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 86

벽암록(碧巖錄) 제22칙 설봉별비사(雪峯鼈鼻蛇)

설봉의존 선사는 「남산에 별비사(鱉鼻蛇)가 있다」는 화두를 던져 문하 長慶, 玄沙, 雲門의 통방안목(通方眼目) 갖춘 정도를 알아보았다. 장경은 그 위력을 전신으로 느낀다 하였고, 현사는 뱀의 독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니 굳이 남산까지 갈 필요 없다 하였으며, 운문은 주장자를 활용하여 행으로 그 자리에서 별비사 전체를 드러내 보였다. *鼈鼻蛇; 鱉鼻蛇. 머리에 거북등무늬가 있는 독사. 垂示云。 시중(垂示)하여 말했다. 大方無外細若鄰虛。 擒縱非他。卷舒在我。 必欲解粘去縛。 直須削跡吞聲。 人人坐斷要津。 箇箇壁立千仞。 且道是什麼人境界。 試舉看。 대방(大方*)은 바깥이 없고 미세하기는 인허(鄰虛*)같거니와, 금종(擒縱*)이 남의 것이 아니요, 권서(卷舒*)가 내게 있는지라 꼭 해점거박(解粘去縛*)해야 하겠거든 곧바로..

碧巖錄 2022.04.03

벽암록(碧巖錄) 제21칙 지문연화하엽(智門蓮花荷葉)

벽암록(碧巖錄) 제21칙 지문연화하엽(智門蓮花荷葉) _지문선사의 연꽃과 연잎 「지문연화(智門蓮華)_지문스님의 연꽃」라고도 한다. 지문선사는 이 공안에서 覺이라는 果과 드러나면 蓮이 꽃피운 것이지만 覺이 구현되지 않았더라도 蓮은 蓮이라고 함으로써 일체중생이 다 불성을 지니고 있음을 표했다. 蓮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서 첫째는 '물 속에서 나온다', 둘째는 '피어난다'는 것이니, 물속에서 나옴은 곧 '출리(出離)'요, 피어남은 곧 '聖敎에 의한 覺'이다. 누구나에게 있는 佛性이라는 因이 聖敎라는 緣을 만나 覺이라는 果를 맺는 것이라 佛性이라는 因이 발현되고 발현되지 않음의 차별이 있을 뿐이다. 垂示云。 建法幢立宗旨。 錦上鋪花。 脫籠頭卸角馱。太平時節 或若辨得格外句。 舉一明三。 其或未然。依舊伏聽處分。 수시(垂..

碧巖錄 2022.03.13

벽암록(碧巖錄) 제20칙 취미선판(翠微禪板)

벽암록(碧巖錄) 제20칙 취미선판(翠微禪板) _취미(翠微)선사의 선판(禪板) 이 공안은 「용아서래의(龍牙西來意)_용아선사의 조사서래의」라고도 한다.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는 남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니, 龍牙의 물음 속에도 있지 않고 翠微와 臨濟의 一打 속에도 있지 않거니와, 이는 다만 스스로 밝혀내야 할 자기의 본분사일 뿐이다.  *翠微; 唐代僧 京兆府翠微無學禪師(丹霞天然 法嗣). *龍牙(835-923); 唐代 曹洞宗僧 潭州龍牙山居遁證空禪師(洞山良价 法嗣). *禪板; 禪版, 倚版. 스님들이 좌선할 때 피로를 덜기 위해 몸을 기대는 판(板).  垂示云。堆山積嶽。撞牆磕壁。佇思停機。一場苦屈。或有箇漢出來掀翻大海。踢倒須彌。喝散白雲。打破虛空。直下向一機一境。坐斷天下人舌頭。無爾近傍處。且道從上來。是什麼人曾恁麼。試舉..

