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 85

벽암록(碧巖錄) 제31칙 마곡지석요상(麻谷持錫遶床)

이 공안은 「마곡진석(麻谷振錫)_마곡이 석장을 내려 찍다」이라고도 한다. 동일한 사실을 두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옳다 하기도 하고, 그르다 하기도 하며, 또 제3자는 이 둘 다 틀렸다고도 하지만, 그러나 진실은 옳은 곳에도 그른 곳에도 또 틀린 곳에도 있지 않다. 이 셋 모두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상(相)일 뿐이요, 진실은 상(相)으로 참 모습을 그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垂示云。 수시(垂示)하여 이르되, 動則影現。 覺則冰生。 其或不動不覺。 不免入野狐窟裏。 透得徹信得及。 無絲毫障翳。 如龍得水似虎靠山。 放行也瓦礫生光。 把定也真金失色。 古人公案。未免周遮。 且道評論什麼邊事。 試舉看。 동(動)한 즉 그림자가 나타나고 각(覺)한 즉 얼음이 생기거니와 그가 혹 동하거나 각하지 않더라도 여우굴 속으로 들어가기..

碧巖錄 2022.10.19

벽암록(碧巖錄) 제30칙 조주대라복두(趙州大蘿蔔頭)

한가한 소리[閑言長語] 말고 고니 희고 까마귀 검은 이치[鵠白烏黑]나 똑똑히 알거라! 【三○】舉。 【제30칙】 조주의 대라복두(大蘿蔔頭) 僧問趙州。 承聞和尚親見南泉。是否 (千聞不如一見。 拶眉分八字) 州云。 鎮州出大蘿蔔頭 (撐天拄地。斬釘截鐵。 箭過新羅。 腦後見腮。莫與往來)。 어느 중이 조주(趙州)에게 물었다. "전해 듣건대 화상께서 남전(南泉)을 직접 만나셨다던데 그렇습니까?" (천 번 들어도 한 번 보느니만 못하거늘 미분팔자를 내질러보았다. ) 조주가 말했다. "진주(鎮州)에서 큰 나복두(蘿蔔頭*)가 나온다." (탱천주지요, 참정절철이며, 전과신라(箭過新羅*)이니, 뇌후견시(腦後見腮*)하거든 더불어 왕래하지 말라.) *蘿蔔; ①十字花科 萊菔屬 植物名. 무우. 「萊菔」, 「蘆菔」, 「菜頭」라고도 한다. ②..

碧巖錄 2022.10.06

벽암록(碧巖錄) 제29칙 대수수타거(大随隨他去)

이 공안은 「대수겁화(大隋劫火)」라고도 한다. 대수(大隋)선사는 南嶽下四世 益州大隨法真禪師(長慶大安 法嗣)를 말하며, 「수타거(隨他去;그를 따라서 간다)」는 《화엄경》 보현행원품의 보현보살 10대원 중 「수희공덕(隨喜功德)」에 관한 화두이다. 보현보살이 '따라 기뻐하는 공덕[隨喜功德]으로 늘 중생을 따르겠노라' 하신 것은 중생과 부처가 본래 둘이 아님을 밝히신 것이니, 겁화가 일고 대천세계가 무너지는 중생의 삶 속을 따라 부처도 있다는 말씀이다. 垂示云。 수시(垂示)하여 말했다. 魚行水濁。鳥飛毛落。 明辨主賓。洞分緇素。 直似當臺明鏡。掌內明珠。 漢現胡來。聲彰色顯。 且道為什麼如此。 試舉看。 물고기가 다니면 물이 탁해지고 새가 날면 털이 떨어지는 법이라 주빈(主賓)을 명확히 판별하고 치소(緇素;黑白)을 밝게 분..

