운데서 살아나고, 산 가운데서 죽는다. 말해보라. 이 속에 이르러서는 또 어찌 하겠는가? 관문을 뚫어낼 안목과 전신처(轉身處)가 없다면 여기에 이르러 분명 어찌 하지도 못할 것이다. 말해보라. 어떤 것이 관문을 뚫어내는 안목이며, 전신처(轉身處;몸 굴릴..

碧巖錄 2023.01.03

벽암록(碧巖錄) 제36칙 장사(長沙) 방초락화(芳草落花)

추호의 도리(道理)나 계교(計較)를 짓지 않고 춘의(春意)인양 머뭄도 머물 곳도 없이 자유분방히 살아가는 것이 부질없이 가을 이슬처럼 연잎을 적시려는 것보다 낫다. 圜悟克勤之頌: 「落花芳草如鋪錦, 滿目春光入畫圖; 門外相逢親切處, 也勝秋露滴芙蕖。」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방초락화(芳草落花)를 송(頌)하여 「낙화(落花) 방초(芳草)가 비단처럼 깔리고 눈 가득히 봄빛이 그림 속으로 들어오니, 문 밖에서 가까이 해야 할 것들을 만나는 것이 가을 이슬이 연꽃 적시느니보다야 낫다.」 하였다. 【三六】舉。 【제36칙】 장사(長沙)의 방초(芳草)와 낙화(落花) 長沙。一日遊山。 歸至門首 (今日一日。只管落草。 前頭也是落草。後頭也是落草) 首座問。和尚什麼處去來 (也要勘過這老漢。 頭過新羅) 沙云。遊山來 (不可落草。敗缺不少。 草裏..

碧巖錄 2022.12.26

벽암록(碧巖錄) 제35칙 문수전후삼삼(文殊前後三三)

어떤 것을 特定하면 形相도 그려내고 數도 헤아릴 수 있겠지만 一乘法은 不二法이라 東西南北도 凡聖, 龍蛇도 없어서 特定할 것이 없다. 그저 前三三後三三 서로 어우러져 因緣따라 成住壞空하는 實相法인 것이다. 垂示云。 수시(垂示) 定龍蛇分玉石。 別緇素決猶豫。 若不是頂門上有眼。 肘臂下有符。 往往當頭蹉過。 只如今見聞不昧。 聲色純真。 且道是皂是白。 是曲是直。 到這裏作麼生辨。 용사(龍蛇)를 정하고 옥석(玉石)을 가리거나 치소(緇素)를 분별하고 유예(猶豫*)를 결정함에는 정문(頂門) 위에 달린 눈이나 팔꿈치 밑에 감춘 부적이 있지 않다면 왕왕 그 자리에서 바로 어긋나버리지만 다만 지금의 보고 들음이 미혹하지만 않다면 소리와 빛깔[聲色]이 순수하고 참될 것이다. 자, 말해보라. 이것이 검은가 흰가? 굽은 것인가 곧은 것..

碧巖錄 2022.12.12

벽암록(碧巖錄) 제34칙 앙산부증유산(仰山不曾遊山)

오로봉에 오르지 못한 자는 올라보게 해주는 것이 종사가(宗師家)의 마땅한 도리다. 팔만의 언어로는 오로봉에 오르게 할 수 없기에 선가에서는 통상 방(棒), 할(喝) 등의 정령(正令)을 따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노파심에서 한 마디 건네 주었다가는 제방으로부터 '누두(漏逗)가 심했다', '눈썹을 아껴야 한다'는 따위의 갈등에 뒤얽힌다. 【三四】舉。 【제34칙】 앙산(仰山)의 '산을 다닌 적 없구나.' 仰山問僧。 近離甚處 (天下人一般。也要問過。 因風吹火。 不可不作常程) 僧云。廬山 (實頭人難得) 山云曾遊五老峰麼 (因行不妨掉臂。何曾蹉過) 僧云。不曾到 (移一步。 面赤不如語直。 也似忘前失後) 山云。闍黎不曾遊山 (太多事生。 惜取眉毛好。 這老漢著甚死急) 雲門云。此語皆為慈悲之故。 有落草之談 (殺人刀活人劍。兩箇三箇。..

碧巖錄 2022.12.06

벽암록(碧巖錄) 제33칙 진조구척안(陳操具隻眼)_진조가 일척안을 지녔다

자복이 진조가 오매 일원상을 그어 맞아주었건만 진조는 자신이 여기 온 것도 무사(無事)가 되지 못하거니와, 일원상을 그은 것도 무사라 할 수 없다 하니, 자복이 대꾸를 못하고 방장으로 들어가버렸다. 이를 두고 설두가 '진조는 정문안(頂門眼;一隻眼)만 갖추었을 뿐이다', 즉 '감과(勘過)하는 안목만을 가지고 있을 뿐 부족했다'고 평했는지라 원오는 '당시에 어떻게 답하면 그런 말을 듣지 않겠는가?' 하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垂示云。 수시(垂示)하여 말했다. 東西不辨南北不分。 從朝至暮從暮至朝。 還道伊瞌睡麼。 有時眼似流星。 還道伊惺惺麼 有時呼南作北。 且道是有心是無心。 是道人是常人。 若向箇裏透得。 始知落處。 方知古人恁麼不恁麼。 且道是什麼時節。 試舉看。 동서를 해아리지 않고 남북을 분간하지 아니 하면서 아침에서 ..

碧巖錄 2022.11.15

벽암록(碧巖錄) 제32칙 정상좌 저립(定上座佇立)_정상좌가 우두커니 서다

이 공안은 「임제불법대의(臨濟佛法大意)」라고도 한다. 정상좌가 불법의 대의를 여쭈니, 임제는 일장을 날림으로써 답해 주었는데, 이에 정상좌가 대오하였다. 이 얼마나 갈등없는 신속한 수완인가? 垂示云。 수시(垂示) 十方坐斷千眼頓開。 一句截流萬機寢削。 還有同死同生底麼。 見成公案打疊不下。 古人葛藤試請舉看。 시방(十方)이 좌단되고 천안(千眼)이 몰록 열려서, 일구(一句)에 중류(衆流)를 절단하고 만기(萬機)를 종식(終息;寢削)시켜버린다면 동사동생(同死同生)할 자가 있겠는가? 견성공안(見成公案)이 꾸려지지 않거든 고인의 갈등(葛藤)을 예를 들테니 살펴보기 바란다. *一句截流萬機寢削; 禪林用語。 截流는 截斷眾流, 즉 分別妄想心을 截斷한다는 뜻이요, 寢削은 停止, 削除, 終息의 뜻이니, '一句만으로 일체의 분별망상을..

碧巖錄 202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