碧巖錄 2022.03.08

벽암록(碧巖錄) 제19칙 구지지수일지(俱胝只竪一指)

벽암록(碧巖錄) 제19칙 구지지수일지(俱胝只竪一指) _구지(俱胝) 화상은 다만 한 손가락을 세웠다. 無門關 3則에서는 「俱胝竪指」, 從容錄 84則에서는 「俱胝一指」, 그 밖에 「一指禪」, 「一指頭禪」, 「俱胝指頭禪」이라고도 불리는 禪宗公案이다. *俱胝; 唐代僧 婺州金華山俱胝和尚(杭州天龍和尚法嗣). 俱胝는 범어 「Cundī」의 音譯으로 准胝, 准提, 準提라고도 한다. 俱胝화상이라는 이름은 그가 항상 俱胝觀音咒(准提佛母咒)를 誦하였기에 붙여진 것이라 한다. 垂示云。 一塵舉大地收。 一花開世界起。 只如塵未舉花未開時。 如何著眼。所以道。 如斬一綟絲。一斬一切斬。 如染一綟絲。一染一切染。 只如今便將葛藤截斷。 運出自己家珍。 高低普應。前後無差。 各各現成。 儻或未然。看取下文。 수시(垂示)하여 이르기를, 일진(一塵)이 일면 대..

碧巖錄 2022.02.03

벽암록(碧巖錄) 제18칙 충국사(忠國師)의 무봉탑(無縫塔)

벽암록(碧巖錄) 제18칙 충국사(忠國師)의 무봉탑(無縫塔) *忠國師; 南陽慧忠國師(675~775). 六祖惠能旁出法嗣. *無縫塔; 탑은 일반적으로 돌이나 나무로 층을 쌓아 만드는데, 층이 없이 한 개의 돌만으로 만든 것이 무봉탑(無縫塔)이니, 소위 난탑(卵塔)이다. 이 公案에서 慧忠國師가 말하는 무봉탑이란 死後에 세우는 탑이 아니라 좌정(坐定)했을 때의 어디에도 묻혀지지 않는 無縫塔이요, 또한 우주 삼라만상 사이에 원래 存立하는 無縫塔을 지칭한 것이다. [佛學大辭典] 【一八】舉。 肅宗皇帝 (本是代宗此誤) 問忠國師。 百年後所須何物 (預搔待痒。 果然起模畫樣。 老老大大作這去就。 不可指東作西) 國師云。與老僧作箇無縫塔 (把不住) 帝曰。請師塔樣 (好與一剳) 國師良久云。會麼 (停囚長智。 直得指東劃西。將南作北。 直得口似..

碧巖錄 2022.01.26

벽암록(碧巖錄) 제17칙 향림좌구성로(香林坐久成勞)

벽암록(碧巖錄) 제17칙 향림좌구성로(香林坐久成勞) _향림선사의 '앉아 오래 있으면 피로하다' 垂示云。 斬釘截鐵。 始可為本分宗師。 避箭隈刀。 焉能為通方作者。 針劄不入處。則且置。 白浪滔天時如何。 試舉看。 수시(垂示)하여 이르되, 참정절철(斬釘截鐵*)해야 비로소 본분종사(本分宗師)가 될 수 있으려니와, 화살을 피하고 칼을 두려워해서야 어찌 통방작자(通方作者*)가 되겠는가? 바늘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백랑도천(白浪滔天*)할 때는 어찌해야 하겠는가? 예를 들어 살펴보자. *斬釘截鐵; '못을 베고 쇠를 자르다'. 언행과 일처리가 확고하고 결단성이 있어서 추호도 망설이지 않는 것을 형용하는 말. *通方作者; '道通한 작가'. 通方은 도술에 통하다, 作者는 作家. *白浪滔天; '거대한 파도가 부..

碧巖錄 2021.12.14

벽암록(碧巖錄) 제15칙 운문도일설(雲門倒一說)

벽암록(碧巖錄) 제15칙 운문선사의 도일설(倒一說) 垂示云。 殺人刀活人劍。 乃上古之風規。 是今時之樞要。 且道。 如今那箇是。殺人刀活人劍。 試舉看。 수시(垂示)하여 말했다. 살인도(殺人刀)와 활인검(活人劍)은 옛날의 풍규(風規)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추요(樞要)이기도 하다. 자, 말해보라. 오늘날 어떤 것이 살인도 활인검이겠는가? 예를 들어 살펴보자. 【一五】舉 【제15칙】 운문선사의 도일설(倒一說) 僧問雲門。 不是目前機。 亦非目前事時如何 (?跳作什麼。倒退三千里) 門云。倒一說 (平出。 款出囚人口。 也不得放過。荒草裏橫身)。 그 스님(14칙에서의)이 운문에게 물었다. "목전기(目前機*)도 아니고, 목전사(目前事*)도 아닐 때는 어찌 됩니까?" (뛰어서 무엇 하겠느냐, 도퇴삼천리다.) "도일설(倒一說*)이니라."..