碧巖錄 2022.09.29

벽암록(碧巖錄) 제28칙 남전불설저법(南泉不說底法)

이 28칙은 「부처님은 팔만장경을 설하셨으면서 왜 한 글자도 설한 바가 없다고 하셨을까?」라는 의문이 주제(主題)가 되고 있다. 이 의문에 관한 《楞伽經》卷三 〈一切佛語心品〉의 말씀을 소개한다. 「대혜(大慧)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나는 어느 날 밤 최정각(最正覺)을 얻고서 어느 날 밤 열반에 들어가기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에 한 자(字)도 말하지 않았고, 이미 설했거나 설할 것도 아니며, 이것이 부처님 말씀이라고도 하지도 않았다.’고 하셨는데,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이것이 부처님 말씀이라고 하지도 않았다’고 하셨나이까?” 부처님이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두 가지 법으로 인해 이와 같은 말을 하였으니, 무엇이 두 가지 법인가? 소위 「스스로 얻은 법[緣自得法]」과..

碧巖錄 2022.09.20

벽암록 제27칙 운문체로금풍(雲門體露金風)

*체로금풍(體露金風); 선림용어. 체로(體露)는 사물의 참된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이요, 금풍(金風)은 가을바람[秋風]을 말하니, '추풍(秋風)에 나뭇잎이 떨어지니 나무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일체의 분별망상(分別妄想)과 번뇌가 제멸(除滅)되고 본래의 진면목(眞面目)이 드러남'에 비유한 표현이다. 垂示云。 수시(垂示)하여 말했다. 問一答十。舉一明三 見兔放鷹。因風吹火。 不惜眉毛則且置。 只如入虎穴時如何。 試舉看。 하나를 물으면 열을 답하고, 하나를 들추면 셋을 밝히며, 견토방응(見兔放鷹*)하고, 인풍취화(因風吹火*)하니, 불석미모(不惜眉毛*)는 곧 잠시 미루어 두더라도 다만 호랑이 굴에 들어갔을 때와 같다면 어떻겠는가? 예를 들어 살펴보자. *見兔放鷹; '토끼를 보자 매를 놓는다' 함은 일을 처리..

碧巖錄 2022.09.03

벽암록(碧巖錄) 제26칙 백장독좌대웅봉(百丈獨坐大雄峯)

이 공안은 「百丈獨坐」, 「百丈大雄峰」, 「百丈奇特事」라고도 한다. 「如何是奇特事」라는 질문에 백장선사는 「獨坐大雄峰」라고 回答하였는데, 이는 收放이 자유자재하고 자취도 없는 신출귀몰한 機法이다 하고 있다. 이 답에 저 스님이 곧 예배하였으니, 이 스님 또한 예사롭지 않아서 호랑이 수염을 건드리듯 轉身處를 다투어 오니, 백장은 이 스님이 기왕 領會한 것을 알고 더욱 향상사를 추구해 가라는 의미로 후려쳤다. 설두는 송으로 「백장은 조사의 영역을 치달리므로 교화의 수법이 남다르거늘 저 스님이 전광석화 같은 임기응변으로 비웃음을 무릅쓰고 싸움을 걸어 갔다」고 하였다. 【二六】舉。 【제26칙】 백장독좌대웅봉(百丈獨坐大雄峰) _백장선사의 대웅봉에 홀로 앉기 僧問百丈。如何是奇特事 (言中有響。句裏呈機。 驚殺人。有眼不..

碧巖錄 2022.06.14

벽암록(碧巖錄) 제25칙 연화봉염주장(蓮花峯拈拄杖) _연화봉 암주가 주장자를 들고서

【암주불고(庵主不顧)_ 암주의 '돌아보지 않고'】라고도 한다. 蓮華峰은 宋代 雲門 문하 奉先道深의 法嗣인 天台蓮華峯祥菴主를 말한다. 祥庵主는 入寂할 즈음 "주장자를 어께에 메고 그 어떤 것도 돌아보지 않고 千峯萬峯으로 直入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주장자는 수행에 도움을 주는 도구를 뜻하니 언어나 문자 따위에 의지하지 않고(비껴 메고) 곧 바로 열반의 경지[千峯萬峯]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두는 역으로 언어 문자가 아니고서는 道를 알지 못하니 팔만의 장경[千峯萬峯]을 긍정하는 것도 無事道人의 일원이 되는 길이다고 하고 있다. 垂示云。 수시(垂示)하여 이르되, 機不離位。墮在毒海。 語不驚群。陷於流俗。 忽若擊石火裏別緇素。 閃電光中辨殺活。 可以坐斷十方。壁立千仞。 還知有恁麼時節麼。 試舉看。 기(機)가 ..