碧巖錄 2021.12.07

벽암록(碧巖錄) 제14칙 운문일대시교(雲門一代時教)

벽암록(碧巖錄) 제14칙 운문일대시교(雲門一代時教) _운문선사의 「대일설(對一說)」 【一四】舉 僧問雲門。 如何是一代時教 (直至如今不了。座主不會。 葛藤窠裏) 雲門云。對一說 (無孔鐵鎚。七花八裂。 老鼠咬生薑)。 【제14칙】 운문선사의 「대일설(對一說)」 어느 스님이 운문(雲門)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일대시교(一代時教)입니까?" (오늘날까지 마치지 못하고 좌주도 모르는 갈등이 가득한 속이다.) 운문은 "「대일설(對一說*)」이니라." 하였다. (무공철추요, 칠화팔렬이다. 늙은 쥐에게 생강을 물리는구나.)。 *對一說; 釋尊께서 49년 동안 說하신 一代教說을 어찌 一時에 述說하리오? 雲門은 「對一說」이라고 다만 이 세 글자로 답했다. 〈金剛經宗通〉에서는 「對一說」은 곧 「一切法」이다고 하였고, 雪竇는 '對一說。大..

碧巖錄 2021.11.25

벽암록(碧巖錄) 제13칙 파릉은완리성설(巴陵銀椀裏盛雪)

벽암록(碧巖錄) 제13칙 파릉은완리성설(巴陵銀椀裏盛雪) _파릉선사의 '은사발 속에 눈을 담다' *銀椀裏盛雪; 禪宗公案名。雲門文偃의 法嗣인 岳州巴陵新開院顥鑒禪師의 三轉語 중 하나로 巴陵銀椀裏 또는 巴陵銀椀盛雪이라고도 한다. 하얀 은사발 속에 하얀 눈을 담으면 두 물건이 일체가 되어 같은 가운데 다름이 있고[同中有異], 다른 가운데 같음이 있거니와[異中有同], 巴陵은 이를 인용하여 중생과 부처가 一如의 真源이요, 평등이 곧 차별, 차별이 곧 평등임을 보여주었다. 提婆는 龍樹로부터 佛心宗을 傳承하여 赤幡 하에서 外道를 굴복시키고 西天의 15祖가 된 迦那提婆(Kānadeva) 尊者를 말한다. *提婆宗은 龍樹의 中論과 十二門論, 그의 제자인 提婆의 百論, 이 三論에 의해 건립된 大乘 삼론종(三論宗)을 말하며, 禪..

碧巖錄 2021.11.05

벽암록(碧巖錄) 제12칙 동산마삼근(洞山麻三斤)

벽암록(碧巖錄) 제12칙 동산마삼근(洞山麻三斤) _동산선사의 마(麻) 세 근  垂示云。殺人刀活人劍。乃上古之風規。亦今時之樞要。若論殺也。不傷一毫。若論活也。喪身失命。所以道。向上一路。千聖不傳。學者勞形。如猿捉影。且道。既是不傳。為什麼。卻有許多葛藤公案。具眼者。試說看。수시(垂示)하여 말했다. 살인도활인검(殺人刀活人劍*)은 옛날의 풍규(風規*)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추요(樞要*)이기도 하다. 살(殺)을 논하자면 터럭 하나도 상하지 않고, 활(活)을 논하더라도 목숨을 잃는 것이라, 그래서 말하기를, 향상(向上)의 외길은 일천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 하였건만 배우는 이들 애쓰는 모습이 원숭이 물 속의 달 그림자 잡으려는 것과 같거니와, 말해보라. 기왕 전하지 못할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허다한 갈등(葛藤)의 공안(公案)이 있겠..

碧巖錄 2021.10.28