碧巖錄 2022.06.08

벽암록(碧巖錄) 제24칙 철마노자우(鐵磨老牸牛)

【위산수고우(溈山水牯牛)】라고도 한다. 위산이 일찍이 스스로를 수고우(水牯牛;암물소)라 칭한 것에 대하여 비구니승 유철마(劉鐵磨)를 노자우(老牸牛; 늙은 암소)라 칭함으로써 쌍방이 서로 知音이 되어 만난다. 훗날 이를 두고 설두(雪竇)선사는 「曾騎鐵馬入重城,敕下傳聞六國清。 猶握金鞭問歸客,夜深誰共禦街行?」라 頌했고, 풍혈(風穴)선사는 「高高峰頂立,魔外莫能知。 深深海底行,佛眼覰不見。」라 頌했다. 垂示云。 수시(垂示)하여 말했다. 高高峰頂立。魔外莫能知。 深深海底行。佛眼覷不見。 直饒眼似流星。機如掣電。 未免靈龜曳尾。 到這裏合作麼生。 試舉看。 높고 높은 봉정(峰頂)에 섰으니 마군이나 외도가 알 수 없고, 깊고 깊은 해저(海底)를 다니니 불안(佛眼)으로 봐도 안 보이는지라 설령 눈이 유성(流星) 같고 기봉(機峰)이 ..

碧巖錄 2022.05.24

벽암록(碧巖錄) 제23칙 보복장경유산차(保福長慶遊山次)

이 공안은 「保福妙峰頂」, 「別峰相見」이라고도 한다. 《화엄경 62권》 입법계품에서 선재(善財)동자가 선지식을 찾아 여쭈어보라는 문수사리의 권고에 따라 맨 처음 南方 勝樂國의 妙峰山(妙峰頂)으로 德雲비구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다른 산[別峰]에서 비로소 만나 「憶念一切諸佛境界智慧光明普見法門」을 듣고 十住門 중의 첫 「初發心住」를 얻는다. 妙峰은 원만평등히 드러난 우주본체에 비유하는 것으로 선림에서는 일체의 언어와 사유(思惟), 정식(情識)의 분별이 끊긴 절대경계(絶對境界)에 비유하여 쓰인다. 따라서 언어가 끊긴 묘봉에서는 덕운비구가 선재에게 들려줄 수 있는 법문이 없기에 7일 뒤 제2의문(第二義門) 별봉(別峰)으로 하산하여 선재에게 법문을 설한 것이다. 垂示云。 수시(垂示)하여 말했다. 玉將火試。金將..

碧巖錄 2022.04.15

벽암록(碧巖錄) 제22칙 설봉별비사(雪峯鼈鼻蛇)

설봉의존 선사는 「남산에 별비사(鱉鼻蛇)가 있다」는 화두를 던져 문하 長慶, 玄沙, 雲門의 통방안목(通方眼目) 갖춘 정도를 알아보았다. 장경은 그 위력을 전신으로 느낀다 하였고, 현사는 뱀의 독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니 굳이 남산까지 갈 필요 없다 하였으며, 운문은 주장자를 활용하여 행으로 그 자리에서 별비사 전체를 드러내 보였다. *鼈鼻蛇; 鱉鼻蛇. 머리에 거북등무늬가 있는 독사. 垂示云。 시중(垂示)하여 말했다. 大方無外細若鄰虛。 擒縱非他。卷舒在我。 必欲解粘去縛。 直須削跡吞聲。 人人坐斷要津。 箇箇壁立千仞。 且道是什麼人境界。 試舉看。 대방(大方*)은 바깥이 없고 미세하기는 인허(鄰虛*)같거니와, 금종(擒縱*)이 남의 것이 아니요, 권서(卷舒*)가 내게 있는지라 꼭 해점거박(解粘去縛*)해야 하겠거든 곧바로..

碧巖錄 202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